100세 시대가 오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정년 연장에 관해 얘기할 때 일본의 한 유명 기업 CEO가 ‘정년을 45세로 하자’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으로, 산토리가 115년간 고수한 가족경영의 전통을 깨고 영입할 정도로 실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니나미 사장은 지난달 일본 3대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가 ‘코로나19 수습 이후 일본경제의 활성화 대책’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45세 정년제를 도입해 개인이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5세 정년제는 인재가 성장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촉진해 회사 조직의 신진대사를 좋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으로 SNS는 발칵 뒤집혔다. ‘조기 정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기업에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칼을 쥐여주는 조처’라며 많은 사람의 빈축을 샀다. 결국 니나미 사장은 세미나 바로 다음 날 “‘정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며 해명했다. 니나미 사장은 “45세는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등 사회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지 절대 45세가 되면 잘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의 경직된 고용구조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며 니나미 사장의 발언에 공감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일본 경제가 저성장과 씨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은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정년을 ‘사실상’ 70세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70세까지 마냥 정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에 노동자가 원하면 창업지원, 프리랜서 계약 등을 통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의무’가 부여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알아서 노동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근로조건의 저하를 피할 수 없는, 노사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45세 조기 정년제’ 발언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한국은 15~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의 인구구조를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파격적인 조기 정년 논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기 정년제가 기업에 새로운 인재를 활용할 기회는 확대해줄 수 있겠지만, 한국의 노후보장 시스템을 고려하면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서구 유럽처럼 사회복지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년제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수행한다”며 “조기 정년제가 기업에는 경직된 고용구조를 유연하게 해줄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불안정과 일자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경력의 분기점이 되는 40대에 이직이 주는 활력보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노동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더군다나 정년제는 청년 실업, 연공서열과 임금구조 등 여러 가지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이종선 부소장은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하지만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높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개시 연령까지 연장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에서는 50대 명예퇴직 제도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긍정적이지 않다는 연구가 있고,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는 청년층이 진출하려는 분야의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음을 밝혔다.
2019년 11월부터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치다. 2030년까지 ‘일하는 인구’가 315만 명 줄어든다. 정부에서 다각도로 대책을 추진하지만 결과는 헛방이다. 인구문제를 단순하게 접근해서라고 지적하는 전영수 한양대 교수를 만나, 다양한 사회현상이 왜 인구 변화에 영향을 받는지 혜안을 들어봤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의 모든 이슈가 인구로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문제는 산업을 비롯해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구 변화가 만드는 미래는 무차별적이고 뉴노멀이다. 시니어들도 기존의 틀을 모두 버리고, 인구 변화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며 대응해야 한다.”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인구문제는 자신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액티브 시니어라면 이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전영수(49)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인구문제가 시니어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최근 부동산 급등세도 인구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전망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결혼 인구가 줄어 아파트 같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2배 이상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최근 1, 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전 교수는 조금 다르게 설명했다.
팔아야 할 60대가 주택 사면서 부동산 상승 초래
전 교수는 “생애주기가설은 평균수명이 60세이던 시절에 나왔다. 이때는 50세가 넘으면 자산을 이전하고 정리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새로운 투자보다는 자산을 절제하며 관리했고, 위험자산을 사지 않았다. 부동산도 위험자산이기 때문이다. 보통 부동산은 50대에 정점을 찍고 60대부터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60대는 전형적인 중고주택 판매자로 공급을 주도했다”라며 생애주기가설이 적용되던 시절에는 60대가 부동산 공급자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생애주기가설(Life cycle hyphothesis)은 현재 소비가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평생소득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지금 소득과 모아둔 재산이 적은 20~30대일지라도 나중에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소비한다. 반면 모아둔 재산이 많은 50~60대는 앞으로 들어올 소득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소비한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 생애주기가설이 인구 변화로 완전히 무너졌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주택을 파는 주체가 되었던 60대와 70대가 더 남은 인생을 위해 임대나 투자용으로, 또 거주용으로 주택을 사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로도 최근 60세 이상의 아파트 구매자 수 비중은 늘고 20~30대는 준 것으로 확인됐다. 60세 이상 액티브 시니어들이 길어진 미래를 위해 위험자산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이다. 중고주택 공급자였던 이들이 수요자로 바뀌었다. 보통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늦게 젊은 층도 추격 매수에 나섰다. 나중에 천천히 주택을 구매해도 될 사람들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하며 주택을 구매했다.
전영수 교수는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특성과 교체 수요도 있었다. 재건축·재개발 문제도, 미스매칭도 있었다”며 “저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집값을 올릴 다양한 변수가 한꺼번에 몰려 부동산 급등세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인구정책, 완전히 새 판 짜야”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처음 인구가 감소했다. 이에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정부는 올해 초 3기 인구정책 TF를 구성해 관련 주요 과제와 추진 계획을 조금씩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활동 인구를 확대하고자 고령자와 여성, 외국인을 활용하는 인구정책을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인구정책에 시니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교수는 “인구문제를 이대로 두면 연금이 줄어 시니어들에게 노후 위기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 체계는 경제활동 인구가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공급되는 걸 전제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줄면 사회보장 체계가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저부담고급여에서 고부담저급여로 개혁해야 하고, 건강보험에서 자기부담률도 높아진다. 장기요양보험 수혜 혜택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인구문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전 교수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한다”며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자원 배분의 의지와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나와야 한다. 17개 부처의 이해와 전문성, 경험을 잘 섞어 중복되거나 누수·낭비되지 않도록 하며,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위원회 수준으로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확인된 정부는 거의 없었다”며 “정부가 진정성 있는 의지가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결국 의지를 가진 최고의사결정권자,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1, 2기 인구정책 TF처럼 해서는 달라질 게 없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경제활동 인구 확대 정책에 대해 그는 “경제인구 확보는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끊임없이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인식과 환경도 바꿔야 해 매우 어렵다. 효과를 얻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고령자와 여성, 외국인 활용은 좋은 방안이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령자 정년 연장,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
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나타나고 있는 인구문제 해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가 저출산 해소, 둘째가 로봇 활용, 셋째가 고령자 정년 연장, 넷째가 외국인 이민제 도입, 다섯째가 전업주부의 경제활동 인구 전환이다.
이 중 저출산 해소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패한 정책이다. 로봇 활용은 전통적인 일자리를 줄일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논란이 많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고령자와 외국인, 여성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이 중에서도 고령자 정년 연장은 현 상황에서 그나마 효과적이면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3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부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고령 인구가 매년 85만 명씩 20년 동안 등장하면서 국민연금이 빠르게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막으려면 국민연금 납부액을 높이거나 수급액을 낮춰야 한다.
그런데 보험료를 높이면 납부 대상자들이 반발하고, 수급액을 낮추면 고령자들이 반발한다. 이에 고령자들이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하며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고, 그만큼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제시된다.
전 교수는 “정년을 65세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로도 부족하다. 선진국은 67세에서 70세, 정년을 폐지한 나라도 적지 않다”며 “정년을 연장한 만큼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2~5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년 연장이 쉽지는 않다. 청년 세대는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교수는 “고령자 일자리와 청년 세대 일자리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라며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의지를 갖고 제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소득 크레바스’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소득 크레바스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으로, 최근 5060세대의 화두다. 올해 금융권에서 30대와 40대 조기 은퇴가 현실화되고 있다. 40대에 은퇴하면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까지 소득 없는 기간이 20년이 넘어 큰 문제다. 정년 연장을 서두르지 않으면 앞으로 조기 은퇴가 전 직종으로 확산되면서 소득 크레바스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전영수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국제학대학원 교수 및 사회혁신융합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사회적경제위원회) 전문위원, 기재부 협동조합정책심의회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언론매체에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반발로 인해 공론화가 무산됐던 ‘고용연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정년을 늘리는 고용연장 공론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부터 고용연장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고령사회연구팀을 신설했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에 대비해 고령자 고용 정책 현황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고령사회연구팀은 첫 사업으로 ‘고령자 고용촉진 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를 선정했다. 2월부터 시작된 해당 연구는 고령자 고용정책 수립 지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특히 고용연장 공론화를 위한 준비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구팀 사업계획서에는 ‘고용연장의 원활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주요 전제조건과 환경 분석’, ‘고용연장의 주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를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연구 결과 도출’ 등이 과제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선행연구 분석 목록에도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고령자 ‘계속 고용’ 사례가 포함됐다.
정부는 이전에도 고용연장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다. 그런데 고용연장은 기업의 이해관계와 청년실업 문제에 따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고용연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했을 때도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목소리가 커 공론화가 무산됐다.
이러한 파장을 의식한 정부는 고용연장이 의무적인 정년을 제시하는 ‘정년연장’과 달리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노동계와 중장년층의 표심을 의식해 고용연장 공론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고용연장 카드도 대안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동시에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메울 수단으로 고용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발표가 연말에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고용연장에 대한 공론화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과 노사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용정보원의 연구와 공론화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 지역 소멸이라는 3대 인구 위험 증상이 나타나자, 뒤늦게 기존 대책을 개선하고 직접 대응에 나선다.
정부는 인구절벽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돕고, 외국인 인력 유입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인구 위험 관련 대책을 내놓는다.
7일 정부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구구조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내놓은 인구 위험 대응 정책을 토대로 3분기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생산 인구 확보를 위해 여성과 고령자, 외국인을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인구절벽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여성 참여를 위해서 초등학생 정규수업 시간을 늘려 초등 돌봄시간을 연장하고, 온종일돌봄 원스톱서비스도 확대한다.
고령자 참여를 위해서는 고령층 고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신설하고,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을 27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고, 2022년에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
이어 새로운 고령자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직무와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산시키며, 고령자 고용 활성화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도 만든다.
고령층 고용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경사노위연구회(가칭 고령사회고용개선연구회)를 통해 고령자 고용과 임금체계 개편 관련 방안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추진한다.
외국인 유입도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 한국에 살고 있지만 외국 회사에 소속돼 국외소득을 올리는 첨단 산업 인재가 장기체류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 비자를 신설한다. 또 국내 유망 산업에 취업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거주(F-2) 비자 발급도 확대한다.
이어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할 수 있도록 법에서 '가족' 개념을 확대한다. 지난해 방송인 사유리씨가 비혼 출산하며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는데, 이에 현 가족제도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개선해 다양한 가족제도를 포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비혼 동거·출산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로도 양육과 부양, 교육에 대해 지원받을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한다.
또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득·주거·사회보장 서비스에서 차별 요인도 없애며, 1인 가구 지원도 강화한다.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에도 적극 나선다. 학생 충원이 어려운 대학은 스스로 구조조정으로 규모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은 정부에서 폐교 자산 매각·청산 융자금을 지원한다.
지역 소멸에 대응해서는 2개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하는 ‘특별자치단체’를 추진한다. 지자체 국고 보조 사업도 일괄지원을 검토한다. 또 요양병원 수가 개편 등 건강보험 지출을 관리하고 노인 돌봄 체계 개편 작업도 시작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의 자산배분체계 개선, 요양병원 수가개편 등 건강보험 지출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며 "고령층 대상 의료접근성 강화, 개인 맞춤형 돌봄·요양·의료 통합 연계서비스 제공 등 노인돌봄체계 개편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3기 인구TF 주요정책과제를 4대 전략, 13개 안건으로 정리했다"며 "앞으로 관련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 노인과 저소득층 일자리로 3~4만 개를 마련하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대비해 연금 제도와 돌봄 사업도 손본다.
28일 정부가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일자리 여건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4대 분야 15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중 3~4만 개는 노인과 저소득층 몫이다. 내달 초 제출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또 고학력 노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지자체 맞춤형 노인 일자리도 발굴한다. 계층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시니어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노인·1인가구·청년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2.5만개 더 늘어날 예정이다. 돌봄, 보건·의료, 환경·안전 등 코로나 이후 수요가 증가한 분야가 주요 대상이다. 내년까지 목표로 했던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창출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함으로 초고령사회에 임박한 데에 따른 대책도 마련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의료·돌봄 등 고령층 건강권을 보장한다. 또 교통약자인 고령자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 설비가 마련된 차량 등 특별교통수단 인프라를 개선한다.
고령층 소비여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농지·주택연금 가입확대도 추진한다. 농지연금 가입연령은 만65세에서 만60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한다. 부동산 세제·대출규제 등 관련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주택연금 가입요건 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다.
돌봄 방면에서는 노인 대상 디지털 돌봄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고, 헬스케어나 돌봄로봇과 연계방안을 검토한다.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나 양로시설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디지털 돌봄, ICT(정보통신기술)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 정부는 내수 회복 대책 중 하나로 올 여름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상생조비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문화·예술·공연·체육·외식 등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분야의 소비 증대로 연결되도록 6대 소비쿠폰과 바우처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청년의 취업과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늘 언급된다. 하지만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고령자 취업과 실업 문제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퇴가 노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우리보다 빨리 진행된 해외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해외의 중장년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참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종업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점 ‘노지마’(Nojima)는 근로자의 고용계약 상한 시기를 6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65세가 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년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년이 연장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위연령은 40세 이상이며,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중위연령이 56.4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도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느 국가도 고령화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OECD 평균적으로 55~64세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네덜란드의 경우 18%P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경우 소폭 감소했으나 평균 8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은퇴 이후에도 중장년의 취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퇴자의 역량을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이 민간 부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 나라에서는 중장년을 위해 어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고령화 정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 미국
미국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쌓은 역량을 발휘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삶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준다.
중장년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앙코르 이니셔티브’(Encore Initiative)을 운영한다. 50세 이상 예비 창업자를 위해 온라인 수업, 워크숍, 업무 관련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경제 및 마케팅 지식, 자영업 상식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 성과로 발생한 새로운 일자리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취업이나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량을 발달시키거나 삶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투워크 50플러스(Back to Work 50+)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전자는 새로운 역량 개발에 해당하고, 후자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 50플러스는 미국의 5곳의 전문대학에서 진행되며,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워크숍, 개별 코칭 세션, 컴퓨터 교육, 노후 재정 관리 등을 가르친다. 로드 스칼라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여행 프로그램이다. 야외 모험 활동, 테마 여행, 세대 간 프로그램, 여성 특화 프로그램 등 40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니어의 학습 욕구를 교실이 아닌 여행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 교수는 “로드 스칼라는 일반 여행에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일본
‘노인들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일본이 2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8%로 44위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비율만큼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도 높았다.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은 약 25%다. OECD 평균이 약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3.6%의 고령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중장년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70세 이상도 건강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역 복지기관들이 연계해 다양한 취업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고령 노동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조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터 인재 프로그램’과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쌓아온 조정 능력, 협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관리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쿄일자리센터에서 주관하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5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직무 유형은 7가지 직종(경영, 인사노무, 재무경리, 해외영업, IT시스템 관련, 기술관리)으로 구분된다. 취직에 성공한 시니어 중 시니어의 전문성이 직종에 합치된 경우는 약 70%이며, 비전문 영역으로 취직된 경우는 30%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의 보수는 근무 시간, 주간 근무 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 5일 기준으로 25만 엔(약 264만 원)에서 30만 엔(약 317만 원) 사이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소재한 민간 주식회사 ‘퀼리티오브라이프’(Quality of Life)가 2006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조언자로서 경영지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50세 이상을 ‘생애 프로페셔널’로 임명한다. 이들은 고문 또는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여러 경영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애 프로페셔널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시니어 전문가의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근무 형태로 고문 소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주 1회 등 은퇴 후 유연한 방식의 근무가 가능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계자는 “은퇴 후 역량을 보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니어는 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일자리 지원에 참여하면 시니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의 민간에서 적용하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와 기관을 살펴보자.
해외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 및 기관
시니어 네트워크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다. 실직한 고령 근로자가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역 내 잡센터(Job Center)와 협력하여 구직을 원하는 실직 고령자와 구인처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리스타트 프로그램
50세 이상의 구직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수령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정책이다.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이상 일하는 중장년 근로자 1인 고용에 2년 동안 최대 1만 달러의 급여를 보조하는데, 최초 6개월과 12개월에 각 3000달러, 그리고 18개월과 24개월에 각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3기 인생대학
전일제 고용에 속하지 않는 고령층의 학습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학습 조직이다. 고령층 인구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연결망이다. 시험이나 과제 등은 없다. 대신 정규 수업과 스터디 그룹을 통해 흥미가 있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고용 현황은 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및 고용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0년 총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2019년 대비 21만8000명이 감소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이며, 감소 규모는 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컸다.
2020년 15세 이상 인구는 4478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8만1000명이 증가했으나, 이중 경제활동인구는 2801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7만4000명이 감소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2.5%로 전년 대비 0.8%p 하락했는데, 연령대별로는 유일하게 60세 이상이 상승세(1.0%p)를 보였다.
연령대별 상세 구간을 살펴보면 60~64세의 경우 0.4%p, 65세 이상의 경우 1.3p%로 고령층일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았다. 아울러 60세 이상 남녀를 구분하는 항목에서는 남성이 0.6%p, 여성이 1.4%p로 중장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더욱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취업자 및 고용률 면에서도 60세 이상만이 전년 대비 상승세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의 경우 60세 이상의 경우 37만5000명 증가했으나, 50대(8만8000명)를 비롯한 전 연령대에서 각각 15만 명 내외의 인원이 감소했다. 고용률 역시 60세 이상에서는 전년 대비 0.9%p 상승했으나 그밖에 연령대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한창 취업 준비에 박차를 가할 25~29세의 고용률이 –2.8%p로 감소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앞서 경제활동 참가율과 마찬가지로, 고용률 역시 60세 이상 중에서도 65세, 70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그리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상승폭이 더 높았다. 고용률 수치를 살펴보면 60~64세의 경우 0.6%p, 70세 이상의 경우 1.2%p가 상승했다. 또, 60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1.2%p로, 동일 연령대 남성(0.7%p)에 비해 높았다.
한편 직업별 취업자를 나타낸 통계에서 전년 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종사자’(18만5000명, 5.2%)가 가장 높았고, 농림어업숙련종사자(5만1000명, 3.8%)가 뒤를 이었다. 두 직업을 제외한 그 밖에 판매종사자(-13만4000명, -4.4%), 서비스종사자(-6만9000명, -2.2%) 등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표준직업분류표에 따르면 ‘단순노무 종사자’에 해당하는 직무로는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운송 관련 단순 노무직’ 등이 있다. 가령 배달원이나 포장원, 경비원, 가사도우미 등인데, 은퇴 후 이러한 분야에 뛰어든 중장년 구직자의 증가가 경제활동 및 고용률 등의 수치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6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및 취업자 수의 상승세는 2021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1년 정부는 3조 2000억 원 예산으로 직접일자리 104만2000개를 창출을 목표로 하는데, 이중 80만개 가량이 노인 일자리로 채워질 계획이다. 전년 대비 노인 일자리 규모는 6만 개, 예산은 1137억 원이 추가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발표한 기획재정부 예산안에서도 2020년 대비 1008억 원을 추가 책정한 3602억 원이 중장년의 재기를 돕는 일자리 지원 패키지를 위해 쓰인다. 이러한 흐름에 중장년 개인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현재 늘어난 단순노무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으로의 참여 및 고용률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과 그린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전망은 긍정적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당사자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 조직, 기업 등이 함께 고민하고 발전을 도모할 때 서로 힘을 얻고 성공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다. ‘50+일자리 특별포럼’의 세 번째 세션 ‘대전환 시대, 50+세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50+와 기업의 상생 대응 전략을 알아봤다.
【50+】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주)의 이철종 대표는 다가올 시대에 중장년 근로자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겸손한 마음과 포용적 태도를 꼽았다. 특히 디지털·그린 뉴딜과 함께 늘어날 사회적기업이나 스타트업기업 등 소규모 조직에서의 활동을 원하는 시니어라면 더욱 필요한 요소라고. 아울러 이들에겐 자칫 대기업이나 큰 조직에서 성공했던 1모작의 경험이 괴리감과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소기업에게 필요한 건 중장년이 한때 성공했던 경험이 아니라, 현재의 부족한 생산력에 하나라도 보태어줄 수 있는 실무 능력이다. 또 대기업에서 상용되던 기술이 그들에겐 별로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즉 소기업이 활용하는 업무 매뉴얼을 배우고, 그 안에서 생산인력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타트업 청년 리더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50+세대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으로 젊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다시 신입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실무를 배우고 실행함으로써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작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는 50+세대가 스타트업과 소기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 경력 위한 경제참여형 디지털 업스킬링”
세계경제포럼(2016)에서는 디지털·그린 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대인관계(관리)’ 등을 전망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역량 가운데 복잡한 문제해결력이나 대인관계 등은 50+세대가 경험을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어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창의성이나 뉴미디어 문해력, IT 활용력 등은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비롯한 평생교육기관과 일자리지원기관 등에서 저마다 50+세대 진로 재설계를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 시니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을 찾으며 적극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는 노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특히 디지털 활용 능력이 관건이다”라며 “메신저, SNS 활용이나 교통, 지도, 은행, 행정 서비스 이용 및 제품 구매 등 생활 기반의 50+세대 디지털 활용 능력은 우수하다. 반면 정보생산 및 공유, 경제참여 기반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격차가 벌어진다. 특히 긱 플랫폼 시대에 경제 참여 및 활용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역량이 필수인 만큼, 이에 대한 자가진단과 학습이 필요하다. 즉 미래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남을 것인가, 업스킬링으로 무사히 전환할 것인가는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기업】
“시니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위해 앞장서야”
50+세대가 갖는 불확실성에 대해 기업은 어떤 입장일까? 손승우 유한킴벌리 대외협력본부장은 “개인이 불안하듯 기업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자가 줄거나 변화해 정확한 미래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2010년부터 고령화 속도에 맞춰 시니어 비즈니스를 주요 사업으로 편입, 발전시키겠다는 계획하에 바지런히 혁신을 감행해왔다. ‘시니어가 자원이다’를 내 건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도 그 일환이다.
손 본부장은 “기대여명이 80세를 넘긴 지 오래인데, 언제까지 생산연령인구를 64세로 한정해야 할까? 이를 재정의해 우리가 더 역동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령자, 어르신, 노인 등의 호칭은 50+세대를 경제활동을 떠나 부양이나 복지의 대상으로 여기게 한다. 10년간 회사의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역동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중장년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경험과 지혜를 양질의 비즈니스로 연계한다면 고령사회를 극복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기업은 시니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기업을 지원·협력하고, 시니어의 창의적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시니어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라는 인식하에 복지와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적절한 구분과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겐 복지가 아닌 산업 차원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득보다는 보람을 찾는 시니어도 많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 직장에서의 다양한 학습과 경험이 요구된다. 기업에서는 구성원이 은퇴 후 지역사회 문제에 관여하고 자원봉사자로, 일꾼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 지역 커뮤니티나 NGO 활동 등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사전에 이러한 경험을 한다면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일자리 외에도 시니어 벤처기업 등이 생겨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앙코르 펠로우십, 기업과 50+, 사회가 윈윈”
황 센터장 역시 손 본부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향후 노동시장은 긱 워커, 프리랜서 등의 노동유랑민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과 환경 변화를 개인이 주도하기엔 어려우니 결국 회사나 제도적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독일의 유급학습휴가 및 청년을 위한 일·학습 병행제 등을 50+세대를 위해 변경, 도입함으로써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 앙코르닷오르그의 ‘앙코르 펠로우’ 프로그램은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한 기업에서 퇴직을 앞둔 조직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도록 비영리단체 등에 파견하는 형태다. 사회적기업 등은 늘 사람이 부족하고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어려움을 기업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퇴직자에게는 점프업 기회와 동시에 공익활동 경험을 선사하는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기능한다. 현재 50여 기업에서 활용 중이고, 지난 평가에서 약 95% 이상의 기관이 만족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사례에 착안해 사회공헌도 하고 퇴직자도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2월 1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에 출범하여 저출산 및 고령화의 심화를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를 지탱할 젊은이는 줄어들고, 사회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노인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2016년 이후 더욱 하락하여 2019년 기준 0.92명까지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기의 여성에게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일컫는다. 이러한 평균적 수치와 더불어 출생아 수는 2019년 기준 30만 명대로 급감했다. 이와 함께 베이비붐 1세대인 1955년생이 올해부터 노인 인구로 편입된다. 2025년이 되면 고령화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가구 조사에 가구주가 은퇴한 경우는 18.5%였고, 실제 은퇴 연령은 63세였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 있는 가구는 8.7%로 전년 대비 1.5%P 감소했고, 부족한 가구는 40.6%이며, 매우 부족한 가구는 18.8%로 전년 대비 2.9%P 감소했다. 대체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수명은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 따르면 2019년 기준 기대수명 83.3세다. 물론 기대수명처럼 산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63세 은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은퇴 이후 20년의 삶이 남은 것이다. 20년은 성인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같다. 따라서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 혼자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국가적 지원이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다면 어렵다.
정부에서 발표한 4차 기본계획은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을 위해서 세 가지 분야에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소득 분야에서는 생계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노인 일자리를 확충할 예정이다. 보건 분야에서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확산하고,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를 늘린다. 한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하여 고령자 복지주택 등을 공급하고 고령자 보호구역을 확대한다.
4차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방안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계 급여 지급 시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약 15만 가구의 저소득 노인이 신규로 생계 급여를 받는다. 또한 기초연금 30만 원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40%에서 70%로 확대해서 혜택을 누리는 노인이 늘어난다. 건강인센티브제를 통해 건강 고위험자의 건강개선 노력에 따라 연간 일정액의 건강 포인트를 지급한다. 2023년에는 치매 가족 상담 수가도 도입한다.
◆ 재원은 모호...아직은 걸음마 단계
앞서 발표된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지역사회통합돌봄법’ 제정을 통해 지역사회통합돌봄을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사회통합 돌봄’이란 노인 장기요양 시설에 돌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통해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노인 장기요양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나 코로나19로 인한 집단감염 등 노인 장기요양 시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노인에게 삶의 자립권과 스스로 요양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영국에서 지역사회통합 돌봄, 이른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도입된 이유는 시설 내에서의 학대나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탈시설’로 인한 커뮤니티 케어 도입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돌봄 서비스의 공급 주체가 ‘시설’에서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지자체의 역할이 커진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돌봄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국회에서 정춘숙 의원 등 11명 의원이 지역사회통합돌봄법을 발의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용호 교수는“지역사회통합돌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지역별로 재정 자립도가 다르다. 특정 도시의 경우 지금도 노인 복지 예산이 활발히 운영되지만, 예산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잘 운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자립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거나 국가가 나서서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재원 마련의 모호성도 지적된다. 제출된 법안 제24조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비용 지원 및 부담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만 할 뿐, 그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시작했던 일본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일본은 2005년 ‘개호보험법’을 개정하여 지역포괄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 밀착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구축했다. 올해 한국사회복지연구회에서 발간된 ‘고령사회 지역통합 서비스의 지속가능성과 과제:일본의 경험과 한국의 방향’에 따르면 15년 앞서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에서도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보장위원회 산하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 홍선미 위원장은“지역사회통합돌봄은 국가가 돌봄 플래너로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보살피기 위한 정책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구체적인 재원을 섣불리 정할 수 없다. 다만 지역적 편차를 줄이기 위한 재원에 관해서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충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정부는 향후 5년간 인구 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다가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라는 비전하에 시행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능동적 주체로서의 역할 지원 및 역량 강화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에 계획안 속 중장년의 활기찬 사회 참여를 위한 일자리 관련 주요 전략들을 살펴보자.
이번 계획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라는 두 측면을 균형 있게 접근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의 추진 전략으로 진행한다. 시니어 일자리와 관련한 세부안과 함께 눈여겨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일을 전제로 생애를 기획하는 청년세대들에게 결혼·출산이 장애나 부담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원에 집중한 전략이다. 특히 발달 단계에 맞춰 아동 돌봄의 공공성 및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관련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간제 돌봄 일자리의 확충으로 경력단절여성이나 주부 등 중년여성의 참여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관심 있는 시니어라면 ‘아이돌보미’ 자격증 취득이나 양성 교육 이수 등을 해두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꽃중년이라면 아이돌보미 어떠세요?]
‘아이돌보미’는 활동에 연령 제한이 없고, 시간제와 종일제 등 시간 선택이 가능해 중년여성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이 됐거나, 전업주부로 지내온 이들도 그동안의 육아 경험을 살려 도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활동수당은 시간당 기본 시급 8600원으로, 야간, 휴일, 연장근로 시 기본 시급의 50%가 할증된다. 또, 동일한 장소에서 복수의 아동을 함께 돌볼 시에도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아동 2명 돌봄 시 4300원 추가, 3명 돌봄 시 8600원 추가, 2020년 기준). 그밖에 명절상여금, 교통비,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수당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이돌보미 지원 자격: 연령에 상관없이 신체 건강한 활동 희망자
△지원 방법: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모집공고 확인 후 활동 지원 신청서 작성(기관 별 모집 시기 및 방법 상이)
△양성교육 수강 및 이수: 합격자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안내에 따라 양성교육 수강. 관련 자격증 소지자 등 수시 면접 통과자는 면제(당해 연도 보수교육 이수해야 함). 양성교육은 80시간의 이론 교육과 20시간의 현장실습으로 이뤄짐. 양성교육 이수 후 6개월 이내 최소 120시간의 의무 활동을 이행한 경우 교육비 15만 원 환급. 20시간의 현장실습을 마쳐야 최종적으로 아이돌보미 활동 자격 부여.
둘째,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소득·돌봄·주거 등 기본적 삶의 영역에서 국가 책임은 지속 강화하고 능동적 고령자로서의 역할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내년도 전체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5조 원 늘어난 30조5000억 원이다. 이중 3조2000억 원으로 정부의 직접일자리 104만2000개를 만드는데, 80만 개가 노인 일자리로 채워진다. 지난해 대비 노인 일자리 규모는 6만 개 늘었고, 예산은 1137억 원이 추가됐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11월 23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2021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참여자 모집을 시행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 신중년 영웅, 5060 퇴직전문인력의 능력 펼치기]
고용노동부도 이달 10일 ‘2021년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자치단체가 최대 50%의 예산을 부담해 공동 시행하는 사업으로, 5060 퇴직 전문인력이 지역 내 사회활동을 통해 더 오래 일하도록 지원한다. 내년도 경력형 일자리사업 규모는 올해 2500명보다 2배 늘어난 5000명으로, 예산은 277억 원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향후 고령화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 전문인력이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사회는 이들의 경력을 활용하여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받도록 이 사업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50~69세 미취업자 중 전문자격이나 소정의 경력을 갖춘 중장년이라면 참여 가능하다. 활동 기간은 최대 11개월이며,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가 지급된다(2020년 월 평균 124만 원). 참여를 원하는 5060 퇴직자는 자신의 경력이나 자격증에 해당하는 분야에 대해 거주지 자치단체에 신청하면 된다. 경영전략, 교육연구 등 13개 분야로 나뉘며, 최근엔 드론을 활용한 지역 환경·안전관리, 취약계층 건강관리, 중소기업 재무·노무 컨설팅 등이 인기다.
셋째,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의욕과 능력이 있는 중장년의 인적 제고를 위한 미래형 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이에 퇴직 후 경력을 살려 일할 기회 확대 및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고, 신중년의 계속고용 지원과 다양한 근로 형태를 창출할 계획이다. ‘계속고용장려금’, ‘워라밸일자리장려금’ 지원 등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또,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월 40만~80만 원), 전문인력 재취업 지원(기술 및 연구 인력) 등 퇴직 후 전문성 활용 기회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생애경력설계(정부지원 경력설계-훈련-취업지원 패키지), 재취업지원서비스(기업), 생애전환기 노후준비(국민연금공단) 등 신중년 경력설계 및 역량 개발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중점 프로젝트 40선 예산’에 따르면 ‘중장년의 재기를 돕는 일자리 지원 패키지’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총 3602억 원이다. 올해 2594억 원 대비 1008억 원이 추가 책정됐다(+38.8%). △조기재취업수당(3474억 원) △40대 훈련생계비 한시 지원(75억 원) △재취업서비스 지원(52.9억 원) 등 총 세 항목으로 나눠 집행한다. 이를 통해 중장년 이·실직자의 재취업 소요 기간을 단축하고, 양질의 일자리 이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과 중장년 일자리]
내년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국판 뉴딜’ 정책 시행에 따른 디지털·그린 뉴딜 직무 확대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에서도 디지털·그린 뉴딜 직무와 인원이 확대되는 등 관련 분야에서 50+세대 일자리가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에 지난 1일 열린 '50+일자리 특별포럼'에서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저탄소 친환경 사회로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므로 50+세대 역시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팜 구축, 신재생 관련 제품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 및 서비스도 활발히 이뤄질 계획이니,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니어라면 관련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디지털, 그린 뉴딜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으로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전망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며 "컴퓨터 활용 능력,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시장성 등을 배우고 폴리텍대학, 중장년 창업기술센터 등 50+세대를 위한 다양한 기관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