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유리문 가까이 고개를 낮춰 눈을 들이밀었을 때 그녀의 얼굴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깜짝 놀라 몸이 뒤로 밀렸다. 점심시간.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손맛 좋기로 소문난 동네 맛집으로 고민 없이 향했다. 가을볕 맞으며 맛난 된장찌개 삭삭 긁어 나눠 먹고는 그녀의 별로 들어가 향 깊은 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음악소리가 나뭇결을 타고 전해지는 문화살롱 ‘아
오래전부터 ‘나이 듦’을 주제로 책을 엮고 싶었다는 정끝별(54) 시인·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컴퓨터 바탕화면 속 ‘늙음’이라는 폴더에는 그 날것의 이름에 어울림직한 시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50대 중반이 되었을 즈음, ‘지금이야말로 나이 듦을 이야기할 최적기’라 느꼈다. 청년기엔 늙음을 막연히 멀리 볼 것만 같았고, 노년엔 너무 자신의 늙음에 매몰돼
“내가 살아온 인생을 글로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된다.” 예전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전문 작가 외에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편리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 특히 독수리 타법에 난시와 노안까지 겹쳐 눈이 나쁜 시니어에게는 스마트폰이 구세주 같은
유튜브 영상 하나가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대다. 한때 전 세계인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표적인 예다. 취미, V-Log(일상생활), 요리, 미용, 육아, 게임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스타가 되고, 이에 따른 광고 수입으로 노다지를 캐는 유튜버(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활동하는 사람, ‘1인 크리에이터’라 부르기도 한다)도 많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아지트 뮌헨 슈바빙 거리. 불꽃처럼 살다 떠난 여류작가 故전혜린의 발걸음이 닿았던 그 길목에 들어서면 마냥 길을 잃고만 싶어진다. 그가 생전 즐겨 찾던 잉글리시 가든 잔디밭에 누워 우수수 낙엽 비를 맞으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문장들을 떠올려본다.
백조의 천국, 님펜부르크 궁전
강렬한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체코
세월이 흐르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경험과 함께 고정관념도 굳어진다. 나이가 들면 고집스러워지는 이유다. 왜 그럴까? 사람의 두뇌에 ‘스키마(Schema)’라는 인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심해지는 현시대에 고정관념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고의 전환이나 창의력이 절실한 시대여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고 따라 갈 수 있어야 한
김 서린 다관 속에서 따뜻한 잠영을 하는 총천연색 꽃들을 나른하게 바라본다. 꽃다발을 받는 느낌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향긋한 기운과 느긋함이 찻잔 속에 한아름 안겨 담긴다. 추운 겨울 얼었던 손에 꽃차가 담긴 잔을 감싸쥐고 한 모금, 또 한 모금. 몸도 마음도 봄날 꽃처럼 활짝 핀다.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순하고 착한 꽃차의 매력에 빠진 이들을 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 체 게바라
집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안에 사는 사람이듯, 한 나라를 아름답게 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 아름다운 사람이 만든 역사. 살사, 시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캐리비언 바다…. 쿠바를 수식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지만 누가 뭐라
한국 포크 블루스의 살아 있는 전설, 이정선의 음악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에게 오랜 활동의 원동력을 물으니 “다른 걸 할 줄 모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게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무심하고도 간단하게 답한다. 자신의 음악적 삶에 대해서조차도 “그냥 오래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974년에 데뷔한 이후 그가 대중음악사에서 이룬 것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는 12월에는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꼭 생일처럼 축하할 일이 없더라도 한 해 동안 즐거웠던 추억이나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카드 한 장 선물해보면 어떨까? 시중에서도 다양한 카드를 사서 쓸 수 있지만, 정성을 더해 직접 만들어준다면 더욱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수채화와 캘리그라피를 응용해 카드는 물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