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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되는 이야기] 이로운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
-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형태를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goby fish)에게 집을 제공한다. 반면에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밖을 나와 모래 위로 올라가는 순간 포식자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이럴 때,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신호를 주고, 함께 모래 속 구멍으로 피한다. 산호초도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algae)에게 자신의 안에 사는 것을 허락하여 집을 제공하고, 조류는 대신 산호의 뼈대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은 이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폭넓은 상리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공생관계를 갖는 존재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전체 수는 1014개로 인체 모든 세포 수의 10배이다. 그들의 유전 정보를 모두 합하면 인간 전체 유전 정보의 50~100배에 이를 정도이다. 그들의 종류는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서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사람과 장내 미생물은 처음부터 세대를 같이 하면서 함께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은 오늘날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다고 알려진 장기는 심장, 간, 폐, 신장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장(腸) 건강의 상태가 인체 건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판단과 감정을 결정하는 머리에 있는 두뇌뿐만 아니라 장에 제2의 뇌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두뇌는 단단한 머리뼈 안에서 척수액에 의해 떠있는 공간에만 존재하지만, 장 신경계로 알려진 이 제2의 뇌는 식도에서 항문까지 9m에 걸쳐서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무려 5억 개에 달하는 뇌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구토나 또는 배탈이 나서 급하게 생기는 설사는 사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배출하려는 몸의 방어 작용이다. 따라서 설사병에 지사제를 초기에 쓰는 것은 가려서 하는 편이 맞다. 세균에 의해 설사가 일어난 것이라면, 차라리 세균이 충분히 배출되게 하는 것이 회복을 더 빠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키는 것도 장 신경계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는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우울증과 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요즘 들어 점점 증가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에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환자의 약 87%는 앞에서 얘기한 장 신경계의 퇴행으로 인해 장 신경계가 파괴되거나 사멸되어 세로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 연구진에 의하면, 장 신경계의 이상과 함께 나타난 이상 단백질이 신경을 타고 뇌에 침투하면, 파킨슨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장 신경계가 정신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따라서 장내 세균이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떤 사람도 장내에 유익한 균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서로 경쟁하며 일정 비율을 유지하기 마련인데, 보통 건강한 장이라고 한다면, 유익한 균이 85%의 비율을 유지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무너지는 것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되는 것이 비만이라는 질병이다. 장내 세균 중에 비만을 일으키는 세균이 증가하면, 비만이 유발된다는 것인데 비만 세균은 체지방을 만들어 내고, 지방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아세테이트(acetate)라는 지방산을 만들어 지방 축적을 도와 비만을 유도하며, 그들이 분비하는 ‘그렐린’이라는 공복 호르몬은 배고픔을 자주 느끼게 해줌으로써, 음식 섭취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비만 세균의 대표적인 종류는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속에 속하는 세균들인데, 비만인 사람에게서는 이 세균의 비율이 전체의 90%까지도 늘어나며, 체중을 감량하면 거꾸로 그 비율이 떨어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과학저널 에 수록된 논문에 의하면, 내장 세균 중에서 포자(홀씨)를 만들어 사람의 몸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종류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이 홀씨를 다른 사람이 흡입하면 비만뿐만이 아니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장내 세균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최근에 밝혀진 질환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이 있다. 이 만성 피로 증후군은 극심한 피로감 외에도 두통, 근육통, 관절통, 인후통이나 시각 장애, 기억력 장애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코넬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샘플을 비교한 결과,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 분포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염증 작용을 하는 세균이 크게 감소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은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진이 반대로 환자들의 대변에 나타난 수치를 먼저 보고 환자 여부를 역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에도 정확도가 83%나 되었다. 이런 결과들을 볼 때, 이제 건강의 척도에도 새로운 차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에 유익한 장내 세균의 비율을 인위적으로라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다. 즉, 유익한 장내 세균을 직접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객관적인 결과만 보더라도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해주고, 항생제 복용에 의해서 장내 세균 분포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기 쉬운 설사를 치료해주며, 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소아들에게서 급성으로 생기는 바이러스성 설사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로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기 쉬운 소아 설사는 빠르게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이 효과를 발휘한다. 항생제를 과도하게 복용해서 장기간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또한 도움이 된다. 또, 영·유아나 소아들의 면역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가 되고 있다. 중이염이나 감기에도 저항력을 주며,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바이오틱스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주는 효과도 있으며,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에게 감염성 질염을 방어할 수 있는 확률도 높여준다. 여성의 질 내에도 세균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 중에서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익한 균의 숫자가 줄어들면 방광염의 발생률이 높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는 요도의 길이가 짧아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건강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의학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용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 2016-08-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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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산행'을 보다
- 폭염이 들끓는 오후,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극장가로 향했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 요즈음 열기가 치솟는 영화, ‘부산행’을 타기로 했다. 이른 오후 4시 15분, 제4관 상영관은 관객으로 가득했다. 1시간에 두 차례, 1관에서 4관까지 줄지어 상영되는 프로는 과히 개봉 첫 주, 몇 백만 관객을 실감케 했다. 연일 TV에서 떠드는 올여름 들어 가장 뜨거운 영화였다. 예약 없이 무작정 나섰으나 1시간 남짓 기다림 끝에 달달 한 팝콘 통을 끼고 입장이 가능했다. 필자는 출연진이나 내용에 관계없이 영화를 좋아하고, 단순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편과 함께한 동행이었다. 공유라는 중견배우가 주연이고 그 딸의 역은 김수안이라는 유망 아역배우이다. 증권가 펀드 매니저 팀장으로 바쁘게 일하는 아빠(공유)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사는 어린 딸의 생일날이다. 가장 갖고 싶은 선물,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엄마에게 가는 것이라며, 딸은 혼자라도 가겠다고 애원한다. 아빠는 혼자 보낼 수 없다며 결국, 정신없는 회사 일을 접고 데려다 주기로 한다. 엄마가 살고 있는 곳, 부산을 향해 어린 딸과 아빠는 부산행 열차를 탄다. 얼마 후 이상한 병에 감염이 된듯한 상처투성이의 한 여성이 같은 열차에 오르며, 객실 안은 곧 소용돌이로 휘몰아친다. 온몸을 떨어가며 발작을 일으키는 한 여자로부터 사람들은 희귀 바이러스에 점차 감염이 되고, 열차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 피바다로 얼룩진다. 영화는 KTX라는 칸칸이 독립되어 이어진 열차의 문이 굳게 닫히면 소통이 막혀버리는 특수성을 이용하여 세상의 재앙을 적나라하게 표현 해 내고있었다. 갇힌 공간 속에서 무방비의 사람들은 하나 둘, 처참하게 서서히 괴물로 변하는 좀비가 되어간다. 심장을 조이며 스릴 넘치게 펼쳐지는 장면의 전개 과정은 초장부터 흥미가 진진하다.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없이 초 관심으로 몰입에 빠져든다. 이미 감염된 피투성이 젊은 여성이 처음에는 간질 같은 발작을 하다가 시퍼런 눈의 흡혈귀로 변해 사람의 목덜미를 마구 뜯어 물어 피로 물들이고, 순식간에 전이되는 군중들 숫자는 기하급수로 늘어 흉칙스럽게 온몸을 떨어댄다. 아빠가 잠시 곤하게 잠든 사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린 딸은 심상치 않은 주위를 이상하게 여기며 화장실로 향한다. 그 사이에 사태는 점점 크게 벌어지고, 결국 아빠가 깨어나 없어진 딸을 찾으며 극적인 신파 스토리는 시작된다. 승객들은 순식간에 흡혈귀에 물려 또 흡혈귀가 되고, 그 피바다의 전쟁터, 살기 위한 아우성은 관객들 두 손에도 땀을 쥐게 한다. 상영시간 2시간 남짓은 빠른 속도감과 쫓고 쫓기는 긴장감으로 정신없이 지나간다. 거쳐가는 모든역을 그대로 통과하며 부산역까지 가야만 하는 동안, 수없이 감염이 되어 미친 듯이 흔들어 대는 인간 좀비 들의 끔찍한 연기는 매우 탁월하다. 열차의 밀폐된 한 칸이 다른 칸으로 옮겨가면서 피의 바다로 뒤범벅되는 공포의 스펙터클한 아수라장은 실제 감염이 되는 듯 과히 충격적이다. 승객을 위협하는 죽음의 문턱이 관객들에게도 꼼짝할 수 없는 공포의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물밀듯이 이리저리로 휩쓸려 몰리고, 치열한 감염의 용광로에서 자기만 살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적인 행동들은 소름이 끼치도록 얄밉기도 하다. 그로 인해 재앙의 사태는 더욱 악화가 되어간다. 작가가 관객들에게 생각을 던져주는 메시지 대목이기도 하다. 군데 군 데 작가가 의도하는 신파적 작은 눈물 감동들도 이어진다. 들끓는 혼란 속 열차 안에서, 아기를 가진 임산부의 남편이 아내를 극진히 위하며, 투철한 대항으로 감염되어가는 모습,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소녀 학생의 지고 지순한 사랑, 그리고 나이 들어 함께 여행을 하다 죽어가는 어느 자매의 모습들은 인간적인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끔찍한 피 범벅 영화가 끝나고 필자는 남편에게 물었다. ‘뭐야. 내용은 뭐지?’ 남편은 ‘납량특집이네!’ 했다. 극은 끝이 났지만, 남는 게 없었다. 두어 시간 지루하지 않게 봤다는 것. 그리고 치열하게 무섭고 더럽다는 느낌 만이 마음에 남았다. 그야말로 좀비 영화, 한여름 밤의 대단한 특집 영화 같았다. 귀신이 아닌 흡혈귀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바이러스 덩어리가 사람을 마구 끌어당겼다. 그렇다면, ‘과연 잘 된 영화인가? 사람들은 이 영화에 왜 관심을 갖는 것일까?’라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은 또 그것으로 위안이 되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꿈에 나타날까 봐 순간 순 간 눈을 감아 외면하면서도 관심은 가졌지만, 결코 가슴에 남기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일순간의 쾌락만으로 허탈한 마음이 들었으나, 일단 찌는 더위는 시원하게 피할 수가 있었다. 국내에서 어렵게 시도하는 스릴 위주의 좀비 영화라지만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2016-08-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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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되는 이야기] 당뇨병약이 수상하다
- 우리나라에서도 비만 환자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당뇨병 환자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는 특히 식단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우리나라의 전통식단인 밥, 국, 찌개, 각종 채소를 비롯한 밑반찬으로 이루어진 한식을 위주로 먹었을 때는 당뇨병에 대한 걱정이 덜했지만, 요즘처럼 과식이 문제가 되고, 서구형 식단이 전통식단의 자리를 대신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당뇨병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게 되었다. 관련 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의 식단 패턴을 유지하면서 고령화 추세가 더해진다면, 2030년 즈음에는 당뇨병 환자가 약 7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이 2030년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령 국가로 진입하는 문턱이다. 인구 감소세까지 감안한다면, 성인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당뇨병 환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 식단 변화에 따른 당뇨병의 우려는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더 위험한 복병이 될 수 있다. 고지방의 섭취가 많은 서양인들은 우리나라보다 비만 인구가 훨씬 더 많지만, 주로 하체에 살이 붙은 ‘서양배형 비만’인 당뇨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비교적 낮은데, 탄수화물 섭취로 인한 비만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부에 지방이 많은 ‘사과형 비만’이 많아 당뇨병으로 진전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피마 인디언의 비극’이다. 피마 인디언들은 원래 아시아 대륙에 살던 부족으로서 유전자가 몽골계로 분류되는 일족이다. 이들은 미국이 건국되기 이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 한 부류는 멕시코에서, 다른 부류는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정착했다. 애리조나 ‘피마 인디언’의 비극 멕시코에 정착한 이들은 지금까지 밀, 콩, 호박 농사 등을 지으며 전통식단을 유지하고 있다.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에 정착한 이들의 삶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룬다. 애리조나는 방울뱀이 연상되는 따가운 햇볕의 사막지대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이 척박한 지역을 개척해 왔던 피마 인디언들은 사냥이나 낚시, 얼마간의 농사로 연명했다. 그런데 백인 이주자들에게 수로를 강제로 빼앗기면서 생활이 결핍해지자 이들의 식단에 변화가 생겼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콜라, 햄버거와 밀가루, 설탕 등을 보조해주기 시작했고, 이 음식에 익숙해진 피마 인디언들은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45세 이상 인구의 70%가 당뇨병 환자가 되었다. 반면, 멕시코에 정착한 다른 부류의 피마 인디언의은 당뇨병 발생률이 6%에 지나지 않는다. 애리조나 피마 인디언에게 이런 비극이 생긴 것은 유전자가 우리와 유사한 검약 유전자(Saving Gene)의 비율이 서양인들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서 곡식을 주로 먹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기상환경의 변화 등으로 오히려 수렵민족보다 영양 환경이 불안정했던 탓에, 일단 영양분이 섭취되면 분해를 지연시키는 유전자가 발달했던 것이다. 그래서 서구인들과 비슷한 식단을 접한 애리조나의 피마 인디언들은 오히려 같은 식단을 공유했던 백인들보다 훨씬 더 비만과 당뇨병에 쉽게 걸리고 만 것이다. 즉,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식단의 서구화는 이런 비극을 예견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약의 부작용, 생명과 직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만성적으로 평생 동안 약을 복용하는 당뇨병약도 증상에 따라 한 가지로만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약에다가 인슐린 주사를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평생 동안 먹을지 모르는 당뇨병약에도 당연히 부작용이란 것이 있고, 더욱이 그 부작용이 때로는 생명과 관계된 것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합병증 때문에 환자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그중에서 심뇌혈관 질환이 가장 생명과 직결된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 환자에 비해 사망이나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2~4배나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당뇨병약이 거꾸로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면 어떨까? 이에 관해 2015년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에 두 가지 이상의 당뇨병약을 조합하여 복용할 경우,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서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다르다는 보고가 나왔다. 혈당을 정상 범위로 조절해주기 때문에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률도 무조건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를 정면으로 반박한 연구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 지침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저용량의 아스피린은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저용량을 사용할 경우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에 내놓은 연구 결과 보고서는 이 기대도 무너뜨렸다. 오히려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환자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그 위험은 여전히 높았다. 이 기대와 다른 연구 결과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타틴(Statin) 제제에 대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2015년 연구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주는 스타틴계 약물을 폭넓게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스타틴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연구진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두려워하여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당뇨병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 심뇌혈관계 질환임을 상기할 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사용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한 당뇨병약도 부작용으로 소변량이 증가하여 탈수의 위험성을 주의사항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이뇨제를 이미 사용하고 있을 75세 이상의 고령환자에게는 가급적 권장하지 않는다. 당뇨병약은 평생 동안 복용하기 마련이므로 가급적 부작용이 최소한으로 적은 안전한 약을 사용해야 한다. 약물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들에서 새로운 위험이 발견됨에 따라 이제 당뇨병약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점검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질병을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약을 복용하는 첫 번째 목적이라면, 오히려 그 약으로 인해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도 귀 기울여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급증이 우려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 2016-08-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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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되는 이야기] 희귀병 ‘크론병’ 치료
-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한 가지 낯선 현상이 있다. 바로 아토피란 질병인데, 심하면 온몸을 뒤덮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하는 이 질병을 40대 이상의 세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제인가부터 이 질병이 떡하니 풍토병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자들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 衛生假說)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미생물 공생체 결핍 이론’ 또는 ‘잃어버린 친구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놀면서 각종 감염성 세균과 기생충 같은 기생체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이들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만들어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릴 적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에 면역계도 특별히 외부 물질과 싸울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피아구분을 잘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남아돌면서 오히려 민감해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인체에 유리한 것 같은데, 왜 면역력이 과도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을 가져오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중에 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세포가 외부 이물질에 대해 직접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공격하는 작용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T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도 같이 분비하는데,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이다. 이 자가면역질환 중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것이 있다.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하는데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복통, 체중 감소, 설사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한 번 발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면서 장관 협착, 천공(장관에 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합병증도 일으킨다. 그동안 이 질환은 서구에서만 흔한 것이라고 알아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싱어송 라이터이자 방송인인 윤종신이 이 병으로 인해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의 치료법은 염증이 일단 발생하면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물 부작용도 심하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감염증에 대해 취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결국 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이 자가면역질환들은 인류가 자연 그대로를 멀리하면서 생겨난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크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 바로 돼지 편충이다. 돼지 편충은 돼지 장내에만 특정적으로 기생하는 기생충인데, 돼지의 맹장이나 대장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서 3년 정도 머물다가 죽는다. 이 돼지 편충의 알을 한 번에 2500알 정도씩 2주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편충 알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위장에서 부화해 껍질을 깨고 나온 성충이 대장이나 맹장에 머문다. 약간 피를 빨기도 하지만, 결국 전혀 낯선 숙주의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대장 내에서 파괴되어 배설 된다. 그 2주 동안 돼지 편충은 계속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계를 긴장시키면서 면역계와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침입자를 몰아낼 때까지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론병의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방법이지만, 24주 동안 투여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있었고, 73%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돼지 편충은 사람 장속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면서 별다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어서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편충의 알이 부화되고 자라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조달하기 어려운 관계로 2주에 한 번 먹는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치료법으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니랄 수 없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희소식이 크론병 환자들에게 찾아 들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애기뿔 소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이 크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코프리신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코프리신이 장질환으로 손상된 대장 점막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대장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세포를 증가시키면서 장점막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검증을 거쳐 미국의 유명 학술저널에도 게재되었다. 물론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지난한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들은 비교적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도 특정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대장 안에서 면역세포가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항생제 등이 오히려 장내에서 사람과 공생하고 있는 좋은 균들을 죽이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체와 잘 조화되는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이런 위험도 줄여주어 다시 장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과 동화되는 방법을 점점 잃어가고, 그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가면역질환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연들이 다시 인간에게 손짓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 2016-06-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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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지에서 생긴 에피소드
- 30대 초반 중공업 부문 회사의 플랜트 화공설비 부문 해외영업 팀장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 초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선과 제철은 겨우 기초를 마련하였고 자동차도 현대 포니를 시작으로 국산 소형차가 출고되어 인기리에 주문받던 시기였다. 회사에서는 새로이 중화학 분야의 플랜트를 일괄수주 방식이나 주요설비의 부문별 주문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 하였으나 아쉽게도 당시 우리에게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거의 없어 국제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회사 경영진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와 접촉하여, 우선 우리 회사의 생산제조 기술과 경쟁력, 그리고 상세 설계 능력 등을 홍보하여 그들 하청 형태로 납품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기본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경험이 많은 그들의 협조 하에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국제 입찰에 참여하여 그들의 기술도 습득하고 동시에 공사에도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하였다. 필자와 화공설비설계부장, 그리고 뉴욕주립대학교 공대 학장을 역임한 미국인 고문(어드바이저)으로 기본추진킴이 구성되었고 필요에 따라 현지 지사장과 본사 임원진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우선 일본지역으로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등 10여 개의 유명 엔지니어링 업체와 약 보름 정도의 일정으로사전에 회의 일정을 마련하여 개별적으로 방문하였다. 놀라웠던 것은 당시 상대 회사의 참석자가 상당한 나이와 직급의 고위급 인사들이었으나 무척 긍정적이어서 우리의 거의 다 받아들여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특히 회의 후에는 출입문까지 배웅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에게 끝까지 몇 번이고 응대 인사를 하여 처음에는 무척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2차 미팅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으로 면적도 넓고 회사도 많아 약 한 달 반 정도의 일정을 갖고 회사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회의 일정은 현지 지사의 도움으로 주로 필자가 결정하였는데 두 번 세 번 방문하기가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아 한 번으로 정했는데 일정이 빠듯하니 중반 이후부터는 상당한 피곤함을 느꼈다. 출장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멸치, 김, 고추장과 라면 등을 준비해 갔는데 호텔 방을 함께 사용했던 설계부장과 커피용 더운물을 요청하여 가끔 몰래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지냈다. 가져갔던 음식물도 떨어지고 넉넉하게 준비했던 양말과 내의도 부족하여 저녁 늦게 돌아와서 빨아서 말려 입기도 하였다. 주로 주 중에 회사들과 회의하고 주말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도록 일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쇼핑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겨우 휴일에 시간이 있어서 내의를 사러 미국 디트로이트인지 피츠버그인지에 있는 현지 백화점에 가서 내의를 몇 장인가 사고 50달러 짜리 현금을 냈더니 점원이 위조지폐인지 확인을 하러 계산대로 가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별로 큰 액수도 아닌데 그곳에서는 주로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 50달러는 큰돈이라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카드를 별로 사용하지 않아서 해외 출장을 갈 때는 매번 미화 100달러 짜리 여행자 수표나 현금, 그리고 방문국가의 현지 화폐를 준비해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휴스턴과 뉴욕에서는 현지 주재원의 안내로 라이브 쇼를 구경했는데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성행위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무척 놀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밖에 댈러스 등 텍사스 지역은 같은 영어지만 끊지를 않고 계속이어서 응얼응얼 발음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대도시에는 대부분 한국음식점이 있어서 가끔 한식을 즐길 수 있었으며 한국과 비교하여 값도 비싸지 않으면서 맛도 좋은 집이 많았다. 특히 미국 동부해안 지역에 있는 도시의 회사들과 회의 후 식사 때에 바다가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초대받은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렇게 크고 맛있는 바다가재 요리는 그후 별로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으로 돌아와 방문했던 회사들과의 회의 시 상담했던 사항들에 대한 후속 조치들을 약 한 달 여에 걸쳐 처리한 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지역 엔지니어링 업체 방문 계획을 세웠다. 유럽 지역 업체는 스냄프로게티 등 이탈리아 회사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직항노선이 없어 홍콩,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로마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기본 팀원인 3명이 함께했는데 당시 로마에는 우리 회사의 지사가 없어 공항에서 우리가 방문할 회사의 주소를 공항 안내카운터의 직원에게 알려주고 방문할 회사 근처의 호텔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했다. 그 직원이 운전기사를 한 명 소개하면서 도움을 받으면 만사형통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해주었다. 운전기사는 친절하고 싹싹하며 영어는 잘 못 하지만 무척 명랑하고 낙천적이였다. 운전하면서도 연신 휘파람으로 노래하곤 했다. 그는 약 1시간 반 정도 달려서 원형경기장 옆의 호텔로 친절하게 인도해 주었으며 내일 아침 다시 그가 와서 우리를 회사로 안내하기로 약속하였다. 택시 요금이 상당히 많이 나왔으나 주행거리가 많아 그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호텔이 약 150년 전에 지어져서 거의 문화 유적지 같은 그런 형태였으며 엘리베이터는 없고 도르래 같은 리프트의 쇠사슬을 손으로 잡아당겨서 위아래 층을 오르내리는 형태였다. 방을 배정받은 후에 제일 먼저 약속한 엔니지니어링 회사에 전화하여 다음 날 회담 시간 등을 다시 확인하였다. 우리 호텔 이름과 주소를 물어서 알려주니 자기 회사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단다. 약간 황당하였으나 다음 날 아침에 운전기사와 약속한 사항이 있어서 그대로 이용한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조금 후에 욕실에서 샤워하려고 하니 온수가 나오지 않아 호텔카운터로 전화를 하니 샤워를 한다면 자기들에게 미리 전화하면 온수를 가져다준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많은 나라 많은 호텔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행인 점은 호텔 식당에 직접 갓 구운 빵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어 식사 시 맛 좋은 빵과 신선한 치즈와 우유, 채소 등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웃기는 일은 다음 날 운전기사가 우리를 회사로 데려다 주는 데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우리가 공항에서 회사 주소를 주면서 그 주소 근방의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따지자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척하면서 능청을 떨어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회의가 끝난 후 그 회사가 자기들이 자주 거래하는 택시를 불러주어서 타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요금이 타고 갈 때와 비교하여 반 정도밖에 안 되었다. 웃고 친절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로 바가지를 씌운 것 이였다. 로마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주말에 거리를 산책하는 데 젊은 아가씨들이 일광욕을 위해서인지 상체를 완전히 벗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안 보는 척하며 슬쩍슬쩍 훔쳐보기도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먼저 파리에서 일정을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본사의 설계담당 상무가 한 분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분이 도착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했다. 호텔 안내대에서 입실 등록을 하는 매우 짧은 순간 서류가방을 훔쳐가 버려서 여권과 돈 등을 모두 잃어버렸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파리였다. 후에 대사관에서 서류 재발급 받고 주변에서 돈 빌리고 해서 겨우 출장을 마칠 수 있었다. 한 가지 웃기는 일은 우리 일행이 네 사람인데 한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운전기사 옆에는 보통 커다란 개를 태우고 다니며 뒷좌석에만 손님을 태우는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의 미국인 일행이 영어로 무엇을 물어보면 자기는 영어 잘못 한다고 상당히 유창한 영어로 대꾸하며 상대를 잘 안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 백화점 등에서 쇼핑할 때는 어떻게든지 영어를 잘하는 젊은 여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이때 내가 아내를 위해서 멋진 가죽 치마와 점퍼를 사다 주었는데 옷은 사다 줄 때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해서 나중에는 포기하고 돈을 갖다 주니 좋아해서 그때부터 아내가 돈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필자가 독일어 전공이라는 점이 빛을 발했다. 밤에 호프집 등 음식점 갈 때 꼭 필자와 동행을 하려고 해서 약간 우쭐댈 수가 있었으며, 영국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았는데 보행자가 있으면 차들이 반드시 정차해서 보행자가 완전히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 운행하여 당시 우리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엔지니어링 회사 방문 상담 이후 점차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어 약 10여 년 후부터는 조선이나 단순 구조물 생산보다 일괄도급 형태의 공사 수주가 더 많아졌다. 물론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저가 공사 수주를 많이 하여 대부분의 중공업 업체들이 부실 위험에 처해 있어 무척 안타깝게 생각된다.
- 2016-06-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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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되는 이야기] 골든 에이지를 위한 영양제 요법(3)
- 영양제에 관해서 대중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오해가 바로 영양제는 몸에 좋은 것이기 때문에 약과 달리 잘 챙겨 먹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는 영양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병을 앓거나 앓고 나면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영양제가 언제든지 많이 먹어도 좋은 것일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몸에 좋은 영양제라면 다 챙겨 먹는 것이 어떻든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영양제도 각기 역할이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먹어야 한다.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도움이 되는 영양제도 있고, 거꾸로 질환을 악화시키는 영양제도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많이 알려진 질환들을 대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양제와 오히려 해가 되는 영양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암 일반적으로 암환자들에게는 정통적인 치료법 못지않게 각종 영양제와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의 유혹이 많다. 암세포는 분열 속도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영양상태가 좋든 나쁘든 간에 똑같은 영양소를 뺏어가므로 암에 걸렸을 때는 체력의 유지와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 고영양 식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영양제가 다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엽산 엽산을 복용하면 암으로 발전하기 쉬운 선종성 용종의 발생을 줄여 대장암, 직장암이 적게 발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엽산을 고함량 복용하면 자궁경부이형증이 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음주로 인한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낮춘다고 알려졌다. 음식 중의 엽산은 단백질이나 당과 결합되어 있어서 몸에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 칼슘 대장암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직장암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의 용종이나 선종성 용종을 감소시키거나 재발을 억제하고 또한 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을 50%까지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 폐경 이후 여성들이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복용했을 때 암 발생률이 60% 감소했다. 칼슘만 복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더 우수했으므로 비타민D가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카로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베타, 알파 카로틴은 폐경 이후 여성의 난소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흡연자가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E 비타민E는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억제하고 소화기관 내에서 니트로사민 같은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게 한다. 또한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E를 보충하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대장암이나 폐암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 비타민E 200IU를 10년 이상 복용하면 방광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 항산화 미네랄인 셀레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장암, 식도암, 위암에 대해서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고, 폐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에 대한 효과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항산화 효과는 높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각종 암에 대해서 얼마나 유효하게 억제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편이다. 당뇨병 당뇨병의 치료에 관해서도 알려진 민간요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각종 약초에서부터 닭의 쓸개까지, 정말 많은 식품들이 추천된다. 하지만, 당뇨병 자체가 과도한 영양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식이섬유 여러 연구에서 차전자피, 구아검, 펙틴과 같은 식이섬유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식사 후에 당분이 흡수되는 것을 늦추어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혈액 중의 총 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방 단백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고지혈증도 개선한다. 차전자피의 경우 식후 혈당이 14~20%, 총 콜레스테롤은 9%, LDL은 13%나 감소시켜 준다. 식후 혈액 중의 인슐린 농도도 낮춰 줘 대사증후군이나 성인병의 주된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시켜 준다. 이외에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변비나 과민성대장증상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여러 용도로 추천된다. 크롬 인슐린의 감도를 높여 혈당을 낮추며 고지혈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인 당뇨병뿐 아니라 당뇨병 전 단계인 고혈당증, 임신당뇨,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당뇨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체중 증가나 체지방 축적을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 대체의학에서도 크롬이 부족하면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 하루 200ug부터 1000ug까지 권장하는데, 600ug을 넘으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마그네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혈액 중의 마그네슘 농도가 낮다. 따라서 마그네슘의 결핍과 당뇨병이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그네슘을 섭취하면 공복 시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100mg을 더 섭취하면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15%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단 이 결과는 음식으로 섭취한 마그네슘에 대한 결과여서, 영양제로 섭취한 마그네슘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마그네슘은 근육 경련(눈 떨림), 변비, 속쓰림, 신장결석, 골다공증, 두통 등 다방면에 쓰이는 성분이다. 밀크시슬 서양 엉겅퀴 풀이라고도 하는 밀크시슬의 추출물은 원래 간장 영양제나 치료약으로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공복시 혈당, 당화혈색소, 총 콜레스테롤, LDL, 중성지방 등을 모두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밀크시술 추출물은 생약 추출물이기 때문에 원료의 처리 과정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완벽해야만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어, 불확실한 건강기능식품보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글루코사민, 홍삼제품 관절 기능을 좋게 하는 글루코사민은 핵심 원료 자체가 당 성분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홍삼제품도 주의하여야 한다. 홍삼 자체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홍삼제품은 단맛이 나도록 과당과 각종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몇 팩씩 복용하다 보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틴, 기타 식물 추출물의 발효제품들 레시틴은 당뇨나 신장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식물 추출물 발효제품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 2016-06-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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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도사 되는 법] 컴퓨터로 재취업 관문 시원하게 뚤었다
- IT도사? 필자에게 이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견 필자는 IT도사일 수도 있다. 지금 컴퓨터로 먹고사니 나름 IT도사 아니겠는가?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생을 사는 방식, 즉 라이프스타일은 과거의 특수한 경험이나 트라우마 같은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퇴직하면서 이 말대로 삶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살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필자는 1999년 40대 중반에 은퇴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려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3년 정도 열심히 팠는데 상담으로는 2막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뭔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필자는 교육받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그래서 기관마다 회원으로 가입해 교육이란 교육은 죄다 섭렵하기 시작했다. 여성능력개발원, 구청 사이트, 문화원 등등. 그리고 그중엔 고용센터에서 취업 전략으로 교통비와 식비까지 주면서 무료로 하는 강의도 있었다. 필자는 이를 통해 ‘쇼핑몰 제작과 운영과정’을 배웠다. 그 과정 안엔 포토샵, 일러스트, HTML, 플래시 등 과목이 있었다. 난 사진작가이기에 포토샵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할 줄은 몰랐고 다른 것은 난생처음 듣는 단어였다. 처음 교육이 시작된 날 책을 보니 그 난이도가 ‘심오’ 그 자체여서 아차 싶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듣기로 했다. 첫 시간이 끝나자 필자의 뇌리에 남은 단어는 ‘멍’하고 ‘우왕좌왕’. 그래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젊은 친구들에게 체면 불고하고 물어댔다. 그런데 문제는 40대 여성 한명도 계속 묻는다는 것. 필자보다 더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짜증났겠는가? 강의실 뒤에서 짜증 섞인 소리가 들리고, 들린 듯하다. 마침 앞에 앉은 아가씨가 착해 그 아가씨를 무척이나 귀찮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지나고 나니 눈치가 보여 묻는 것을 줄이고 집에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는 그런대로 할 수 있었으나 플래시는 조금만 잘못 클릭해도 전혀 진행이 안 돼 무척 고전했다.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수업 땐 잘되다가 집에만 가면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결국 독자 학습은 포기하고 다음 날부턴 다시 앞에 앉은 아가씨를 괴롭혔다. 밥을 사줘 가면서…. 많은 시니어는 잘못될까 봐 기계 만지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잘못되면 돌아가면 되고 잘못되면 까짓 서비스센터에 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하니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2014년 회원 가입된 여성능력개발원에서 메시지가 왔다. 서울시에서 은퇴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당연히 원서를 냈고, 사진작가로서 인터넷을 할 줄 안다는 스펙으로 합격해 홍보팀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곳에서 모 기업 동우회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됐는데 이 사람을 통해 해당 동우회에서 일하게 됐다. 만약 컴퓨터를 못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동우회에서 사무자료 작성을 제대로 하려면 엑셀 능력이 필요해 퇴근 후 고용센터 내일배움카드로 학원에서 엑셀을 무료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부한 덕에 사무자료 작성, 소식지 편집, 행사 사진 촬영, 홈페이지 사진 관리 및 편집을 전혀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 2016-06-0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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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avo Life] 시니어들의 로망 “나도 연주 한번 해볼까?”
- 한국 사람들은 중산층이라 하면 보통 30평대 아파트나 중형차를 떠올린다. 물질적인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 같은 질문을 유럽인들에게 한다면 어떨까? 그들은 외국어 하나 또는 악기 하나쯤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중산층이라 한다. 맹목적으로 그들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자세는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혹시 어린 시절 소망했던 악기가 있었다면, 이제라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음악을 배운다는 것 혹은 악기를 익히는 것을 막연히 생각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게 여겨질 지 모른다. 하지만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우 쉽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찾아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음악교실은 각 지역의 복지관이나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악기 하나쯤 다루고픈 시니어들이 늘면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크고 작은 학원이나 마을 동아리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하는 악기도 다양해져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기타나 색소폰 수업이 가장 활발하지만, 최근에는 우쿨렐레, 오카리나와 같은 다소 생소한 악기의 수업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마포복지관의 김원이 팀장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시니어들의 욕구가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포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에서 일부러 특정 악기나 강사의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반장님과 강사님이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배려에 신경쓰는 편이고요. 이런 수업이 시니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니까요.” 보통 초급반으로 시작해 중급반을 거쳐 동아리로 정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꾸준하게 수업을 병행하면서, 동아리 형태로 친목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개관 때부터 다닌 회원들도 적지 않다. 또 연습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1층 광장에서 매달 연주회도 갖는다. 이곳에서 만난 기타 중급반 반장 김호영(72)씨는 음악이 주는 활력소는 기대 이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교직생활을 마치기 직전 심장마비 때문에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체력이 떨어졌었는데, 회복하는 데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치매센터나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연주 봉사활동을 통해 또 다른 보람을 찾게되기도 했고요. 주저하지 말고 일단 나오시길 권합니다.” 5만원 내외의 저렴한 수강료가 복지관의 매력 중 하나라면, 동네 학원의 매력은 전문성과 시설에 있다. 시니어 음악교실이 활성화된 학원 중 하나인 남주희음악연구소의 이승준 차장은 교육기관을 선정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건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모 있는 학원의 장점은 다양한 악기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점과 방음실을 맘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악기가 아닌 실제 드럼이나 피아노를 갖춘 곳은 많지 않거든요. 수업이 없는 음악실에서 편안하게 연습할 수 있는 것도 회원들이 선호하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 소그룹으로 운영돼 보다 전문적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죠.” 이런 대형 학원의 수강료는 월 12만~15만원선. 특징 중 하나는 노래방처럼 여러 개의 작은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밖에서 불러도 잘 들리지 않는 구조. 때문에 얼마 전 안산의 한 학원에서 난 화재는 19분만에 9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화재시설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학원에서 만난 9개월차 수강생 한상기(76)씨는 “나이가 많아지면 대화해 주는 사람이 없어 쉽게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혼자 노래를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하고 부르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작지 않죠. 취미를 위해선 경제적 여건 등이 받쳐주어야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배워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 2016-05-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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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窓 사진 촬영 가이드①] 싱그러운 봄 카메라 들고 떠나볼까?
- 스마트폰이 대세인 세상, 구태여 ‘사진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구식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술적인 이야기를 모두 차치하더라도 나들이를 떠나면서 어깨 한 쪽에 혹은 목걸이처럼 카메라가 한 대 걸려 있지 않다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나들이가 잦아지는 계절이 찾아온 지금 배우자를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멋진 사진 한 장을 위한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간혹 “요즘 세상에 사진을 누가 카메라로 찍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힘들지만 묵묵히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에게는 야유나 조롱 섞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틀리지 않은 이야기다.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는 값비싼 카메라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카메라 꼭 있어야 하나? 그럼에도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DSLR(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이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광학 뷰 파인더가 없는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물리적인 크기에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은 물리적인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가장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광학적인 표현의 문제다. DSLR이나 미러리스는 렌즈 교환이 가능해, 소위 이야기하는 ‘흐려지는 사진’ 즉, 피사계 심도가 얕아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가 적은 사진 등의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에 스마트폰 카메라는 거의 모든 기종이 광학 줌이 아닌 디지털 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선 그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화질의 차이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1000만 화소 이상의 고해상도의 센서를 장착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좁은 센서 안에 많은 화소를 몰아넣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화소가 같더라도 스마트폰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는 화질의 수준차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카메라를 선택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사진을 취미로 갖거나 다양한 장면의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면 렌즈가 교환 가능한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많게는 10가지 이상의 렌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3~4가지 렌즈만 있어도 거의 모든 사진 촬영은 가능하다. 최근 카메라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wifi(무선인터넷)나 스마트폰을 지원하는지 여부이다. SNS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야외에서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재빨리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wifi나 스마트폰을 지원하는 기종들은 야외에서 바로 업로드나 공유가 가능하다. 시니어들의 경우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무게’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기종의 경우 본체만 1kg이 넘고, 렌즈 하나의 무게도 보통 800g이상이다. 카메라 본체와 렌즈 몇 개를 챙기면 자칫 여행이 행군으로 바뀔 위험에 빠진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온라인 등을 통해 적당한 기종 몇 가지를 고르고 나서, 매장 등을 방문에 직접 만져보고, 내 손에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DSLR은 니콘이나 캐논, 미러리스는 올림푸스, 소니, 삼성 등이 최근 사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고 즐긴다? 최근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촬영을 즐기거나 카메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렌털족(族)’의 등장이다. 사실 이 렌털족은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는 극성팬들이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연예인은 좋아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는 학생들이 카메라 장비 대여업체를 통해 고가의 망원렌즈와 카메라를 임차하기 시작하면서 렌털족의 시초가 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카메라 사용 빈도가 낮은 직장인이나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보고자 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대여업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카메라 장비 대여업체는 약 20여 곳. 그 중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지만, 지방 주요 도시에도 한두 군데씩 성업 중이다. 대표적 대여업체 중 한 곳인 ‘PLAY SLR’의 김현기 팀장은 대여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촬영 갈 때 빈손으로 오시는 고객들도 꽤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리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가방까지, 여기에 메모리카드 같은 소품까지 통으로 빌려 가시는 고객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매 자체를 부담으로 여기는 고객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구매 전 비교체험을 위해 빌려가는 경우도 많죠. 아무래도 대여 전문 업체들은 판매업자와 달리 장비에 대한 문의에 객관적으로 답변해 드릴 수 있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디지털 카메라 어렵지 않을까? 시니어들의 디지털 카메라 사용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는 ‘디지털 장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전문적인 촬영 기법은 고사하고, 사진을 찍고 나서 그 사진을 PC나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촬영이나 공유가 상대적으로 편한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들을 위해 각 브랜드는 사진학교나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완전 초보에서부터 전문가를 위한 과정까지 그 교육내용도 다양하다. 니콘이나 캐논 등 주요 카메라 제작사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절차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제조사가 운영하는 사진학교는 사용하는 기종에 맞는 최적화된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사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유익하다. 이론적인 교육과 함께 야외촬영 수업도 참여할 수 있다. 올림푸스 한국 영상사업부의 윤은경 차장은 “사용자들을 위한 사후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각 제조사들의 교육지원 노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올림푸스의 경우 지난해 시니어 사용자들을 위한 강좌를 별도로 운영한 바 있으며, 올해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최근 사진을 즐기는 추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개방적인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과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폐쇄적 SNS를 통해 끼리끼리 작품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폐쇄적 SNS를 검색하면 중년들의 사진모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 밴드의 한 모임에서 만난 조이례씨(53)는 “남편의 카메라 선물이 사진 취미의 계기가 됐어요. 인생 후반에 무언가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너무 좋습니다”라며, “힘든 갱년기 여성으로서 우울하지 않고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친구가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귀원씨(57)는 “지난해 명퇴하고 나서 생긴 여유 속에서 여행하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사진이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계기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만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사진의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 2016-04-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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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되는 이야기] 골든 에이지를 위한 영양제 요법(1)
- 50대 이후의 장년층을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고 한다면, 건강도 그에 맞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세대에 비하면 경제적 여력도 높고 소비 환경도 풍성해졌으며, 일일(一日) 지구촌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도 아주 일반화되었지만, 그에 더불어 활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인생의 황금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운동과 휴식만으로 활력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 가장 좋은 의사는 식의(食醫)이기 때문에 잘 먹는 것도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이다. 식사의 질도 중요하지만, 필수 영양소의 섭취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비타민과 각종 영양제는 범람하고 있지만, 어떻게 먹는 것이 정답일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즉, 관심은 많지만,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것이 영양제 복용의 현실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 영양조사 분석에 따르면 영양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0.0%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성별로는 여성 44.9%, 남성 35.1%로 여성의 복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64세가(47.4%) 복용 경험률이 높았으며, 복용자 3명 중 1명은 2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양제 복용에도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 복용제품의 수에만 근거해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으나 2가지 이상을 병용할 때는 동일성분이 중복돼 과잉섭취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정제품 복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구성 성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이보충제의 복용 동기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친지 등 주변 인물의 권유에 의한 복용이었으며, 의사의 권유를 복용 동기로 응답한 경우는 6% 미만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의 조언 없이 식이보충제를 선택하고 복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이보충제 복용률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식이보충제 이용자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턱대고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불문하고 복용하기보다 의사나 전문인의 조언에 따라 적합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단, 영양제 복용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자신의 상황, 나이, 질환에 맞게 사용할 경우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질병의 치료까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편두통 환자가 진통제와 비타민 B를 함께 복용할 경우 진통제의 양을 줄여도 될 정도로 통증이 현저히 완화된다고 보고되어 있다. 또한 암환자에게 영양제 복용은 큰 도움이 된다. 암환자들은 식욕 부진과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로 인하여 음식 섭취만으로는 영양 요구량을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선 치료는 체내의 비타민 E, C, B, 엽산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크론씨 병이나 만성 소화 장애 환자는 엽산의 체내 흡수율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결핍된 비타민 및 엽산을 영양제로 보충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영양제 복용은 이와 같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영양제를 잘못 복용한 경우, 어떤 일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다. 특히,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은 것으로 오해하여 과량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양제의 독성은 급성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천천히 발전하여 만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특히, 철분이 함유된 영양제의 경우, 위장 장애를 일으켜 메스꺼움, 복통, 위출혈, 검은색 설사를 유발하며, 심한 경우 간이 손상되거나 혼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폐경 후 뼈가 약한 경우 칼슘을 복용할 때 체내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를 복용할 때, 여기에 철분제를 함께 복용한다면 오히려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복용하여야 한다. 자신의 연령대와 건강상태에 꼭 필요치 않은 불필요한 영양제를 남용하는 경우도 금해야 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복용하는 영양제를 중심으로 원칙을 잘 지켜 복용함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경우와 잘못 복용함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경우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칼슘과 비타민 D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다량 섭취해도 활성형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칼슘이 뼈로 원활하게 흡수되지 않으므로 비타민 D를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타민 D는 혈액중 칼슘 농도를 유지해주고 장에서 칼슘을 흡수해 뼈조직으로 흡수되는 작용을 돕는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변비가 나타나면 복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비타민 D를 과량으로 복용할 시 피부건조, 식욕부진, 탈모, 탈수, 오심, 구토 등의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초콜릿과 비타민 D를 같이 섭취하면 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비타민 A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비타민 A는 표피세포의 분화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하면 피부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점막세포의 형태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데, 비타민 A를 공급하면 피부가 다시 정상이 된다. 현재 비타민 A 계통 약물들은 여드름, 건선 등과 같은 피부질환에 스테로이드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임신 전 3개월부터 임신 초기 3개월까지 비타민 A를 1만IU/일 이상 섭취한 여성으로부터 기형발생 증가가 보고되어 있으므로 임신 3개월 이내 또는 임신을 희망하는?부인에 투여할 경우는 용법·용량에 주의하고 반드시 비타민 A 투여는 5000IU/일 미만에 머물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과량 복용 시 피부건조증, 탈모, 체중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C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콜레스테롤이 산화과정을 거치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데, 비타민 C는 산화과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 2000명 이상의 일본 농촌 거주자들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 C의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뇌졸중의 위험도가 낮았다. 또한 미국에서 8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16년 동안 심혈관계 질환과 비타민 C 복용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를 섭취한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이 28% 적게 발생하였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비타민 C의 일일 권장량은 미 FDA 기준으로 일일 400mg이며, 일정기간 이상 과량 섭취 시, 체질에 따라 요로결석이나 통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과량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엽산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아미노산, 핵산 합성에 필수이며 세포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전부터 엽산을 복용하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60~100%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엽산이 풍부한 식사는 심혈관계 질환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엽산은 비타민 B 6에 속하는 것으로서 하루 복용량이 최대 1mg이하로 알려져 있다. 종합 비타민제에는 대부분 엽산이 충분량 포함되어 있고, 단독 제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엽산이 들어간 제제들을 중복해서 복용할 시, 복용량의 합계가 일일 최대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도파민이라는 교감신경 흥분물질의 파괴를 초래하므로 도파민이 부족해지는 질병인 파킨슨씨병 환자들은 절대 복용하면 안된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 2016-03-25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