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소녀는 키가 멀대같이 컸다. 친구들이 꺽다리라고 놀려댔다. 선생님은 운동을 권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모델과 영화배우의 화려한 옷들만 아른거렸다. 아버지가 가끔 사오는 잡지를 들춰보며 무대에 오르는 꿈도 꿨다.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를 흠모하고 카르멘 델로피체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어느새 75세가 되어
이들을 회사원으로 따지자면… 사내 커플…? 동료에서 애인으로, 애인에서 부부로! 같은 일을 하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들. 함께 땀 흘리며 사랑을 키워온 스포츠 선수 부부를 알아봤다.
원정식 ♥ 윤진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53kg급에서 값진 은메달의 성적을 거둔 윤진희(33) 선수. 시상대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보는
큰 창 사이로 봄볕이 드는 넓은 복도 한편. 간이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는 시간을 쪼개서 뭔가를 읽고 있다. 가방 안에는 공부해야 할 읽을거리와 책이 가득해 보인다. 정지한 듯 몰두해 있는 모습, 옛 러시아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처럼 깊고 안정된 정적이 흐른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다물었던 입술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로 19회를 맞이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내 가슴 속에 들어온 건 지난해 전주시가 제작비를 지원한 ‘노무현입니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난 뒤였다. 전주시는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어지러웠던 정국 속에서도 이 영화의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영화제가 표방하는 표현과 창작
도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미싱을 돌렸다고 말했다. 엄마와 할머니의 심장 소리에 맞춰 미싱은 잘도 돌아갔고, 도희의 심장도 함께 박자를 맞췄을 것이다. 20대 중반이 된 지금 도희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함께 미싱 페달을 밟는다. 할머니 대에서부터 시작한 수예점 가업은 50년이 돼간다. 가업을 잇는 것만으로 계승할 수 있을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
가령취(加齡臭)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 나는 냄새다. 일반적으로 ‘노인 냄새’로 알려진 고령자 특유의 냄새를 말한다. 40대 이후부터 점차 체내에서 배출되는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냄새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성 향수까지 출시됐을 정도다. 아쉽게도 노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냄새는 또 있다.
단골로 가는 치킨 전문점이 있다.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 안에 있는 집이다.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에 고작 7000원이다. 가격이 이처럼 착해서인지 언제 가도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그제도 이 집에 들러 전기구이 통닭과 소주 한 병을 시켜 먹었다. 셈을 치르려 보니 메뉴판 위에 ‘외상사절’이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맞아! 외상을 주기 시작하면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한낮엔 매우 따스한 봄기운이 도는 요즘. 화창한 일요일 오후, 멋진 오페라 한 편을 감상하러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발걸음은 매우 즐겁다.
공연은 언제든 기분을 좋게 만든다. 뮤지컬도 좋고 오페라도 멋지다. 뮤지컬은 화려하고 경쾌한 무대가 기대되지만, 오페라는 어쩐지 클래식하고 웅장해 조금은 무겁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은 흔히 쓰이는 말인 ‘섹시 디바’.
그 말에 어울리는 가수로 민해경(본명 백미경·56)을 꼽으면 수긍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보고 싶은 얼굴’,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사랑은 이제 그만’, ‘미니스커트’ 등의 히트곡은 민해경 특유의 이국적인 인상과 더불어 한국 대중가요계의 이단아 같은 이미지를 만들
지구상에서 세계화와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 곳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직 한 나라,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희귀한 나라가 있으니 바로 부탄이다. 전 세계가 GNP(국민총생산)만을 부르짖으며, 효율과 편리라는 기치 아래 경제성장에 목을 맬 때도, GNH(국민총행복지수)를 최고 정책으로 삼고 있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