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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나를 돌보기 PART7] 건강검진부터 성형에 이르기까지 몸부터 살려라
- 과거 중년들이 생각하는 병원에 대한 개념은 한마디로 ‘어지간해서는 가지 않는, 가면 큰일 나는 곳’이었다. 내 가족을 위해 죽어라 일만 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병원은 적어도 선고 정도는 받아야 가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세대에게 병원은 아파서 가는 곳이 아니라 친구 또는 가족과 이별하는 장소로만 각인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세태가 달라졌다. 더 이상 자녀 손에 이끌려 가는 곳이 병원이 아니다. 미용실이나 목욕탕 가듯 필요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병원을 찾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최근 ‘비즈니스 성형’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50대 전후 세대가 사업이나 사회활동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진행하는 미용 성형 시술을 뜻한다.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선택하는 ‘취업 성형’과 비슷한 시술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인 아이디병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병원에서 주름제거 시술을 받은 40대 남성 비율은 2012년 3%에서 2013년 10%, 2014년 16%로 증가했다. 50대 이상 남성 역시 같은 기간 1%, 8%, 9%로 증가했다. 자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중년 남성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병원에서 주름제거 시술을 받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경영자, 전문직, 자영업 종사자 등이 42%를 차지했다. ‘동안’에 대한 시니어의 욕구 증가 이런 변화에 대해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성형외과 박은수 과장은 “단지 사업을 위해서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사회활동이 늘면서 다양한 대인관계를 위해 외모의 개선을 선택하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습니다. 좋은 인상이, 나의 외모를 돌보는 것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니어들도 깨닫게 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시니어들의 ‘동안’에 대한 욕구 증가는 피부과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보톡스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 피부과 개원의는 “예전에 시니어들이 병원을 방문하면 대부분 결혼이나 취업을 앞둔 자녀를 위한 상담이 대부분이었어요. 본인의 피부관리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자녀와 함께 시술을 받기도 하고, 자신만을 위해 상담하는 시니어들이 크게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몰려 있는 강남 병원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나 외국인들에 밀려 중년들은 ‘찬밥’ 신세였지만, 지금은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시니어들의 내 신체에 대한 관심은 ‘미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 건강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지난 10월, 네이버 건강은 처음으로 사용자 대상의 건강 강연회를 개최했다. 헬스조선과 공동으로 개최된 이 행사는 치매를 주제로 진행됐는데, 시니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네이버 건강 담당자는 “공고가 나간 당일에 400석 신청이 매진될 정도였습니다. 꼼꼼하게 메모하시는 분들이 많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최신 치료법이나 동향을 반영한 질문들도 많아 의학적 지식의 수준도 엿볼 수 있었죠. 건강은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여러 분야 중에 구독 설정 사용자가 가장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50대 이상 사용자 비율이 높은 분야입니다”라고 밝혔다.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강연, 건강검진도 몸 돌보기에 필수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건강검진이다. 주요 종합병원들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시니어 대상, VIP 환자 대상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또 휴식과 검진의 개념을 결합시킨 1박 2일 코스의 숙박건강검진 프로그램의 도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 강남센터에는 건강검진 결과를 특진 교수가 직접 설명해주는 2박 3일 프로그램도 있다. 검진료는 600만~900만원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100명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주치의 서비스와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결합된 멤버십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에선 고가 건강검진 서비스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몇몇 암이나 일부 질환은 고가 진단 방법을 쓰지 않으면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선량 폐 CT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고가의 검진 프로그램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꼼꼼히 따져가면서 건강상태에 따라 선택 항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 2016-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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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그릴라 신드롬, 뭐 어때요?
- 5년 전쯤부터 필자는 미장원에 가지 않는다. 아 딱 한 번 아들 결혼식 날 화장부터 머리까지 미용실의 도움을 받았다. 필자가 미장원에 가지 않는 큰 이유는 격식을 차려서 나가야 하는 모임이 없어졌기 때문이고 작은 이유는 미장원 가서 머리를 해봤자 인물이 더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째 필자의 머리는 생머리에 단발이다. 오히려 이러고 다니니까 얼핏 볼 때 필자 나이보다 젊게 봐주기도 한다. 이런 점도 필자가 약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 중에 대놓고 필자에게 뭐라 하진 않지만, 사람은 나이 따라 치장을 해야 하는 거라며 나이든 사람이 파마기 없이 생머리를 하고 다니면 초라해 보인다고 빗댄다. 그런 말을 들을 때 필자 마음은 겸연쩍고 어색하다. 이런 친구들 때문이라도 이제 파마를 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다들 똑같이 파마를 한 둥근 머리 스타일을 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짧은 파마로 우아하게 세팅해서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하고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언젠가 TV에서 본, 버스 안에 나란히 앉은 예닐곱 명의 아주머니들 머리가 똑같은 파마머리여서 웃었던 적이 있다. 나이 들면 왜 모두가 그렇게 똑같은 파마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파마 하지 않고 생머리를 해도 그것은 개인의 취향이니 파마 하라고 강요 안 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의상도 꽤 캐주얼하게 입는 편이다. 역시 격식을 따져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모임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우내 다리에 꽉 붙는 레깅스에 어그 부츠를 신고 엉덩이를 덮는 셔츠와 겉옷으로 지낸다. 너무 젊은이들 의상 같지 않을까,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 약간 염려도 됐지만 나름 편하고 필자 눈에는 보기 좋았다. 그런데 요즘 나이 든 여자들이 좀 더 젊게 보이고 싶어 샹그릴라 신드롬이 대세가 됐다고 한다. 샹그릴라 신드롬은 노화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고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장년층이 확산되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원래 샹그릴라는 1933년에 제임스 힐턴이 쓴 이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곳인데 소설 속 샹그릴라는 평생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지상낙원으로 표현되었다. 자기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건강을 중요시하는 웰빙 열풍에 얼짱, 몸짱, 동안 열풍 등이 샹그릴라 신드롬을 확산시키는 데 한몫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다. 필자는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어 치장하는 중년 여성이 예뻐 보인다. 전혀 주책스럽지 않다. 오히려 당당한 표현으로 보여 기쁜 마음이다. 필자도 언제나 젊게 살고 싶다.
- 2016-12-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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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중년@] 자신에게 진실해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직업군 또한 그렇다. 안과의사, 사업가, 지역신문 기자, 전직 교사, 외교관, 국회 서기관 등을 지내온 사람들이 매달 자리를 함께한다.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가진 이들의 중심 화제는 바로 수필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몰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며 글쓰기를 하는 모임, 그녀들의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를 찾았다. 2013년 3월부터 모임이 시작됐다. 글 쓰는 일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 이들이 모이는 가장 큰 목적은 동인지 발간이다. 지금까지 총 세 권의 동인지를 발간했다. 모임 이름은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다양한 삶을 산 15명의 회원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글을 쓰고 있다. 회원들은 수필가 권남희(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의 제자들로 대부분 등단한 수필가다.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함께하는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지난 11월에는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밥 딜런을 주제로 열띤 토론과 시낭송을 이어갔다. 수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수필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배웠다. 감정이 마음껏 드러나도 되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학 장르. 실제로 미사여구나 화려한 문장이 넘치는 수필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수필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수필이 있는가 하면 서정적 표현에 무게를 두는 수필도 있다. 그러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수필이라는 것.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김종란(53) 회장은 수필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혹은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내용을 중심으로 쓸 때와 서정적인 느낌을 중시하며 쓸 때의 표현은 정말 많이 다릅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길어지고 처지면 잘 안 읽혀요. 또 느낌과 표현을 중시하는 글도 그 강도와 빈도가 적절해야 합니다. 어쨌든 요즘 수필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해졌어요. 통통 튀는 수필도 있죠. 그런데 튀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수필은 아니고 자기가 드러나야 해요. 비겁하게 피해가는 것은 수필이 아니에요.” 수필의 중심에는 첫째도 둘째도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적인 내용을 써도 기본적으로 그 밑에 깔려야 하는 것은 진실성이다. 수필보다 시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는 회원 임금희(60)씨는 수필을 잘 쓴다와 못쓴다의 기준은 진실한가 진실하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수필이 시와 소설과 다른 점입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글로 쓰는 것이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시,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어려워요. 왜냐하면 옷을 벗고 다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옷 벗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필은 감추면 안 돼요. 옷 벗고 보여주는 게 수필이거든. 싫은 사람은 시나 소설을 써야죠. 수필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입니다. 수필은 결국 자기 얘기를 해야 하니 정직해야죠. 기자가 남의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수필가는 나 자신의 진실을 보는 사람입니다. 진정성, 진실성이 생명인 글쓰기인 거죠.” 수필 쓰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에요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글을 써보겠다는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들어왔다가도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는 회원도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불편함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은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글을 쓸 때만큼이라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란 회장도 이 모임의 회원들이 수필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담받는 것만큼이나 힐링이 되는 시간이 수필을 쓰는 시간입니다. 예전에 권남희 선생님과 함께 참여했던 동인지 제목이 였어요. 글을 쓰면서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미니 인터뷰 시니어들에게 수필 모임이 좋다 (김화순·64) 환갑이 넘으니 친구들 모임에서 내 얘기가 없더라고요. 저는 아직 손주를 안 봤는데 친구들은 대부분 손주를 봤어요. 모이면 남편 이야기, 손주 이야기, 자식 이야기밖에 안 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그 사람들에게 남은 인생은 딱 그것인 거죠. 그러나 이 문학회에 오면 여기서만큼은 내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내 꿈, 앞으로의 희망, 올해 책 한번 내보겠다고 말할 수 있죠. 글쓰기가 미진할 때는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것이 다른 모임과의 차이죠. 다른 곳에서는 내 얘기를 안 해요. 이미 그 사회에서는 고개를 넘은 거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는 게 행복입니다 (송복련·69) 글을 쓰니까 좋은 점이 마음을 채워주는 수다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미술·음악 공연장도 가게 되고요. 낯선 도시도 경험하고, 책도 많이 읽게 돼요. 오늘 모임에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잖아요. 오늘 주제이기 때문에 밥 딜런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사실 음악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까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더라고요. 아! 매력적이네. 이 사람이 그럴 만했구나 이해했어요. 미국 사회에서 밥 딜런이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고 그 사랑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 사람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한 거죠. 오늘 아침에 인터넷 들어가서 봤는데 가사가 완전 시더군요. 그러면 시인이지요. 다른 문화, 잘 몰랐던 문화를 접하게 되어 이 모임에 나오는 게 너무 좋습니다.
- 2016-1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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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나를 돌보기 PART2] 가까운 미래를 계획하며 나만의 삶 돌보기
-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가만히 눈만 감아도 자기 성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획적이고 때론 의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자기 돌봄에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나이가 들면 삶에 대한 의욕이 점점 떨어진다. 그래서 특별한 의지 없이 먹고 자는 아기들처럼 무기력하게 기본적인 생활만 이어간다는 것이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를 만나 자기 돌봄에 대해 짚어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김동철 ㈜김동철 심리케어 대표원장·표현심리 박사 ◇ STEP 1. 진정한 돌봄이란 무엇일까? 중·장년기 '돌봄’에 대한 오해 3가지' [1] 나이가 들수록 더 능숙하게 자신을 돌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연륜 덕분에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대개 중년의 여유와 멋스러운 사색을 떠올리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이든 사람은 면역력과 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을 돌볼 힘과 의지가 부족해 쉽게 자신을 놓아버린다. [2] 나를 돌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를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샤워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는 것도 귀찮아한다. 막연히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의지도 약하고 의무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주를 돌보게 되면 아이의 생활 패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신도 함께 돌볼 수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3] ‘돌봄’이란 자율적이고 이상적인 행위다? 마치 득도라도 하려는 듯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 오히려 강제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으며 일상에서 자극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강제성이 없으면 자기 돌봄도 없다. ◇ STEP 2. 이럴 땐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시그널! [1] “요즘 통 연락이 없네?” 자녀나 친구,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줄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면 자신의 상태와 환경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요즘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가? 말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는가?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역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증거다. 주변에서 연락이 끊긴데다가 스스로 먼저 전화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면 심각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 “먹는 게 영 부실하네?” 밥도 많이 먹지 않고, 먹는 반찬이 늘 정해져 있지는 않은가? 행복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아진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때는 맛있는 음식이 자꾸 당기고,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다. 의무감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것은 스스로 고통을 주는 것과 같다. [3]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수면시간이 줄어도 양질의 수면을 취한다면 일상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수면 상태가 길거나 꿈을 많이 꾸는 등 깊게 잠을 이룰 수 없으면 낮 시간 동안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오래 자고 누워 있어도 계속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다면 신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자신을 돌보는 에너지를 얻기도 힘들어진다. [4] “어쩐지 몸이 더 아픈 것 같은데?” 중·장년들은 당뇨나 혈압 등 평상시 관리해야 하는 지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서 수시로 점검하고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몸이 안 좋다면 심리적인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신경 쓰이는 일들이 있는지, 힘든 일이 있는지 자신의 주변 상황과 심리 상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STEP 3. 나를 돌보는 4가지 행복 레시피 [1] 당연한 것들로 하루 계획표 짜기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더라도 하루 계획표를 작성하고 그에 맞춰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제야 구속 없이 살려는데 다시 틀에 매이는 것 아닌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나이 들수록 적당한 긴장과 의무는 필요하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계획표는 세밀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나 달걀 프라이에 참기름 세 방울을 똑 떨어뜨려 간장을 더해 밥을 비벼 먹고, 8시 뉴스를 보다가 사과 반쪽을 깎아 먹는다.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짠다면 일상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기 돌봄에도 의욕이 생긴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가까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은 곧 이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대치도 커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2] 살짝 어려운 흥밋거리 찾기 나를 돌본다고 철학책을 읽거나 조용한 시골에 내려가 명상을 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평소에 그런 습관이 들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지루해진다. 그보다는 흥밋거리를 찾아야 한다. 시니어 세대의 특징은 쌓아온 경험은 많지만,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책 읽기처럼 쉬운 일들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오히려 미루게 된다. 따라서 조금 어려운 일을 찾는 게 좋다. 그러면 조바심이 생기면서 초조해지기도 하고, 그만큼 성취감과 기대감에 대한 욕구도 커진다. ‘이루지 못한 꿈’을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 또 한 가지 추천할 것은 ‘악기 배우기’다. 악기를 배우면 성취감은 물론 음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3] 외모 꾸미기로 자존감 높이기 나이 들수록 외모에 대한 포기도 늘어간다.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가꾸지 않는 부스스한 모습을 계속 마주한다면 패배감이 들고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넥타이를 바꿔보거나 밝은 색 립스틱을 발라보는 등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줘야 한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 해도 잠옷과 일상복 등을 구분해서 입고, 가능한 한 깔끔한 복장으로 지내는 게 좋다. 이렇게 가꾸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겠네?’라는 의지와 함께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겨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꾸밈은 몸에 대한 것이지만 정신적인 힐링과도 연결된다. 외모가 단정해지고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내적 자존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4] 마지막 페이지를 생각하며 자서전 쓰기 자서전을 쓰면 과거의 일들을 돌이켜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세월에 대한 돌봄과 더불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돌봄이 가능해진다. 특히 자서전의 마지막 페이지를 염두에 두다 보면 현재의 내 모습을 돌보게 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지도 생긴다. 누구든 자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자서전을 쓰려면 매일매일 조금씩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해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옛날을 기억해내는 이 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뇌 운동이 되고 인생 고비마다 어려움을 극복해온 자신이 한없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2016-11-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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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나를 돌보기 PART3] 7人 7色, 나를 위한 돌봄 이야기
- 자신을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의 원칙과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에게 통하는 정답은 없다. 우선 나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막연하다면 각 분야 인사들의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 “내 인생의 기본은 후회 없이 사는 것” 강민지 (직장인·56) 나는 60세가 되든 70세가 되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고 싶다.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마음 수양을 한다. 사찰에 들어가면 혼자 수행하지만 여기서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느끼면서 도를 닦는다. 격분했을 때 한 번, 두 번, 세 번 삭힌다. 그러면 후에 정말 참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부딪치면서 내 마음속 내면과 사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는 천사다’라고 되뇐다. 내가 참고 고운 말을 했을 때 상대방도 달리 받아들인다. 2~3년 꾸준히 실천하면서 생각한 결과다. 머리를 깎은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겉치레는 전혀 필요 없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석 박원규 (서예가·69) 바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 약속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다. 예를 들어 내가 4시 반에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못 일어났다고 상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발전이 없다. 어떤 약속이든 모두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가장 앞에다 놓는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품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49) 꽃중년을 위해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영양제다. 나는 매일 아침 5종류의 영양제를 먹는다. 종합비타민제와 오메가3, 비타민D, 칼슘과 마그네슘, 유산균 캡슐이다. 영양제는 건강을 위한, 가장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다. 음식으로 건강을 챙기려면 누군가 발품을 팔고 비용을 지불해 싱싱한 재료를 사서 정성껏 조리해야 한다. 운동은 한 시간 이상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그러나 영양제는 한 달 1만~2만원의 비용으로 물과 함께 삼키면 그만이다. 영양제는 약이 아니라 식품이다. 음식으로 이들 영양소를 모두 챙겨먹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평소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영양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격려와 칭찬부터 시작하자” 유경 (프리랜서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56) ‘자기 돌봄’은 ‘자기 돌보기’와 ‘자기 돌아보기’를 합한 것이 아닐까? 먼저 ‘나 돌아보기’. 잘한 일보다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일이 많아, 미련과 후회의 큰 파도가 덮쳐오곤 한다. 그럴 때는 자책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러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칭찬하기. 잘 견뎌냈다고,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여주기. 이젠 ‘나 돌보기’로! 시원한 캔맥주와 추리소설 속으로 풍덩.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소설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전환과 함께 정신도 눈도 반짝반짝.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격려와 칭찬이 ‘자기 돌봄’의 원천. ◇“나를 돌봐야 사랑하는 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교회 목사·62)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매주 목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아내와 온천도 가고 드라이브도 한다. 당연히 타인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온 삶인데, 그런 일상들이 쌓여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나를 돌봐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곳에도 찾아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건강도 챙기려고 한다. 자기 책망이나 미움보다는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사랑, 행복, 위로의 에너지를 나를 돌봄으로써 채우고, 그 에너지를 주변 사람에게 나눈다. 그런 점에서 힐링은 필요하다.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일을 한다” 현경 (유니언신학교 종신교수·60) 나를 나답게 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일이다. 그것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가령 미술사를 공부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든지 탱고를 배운다든지 하는 것이 모두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일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열심히 일한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모든 것을 딱 닫아버린다. 인터넷도 안 한다. 주로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스키를 타거나 바다로 간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호기심 유지하기” 장순근 (극지연구소 정책자문위원·70)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전자의 일을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를 자주 오간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정리하는 것이 작은 기록일지라도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후자의 결심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가능한 한 자주 어울리고 있다. 매월 과학책 한 권을 읽는 과학 독서아카데미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참여하는 이 모임은 내가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귀중한 모임이다. 호기심이 없고 즐겨 하는 일이 없으면 늙는다고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 2016-11-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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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방송 통해 보여주는 솔로 연예인 생활은?
-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산업구조와 사회 상황의 변모,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 이혼·비혼 증가 등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9월 주민등록 인구 통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2121만4428세대 중에서 1인가구가 738만8906세대(34.8%)로 가장 많다. 2인가구는 452만1792세대(21.3%)로 그 뒤를 이었고, 4인가구 397만1333세대(18.7%), 3인가구 391만8335세대(18.5%) 순이었다. 1인가구의 증가세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솔로 생활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1인가구 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하고 솔로 생활 풍속도를 보여줘 눈길을 끌고 있다. 연예인 역시 이혼, 비혼, 사별, 직업적인 특성 등의 이유로 1인가구가 많이 늘었다. 방송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앞다퉈 혼자 사는 연예인, 특히 중·장년 연예인 1인가구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MBC의 , SBS의 , , 채널A의 등의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생활을 통해 1인가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식주와 생활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전달하고 있다. 1인가구 시청자들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생활과 정보를 접하면서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는 방송인 전현무, 개그우먼 이국주 등 혼자 사는 유명인의 솔로 생활과 풍속도를 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의식주와 인간관계 형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요령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 출연자 중 이혼 후 혼자 지내면서 1인가구 생활을 하는 중견 탤런트 김용건(70)은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용건은 의식주를 비롯한 기본 생활에서부터 취미, 사교활동, 문화생활,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상 구입에서부터 착용 방법에 이르기까지 패션감각이 뛰어난 패션니스타로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장·노년의 건강관리에 영향을 주는 음식 구매와 식사 잘하는 요령까지 알려준다. 또 행복한 장·노년 솔로 생활의 필수요소인 드라이브, 패러글라이딩, 록페스티벌 관람을 비롯한 취미생활과 지인들과의 정기적인 모임 등 사교활동과 인간관계 유지법 등도 제공한다. 김용건은 “시대와 상황이 변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살 때보다 혼자 살면서부터 패션에서 식사까지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혼자여서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혼자여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동안 못해본 것을 해보며 생활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행복한 1인가구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예능인 김국진(51), 가수 강수지(49) 커플의 오작교 역할을 해 관심을 모은 SBS 은 중·장년 솔로 연예인들이 여행 등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혼자 생활하는 중·장년과 노년층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인간관계 단절에서 초래되는 외로움이다. 이 외로움을 여행과 이성 혹은 동성 친구와의 교제를 통해 잘 극복하고 즐거운 1인 솔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다. 김동규(51), 이연수(46), 김광규(49), 김완선(47), 김도균(52), 김국진, 강수지 등 이혼을 했거나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아 혼자 사는 중·장년 연예인들은 제주, 강원 등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서로 마음을 나눈다. 또한 솔로 생활의 어려움이나 외부의 시선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더 즐거운 1인가구 생활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완선 등 솔로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은 결혼하지 않더라도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에 출연하면서 연인이 된 김국진-강수지 커플은 “이혼 후 혼자 사는 생활을 오래 해왔다. 을 통해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도 연애나 교제 등을 통해 이성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외로움 극복은 물론이고 행복과 즐거움, 건강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동성 혹은 이성과의 교제 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가족이라는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바로 반려견 등 동물 키우기다. 주병진(57)은 종편 채널A의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활의 변화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병진은 방송에서 “애완견을 키우고 함께 생활하면서 내 삶이 달라졌다. 식사하는 것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까지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애완견 등 동물을 키우면 삶과 1인가구 생활이 더 행복해질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JTBC의 , tvN의 등 쿡방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국진 등 혼자 사는 일부 연예인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1인가구 생활에서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을 위한 요리법을 터득한다. 김국진은 “혼자 살면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요리 만들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법을 배웠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요리법을 배우면 여러 가지 요리를 하며 건강을 챙기는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건모(48) 박수홍(46) 등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의 생활과 이를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심경을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SBS에서 방송하는 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심경,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솔로 연예인들의 심경과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솔로 생활을 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경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과 오해가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1인가구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부모 등 가족들이 오해나 편견, 고정관념이 많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솔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혼자 살면 외롭다거나 불행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가족들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는 1인가구 생활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박수홍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행복하고 혼자 살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가족과 가족 형태에 대한 생각과 인식도 많이 바뀌고 혼자 생활해도 결혼한 사람 못지않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인가구로 혼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이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연예인들의 솔로 생활을 보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2016-11-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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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지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가끔 호텔 대신 아파트나 레지던스에서 묵는 것을 선호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객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세대를 초월해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묻는 등 가볍게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져서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쏟아내며 심오한 인생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일정이 맞으면 하루 이틀 함께 더 여행을 하기도 하고, 계획했던 여행지를 바꿔 새로운 여정을 꾸리기도 한다. 우리 세대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다. 삼십이 넘어서야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었고 무엇보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큰맘 먹고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느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그들의 여행은 가볍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 젊은이는 축구 마니아였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영국 프리미어 축구 리그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영국 여행을 간다고 했다. 우리 세대처럼 영국에 가서 버킹엄 궁전을 제일 먼저 보고 주요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팀 경기장을 먼저 찾아간다.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큰돈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기념품으로 산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은다. 필자는 여행을 자기 기준에 맞춰 가볍게 설계하고 다녀오는 젊은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 세대는 여행지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느끼려 한다. 여행은 여행일 뿐이다. 무언가를 꼭 보고 얻어야 하는 여행이 아닌,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는 여행도 있다. 올 봄에도 열흘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 현지인이 운영하는 아파트에 묵지만 첫날 하루만 편안하게 여독을 풀기 위해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젊은이와 차를 마시며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학업을 잠시 멈추고 세계일주 중이었는데, 여비가 떨어져서 이곳에 몇 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행을 더 할 것이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간다고 했는데 지금쯤 그 친구는 어느 대륙에 가 있을까? 취업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요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갭이어를 갖는 것이다. 갭이어(Gap year)는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우리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도 해보지 못한 채 주어진 환경에서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 경험을 쌓고 좀 늦더라도 자기 길을 찾으려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부러울 때도 있다. 젊었을 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던 우리 세대는 시니어가 된 지금도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할 줄도 모르고 그저 적당히 잘사는 중년, 노년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 2016-10-2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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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화의 <마스터 클래스>
-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에 멋진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윤석화의 . 1998년 첫 공연 이후 17년간 이어진 공연이라니,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윤석화라는 연극인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클래스는 세계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가 노래하지 못하게 된 후 젊은 성악가들을 위해 연 심화 과정의 특별 수업이다. 인생의 전부였던 목소리를 잃고 사랑도 잃은 칼라스의 정열, 조소, 질투, 비탄, 눈물, 의지, 환희가 오페라처럼 교차하는데 그 역할이 윤석화 아니면 대신할 수 있는 연극배우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좋은 무대였다. 이번 공연은 윤석화의 교통사고로 열리지 못할 뻔했다고 한다. 실제로 윤석화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다른 날은 모두 저녁 공연인데 목요일만 낮 3시 공연이 있어 예매를 하고 친구와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만나기로 했다. 마침 필자가 도착했을 때 셔틀버스가 떠나버려 다음 버스를 기다리려다 걸어가기로 했다. 서늘한 가을 날씨에 장충공원을 따라 걸으니 아련한 옛 추억도 떠오르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공연장엔 주로 주부처럼 보이는 중년 여성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시작되어 커튼이 열리자 중앙 문에서 휠체어를 탄 주인공 윤석화 씨가 등장했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등장에 손뼉을 쳤는데 그녀의 첫마디는 “여러분 손뼉 치지 마세요, 여러분은 제 수업을 들으러 온 마스터 클래스의 학생입니다”였다. 우리는 그렇게 마스터 클래스의 학생이 되어 숨 죽이고 무대를 지켜봤다. 사고 때문인지 원래의 설정인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연극이 시작되었는데 노련하게 이끌어 가는 모습이 ‘역시 윤석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단출했다. 한쪽에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을 뿐이었지만 무대가 꽉 찬 듯 느껴지는 건 관록 있는 배우의 역량일 것이다. 마스터 클래스의 첫 번째 학생 소피가 들어와 엄격한 칼라스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실수하는 장면, 두 번째 학생인 콧대 높은 샤론이 중간에 뛰쳐나가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세 번째 남학생 토니와 피아니스트 안드레이로 등장인물은 모두 다섯 명이다. 마리아 칼라스는 1923년 뉴욕에서 그리스 이주민의 딸로 태어났다. 타고난 성량으로 성악을 하게 됐고 1949년 부유한 사업가 메네기니와 결혼해 함께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해서 명성을 얻었다. 흥미로운 건 그때까지 뚱뚱했던 그녀가 30kg을 감량하고 날씬한 몸매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성량을 걱정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는 메네기니와 헤어진다. 오나시스의 아이를 가졌음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오나시스는 칼라스를 버리고 재클린과 결혼했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오나시스를 향한 애절한 마음의 연기가 윤석화를 통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해져 뭉클하고 눈물이 났다. 는 오페라의 전설, 금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인생 전부였던 목소리를 잃고 오나시스의 사랑도 잃은 후 젊은 성악가들을 위한 특별 수업 마스터 클래스를 하며 자신의 인생도 돌아본다는 이야기였다. 윤석화 씨는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17년간 이어졌던 무대를 다시 볼 수 없게 됐다는 점이 안타깝다. 마리아 칼라스의 연기를 누가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녀가 “오 다또 뚜또 아 떼(난 당신에게 모든 걸 바쳤어요)”라고 외칠 때 비통함이 느껴져 필자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렬하고 열정적인 연극 한 편으로 깊어가는 가을이 운치 있게 다가온 하루였다.
- 2016-10-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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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인물열전] 한국 축구 최종 수비수 ‘김정남’ 포지션 바꾼 ‘신의 한 수’ 월드컵 첫 승점 감독 영예
- 글 신명철 스포티비뉴스 편집위원.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smc6404@naver.com 한국은 지난 8월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0-1로 져 2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 대회 3위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꺾고 꿈에도 그리던 올림픽 축구 메달을 거머쥐었다. 1948년 런던 대회에 처음 출전한 지 64년 만에 이룬 대업이었다. 이때 기쁨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올림픽 2회 연속 조별 리그 통과(8강)라는 쉽지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적지 않은 축구 팬이 한국의 주전 공격수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 선수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 팬들은 행복해 했는데. 8월호에 소개한 김호와 ‘바늘과 실’ 사이인 김정남이 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1960~70년대 초반에는 축구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김정남은 평생의 축구 파트너인 김호보다는 약간의 행운이 있었다. 김정남은 1943년생으로 김호보다 한 살 위다. 이 차이로 김정남은 21살 때인 1964년 도쿄 올림픽에 함흥철(GK) 김정석 차태성(이상 FB) 우상권 차경복(이상 HB) 이이우(FW) 등 선배들과 함께 출전하는, 그 무렵 축구 선수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1964년 도쿄 올림픽 성적을 살펴보면 그건 꼭 기회이자 행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월남(남베트남)을 3-0(서울), 2-2(사이공, 오늘날의 호치민) 합계 5-2로 누르고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뒤에 대회를 보이콧하지만 북한은 태국을 7-0(5-0 2-0)이란은 인도를 6-1(3-0 3-1)로 제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차지했다. 개최국 일본은 이탈리아가 불참한 D조에서 1승1패를 기록해 조별 리그를 통과했지만 8강전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 0-4로 져 탈락했다. 이란은 A조에서 1무 2패를 기록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란은 그나마 멕시코와 1-1로 비겨 승점을 1을 건지기라도 했다. 한국은 C조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 1-6, 브라질에 0-4, 아랍공화국연합(이집트+시리아)에 0-10으로 대패했다. 좀 거칠게 말하면, 묵사발이 된 것이다. 이 무렵 한국 축구는 암흑기였다. 이전 출전 올림픽인 1948년 런던 대회는 자유 참가제로 나선 것이고 8강전에서 스웨덴에 0-12로 크게 졌다. 1회전에서 멕시코를 5-3으로 누른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막내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정남은 그 대회에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김정남은 “경기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참패한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아프고 부끄러운 대목 가운데 하나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분발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듬해인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 9회 메르데카컵 대회에서 자유중국(오늘날의 대만)과 공동 우승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 아시아 지역 친선 대회이긴 했지만. 김정남은 스포츠계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서울 토박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은로초등학교 6학년 때 골목길에서 축구공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무렵 운동선수가 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축구인인 외삼촌의 지도 덕분에 남들보다 축구를 잘했고 서울 보성중학교에 진학한 뒤 축구 선수 출신인 체육 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게 했다. 어머니는 5남 3녀 가운데 장남인 김정남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지만 축구가 재미있어 몰래몰래 공을 찼다. 큰형의 영향으로 쌍둥이 형제인 김강남-김성남이 실력 있는 선수로 활약한 내용은 중·장년 축구 팬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김호 편에서 소개했듯이 김정남은 1960~70년대 한국 최고의 최종 수비수였다. 그러나 선수 생활 초기에 김정남의 포지션은 미드필더였다. 김정남이 다닌 보성고는 축구 실력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그 무렵 서울에서 동북고와 쌍벽을 이루고 있던 축구 명문 한양공고로 전학했지만 이른바 초고교급 선수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을 좀 찬다고 하면 가는 곳이 공격수 또는 미드필더다. 김정남은 경기에 나가기 위해 포지션을 수비수로 바꿨고 이 결정이 요즘 유행하는 표현인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정남이 끝까지 미드필더를 고집했다면 한국 축구대표팀 주전 수비수,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 김정남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비수로 자리를 옮긴 김정남은 한양공고 3학년 때인 1962년 국가대표에 처음 뽑혀 메르데카배컵 대회에 출전했다. 요즘은 종목별로 고교 선수들이 심심찮게 국가대표로 선발되지만 그 무렵 고교생이 태극 마크를 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김정남의 경기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증거다. 김정남은 고려대에 진학해서 미드필더 포지션을 되찾았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 들어가면 수비수로 위치가 바뀌었고 한 살 밑이지만 평생의 친구가 되는 김호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둘이 함께 출전한 1960년대 중반 최고의 대회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이다. 둘에게, 그리고 한국 축구가 땅을 칠 만큼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김정남 김호 외에 이세연(GK) 서윤찬(HB) 이회택 정병탁(이상FW) 등 신세대 팬들도 알 만한 선수들이 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올림픽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당시 경기 상황을 복기하면 이들이 가슴에 지니고 있는 올림픽 출전 불발의 한(恨)이 어느 정도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1965년 9월 24일 도쿄에서 막을 올린 멕시코시티 올림픽 아시아 지역 A조 예선에서 한국은 자유중국을 4-2, 레바논을 2-0, 월남을 3-0으로 물리치고 같은 3승의 일본과 맞붙었다. 일진일퇴의 숨 막히는 접전 끝에 두 나라는 3-3으로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한국은 필리핀, 일본은 월남과 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골 득실차에서 +7로 +21의 일본에 크게 뒤져 있었다. 일본이 필리핀을 15-0이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이겼기 때문이다. 15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 속에 한국은 필리핀을 5-0으로 이긴 반면 일본은 월남을 1-0으로 누르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축구가 이 예선 결과를 두고두고 아쉬워한 이유는 한국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고 본선에 오른 일본이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태국과 함께 멕시코시티 올림픽 축구 종목에 출전한 일본은 조별 리그 B조에서 나이지리아를 3-1로 꺾고 브라질과 1-1, 스페인과 0-0으로 비겨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프랑스를 3-1로 잡은 일본은 준결승에서 우승국 헝가리에 0-5로 대패했으나 3위 결정전에서 홈그라운드의 멕시코를 2-0으로 누르고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축구 메달을 획득했다. 이 대회 득점왕이 중년 이상 축구 팬이라면 잘 알고 있는 가마모토 구니시게다. 공격수 가마모토는 이회택, 수비수 야마구치 요시타다, 가타야마 히로시는 김정남, 김호와 여러 대회에서 마주쳤는데 한국 선수들이 이들보다 조금 더 나은 경기력을 갖고 있었다. 김정남은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올림픽에도 출전했고 지도자로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감독이라는 영예를 누렸다.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3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이었기에 축구인 김정남의 긍지는 더욱 컸다. 김정남은 50년 지기 김호와 함께 존경받는 축구계 선배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2016-10-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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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중년@] 압구정동 그녀들의 은밀한(?) 성지 ‘은성탕’
- 10월호 // [꽃중년@] 압구정동 그녀들의 은밀한(?) 성지 ‘은성탕’ 90년대 ‘오렌지족’, ‘X세대’라는 말이 생겨나면서부터였을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은 그저 다른 동네였다. 성형외과 간판이 줄을 잇고, 고급 브랜드 상점과 높고 넓은 빌딩이 빽빽한 곳. 사람 냄새가 사라진 이곳에서 특이하게도 정감 있는 장소를 하나 발견했다. 럭셔리(Luxury)란 말로 포장한 듯한 압구정동 한복판에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같은 ‘은성탕’이 있다. 10월에는 압구정동에서 발견한 동네 목욕탕 정취에 빠져 볼까? 압구정동에서 목욕탕을 검색해 간 곳이 은성탕이다. 압구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모든 게 달랐다. 시간이 멈춘 듯 크고 작은 소도구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여름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해 한결 깨끗해졌지만 정감은 그대로다. 이곳의 단골손님들은 ‘꽃다운 나이’ 자랑하는 50에서 70대 사이 ‘언니’들. 새벽 5시 ‘땡!’하면 출근해 물에 몸을 담그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떤다. 목욕탕 멤버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문봉숙(74)씨는 H백화점 VIP고객인 재스민 회원이다. 여전히 건강하고 돈 잘 버는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단골손님 중 1등으로 목욕탕에 도착해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언니다. 오랜 친구인 김양순(71)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목욕탕으로 출근(?)하는 문씨의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또한 살뜰하게 친구들도 챙기는 문씨. 취재 당일도 아침 목욕을 끝내고 H백화점 VIP라운지에서 시간을 즐기러 갔다가 점심시간 쯤 친구들과 함께 먹을 밥을 준비해 다시 목욕탕으로 돌아왔다. 목욕탕에서 왜 선글라스 같은 안경을 벗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최근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는 문봉숙씨. 눈 위에 살들이 쳐져 불편했는데 수술 뒤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청록카바레 주름잡던 우리 젊은 우리 50대 시절 김양순 내가 느꼈어. 인물이 예쁘면 시집을 잘 가. 나도 인물이 받쳐줬기 때문에 은행원한테 시집 간 거야(웃음). 문봉숙 얘 젊었을 때는 예뻤어. 지금은 망가져서 그렇지(웃음). 김양순 김신조가 넘어왔을 때 1968년에 내가 육군본부에 있었거든. 나는 육군 장교하고 엮어질 줄 알았어. 그런데 은행원한테서 중매가 딱 들어오니 집에서 난리가 난거야. 은행원인데다가 집안도 좋고 대학도 좋고. 간판이 사람 죽이더구먼. 나 그래서 간판보고 시집갔잖아. 그런데 성격은 더 좋은 거야. 남편이 나 놀던 걸 전혀 몰라. 뭐 내가 카바레 가려고 거짓말하면 “왜 여자들이 저녁에 문상을 가냐고 낮에 가지” 그랬어. 모르니까. 우리는 또 그냥 집에서 나왔다가 밖에서 옷 갈아입고 그랬었어. 고속버스터미널 옆 청록카바레, 옛날 우리 때는 고속버스터미널 옆 청록카바레가 제일이었어. 우리 50대일 때 거기가 유명했다고. 20년 됐어. 그때도 참 인기 있었는데. 9월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문봉숙씨(왼쪽)와 김양순씨(오른쪽). 두 사람은 40대 중반에 자녀들 초등학교 자모회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실향민 2세라는 사실을 알고 돈독해졌다고. 10여 년간 은성탕에 같이 다니면서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됐다. 17년째 은성탕을 운영 중인 김은진(57)씨. 10년 전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동생 사는 미국에 갈까도 생각했다. 지금은 이곳에서 오랜 단골 만나고 사는 게 좋다. “머리에 영양 주는 거예요. 머리가 뻣뻣해서. 머리는 항상 여기서 해. 편하니까 여기서 해요. 목욕탕 안에서 하니까. 머리하는 가격이 저렴해. 그냥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거야. 파마 3만원, 압구정동에서 완전 싼 거잖아. 안 그래?” “죄송하지만 뒷모습을 좀 찍고 싶은데 물속으로 들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랬더니 한 분은 물속으로 또 한 분은 그냥 찍으라고 한다. 욕조에 걸터앉은 분은 1주일에 3번 신장질환으로 혈액투석을 한다. 병원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와서 수다도 떨고 목욕도 하면서 몸의 순환을 돕는다고.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보니 혈액투석을 위해 두꺼운 주사바늘을 오랜 시간 꽂은 탓에 팔 혈관이 크게 부어올라 있었다. 물 안에 앉아 있는 분은 국내 유명 일간지의 언론인 출신이다. 요즘은 기존에 만나던 사람들 대신 목욕탕에서 만난 친구들 사는 얘기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다고. 목욕탕에 앉아 맑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 2016-09-29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