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가장 가까운 철길이 강원도 강릉 정동진이라고 했다. 달맞이고개에서 동해남부선 열차를 봤을 때 이 철길은 바다와 두 번째로 가까울 거라로 생각했다. 빨간 무궁화열차가 바다에 닿을락 말락 실랑이하듯 달렸다. 그 낭만적인 풍경을 다시 보고 싶어 다음 열차를 한참 기다렸던 적이 있다. 이제 그 철길에 새 해변열차가 달린다.
동해남부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옛 동해남부선의 역사가 파란만장하다. 부산~포항을 오갔던 동해남부선 열차는 1935년 일제가 개통했다. 자원을 수탈하고, 일본인이 해운대를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 무궁화호가 부산~울산~경주~포항을 오가며 오랫동안 서민의 발이 돼주었다. 2013년 동해남부선을 이설해 복선 전철화했다. 기존 철로를 복선화하려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설된 동해남부선은 2016년부터 영덕까지 가는 동해선으로 편입됐다. 동해남부선은 그렇게 영영 사라졌다.
동해남부선 노선 중 해운대 미포~청사포~송정 구간은 바다와 가까워 아름다운 철길로 꼽혔던 곳이다. 이 구간을 재활용할 방안을 두고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고심했다. 레일바이크, 산책로, 자전거길, 노면전차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최종적으로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산책로, 쉼터가 어우러진 철길 공원 ‘블루라인파크’를 조성하기로 했다.
2015년 9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드디어 올해 10월 해변열차를 개통했다. 철로 옆에는 덱 보행로인 그린레일웨이를 놓았다. 미포~청사포 구간에는 공중 레일을 설치해 스카이캡슐을 운행한다. 11월 말 개통할 예정이다.
영화 ‘해운대’와 미포의 추억
약 6년 동안 열차가 다니지 않던 철길에 다시 열차가 다닌다기에 기쁜 마음으로 미포로 향했다. 미포는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포구다. 미포의 ‘미’는 꼬리 ‘尾’ 자를 쓴다. 아름다울 ‘美’ 자를 써도 억지스럽지 않은 바닷가다. 미포에서 초승달처럼 해안선이 고운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광안대교,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포가 유명해진 계기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2009) 덕이 크다. 피서객 수백만 명이 모인 해운대해수욕장에 초대형 쓰나미가 시속 800km로 밀려와, 미포 횟집 거리와 미포 건널목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뛰어난 CG 기술로 참혹한 재해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한 장면이 생생하다.
미포 건널목의 실제 풍경은 고요했다. 건널목이 있는 언덕길의 끝은 바다였고, 바다 한가운데 오륙도가 떠 있었다. ‘땡땡땡’ 다급한 종소리가 언덕에 울려 퍼지면 차와 오토바이들이 건널목 앞에 섰다. 차단봉이 내려오고, 잠시 뒤 무궁화열차가 쌩하니 지나갔다. 열차 너머로 미포 앞바다가 반짝였다.
바다와 해송과 사람을 만나는 해변열차
지금 미포 건널목은 흔적만 남았다. 옛 건널목에서 청사포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해변열차 출도착역인 미포정거장이 나온다. 이국적인 모양의 해변열차가 기다린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색 넉 대의 열차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해변열차의 객차는 2량이며, 좌석이 창을 향해 두 줄로 배열돼 있다. 객차 앞뒤에는 독립된 4인 좌석이 있다. 줄을 빨리 서면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해변열차는 미포정거장을 출발해 달맞이터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구덕포를 지나 송정정거장까지 약 5.4km 구간을 달린다. 시속 20km 내외로 천천히 달리므로 풍경을 여유롭게 즐긴다. 철로 옆 보행로를 걷는 사람들이 열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든다. 열차 탑승객도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열차 안에서 바다, 솔숲, 어촌마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 구경도 흥미롭다. ‘도심 속 해변열차’ 콘셉트가 해변열차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보행로와 철로 사이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고, 건널목 구간에는 안전요원이 지키고 있어 안전하다.
열차가 달맞이터널을 지나자 안내방송이 나온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해월정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의 경계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11시 방향으로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부산 앞바다는 동해일까, 남해일까 묻는 퀴즈에 이제는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
등대가 아름다운 청사포와 다릿돌전망대
해변열차 자유이용권을 사면 맘에 드는 정거장마다 내려 관광하고 다시 탈 수 있다. 청사포정거장에 내려 청사포를 천천히 둘러본다. 청사포는 일출과 초저녁 달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포구 너머 빨간 등대, 하얀 등대가 연인처럼 서 있는 풍경도 그림 같다. 바닷가에는 오래된 조개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이곳의 조개구이는 양념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가리비, 키조개 같은 큰 조개에 모차렐라와 양파를 듬뿍 넣은 고추장 양념을 얹어 굽는다.
청사포정거장에서 다릿돌전망대정거장까지는 가까워 걸어갈 만하다. 다릿돌전망대는 청사포 마을의 수호신이라는 푸른 용을 형상화해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높이가 20m, 길이는 72.5m에 달한다. 전망대를 상공에서 보면 용이 꿈틀대며 바다로 들어가는 것 같다. 전망대 끝자락에는 반달 모양의 강화유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다릿돌이란 이름은 전망대 앞으로 펼쳐진 암초들이 징검다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
다릿돌전망대를 지나면 기암괴석이 많기로 소문난 구덕포가 나온다. 철길가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카페, 숙박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도착점인 송정은 부산의 3대 해수욕장이라 불린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서핑 성지로 인기 있다. 추운 겨울에도 서퍼들을 볼 수 있다. 바닷가 주변이 해운대보다 한적해 송정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바다에서 보는 부산 야경
송정에서 다시 미포로 돌아오니 해 질 녘이다. 부산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이므로 야경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다. 6시 10분 배가 첫 야경 유람선이다. 겨울에는 오후 6시 전에 해가 지므로 야경 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승객이 혼자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손님이 많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유람선이 출발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해운대 바닷가에 늘어선 고층 빌딩과 호텔,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신도시 마린시티가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그 빛이 수면에 비쳐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야경에 방점을 찍은 것은 광안대교다. 해상에 건설된 국내 최대 규모의 2층 현수교로 높이 비상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했다. 국내 기술진이 만든 다리여서 의미가 크다. 밤이 되면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표현하는 조명이 광안리 바다를 보랏빛으로 수놓는다.
뒤에 앉은 청년들이 “와 광안대교 야경 진짜 쩐다. 유람선 탄 건 신의 한 수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런 멋진 야경은 처음 본다는 뜻이리라. 젊은 나이에 유람선에서 부산 야경을 봤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유람선이 광안대교 밑을 통과해 다시 미포로 돌아온다. 승선 시간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 이모(78)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힘들다. 두 달이 넘도록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코로나19 검사에 병원 진료까지 받았다. 그런데 감기가 아니라 천식이었던 것. 나이가 든 탓에 감기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고 여긴 게 화근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겨울에는 증상이 심해져 대화를 하다가 어느 순간 숨이 찰 정도로 상태가 나빠져 외출도 쉽지 않다. 올겨울 이 씨의 가장 큰 바람은 추위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겨울철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는 날이면 천식으로 고생하는 시니어가 많다. 천식이란 폐 속 예민해진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거나 기침이 나오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보통 3~4월 봄철 환절기와 10~12월 겨울철에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겨울에는 시니어 천식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 찬 공기와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노인들의 기관지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천식 환자 수는 월 평균 9만 명과 10만 명 사이를 오가다 1월(13만6886명)과 12월(12만7639명)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3주 이상 기침한다면 ‘천식’ 의심
천식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호흡곤란이 동반되며 ‘쌕쌕’ 하고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야간에나 운동 후 기침이 더욱 심해진다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만성화되기 전에 전문의를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기침이 시작된 이후 3주 이상 계속된다면 천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나 올해 겨울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만큼 시니어들은 기관지 건강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한방에서는 천식을 목에서 소리가 나고 호흡이 급박한 증상이라는 의미로 ‘효천’(哮喘)이라 부른다. “천식은 원인이 천 가지라 천식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발 요인이 다양한데 한의학에서는 ‘담’(痰)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담이란 몸 안의 체액이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탁하고 걸쭉하게 변성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한방의 천식 치료는 담을 제거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다.
담은 기도점막에 염증을 발생시켜 발작과도 같은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해 항염증 작용이 뛰어난 한약재 위주로 처방하는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또한 침과 뜸을 이용해 기혈순환을 촉진하고 체내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음으로써 호흡기를 강화하는 치료도 진행된다.
무엇보다 천식은 재발이 잦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폐에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천식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소 주의만 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도 천식을 앓았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수영선수 박태환이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우선 담배와 술은 끊는 것이 좋고 자극적인 냉동, 인스턴트 음식 섭취는 최대한 피한다. 또한 매트리스나 이불, 자동차 시트, 쿠션 등 먼지가 쌓이기 쉬운 곳은 항상 청결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엔 감기를 조심해야 하므로 온도는 22℃, 습도는 5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영 효과적, 저녁 운동은 피해야
호흡기를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도 필요하다. 수영을 비롯한 수중운동은 기도의 수분 상실이 가장 적기 때문에 천식 환자들에게 제일 적합한 운동이다. 천천히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시니어에겐 호흡기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알맞다. 단, 공기가 차거나 건조할 때 운동하는 것은 되레 천식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새벽이나 늦은 저녁시간의 운동은 피하자.
추운 날씨라도 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각종 오염물질이 섞인 바깥 공기에 비해 실내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실내 공기가 더 나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날씨정보를 체크한 후 공기 질이 좋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옷장, 서랍 등을 함께 열어둬 천식 유발인자가 실내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한다. 또한 노년의 동반자인 애완동물을 기르는 시니어도 많은데, 동물의 털도 천식을 일으키는 유발요인 중 하나이므로 천식 환자는 애완동물을 집 안에서 키우지 말 것을 권한다.
시니어의 경우 치료와 평소 관리를 이어가다가도 천식 증상이 크게 줄어들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완치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증상이 없다가도 특정한 요인에 의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겨울을 건강히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도록 천식 재발과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자.
인간은 왜 다른 동물처럼 몸에 털이 많지 않을까요? 인류학자들은 땀 배출을 용이하게 하여 노폐물 배출과 체온 조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추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피부가 다른 동물과 달리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이 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따뜻한 외투를 두른 듯한 북금 곰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철이 다가와 외부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올겨울에도 우리 피부는 차갑고 건조한 외부 환경과 싸워야 합니다. 이런 겨울철에 조심해야 할 피부 질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피부건조증
겨울철에는 습도가 낮아져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되고 지방 분비가 적어져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이 증가되어 피부건조증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미세한 비늘을 동반한 홍반이 나타나다가 더 진행하면 피부가 갈라지기도 합니다. 또 나이가 들면 점차 피지선의 분비 기능이 떨어져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에 더욱 시달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며, 겨울철 실내에서는 가벼운 옷차림,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실내공기 환기와 가습기 등을 이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해주면 좋습니다.
우리는 흔히 피부 좋은 사람을 보면 아기 피부 같다고 표현합니다. 보송보송한 피부가 좋은 피부의 표본인 셈입니다. 아기 피부와 성인 피부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수분 유지 능력입니다. 피부 노화 방지는 이 수분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생명입니다. 건조한 겨울철에 피부 보습이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 안면홍조
일상생활에서 화가 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경우 또는 흥분했을 때 우리는 감정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생리현상을 넘어 지속적으로 자주 얼굴이 붉어진다면 안면홍조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얼굴의 양 볼은 외부에 늘 노출되고 혈관 분포도 많아 홍조가 잘 나타나는 부위입니다. 특히 겨울철 외부의 찬 공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피부 고민 중 하나입니다. 추운 바깥 날씨에 피부가 자극을 받으면 자율신경계 반응이 일어나 혈관들이 수축돼 체온을 보호하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모세혈관 확장으로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안면홍조 증상을 완화하려면 적절한 실내외 온도차 조절이 필요합니다. 과도하게 실내 온도를 올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 혈관에 자극을 주는 짠 음식, 뜨거운 음식 등도 피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피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는 상황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외에 알코올도 안면홍조의 원인이 됩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 장애 등 혈액순환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나 일부 약물에 의해서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습니다. 여드름, 접촉피부염,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피부 질환과 안면홍조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피부과 진료를 통해 원인이 되는 피부 질환을 치료해야 합니다. 안면홍조증은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치료를 받고 원인 차단과 악화 요인 배제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 한랭두드러기
찬 공기, 찬물, 얼음 등에 피부가 노출된 후에 나타나는 두드러기로, 낮은 온도에 있다가 다시 체온이 올라갈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겨울철,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에 자주 나타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드러기 종류 중 하나이며, 다른 두드러기와 마찬가지로 피부의 비만세포가 자극을 받아 히스타민 분비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발생합니다. 차가운 자극을 받은 몸 일부에만 올라오기도 하고 전신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콩 정도 크기로 볼록 올라온 홍반이 특징이며 심한 가려움이 동반되지만 대부분 3~4시간 내에 흔적 없이 치유됩니다.
병력 청취로 별다른 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유발검사(ice cube test)로 쉽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장년층에서 한랭두드러기가 처음 발생한 경우에는 피부과를 방문해 류머티즘, 암 등 다른 동반 질환 여부를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대부분은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진정이 되며, 심할 경우에는 계속 약 복용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방은 원인이 되는 추운 환경을 피하는 것입니다.
겨울철 피부 보호는 보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가 필요하며, 외부와 실내 온도 차이가 너무 나지 않도록 해줘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0~23℃, 실내 습도는 40~45%가 적절합니다. 샤워는 주 3회 10분 내외로 끝내고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샤워가 끝난 후에는 충분한 보습제를 발라 보습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피부장벽 유지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겨울철 피부 질환 예방의 첫걸음이며 건강한 피부를 지키는 비결입니다.
쌀쌀해지는 늦가을 날씨는 지도의 남쪽을 훑게 만들었고, 일행의 눈길을 잡은 곳은 담양이었다. 시니어들은 인터넷의 사진이나 댓글들을 믿지 않는다. 직접 보고 냄새 맡는 현장 답사를 중시한다. 그렇게 메타세쿼이아 길에 근접해 최근 숙박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메타프로방스 구역에 짐을 풀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하얀 건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같은 색깔의 다양한 카페들이 입점을 서두르고 있는 곳이었다.
중국산에 밀려 죽제품들이 없어지긴 했지만, 긴 세월 담양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온 대나무숲을 보러 죽녹원부터 찾았다. 하루에 1m 이상 자라 총 30m까지 크는 큰 키의 왕대부터 분죽, 맹종죽까지 다양한 종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주변보다 3~4℃가 낮단다. 이곳에 오니 유난히 더위를 타던 남편을 위해 죽부인을 사오셨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매일 껴안고 주무시던 그것의 이름에 하필이면 ‘부인’이 들어가, 어린 마음에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현장에서의 공부를 통해 이름만 대나무일 뿐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풀의 일종이라는 것과 1년 안에 다 큰 후에는 계속 딱딱해지기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안내판들을 읽으며 죽림욕을 할 수 있다는 산책로를 돌다 보니 금방 한 시간이 지났다.
죽녹원에서 나와 바로 길을 건너면 관방제림이다. 관방제는 과거에 관비(官費)로 연인원 3만여 명을 동원해 만든 제방이다. 둑 위로 약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를 ‘관방제림’이라고 부른다. 추정 수령 300~400년에 달하는 천연기념물들이 이 구역 안에만 185그루가 있다. 모두 이름표(00호)를 달고 어린 인간들을 압도하고 있다. 왕복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면서 아름드리나무들을 껴안고 세월의 냄새를 맡다 보면 허기가 느껴진다. 그럴 때는 다리 건너 ‘국수거리’로 이동해 멸치국물국수 한 사발로 속을 데우면 된다.
여행지에서의 늦가을 아침 식사는 뜨끈한 것으로 해야 온몸의 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래서 TV조선 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추천한 곳을 찾았다. 연로하신 주인장 부부는 점심까지만 식당을 운영한단다. 그렇지만 밥상을 받자마자 오랜만에 탄성들이 튀어나왔다. 전라도 밥상이라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그것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는, 다양하고도 맛깔 나는 반찬들 때문이었다. 전날 저녁, 석쇠에 구워 먹음직스럽게 나올 떡갈비를 기대하며 인터넷 검색 1위인 큰 식당에 갔다가, 햄버거 패티 같은 맛에 실망했던 우리는 신음에 가까운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다음 날 아침도 그곳에서 먹었다. 법성포의 친정에서 직접 올린다는 조기를 비롯해 손수 마련한 반찬들의 맛을 다시 보고 싶으니 우리를 위해서라도 오래 사셔야 한다는 부탁을 드리며 식당 문을 나섰다. 마침 식당 앞에서는 오일장(2일, 7일)인 담양전통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죽제품들은 사라졌고 살아 움직이는 토끼와 닭 그리고 검은 고무줄 같은 예전의 일용품들만이 과거의 모습을 가늘게 전하고 있을 뿐이었다.
담양의 관광 명소인 메타세쿼이아 길은 50년 전 가로수 조성 시범사업 당시 8.5km의 국도변에 5000그루의 묘목들을 심어 조성했다. 원산지가 중국인 메타세쿼이아는 30m 이상까지 곧게 뻗으며 자라 시원한 기상이 남다르게 보일뿐더러 이국적인 경관까지 자아낸다. 어제 본 왕대까지 연이틀, 목을 빼 올려다볼 정도로 키가 큰 담양의 키다리들을 만나며 걸었다. 매표소부터 걸어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카메라 렌즈를 유혹하는 황홀한 가을 색깔은 시간 개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진한 가을의 풍취가 일행들의 가슴속 깊이 박혔는지, 상경하는 내내 큰 가로수만 보이면 “저기도 메타, 여기도 메타”라며 소리칠 정도로 메타세쿼이아의 잔상은 강렬했다.
오후에는 담양호를 걸었다. 일명 가마골은 영산강의 발원지인데 이곳에서 흘러나온 물은 담양호에 모인다. 담양호 국민관광지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은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호수 둘레에 설치된 목재 덱은 크고 작은 물고기들과 물속에 투영되는 마지막 단풍도 가까이 감상할 수 있게 도왔다.
풍경에 빠져 느리게 걷고 있는데 친구 사이로 보이는 늙은 남자 둘이 뒤따라왔다. “네가 이렇게 나를 잡으니 나도 힘들고 너도 불편하잖아. 서로 요렇게 잡아보자고!” 돌아보니 몸이 불편한 두 사람이 상대방의 손을 꼭 잡고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아려왔지만, 성치 않은 몸에 여기까지 와서 가을 호수를 같이 볼 수 있는 친구가 있는 행운아들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소쇄원 방문 일정까지 끝내고 상경하는 길, 백수 중 하나가 못내 아쉬운 속내를 드러내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여기를 또다시 오겠느냐!”라는 초식을 펼친다. 여기에 홀라당 넘어간 일행은 내장산 백양사로 차를 돌려 연장 여행에 돌입했다. 고즈넉하면서 깊은 가을의 마지막 담양 풍경은 그렇게 시니어들의 가슴에 담겼다.
날씨가 추워지면 골반이나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그만큼 관절이 경직되면서 고관절에 무리가 오기 쉽기 때문이다.
◇걸을 때 샅 부위 통증 있다면 ‘고관절염’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이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관절이다. 공처럼 둥글게 생긴 넓적다리뼈의 머리 부분(대퇴골두)과 이 부분을 감싸는 절구 모양의 골반골인 비구로 구성돼 있다.
고관절은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체중의 최대 10배 하중이 가해질 때도 있다.
관절염은 무릎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관절에도 생길 수 있다. ‘고관절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차성 고관절염은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노화가 진행함에 따라 발생하며, 이차성 고관절염은 선천성 이상 또는 외상, 감염 등의 이유로 인해 생긴다. 국내 환자의 경우 일차성에 비해 이차성 고관절염 환자가 많은 편이다.
고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게 된다. 고관절염은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평생 쉴 수 없는 관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증상이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오게 된다. 치료에는 생활습관 개선, 운동, 재활, 약물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와 관절내시경, 인공관절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전상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질환이라고 하면 대부분 인공 관절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초기에 치료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만으로도 절반 정도는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며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반드시 고관절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 과도한 음주가 고관절 건강 악화 원인
고관절 질환 중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조심해야 한다. 넓적다리뼈 머리의 일부나 전체가 썩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괴사한 부위는 재생이 불가능하고 뼈가 허물어지면서 샅과 대퇴부 안쪽에 심한 통증이 생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단계별로 진행한다. 첫 증상은 사타구니와 엉덩이의 묵직한 통증이다. 이후 질병이 진행함에 따라 병변 측 엉덩이로 서 있거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렵게 되고, 앉았다 일어설 때 또는 다리를 벌리거나 꼴 때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면 병변을 의심할 수 있다.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병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전상현 교수는 “환자들은 흔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뼈가 썩는 병’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뼈가 부패하는 것도 아니고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고 했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도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넓적다리뼈나 비구의 모양에 변화가 생겨 비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비구순이 파열되거나 관절 연골이 파손되는 병이다. 걷거나 뛸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앉았다 일어날 때나 차에 타고 내릴 때, 자세를 바꿀 때처럼 특정 동작을 할 때 샅 부위에 강한 통증이 짧게 발생한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축구, 야구, 스케이트, 발레 등 고관절을 많이 구부리는 운동을 한 경우에 발생한다. 관절내시경으로 원인을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
고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도한 음주를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자에 앉을 때 흔히 하는 다리를 꼬고 앉는 동작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자세는 고관절이 과도하게 굴곡 되고, 안으로 모이면서 회전하는 자세로 비구순이나 연골 파열을 부를 수 있다. 또 양 무릎을 붙인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혼자서 드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자세와 근력 운동은 필수
고관절이 가장 편안한 자세는 힘을 빼고 의자에 약간 비스듬히 걸터앉는 자세다. 오래 앉아 있거나, 걷고 난 후 샅이 뻑뻑하고 시큰한 느낌이 있다면 이 자세를 취해 관절을 쉬게 해줘야 한다. 고관절은 항상 큰 하중이 가해지는 곳인 만큼 평소 자신의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잠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잠수 후 충분한 감압을 시행하도록 한다.
고관절에는 하중을 최소화하면서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수중운동이다. 물속에서는 체중에 의한 하중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아쿠아로빅 같은 격렬한 운동도 관절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고관절 치료의 재활에 이용될 정도다.
자전거 타기도 좋다. 이때 자전거의 안장을 조금 높여 고관절이 많이 구부러지지 않게 한 후 큰 가속 없이 부드럽게 페달을 밟도록 한다. 자전거를 탈 때 가속을 급격하게 하면 뛸 때처럼 체중의 5배 이상 하중이 가해진다. 수중운동을 하거나 자전거 타기가 힘들다면 걷기도 좋다. 가속 없이 부드럽게 30분~1시간 동안 보행한다.
반대로 고관절을 과도하게 구부리는 동작이 필요한 스케이트, 태권도, 야구 등을 하다가 통증이 생긴다면 곧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전상현 교수는 “꾸준한 운동은 체내 칼슘의 흡수 능력을 높이고 골밀도 유지를 돕는다”라며 “무리한 운동은 지양하고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 뼈 건강과 근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 음악 속 숨겨진 사연이나 명사의 말을 통해서 클래식에 쉽게 접근해보자. 아래의 인터뷰는 가상으로 진행했다.
그곳은 여름이었다. 따사로움을 넘어 뜨거운 날씨였다. 이런 날씨와 달리 앞에 펼쳐진 호수는 잔잔했다. 잔잔함은 고드름이 손끝에 닿는 것처럼 차가운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호수는 바다처럼 넓었고, 호수를 배경 삼아서 한 사내가 피아노 앞 낡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의자에는 회색빛이 감도는 두꺼운 외투가 걸쳐져 있었다. 가까이서 본 사내는 갸름한 턱선과 헝클어진 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소년이었다.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그는 악보로 보이는 종이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쓰고 있었다.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장갑을 손에 낀 채로.
Q. 안녕하세요, 혹시 좀 전까지 무엇을 적고 계셨나요?
낙서 중이야. 내면에 흩어져 있던 언어들을 옮기고 있어.
Q. 음악을 쓰고 있나요?
아니. 굳이 장르를 말하라고 한다면 시에 가까워.
Q. 어떤 작가를 좋아하세요?
난 음을 외우는 건 자신 있지만, 시구를 외우는 데 도통 재능이 없어. 하지만 그 시구들은 내게 영감을 많이 줬어. 고전문학이나 철학서도 그렇고. 하지만 뉴스 따위에는 관심 없어. 온갖 소식을 접하면 괜히 근심만 늘거든.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토마스 만과 니체. “음악이 없다는 인생은 하나의 오류다.” 니체가 남긴 저 말을 늘 마음에 새겼지. 토마스 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 베토벤 곡을 연주했어.
Q. 초면에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이곳의 분들과 다르게 굉장히 젊어 보이세요.
알아. 내가 의도한 거야. 원래는 마지막 모습의 상태로 이곳에 들어와. 하지만 난 원치 않았어. 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육체로 이곳에서 살고 싶었어. 주는 밥도 안 먹고 관리자를 괴롭혔어. 젊을 때의 모습으로 바꿔 달라고. 내 고집을 못 이긴 관리자가 건의한 덕택에 이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
Q. 브람스 선생님이 인터뷰이로 당신을 추천하셨어요. 브람스 선생님과는 어떤 사이예요?
생전에는 뵐 수 없었지. 다만 그의 노래를 좋아했어. 특히 인터메조를 즐겨 들었거든. 내가 온전히 듣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 레코딩을 한 것도 그런 이유야. 레코딩이 아닌 채로 하는 건 늘 힘들지만, 선생님은 내가 치는 연주를 좋아하셔. 꼭 그런 이유로 연주하는 건 아니야. 그냥 가끔 그 곡을 듣고 싶을 때가 있어. 선생님 댁에 가서 곡을 치면, 선생님은 조용히 곁에 앉아 계셔. 선생님 집은 외진 곳이라 조용해서 좋아.
Q.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셨나요?
세 살 때부터 악보를 읽고, 다섯 살쯤부터 작곡했어. 부모님 둘 다 아마추어였지만, 한 분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다른 분은 피아노를 치셨어.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이루지 못하셨지. 내게 기대가 많으셨지. 외할머니도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분이셨어. 첩첩산중 시골에 사셨는데, 파데레프스키 곡을 듣기 위해서 장거리 여행도 마다하지 않으셨어.
Q. 누구에게 음악을 배우셨나요?
칠레 출신 피아니스트 게레로에게 정식으로 배웠는데, 그와 나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지. 그는 곡을 가슴으로 느꼈지만, 난 머리로 이해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관점을 일부러 꺾지 않았어. 그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제자도 있었겠지만, 별로 따르고 싶지 않았지. 연습은 늘 토론의 현장이었어. 그는 내게 자신의 방식을 주입하지 않았고, 난 토론을 통해 좋은 음악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관점이 생겼어.
Q. 첫 리사이틀을 본 건 언제인가요?
여섯 살 때 본 요제프 호프만의 리사이틀. 그가 토론토에 온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지. 확실히 기억나는 건 매우 졸렸어.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있는 상태라고 할까? 그때 리사이틀에서 들었던 온갖 음이 막 생각나는 거야. 막 호프만처럼 신나게 연주했어. 소위 말하는 절대음감이었지.
끝도 시작도 없는 변주곡
Q.32세 이후 콘서트 연주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23살에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유명해졌어. 호불호가 심했지. 미친놈의 연주라는 소리도 들었고, 하지만 닥치는 대로 콘서트 연주에 나섰지. 애초에 10년만 하고 그만두고 싶었어. 솔직히 먹고 살려고 했거든. 그것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없잖아. 사실 콘서트 연주를 안 좋아해. 음악은 청중이나 연주자를 명상으로 인도하는 거야. 하지만 2999명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그것이 가능할까? 불가능에 가까워. 콘서트 연주는 고통에 찬 속임수야. 기본적으로 청중을 신뢰하지 않아. 특히 연주자의 불협화음을 찾아다니는 사냥꾼 같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차라리 고요한 상태에서 녹음하는 것이 훨씬 낫지.
Q. 당신에게 바흐란?
개인적으로 그의 곡을 좋아하고 많이 연주했어.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원한 동반자라고 할까?(웃음)
Q. 음악가로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어떤 의미였나요?
시작과 끝. 세간에 나의 이름을 알린 첫 곡이자, 나와 마지막을 함께한 곡이지. 덧붙여 답습하는 곡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독창성을 곡에 불어 넣고 싶었지.
Q. 원래 재녹음을 안 하잖아요. 하지만 이 곡은 두 번이나 녹음했어요. 어떤 이유인가요?
처음 말하는 건데, 딱 두 가지야. 하나는 일종의 메타포야. 그 곡은 첫 부분의 아리아가 30개의 변주를 통과한 뒤 또다시 반복돼. 끝도 시작도 없는 음악이라고 할까?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지. 진정한 해결도, 진정한 긴장도 없는 그런 음악이야. 시작을 알린 곡과 함께 내 끝을 마무리하는 장면을 줄곧 생각했어. 내가 사라져도, 나의 곡은 영원히 세상에 남기를 바랐어. 그 곡처럼 끝이 또 다른 시작이기를 바랐어. 하나의 시처럼 말이지.
다른 하나는 실험이었어. 26년 전보다 발달한 녹음 기술을 활용하고 싶었어. 한편으론 기술을 넘어, 나란 인간의 발전도 보고 싶었어. 청중이 반응도 궁금했고. 첫 번째 녹음과 다르게 마지막 부분에서 변주를 시도하고, 장식음도 빼버렸지. 삶이란 늘 변하고, 영원한 삶은 없잖아. 그걸 마지막에 말하고 싶었어.
Q. 음악가로서의 장점은?
피아노에 밀착한 내 자세가 꼽추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테크닉적으로 음을 분명히 연주할 수 있어. 리스트의 포르티시모처럼 강렬한 음은 치기 어렵지만 말이지. 이외에도 고도의 집중력, 음악적 기억력, 절대음감, 이 세 가지 덕분에 음악을 할 수 있었어. 피아노 칠 때 악보 보는 걸 안 좋아해서, 늘 통째로 머릿속에 외우고 다녔어. 어디에 있든 늘 손으로 지휘를 하거나 허밍을 입 밖으로 내면서 연주를 했지. 온 세상이 콘서트장이야.
Q. 당신에게 장갑과 의자란?
생명이야. 장갑을 끼고 콘서트에 의자를 들고 다니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해. 하지만 장갑을 끼는 건 혈액순환이 안돼 손발이 늘 차가워서 그래. 뜨거운 물에 오래 손을 담그고 연주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야. 의자는 공연장마다 의자의 높이가 달라서, 매번 조정하는 게 불편했어. 앉기 편하고 피아노를 치기에 좋은 높이의 의자를 구한 거야.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어. 이런 변명도 귀찮아. 어떤 곳은 실내 스튜디오가 추워서 딱 한 번 머플러와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갔는데, 내가 정신이 나가서 그렇게 입고 다닌다는 거야. 물론 밖에서는 위생상 그렇게 입고 다녀. 하지만 나도 실내에서는 그렇게 입지 않아. 어이가 없더라. 뉴스는 정말 믿지 못하겠어.
Q. ‘기인’ ‘천재’ ‘고독한 예술가’, 이 셋 중에 맘에 드는 별명이 있다면?
난 정말 뉴스가 싫어. 가십거리는 온통 과장이야. 천재나 기인, 그런 단어 너무 우스워. 차라리 고독한 예술가가 낫겠어.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지는 마. 모두 내가 사교성과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인 줄 알아. 일정 부분 그런 점도 있지. 내가 집 근처의 브라스 밴드 참여 소식을 지인에게 말했더니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았어. 하지만 예술가라면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해.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 시간 속에서 자기 수련이 필요해. 상상을 마음껏 펼쳐보기도 하고. 고독은 창조를 위한 수단이야.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건 기계에 불과해.
Q.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글 쓰는 작가.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곳에서 틈틈이 써.
그는 범상한 인물이 아니다. 생전에 여러 가지 기행을 보여줬다. 손 관리를 위해서 악수를 거부하거나, 격려 차원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린 사람에게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 007 가방에 영양제, 비타민, 수면제와 같은 알약을 가득 채워서 들고 다녔다. 그의 삶은 변주곡처럼 어디로 튈지 몰랐다. 능력이 뛰어난 예술가는 맞지만, 성실한 예술가는 아니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독특함은 독창적인 곡을 남기는 데 기여했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곡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회자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독한 피아니스트의 예술은 아직도 끝없이 멈추지 않고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그의 변주곡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형부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요.’ 인터넷에 떠 있는 어느 열여덟 살 여고생의 글 제목이다. ‘처제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요’만큼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게(사실은 남자들에게) 묘한 연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나는 당연히 형부가 없고 처제도 없지만(ㅠㅠ), 왜 형부-처제 이야기만 나오면 얄궂고 야릇해지는지 잘 모르겠다. 그 글이 인기인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 여고생은 재작년에 한가족이 된 형부 땜에 미칠 지경이라고 한다. 잘생긴 데다 엄마 몰래 용돈을 잘 주어 처음엔 형부를 아주 좋아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든 입으로 소리를 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소파에 앉으라고 하면 “포잉~” 하고 앉는다. 장모가 부르면 왜 이제 부르냐는 듯 “띠용” 하고 달려간다. 차에서 내릴 때는 “호잇, 히얏!” 하는 소리를 낸다.
밥 먹을 때 “푸욱” 하고 밥을 푸고, 무거운 거라도 드는 것처럼 깻잎을 “잇차 잇차” 하고 떼어 먹는다. 설거지할 때는 “달그락달그락”, 물을 따르면서 “쪼로록”, 냉장고 문 열 때 “추왕!”, 옷 벗을 때 “휘리릭”, 종이에 글씨를 쓰면서 “슥슥”….
의성어 의태어를 총동원해서 자기 행동을 일일이 예고하고 중계 방송해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만화를 너무 봤는지, 아니 지금도 만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래서 이 이상한 형부 때문에 학을 뗀 처제나 장모는 그가 집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데, 정작 마누라는 귀여워 죽는다고 한다. 아마 연하의 남자 아닌가 싶다.
이상한 사람은 또 있다. 이 청년은 어려서부터 좌변기에서 응아 소리를 안 하면 일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집에서든 공중화장실에서든 “응아, 응아!” 하고 자기를 응원해야 응가가 나온다.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설사를 할 때는 더하다(이건 잘 이해가 안 됨), 그는 SNS에 “내가 소리를 낼 때마다 자꾸 뭐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데 옆 칸에서 제발 관심 끊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사람은 저마다 소리를 낸다.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는 소리나 기색을 인기척이라고 하는데, 일부러 내는 소리가 아니라도 사람은 무슨 소리든 내기 마련이다. 기관지가 좋지 않은지 아니면 습관인지 하루 종일 큼큼거리는 사람을 봤다. 어떤 여성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채기를 크게 해 주위를 놀라게 한다. 어떤 남자는 웃음소리가 하도 커서 눈총을 받곤 한다.
이런 말을 하다 보니 나는 무슨 소리를 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남들이 기억하고 인식하는 나만의 소리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담배를 한창 피울 때는 아침에 일어나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는 게 첫 일과였지만, 지금 그런 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들이 콕 집어 알려줄 때까지 내가 내는 소리는 접어두고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를 이야기해보자. 지금은 음력 10월, 이른바 소춘(小春)의 초입이다. 초동(初冬) 또는 맹동(孟冬)이라고 하는 음력 10월은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해 ‘작은 봄’이라고 부른다. 그렇긴 해도 밤낮으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좀 늦었지만 가을엔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추성부’(秋聲賦)를 음미해야 한다. 밤중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오싹해져서 동자에게 알아보라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밝은 은하수가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고 했다지? ‘추성부’는 이 나무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부터 천지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일로 생각이 번져 스스로 탄식하는 고금의 명문이다.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Anton Schnack, 1892~1973)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명문이 있다. 그가 쓴 비슷한 글 ‘내가 사랑하는 소음, 음향, 음성들’은 세상과 사람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아, 한 잎 가랑잎이 살그머니 떨어질 때, 가슴 아프도록 지친 소리. 아직도 나무에는 여름이 달려 있는데 어느덧 한 잎이 떨어지고 있다. (중략) 정적의 소리야말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무위(無爲)로부터, 근원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듯한 심연의 흐름ㅡ바로 오르간의 음악 소리요, 조개껍데기의 소리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 속을 흐르는 피의 음악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활과,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령 피천득의 명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으면 “다른 사람 없는 방 안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의 말소리” 등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봄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갈대에 부는 바람 소리, 바다의 파도 소리, 골목을 지나갈 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이나 서 있게 하는 피아노 소리, 젊은 웃음소리….”
한유(韓愈, 768~824)의 글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의하면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초목에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되며, 물은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사람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우는 것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불편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가 자연의 소리보다 더 자주 듣는 것은 인간의 소리이며 생활의 소리지만 들어서 좋기보다는 귀 막고 싶은 소음이 더 많다. 군소리, 헛소리, 흰소리, 허튼소리, 허드렛소리, 오만소리, 볼멘소리, 갖은소리, 왼소리, 입에 발린 소리, 그리고 개소리! 이 중 왼소리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 험하거나 궂은소리이며 갖은소리는 쓸데없는 여러 소리,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걸 다 갖춘 듯 뻐기며 하는 말을 뜻한다.
소리가 참 많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내 소리는 되도록 내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은 입동(11월 7일)을 지나 소설(11.22) 대설(12.7)로 치닫고 있다. 한유의 말대로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회든 되도록 평정을 얻어서 귀가 괴로운 소리가 적은 겨울을 맞았으면 좋겠다.
# 은퇴 후 액티브 시니어를 꿈꿔온 김모(67) 씨는 겨울이 별로 반갑지 않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무릎 통증이 심해져 옴짝달싹하기조차 힘겹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량이 부족해서인지 3년 전 발병했던 무릎 관절염이 더욱 심해져 이제는 혼자서 병원을 가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가을이 지나고 벌써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겨울은 유독 시니어들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기 시니어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무릎 통증이다. 앉기, 걷기, 목욕하기 등 일상생활에서 사회활동까지 시니어들의 생활 전반에 큰 불편함을 준다. 무릎 관절은 기온에 민감해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주변 근육과 힘줄이 경직된다. 이로 인해 작은 충격으로도 염증이나 통증이 발생하고 기존에 있던 퇴행성질환도 악화되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초겨울이 되면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들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활동 제한으로 병원 못 찾는 시니어
문제는 이러한 무릎 통증을 매년 겪다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질환 정도로 여기고 치료와 관리를 하지 않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무릎 통증을 방치하면 통증이 점차 심해질 뿐만 아니라 관절 질환 발생 및 무릎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부르게 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김모 씨의 사례처럼 기존 관절염 등 질환이 심화돼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치료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더 늘어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의 경우 미충족 의료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족 의료란 환자가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진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연구팀은 2010~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응답자 중 골관절염 환자군 2782명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7347명을 선정했다. 이후 두 집단에 대한 미충족 의료 경험을 분석한 결과, 골관절염 환자군이 대조군보다 미충족 의료경험확률의 오즈비(집단간 발생 가능성 차이가 얼마나 높은지 검증하는 값)가 1.65배나 높게 나타난 점을 확인했다. 미충족 의료의 이유로는 ‘교통수단 부족에 따른 활동 제한’이 23.9%로 가장 높았다. 결국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활동 제한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초겨울에 무릎 통증이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에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무릎 통증에 추나요법을 비롯한 침 치료와 약침, 한약 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무릎 관절의 위치를 바로잡아 관절의 변형을 막고 침 치료를 통해 경직된 근육의 경혈을 자극해 기혈 순환을 시킨다. 여기에 한약재의 약효 성분을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치료를 통해 무릎에 발생한 염증을 효과적으로 해소한다. 관절 주변의 혈액 순환과 연골에 도움이 되는 한약 치료까지 병행하면 무릎 관절의 퇴행을 막을 수 있다.
겨울철 무릎 통증은 ‘비상 신호’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무릎을 관리하는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는 근육이 굳고 혈관이 수축돼 염증과 통증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집에 있어도 되도록 긴바지나 내복을 착용하고 전기장판, 핫팩 등을 통해 온찜질을 자주 해주면 좋다. 그러나 시니어의 경우 열에 대한 감각이 무딜 수 있으니 따뜻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찜질을 한다. 또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때는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등 관절에 압박을 가하는 자세를 장시간 유지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루에 최소 20분 이상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하며 전신을 움직여줘야 근력을 유지하고 관절의 퇴화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운동도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해야 한다. 운동 중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곧바로 중지하고 휴식을 취한다. 운동을 할 때는 쿠션감 좋은 신발을 신어 관절로 전달되는 충격을 완화해주면 좋다. 관절과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완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 먹을수록 회복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만이 무릎을 지켜낼 수 있다. 이맘때 맞닥트리게 되는 무릎 통증은 겨울철마다 겪는 ‘통과 의례’가 아니라 관절이 보내는 ‘비상 신호’임을 잊지 말자.
내일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을 버텨낸 해의 마지막 계절이기도 하다. 올 한 해는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 겨울 만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포근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브라보 독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의 온도를 녹여줄 90년대 로맨스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1993)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건축가 ‘샘’(톰 행크스)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와 시애틀로 이사한다. 그러나 샘은 이사한 뒤에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조나는 크리스마스이브 라디오 프로그램에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연을 보낸다. 한편 미국 반대편에 사는 신문 기자 ‘애니’(맥 라이언)는 약혼자 ‘윌터’(빌 풀만)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이 사연을 듣게 되고, 샘에게 강한 운명적 이끌림을 느낀다. 약혼자가 있지만 샘이 궁금해진 애니는 그를 만나기 위해 머나먼 시애틀로 향한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미국 서부 끝에 사는 남자와 동부 끝에 사는 여자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보낸 라디오 사연을 계기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셀린 디온과 클라이브 그리핀이 듀엣으로 부른 주제곡 ‘웬 아이 폴 인 러브’(When I Fall In Love) 등 달콤한 OST와 겨울 시애틀의 낭만 가득한 야경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달군다.
2.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비엔나에서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줄리 델피)은 시끄러운 독일 부부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다 미국 남자 ‘제시’(에단 호크)를 만난다. 짧은 인사로 말문을 튼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이대로 셀린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제시는 비엔나에서 함께 내리자는 돌발 제안을 하고, 두 사람은 늦은 오후부터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짧지만 뜨거운 사랑을 펼친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하루 동안 비엔나를 함께 여행하며 오랜 연인처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속편으로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이 있으며, 9년 간격으로 촬영해 풋풋한 20대 청춘 시절부터 중년이 된 셀린과 제시의 모습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비엔나, 파리,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이 감동을 더한다.
3.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 1997)
대학 시절 연인이었다 친구 사이가 된 ‘줄리안’(줄리아 로버츠)과 ‘마이클’(더모트 멀로니)은 28세가 될 때까지 짝을 찾지 못하면 함께 결혼하자는 장난스러운 약속을 맺는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기 전 마이클 앞에 아름다운 ‘키미’(카메론 디아즈)가 나타나고, 마이클은 줄리안에게 결혼할 상대가 생겼음을 고백한다. 소식을 들은 줄리안은 그제야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 마이클의 결혼식을 망치기 위해 엉뚱한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세 남녀의 엇갈리는 관계를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룬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의 ‘리즈’ 시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길거리의 무수한 낙엽마냥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머리카락을 남긴다. 왜 가을만 되면 머리카락이 더 잘 빠질까?
◇ 국내 탈모 인구 1000만 명… 탈모증 4년 새 12%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5년 20만8534명에서 2019년 23만3628명으로 4년 새 12%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그만큼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탈모인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탈모는 미용 상 작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모발이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곳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모낭은 2~8년의 생장기와 2주의 퇴행기, 1~3개월간 성장을 멈추는 휴지기로 이뤄지는 주기를 반복한다. 머리카락 하나가 평생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자라다 성장이 멈추면 빠지고 다시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는 식이다.
머리카락은 평생 계속 교체된다. 보통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루에 수십 가닥씩 머리카락이 빠지고 새로 나는 일은 정상이다. 하루에 평균 100개 이상 빠질 때 탈모라고 한다.
◇ 건조한 날씨와 일교차는 두피에 악영향
머리카락의 수는 봄·여름에 늘고 가을철에는 많이 줄어든다. 머리카락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가을철 대기가 건조해지면 두피 또한 건조해지고 이때 피지량이 감소하면서 건조한 두피에 각질이 쌓이기 쉽다. 각질이나 오염물질은 모공을 막아 모낭세포의 활동을 떨어트리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이다.
가을철 큰 일교차도 탈모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두피의 유·수분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각질이 생기면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가을철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데, 테스토스테론이 인체 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으로 전환되면 모발 성장을 막고 모발이 쉽게 탈락하게 된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름 내내 두피가 가득 흡수한 자외선은 가을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여름 자외선으로 인해 휴지기에 탈모가 일어나면서 머리카락이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외선 때문에 머리카락 각질층이 깨지는 일도 흔하고, 머리카락이 부러져 머리숱이 더 적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름은 피지와 땀 분비가 많은 계절이다. 지루성피부염이나 모낭염 등 두피 상태가 나빠지면서 가을에 머리카락이 더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모는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데 남성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부분이 올라가면서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의 머리도 같이 빠지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여성 탈모는 이마 선은 유지한 채 정수리의 머리숱이 전반적으로 적어지는 형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이 보유하고 있는 남성호르몬의 증가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제의 민감도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과도한 스트레스,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 파마, 염색, 자외선 노출에 의한 모낭의 손상,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등도 영향을 미친다.
머리를 감는 횟수도 탈모와 관련이 있다. 피지 분비가 많지 않은 사람은 2일에 한 번씩 머리를 감아도 괜찮지만 피지 분비가 많다면 매일 감는 것을 권고한다.
◇하루 100가닥 이상 빠진다면 전문의 찾아야
가을철 탈모를 줄이려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두피의 청결이다. 두피에 땀과 피지 등 노폐물이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은 탈모의 원인이 된다. 두피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계면활성제가 없는 샴푸를 이용해 꼼꼼히 감는다. 아침보다 일과를 마친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머리를 말릴 때는 수건으로 모발을 비비지 말고 두피 마사지를 하듯 꾹꾹 눌러준다. 머리카락은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쉽게 끊어진다. 샴푸 후 자연 바람이나 드라이어 찬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에 많은 항산화제 성분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잡곡, 해조류, 견과류 등도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탈모에 나쁜 생활습관은 버려야 한다. 흡연은 탈모를 악화시킨다. 스트레스 역시 탈모는 물론 지루성피부염 등 두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수면 주기는 모낭의 성장주기에 영향을 줘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 서양식 식습관도 탈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줄이는 것이 좋다.
우유리 교수는 “하루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거나 머리가 가늘어졌다고 느낀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며 “머리를 감은 후 빠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봤을 때 한 움큼 정도 잡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개에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