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빈탄섬에는 세 개의 그림 같은 코스가 있다. 세계 100대 코스에 오른 리아 빈탄, 아름다움으로 명성을 떨치는 라구나 빈탄, 그리고 오늘 소개할 빈탄 라군이다. 1996년에 개장한 빈탄 라군 골프장(Bintan Lagoon)은 빈탄의 세 개 골프장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그 다음해인 1997년에 라구나 빈탄이, 1998년에 리아 빈탄이 차례로 개장했다.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설계한 시 뷰(Sea View) 코스는 비교적 평탄하고 물을 많이 끼고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이안 베이커(Ian Baker-Pinch)가 설계한 우드랜드(Woodlands) 코스는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탓에 산세의 기복이 심해 어렵다. 주변의 리아 빈탄보다 더 난이도가 있다.
방문한 당시엔 수시로 장대비가 내리다가 거짓말같이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다른 빈탄의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코스 전체가 정글 속에 페어웨이와 그린을 앉혀놓은 듯하고 일부 홀은 바다를 접목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 뷰 코스 1번 홀 좌측으로는 30여 개의 타석이 준비된 연습장이 있다. 캐디는 전체 70여 명이며 36홀 규모로는 많지 않은 수다.
빈탄 라군 골프장은 자체적으로 255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싱가포르와 빈탄섬을 연결하는 왕복 페리를 하루에 두 차례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빈탄 라군은 잘 준비된 호텔과 다양한 먹거리가 큰 자랑이다. 일식당과 중식당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뷔페 식당인 FIESTA에서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태국, 인도 등 7개 국가의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한식도 단체 관광이나 골퍼들이 찾을 땐 어김없이 준비한다고 한다. 호텔 내의 미니 마트는 멀리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일상용품과 간식거리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413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은 4개의 레벨로 구분하여 고객의 취향과 가격대를 맞추었으며, 방 3~4개를 갖춘 25개 동의 빌라도 구비해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나이트클럽이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MOJO CAFE가 아침 6부터 밤 11시까지 제빵류와 커피 등을 판매한다. TERAC라는 양식당은 맥주는 물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거의 24시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다.
이안 베이커의 우드랜드 코스
이안 베이커의 우드랜드 코스는 페어웨이도 평탄한 곳이 드물고 업앤드다운이 매우 심한 도전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페어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내리막 경사진 1번 홀처럼 많은 홀이 어려운 코스 레이아웃이다. 그리고 코스 전체가 무성하고 키가 큰 나무들로 페어웨이 주위를 꽉 채운다. 가히 정글 속에 앉혀놓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느낄 수 있다.
3번 홀(파4, 337m)은 티 샷 할 때 내리막 후 세컨드 샷은 다시 오르막인 우드랜드 코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린 앞쪽의 좌우와 왼쪽의 벙커가 홀을 어렵게 느끼게 만들었다.
6번 홀(파4, 315m)은 그린 앞에 두 개의 커다란 벙커가 나란히 있어 매우 부담스럽다. 내리막 홀로 그린 80m부터 그린 앞까지는 다시 오르막이다. 재미있으면서 어렵다.
8번 홀(파5, 444m)은 티 샷 할 때 내리막으로 그린 앞 8~40m 왼쪽의 9번 홀 티잉 그라운드 앞과 공유하는 호수가 위협적이다. 호수 옆 오른쪽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가 그린을 공략 할 때 부담스럽다. 그린 앞의 긴 벙커와 좌우 벙커도 위협적이다. 세컨드 샷이 짧으면 내리막에 걸려 어려워진다.
16번 홀(파5, 450m)은 내리막으로 멀리 좌우로 멋진 벙커가 무성하고 길게 이어지는 나무숲과 더불어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형적인 포레스트 스타일 홀이다. 세컨드 샷부터 오르막으로 우드랜드 코스의 모습을 잘 보여주면서 도전성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홀이다. 원숭이들이 종종 돌아다닌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시 뷰 코스
거장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로 전반 9홀은 이안 베이커가 설계한 우드랜드 코스만큼이나 울창한 수림을 갖고 있다. 후반 9홀은 울창한 수림과 물,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코스다. 특히 12번 홀은 바다와 리조트 그리고 그린이 잘 조화된 홀로 잭 니클라우스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9번 홀과 18번 홀의 절묘한 배치는 더욱 이를 뒷받침한다.
11번 홀(파5, 492m)은 멋진 내리막 홀로 페어웨이와 그린 뒤로 멀리 바다가 펼쳐진다. 그린 앞 140~150m에서 페어웨이를 가른 10m 폭 물길이 있어 세컨드 샷에 유의해야 한다.
12번 홀(파3, 142m)은 그린 뒤로 바다가 펼쳐지며 그린의 멋진 돌들이 바다와 조화롭고 아름답다. 홀 오른쪽으로는 멋진 바위들과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지며 400여 개의 호텔과 페리 선착장과도 함께 펼쳐지는 멋진 홀이다.
18번 홀(파4, 361m)은 멋진 내리막으로 그린 앞 왼쪽에 100m 벙커와 해저드가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그린 오른쪽 뒤 클럽하우스가 멋지다. 왼쪽은 9번 홀이 같은 모습으로 함께 병렬하고 있다. 멋진 대비가 돋보인다.
아름다운 인도네시아의 섬 빈탄에서의 4일간 라운드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기회가 되는 대로 나머지 두 코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비치와 울창한 정글 속에 앉혀놓은 아름다운 골프장과 휴양처로, 숙박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는 누구나 한 번쯤 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시니어들에게 겨울철 운동은 실내외 온도차와 고농도의 미세먼지, 빙판길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 운동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척추와 관절 등이 굳어진 상태에서 헬스를 시작한 시니어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시니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 부위로 허리가 꼽힌다. 흔히 바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곤 한다. 대부분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난 요추 염좌다. 젊은 사람의 경우 삐끗한 허리는 휴식과 찜질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니어들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만에 운동에 나서면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 부상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이 쌓여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리한 동작’이 84.2%로 가장 높다.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 없이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다. 하지만 시니어 중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구청 혹은 아파트 내 헬스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수강료도 전문가의 코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니어들의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몸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정이 먼저다. 일례로 척추기립근 강화에 좋은 시니어용 플랭크 동작을 살펴보자. 플랭크 동작은 엎드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어깨와 90도가 되도록 몸과 머리를 일직선상에 맞추고 버티는 자세다. 시니어의 경우 30초도 버티기 힘들고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해질 수 있다. 대신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일직선으로 펴고 버티는 동작을 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중량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고중량으로 운동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관절이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낮은 중량으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늘리는 데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관절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법 등을 다룬 콘텐츠가 많다. 이를 주의 깊게 숙지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헬스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헬스 운동 이후 요추 염좌를 겪은 시니어에게는 어떤 조치가 우선돼야 할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이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며 2~3주간 경과를 보자. 만약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허리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요추 염좌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자생한방병원의 동작침법(MSAT)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침을 놓고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제어하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 통증 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요통 경감 효과는 일반 진통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헬스를 하며 겪을 수 있는 허리디스크도 비수술 접근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 통합 치료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한의사가 척추와 주변 조직을 손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준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생긴 염증 제거에 약침이 쓰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이 담긴 자생한방병원의 신바로 약침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노화에 따라 근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80대의 근력은 30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감소증과 관련 있는 관절염, 당뇨, 보행장애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지켜야 한다. 단, 근육을 지키려는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허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헬스에 나선 시니어들이여 조심하자. 참으로 신경 쓸 게 많은 나이다.
허리 건강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버드독 스트레칭 ▶ 버드독 스트레칭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등부터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근육까지 고루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동시에 곧게 뻗는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하루 10회 3세트 실시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시니어의 경우 이 자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리 또는 팔 한쪽만 들고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이 익숙해졌다면 위 설명대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는 자세로 이어나간다.
데드버그 스트레칭 ▶ 누워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으로 데드버그 스트레칭이 있다. 이 동작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복부 근력을 발달시킴으로써 허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한쪽씩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한다. 이어 왼팔은 머리 위로 오른쪽 다리는 쭉 뻗는다. 천천히 되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하루 3회 3세트 실시한다. 만약 무릎 들기가 힘든 시니어라면 사진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을 진행하자. 이어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지지한 채 운동해도 된다.
왕궁리 유적지로 들어가면서 ‘여유롭다’란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유적지든 공원이든 시설물로 가득가득 채워지고 볼거리가 많음을 보여주려는 듯한 복잡한 풍경이 늘 아쉬웠던 터다. 널찍한 익산의 왕궁리 옛터엔 휑한 여백의 미가 팍팍, 신선한 바람 맞으며 헐렁한 여유감으로 벅차기까지 하다. 물씬한 황량함이 어쩐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그 넓은 터에 혼자 온 듯한 여행자 두 사람만이 각자 이쪽저쪽에서 뚝 떨어져 호젓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유난스러운 유적지의 시스템이 있을 법한데 여긴 그렇지도 않다. 딱히 꾸며진 모습 없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널널한 풍경이 된 역사 속을 걷는다. 관람 동선 안내문이 있지만 이 넓은 공간을 그냥 발걸음 닿는 대로 자유롭게 오가면 된다. 입구에서 호위하듯 고목이 숲을 이룬 길을 산책하듯 홀린 듯 걸으며 유적지를 돌아보는 맛,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멀리서도 홀로 오롯한 왕궁리 오층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포토존 프레임 안으로 바라보는 석탑 또한 기품 있다. 오랜 세월 너른 터에 우뚝 서서 품격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왕궁터를 돌아보건대 세련되고 웅장했을 백제 옛터다. 끊임없는 보존 노력으로 이제는 풍경이 된 역사 속에 서본다.
주변으로 몇 개의 건물터, 금당터가 자리를 지키고, 왕궁 둘레를 감아 도는 길에 단을 높인 대형 배수로의 흔적도 보인다. 왕이 휴식하던 후원과 공방, 화장실까지 옛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도록 조성했다는 설명서를 읽으니 그 시절 장인들의 디테일한 기술이 놀랍다. 이런 길을 따라 궁궐과 정원의 멋을 누렸을 백제 시대의 영화를 마음의 눈으로 그려보고 상상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공주, 부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백제역사지구로 당당히 자리 잡은 후에도 여전히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년 넘는 역사 속의 백제 문화유산은 무궁무진할 터.
왕궁리 유적 옛터에 내리는 노을을 보러 저녁 시간에 다시 와볼 생각이었는데 딴전 피우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 일몰이든 일출이든 천년이 훨씬 넘는 왕궁터가 배경이 되어준다면 그 풍경은 더 말할 게 없을 듯하다. 푸른 하늘과 늦가을 왕궁리의 조화가 이렇게나 멋진데, 날씨 따라 변화하는 백제 옛터 왕궁리의 사계는 또 어떨까.
미륵사지 석탑이 품은 이야기
왕궁리 유적지에서 미륵사지 석탑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다. 정문에 들기 전에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쇼’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게 뭐지’ 하면서 보고 있는데 이 지역 주민인 듯한 분이 지나다가 얼마 전에 진행된 행사라면서 참 볼 만한 쇼였다고 말해준다. 미륵사지 석탑 동·서쪽에 프로젝션 매핑 및 드론을 이용해서 다양한 빛과 형상을 표현하고 음악을 활용한 종합 미디어 쇼로 구현된 행사였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익산 지역의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 석탑의 가치 확산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입구에 들면서부터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렇게 너른 대지에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모습이 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았던 미륵사지 석탑, 백제 시대 최대 사찰이던 미륵사지는 국보 제11호다. 원래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절반 이상이 붕괴된 모습이다. 그동안 꾸준히 보강하고 섬세한 복원 작업을 해온 결과, 지금은 미완의 6층 석탑으로 우뚝 서 있다. 복원 작업 중 해체 수리하면서 내부에서 사리장엄구와 유물들이 출토되었는데 현재 내부는 입장할 수 없다.
우리의 기술로 거의 완벽하게 복원된 미륵사지 동탑. 옛 석탑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해 들어가 보았더니 시원하다. 그 서늘함이 그 옛날의 기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길 양옆의 연못이 차분하다. 연못 속으로 비치는 석탑의 반영이 오랜 세월 속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거길 지나 미륵사지 앞마당에는 동·서 방향으로 당간지주 두 기가 서 있다.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매우 크다. 보물 제236호로 지정되었다. 당간은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 꼭대기에 깃발을 꽂아놓는 돌기둥이다.
미륵사지 주변으로는 큼직한 돌이나 파편들이 몇 군데 자리 잡고 있는데 석탑의 노반 덮기 돌이라고 한다. 동원 금당터가 있고 몇 군데 터마다 목탑이나 석탑이 있었지만 화재로 사라지기도 하고 지금은 이렇게 기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유적지를 돌아보는 젊은 커플이 내 사진 속에 몇 번씩 담긴 걸 보았다. 널찍널찍한 터에 스며 있는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살피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 예쁘구나 했다. 한적한 미륵사지 터를 돌며 데이트하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그저 그림이다. 백제 유적지의 풍경 속에서 그들만의 하루는 참 멋진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뿐일까.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가족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이렇게 가족과 나들이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접해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특히 백제 무왕의 흔적이 가득한 익산의 모습을 보려면 이곳 미륵사지를 빠뜨릴 수 없다.
한옥마을에서 호젓하게 하루
익산으로 떠나면서 그곳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어찌된 게 이 시기에 빈방이 없다고 나오는 곳도 제법 있다. 시내를 벗어난 곳의 숙소를 클릭해보았더니 한옥 숙소가 있다. 이름도 낯선 ‘함라’라는 곳에 위치했다. 일단 통화를 해보았다.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예약을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익산시에서 20~30분 정도 달려 해질 무렵에 도착한 ‘함라마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통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조용하다. 체크인하고 밖으로 나와해 저무는마을 골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농촌 지형을 그대로 살린 울퉁불퉁 돌담길의 자연스러움, 토담에 매달린 주먹만 한 호박과 노란 호박꽃, 가을을 알리는 담쟁이들의 뒤엉킴…. 알고 보니 토석담이 주를 이루는 함라마을의 이런 토담, 돌담, 화초담 등의 전통 담장이 등록문화재 제263호라고 한다.
그리고 시·도문화재로 지정된 함라 삼부자집의 조해영 고가, 김안규 가옥, 이배원 가옥 사랑채는 오래된 전통 가옥으로, 토석 담장과 한옥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전통적 경관이 볼 만한 곳이다.
함라 삼부자가 베푼 인심은 호남을 대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는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고 노잣돈까지 얻어 갔다는데, 당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들이었다고 전한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아무도 없는 마당에 서니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정원의 꽃들이 선명하다. 풀잎에 아침 이슬이 송송송… 잔디 마당을 걸으니 운동화가 촉촉해진다. 관리동 어르신이 지나가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시며 이 먼 데까지 뭐하러왔냐신다.이렇게 조용한 거 처음이라니까, “조용하기로야 예가 절간이지 뭐” 하신다. 더러 시끄러울 수도 있을 테지만 하루 있는 동안 정말이지 한 점 소음이 없었다.
마을 바로 위쪽으로 함라향교가 마을을 품듯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조선 세종 19년에 세워진 함라향교는 겉으로 보기에도 아주 오래된 느낌이다.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였지만 여전히 실용적인 향교로 건재한 채 지금껏 이어져오는 듯했다. 어르신도 말하신다. “이게 우리 아버지 때도 있었던 향교지요. 그때도 지내던 제를 지금까지 빠짐없이 이렇게 지냅니다.” 점잖고 선한 인상으로 꼭 존대어를 하신다.
한옥 숙소엔 도문대작이라는 식당이 있다. 허균(許筠)이 함열 유배 시절인 광해군 3년, 전국 팔도의 식품과 명산지에 관해 정리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저술했다고 한다. 함열관아 객사터 가까운 곳이 허균 선생의 유배 생활공간이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바탕으로 이곳 함라 숙소의 식당 이름이 ‘도문대작’이다. 정이 넘치는 마을분들이 차려주신 수수한 한 상으로 흐믓했던 아침 시간이다.
그냥 시내의 흔한 숙소에서 묵었다면, 따끈한 온돌의 맛도 모르고 덜컹거리는이중 창호문여닫이도 못 해봤을 것이다. 아침 이슬 촉촉한 담장이 이어진 멋진 아침 산책도, 새벽 정원의 이슬도, 정다운 아침밥상도, 점잖으신 향교 어르신도 못 뵈었을 텐데. 교외로 조금 더 달려가서 묵은 조용한 한옥마을의 하루가 기억 속에 이렇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호젓해보기의 진수, 익산 여행은 확실한 힐링이었다.
개항 이후 인천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문화와 유행을 선도했던 신포동. 지금은 구도심이 된 이곳 신포동에 30여 년간 자리를 지키며 인천시민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LP 카페 ‘흐르는 물’이 있다. 따뜻한 LP 음악 사이로 손님 한명 한명과 담백하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안원섭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LP 음반과 통기타, 오래된 시집들과 빛바랜 사진들. 가게 내부엔 주인장의 취향과 그가 살아온 삶의 자취가 잔뜩 묻어난다. 안원섭 대표는 유랑극단 단원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하고 즐겼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한 그가 29세의 나이에 LP 카페를 차리게 된 이유다.
예술하는 청년들의 사랑방
음악만큼이나 ‘시’를 좋아했던 안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백일장이나 창작문예대회에서 자주 입상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재능이 남달랐다. 청년이 되어서는 직접 쓴 시에 통기타로 음을 입혀 노래를 부르고 작은 공연도 열곤 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음악과 시를 향유하면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1989년 1월, 테이블 여섯 개 들어가는 13평 남짓의 첫 번째 가게를 이곳 신포동에 오픈했다. “지금은 신포동이 구도심이 됐지만, 개항 직후에는 서울보다 신문물이 빨리 들어오고 관공서도 전부 위치했던 핫한 도심이었다”라며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청년기를 이곳에서 보내면서 음악·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라고 설명했다.
상호인 ‘흐르는 물’은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흐르는 것이 어찌 물뿐이랴’라는 구절은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을 울렸다. “뒹구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듯이 흐르는 물은 썩지 않거든요. 세상은 흐르는 물과 같아요. 그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게 법이에요. 노자의 사상 중 ‘상선약수’도 있잖아요. 이게 진리거든요.”
시적인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공간이다. 가게 오픈 초기, 음악과 시를 사랑하는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이 가게에 예술을 사랑하는 인천 지역 청년들이 자주 찾아왔다. 화가, 작가, 음악가, 시인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교류와 활동의 전당이었다. 손님들과 밤새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날도 많았고, 술 한잔에 예술과 삶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나누며 청춘을 함께했다. 돈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외상도 망설임 없이 해줬다. 시인에게는 커피값 대신 시집을, 화가에게는 술값 대신 그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가게에 돈통 하나 놓고 알아서 넣고 가시라고 했어요. 물감 살 돈도 없던 전업 화가 손님한테 어떻게 돈을 받아요. 그냥 ‘나중에 많이 벌면 주세요’ 했죠. 다 내 선배고 후배인데 술 한잔 베푸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지금도 예술가들은 이곳을 찾는다. 공짜로 음악과 술을 즐긴 손님들은 이내 미술 작품이나 시집을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규모가 큰 가게는 아니었지만 예술가들이 찾았던 낭만적인 공간이었던 만큼 차츰 이름을 알렸고, ‘타악기의 대가’ 김대환, ‘들국화’의 조덕환, ‘포크의 전설’ 양병집 등 7080 가요계의 전설적인 음악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 작은 가게에서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러웠다”며 “특히 존경했던 故 김대환 선생님의 연주를 ‘흐르는 물’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하고 명예로운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LP 음반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곳
‘흐르는 물’에는 외국 팝송, 포크, 블루스,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LP 음악이 흐른다. 매일매일 그날의 분위기, 날씨 등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재생하고, 손님들의 신청곡에 따라 음악이 바뀌기도 한다. 5000장이 넘는 LP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안 대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 소원은 만 장을 모으는 거였는데 어렵게 됐죠. 원체 생산되지 않으니까 구매할 수가 없는 거예요.”
재생 목록을 만들어놓으면 연이어 노래가 나오는 음원과 달리 LP 음반은 계속해서 디스크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인터뷰 중에도 흐르는 음악에서 관심을 뗄 수 없었다.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음악이 끝나기 전에 다음 디스크로 바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편안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LP 음반을 고집하며 LP 카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안 대표는 다양한 비유를 통해 LP 음반만의 매력을 설명했다. “요즘 우리는 정화된 생수를 많이 마시지만, 옛날에는 정수기가 없어서 누룽지 먹을 때 나오는 숭늉을 많이 먹었거든요. 그 후에는 보리차를 끓여 먹었고요. CD나 MR은 정화된 생수예요. 그저 깔끔하죠. 하지만 숭늉이나 보리차를 생각해보세요. 가끔 건더기도 나오고 구수하잖아요, 고향 집의 엄마 품처럼. LP는 깔끔한 소리를 내지는 않아도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줘요.”
그 따뜻한 울림을 직접 느껴본 시니어 세대는 물론, 최근 ‘뉴트로’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 이곳을 찾는다. “한번은 20대 청년이 산울림 레코드판을 들고 왔어요. 이 음악 듣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예쁘다’라고 했어요. 그 사람의 청춘도 예쁘지만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LP 음악을 듣고 싶다고 이곳을 찾아온 행위 자체가요.”
‘백년가게’로 지정된 최초의 카페
전국에 현존하는 LP 카페는 다수 있지만, 한 주인이 30년 넘게 운영한 카페는 ‘흐르는 물’뿐이다. 신포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동네의 터줏대감이지만, 신포동 내에서 자리를 네 번이나 옮겼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색을 잃지 않고 가게를 일궈오니, 젊음을 함께한 단골손님들이 이제는 자식 혹은 제자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이곳은 음악과 커피·술을 즐길 수 있는 음악 카페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공연은 물론 출판기념회, 그림 및 사진 전시회 등이 소소하게 열린다. 오랜 역사와 함께 풍부한 문화를 담고 있는 이 공간은 카페로서 전국 최초로 지정된 ‘백년가게’가 되었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의 가게를 말한다.
안 대표는 3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가게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 중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로 꼽았다. “30주년 된 해에 8일 동안 릴레이 공연을 했어요. 8일째 되는 공연 마지막 날, 인천시립합창단의 소프라노 백혜숙 선생 팀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그들이 손님들과 함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짠 거예요. 30명의 손님이 장미꽃 한 송이씩 저랑 제 아내한테 나눠줘서 30주년 기념 30송이의 장미꽃을 선물받았어요. 너무 감사했죠. 감정이 벅차올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우리 손님들한테 큰절도 했어요.”
손님들의 공간을 지켜주는 ‘소사’
주인장에게 이 공간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이 가게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찾아주시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게를 30년 넘게 운영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이곳을 관리하고 지키는 ‘소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난 그냥 소사예요. 학교에 상주하면서 잡일을 도맡아 하는 관리자를 소사라고 부르잖아요.”
이곳을 찾아주는 이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지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온 손님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음식을 내어드리는 것뿐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단골손님들의 18번 곡을 알아서 틀어주곤 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하고 사지가 멀쩡하면 언제까지라도 우리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틀고 싶어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겨울은 시니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계절이다. 건조한 날씨와 실내외 큰 온도 차이, 미세먼지 등이 이어져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쉽게 발생하고, 요통·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 시니어들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빙판길이다. 빙판길은 보행자의 낙상사고 위험이 높아 겨울철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시니어는 균형 감각과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에 다른 연령대보다 낙상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낙상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5만 5107명이다. 80대 이상이 1만 1204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1만 112명, 60대 9023명, 50대 7415명 순이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낙상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부분의 낙상은 가벼운 타박상이나 염좌 정도에 그치지만 시니어는 근육량과 골밀도가 낮은 만큼 ‘척추압박골절’과 같은 큰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척추가 납작하게 주저앉는 질환을 말한다. 초기에는 통증이 가볍게 느껴지다 점점 심해지며,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달리 마비·저림 등 신경 증세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척추압박골절을 방치하면 허리가 굽는 척추후만증이 나타나거나 척추신경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낙상 후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낙상 후 간단하게 척추압박골절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다. 척추를 손으로 눌렀을 때 특정 부위의 통증이 심하다면 척추압박골절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침·재채기를 할 때나 음식물을 삼키는 등 사소한 움직임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척추압박골절 치료를 위해 침, 약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해 보존적 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침 치료를 통해 근육·인대 등의 긴장을 풀고, 한약재의 약효 성분을 추출한 약침을 경혈에 놓아 염증을 가라앉히고 근육과 신경을 강화해 골절 부위의 회복을 촉진시킨다.
이후 골절 부위가 충분히 붙으면 추나요법으로 등과 허리의 긴장을 풀고 척추 배열과 균형을 바로잡는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자신의 손과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틀어진 뼈와 인대를 밀고 당겨 바르게 교정하는 수기요법이다. 2019년부터 건강보험 급여화가 적용돼 많은 근골격계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선행돼야 한다. 낙상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안전 습관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안전하게 걷는 습관을 익혀야 한다. 겨울철에는 쉽게 손이 차가워지기 때문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보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을 때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롱 패딩이나 코트 등 다리를 덮는 긴 외투를 입는 것도 움직임에 제약이 발생해 낙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빙판길을 지날 때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아래쪽 단추를 풀어 하체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뒤로 넘어지는 낙상이 부상 위험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상체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고 보폭을 줄여 걷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지면과의 발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구두보다는 운동화 신는 것을 추천한다.
둘째, 낙상을 당하더라도 바로 일어서지 말고 몸 상태부터 살펴야 한다. 낙상 직후 바로 몸을 일으키려다 부상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친 곳이 없는지 천천히 몸을 살피자. 만약 허리나 엉덩이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척추와 골반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셋째,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을 통한 신체 균형 능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 중에서도 적극 추천하는 것이 하체 근력 및 골밀도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체중 부하 운동’이다. 체중 부하 운동이란 뼈에 무게가 실릴 정도의 근력 운동을 의미한다. 초심자는 맨손체조나 조깅, 줄넘기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강도를 자신에게 맞는 수준으로 늘려나가자.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에 20분 이상 꾸준히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시니어 낙상 환자 중에는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평소 자주 오는 요통 등 퇴행성 질환으로 착각하고 치료를 받지 않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소한 낙상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22년 신년을 맞이하는 때에 엉덩방아로 건강을 망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오늘은 사람 없는 편이야. 하루에 800명 올 때도 있거든. 파주랑 천안에서도 이거 먹으러 오기도 하고 그래.”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 입장하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후 한 시경에 방문한 한 어르신이 받은 대기표는 274번. 명동성당 내 옛 계성여고 운동장에 크게 설치된 천막 밖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만 어림짐작으로 서른 명은 넘어보였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백신패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추위를 피하고 외로움을 달래던 복지시설이 휴관하거나 부대사업으로 진행하던 경로식당 운영 중단, 입장 인원에 제한을 두면서부터다. 이에 추운 날씨에도 오갈 데 없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명동밥집은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음에도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야외에서 무료배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옛 계성여고 운동장 자리에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줬지만, 5월부터는 현장 배식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도시락보다 현장 배식을 선호했다. 올해 내내 명동밥집을 이용한 어르신은 “도시락은 가져가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배식 방식을 변경하자 초반에는 200명 안쪽이던 방문자 수가 이제는 700명을 웃돈다.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마다 운영되는 명동밥집의 주말인 일요일 방문자 수는 850여 명으로 가장 많다.
무료급식소 이용자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아진다. 농촌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들의 일거리가 끊기면서 하루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탓이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기존에 운영되던 무료급식소와 복지관 경로식당도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일례로 관악노인종합복지관은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현 상황으로는 무료급식소 이용을 희망하는 취약계층을 모두 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료급식이 불안정하게 제공되다 보니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맞고서 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맞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점 등 재난 상황이 노숙인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사례들이 많다”며 “정책이나 제도들이 주거박탈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은 안전뿐 아니라 하루 한 끼 식사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노숙인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숙인시설의 수면실 절반 이상(52.3%)이 독립적 공간 확보가 어려운 침상형으로 구성돼 있다. 수면실 내에서도 2m 이상 거리두기가 가능한 시설은 34.9%에 불과했고, 커튼이나 가림막 등을 확보한 시설은 20.8%에 그쳤다.
현재 실내에서 운영되는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나 접종증명(백신패스)을 제출해야 입장 및 이용이 가능하다. 정보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이나 노숙인의 실내 급식소 이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취약계층의 겨울철 따뜻한 밥 한 끼가 위협받고 있다.
"무대에서 연기하다 죽고 싶다." 배우 이순재가 한 말이다. 이순재는 노년의 나이에도 무대 위에 올라 연기를 펼친다. 그와 같이 배우들은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해지더라도 무대를 잊지 못해 돌아온다. 최근 개막을 했거나 앞둔 작품들을 보면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장년 배우들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추워지는 날씨에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여 소개한다.
오영수, 오일남 벗고 프로이트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 20대 초반 1963년 광장 극단의 단원으로 입단한 그는 연기 생활 50여 년 만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오영수의 차기작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는 무대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오영수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라스트 세션'이다.
오영수는 '라스트 세션' 기자 간담회에서 "갑자기 '오징어 게임'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나서 나의 중심이나 연기자로서의 의식 흐름이 흩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다"며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연극을 선택한 게 잘한 일인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강조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 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정신 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오영수와 신구는 프로이트 역에, 이상윤과 전박찬은 루이스 역에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오영수는 "대사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고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나가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신구 선배가 이 역할을 하셨다고 해서 용기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라스트 세션'
일정 2022년 1월 7일 ~ 3월 6일
장소 대학로 티오엠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황정민, 다시 리차드3세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2년 만에 연극 '리차드 3세'로 무대에 돌아온다. '리차드 3세'는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이다. 황정민은 초연 당시 10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리차드 3세'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으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악인 연기로 호평받았다.
'리차드 3세'는 영국의 장미 전쟁기 실존 인물 리차드 3세를 모티브로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희곡이다.
황정민은 선천적으로 기형인 신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 감각, 탁월한 리더십으로 경쟁 구도의 친족들과 가신들을 모두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악인 리차드 3세를 연기한다.
황정민은 "시대를 막론하고 명작은 보는 이들이나 만드는 이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에너지를 전달한다. 많은 분이 쉽게 접하고 연극과 예술을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양질의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리차드 3세'는 그러한 편견을 깰 가장 적합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 출연 이유를 밝혔다.
'리차드 3세'
일정 2022년 1월 11일 ~ 2월 1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서재형
출연 황정민, 장영남, 윤서현, 정은혜, 임강희, 박인배 등
신성우, 연출 겸 배우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은 가수 신성우는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연출을 맡은 동시에 배우로 출연도 한다. 앞서 신성우는 지난 2019년 10주년 기념 공연 당시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섬세한 연출로 극의 몰입도를 높여 호평을 이끌고 있다.
'잭더리퍼'는 1888년 실제 런던에서 일어난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 중 극 형태다. 퍼즐 조각처럼 얽힌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 가는 스릴러 뮤지컬로 강력한 반전을 선사한다.
신성우는 극에서 잔혹한 살인마 '잭'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 외에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이 잭 역을 연기한다.
'잭 더 리퍼'
일정 12월 3일 ~ 2022년 2월 6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연출 신성우
출연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 신성우, 김법래 등
겨울은 노인에게 특히 취약한 계절이다. 추운 날씨는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기후 변동에 적응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계절에 따른 연령별·원인별 사망자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고연령일수록 겨울에, 저연령일수록 여름에 사망 비중이 높았다. 70세 이상 고연령층의 사망자 수는 12월에 4605명으로 월평균 대비 13% 높았다.
심뇌혈관 관련 질환
노인들이 겨울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은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심뇌혈관질환이다. 뇌졸중이란 ‘뇌가 강한 일격을 맞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뇌에 있는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을 모두 포함한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뇌의 정상기능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뇌졸중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추운 날씨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온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혈관이 약해진 노인들은 갑자기 차가운 날씨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뇌내출혈을 일으키면서 돌연사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고연령층의 주된 사망 원인을 보면 1위인 암(26%)에 이어 심장질환(15.9%)과 뇌혈관질환(8.4%)이 뒤를 잇는다.
고혈압이 있는 시니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누구나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가는데 고혈압 환자들에게 급작스러운 혈압 상승은 특히 치명적이다. 심장에 부담이 가면서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나 작은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출혈의 원인 75%는 고혈압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고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받고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넘어지며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
추운 날씨는 근육도 굳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노인은 빙판길에 넘어지기도 쉬울 뿐 아니라 넘어졌을 경우 뼈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특히 노화에 따라 골밀도가 저하된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손목이나 엉덩이뼈 등에 골절과 치명상을 입기에도 쉽다. 특히 엉덩이뼈인 대퇴부에 골절을 입은 경우에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 노인들은 낙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연골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생긴다. 주로 체중을 많이 받는 관절인 무릎과 엉덩이 관절 등에 심한 통증과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장기간 방치하면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하는 흔하고 위험한 관절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관절염은 낮은 기온과 관련이 높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 활동이 줄면서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적어지는데, 이때 근육 자체의 신진대사도 줄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근력운동을 통해 충분한 근력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칼슘 섭취에 신경 쓰고,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근육과 인대에 활력을 찾아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빙판길은 피하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지 말고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활용해 균형을 잡으며 이동하는 것이 좋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체중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통증이 계속되면 약물 및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뿐 아니라 관절보호 및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근이완제, 진통제 및 관절보호제 등을 적절히 함께 사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겨울 폐렴 등 호흡기 질환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질환 역시 겨울철 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겨울엔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건조하고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와의 온도 차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노인들이 감기에 쉽게 걸리는 이유다. 노인은 감기에 걸리기에도 쉽지만 감기에 걸리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크다. 겨울을 앞두고 정부가 고령자 대상으로 폐렴 예방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젊은 환자들에 비해 노인성 호흡기 질환은 증상이 완만하게 오고 고열이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폐렴이나 만성폐쇄성질환으로 발전되기 쉬운 이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가 있는 식단, 금연 금주 등 기본적인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낮 시간에 환기를 주기적으로 시켜주고 잠자는 방에는 가습기나 빨래를 널어 60~80%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시엔 1.5~2리터 정도의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고령자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독감‧폐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추천한다.
완연한 겨울이다. 날씨가 추울 때는 주말에 전시회를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요즘 교과서에서 본 유럽 미술 거장들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전시회 세 가지를 추천한다. 내년까지 전시가 이어지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떤 전시를 가면 좋을지 알아보자.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
일시 : 11.27 ~ 2022.03.20
무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다. 그의 국내 첫 공식 회고전이 서울 동대문 DDP에서 내년 3월 20일까지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으로 '괴짜 천재 작가'로 통했다. 녹아서 흘러내리는 시계 등이 등장하는 몽환적이고 독특한 그림들이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복제품이 아닌 진짜 원화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공식 협업으로 성사됐으며, 유화와 삽화를 비롯해 설치작품, 영상, 사진 등 총 14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달리의 유년 시절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시기별 작품을 조명하고 작가가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도 소개한다.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샤갈 특별전 : Chagall and the Bible'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일시 : 11.25 ~ 2022.04.10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회고전이자,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이 오는 2022년 4월 10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다.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유대인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다.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해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기존 국내에서 진행된 샤갈 전과 달리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또한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공개된다.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는 시간 동안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이런 샤갈이 성서를 통해 전달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올 연말 따뜻함을 전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초현실주의 거장들展'
일정 : 11.27 ~ 2022.03.06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초현실주의 거장들展'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주요 작품을 포함해 180여점을 선보였다.
본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총 6개의 주제로 구성으로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하고 확산하였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의 메인이 된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의 1937년 작 '금지된 재현'이다. 등돌리고 선 남성이 거울 속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살바도르 달리의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만 레이의 '복원된 비너스' 등 초현실주의 대표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이틀 전이었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아.” 수화기 너머의 퉁명스러운 한마디 믿고 나선 길. 곧 추워질 날씨를 생각해 홍삼 음료수를 샀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10분쯤 걸었을까. 낡은 간판 옆 느리게 돌아가는 삼색등과 빈 의자 네 개를 발견했다. 손님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국 최초 여성 이용사의 특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성북동 새이용원이다.
구성진 트로트 가락, 엇박으로 어우러지는 가위 소리 대신 크게 틀어둔 TV 뉴스, 문 앞에 길게 늘어진 주렴 대신 칠이 떨어진 낡은 문. 이용원 내부는 상상했던 모습과 조금 달랐지만 세월이 그득 배어 있었다. 새이용원의 주인장, ‘명랑 이발사’ 이덕훈(87) 씨는 주 고객층 연령대에 한참 못 미치는 기자에게 앉아 계시던 자리를 권했다. “여자는 하체가 따뜻해야 해. 이리 와서 앉아.”
장녀, 아내, 엄마, 그리고 이용사
권유에 못 이겨 자리에 앉았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최근 전파를 탄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이 씨가 이용사의 상징인 흰색 가운을 걸치고, 손님 목에 보자기와 두루마리 휴지를 두르는 동안 4평 남짓한 공간을 둘러봤다. 큼직한 거울 위 빛바랜 이용사 면허증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이발 준비를 마친 베테랑 이용사가 손님에게 싱겁게 물었다. “여기 처음 왔어요? 나 유명한 사람이야. 방송도 많이 탔어.” 이윽고 이발을 시작하는 대신 서랍에서 누렇게 바랜 사진을 꺼내 들었다. “이 양반이 우리 서방님. 얘들은 우리 아들들이야. 인물이 아주 좋지?” 잘 짜인 각본처럼 이야기가 줄줄이 엮여 나왔다.
5남 2녀 중 장녀인 이 씨는 일제강점기 때 군부대 이발 담당관으로 차출됐던 아버지를 보며 이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려면 한 명이라도 손을 보태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는 국민학교만 졸업하고서 이발 기술을 배우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발소 허드렛일과 집안일을 전부 도맡으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1958년 이용사 면허시험에 합격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이발사가 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김두한이 ‘성북동 아줌마’를 찾아 머리를 맡길 정도로 솜씨도 좋았다.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남편에 아들들, 시부모까지 먹여 살리느라 하루에 스무 시간을 일했다. 이발소 안의 여자를 원숭이 보듯 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몸이 고된 것보다 가족을 먼저 보낸 아픔이 더 컸다. 스무 해 전 먼저 가버린 남편이 아직도 그립고 애달프지만 그는 새로운 해가 뜨면 다시 이용원 거울 앞에 선다. 제 몸보다 아꼈던 남편, 딸 하나와 아들 셋을 보내며 무던히 살아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또다시 가위와 빗을 쥐었다. 한 달에 1cm, 열흘에 1mm 자라는 150만 개의 머리카락을 만진 지 60년 세월이다. 처음 보는 손님 가르마를 보고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임을 파악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진짜 예술가
지난해 여름엔 셋째 아들마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꽃을 좋아했던 아들은 어머니에게 형형색색 꽃 사진이 가득한 휴대폰을 남겼다. 평생을 거울 앞에서 마네킹처럼 일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찍은 아들의 꽃 사진. 그는 매일 꽃 사진 너머로 아들을 만난다. 수백 종류 꽃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무궁화다. “오늘 하루만 살아. 내일이 어떻게 될 줄 알아?” 매일 피고 진다는 무궁화는 휴무일인 화요일을 빼고 매일 손님을 맞았던 이용원을, 이용사 이덕훈 그 자체를 닮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용원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 아쉽긴 했으나 그는 불평하는 대신 이용원을 찾는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손님이 없을 땐 일기를 썼다. 아들들이 사준 18년 된 철제 드라이어와 25만 원짜리 사감 선생님 안경, 아버지가 물려준 100년 된 바리캉을 앞에 두고 펜을 잡았다. 어느 날은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적었고, 어느 날은 죽은 남편과 아들들을 향한 그리움, 가난해 제대로 먹이지 못했던 딸에 대한 미안함을 토해냈다. 그렇게 이용원 거울 앞 서랍장 속에, 탁자 위에 먼지 묻은 삶의 추억이 겹겹이 쌓였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럼 당신은 정말로 잃을 게 없다.” 빈 페이지 없이 빽빽한 공책 속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갈망하며 우직하게 나아가는 이, 잃을 것 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글귀 속 예술가의 정의가 그와 겹쳐 보였다. 여든일곱 나이에 가위를 쥐고도 흐트러짐 없는 손아귀 힘, 손님들이 찾아오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는 굳건함이 예술가의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부쩍 짧아진 해가 기척 없이 저물었다. 비워뒀던 이용실 의자 위에 보자기를 덮고, 잘린 머리카락을 쓸어다가 버린다. 인터넷에 고지된 영업 마감 시간 오후 7시가 채 되기 전. “요즘은 해 지면 닫아. 어차피 손님도 안 오는데.” 분주히 움직이던 그가 다른 편 보자기를 들춰 자양강장 음료수와 두유, 과자를 가득 쥐여줬다. “사랑해. 조심해서 들어가.”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날의 삼색등이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