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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남성의 고된 다이어트, 방법은?
- 생물학적 수명과 함께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액티브 시니어에게 또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외모다. 모임이나 대인관계가 계속 유지되다 보니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그러나 중장년 남성의 경우 성형이나 미용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자연스레 그 관심이 ‘다이어트’로 쏠리고 있다. “뱃살만 빼도 더 젊어 보일 텐데”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의들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의 뱃살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비만치료에만 집중하는 365mc의 노원점 채규희(蔡圭希·42) 원장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봤다. “나이 들면 살이 잘 안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뭔가 손쉬운 해결책이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각오하라는 경고로 시작된다. 다이어트는 역시 쉽게 볼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줄면서 체내 근육량이 감소해요. 또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량 유지도 어렵게 되고요. 근육이 줄어드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섭취한 음식이 가진 열량을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하게 돼요.” 다이어트 약 거부감 되레 병 키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역시 기대했던 마법은 없다. 채 원장은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음식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10%는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소모됩니다.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 돼요.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음식을 적게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죠.” 의사들이 비만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비만도의 지표인 체질량 지수는 BMI(Body Mass Index) 지수라고도 부르는데, 체중(kg)을 키(cm가 아닌 m를 기준)의 제곱으로 나눈 숫자다. 만약 키가 170cm이면서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이 있다면 체질량 지수는 70/1.72, 즉 24.2가 된다. 채 원장은 이 지수가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체질량 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보고 약 처방을 합니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있다면 27 이상일 때 처방을 시작하고요. 물론 혈압이나 당뇨 수치가 약으로 조절이 안 된 상태라면 그것을 먼저 안정화시킨 다음에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요.” “또 약을 먹으라고?” 처방 제안을 받으면 아마 많은 중장년들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흔히 4종 세트라고 말하는 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약, 통풍약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여기에 약 하나를 더하라니. 하지만 채 원장은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도 체중조절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이나 혈당 조절을 할 때 체중 감량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요즘 나오는 약들은 장기간 복용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 약과는 다릅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장기간 복용해도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어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체중감량을 위해 처방되는 약은 크게 3가지다.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체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약, 음식물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으로 나뉜다. 안전하지만 넘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복용을 해야 효과가 나고, 끊게 되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술자리 사실 남성들에게 가장 큰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술과 외식이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를 해보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식당밥’을 먹는 경우가 대다수라 지키기 어렵고, 잦은 술자리는 뱃살을 더욱 두둑하게 만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장년 남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늘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다이어트 식단 같은 것은 꿈도 못 꿔요. 게다가 생맥주 3잔 혹은 소주 1병이면 밥 두 공기만큼의 칼로리와 맞먹어요. 여기에 안주까지 더하면 한 끼에 1만kcal에 육박할 수도 있어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2500kcal. 한 번의 술자리가 미치는 여파가 가늠이 된다. 그래서 채 원장이 권하는 것은 ‘야채 도시락’이다.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야채를 도시락으로 갖고 다니다가 식사 때 꺼내어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주고, 염분섭취도 낮춰준다. 이것이 곤란하다면 식사마다 밥을 3분의 1가량 덜고 조금만 식사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이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과일이나 떡과 같은 간식도 치명적이다. 송편 3개만 먹어도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는다. 과일은 건강에 좋으니 맘껏 먹어도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과일 속 과당도 엄연한 당분이다. 먹으면 살로 간다. 해야 하는 운동,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릎이 나가 우리는!” 지난해 방영된 모 소화제 광고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걸으면 그만이라는 젊은이에게 이경규는 이렇게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시니어 입장에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릎이나 어깨, 허리 등 주요 관절에 크고 작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수중운동을 권합니다.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운동이 대표적이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심폐기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돼요. 복부지방을 빼고 싶다면 빨리걷기도 효과가 좋습니다. 이런 운동들이 익숙해지고 근력운동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죠.” 뽈록한 배, 지방흡입 효과 있을까 중장년 남성의 다이어트 지향점은 날씬한 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만 좀 날씬해진다면 다른 부위에 살이 좀 붙은 것쯤은 신경 쓸 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길거리에 붙은 지방흡입 광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운동도 싫고 약도 곤란하다면 확 들어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채 원장은 “지방흡입도 만능은 아니다”고 말한다. “복부는 윗배와 아랫배로 나눌 수 있는데, 윗배는 내장지방의 비중이 높고, 아랫배는 피하지방이 대부분이에요. 문제는 지방흡입 수술과 같은 방식이 효과적인 부분은 피하지방이라는 것이죠.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으로 빼는 것보다는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에요. 결국 또 제자리인 셈이죠.(웃음) 지방흡입 수술은 내장지방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체형 변화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로 체중감량에 도움닫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지방흡입을 주목하는 것이지요. 남성들은 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최근에 지방흡입 수술에 비해 간단하게 주사로 지방을 추출하는 시술이 개발되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합니다.” 채 원장은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부분 본인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어요. 말씀 나누다 보면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고 거꾸로 제게 알려줍니다. 갑자기 여러 가지를 뜯어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한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한 대책을 만들어 생활에 변화를 줘보시는 것이 지키기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날씬해진 자신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 2018-11-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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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가 함께 연금부자 되는 노하우
- 노후생활은 부부가 중심이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연금에 가입하여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는 없을까? 나는 보험회사에 다녔고 주택연금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기도 하여 노후 연금과 관련한 관심이 높다. 우선 국민연금을 살펴보려 한다. 직장인을 남편으로 둔 전업주부는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으나 베이비붐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소득이 없어도 임의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으므로 남편과 별도로 연금에 들어놓으면 노후에 도움이 된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의 중간 소득(99만 원)에 해당하는 연금 보험료 9만 원 이상을 내면 된다. 다만, 최소 10년의 가입 기간을 채워야 연금수령이 가능하다. 60세에 가입 기간이 10년이 되지 않을 경우 연장가입제도를 활용하여 추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장가입은 65세로 한정되어 있어서 55세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53세인 주부가 가입하면 60세에 연장가입 신청해 10년에서 부족한 3년을 추가로 내면 된다. 또한, 국민연금은 같은 금액으로 부부 중 한 사람이 가입할 때 보다 그 금액을 나누어서 가입하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남편 혼자 25만 원의 보험료를 내면(30년 납부 기준) 월 77만 원을 받으나 부부가 합한 보험료 25만 원으로 각각 12.5만 원을 내면 한 사람이 56만 원씩 합쳐서 월 112만 원을 받게 된다. 후자가 월 35만 원을 더 받는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사회 보장성 보험이어서 저소득층 수익률이 훨씬 높다. 개인연금은 명의 변경이 되지 않아서 부부 중 누구 명의로 할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이가 적은 사람, 즉 오래 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가입하면 좋다. 요즘은 연하 남편도 많으나 대체로 아내가 나이가 적고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어서 개인연금은 아내 명의가 유리하다. 남편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에 많이 가입돼 있으나 아내는 남편보다 노후 준비가 취약한 편인 이유도 있다. 이혼하게 되면 어떨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등은 거의 재산 분할 대상으로 연금을 나눠 써야 한다. 혼인 연차가 30년에 이르면 50:50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한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 늘고 줄기도 하나 혼인 연차 30년의 전업주부에게 재산 분할 50%, 연금 분할 35% 법원 판결이 있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연금 분할도 50%를 인정했다. 반면에 주택연금은 이혼하면 연금을 승계받을 수 없다. 나는 국민연금 1세대로 직장을 다닐 때인 1988년부터 가입했다. 1997년 말 47세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조기 퇴직이고 금융위기로 재취업과 창업이 쉽지 않아 생활비 마련의 방편으로 국민연금을 일시에 해지했다. 제도가 바뀌어서 지금은 일시 해지가 되지 않으나 그때는 가능했다. 그 후 지역 국민연금을 소액 보험료로 넣고 있었다. 연금 수령 나이 무렵 예정 연금수령액을 알아보았더니 아주 적었다. 국민연금공단과의 상담으로 반납제도를 알게 되었다. 미납된 보험료와 해당 이자를 합한 금액을 일시에 냄으로써 기존 가입 조건으로 회복시켜주는 제도다. 산출된 금액을 한꺼번에 내고 60살부터 연금을 받고 있다. 중간에 보험료를 내지 못한 상태인 사람에게 이 제도 활용을 권하고 싶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지혜를 절실하게 깨달은 경험이 됐다. 각종 연금제도를 잘 이해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함도 노후준비의 지혜가 아닐까? “알아야 면장을 한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 2018-11-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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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강형구 씨
- 지난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8개월 만에 연명의료를 안 하거나 중단한 환자의 수가 2만 명이 넘었다고 보건복지부가 10월 9일 밝혔다. 이 제도의 핵심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의 숫자는 8개월간 5만8845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보급과 연명의료결정법이 자리 잡은 이면에는 제도의 정확한 내용을 알리고 작성을 돕는 등록기관과 상담사들의 활약이 있다. 그중 죽음준비교육,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해서 초창기부터 활약해온 상담사 강형구(姜炯求·60) 씨를 만나봤다. “처음엔 저도 죽음준비교육이라는 분야가 생소했죠. 하지만 국내 상황이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기울면서 수요도 늘고,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형구 씨는 20년 넘게 생명보험회사에서 교육과 영업을 담당했던 보험맨 출신.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직원과 점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다 그는 죽음준비교육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 배경에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임병식 이사장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그는 “워낙 개인적으로 믿는 분이라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한다. 또 오랜 기간 보험업계에서 쌓아온 감각도 긍정적인 알람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2013년 싸나톨로지스트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협회가 배출한 첫 번째 기수다. 이후 이 분야에 관심이 생긴 강 씨는 각당복지재단의 죽음준비지도자 과정도 심화과정까지 수료했다. 2년간 죽음 준비와 관련한 교육에 매달린 셈이다. 정책 초창기 강사 12인에 선정돼 “그러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아름답고 존엄한 나의 삶 전문강사를 모집했어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죽음 준비나 호스피스에 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뽑았던 것이죠. 총 12명을 선발했는데 다행히 합격해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죠.” 이 사업은 지금의 완화의료나 연명의료 관련 정책의 씨앗이 됐다. 선발된 강사들은 2017년까지 전국을 돌며 죽음 준비 등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전국의 노인복지관 등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했지만 상당수 교육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실무자 등을 상대로 이뤄졌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 실무자들도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았다. “아무래도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으니까요. 특히 치매에 걸리거나 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해요. 또 죽음의 순간에 느껴지는 고통에 대한 걱정도 있고요. 호흡기 문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해소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하면 안심하십니다. 죽음의 순간에는 도파민이 통증을 막아주거든요. 그 외에 죽음을 준비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알려드리면 무척 좋아하십니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계층 대상 교육 그는 3년간 40여 개 기관을 돌며 교육을 진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로 시각장애인 대상 교육을 꼽았다. “일반적으로는 준비된 자료 화면을 통해 교육을 하는데 그분들은 볼 수가 없으니까요.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큽니다. 그래서 꼭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구술로만 설명이 가능하도록 사례를 엮은 뒤 스토리텔링을 통해 꼭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했는데, 다행히 호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게 3년간 전국을 돌고 난 강 씨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작성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류 기재와 등록 등의 과정을 돕는 역할이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86곳(지역보건의료기관 19곳, 의료기관 46곳, 비영리법인·단체 20곳, 공공기관 1곳)이다. 또 전국 238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와 지사, 출장소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강 씨가 활동 중인 곳은 비영리 사단법인인 희망도레미. 보람과 의무감이 움직이게 해 “의향서 작성이나 교육에 대한 신청이 들어오면 상담사가 2인 1조로 나가 교육을 진행하고 서류 작성을 도와줍니다. 이때 더러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상담사들이 절대 서류 작성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의향서 작성은 무조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되며, 저희는 관련 내용 안내만 할 뿐이에요. 건당 할당량이 있거나 수당을 받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안내를 하다 보면 그런 오해들을 받고, 간혹 어르신이 의향서 작성 후 자녀분들이 항의를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또 기관끼리 의사소통이 안 돼 문전박대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사들이 받는 돈이 많은 것이 아니다. 각 등록기관마다 내규를 통해 교통비를 지급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담당하는 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산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측 관계자는 “상담사의 활동비는 각 등록기관의 재량으로 정해지며, 정책적으로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강 씨가 상담사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다른 상담사들과 마찬가지로 ‘봉사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 대부분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있고, 본인 의사와 관련 없이 연명의료로 연장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막연히 무서워만 할 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요. 특히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상담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한글을 읽고 쓰는 것조차 안 되시는 분들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때문에 저와 같은 상담사들의 활동이 그분들에게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간절함이 제게는 원동력이 되고요. 막연히 두려워만 하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시곤 ‘후련하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 2018-11-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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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 플로렌스 너싱홈
- 노후를 어디서 보낼 것인가. 죽기 전까지 어디서 살 것인가는 시니어의 마음 한쪽을 무겁게 만드는,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특히 치매나 중풍 같은 질환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면 더욱 문제다. 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보호)시설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설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일반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후를 맡길,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없는 것일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새 연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첫 번째 주자가 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문을 두드렸다. 자유로를 따라 파주시 탄현면을 찾아 달린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러 두 번이나 왕복한 길이다. 웬만해선 붐비지 않는 그 길을 따라 서울에서 30분 정도 달려가면 ‘대동리’라 쓰인 출구가 나온다. 달랑 대동리라고만 쓰인 표지판이 다소 생경하다. 거기서부터 중앙선도 없는 국도를 5분 정도 달리면 드디어 플로렌스 너싱홈이 나타난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설계된 구조 요양원을 둘러보니 구조가 독특하다. 병실과 식당, 공용시설 등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는 병원과는 다르게 어느 곳을 봐도 거실 모양을 한 공간이 눈에 띈다. 사방이 비슷한 풍경이다. 이예선 원장은 유니트(Unit) 단위로 조성된 설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외 너싱홈도 이렇게 유니트 개념을 도입한 곳이 많아요. 1개 유니트에 11~12명 정도가 머무는데요, 어르신들의 침실과 함께 거실과 화장실, 목욕탕이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은 한 집에서 소수의 어르신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거주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작은 집 여러 개를 합친 전체 시설을 운영하는 개념이죠.” 단일 유니트에는 전담 요양보호사들이 배치돼 함께 생활하고, 각 유니트는 성별이나 질환 종류, 개인별 성향 등이 고려돼 환자들이 배정된다.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장기요양보험 4~5등급 정도의 가벼운 치매 환자들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정원은 총 49명. 2015년 증축 결과 설치 허가 면적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56명까지 인가가 가능했지만, 동선이나 생활의 편의성 등을 위해 정원을 축소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삶의 끝이 아닌 연장으로 플로렌스 너싱홈이 지향하는 환자들의 생활은 ‘그동안 살아온 삶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각자 인생을 살면서 갖게 된 기호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개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자녀에게도 숨겨온 ‘까막눈’을 고치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는 글쓰기나 산수 숙제를 내어주기도 하고, 마비된 모습을 남에게 숨기고 싶은 어르신에겐 태블릿 PC를 통해 침실에서 할 수 있는 전래동화 보기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평생 가사를 해온 사람이 많기에 요리 재료를 다듬고 있으면 잔소리하는 어르신도 많다.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 손질법을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전담 영양사는 웃으며 얘기한다. 매번 어르신들의 손을 빌리면 노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계절별로 날짜를 잡아 실컷 만져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장 속을 버무리거나, 잔뜩 받아온 콩을 다 같이 둘러앉아 손질하는 식이다. 이외에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운영된다. 실버체조나 레크리에이션이 운영되기도 하고 분기별로는 가까운 관광지에 나들이를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종교 역시 ‘살아온 삶’의 범주에 들어간다. 인근 종교 시설에서 찾아와 어르신들을 위한 예배나 미사를 시설 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또 주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찾아오는 봉사활동도 플로렌스 너싱홈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다. 관계자는 “지나친 포교 목적이 아니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한다. 환자 건강 위해 농장도 운영 음식은 환자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변화가 많지 않은 생활이다 보니, 식사가 오락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플로렌스 너싱홈이 자랑하는 부분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바로 식재료에 관한 것. 플로렌스 너싱홈은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자체 농장을 마련했다. 원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식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가 많다 보니, 주변 농가에서 농작물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뽑아가라”는 농민들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식을 만들고 나서 대접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반드시 어떤 음식을 드시고 있는지 원형을 보여드리고 그 자리에서 먹기 좋게 요양보호사가 잘라주며 식사를 돕는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아예 음식을 모두 갈아 내오는 경우를 봤어요. 아무리 환자에게 유동식이 좋다지만 섭식이 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드시고 계시는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리한 그대로의 음식을을 식탁에 올립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명지병원과 촉탁계약을 맺고, 물리치료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물리치료실 방문을 나들이 삼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는 단골 놀이 장소다.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물리치료사가 직접 찾아간다. 이러한 맞춤형 환자 관리는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이곳에서 요양보호사들과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모두가 매일 아침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효과가 좋았던 방법들도 공유한다. 이런 운영 방식에 대해 이 원장은 “1000명의 어르신이 계시면 1000가지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이나 여러 증상에 대한 대응은 환자마다의 특징이나 삶의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회를 하시거나 용변을 만지거나 소변 냄새가 심한 분은 모두 원인이 있어요. 배회와 용변을 만지는 원인을 찾아내야 해요. 소변 냄새로 수분섭취량을 감지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이 원장은 환자 가족들을 위한 조언으로 “그래도 가족만 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가능하면 자주 면회 오시는 것이 좋아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대부분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서 견디다 오시잖아요. 어쩔 수 없이 맡기셨다 해도, 엄마 표정이 편해졌다, 건강해졌다는 말 해주실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요양병원과 요양원 뭐가 다를까? 법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기관이다. 따르는 법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을,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을 따른다. 적용보험도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구분돼 재원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인이 설립하고 상주해야 하는 반면, 요양원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설립 가능하다. 요양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대상은 만성질환자 혹은 회복이 필요한 대상으로, 치매 등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과 구분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런 시설의 주요 수요자인 치매 환자의 경우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조건을 모두 충족해, 양쪽 중 선택해 갈 수 있다. 현장에서 “결국 가족이 기관을 선택하는 조건은 가격과 입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요양병원은 보험으로 식비 지원이 되지만 간병비 부담이 큰 반면, 요양원은 요양비를 80~90% 보험으로 지원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월 비용은 요양병원이 다소 높다. 요양원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대부분 식비와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 "부모님 모실 때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치매실태조사를 위해 전국의 요양병원, 요양원을 다녀본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은 두 가지. 1 직원의 표정을 살펴라 안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을 살펴보면 그 기관의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너무 조용하거나 딱딱하면 사무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2 냄새를 맡아보자 청결 기준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냄새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하다. 악취가 나지 않으려면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환기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역한 냄새 없이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청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뜻.
- 2018-08-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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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사명이 귀촌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조연환 前 산림청장’
- 처음에는 귀촌 목적이 아니었다. 꽃향기, 흙냄새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텃밭 하나 장만할 생각이었다. 부부는 사랑에 빠지듯 덜컥 첫눈에 반해버린 땅과 마주했다. 부부는 신이 나서 매일 밤낮없이 찾아가 땅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응답이라도 하듯 땅은 씨앗을 감싸 안았고, 뿌리 깊은 나무는 온몸으로 품었다. 텃밭은 꽤 큰 대지가 됐고, 이후 정자와 살 만한 집도 마련됐다. 나무와 숲을 가꾸는 것이 평생 직업이던 조연환 前 산림청장의 귀촌 인생은 그렇게 준비됐다. 13년 차 귀촌인 조연환 전 산림청장 이야기 충남 금산군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귀촌 하우스에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 도착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와 압력밥솥으로 갓 지은 밥 냄새가 진동했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해 살짝 출출했던 탓에 당장 밥상 앞에 앉아 한 숟가락 뜨고 싶었다. 밥상 위는 말 그대로 시골밥상. 비름나물 무침, 엄나무 장아찌. 깻잎볶음, 호박 무침, 김치, 전날에 담갔다는 오이소박이, 굴비 구이가 상 한가득이었다. 완두콩을 넣어 지은 밥과 반찬으로 식사를 뚝딱 끝내고 숭늉을 마신 뒤, 조 전 청장이 손수 탄 봉지커피까지 들이키면 점심코스가 마무리된다. 녹우정(조 전 청장 집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정자 이름. 나무와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우정이 깃든 정자라는 뜻이다) 정식이라 불러도 될 만했다. 식사를 마치고 날씨가 좋을 때 사진 찍기를 부부에게 권했다. 귀촌생활에 있어 텃밭은 기본 아닌가. 텃밭이라기에 따라 내려간 곳은 그냥 큰 밭이었다. 고구마, 팥, 깻잎 없는 거 없이 다 있었다. 이 큰 밭의 고랑을 만들고 구획을 나눠 정리 정돈하는 일은 이 집 머슴인 조 전 청장의 몫이다. 총 관리감독은 마님인 정점순 여사가 한다. 텃밭이 아니라 농번기 농사꾼 부부를 제대로 만난 느낌이었다. 귀촌 13년 차란 말에는 조연환 전 산림청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13년 됐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금산에 땅을 장만하고 귀촌을 준비한 것은 18년 전이다. 산림청이 발족된 1967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최말단 9급 산림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조 전 청장. 2004년 제25대 산림청장으로 취임해 파란만장한 1년 6개월을 보내고 2006년 자리에서 물러나 귀촌했다. 산림청장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농협경제연구소장과 생명의숲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천리포수목원장 등을 잇달아 역임하며 산림 전문가로서 끊임없이 일해왔다. 2011년부터는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을 맡아 귀·산촌 희망자에게 실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하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퇴임을 언제 했나 싶을 정도로 늘 바쁜 현역 산림 운동가가 바로 조 전 청장이다. “처음에 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과연 사람들이 관심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90명 정원에 120명이 몰렸습니다. 프로그램을 10기까지 진행했는데 졸업생을 980명이나 배출했습니다. 500명은 임업인이고 나머지는 아카데미에 와서 산을 알게 된 사람들이죠. 정확하게 통계를 낸 건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 50명 가까운 사람들이 귀촌했습니다. 굉장히 성공한 것이죠.” 올해 6월 출간한 ‘산림청장의 귀촌일기’도 조 전 청장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해 서두르게 됐다. 책에는 조 전 청장이 SNS에 꼼꼼하게 적어 올렸던 개인 경험과 함께 똑똑한 귀촌 설계, 귀·산촌 사례자 이야기 등을 실었다.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아내의 건강 때문이었다. “아내 나이가 칠십이 넘으면서 무릎이 점점 안 좋아졌어요. 더 이상 농사 못 짓고 서울로 가면 책을 못 낼 것 같더라고요.(웃음) 우리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동안 책이 나오면 좋잖아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 산림청 공무원이었던 조 전 정창은 어리다고 무시당할까봐 나이를 두 살 높여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괜찮은 동갑내기(?) 처자가 있다면서 소개시켜준 이가 바로 정점순 여사다. 첫눈에 반해 연애하다 1년 반 만에 결혼한 당시에는 보기 드문 연상 연하 커플이다. “지금도 병원에 가면 일하지 말라고 의사가 말합니다. 이 사람을 살살 꾀어 2년 전인가 여길 팔자고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 사람한테 우울증 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밭일 못한다고 포기할 때까지 그냥 살려고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밖에서는 조 전 청장이 산림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정점순 여사도 고수 중에 고수다. 조 전 청장이 천리포수목원장을 할 때 숲해설가로 활약할 만큼 식물 생태에 관심이 많다. 남들 못 키워내는 나무며 화초며 정 여사 손에 들어오면 죽어가던 것들도 되살아났다. 너른 텃밭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보니 고왔던 손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시간만 나면 밭에 앉아 풀 뽑고, 복숭아 봉지를 싸고 식물을 바라보고 보살피는 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조 전 청장이 말단 공무원에서 산림청장이 되기까지 정 여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내조가 한몫했다는 것을 주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농촌에 은퇴자 네트워크를 만들어주십시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귀농이 아닙니다. 귀산이나 귀농은 아카데미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돈이 조금 생기면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시골이 좋다고 하시는 분은 대환영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한국산림아카데미 최고경영자과정을 듣기 위해 모이는 대부분이 도시에서 성공한 시니어 혹은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조 전 청장은 산에 관심을 갖고 터를 잡고 들어가 길을 내고 가꾸기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을 가꾸면서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야 합니다. 상추 심어봤더니 또 싹이 나고 그거 뜯어서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 나눠도 줘보고 말이죠. 골프장 가는 거보다 훨씬 재밌다며 골프 끊은 분도 주위에 있습니다. 산을 알아가는 삶이 생긴 것이죠.” 조 전 청장이 정말 퇴임한 산림청장이 맞나 싶을 정도다.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는 일에 관여를 하며 쉬지 않고 귀·산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산림청장’이라는 문구를 치면 유독 조 전 청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1년 6개월 짧고 굵었던 임기와 퇴임 후 여섯 번 바뀐 산림청장 자리이지만 여전히 조 전 청장이 회자된다. 그는 끝까지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나에게 주신 사명입니다. 퇴직한 사람들이 시골에 내려가서 농촌의 인적 네트워크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2005년 8월 2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 부부와 조연환 전 산림청장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청와대 입성 이후 딱히 산책할 곳이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이 산길 정비가 되지 않은 북악산을 자주 오르내렸다. 이후 산림청에 기별이 와서 청와대 뒤 숲을 가꾸고 꽃을 심었다고. 그것이 고마워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부른 것이다. “‘청장님이 이렇게 잘해주셔서 제가 뒷산을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말씀하시길, ‘다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도, 그다음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도 농촌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손자들에게 내가 멱 감고 고기 잡고 놀던 시냇물을 복원해주고 싶다, 나는 퇴임하면 시골로 내려가겠다’며 계속 그 말씀을 하셨어요.” 도시에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농촌에 사람이 없으니 도시에서 성공한 은퇴자들이 자리를 잡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만 있다면 꽤 괜찮은 미래 그림이 될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다. 그리고 퇴임 후 시골로 내려가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조 전 청장에게 길고 긴 시간을 들여 했던 말들을 이행하고자 대통령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했다. “책에도 썼지만 대통령이 나한테 지시를 한 거잖아요. 내가 시골에 내려와 살아야 하는 이유, 가장 큰 명분, 내가 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어 귀촌을 택했던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을 역임하시고도 봉하마을에 내려가 주민들과 밤새 토론하고 행정 관계자를 설득해가며 마을을 가꾸셨는데, 저는 산림청장을 했다고 해서 귀촌해 편하게 살고 있는 거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함께 만나러 갔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퇴임 후 부여로 내려가 휴휴정이라 이름 붙인 집을 지었다. 조 전 청장이 금산에 갈 때 같이 입주했을지도 모를 좋은 친구 중 하나가 유홍준 전 청장이다. 하지만 각자 맡은 바 소임이 달라 한 명은 산이 가까운 금산에, 한 명은 역사가 가까운 부여에 둥지를 틀었다. “유 전 청장도 부여에 땅을 잘 마련했습니다. 저도 한 번 가봤는데 잘 꾸며놓았더라고요.” 이 두 사람은 재임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제안해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를 150년 후 문화재용으로 쓰자고 협약했다. 살면서 봤던 아름다운 협약으로 두고두고 기억돼 뜬금없지만 적어본다. 나무건 문화재건 한 세기는 지나봐야 알 수 있으니 미래 세대를 위한 든든한 보험(?)을 어른들이 들어준 것 아닌가. 공직자 퇴임 이후 정계에 입문해 지금까지 쌓아온 명망을 순식간에 까먹는 이도 있고,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아름답지 않은 뒷모습을 보이는 이도 종종 보곤 했다. 푸른 산새에서 만난 조연환 전 산림청장의 의미 있는 사명과 서슴없이 들려준 많은 이야기가 귀감이 됐다. 미래를 걱정하는 한 사람의 마음에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 점점 더 푸르러지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2018-08-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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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가슴’ 위협하는 유방암
- 유방암은 다양한 암종 중 여성을 괴롭히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한국인에게 발생한 암 중 5위로 많았다.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 지으면 순위는 2위로 훌쩍 올라선다. 총 1만9142명의 여성이 자신의 유방암을 발견했다. 발생 시기도 문제다. 지난해 유방암의 발생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았고,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자식들이 수험생이 되거나 대학에 입학하는, 인생에서 소위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때’ 발생하는 셈이다. 남편이 경제력을 잃어 부인이 가장이 되어야 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방암을 사회적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국립암센터 부속병원 유방암센터장인 이근석(李根碩·51) 교수를 통해 유방암에 대해 시니어가 알아야 할 내용들을 들어봤다. “그것이 가장 답답한 부분이지요. 정확한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최근에는 유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병할 확률이 높은 위험군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이근석 교수는 유방암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스트레스에서 생활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방암의 원인은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성의 일생 중 여성호르몬이 생성되는 초경부터 폐경까지의 가임기 중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면 유방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즉 임신과 출산 횟수가 많으면 발병률이 낮아지지만, 상대적으로 임신과 출산 경험이 적거나 없으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은 옳았을까? 유방암 예방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있다. 바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그녀는 검사 결과 BRCA 1, 2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돼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자 미련 없이 스스로의 가슴을 절제했다. 외모가 재산인 여배우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사전적 절제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의 선택을 전문의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 교수는 모든 여성이 유전자 이상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5~10% 내외에 불과합니다. 모두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어머니 등 가족 중에 병력이 있다면 검사해볼 것을 권해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다면 졸리처럼 사전적 절제를 하는 것이 나을까? 이에 대해 이 교수의 의견은 엇갈렸다.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확률이 60~70% 정도 됩니다. 난소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증상으로 인해 암이 발견되었을 때는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사전 절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유방암은 발견이 쉬운 부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만 하면 조기진단이 가능해요.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미리 약을 먹거나 예방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사전 절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유방암 예방의 또 다른 적 ‘비만’ 유방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에 비만도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간혹 가슴 크기에 따라 유방암 발병이 달라지냐는 질문도 받는데, 크기는 사실 발병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만은 영향을 줘요. 비만세포가 많으면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내는 효소인 아로마타제 분비가 활성화되거든요. 그래서 시니어는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열심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식단조절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체지방 관리를 위해 채식만 고집하는 등 과격한 관리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유방암 진단 방법 중 가슴을 압착해 촬영하는 유방촬영술 결과를 가장 신뢰한다. 초음파로도 진단이 되지만 조직의 석회화를 제대로 관찰하는 데는 유방촬영술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자가진단법을 통해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슴은 민감한 부위이다 보니 작은 상태, 조기진단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간혹 유선의 멍울과 헷갈리기도 하기 때문에 뭐가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암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자가진단을 한달에 1회 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표적치료제 만병통치약 아냐 유방암 치료는 일반적인 암 치료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암세포를 절제하고, 항암제를 쓰는 화학적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의 크기에 따라 방사선 치료는 생략되기도 한다. “흔히 유방암 수술이라 하면 가슴 전체를 절제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최근에는 의료기술이 발전해 조기진단이 늘면서 부분절제술도 많아요. 이런 경우 수술 후에 재건술을 하지 않아도 수술 전과 외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어요. 또 암의 크기가 커서 전절제 후 재건술을 할 경우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치료비 지원이 되어 부담도 많이 줄었습니다. 다만 유방암의 재발 가능성은 치료 후 2~3년 동안 가장 높기 때문에, 2년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재건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만병통치약’처럼 관심을 받고 있는 표적치료제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전체 유방암 환자 중 표적치료제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효과 있는 치료제예요. 예전에는 다른 유방암에 비해 암세포 증식이 빨라 공포의 대상이었는데, 표적치료제 등장 이후에는 치료가 한결 쉬워졌어요. 물론 이 약만 투여하면 낫는 게 아니라 다른 치료도 병행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 약의 등장으로 환자의 생존율이 한결 높아졌습니다.” 가족의 보살핌 중요해 이 교수는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환자의 마음가짐과 가족의 도움이라고 말한다. 간혹 유방암 치료를 받고 나면 남편이 아내에게 거부감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 외도로 이어져 가정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이전처럼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편과 부인 모두 꺼리지 말고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영위하실 것을 권합니다. 정서적으로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 2018-08-0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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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72세가 심판받는다면?…소설 ‘마론’이 그린 미래
- 대다수의 사람은 사후에 자신의 삶에 대해 신으로부터 심판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선행을 쌓으려고 애를 쓰고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는 것일 거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죽기 전 살아 있을 때 심판을 받게 된다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100세 시대라는 요즘 70세 무렵에 심판을 받는다면 그때까지 다 선한 일만 하고 살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전혀 없을까?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록되고 저장되어 72세가 되는 해에 모든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기계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심판을 받고 유토피아로 가거나 죽게 된다는 믿기 어려운 세상이 있다. 2010년에 데뷔한 부산출생의 정광모 작가가 쓴 ‘나는 장성택입니다’라는 제목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7편의 작품이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마론’으로 ‘마론’은 현대의 이슈인 노인 문제와 빅데이터를 결합해서 쓴 작품이다. 소설을 보면, 정부는 알래스카 이누이트 족의 노인들이 겨울에 보관한 식량이 떨어지거나 모자라면 스스로 옷을 벗고 눈보라가 치는 밖으로 걸어 나가 죽음을 택한다는 인류학적 근거를 들어 ‘겨울 노인법’이라는 이름의 법을 발의하고 의회에 제출하여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겨울 노인법’을 보완한 새로운 법으로 ‘대심판관 마론의 법’을 만듦으로써 마침내 마론이 탄생하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 이때 72세 이상 노인들은 당사자라는 이유로 ‘마론의 법’에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72세를 맞은 날의 아침에 마론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된다. 마론 앞에 서기 전 71세가 되는 날부터 세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심판 한 달 전에 마지막 교육을 받으면서 신분증과 보험증을 비롯한 모든 증서에 한 달 후 닥칠 심판의 날짜가 입력된다. 교육생들에게 1년 전 준 지침에는 사회복지단체에 재산의 15%를 넘겨줄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심판을 불과 한 달 앞둔 교육생들은 그보다 많은 금액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의식주를 개선하는 단체에 기꺼이 내놓는다. 복지부서는 마론의 심판에 앞서 기부받는 엄청난 재산으로 국민들이 70대 초까지 먹고사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있다. 마론은 사람들이 다닌 병원의 진료기록과 사용한 신용카드, 스마트폰과 은행의 기록, 온갖 서류와 행정관청이 보유한 개인정보 모두에 연결되어 있다. 마론은 이 모두를 순식간에 처리해서 일, 월, 년 단위의 선과 악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여 심판을 내린다. 마론이 심판에서 적용하는 잣대는 선행과 우애 그리고 자선과 헌신이다. 심판 일을 왜 72세가 되는 해로 삼았는지 작자의 의도를 알 수는 없다. 다만 현행 노인의 기준이 65세 이상이며 일본에서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빅데이터는 이제 실생활에서 폭넓게 쓰인다. 페이스북, 구글 등 세계적 기업에서는 기업경영과 마케팅에 이미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의 카드 이용정보를 모은 정보를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편의점에서 도시락 판매 전략을 짜는 데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빅데이터가 쓰이는 영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질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선행과 악행, 자선, 헌신 등 인간의 삶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평가하고 심판 하는 것은 가상 속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빅데이터에 의해 심판을 받는 세상이 온다면 과연 한 인간이 평생을 흠 없이 사는 게 가능한 것인지, 잘못이 있는 사람한테는 단 한 번이라도 개과천선의 기회가 있는 것인지,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노인 문제는 모두 해결이 되는지 등에 대해 자못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 2018-07-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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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의 꽃 자원봉사자 아시나요?
- 국내 의료제도에서 호스피스 분야는 완화의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말기암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삶을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키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적 구성도 의료인인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합류해 큰 틀을 이룬다. 병원에 따라 성직자나 완화의료도우미가 함께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현장의 의료진들은 완화의료에 있어 진짜 핵심은 자원봉사자라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국내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척박한 상황이라고 평가받아왔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부터 호스피스 병동 입원과 완화의료도우미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2016년에는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일반병동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문형 호스피스 건강보험도 시범적으로 시행됐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다양한 형태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호스피스의 주축은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입원형 전문기관, 즉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81곳에 병상은 1315개. 의료 현장에선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소위 빅5로 불리는 병원 중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성모병원이 유일하다. 임종 앞둔 환자의 든든한 지지자 그렇다면 이곳에서 자원봉사자는 어떤 역할을 할까? “호스피스의 꽃이죠.”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김 데레사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표현한다. “호스피스는 일반적으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성직자, 영양사, 약사, 완화의료도우미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가 ‘다학제 팀’을 구성해 운영합니다. 이 사이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은 정신적 지주입니다. 의료진은 통증관리나 증상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자원봉사자들은 말벗이나 친구가 돼주면서 마음을 열게 하는 역할을 해요.” 보통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육체적 지원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최근 완화의료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면서 환자의 머리감기기, 목욕 등의 업무는 완화의료도우미가 맡게 됐다. 아직 제도를 의무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부 호스피스 병동에선 자원봉사자가 이 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완화의료도우미제도를 시행 중인 인천성모병원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산책이나 담소, 책 읽어주는 일을 한다. 날을 정해 함께 소풍을 가기도 하고, 은행에서 볼일을 보는 등의 외출이 필요할 때도 돕는다. 그야말로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환자의 임종 후에는 유족을 위로하거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기도 한다. 근무는 보통 일주일에 하루 근무가 기본이다. 근무시간도 길지 않다. 3~5시간 정도이며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 자원봉사자는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며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 백난희 사회복지사는 이야기한다. “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활동하지만, 가정 호스피스를 진행 중인 곳에서 요청이 올 경우에는 해당 가정으로 방문을 하기도 하고, 자문형 호스피스를 요청하는 일반병동으로 나가 환자를 돕기도 합니다.” 사전 교육 받아야 지원 가능 그렇다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있을까. 의료기관에 따라 운영 방식이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국립암센터 부속병원과 같이 자체적인 교육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등 외부 호스피스 교육기관의 과정을 이수하면 자원봉사자 자격을 인정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자원봉사 참여를 원한다면 활동 가능한 의료기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신청하는 것이 먼저다. 관계자들은 자원봉사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 병이 위중한 환자가 있거나, 호스피스 분야에 관심이 있어 개인적 소양을 위해 교육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자원봉사자 이론교육 참여자가 실제 자원봉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10% 정도다. 가족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족은 당장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어렵다. 국립암센터 백난희 사회복지사는 “가족과 사별하는 과정에서 겪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효도를 못다 한 아쉬움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교육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자원봉사는 최소 1년이 지난 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남아 있는 슬픔 때문에 환자의 상황에 지나치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나이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나이 제한은 65세. 자원봉사를 하려면 기본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고령의 자원봉사자는 환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말이나 의견을 강요하거나 완화의료 과정에서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어 나이 제한을 둔다. 선발 과정에서 면접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교를 목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도 있어 특정 종교색이 지나치게 짙은 경우도 배제 대상이다. 현장에선 자원봉사자들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성모병원 김 데레사 사회복지사는 “호스피스 병동 대부분은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 2018-07-0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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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뼈가 부서지는 병, 골다공증
- 갱년기나 폐경을 앞둔 중년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해 이들에게 직접 묻고 그 결과를 내놨는데 골다공증이 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폐경증후군과 뇌졸중이 뒤를 이었다. 여성들이 골다공증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뼈가 부서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고,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몸을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요즘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여의도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백인운(白寅運·44) 교수와 함께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똑~ 소리가 나면서 부러지는 거예요. 그것도 허리뼈가. 체중에 의해 척추 압박골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상상만 해도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뼈가 부러질 수 있다니. 하지만 백 교수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멀쩡하게 진료실에 걸어 들어온 할머니가 척추 압박골절 상태였던 적이 있었어요. 모두 깜짝 놀랐죠.” 여성은 폐경이 주요 원인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뼛속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뼈가 약해져 쉽게 골절이 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노인 골절의 대표적 원인으로 고령화 사회에서는 특히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골 조직, 그러니까 뼈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를 통해 3~4개월 주기로 생성됐다가 사라져요. 나이에 따라 뼈의 양이 달라지는데 일생 중에 30세 전후가 골량이 최대치인 시기예요. 그 나이를 넘어서면 점점 생성보다 흡수가 많아져 뼈가 약해지는데 그 정도가 유독 심해지면 골다공증이 되는 거죠.”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50세 이상인 경우 남성은 10% 정도 발병하는 반면, 여성은 40%에 이른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골다공증 외에 여성은 갱년기에 나타나는 폐경 후 골다공증도 발생해요. 여성호르몬이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과 함께 호르몬 생성이 줄면서 뼈흡수가 급속히 진행되어 뼈가 약해지는 거죠.” 이외에도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다른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2차성 골다공증이라 하는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위나 장 혹은 난소 절제술을 받았거나 거식증, 폭식증 등으로 인한 무월경증이 있는 경우, 영양소 흡수장애나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증,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 스테로이드나 갑상선 호르몬, 일부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잦은 흡연과 음주 같은 생활습관도 매우 위험합니다.” 자각 없어 더 무서운 병 골다공증이 무서운 것은 환자 스스로가 눈치 챌 수 있는 신호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병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어느 날 몸의 어딘가가 부러지면서 알게 된다. 실제로 환자 본인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고. 또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 내외 정도다.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아요. 보통 여성은 65세 이상일 때, 남성은 70세 이상일 때 검사를 받으라 권고하고 있지만, 아주 건강한 상태일 때의 이야기예요. 내과적 질환 등 위험 요소가 한 가지라도 있다면 조기에 검사하는 게 좋아요. 만약 이 과정에서 정도가 약한 골감소증이 발견되었다면 2년에 한 번, 골다공증이 확진되면 1년에 한 번은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골밀도 검사가 그것. 흔히 병원에서 촬영하는 CT처럼 검사 과정도 단순하고 한두 시간만 기다리면 검사 결과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대상자는 5만 원 이하의 검사비만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뼈가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고관절이다. “보통 많이 부러지는 부위는 척추, 손목, 고관절이지만 골반이나 갈비뼈 골절도 흔해요.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고관절 골절이죠. 사망률이 24%에 달해요.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폐색전증이나 폐렴, 욕창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서 위험해집니다. 고령자는 더욱 그렇고요.” 골절이 발생해 병의 존재를 알게 되어도 쉽지는 않다. 일반인에 비해 뼈의 양과 질이 낮기 때문에 치료가 더디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 부러진 부위가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에 또 부러질 수도 있다. 온몸이 유리그릇처럼 다루기 조심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예방·치료하려면 생활습관 바꿔야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예방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고 강조한다.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약으로 극적인 효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뼈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30대에 되도록 많이 생성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 이후에도 뼈 생성을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칼슘과 비타민D,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죠. 운동도 중요해요. 운동은 뼈를 자극해 뼈 생성을 돕기도 하고, 근육과 균형 감각을 강화시켜 낙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골다공증에는 수영보다는 걷기 같은, 체중이 몸에 전달되는 운동이 좋아요. 다만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시니어에게는 걷기를 추천합니다. 걷기를 오래하면 햇볕을 쬐는 시간이 늘어나 비타민D 생성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비타민D는 먹는 약이나 주사를 권하기도 한다.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것을 돕고 뼈의 무기질 침착을 증진시키는 비타민D를 음식이나 햇볕을 통해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에는 보통 생선이나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 꼽히고,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D 섭취량은 400IU다. 칼슘은 1000~1500mg이다. 또 발에 걸리는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낙상이나 이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신약 보험 적용으로 부담 덜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과 함께 선택되는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비스포스네이트 계열로 대표되는 골흡수억제제는 골다공증 치료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약이다. 그러나 간혹 턱관절 괴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오래 먹으면 골흡수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골형성도 억제하는 부작용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경구제제의 경우 먹는 방법도 까다롭다. 많은 물과 함께 먹어야 하고, 복용 후에는 30분 동안눕지 않도록 한다. 식도에 약이 걸리면 궤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장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날짜를 맞춰 먹어야 하는데 시니어는 깜빡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예 약 먹기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골다공증 치료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부갑상선호르몬과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가 2016년과 2017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약물치료는 좀 더 쉬워졌다. 부갑상선호르몬은 인슐린처럼 집에서 하루 한 번 주사를 놓으면 되고,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는 6개월에 한 번 피하 주사로 맞으면 된다. 다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골흡수억제제로 1년 이상 치료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결국 예방이 제일이라고 강조한다. “병원에 올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뼈 상태를 확인해두시는 것이 좋아요. 정기적인 운동도 잊지 마시고요.”
- 2018-07-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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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계획 유언, 남긴 대로 이뤄질까?
-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 2018-06-20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