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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맛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낸 명소 5茶5色
- 찻집을 찾을 때 보통 분위기가 좋은 곳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차 맛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분 좋은 맛과 향기 가득한 곳으로 찾아가 봤다. 정성스레 준비한 차는 기본. 고즈넉함에 취하고, 이야기에 물들고, 사람 냄새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는 곳. 각양각색의 찻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차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있었고, 그 아름다운 향취에 반하고 말았다. 우리 차의 내음을 맡다 ‘차 마시는 뜰’ 차 한 잔 시켜놓고 닿을 듯이 가까이 보이는 인왕산을 바라보고 앉았다. 웅성이던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온전히 차와 나, 산이 가을 숨과 연결되어 자연스레 하나 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뜰에 핀 꽃과 장독대의 유유자적한 모습은 오래전에 멈춘 듯한 모습이다. ‘차 마시는 뜰’에서 제공하는 차는 전통차의 비중이 높다. 집에서 직접 담근 대추탕과 쌍화탕, 오미자차 등이 인기가 좋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우전차도 많이 찾는다. 특히 녹차류나 꽃차 등 우려내서 마시는 따뜻한 차의 경우 다기 세트와 함께 손님상에 오른다. 중국 차와 커피도 찾는 이들이 있어 판매한다. 단, 커피는 찻집 고유의 향을 위해 더치커피로 내린다. 커피 머신을 사용하면 커피 향이 곳곳에 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다도를 배우던 조영희 대표는 집 근처 고택을 장만해 찻집을 열었다. 그저 차가 좋아서 벌인 일이었다. 차를 좋아하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공간이나 하나 마련하자는 의미가 컸다. 요즘 이곳은 세계인이 찾는 한국의 관광 명소가 되어버렸다. 손님 대부분이 외국 관광객일 정도. 일본은 물론 프랑스 등 유럽 언론에까지 소개되다 보니 외국인들로 늘 북적인다. 마치 외국에 있는 한옥 카페 같은 분위기다. 특히 공휴일과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손님이 붐빈다. 평소에는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으나 기자가 찾았던 날은 중국의 국경일과 겹쳐서인지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차 마시는 뜰’은 단아하고 깊은 차 맛과 함께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해질 무렵의 노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그 자체. 찻집 입구로 들어가는 유리문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하여간 당신에게 고맙기만 합니다.” 높은 곳까지 걸어 올라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곳까지 와 앉아 차 마시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안다는 말이다. 차와 함께 한국적인 문화를 흠뻑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단,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가기를 권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나길 26) 대만 차와 만나다 ‘포담 티하우스’ 대만에서 건너온 양질의 차를 마시고 또 이야기를 통해 알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포담 티하우스’(이하 포담)다. 젊은이들이 오가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을 지나 한적한 골목에 있다. ‘포담’은 ‘아름답다’는 뜻의 포르투갈어 ‘포모사(formosa)’와 ‘이야기하다’라는 뜻의 ‘담(談)’을 붙이고 줄여 만든 합성어다. 16세기 중국을 향해가던 포르투갈인들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대만 섬을 보고 ‘아름다운 섬(Ilha Formosa)’이라고 말했다고. 이 ‘아름답다’라는 뜻의 ‘포모사’는 20세기에 들어와 ‘대만’의 별칭이 됐다. 차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여러 차례 방문하는 대만 차의 성지 같은 곳. “포담” 하면 “아~”라고 답할 정도.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고, 대만 차 전문가로 통하는 권남석 씨가 공동대표로 있다. 매주 수요일(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오후 4시 30분)에는 권남석 씨 진행으로 다양한 대만 차를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차 모임이 진행된다. 세대의 경계 없이 차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시간으로 회비는 1만 원이다. 대만 차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료 강의도 있다. EBS 프로듀서였던 권남석 씨는 IMF 때 회사를 그만둔 뒤 2000년부터 안동에 있는 한 전문대 교수로 재직했다. 차에 깊이 빠지기 시작한 건 그 무렵. 특히 보이차의 잎을 따고 제다까지 해서 전부 완성하는 시기인 4월이 되면 중국 운남성 차밭을 12년 동안 들락거렸다. 그 사이 대만인들과도 교류하면서 대만 차의 매력을 알게 됐다. 현재는 그 지역 다원과 직접 거래를 하면서 차를 수입해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있다. 적어도 우롱차 다법은 대만이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차뿐만 아니라 문화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포담’을 이용할 계획이다. 대만 차 탐방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포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대만 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싼 차의 경우 한 번에 우려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적당히 덜어놓은 미니어처 형식으로도 판매한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26-13) 샤로수 옆길에서 우아하게 차 한 잔 ‘반조’ ‘반조’라면 어떤 차든 믿고 마실 수 있다. 차를 알고 마시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사랑받는 공간이다. ‘홍차의 거의 모든 것’과 ‘커피의 거의 모든 것’(열린 세상)의 공동저자인 하보숙 대표가 2015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 차와 중국 차, 꽃차, 커피 등이 손님 찻상에 올라간다. 차로 시작해 차로 끝나는 곳. 모든 디저트도 차를 위해 준비된다. 이곳에서는 특히 가향하지 않은 다양한 차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게 제공한다. 테이블로 나가는 모든 차는 손님들이 직접 우려 마시는 것이 기본. 차는 누군가 시중을 들어줘야만 마실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차를 마시기 전 30초에서 1분 속성으로 차 우리는 방법을 배우면 누구든 차를 즐길 수 있다. ‘차는 어렵지 않다’가 ‘반조’의 콘셉트.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과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 차를 마실 줄 알거나 혹은 모르는 이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개업 초창기에는 다양한 차 수업과 문화 강좌, 인문학 강좌, 음악회 등 차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현재는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아 맞춤형 수업 정도만 진행한단다. 하보숙 대표는 “반조를 통해 사람들이 차를 가까이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 대표는 차 중심의 카페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고정관념이나 틀에 갖혀 있었는데, 서서히 그 틀을 깨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도 차를 온전히 즐길 줄 알자는 쪽으로 말이다. 좋은 차가 있기에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요즘은 반조가 대세다.(서울 관악구 관악로12길 11, 2층) 홍차 키즈가 일군 홍차 나라 ‘티에리스’ ‘티에리스’는 홍차를 좀 마실 줄 안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다가 최종적으로 찾아가는 곳이다. 홍차를 좀 안다며 좀 읊어대던 사람들도 티에리스 앞에 서면 주눅이 든다고. 메뉴판도 책 한 권을 읽는 마음으로 봐야 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나 편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정다형 대표의 바람이다. 이곳에는 가향되기 전 단계의 홍차를 주로 판매한다. 산지 농장 단위를 다니면서 수입하는데 지난봄에도 인도 다르질링 지역에서 생산한 홍차 7종류를 들여왔다. 현재 이곳에서는 10종류 이상의 다르질링 홍차를 선뵈고 있다. 티에리스는 마포구 합정동에 사무실 겸 티 룸이 있고 방배동에도 두 개의 티 룸이 있다. 조만간 하나는 정리할 계획이다. 그것도 한창 잘되는 카페의 문을 닫을 예정. 정다형 대표는 “왜 잘되는 카페를 닫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사업 확장보다는 작고 좁아도 깊이 있게 이 길을 걷겠다는 의미”라고 답한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 지난 3월에 오픈한 매장은 좀 더 작고 빈티지한 느낌. 이곳에서는 홍차와 디저트인 스콘에 집중할 생각이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 홍차에 마음을 빼앗긴 정다형 대표는 차와 함께 성장한 홍차 키즈다.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앞 홍차 전문점에서 파트 타이머로 시작해 일본의 홍차 브랜드 루피시아를 거쳐 미국의 유기농 홍차 리시티코리아에서 4년가량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인도에서는 티 테이스터 과정을 밟았고, 영국에서는 티 소믈리에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만든 다원이 인도에 있기 때문에 차에 대한 기본을 배우려면 영국보다는 인도로 가야 한다고. 홍차는 보이차를 비롯한 기존 차와는 달리 새로 수확한 차를 마시는 것이 훨씬 신선하고 맛이 좋다. 정 대표는 단 한 번만 우려먹는 것을 추천한다. ‘티에리스’의 홍차 수업은 합정동 티 룸에서 진행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4안길 84,1층/ 서울 마포구 성지1길 39, 2층) 예약제로 여는 꽃차 티 룸 ‘화려한수다’ ‘화려한수다’의 티 룸은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약을 해야만 열리는 곳. 올해 1월에 강남의 스터디카페 작은 공간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던 티 룸을 능동의 주택가로 8월에 옮겼다. 한국꽃차아카데미의 송주연 원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꽃차를 순수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은 물론 카페 업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동백꽃 차이, 꽃차를 이용한 아포카토 등 다양한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 꽃차를 적당하게 잘 우리는 방법도 배우고 코스별로 4가지의 꽃차와 디저트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마시는 차는 꽃차만을 우려 손님에게 대접한다. 장미차, 목련꽃차, 노란 코스모스차 등을 주로 낸다. 그다음으로 동백꽃차를 걸쭉하게 우린 뒤에 크림을 얹어 동백꽃 차이티를 낸다. 동백꽃은 꽃차 중에서도 가장 진하게 우릴 수 있는데 얹은 크림 위에 장미나 목련 꽃잎을 잘게 부숴 올리기도 한다. 좀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하루 코스 꽃차 수업을 받으면 된다. 꽃차를 이용한 아이스티를 만들거나, 다양한 차 칵테일을 배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수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차를 이용한 알코올 칵테일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벚꽃 혹은 매화꽃을 보드카에 넣어 칵테일을 해먹는다. 차 코스에 나오는 디저트 대신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준비된다.(서울 광진구 능동로 24길 100, 1층)
- 2019-12-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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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언덕 넘어 김광석골목까지, 시간을 거슬러 걷는 길
- 대구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에 가곡 ‘동무생각’을 흥얼거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어릴 적 배운 노래인데도 노랫말이 또렷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근대 풍경을 묘사한 벽화 골목을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났다. 정원으로 가꾼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그림처럼 자리했다. 청라언덕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웠다. 걷기 코스 동대구역▶ 버스▶동산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단▶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서상돈고택▶ 마당깊은집▶ 교남YMCA▶ 대구기독교역사과(구 제일교회)▶ 약령시한의약박물관▶ 진골목(종로)▶ 화교협회(화교소학교)▶버스▶ 김광석골목 청라언덕에서 부르는 연가 1890년대 조선에 들어온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은 동산언덕을 사들여 주택, 교회, 병원을 지었다. 푸른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로 지은 주택을 휘감았다. 대구읍성 동쪽 언덕이었던 동산은 이때부터 푸를 靑(청)과 담쟁이 蘿(라) 자를 써 ‘청라언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1910년경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남아 있다. 선교사 이름을 딴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이 그것. 미국식 방갈로 형태로 지은 주택 둘레에 나무가 우거진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이 건물들은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0년대 전후의 서양 의료기기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3·1운동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챔니스 주택과 블레어 주택 사이에서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 노래비를 찾았다. 이 노래에 작곡가의 러브 스토리가 담겨 있을 줄이야. 박태준이 고교생 시절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는데, 훗날 이 사연을 들은 이은상 시인이 노랫말을 써줬다고 한다. ‘동무생각’의 ‘동무’는 동성 친구가 아닌 이성이었던 것. 청라언덕에서 계산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3·1만세운동길 계단을 내려간다. 좁고 가파른 이 계단은 1919년 대구 3·1만세운동 당시 고교생들이 일본의 눈을 피해 집결지로 이동했던 통로였다. 계단 중간쯤에 멈춰 서니 가로수 위로 우뚝 솟은 계산성당 쌍탑이 보인다. 대구의 예술가를 만나는 골목길 계단을 내려와 큰길을 건너면 곧 계산성당 앞이다. 계산성당은 100여 년 동안 이 터를 수호하듯 하늘을 향해 뾰족한 쌍탑을 얹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 눈에도 멋있어 보이는지 성당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성당 뒤쪽에는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와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상화는 1934년부터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수많은 항일 시를 남겼다. 그가 해방된 조국을 보았다면 자신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답시를 짓지 않았을까. 두 고택 앞을 지나는 골목에는 시인 이상화,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등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 하여 ‘예술가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이 골목에 한국전쟁 직후 대구를 배경으로 한, 한 소년의 성장소설 ‘마당 깊은 집’(1988)의 문학체험공간이 들어섰다. 이 소설은 김원일(1942~)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3·1만세운동 때 주요 지도자들이 회의했던 대구 구 교남YMCA 회관과 1893년에 지은 대구기독교역사관(구 대구제일교회)을 만난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건축물이다. 한약재 향 머금은 약전골목 대구기독교역사관 옆에는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자리했다. 2층에서는 사상체질 진단, 무료 한방차 시음, 족욕 체험, 한방비누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의약박물관 골목 일대는 한약재상이 밀집한 약전골목이다. 카페에서도 한방차를 판다. 이 골목에선 늘 한약재를 달이는 냄새가 달달하게 풍겨온다. 약전골목을 빠져나와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 보러 한양 가던 길, 영남대로를 걷는다. 대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약재 상점과 음식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담장 벽화가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벽화보다 눈길을 끈 것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칼국수집이다. 대기하던 손님이 “이 집이 유명한 원조 칼국수집인데요, 빵게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맛이 기가 막혀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김이 펄펄 솟는 칼국수 찜통을 아쉽게 바라보며 다음 대구 여행을 기약한다. 넓은 종로 긴 진골목 영남대로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가면 열십자 모양의 대로인 종로가 있다. 종로 인근에 부자 동네였던 진골목과 약전골목이 있어 요정, 권번 같은 유흥 시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한약재상과 음식점, 전통시장, 백화점 등이 자리한 대형 상권을 이루고 있다. 종로에는 화교의 역사도 공존한다. 근대에 화교들이 정착해 요식업, 포목업 등을 하며 살았다. 이들은 대구 갑부 서병국의 저택을 매입해 화교협회 건물로 사용했고, 그 앞에 화교 소학교를 세웠다. 근대건축물인 화교협회 건물은 예약(053-255-0561)한 후 관람할 수 있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지나다니는 종로를 걷다 진골목으로 숨어든다. ‘진’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도 있던 골목이며, 근대에는 재력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진골목 명소인 정소아과의원은 1937년에 지은 서양식 주택으로 소설 ‘마당 깊은 집’에도 등장한다. 노인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미도다방도 이곳 터줏대감이다. 한때 유학자가 많이 방문해 양반다방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골목이 긴 만큼 옛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또다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진골목까지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골목을 찾아간다. 대구에 오면 왠지 꼭 들러야 할 것 같다. 애잔한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계절, 늦가을엔 더욱더 그렇다. 김광석(1964~1996)이 방천시장 골목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이 골목이 조성됐다. 350m쯤 되는 골목 입구에서 김광석의 기타를 본뜬 대형 조형물이 반긴다. 골목 담벼락에는 한몸 같았던 기타를 품에 안고 하회탈처럼 웃음 짓던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이 벽화로 되살아났다. 오토바이를 탄 김광석은 그림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실감난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을 건네는 벽화 앞에 앉아 골목으로 흐르는 노래를 듣는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오늘도 그의 노래에 위로받는다. 주변 명소 & 맛집 안지랑 곱창골목 안지랑 동네의 넓고 긴 골목 양옆으로는 곱창집이 늘어서 있다. 식당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상가 규모가 크다. 안지랑에서 곱창을 주문할 때는 1인분, 2인분 단위로 주문하지 않는다. 꼭 한 바가지, 두 바가지로 주문할 것. 한 바가지는 500g이다. 매운 양념을 한 불곱창과 곱창, 막창 등의 메뉴가 있는데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불맛을 더한 불곱창이 인기다. 메뉴를 고르기 어려울 땐 반반 주문을 해보자. 동인동 매운찜갈비 골목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그 이유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란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겠다는 전략 음식인 셈이다. 서문시장에 매운양념어묵이 있다면, 동인동에는 매운찜갈비가 있다. 굵게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새빨간 양념이 갈비를 뒤덮고 있다. 보기보다 맵진 않다.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다.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양푼에 찜갈비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낙영찜갈비, 봉산찜갈비, 싱글벙글찜갈비 식당이 유명하다. 별난 먹을거리 천국 서문시장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에는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대구가 패션 섬유 도시로 이름난 만큼 원단, 한복, 의류 관련 제품을 파는 매장이 많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납작만두, 칼제비, 삼겹살자장면, 매운양념어묵 등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음식을 판다. 납작만두는 당면으로 만든 엄지손톱 크기의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감싸 지진 것이다. 매운양념어묵은 맵게 조린 어묵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올린 것인데 아귀찜과 흡사하다. 자장면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열 조각을 올려주는 삼겹살자장면이야말로 서문시장의 독보적 아이템이다. 여행 정보 걷기 Tip • 중구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걷기 코스 ‘근대로의 여행’은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본문에 소개한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2코스 ‘근대문화골목’이다. 매주 토요일 10:00, 14:00 두 차례 무료 정기해설을 진행한다. 신청은 대구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 서문시장은 2코스 걷기 전후에 가면 좋다. 걷고 난 뒤 들를 경우 김광석골목을 먼저 둘러보고, 2코스 근대문화골목길을 역순으로 걸으면 된다. 청라언덕에서 서문시장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 2019-11-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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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그림 아틀리에, 강남구의 명소로 자리매김
- ‘실그림’이라는 한국문화의 깊이와 이채로움을 만나볼 수 있는 손인숙 작가 아틀리에가 해외 문화예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자리 잡은 아파트 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경탄을 금치 못하는 방문객이 대분분이다. 손인숙 작가의 아틀리에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손인숙 작가의 실그림 작품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2016년 프랑스 기메박물관에서 6개월간 특별 전시됐던 적이 있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이 한 개인의 작품을 반년 동안 전시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사례다. 그러다보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손인숙 작가는 우리 예술의 세계적 위상을 가다듬는 전략을 모색하려면 예술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참다운 의미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각 분야 문화예술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더 큰 문화예술의 아트코어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된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제 작업실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해외 국빈들에게 작품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출판 제안차 방문 실그림 작품은 이후 니스에서도 전시돼 유럽 전역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후 실그림 아틀리에 명성도 높아지면서 이제 예술 관련 문화 관련 명사와 해외 유수 박물관장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최근 손 작가는 프랑스 대형 출판사 갈리마르(Gallimard)로부터 출판 제의를 받았으며 지난 10월 25일부터 3일간 갈리마르 출판사 편집장과 예술 담당 편집자 등 프로젝트 책임자가 실그림 아틀리에를 방문해 작품집 출판 협의를 심도 있게 나눴다. 손인숙 작가 아틀리에서 만난 갈리마르 출판사 편집장 캐롤라인 레베스크는 “2015년 프랑스 기메박물관에서 전시 작품을 봤을 때도 놀라웠지만 서울에서 직접 보니 한국의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한 손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세계적으로 통하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1919년에 설립된 갈리마르는 20세기 프랑스 제일의 출판사로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카뮈를 비롯한 많은 유명 작가의 주요 작품을 출판했다. 캐롤라인 레베스크 편집장은 “작업실에서 본 손 작가의 작품 중 ‘수월관음도’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독특한 작품세계에 매료됐다. 갈리마르가 실그림 작품을 소개하는 일은 저희에게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손 작가의 대형 작품을 저희 회사에서 출판하는 작품집을 통해 프랑스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그녀는 출판하고자 하는 손 작가의 작품집 콘셉트는 작가의 정신을 드러나게 할 것이고 작품의 앞보다는 뒤를 더 배려한 손 작가의 작품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질감을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내년 가을쯤 출간을 목표로 일정을 체크하는 등 짧은 방문기간에 손인숙 작가와 의견을 다양하게 나누는 등 작가의 개인적인 특징을 파악하고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갈리마르 출판사 프로젝트 팀들은 작품집 판형, 페이지 분량, 표지 콘셉트, 내지 용지, 목차, 카테고리, 가격, 사진 구도등 전체적인 디자인 구성 체제를 세워놓고 있다. 실그림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에 취한 갈리마르 출판사 프로젝트 팀들은 손인숙 작가의 작품집이 프랑스에서 유일한 베스트셀러로 탄생할 거라는 설렘을 안고 돌아갔다. 내년에 출간할 프랑스어판·영어판 작품집은 ‘실그림의 거장’ 손인숙 작가가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美 조지아 귀넷카운티 방문단 영접 지난 10월 28일 강남구청(구청장 정순균)이 미국 조지아 주 귀넷카운티와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귀넷카운티(의장 살럿 나시) 방문단 12명을 손인숙 작가 아틀리에에서 영접했다. 2009년 귀넷카운티와 자매결연 후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강남구는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이사장 이기수)을 통해 강남구의 우수 행정을 홍보하는 기회를 특별히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월 29일에 작업장을 방문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디자이너는 “손 작가 작품을 보고 너무 행복했다. 환상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듯, 불타는 듯했다. 지난 수년간 보았던 아름다운 다른 작품들 중 단연 최고이며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감동을 전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소피 듀어르망 루이비통 이사가 손 작가와 인증 사진을 찍으며 “숨이 막히는 발견이었고 실을 이용하여 강한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에 감탄했다”며 방문객으로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소피 루이비통 이사는 지난 10월 30일 서울 청담동서 열린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루이비통 메종 서울’ 오픈 행사 참석과 국내 주요 면세점과 백화점 방문을 위해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처럼 25권이 넘을 정도로 찬사와 극찬을 하며 기록을 남기고 간 방문객들의 방명록이 아틀리에의 보물이기도 하다. 최근 손 작가의 아틀리에를 방문한 셀럽들만 봐도 실그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로르 슈왈츠 극동박물관장, 소피 마카리우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 이사장, 올리비에 갸벨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장, 다니엘 올리비에 전 프랑스 문화원장,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전 프랑스 장관 장 마르크 에호의 부인 브리지트 에호, 장뱅상 플라세 프랑스 상원의원, 오렐리 사무엘 입생로랑 박물관 컬렉션 디렉터, 프랑스 건축가 장누벨 수석 디자이너, 프랑스·독일·일본·인도네시아·모로코 등지에서 온 대사와 그 부인들이 다녀갔다. 손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을 마주한 외빈들은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에 감탄을 연발했다고 한다. 실그림이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서 창조적이고 철학적으로 작업을 펼쳐온 손 작가의 아틀리에를 보고 해외 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콜라보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19-11-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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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저격 테마별 캠핑장 찾기
- 한국관광공사 캠핑정보 사이트 ‘고캠핑’(www.gocamping.or.kr) 기준 전국 캠핑장 수는 2300여 곳에 이른다. 과거 강가나 계곡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즐기던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요즘은 펜션이나 휴양림, 카라반 등 다양한 편의시설에 체험활동이나 액티비티 등을 운영하는 캠핑장도 늘어났다. 산, 바다, 도심 등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휴식, 취미, 관광 등 그 목적까지 고려해야 선택지를 좁혀가며 만족스러운 캠핑장을 고를 수 있다. 캠핑장 찾기 팁과 더불어 테마별 추천 캠핑장 정보까지 담아봤다. 도움말 및 자료 제공 캠핑퍼스트(김한수 이사) 캠핑은 야외에서 먹고 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안락하고 깨끗한 편의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많아졌지만,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예견했던 불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캠핑장을 고르느냐에 따라 캠핑의 질이 달라지는 셈이다. 캠핑장을 고를 때는 캠핑의 목적을 먼저 염두에 둔다. 휴식을 위한 것인지,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함인지, 취미활동을 병행할 것인지 등에 따라 산, 바닷가, 계곡 등 주변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 등 동반자의 특성을 고려해 서로의 취향을 잘 반영한 캠핑장을 고른다. ◇ 캠핑장 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 ① 접근성 캠핑장에 머무는 시간에 비해 이동시간이 길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거리나 교통 상황 등을 확인해 무리가 가지 않는 위치를 선정한다. 새벽에 출발해 밤에 돌아오는 일정을 선호하는 캠퍼들도 많다. ② 예약 가능 여부 아무래도 예약을 해야 더 안정적이다. 몇몇 캠핑장은 예약자에 한해서만 입장 가능하다. 선착순 운영 캠핑장을 간다면 대안으로 근처 다른 캠핑장들도 미리 알아두자. ③ 편의시설 캠핑장 인근에 식료품이나 캠핑용품을 구입할 만한 편의시설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에 따라 캠핑 짐을 쌀 때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정리해 빠짐없이 챙기자. ◇ 캠핑장 찾기 Q&A ❶ 초보 캠퍼가 캠핑장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실제로 캠핑장을 보고 선택하기는 어렵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참고하게 된다. 이러한 캠핑장 후기의 경우 주관적인 견해이거나, 간혹 대가를 받고 호의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다양한 리뷰를 살펴보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글이거나 홍보성 내용들은 걸러서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❷ 중장년이 캠핑장을 고르며 특별히 더 살펴봐야 할 것은? 지병이 있거나 건강이 염려되는 중장년의 경우 위급 상황에 찾아갈 인근 병원 위치를 파악해두도록 하자. 거동이 불편하다면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지형이 좋다. 자식이나 손주 등이 찾아올 계획이라면, 방문자 출입이나 인원 추가가 가능한지의 여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❸ 가을철 캠핑장(캠핑사이트) 선택 요령은? 가을은 비교적 쌀쌀하기 때문에 해가 잘 드는 자리에 텐트를 설치하면 좋다. 마른 나뭇잎이 많거나 마른 잔디인 경우 작은 불씨에도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한다. ◇ 테마별 추천 캠핑장 Theme#1 자연환경 취향 따라 Pick! [01]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캠핑장 행복한나드리 캠핑장 |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소규모 캠핑장이다. 가을에 찾는다면 알록달록 물든 주변 풍경과 더불어 코스모스도 만끽할 수 있다. 캠핑장 인근의 배론성지나 치악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단풍 구경을 가도 좋다. 솔방울 공예품 만들기, 목공예 등 시기별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 286-1) 달숲 캠핑장 | 산속에 단풍나무와 밤나무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주변 소음이 적고, 캠핑장 내에서도 고성방가 등을 엄격히 제한해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청풍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도담삼봉 등이 가깝고, 제천 시내와 인접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89-1) [02] 숲속 힐링&자연휴양림 캠핑장 춘천숲자연휴양림 |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닿는 거리로, 잣나무와 참나무 숲이 우거진 아늑한 자연휴양림이다. 산림휴양관, 숲속의집을 비롯해 야영데크, 글램핑장, 오토캠핑장 등이 마련돼 있다. 데크 이외에도 고급텐트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가 대여 가능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강원 춘천시 동산면 종자리로 224-104) 편백힐 치유의숲 | 치유의숲 내에 캠핑장이 있어, 편백나무 사이사이 텐트 설치가 가능하다. 피톤치드를 가득 내뿜는 조용하고 깨끗한 숲을 즐기기 제격이다. 야영장과 함께 편백나무와 황토로 벽을 만든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한다. 방 내부에도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향긋한 편백의 기운을 따뜻하게 만끽할 수 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하남실길 212) [03] 바다를 한눈에 오션뷰 캠핑장 몽돌바다 캠핑장 | 서해 몽돌해변과 인접한 500m의 전용 해변을 보유한 곳으로,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감성돔, 우럭, 도다리, 숭어 등이 잡히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여러 곳 있고, 인근 갯벌에서 짱뚱어와 바닷게 채집 등 바다를 즐기기 좋다. 해질녘 노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꼽힌다. (전남 신안군 암태면 신석리 413-1) 욕지도 파라다이스 오토캠핑 | 욕지도 유동마을의 한 폐교를 개조한 곳으로 민박과 야영장을 함께 운영한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유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인근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거나 조개, 고동, 소라 등 해산물을 채집할 수 있다. 섬에 있는 캠핑장이기 때문에 예약 전 통영 삼덕항에서 배편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유동길 111) Theme#2 다양한 즐길 거리 따라 Pick! [01] 역사·문화·관광지 인근 캠핑장 화적연 캠핑장 캠핑장 | 바로 옆 한탄강이 흐르고, 근처에 명승 제93호 화적연이 있어 겸재 정선이 그림으로도 옮겼을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화적연은 영평8경중 제1경이자 포천 한탄강8경 중 제3경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 산정호수, 철원제2땅굴, 고석정 등이 인접해 주변 볼거리가 풍부하다. (경기 포천시 관인면 뗏마루길 43-116) 별을 다는 아이 | 온전히 캠핑을 즐기게끔 캠핑장 내에는 별다른 놀이 공간이 없지만, 인근의 다양한 문화 시설과 접근성이 좋다. 장흥유원지 내에 위치해 있고, 장흥자생수목원, 송암천문대, 권율장군묘,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장흥아트파크, 조각공원, 두리랜드 등이 인접해 아이들과 함께하기 제격이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309번길 132) 영월 느티나무 캠핑장 | 영월 내리계곡에 위치해 청량한 자연 경관이 매력적인 곳이다. 물놀이를 즐기는 여름에도 좋지만, 주변 볼거리 덕분에 언제라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김삿갓문학관, 별마로천문대, 고씨동굴, 청령포, 장릉, 모운동마을, 아프리카미술박물관, 호안다구박물관 등 찾아갈 명소가 즐비하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내리계곡로 1061) [02] 농촌·텃밭·공예 체험 캠핑장 귀한농부학교 | 농부체험, 민속체험, 미꾸라지 잡기, 쿠키·피자 만들기, 목공예, 식물공예, 숲해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체험농장의 경우 당일 또는 연간 회원권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캠핑장 내 민속체험장, 동물농장, 허브농장, 수생원 등이 마련돼 있다.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422) 다릿재농원 | 캠핑장 천등산과 장병산 사이 기슭에 위치한 곳으로, 가을이면 사과(홍로) 따기, 밤 줍기, 모과청 담그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 선착순으로 인근 충주 고구려 천문과학관 견학도 진행한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765-4) 신화 가족목공체험 캠핑소 | 목수 부부가 운영하는 목공체험 캠핑장. 아버지가 만들어주는 책상, 가족이 만드는 식탁 등 원하는 품목을 정해 오랜 기간 숙박하며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캠핑장 내 카페와 가구 작업소, 갤러리, 수확체험농장 등도 이용 가능하다. 목공예 비용은 실비로 책정된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강상로 326) Theme#3 특별한 편의시설 따라 Pick! [01] 글램핑·카라반 캠핑장 새연카라반 리조트 |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은 리조트형 캠핑장으로,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곳이다. 계곡 럭셔리 카라반, 프리미엄 폴딩도어 카라반, 스파 카라반 등 여러 콘셉트의 카라반과 감성 글램핑, 오페라 글램핑 등 다양한 글램핑도 즐길 수 있다. 짚바이크, 클라이밍 등 독특한 액티비티도 운영한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 운악청계로333번길 86) 생각 속의 집 | 모던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눈에 띄는 글램핑장이다. 복층형 펜션 2동과 독특한 구조의 글램핑 사이트 5동이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원주 레일바이크가 캠핑장을 지나고,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간현관광지, 한솔 오크밸리 등 관광지도 가까워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52-5) [02] 스파·찜질방 겸비 캠핑장 원주 참숯가마 캠핑장 | 힐링존, 피크닉존, 스카이워크존 등 다양한 콘셉트의 사이트가 마련된 이곳의 백미는 바로 ‘참숯가마 찜질방’이다. 캠핑장 입장객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한데, 매주 불 빼는 날에는 참숯가마에 구운 ‘3초 삼겹살’도 맛볼 수 있다. 깡통열차 체험장, 모래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무료로 개방한다. (강원 원주시 신림면 솔치로 88) 그린콩 캠핑장 | 깔끔한 농장형 캠핑장으로 오토캠핑과 일반캠핑 사이트 모두 운영한다. 사이트마다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있어 그늘 걱정이 필요 없다. 여름엔 캠핑장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쌀쌀한 가을엔 따뜻하게 야외 스파를 즐기면 좋다. 스파 시설은 총 3동으로, 1회 5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경기 가평군 북면 소법리 627-54) ◇ 캠핑퍼스트가 제안하는 캠핑장 매너 15가지 1. 캠퍼들이 잠드는 밤 10시~아침 7시까지 매너(에티켓)타임을 지킨다(매너타임은 캠핑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음). 2. 고성방가는 자제한다. 음악은 볼륨을 낮추거나 이어폰을 사용한다. 3. 쓰레기는 분리수거하고, 샤워실, 개수대 등 공용시설을 깨끗하게 쓴다. 4. 주변에 피해를 주는 과도한 음주는 자제한다. 5. 불꽃놀이 금지. 텐트에 불꽃이 떨어지면 장비 손상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6.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캠핑장이라도 통제가 안 된다면 출입을 삼간다. 7. 캠핑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곤 한다. 자전거든 자동차든 꼭 서행한다. 8. 도난사고에 유의하자. 귀중품은 휴대하고 캠핑장을 벗어날 때 고가의 장비는 차량에 보관한다. 9. 드론은 항공법에 준수해 사용하자. 10. 풍등 날리기 금지. 나무가 많은 캠핑장 특성상 풍등은 자칫 화재로 이어진다. 11. 남녀노소 불문 노상방뇨 금지. 아무리 급해도 용변은 화장실을 이용한다. 12.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기. 13. 다른 옆 캠퍼의 생활공간인 사이트를 허락 없이 지나치는 일은 삼간다. 14. 각종 공놀이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즐긴다. 15. 캠핑장 내 과도한 애정행위 자제하기.
- 2019-10-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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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 자격증, 전공무관 도전 가능하지만 전문가까지는 어려워
-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이번 호에는 ‘문화·예술’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관광공사 은퇴 후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지역 대표 미술관, 박물관 등에 방문하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중장년이 많아졌다. 큐레이터나 도슨트, 문화해설사 등 문화·예술 계통의 직업군에도 관심이 모아지며, 관련 자격증이나 교육을 희망하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문화·예술 분야 국가전문자격으로는 ‘박물관및미술관준학예사’(이하 준학예사)가 있다. 소위 ‘큐레이터’라 일컫는 ‘학예사’가 되기 위한 초입 관문 중 하나로 보면 된다. 학예사는 준학예사와 1·2·3급 정학예사로 나뉜다. 석·박사 학위(전공무관)가 없다면 준학예사 자격 취득과 경력인증을 통해 정학예사에 도전할 수 있다. 상위 급수로 올라갈 때마다 경력이 추가로 요구되는데, 누적경력이 아닌 하위 급수 취득 후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3급에서 1급까지 최소 12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준학예사의 경우 학력에 따라 준학예사 자격시험 합격 후 실무경력을 1년(학사 이상)에서 5년(학사, 전문학사 미취득자)까지 쌓아야 한다. 즉, 목표하는 급수에 따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정학예사부터는 경력인증(재직경력, 실습경력 등)을 통해 급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관련 시험은 준학예사 필기만 치르면 된다. 그야말로 한 우물을 파는 전문 분야라 응시자와 합격자 수가 타 자격증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 필기 합격자는 15명으로 20대 이하 합격자(158명)의 10%에 못 미쳤다. 그러나 50대의 합격률은 4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응시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PART2. 국가기술자격 손재주가 좋은 이들이라면 기술을 익혀 개인 공방을 여는 꿈을 가져봤을 것이다. 몇몇 기관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공예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자격증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예기능사는 응시자격에 제한은 없고 실기시험 시 주어진 도면에 따라 6시간 정도 작업을 수행하면 된다. 지난해 공예기능사 실기 합격자 수는 목공예 59명, 석공예 2명, 도자기공예 283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목공예기능사의 경우 최근 3년간(2016~2018) 응시자 수는 2배 이상씩 증가했으나(46명→131명→274명) 평균합격률은 38%→73%→48%로 변화폭이 크게 나타났다. PART3. 민간자격 준학예사나 공예기능사 등은 자격 취득 후에도 전문가로 활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중장년에겐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은퇴 후 문화·예술 분야 활동을 원하는 이들은 민간자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자격시험보다는 훈련이나 교육이수 등을 통해 수료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주요 직업으로는 문화관광해설사, 역사문화체험지도사, 전통놀이강사, 도슨트 등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경우, 광역지자체에서 연간 선발 계획 수립 및 선발 공고를 하는데 지자체별 선발 시기, 규모, 자격요건 등이 달라, 주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 지자체에서 신규 교육생으로 먼저 선발된 후 한국관광공사 또는 지자체에서 선정한 위탁교육기관을 통해 신규양성과정(100시간)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이후 지자체에서 정한 현장수습(105시간)을 이수해야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내 문화재시설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2019년 8월 기준 전체 인원 대비 50대 이상의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교사(역사, 과학, 미술 등) 출신이거나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가능자가 활동에 유리한 편이다. 많은 돈을 벌기엔 적합하지 않고, 거의 자원봉사 형태로 문화재 탐구를 즐기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지속적으로 문화,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며,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청중 장악력 등이 요구된다.
- 2019-09-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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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물 없는 한식은 없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한식은 탕반(湯飯) 음식이다. ‘반’은 밥이다. ‘탕’은 국물을 뜻한다. 우리는 국물 없는 밥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 밥상에는 밥과 국이 있고, 반찬을 더한다. 밥과 국은 우리 밥상의 기본이다. “일본에서도 밥과 국을 같이 먹더라”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 등에서도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종류가 한정적이다. 아침 밥상의 ‘미소시루(일본 된장국)’ 정도다. 낮이나 밤의 밥, 술자리에서는 흔하지 않다. 아침에 먹는 국 한 종지 정도다. 한식 밥상은 국의 향연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늘 “오늘 저녁은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했다. 우리 밥상은 밥과 국을 빼고는 성립하기 힘들다. 웬만한 밥상에는 늘 국이 등장한다. 국, 밥, 김치만 있는 밥상도 즐겁다. 탕반 음식은 우리의 핏속에 녹아 있는 음식문화다. 국도 여러 종류다. 고깃국, 생선국, 각종 채소국, 이도 저도 아닌 된장국까지 국물 없는 밥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한여름철에는 근대국과 아욱국을 따로 끓인다. 얼핏 보면 비슷한 아욱과 근대. 그러나 국으로 끓이면 그 맛이 각별하다. 콩나물, 미나리, 무, 시금치, 각종 시래기와 우거지까지. 한반도의 국물은 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탕, 국물이 없는 밥상은 ‘국물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인간관계를 끝낼 때도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밥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기본이 국물이다. “넌 앞으로 국물도 없다”는 말은 인간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최소한의 것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이 없는 밥을 먹으면 목이 메었다. “국물도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는 매정한 표현이다. 국물의 기본 국물의 기본은 ‘대갱(大羹)’이다. 대갱은 고기 곤 국물, 고깃국물이다. ‘대’는 크다는 뜻과 더불어 으뜸, 시작, 바탕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무런 양념이나 부재료인 채소 없이 국을 끓이면 대갱이다. ‘대갱’은 중국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오래전에는 매실과 소금으로 기본적인 양념을 대신했다. 대갱은 ‘매실이나 소금 양념’도 하지 않는, 고기를 곤 국물이다. 맛을 따질 일은 아니다. 맛이 있으면 양념한 화갱을 찾을 일이다. 국물에 채소나 양념을 넣으면 ‘화갱(和羹)’이다. 중국에는 화갱이나 대갱 모두 사라졌다. 화갱은 그나마 중식 코스 요리 중, 각종 채소를 넣고 생선이나 고기를 더한 국물 음식이 남아 있다. 한식에는 아직도 대갱이 살아 있다. 곰탕이 대갱이고, 제사상의 곰국, 곰탕이 바로 대갱의 변형이다. 우리 밥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화갱이다. 채소에 고기를 넣고 끓여도, 채소만으로 끓여도 화갱이다. 고깃국, 채소, 생선이나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한 것이 모두 화갱이다. 한국 사람들의 밥상에는 화갱이 늘 자리한다. 시래깃국, 김칫국, 배춧국, 뭇국, 시금칫국, 토란국, 아욱국, 근대국 그리고 해조류를 넣은 미역국, 톳을 넣은 국, 몸국(모자반국)과 해산물을 이용한 북엇국 등 숱한 국물 음식들이 그것이다. 곰탕과 설렁탕 곰탕과 설렁탕은 비슷한 음식이다. 약 100년 이상 곰탕과 설렁탕은 경쟁하고, 상대의 장점을 서로 더했다. 두 국물은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곰탕은 ‘고기를 곤 국물’이다. 쇠고기 양지 부위를 중심으로 푹 곤 국물은 반가의 음식이기도 하다. 서울이나 나주 등에서 곰탕이 유행한 이유도 간단하다. 서울, 한양은 궁궐이 있었던 도시다. 각종 관청도 많았다. 궁중의 제사를 모시는 종묘가 있고 공자의 제사를 모시는 성균관, 대성전이 있다. 제사에는 귀한 쇠고기를 사용한다. 공식적으로 쇠고기 도축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곰탕을 비교적 흔하게 사용했다. 서울, 한양의 곰탕집들은 이런 쇠고기 소비문화를 뒤따른 것이다. 나주 곰탕도 마찬가지다. 나주는 큰 도시였고 큰 관청, 관사가 있었다. 역시 향교가 있고 외부 손님들의 방문도 잦았다. 한양 도성에도 외국에서 온 사신과 외부 관리들의 방문이 잦았다. 역시 쇠고기 소비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나주 곰탕, 진주냉면이 발달한 까닭이다. 설렁탕은 출발부터 다르다. 곰탕이 고기 곤 국물이라면 설렁탕은 뼈와 내장 곤 국물이다. 때로는 소머리를 곤 국물도 더했다. 오늘날 서울 인근 경기도 몇몇 곳에 소머리 국밥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설렁탕을 만들 때 소머리도 이용했다. 그 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 바로 소머리 국밥이다. 오늘날의 설렁탕에는 쇠고기도 더한다. 양지나 우둔살의 일부, 업진살 등을 넣는 설렁탕 전문점도 많다. 곰탕의 장점을 받아들인 결과다. 출발은 곰탕과 다르다. 내장, 소 머릿고기 등을 사골, 잡뼈 곤 국물에 더했다. 이른바 ‘부산물’들이다. 부산물은 정육의 대칭어다. 곰탕은 정육에서, 설렁탕은 부산물에서 출발했다. 육개장과 닭개장 닭은 개체가 너무 작다. 가정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닭은 귀한 달걀을 낳는 존재. 그나마 풀과 벌레가 흔한 여름철과 달리 추운 겨울에는 먹이가 마땅치 않았다. 봄에 병아리에서 시작, 늦가을 대부분 닭을 ‘정리’했던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급격히 발달한 주막에서 개장국을 끓인 것은, 그나마 개가 개체가 크고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내내 개장국은 주막의 주요 메뉴였다. 개장국은 ‘개고기+장(醬)+국[羹, 갱]’이다. 개고기는 일상으로 먹는 상식(常食)이었다. ‘명의록(明義錄)’은 정조대왕 즉위 원년(1776년)에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 완성한 책이다. 정조의 대리청정을 반대했던 홍인한, 정후겸 등을 사사한 과정 등을 기록했다. 할아버지 영조를 대신해서 대리청정했던 세손, 정조대왕이 즉위한 직후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반대하고 궁궐에 자객을 침투시킨 반대파를 엄벌한 것이 정당했음을 밝힌 책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드라마 ‘이산’과 영화 ‘역린(逆鱗)’의 소재가 되었다. ‘이산’과 ‘역린’에 공히 정조 암살을 위해서 자객이 궁궐에 침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반대파에 의한 정조 시해 시도는 있었다. ‘명의록’의 공초(供招) 기록에 의하면 전병문, 강용휘 등 범인들은 궁궐에 침투하기 전 ‘궁궐 밖 개 잡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거사 실패 후 남대문 언저리로 도주, 다시 ‘개 잡는 집’에서 만난다. 사건 수사기록인 공초에 아무렇지도 않게 ‘궁궐 밖 개 잡는 집’, ‘남대문 언저리 개 잡는 집’이라고 기록한 것을 보면 18세기 후반에는 한양 도성 곳곳에 개 잡는 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개장국은 저잣거리 주막의 평범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1670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음식디미방’에도 나온다. 개장국은 반가, 저잣거리를 따지지 않고 널리 퍼져 있었다. 조선시대 말기와 일제강점기에는 육개장과 설렁탕 등으로 바뀐다. 육개장은 ‘육[肉=쇠고기]+개장국’이다. 즉, 쇠고기로 마치 개장국같이 끓인 음식이 육개장이다. 나중에 등장하는 닭개장은 ‘닭고기+개장국’ 형태의 음식이다. ‘닭계장’으로 쓴 것은 틀렸다. 닭개장이 맞다. 개장국이 사라진 것은 청나라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인 결과다. 청나라는 유목, 기마민족이다. 개의 존재가 농경민족인 우리와는 다르다. 개는 동반자 때로는 생명의 은인이다. 청나라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우리도 청나라 문화를 받아들인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저잣거리에서도 개고기를 피하는 이들이 생긴다. 조선시대 말기 소의 생산량도 늘어나고 국가의 금육 정책도 힘을 잃는다. 나라가 망한 일제강점기, 금육은 허물어진다. 쇠고기를 더한 육개장과 쇠고기로 끓인 곰탕, 소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끓여낸 설렁탕이 널리 퍼진다. 한반도의 국물 음식 중 으뜸은 곰탕, 설렁탕, 육개장 그리고 육개장을 중심으로 변형된 해장국들이다. 선지해장국과 뼈다귀해장국이 있다. 선지에 각종 채소를 더한 것도 등장하고 장터에서 간단히 만들어 내놓았던 장터해장국도 선보인다. 한반도만의 국물 문화 전 세계 모든 문명국에는 라면이 있다. 동남아, 중동, 유럽, 미국,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라면을 먹지 않는 나라는 드물지만, 라면 국물을 알뜰하게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라면을 먹었던 이들은 “듣기와는 달리 일본 라면이 짜더라” 말한다. 당연하다. 일본인들은 라면 국물을 우리처럼 알뜰하게 먹지 않는다. 일본은 면 중심으로, 우리는 국물 중심으로 라면을 먹는다. 면을 먹는 이들은 면에 국물이 배어든 맛을 즐긴다. 우리는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다. “나트륨이 많은 국물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은 허망하다. 우리는 ‘국물도 없는’ 음식을 싫어한다. 면보다는 국물에 만 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야 속이 후련하다.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수반(水飯)도 마찬가지다. 물에 만 밥. 입맛이 없거나 간단한 상으로 손님을 접대할 때 정식으로 수반을 내놓았다. 왕(성종)도 즐겨 먹었고, 아버지 묘소에서 간단하게 수반을 먹었다는 기록을 남긴 왕도(정조) 있다.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후 일상적으로 먹는 나물국, 생선, 고깃국, 개장국과 설렁탕, 곰탕, 육개장 그리고 라면과 수반까지. 한반도만의 독특한 국물 문화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회삿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KBS2 ‘생생정보통’, MBC ‘찾아라! 맛있는 TV’,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한국 맛집 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 등이 있다.
- 2019-09-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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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
- ‘네덜란드-벨기에로 열흘간 여행 간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곳에서 그렇게 볼 게 많아?” 하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미술 작품 순례만으로도 볼 것이 차고 넘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누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또 한다면 자신 있게 대답해줄 것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어디까지 가봤니?”라고. 고흐, 렘브란트, 루벤스, 페르메이르, 마그리트 등 스탕달신드롬(뛰어난 예술작품을 접했을 때, 그 충격과 감흥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신적·육체적 이상 반응)까진 아니어도 명작을 코앞에서 감상하면서 작가들의 삶의 편린도 함께 접할 수 있는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대표 작가 Big3와 미술관을 소개한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의 작품을 포함, 15~19세기 네덜란드 유명 화가 작품 5000점, 조각품 3000여 점이 연대별로 전시돼 있다. 반 고흐의 자화상, 얀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17세기 네덜란드 상류층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보여주는 가구 미니어처 ‘인형의 집’도 볼 만하다. ‘인형의 집’은 ‘집과 가구 모형을 실제와 똑같이 정교하게 만든 미니어처’다. 호화롭기 그지없는데 당대에는 서민 주택 한 채와 맞먹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다고 한다. 렘브란트의 ‘야경’ 뭐니 뭐니 해도 이 미술관의 대표작은 렘브란트의 ‘야경(夜警)’이다. 이곳에서 일부러 이 그림을 찾지 않아도 관람객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따라가면 ‘야경’ 앞에 이른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2층 명예의 전당 전면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렘브란트의 인생처럼 팔자가 센 작품이다. 전시 중 황산 세례와 칼로 그어지는 등 두 차례 수난을 당했다. ‘야경’을 완성한 해에는 첫 번째 부인 사스키아와 사별을 했고, 이후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당하는 등 사회적 명성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파산 등 경제적 문제도 몰아닥친다. 또 고객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불만을 사면서 화가로서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평이 있다. ‘렘브란트의 모든 것’ 올해는 렘브란트 서거 350주년.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6월까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는 ‘렘브란트의 모든 것’ 전시회가, 7월부터 연말까지는 대표작 ‘야경’의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행사가 열린다. 우리가 갔을 때는 ‘렘브란트의 모든 것’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22개의 작품, 60점의 드로잉, 300점의 판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렘브란트는 자화상도 40여 점 그렸는데 연대별로 주요 자화상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게 큰 수확이었다. 자부심을 넘어 야망과 당당함을 보여주는 청년기 모습, 기름기와 욕망이 적당히 반죽된 중년기의 모습, 특히 쓸쓸한 눈빛을 한 노년기의 자화상에서는 ‘나 아직 살아 있어’ 하고 외치는 듯한 내면의 모습이 느껴졌다. 렘브란트 하우스 인간 렘브란트를 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 성공의 상징이자 몰락의 원인이 된 호화저택이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인 요덴브레이스트라트에 위치한다. 1639년부터 20년간 살면서 작업을 했던 지역이다. 그 시절의 살림, 미술 도구, 호사스런 수집품들(코뿔소 뼈 등)이 층별로 전시돼 있다.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수집가, 사업가, 거장으로서의 면목도 감상할 수 있다. 반 고흐 미술관 본관 상설전시관과 신관 기획전시관 건물이 유리 현관으로 연결돼 있다. 유화 200여 점, 소묘 500여 점, 편지 700여 통과 함께 고흐가 수집한 우키요에(일본 판화)와 회화를 포함한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규모는 세계 최대. ‘꽃피는 아몬드 나무’,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자화상’, ‘노란 집’ 등 전시 작품들이 다 걸작이다. 이곳에서는 하이라이트 중심의 감상보다는 전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천천히 작품을 느끼는 게 좋다. “열흘 내내 딱딱한 빵 조각을 유일한 음식으로 삼았지만, 이 그림 앞에 앉아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10년은 행복할 것이다.” 고흐가 렘브란트의 작품 ‘유대인 신부’를 보고 외친 말이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옆 자신의 이름이 걸린 전용 미술관이 세계 명소가 된 것을 안다면 그는 무슨 말을 할까. 크뢸러 뮐러 미술관 고흐 미술관이 도심 속 미술관이라면, 이곳은 공원 속 미술관이다. 한적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감상을 즐길 수 있다. 뮐러의 부인 헬레나가 수집한 작품들을 기증받은 네덜란드 정부가 작품을 보관, 전시하기 위해 1938년 개관했다. 고흐의 유화 작품 90여 점, 드로잉 170점 등이 전시돼 있으며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밤의 카페테라스’. “푸른 밤, 카페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중략)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머무르던 시절, 이 작품을 그리며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밤하늘에 별을 하나씩 찍어가며 열정에 차 작업하는 고흐의 모습, 이 시절을 함께한 우체부 조제프 룰랭, 의사 가셰, 카페 마담 지누, 화가 고갱 등이 함께 어우러져 밤의 카페테라스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미술관이 위치한 호게 벨뤼베 공원은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이다. 서울 여의도의 7배 면적인 70만 평 규모. 매표소에서 미술관까지는 2.4km나 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도 30여 분이나 걸린다. 매표소 입구에는 무료로 대여해주는 자전거가 진열돼 있다. 숲길의 나무와 반짝이는 나뭇잎 등이 고흐의 작품 ‘사이프러스 나무’의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얀 페르메이르와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마우리츠호이스라는 이름은 이 집의 첫 번째 소유주였던 요한 마우리츠에서 따왔다. ‘마우리츠의 집’이란 의미를 갖는다. 네덜란드의 16~17세기 작품 8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렘브란트를 일약 유명 화가로 만들어준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파울루스 포테르의 ‘어린 황소’ 등이 하이라이트. 색깔이 다른 벽지로 전시장을 구분하고 창가엔 커튼도 달려 있어 얼핏 보면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창 너머로는 호프페이베르 연못이 보인다. 백조들이 떼 지어 떠다니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창가엔 의자도 있어 중간중간 쉴 수도 있다. 창밖의 호수 풍경, 전시장의 작품 중 어느 것부터 볼지는 관람객 마음에 달려 있다. 편안하고 폭 감겨오는 미술관을 고르라면 단연 이곳을 꼽고 싶다. 우리는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기 위해 직행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우유를 따르는 여인’ 등의 작품을 감상했지만 이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원화를 보자마자 모두에게서 터져 나온 말은 “생각보다 작네?!”였다. 그림 크기는 44.5×39cm. 이러한 사이즈는 당시 네덜란드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그림을 걸어놓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일반 시민의 미술품 수요가 컸다. 작품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붙였다 떼었다 하기 편한 그림이 판매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 링’ 베이커리와 페르메이르 페르메이르의 흔적은 헤이그 인근의 델프트 시에 많다. 그는 태어나고 자란 이 지역을 평생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묘지도 이곳에 있다. 델프트 시에는 ‘다이아몬드 링’이라는 빵집이 있다. 1796년부터 운영해온 유서 깊은 점포다. 프랑스인 발타자르 드 몽코니가 일기에 기록해놓았다는, 빵집과 페르메이르의 인연 한 토막이 특별하게 들려온다. 몽코니가 명성을 듣고 페르메이르의 집을 방문했는데 작품이 한 점도 없었더란다. 근처 빵집 주인이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 보니 600길드를 주고 산 작품이 있었다. 또 페르메이르가 빚을 갚기 위해 담보로 제빵업자에게 그림을 줬다는 기록도 있다. 그 얘기를 듣고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보니 우유병 앞에 놓인 바구니 속 푸짐한 빵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링’에서 팔던 빵들과 닮아 있다. 시 광장 주변에서는 네덜란드의 전통 나막신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델프트 거리에는 앤티크 숍이 많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유명해진 푸른색 터번, 델프트 블루 타일, 클래식풍 스탠드에 이르기까지 제품이 다양하다. 심지어 한국 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 2019-08-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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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드는 제2직업② 창업과 창직
-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Chapter 2. 사회공헌 일자리 대기업, 공무원 등 수십 년 동안 주된 일자리에서 경제력과 사회 경험을 축적한 이들에게 ‘일’이란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닌 ‘보람’을 목적에 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사회 공헌 일자리는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동시에 누리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관련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없이 진출했다간 보람은커녕 좌절을 경험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한 개념과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시사경제용어사전(기획재정부)에는 ‘사회 공헌 일자리란,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자기만족과 성취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봉사적 성격의 일자리’로 나와 있다. 이러한 개념을 확장해 일과 활동의 범위를 취미·여가, 자원봉사,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 생계형 일자리로 구분할 수 있다. ◇ 사회 공헌 일자리 유형별 특징 ① 자원봉사 신중년이 사회 공헌 분야를 이해하고 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함양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향후 ‘공헌형 일자리’, ‘혼합형 일자리’로의 경력 전환 시 사회 공헌 분야의 경력 디딤돌 기능을 한다. ② 공헌형 일자리 신중년의 사회 공헌 일자리 참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기대가 점차 늘어나는 시기이므로 향후 정책적 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③ 혼합형 일자리 현시대의 흐름이 사회적 가치,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과거 경제성장에만 목적을 둔 시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에 혼합형 일자리는 현재보다 머지않은 미래에 더욱 각광받고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혼합형 일자리 ‘제3섹터’ 이해하기 혼합형 일자리의 주 무대가 되는 ‘제3섹터’에 대해 알아보자. 제3섹터란 공공부문(제1섹터)과 민간부문(제2섹터)이 공동으로 출자한 사업체 또는 이러한 형태의 사업주가 시행하는 사업 방식을 일컫는다. 제3섹터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 잠재력을 가진 주체로 주목받고 있으며, 비영리단체(NPO),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농어촌 공동체 등이 이에 속한다. 사회 공헌과 더불어 적정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평가되며 보람과 수익을 동시에 얻으려는 신중년의 관심이 높다. ◇ 사회 공헌 활동 지원 사업 만 50세 이상 퇴직전문 인력이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단체 등에서 지식과 경력을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선정 6개 기관(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사)한국비서협회, (사)한국직업상담협회, (사)한국HRM협회, (사)희망도레미, ㈜상상우리)과 노원50플러스센터,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방문 또는 온라인(워크넷)으로 신청 가능하다. ◇ 제3섹터 ‘협동조합’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협동조합의 설립 단계는? ①발기인 구성→②정관 작성→③설립 동의자 모집→④창립총회 개최→⑤설립 신고/설립 인가→⑥사무 인수인계→⑦출자금 납입→⑧설립 등기→⑨사업자 등록 신청 발기인이 되어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발기인이 되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①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②그 필요가 절실한가? ③기꺼이 책임지려 하는가?’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필요한 사업인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 정도의 필요라면 협동조합 설립을 한 번 더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협동조합 설립 등기 비용은 얼마나 들까? •공증료: 3만 원 •등록면허세: 출자액의 0.4%(사회적 협동조합 0.2%) -등록면허세가 11만2500원 이하인 경우 11만2500원으로 책정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과밀억제권역으로 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세 •지방교육세: 등록면허세의 20% •등기신청 수수료: 3만 원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협동조합 상담, 교육, 컨설팅, 경영지원 등의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사회적협동조합 상담 및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이 대표적이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 2019-08-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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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철 떠나는 럭셔리 여행 Top3
- 지난 뜨거웠던 여름 마음은 가슴 트이는 바다로, 시원한 계곡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더위 탓에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던 분들에게 치일 필요 없이 우아하게 가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쏙 들 핫한 셀럽 명소를 소개한다. 하와이 오아후섬 - 미국 -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은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일정을 잡을 때 4박을 기준으로 그 이하일 경우 오아후 섬만 충분히 관광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으면 한 곳 정도 다른 섬 투어를 가는 것도 괜찮다. 렌터카 여행이 활성화되어 있어 공항뿐만 아니라 도시 어디서든 렌터카 업체 이용이 가능하다. 숙소도 다양해 9만 원대부터 원하는 가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오아후 섬은 하와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으로 쇼핑, 관광, 휴양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호눌룰루 시내에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건물인 주정부 청사와 주지사 관저, 하와이 왕조의 칼라카우아 왕이 1882년에 건설한 이올라니 궁전 등이 있다. 하와이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아히 포케 아히는 하와이어로 참치, 포케는 무침이라는 뜻으로 한국식 회무침을 생각하면 된다. 참치회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하와이산 해조류와 소금간, 참기름, 레몬즙으로 간한다. 마카다미아 너트 땅콩과 아몬드보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견과류. 전 세계 마카다미아의 90%가 하와이에서 생산된다. 아사이볼 황산화 기능과 함께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이 되는 아사이베리. 아사이볼은 아사이베리 스무디 위에 그레놀라와 갖가지 과일을 올리고 꿀을 곁들여 먹는 것. 식사 대용이 가능하다. 바나나브레드 바나나가 주재료. 파운드케이크 모양으로 한 입 베어 먹으면 바나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상품명 ‘하와이풀팩’ 부모님과 함께 가는 효도여행 4박 6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200만 원대부터 문의 여행박사 홈페이지(drtour.com) 3대가도 - 독일 - 서유럽을 대표하는 국가 독일은 찬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자연 풍경을 품고 있어 관광객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롯데관광에서 추천하는 독일 여행지는 3대 가도다. 원래는 독일관광청이 ‘7대 가도’라는 이름으로 관광길을 만들어 권장하고 있는 일종의 드라이브 여행 코스다. 그중 ‘고성가도’와 ‘로만티크가도’, ‘알펜가도’를 따로 선택해 함께할 수 있는 여행지로 묶었다. ‘고성가도’는 하이델베르크, 로텐부르크,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등의 도시를 지난다. 중세 기사와 귀족이 살던 고성이 많이 남아 있으며 이를 개조한 호텔도 다양하다. ‘로만티크가도’는 가장 인기 있는 가도다. 과거에는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이르는 통상로였다.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 중세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알펜가도’에서는 독일의 알프스 가르미슈 파르텐 키르헨에서 하이킹과 등산 등을 즐길 수 있다. 독일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예거슈니첼 송아지 고기 안심 부위 등을 얇게 저며 빵가루 옷을 입혀서 튀기고 버섯을 넣은 크림소스를 얹어 내는 독일 동부 음식. 글뤼바인 독일인들이 감기 예방을 위해 자주 마신다. 와인과 과일을 듬뿍 넣고 푹 끓인 과일와인으로 우리나라 쌍화차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 향과 풍미가 좋고 비타민이 풍부하다. 상품명 ‘독일 완전일주’ 9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200만 원대부터 문의 롯데관광 홈페이지(lottetour.com) 다낭- 베트남 - 2018년 하나투어 통계 기준에 따르면, 시니어에게 가장 높은 사랑을 받았던 나라는 바로 베트남.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고단한 장거리 여행보다는 짧은 비행시간으로 현지에서의 여유로운 관광 일정,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어 선호 여행지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다낭이 있는 베트남 중부지방의 경우 강수량이 적고 습도가 낮아 연중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 프랜차이즈인 ‘콩 카페’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필수 코스로 여기는 곳이다. 코코넛 커피, 요거트 커피 등이 대표메뉴다. ‘다낭 대성당’은1923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유일하게 지어진 성당이다. 외부는 자유롭게 볼 수 있지만 내부는 미사시간에만 방문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아름다운 해변 베스트10으로 꼽히는 미케비치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때묻지 않은 자연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파도가 높은 10월과 12월에는 요트, 서핑, 윈드서핑 등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베트남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퍼보 베트남 대표 음식으로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소고기 쌀국수. 지역에 따라 북부는 담백하고 남부는 달고 자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분짜 숯불에 구분 돼지고기 완자를 하얀 쌀면과 함께 먹는 음식, 채소와 함께 피시소스를 찍어 먹는다. 껌땀 숯불에 바짝 구운 돼지고기를 밥에 얹은 음식. 볶은 채소와 계란프라이, 베트남 액젓 늑맘에 설탕과 레몬 등을 넣은 소스와 함께 먹는다. 상품명 ‘우리끼리 단독여행’ 다낭·호이안 5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80만 원대부터 문의 하나투어 홈페이지(hanatour.com)
- 2019-08-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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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 즐기는 법 배웠죠” 공무원에서 상조회사 세일즈맨으로 변신한 김길후 씨
- “마, 잡상인은 저리 가이소!” 아무리 농이 섞였다 해도 지인의 한마디는 그를 슬프게 했다. 23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경상도 사내로서는 분을 삭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는다. 사소한 냉대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거절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람상조에서 장례지도사 겸 상조상품 세일즈맨으로 활동 중인 김길후(金佶喣·48) 씨 이야기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칸 영화제를 휩쓴 영화 ‘기생충’의 대사 한 구절처럼 김길후 씨 역시 계획이 다 있었다. 23년간 근무하던 해운대구청을 떠날 때, 그는 당당했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때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버티려고 했다면 정년퇴직 때까지 버틸 수도 있었죠. 퇴직 후 나름의 계획도 있었고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와 보니 예상과는 달라 당황했습니다. 그 후 제가 세운 원칙 중 하나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결정하자’였습니다. 지금 입사한 회사도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해운대구청에서 23년 근무 그가 해운대구청에 입사한 것은 1996년 8월. 오랜 기간 구청에 근무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다.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재개발로 인한 토지수용 업무나 토지이동, 환경개선부담금 관련 일이었다. 당시 해운대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으로 인한 재개발 수요가 많아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제가 입사할 때는 해운대에 수영비행장 자리가 남아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때와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죠. 재개발과 관련한 업무가 쉽지 않았던 건 다른 사람의 재산을 다루는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업무를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닥치는 대로 공부를 했죠.” 장례지도사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김 씨는 동부산대학교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관련 업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 웃는다. 그 후로도 그는 영산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법무사와 공인중개사 공부도 병행했다. “법에 대해 잘 알게 되니 많은 분을 도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재개발로 집을 잃은 분들에게 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거나, 전세금을 날리게 된 가설건축물 임차인들이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죠. 그래서 구청 내에서도 절 찾는 사람이 많았죠. 공무원들이 업무상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한때는 공무원 노조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정도로 조직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노조 지부 중 회계 내역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 곳은 그가 총무국장으로 있었던 해운대구청이 최초였다. 명퇴 후 삶, 계획대로 안 돼 그가 명예퇴직을 결심한 것은 2017년이다. 한때는 진급도 꿈꿨지만 공직사회에서의 한계를 느끼면서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고자 도전을 선택한 것. “워낙 재개발 관련 업무 경험도 많고, 인맥도 넓어 일단은 그쪽 일을 시작했죠. 변호사 사무소의 사무장 역할이었어요. 처음엔 재미있었죠. 공직에서 나온 만큼 좀 더 자유롭게 일을 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문제는 시장의 변화였어요. 로스쿨 제도 도입 등 이런저런 요인들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져갔어요. 의뢰인에게 자세히 상황을 설명해주고 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수임을 하기 위해 무조건 이긴다고 유혹하는 변호사 사무소가 늘기 시작한 거죠. 결국 1년을 못 버티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김 씨의 방황은 다시 시작됐다. 경매학원에 등록해 부동산 경매에 대해 알아보고, 개인회생 분야도 조사했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방황이 끝난 것은 지난해 7월. 지인 소개로 보람상조개발을 소개받으면서부터다. 공무원에서 세일즈맨, 즉 영업직으로의 변신이었다. “처음엔 나를 내려놓고 세일즈맨이 된다는 게 쉽지 않았죠. 이 제복을 입는 데 한 달이 걸렸어요. 공직자에 사무장 출신인데 왜 그런 마음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인생을 턴할 수 있는 기회이고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문해서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고심 끝에 내린 결심입니다.” 세일즈, 나를 내려놓는 일 세일즈맨이 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지인들에게 핀잔을 듣는 건 기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리하지 않고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상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노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초창기에는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실감하게 됐어요. 최근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해요. 일부러 제복도 입고 가죠. 약속 장소로 정해둔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고요, 고객이 있을 만한 교육 과정에도 참여해 인맥을 넓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공직자 때는 상상도 못했던 정치 단체에서도 활동해요. 또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다양한 교육들이 큰 도움이 되죠.” 김 씨는 중장년에게 자신의 직종과 같은 세일즈 분야는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의지만 있다면 정년 없이 계속 일할 수 있고, 노력에 따른 경제적 보상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중장년들은 자신이 한창 잘나갈 때의 추억에 젖어 있잖아요. 그러니 나를 내려놓기 쉽지 않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중장년의 이력서를 받아주는 곳은 많지 않아요. 저도 면접관이 되어 중장년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자존심 버리는 것을 가장 어려워해요. 면접에 통과해도1년 이상 롱런하는 분들은 20%가 안 돼요.” 그는 지금 일하는 직장의 장점으로 ‘수평이동이 가능한 문화’를 꼽았다. 조직 내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내면 영업직이 아닌 관리직 등 다른 부서로의 이동도 가능하다는 것. 김 씨는 “최종 꿈은 직영 장례식장에서 일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할 것을 당부했다. “많은 분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만 가지고 판단해요. 그 정보들 중 상당수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꼭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하면 좋겠어요. 중장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게 세일즈라 해도요. 직접 부딪쳐보는 게 중요합니다.”
- 2019-08-12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