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리는 비가 성급하게 여름으로 치달으려는 대지를 달래주는 덕에 봄 날씨가 겨우 연명하고 있다. 화사한 꽃이 만발한 따뜻한 봄날에 걸맞은 싱그러운 영화 한 편이 도착했다. 프랑스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이다. 원제는 ‘Back to Burgundy’로 그저 와인의 명산지인 부르고뉴로 돌아왔다는 말인데 영화 수입사가 설명적인 제목을 덧붙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뉴스가 있다.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 이야기다. 젊은 주민이 나이 많은 경비원을 폭행하지를 않나, 경비원을 마치 머슴쯤으로 생각하고 자기 집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나, 주민이 잘못하고도 경비원에게 뒤집어씌우지를 않나.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면 보기도 좋고, 편안하련만. 군대에서 부하가 상관에게 바짝 긴장해서 거수경례를 강
대전 유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후 늦게 장바구니 하나 들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한 시간 후면 남편 퇴근시간과 얼추 맞아 떨어지니 만날 시간과 장소를 카톡으로 보냈다. 무엇을 살지 작정하진 않았지만 내 눈에 푸성귀 하나가 자꾸 들어왔다. 미나리다. 저녁엔 미나리 전과 막걸리를 식탁에 올려볼까 싶었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린 것이다. 여기
노화가 중년에게 무서운 이유는 신체적인 변화가 눈에 보여서가 아니다. 단지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능했던 것들이 쉽지 않게 되면서 ‘늙는다’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기 어려워지고, 달려가는 손주를 들어올리기도 버겁다. 숙면 후 아침의 개운한 기상은 젊은 날의 추억처럼 여겨진다. 여성들에게
열다섯 살 소녀는 키가 멀대같이 컸다. 친구들이 꺽다리라고 놀려댔다. 선생님은 운동을 권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모델과 영화배우의 화려한 옷들만 아른거렸다. 아버지가 가끔 사오는 잡지를 들춰보며 무대에 오르는 꿈도 꿨다.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를 흠모하고 카르멘 델로피체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어느새 75세가 되어
봄비에 적신 웃음이 꽃잎처럼 퍼지는 것 같았다.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정동에 소재한 이화여자고등학교 유관순기념관이 그러했다. 그 안에는 기쁨, 반가움, 감격과 같은 밝은 감정들이 발랄하게 소용돌이쳤다.
1988년에 이화여고를 졸업한 88졸업생들은 준비된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마치 어제도 본 듯한 환한 표
대한항공 사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한진家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정황이 포착돼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딸은 미국인, 가사도우미는 필리핀인. 국제적 항공사답다. 세간의 숱한 조롱과 성토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시종일관 묵묵부답하고 있는 대한항공 총수의 의연함 또한 ‘재벌(?)답다’. 대한항공 직원들
이들을 회사원으로 따지자면… 사내 커플…? 동료에서 애인으로, 애인에서 부부로! 같은 일을 하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이들. 함께 땀 흘리며 사랑을 키워온 스포츠 선수 부부를 알아봤다.
원정식 ♥ 윤진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53kg급에서 값진 은메달의 성적을 거둔 윤진희(33) 선수. 시상대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보는
큰 창 사이로 봄볕이 드는 넓은 복도 한편. 간이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그는 시간을 쪼개서 뭔가를 읽고 있다. 가방 안에는 공부해야 할 읽을거리와 책이 가득해 보인다. 정지한 듯 몰두해 있는 모습, 옛 러시아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처럼 깊고 안정된 정적이 흐른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다물었던 입술이
어딜 가도 꽃잔치가 한창이다. 희거나 붉거나 노란 꽃송이들 우르르 일으켜 세우는 봄의 힘. 그걸 청춘이라 부른다. 자연의 청춘은 연거푸 돌아온다. 인간의 청춘은 한 번 가면 끝이다. 조물주의 디자인이 애초에 그렇다. 청춘은 전생처럼 이미 아득하게 저물었다. 바야흐로 생애의 가을에 접어든 사람에겐 말이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을 절정으로 가늠하는 사람에겐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