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이 세졌는지 확인해 봅시다.”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보자마자 덥석 손을 잡아끈다. 당장 몸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겨도, 기분 상하면 안 됩니다.” 물론 팔씨름의 승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황씨는 김 박사를 이겨보려 안간힘을 쓴다.
이들은 밝은 날씨처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인사 대신 팔씨름으로 안부 인사를 건네는 둘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팔씨름을 하는 의사와 환자
황병만씨의 몸에는 4개의 장기가 없고, 5개의 장기가 일부만 존재한다. 2003년 위암 4기, 위암으로 전이된 암 덩어리를 떼어내는 대수술을 통해 위, 비장, 부신, 직장을 모두 제거했다. 소장·대장·췌장·십이지장도 일부 잘라냈다. 1%의 확률이었다. 그런데 살아났다. 그는 기적의 사나이로 불리며, 각종 방송을 누비고 있다. 암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무수혈 수술의 대가인 김 박사는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위암 최소침습(몸에 내는 상처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 수술을 주도하는 명의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두가 포기하려고 했던 황병만씨를 살린 점이다.
살아온 환경도, 나이도, 성격도 모든 게 다르기만 한 이 둘의 공통점. 10여 년 전, 생사가 오가는 그때를 한시도 빼놓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가 감동이라는 생각. 이들은 완벽한 파트너로 죽마고우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팔씨름을 한바탕 벌인 뒤, 둘은 손을 꼭 부여잡는다. 녹아버린 장기를 일일이 떼어놓은 손, 고마운 손, 살아줘서 행복한 손.
“나는 죽을 수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야죠. 화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특히 암 환우들에게 부탁합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본인이 만나는 의사를 믿으세요. 그리고 의사가 명환자라고 느낄 수 있게 강렬한 의지를 갖기를 소망합니다.”
말 잘 듣는 명환자
황씨는 죽을 각오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의 나이 서른셋인 1985년. 첫 아기가 아내의 뱃속에 있을 때 직장암을 판정받았다.
이곳저곳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동안 4기로 진행됐고, 직장과 대장의 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고3이 된 2003년엔 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생존율 1%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그때 운명처럼 김 박사를 만났다. 황씨는 김 박사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 운동을 하라는 김 박사의 말에 수술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자마자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당시 의료진이 제가 미친 줄 알고, 여기저기 연락을 하더라고요. 박사님 말대로 한 건데(웃음), 수술 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데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죠. 근데 전 말 잘 듣는 명환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답니다.”
암 투병 이후에도 그의 ‘명환자 되기’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김 박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체온과 혈압, 혈당, 하루 운동량을 10년 이상 매일 기록하고 제출했다. 그는 만보걷기 운동을 하고 등산을 다니며 마라톤도 즐기게 됐다. 암 수술 이후에도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담낭절제수술도 받았지만, 문제없다는 그다.
“제 인생의 선장은 김 박사죠. 건강이 회복된 후,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그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뛰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두려움을 깬 수술, 타협은 없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4기로 진단받았을 경우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극히 낮아진다. 위암 말기가 되면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고 수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예외적 상황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그랬죠. 황병만씨는 항암치료로 몇 달간 이어가다가 그렇게 보내야 하는 환자라고. 오히려 수술을 하면 생존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그런데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내게 보인 열정을 모른 척하고 타협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김영우 박사는 수술을 결정하게 된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이 모든 것들의 중심은 믿음으로 빚어낸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암 치료는 정상적 범위를 벗어난,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럴 땐 흔히 기적이라고 표현하지만,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확고한 의지를 가진 자의 몫이다.
“암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좋은 음식이나 식품을 권하기보다는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치료가 더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말처럼 이를 따라와 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습니다. 황병만씨는 굉장히 예외적 인물이었죠. 10%를 요청하면 100%를 해오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김영우 박사는 황병만씨를 살려냈고, 수술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둘은 여느 연인 못지않게 따듯한 산책을 즐기곤 한다.
사망 위험이 높은 암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단단해질수록 극복의 여지가 커진다고 한다. 그 신뢰관계가 약하다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소멸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말기 암 환자는 우울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울증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달라진다는 연구보고도 나온 만큼 심리적 부분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확신을 갖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게 하는 의사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환자의 자신감 회복과 치료 순응도 향상을 위해 모든 의사가 노력하겠지만, 더 큰 범위 내에서 환자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적인 수술이라 할지라도, 타협하지 않도록 하는 환자의 의지 역시 중요한 부분이죠.”
한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둘의 목표는 비슷해졌다. 대한민국 암이라고 불리는 위암을 이겨내는 희망의 불씨를 계속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김 박사가 먼저 황씨에게 부탁을 한다.
“위암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캠페인에 동참해주세요. 그리고 환자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계속 나서서 움직여주세요.”
그러자 황씨는 김 박사의 손을 잡고 말한다. “김 박사 가는 길이 내가 가는 길이에요. 1% 확률의 지독한 위암을 당신이 치료해 준 것처럼, 나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암은 극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많은 환우들이 이것을 알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연구가 절실하다는 김 박사와, 그와 동행하는 황씨는 이미 의료계에서 특별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위암 연구 활성화를 위한 R&D 예산 확보가 중요한 시점, 그 근거가 되는 둘의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소개될 전망이다. 1%의 확률을 이겨낸 환자의 집념과 이를 넘어서게 만든 의사의 노력은 묵직한 감동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야~ 야~ 야~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 느낌도 하나요 /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한국인 애창곡’ 1위로 선정된 곡이다. 10~2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엑소를 비롯한 유명 스타 가수들의 노래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랑이 스크린을 장악한 가운데 4월에 눈길 끄는 영화가 있다.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다.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년의 설레는 사랑을 그린다. 중장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점차 늘고 있다. 2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BC ‘전설의 마녀’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가 중장년의 멜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생 이모작이 일상화되고 중장년층의 물리적 나이 조정이 필요한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요즘 변화된 대중문화의 단면들이다. 최근 들어 중장년의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랑과 연애는 나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늘 관심과 설렘을 촉발한다. 사랑과 연애의 설렘은 이상적인 데이트 상대로 구체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장년이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적인 유명인은 누구일까. 중장년 여성들은 탤런트 최불암(75)을, 중장년 남성들은 연기자 박정수(62)를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형 1위로 꼽았다.
최불암은 잘생긴 장동건도, 국민배우 안성기도, 그리고 영원한 청춘스타 신성일도 제쳤다. 박정수는 섹시한 김혜수도, 단아한 이영애도, 그리고 빼어난 미모의 김태희도 눌렀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1월 중장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장년이 데이트 하고 싶은 유명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꼽은 데이트 하고 싶은 인물로, 최불암 뒤를 이어 박근형(75)이 2위를 차지했고 노주현(69)과 안성기(63)가 공동3위, 그리고 신성일(77)과 이덕화(62) 순이었다. 조각미남으로 알려진 장동건(44)과 자상하고 멋진 차인표(48)는 각각 7위와 10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성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여성으로 박정수가 첫 손에 꼽혔고 다음은 김혜수(45), 김희애(48, 공동2위), 이미숙(55, 4위), 강부자(74), 고두심(64), 사미자(75),이영애(44, 공동 5위) 순이었다.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35)는 9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녀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과 박정수는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1위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최불암과 박정수는 1위에 오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중년 여성들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은 “연기자로서 살아온 50여 년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야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악한 캐릭터보다는 착하고 자상한 남자나 권위 있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아버지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일 것 같다”며 극중 캐릭터로 유발된 이미지를 1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최불암은 “아내(중견 연기자 김민자)와의 오랜 시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데이트 이상형 1위 선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며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짓는다.
중년 남성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박정수는 “매력적인 여자 스타들이 많은데 솔직히 내가 왜 1위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아마 억척스러운 배역보다는 품위 있고 단아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많이 맡은 때문인 것 같다. 캐릭터와 저를 연관시켜 1위로 꼽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드라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정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의 외모나 행동을 보면서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 것도 설문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 연기자들이 생각하는 최불암과 박정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원일기’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부부로 나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최불암의 아내로 오해까지 하는 김혜자는 “소탈하고 편한 외모에 늘 한결같은 심성과 믿음직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헌신 등이 최불암씨의 강점이자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박정수와 함께 1972년 MBC 5기 탤런트로 함께 연기를 시작했고 최근 방송에서 “40년 동안 박정수를 짝사랑했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계인은 “박정수씨는 세월이 비켜 간 듯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모와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좋다. 박정수 씨는 남자가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여린데 이것이 남성들에게는 연애 감정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이여,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에 아내와 남편을, 그리고 연인을 사랑하며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승근의 노랫말처럼 사랑에는 나이가 없고 지금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이기에.
음반을 모으면서 예전에 가지고 있던 것들은 물론 분야별로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게 되자 이제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것까지 욕심을 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전에 소개했던, 중학교 때 본 라는 영화의 OST(Original Sound Track)로 음반가게에만 가면 한 번씩은 꼭 확인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1997년쯤 미국에 갔을 때, 그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틈만 나면 음반가게들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던 중 타워 레코드 체인점에 들러 음반을 보다가 우연히 한쪽 구석에 비디오 코너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비디오에 별 관심이 없었고 집에 VTR조차 없었지만 그 전에는 음반가게에서 비디오를 파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지라 호기심도 생기고 또 시간도 좀 있고 하여 그쪽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아, 그곳에 그렇게 찾아다니던 가 그것도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로 있지 않은가.
우연히 조우한 ‘사랑의 종이 울릴 때’의 감동
그뿐이 아니었다. 청순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젊은 시절 나의 우상 중 하나였던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 ‘녹색의 장원(Green Mansion)’과 나탈리 우드의 ‘초원의 빛’도 있었고 이름만 들어도 사춘기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마릴린 먼로의 ‘나이아가라’와 ‘돌아오지 않는 강’, 진 켈리와 데비 레이놀즈의 춤과 노래가 너무나도 신나던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도 있었다. 또 안동에서 군 복무 중 휴가를 가던 길에 기차시간이 남아 안동극장에 들어가서 보다가 기차시간이 되어 중간에서 나오는 바람에 늘 결말이 궁금했던 ‘피와 장미(Blood And Roses)’라는 영화도 있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옛날의 명화들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비디오에는 워낙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터라 이 순간은 필자에게 또 하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잊혀졌던 영화에 대한 향수가 다시 되살아나면서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나 해야 할까, 타워 레코드에서 이들 영화 외에도 전에 본 기억이 있던 상당수의 비디오테이프를 더 샀고 귀국해서는 바로 VTR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주로 인터넷을 통해 미국에서 옛날 영화들을 사 모은 것이 200여 개를 넘어섰다. 그러다가 나중에야 우리나라에도 옛날 영화들이 비디오로 출시되고 있다는 것, 비디오 테이프의 총판들이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모여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어 이때부터 틈나는 대로 주로 황학동과 그 외에도 비디오를 파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1950, 60년대의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영화의 경우, 꽤 인기가 있었던 것들 중 국내에서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팔지 않는 것이 여러 개 있었으나 얼마 전 그들 중 몇 가지는 일본에서는 발매되었음을 알게 되어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와 ‘부베의 연인’, ‘지하실의 멜로디’를 일본어 자막판으로 구했고 그 후 일본을 자주 다니던 고교동창 K군을 통해 ‘형사’와 ‘그 무덤에 침을 뱉어라’도 구할 수 있었다.
‘그 무덤에 침을 뱉어라’의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미오……”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미오……”
알리다 켈리가 구슬픈 목소리로 부르는 ‘죽도록 사랑해서(Sinno Me Moro)’라는 주제가가 흐르는 가운데 고도(古都) 로마의 한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도둑이 도망가는 장면으로 ‘형사’라는 영화는 시작된다. 임신한 애인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려고 도둑질을 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돼 결국 경찰에 잡혀 연행되어 가는 애인 디오메데의 이름을 절규하며 뒤쫓아가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는 영화도 영화지만 주제가가 엄청나게 유행했다.
한편 는 프랑스인들의 눈으로 본 미국의 흑백 인종갈등을 그린 영화로 백인소녀를 사랑한 죄로 흑인소년이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요행히 피부가 흰 친형이 동생의 복수랍시고 백인처녀들을 범하고 다니면서 범행이 끝날 때마다 동생의 하모니카로 ‘갈색의 블루스’라는 주제가를 연주하는, 영화는 그저 그렇고 그랬지만 가슴을 저미는 듯 파고드는 주제가는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된 아버지께서도 무척 좋아하셨던 영화라 다시 보는 감회가 더욱 깊었다.
명화 4000여 장 수집의 재미
그런데 영화 수집을 이렇게 구입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만난 영화(1)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10 수년 전의 몇 년간은 KBS, MBC, SBS, EBS 등 각 TV 방송이 명화극장이나 주말의 명화 시간 등에 방영하는 영화들 중 필자가 소장하지 않은 영화는 거의 모두 녹화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신문이나 TV를 통해 영화 방영계획을 확인하여 예약녹화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이렇게 녹화해 놓은 영화도 400장은 훨씬 넘으며 그들 중 상당수는 명화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또 그들 중에는 외국영화뿐 아니라 국산영화도 꽤 많이 있고 국내에서 방영은 되었지만 비디오나 DVD로 출시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히 많다. 최근에는 비디오 대신에 DVD를 모으고 있지만 이제는 50, 60년대 영화나 그 이전 것들뿐만 아니라 그 후 최근까지 나온 영화들 중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 중 구할 수 있는 것은 대개 다 모았다. 녹화한 것들까지 포함하면 이것 역시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족히 4,000여 장은 되는 것 같다. 가끔 필자에게 그 영화들 다 보느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필자는 집에 있는 사전을 그 안에 있는 단어들 다 찾아보려고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하곤 한다.
그분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옛날 영화 생각이 날 때 그것을 찾아서 다시 보며 음미하는 재미를 모르실 것이다. 필자는 주변에서 옛 추억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분이 계시면 언제든지 빌려드린다. 그리고 경복궁 옆 사간동에 있던, 또 다른 고교동창 K군이 운영하는 화랑 베아르떼에서 매월 1회씩 교양미술 강좌를 하던 큐레이터 P씨의 제안에 따라 2008년 12월부터는 그 화랑의 고객과 고교동창들을 대상으로 화랑이 익선동으로 이전하게 된 2012년 12월까지 강좌가 끝난 후 매월 한 편씩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1944년 서울 출생.
아호 무애(無碍). 경기고,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 서울대대학원 교통공학 박사. 서울대, 명지대 토목공학과 및 교통공학과 교수 역임.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 서울특별시 무술(우슈)협회 회장 홍익생명사랑회 회장, 월드뮤직센터 이사
‘한국영화에 복고 코드가 있다’란 말이 잊힐 만하면 나온다. , , 등이 복고 정서를 드러내는 영화인데, 흥행 또한 만만치 않더니 여기에 영화 까지 이에 가세했다. 어느 비평가는 이런 현상을 ‘필연’이라며, 그 이유를 거창하게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많은 사회구조와 연결 짓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들인 군복, 바싹 처올린 새마을 머리, 청바지, 고고장, 월남치마, 씨레이션 등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과 어휘들의 퇴장이 문화 스펙트럼을 보여 왔다. 영화는 이런 시대의 표정을 정교하게 포착, ‘그 시대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것이다
글 김정수 시인 / 문학박사
추억으로 가는 청춘열차
먼저 오늘의 ‘추억영화’를 영화 으로 시작할까 한다.
60년대 말, 70년대 초 우중충한 우리의 한 시절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방(再放)되는 듯하다. 한때 주말 마다 TV로 찾아오던 ‘명화극장’처럼. 성우의 ‘오버 랭귀지(?)’ 더빙으로 더 친숙했던 게리 쿠퍼니, 소피아 로렌이니, 딘 마틴이니, 오드리 햅번처럼 다소 철 지난 그러나 어딘지 살가운 눅눅한 질감의 문화와 추억을 만난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궁기마저 보이는 실내 분위기에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지금은 이 바닥에 ‘큰 산‘이 된 앳된 그래서 무모해 보였던 ‘쎄시봉’ 지기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 자칭 ‘싱어송 라이터’들이 통기타를 뜯으며 노래하고, 걸쭉한 ‘구라’도 날리던 곳이었다.
여기서 잠깐, 오늘의 주제는 도, ‘어두웠던 한 철’도 아니다. ‘한 시대의 풍경’이 우리에게 어떻게 남아있으며, 이 ‘과거소환’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하며, 거기에서 오늘의 주제인 ‘영화음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음악’도 듣고 또 본다. 그러나 결코 이 사건은 당연치 않다. 100년도 채 안된 ‘뉴 테크놀로지’. 1920년대 후반, 무성영화 시대가 발성영화에 밀려나고, 영화에 ‘소리’가 등장했고, 그 소리에 대한 욕구의 정점에 ‘영화 음악’이 꽃 피웠다.
‘영화음악’은 사전적으로는 ‘영화를 위한 작곡·편곡·선곡된 음악’이다. 그러나 이전 무미건조한 뜻풀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음악’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 발전했다. 영화음악은 필연적으로 영화를 더욱 ‘영화’이게 하는 절대 영역이 됐다.
처음엔 영화음악을 ‘영상의 덧칠’ 정도로 여기다가, 점차 ‘영사의 또 다른 자아’로 신분이 상승한 데 이어, 급기야 ‘영상 너머’까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쟁마저 기적으로 바꾸는
본격적인 ‘영화음악’과 ‘추억’을 풀어볼까 한다. 한 시대를 군림하고, 기어이 문화가 되고, 곰삭은 추억이 되어, 아직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한 현상을 이야기하려 한다. 혹자들은 늘 ‘이 영화’를 비망록의 첫 자리에 앉히곤 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 유태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1911~2000)’의 실화 영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나치에 점령당한 폴란드의 유명 음악가였던 주인공이 단지 유태계라는 이유로, 쫓기고 테러를 당하고, 가두어지고,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나들다가 탈출했으나, 폐허에 버려져 굶주림과 추위에 쓰러질 즈음, 음악을 좋아하는 독일군 장교를 만나 구사일생 살아남는다는 평이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단순한 서사구조지만 ‘음악’이라는 촉매를 통해 절망과 희망, 휴머니즘과 사랑까지를 말하게 된다. 영화 전편을 차지하는 황량한 폐허 속에서, 헐벗고 굶주려 목숨조차 이을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의 주인공이 언 손을 녹이면서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 op. 23’은 서러우면서 환희에 찬 울림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피골이 상접한 스필만을 연기한 애드리안 블로디(Adrian Brody)와 그의 목숨을 구해준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Hosenfelt) 역의 ‘토마스 크레취만(Thomas Kretchmann)의 탁월한 연기는 이 음악 속에서 비로소 완성에 도달한다. 특히 처음 서툴게 음 하나하나를 눌러가다가 곡의 진행에 따라 점차 안정되어 가면서 예전의 기량과 완숙도에 몰입하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감동을 절정으로 몰아가 결국 눈물을 체험하게 한다. 이 연주를 시종 바라보는 호젠펠트의 표정 변화는 완성도 높은 연주와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켜 감상자들의 호흡까지 가쁘게 한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폐허 위로 울려 퍼지는 쇼팽의 음악은, 아니 스필만의 연주는 처참한 전쟁의 참사조차 감동의 배경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었다.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품은
롤랑 조페 감독이 1986년 발표한 은, 그 해 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명화다.
18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식민지 각축을 벌였던 아마존 상류 원주민 마을에서 있었던 선교와 순교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의 거대한 원시림과 장쾌한 이구아수 폭포라는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라인이 몰입도를 높이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성이 한껏 발휘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와 오보에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는 영화음악을 말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명곡이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노예상인에서 신부로 변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인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와 엄격한 신행과 아가페적 사랑을 몸 전체로 표출한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의 연기가 음악과 어우러져 영화 전체의 격(格)과 디테일을 살렸다. 침략자들이 총과 화포를 난사하며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는데도 그 한가운데로 묵묵히 행진하는 무리들이 끝내 죽어가며 흩뿌리는 선혈과 비명 사이로 넬라 환타지아가 울려 퍼지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극한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느끼게 했다. 유난히 깡마른 가브리엘 신부가 맨 몸에 십자가를 멘 채 이구아수 폭포로 떨어지는 극적 상황에서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엑스터시와 눈물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이렇듯 영화음악은 절정의 완숙한 연기와 하나가 되어, 관객의 감성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감당한다.
도 보석
이 밖에도 쉬 잊히지 않은 영화와 영화음악이 몇 편 있다.
자크 드미 감독의 에서 안타까운 연인들의 눈으로 주고 받는 밀어를 느끼게 해주는 ‘미쉘 르망’의 ‘I will wait for you’는 감정의 잔물결을 보는 듯 애잔했다. 특히 1965년의 에서의 ‘My favorite things’,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등은 알프스를 배경으로 낭랑하게 퍼지는 ‘줄리 엔드류스(Julie Andrews)’의 맑은 음색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에서는 사이먼(Simon)과 가펑클(Garfunkle)이라는 걸출한 듀엣의 목소리로 ‘Sound of silence’ ‘로빈슨 부인’ ‘스카보로의 추억’ 등의 밀리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명감독 뤽 베송 감독의 은 킬러라는 비정한 세계를 한 여자 아이와의 감정선과 교차시키면서, 또 다른 휴머니티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라스트신에서 킬러가 생전에 아끼던 화분을 땅에 묻는 소녀의 무표정 위로 ‘스팅(Sting)’의 기타 선율의 ‘Shape of my heart’은 ‘아픈 위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 줬다.
‘아랑 들롱’의 출세작 는 1960년 르네 끌레망 감독 작품으로, 푸른 지중해와 인간의 탐욕을 교직해, ‘니노 로타(Nino Rota)’의 애절한 트럼펫곡 ‘태양은 가득히’를 감싸 만든 명작이다. 방화도 추억 갈피에서 몇 꺼내본다.
에서 비 오는 텅 빈 사십 계단을 배경으로 잔잔히 깔리는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곧이어 벌어질 잔인한 살인을 예감케 하는 묵시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했고, 또 오늘의 박찬욱 감독을 있게 한 에서는 이미 작고한 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선곡, 남과 북의 무거운 체제에 눌려 아파하는 젊은이들의 혼란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준익 감독은 에서 가수 이선희의 ‘인연’의 서사적 가사를 영화 감성으로 이입시켰다.
느닷없이 한 음절의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 이 때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영화 그 음악이 마음에 머물고 감돈다는 것은, 끝내 우리가 교환과 거래가 아닌 공감과 추억이라는 가치를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추억은 늘 일인칭일 수밖에 없다.
추억도 힐링이란다. 모쪼록 꼼꼼하게 쌓아가야 할 일이지 싶다.
‘비지스‘의 할리데이를 자주 들었던 ‘열차집’에 가서 돼지기름에 노릇노릇 부친 빈대떡을 어리굴젓 한 점 얹어 막걸리나 한 주전자 마실까 싶다.
‘근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푸시킨은 운문소설 에서 젊은 시절에 젊었던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늙은 시절에 늙은 사람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젊은 나이에 젊은 것이며 늙은 나이에 늙은 것인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이와 삶의 단계에 대해서는 공자의 말이 유명합니다. 공자는 40이 불혹(不惑), 50이 지천명(知天命), 60이 이순(耳順), 70이 종심(從心)이라고 했습니다. 마흔이 되면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게 되고, 쉰이 되면 천명을 알며, 예순이 되면 생각하는 게 원만해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일흔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사람들도 과연 그럴까요? 불혹이 아니라 다혹(多惑)이라고 해야 할 만큼 요즘의 마흔은 분별이 모자라고, 천명을 알기는커녕 천명의 존재 자체를 우습게 볼 만큼 요즘의 쉰은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옛사람들은 “마흔이 되면 매지근하고 쉰이 되면 쉬지근하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예순 일흔에 대해서는 그런 말도 없을 정도였고,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듯이 일흔을 넘기는 것은 대단한 장수로 치부돼왔습니다.
지금은 생활환경이 나아지고 의료와 복지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늘어나 원래 나이에서 20%를 깎은 게 실제 나이라는 말도 합니다. 40세는 청춘의 노년, 50세는 노년의 청춘이라고 말하는 장수시대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50이 불혹, 60이 지천명이라고 해야 할 판입니다. 나이의 Norm(표준)과 틀이 없어지는 세상입니다.
칠순을 넘기면 신선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고 말한 분도 있습니다. 서른은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이립(而立)의 나이이지만 요즘 서른에 결혼하거나 취직해 삶의 기반을 닦는 젊은이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전통적인 나이의 규범에 따라 삶과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루소는 에서 10세에는 과자, 20세엔 연인, 30세엔 쾌락, 40세엔 야심, 50세엔 탐욕을 좇는 게 인간이라고 말했습니다. 60세 이후엔 뭘 추구하나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에서 20세에 중요한 것은 의지, 30세에 중요한 것은 기지, 40세에 중요한 것은 판단이라고 했는데, 50세 이후에는 뭐가 중요할까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1683~1765)은 “나이 마흔에도 바보인 사람은 정말 바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자는 “40, 50이 되도록 이름이 나지 않는 사람은 두려워할 게 없다”고 했습니다. “20세에 용모 수려하지 않고 30세에 건장하지 않고 40세에 부자가 안 되고 50세에 현명하지 않으면 평생 수려 건장 부자 현자가 될 수 없다”고 한 사람(영국 시인 조지 허버트 )도 있습니다. 83세까지 장수하면서 다방면으로 큰 업적을 남긴 괴테는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려 한다면 나이를 먹어도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자꾸 초조해집니다. 귀한 생을 받아 이 세상에 왔으니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거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떠나고 싶은데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꼭 오래 살아야만 이름을 남기는 건 아닐 것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는 겨우 24세로 죽었지만 그의 작품은 탄생 200년이 지난 지금도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유명한 천재들 중 요절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삶을 완성하고 갔습니다. 44세로 사망한 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20세에 취했고, 30세에 파멸했고, 40세에 죽었다.’고 노트에 썼습니다.
천재들은 예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릴케의 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은 일생을 두고 가능하면 아주 오래오래 살아서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최후에 가서는 아마 10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시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은 경험인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고 진보하는 존재일까요? 판단력이 여물면 상상력은 시들어갑니다.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충실을 뜻하는 춘화추실(春華秋實)이라는 말이 있지만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를 동시에 즐길 수는 없습니다. 영화 에서는 라라의 약혼자이자 러시아혁명 주체인 스트렐리니코프가 악덕 변호사 코마로프스키에게 “인간은 연령으로 진보하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코라로프스키가 나이가 들면 관대해진다고 대답하자 스트렐리니코프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면박을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해지고 꽉 막힌 외고집 벽창호가 된다면 그런 나이와 삶은 많고 길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대개 좋은 것,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 합니다. 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 인물 므두셀라의 이름에서 유래한 ‘므두셀라 증후군’은 지나간 일 중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 청춘을 ‘좋았던 시절’로 치부해 버리는 성향을 뜻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의 가장 좋은 샷만 기억하거나 가장 좋았던 점수를 평소 실력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런 착각과 교만을 경계하면서 겸손과 배려의 나이를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92세로 타계한 핀란드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는 83세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최근에야 지상에서 내가 존재하는 시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정원의 나무는 아주 작았고,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제 나무는 내 머리 위에서 나부끼면서 ‘당신은 곧 떠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수백 년을 더 머물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기 때에는 앞으로 넘어지지만 철이 들면 뒤로 넘어진다고 합니다. 앞으로 넘어졌다가 똑바로 섰다가 뒤로 넘어지는 게 사람의 일생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는 남이 알려줘야 자기 나이를 알지만 노년에 이른 사람은 힘겹도록 스스로 자기 나이를 압니다. 설날이 들어 있는 2월은 나이와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되도록이면 똑바로 서서 의미 있는 삶을 완성해 가야 하겠습니다.
미국의 여성 시인 메이 스웬슨(May Swenson 1913~1989)의 ‘어떻게 늙을까’(How to be old)라는 시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젊기는 쉽지. 모두 젊어, 처음엔. 늙기는 쉽지 않아. 세월이 걸리지. 젊음은 주어지는 것, 늙음은 이루어지는 것, 늙기 위해선 세월에 섞을 마법을 만들어 내야 돼.’
그 마법을 찾아야 합니다.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이사대우 논설고문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1인가구연합이사장
20대 아들과 50대 아버지가 나란히 앉는다. 어느 사이 두 사람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영화 중간에 40대 딸에게 “저 때는 다 그랬어”라는 말을 하던 70대 어머니가 조용히 흐느끼자 딸도 덩달아 눈물을 쏟는다. 깔깔대며 손잡고 극장 안에 들어왔던 20대 젊은 연인들이 눈물 훔치는 데 여념이 없다. 부부와 연인, 자식과 부모, 10대와 80대가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모습이 연출된 곳은 바로 요즘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국제시장’상영관이다.
‘님아…’가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부문 흥행 1위에 올라서고 ‘국제시장’이 화제와 논란 속에서도 600만(1월 19일 현재 누적 관객수 1120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고공비행을 하던 지난 1월 2일 서울 용산 CGV를 찾아 둘러본 극장 안 모습이다. ‘님아…’와 ‘국제시장’관객 모습은 다른 한국 영화와 큰 차이가 있다. 대다수 한국 영화 관객은 20~30대 젊은 관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두 영화의 관객은 10대부터 80대까지 관객층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리고 부부, 자녀와 부모 등 가족 관객들이 유난히 많다.
KBS‘인간극장’에 소개됐던 강원 횡성의 강계열(89) 할머니와 76년간 사랑하며 살다가 숨진 조병만 할아버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님아…’와 1950년 6·25전쟁 때 흥남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자식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서독 광부, 월남전 기술자로 일하는 등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을 한 아버지의 삶을 다룬 ‘국제시장’은 10대부터 80대 관객까지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님아…’와 ‘국제시장’, 이 두 영화는 어떻게 해서 다양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일까. 무엇이 청소년부터 장노년층 관객에 이르기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스크린 안과 너무 다른 2015년 대한민국 현실이 세대를 가로지르는 공감을 유발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부부, 연인 간의 진정한 사랑과 가족을 위한 희생 등이 상실돼가고 있는 현실의 반작용으로 솟구치는 진정한 부부 사랑과 가족애에 대한 갈망이 연령대와 상관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고 공감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회용 인스턴트 남녀사랑이 일상화되고 사랑은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 외형적 조건 앞에 무기력해진다. 외모, 재산, 학벌, 직업, 연봉 등 스펙으로 대변되는 조건들이 남녀 간의 만남에 우선시된다.
‘결혼’의 저자 남정욱의 지적처럼 이제 결혼 당사자들이 자신을 상품으로 내걸고 가격을 매기면서 서로 상대방의 상품과 품질 및 가격과 비교 흥정을 벌이며 재화나 지위를 목적으로 한 정략혼을 하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다. 나보다는 가족이 우선이고 내 삶보다 가족의 생활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담보 잡혔던 이 땅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한,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으면서도 ‘괜찮다’웃어 보이며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형, 누이의 모습 역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유산문제 때문에 형제가 남남이 되고 돈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냉혹한 현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차가운 현실 속에서 만난 ‘님아…’속 노부부의 조건 없는 진실한 사랑이, ‘국제시장’의 가족을 위한 조건 없는 아버지의 희생이 세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촬영하면서 느낀 점은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과 할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조건도 없고, 목적도 없는 사랑 그 자체였다. 관객들이 특히 10대~20대 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영원한 사랑에 대한 힘을 새삼스럽게 느낀 것 같다. 일종의 롤 모델로서 ‘나도 저렇게 사랑해야지’라는 희망을 발견한 것 같다”는 ‘님아…’의 진모영 감독의 말 역시 세대를 가로지르는 공감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존재에 대한 가치보다 소유에 올인하는 왜곡된 세태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한 것도 공감의 원천이다.
빠르게 진행된 자본주의와 근대화를 근간으로 한 압축 성장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았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존재를 아름답고 올바르게 만드는 의미나 인간을 튼실하고 값지게 만들어주는 휴머니즘, 사랑, 가족애 등 소중한 가치가 팽배해가는 물신주의 앞에 실종된 것이다.
‘님아…’와 ‘국제시장’은 물신주의 앞에 실종된 소중한 가치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물신주의 홍수 속에 자라난 젊은 세대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나 무한한 사랑의 가치를 절감하게 됐고 부모세대는 “나 역시 영화의 주인공처럼 정말 어렵고 힘들 때도 가족을 지켰지”라며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부부애와 가족애에 대한 의미의 되새김질을 한다. 이러한 감정들이 세대를 뛰어넘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모님께 효도 열심히 해야겠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국제시장’주연 김윤진의 말과 “아버지가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그때부터 시작됐다. 돌아가셨을 때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영화로나마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윤제균 감독의 언급, 그리고 “나도 70 여 년간 조건 없이 서로를 아껴주며 사랑한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 부부처럼 살고 싶다”는 진모영 감독의 소망을 두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말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의 문양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7080 라이브 카페와 근사한 레스토랑이 곳곳에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 백운호수. 그중에서도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와 더불어 맛 좋은 이탈리안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피카소’ 레스토랑이 유일하다. 피카소의 작품과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교수 3인방이 머리를 맞대어 탄생시킨 ‘피카소’는 유럽피안의 여유로운 감성과 정취를 담아낸 인테리어와 무대로 클래식 아티스트에게 더욱 사랑받는 맛집이다.
‘맛’과 ‘멋’이 공존하는 문화 공간
피카소 레스토랑의 가장 큰 매력은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동시에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교수가 엄선한 아티스트들의 공연 일정에 따라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대금, 리코더, 하프, 성악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무대의 단을 낮추고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거리를 가깝게 해 식사를 즐기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큰 공연에 앞서 관객이 호응을 살피거나, 공연 이후 그 여운을 달래기 위해 피카소를 즐겨 찾곤 한다. 피카소의 서성완 본부장은 “넉넉한 공간과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며 피카소에 방문한 이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두 시간 내외라고 이야기했다.
해 질 무렵부터는 무대 전방 스크린에 ‘찰리 채플린’이나 ‘애수’ 등 흑백 무성영화를 상영하는데 이 또한 클래식한 분위기에 한몫을 한다. 이 외에도 유명 작가들의 조각 등 예술 작품을 전시해 보는 즐거움을 더 할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작품의 경우엔 실제로 구매가 가능하다. 피카소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디너타임에는 셰프 추천 코스가 예약제로 운영되며, 철저히 고객의 주문에 따라 특별한 만찬이 마련된다.
아티스트가 말하는 '피카소 레스토랑'
무대와 테이블이 굉장히 밀착돼 있어요.
바로크 시대의 테이블뮤직과 비슷한 개념이죠.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대와 객석, 아티스트와 관객이 분리된 느낌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융화된 공간이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에요.
- 박경리 리코디스트
서양의 살롱콘서트나 하우스콘서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특히 레스토랑 천장이 높고 울림이 좋아 노래를 하다보면 공명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런 무대에 서면 관객과 대화를 하는 기분도 들고요.
- 소프라니 박인실
피카소 레스토랑 가는 길
백운호수 학의동 방면에서 좌회전하여 300미터 정도 올라간다. 왼쪽에 ‘학현슈퍼’가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위치한 ‘피카소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다.
#연극
죽음을 동경하는 열아홉 소년과 자유로운 영혼의 팔순 노인의 범상치 않은 러브 스토리
콜린 히긴스의 소설 를 원작으로,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을 다뤘다. 소년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 이 이야기는 단순히 흥미 유발을 위한 엽기적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죽음’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과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되짚어보게 한다.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9일 ~ 2월 28일
가격: VIP 6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주최: ㈜샘컴퍼니, 국립극장
출연: 박정자, 강하늘, 홍원기, 우현주 등
연출: 양정웅
제작: 돌꽃컴퍼니
문의: 02-6925-5600
#연극
사랑, 그 진실을 찾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불륜’ 그 안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갈등과 우리사회 ‘사랑’에 대한 본질
“당신은 실수일지 몰라도 나는 운명이에요.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행복해보고 싶어요.”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기간: 2014년 12월 31일 ~ 2015년 2월 15일
가격: 지정석 5만원, 자유석 3만5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이다엔터테인먼트
출연: 박원상, 배해선, 홍은희, 최대훈 등 연출 장유정
문의: 02-580-1300
#뮤지컬
전 연령대가즐길 수 있는 영웅이야기
왕위를 둘러싼 끊임없는 음모 속에서, 정의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혁명이 시작된다.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공연기간: 2015년 1월 23일 ~ 3월 29일
가격: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주최: SBS
출연: 유준상, 서영주, 이건명, 홍경수, 엄기준 등
연출: 왕용범
문의: 02-764-7857~9
#뮤지컬
시간으로 지워지지 않을 명작의위대한 울림
남북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네 연인의 운명과 사랑의 대서사시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9일 ~ 2월 15일
가격: R석 14만원, OP&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주최: ㈜쇼미디어그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유)
출연: 바다, 서현, 주진모, 김법래 등
연출: 유희성
문의: 070-4489-9550
#뮤지컬
가혹한 운명, 진실한 사랑을 통한 구원
시대의 운명에 의해 거세당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을 이루어낸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이야기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17일 ~ 1월 25일
가격: R석 7만 7000원, S석 5만 5000원, A석 3만 3000원
주최: ㈜HJ컬쳐
출연: 고유진, 루이스초이, 안유진, 이준혁 등
연출: 김민정
문의: 02-588-7708
#뮤지컬 내한공연
1482년, 파리를 뒤흔든 욕망과 사랑 이야기
에스메랄다를 향한 안타까운 사랑의 콰지모도, 집착의 프롤로, 욕망의 페뷔스. 한 여인을 향한 이들의 엇갈린 사랑
장소: 세종문회화관 대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15일 ~ 2월 27일
가격: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
주최: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출연: 맷 로랑(Matt Laurent), 리샤르 샤레스트(Richard Charest), 로베르 마리엥(Robert Marien)
연출: 질 마으(Gilles Macheu)
문의: 02-541-6236
스마트폰 메신저와 SNS를 통해 고백을 하고, 이모티콘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요즘세대. 헤어짐 역시 메신저로 이별을 통보하고, SNS 게시물을 지워나가며 연애의 종지부를 찍는다. 30~40년 전, 며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쓴 연애편지로 고백을 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한 시와 노래를 지어 애정을 표현하던 그 시절 대학생들에 비하면 요즘 연애는 동기, 과정, 결과라는 시간이 매우 짧게만 느껴진다.
현대기술이 가져다준 이른바 LTE급 연애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기다림이 주는 그 애틋한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1975년, 이화여대 최신덕 교수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홍익대생 413명을 골라 실시한 ‘한국남녀대학생 데이트 실태’ 연구 조사를 통해 그리운1970년대 대학생들의 데이트 세계를 추억해 본다.
데이트 유형
데이트 유형을 살펴보면 남녀 모두 저학년 때는 학과 모임이나 단체미팅 등을 통한 ‘그룹 데이트’를 하거나 데이트 상대가 일정하지 않은 ‘랜덤 데이트’를 즐겼다. 졸업반에 가까울수록 일정한 상대와 연인관계로 접어드는 ‘스테디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학생들은 평균 한 사람이 그룹·랜덤·스테디 데이트 중 두 가지를 겸하는 ‘더블 데이트’를 했고, 여학생들은 이보다는 적은 수(1.5종류)의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 패턴
당시 대학생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35%) 만나 3~4시간 데이트를 즐기고(55%), 500원 이내의 데이트 비용을 지출하며(33%), 데이트 비용의 경우 대부분 남자가 부담(70%)했다. 각자 데이트 비용을 내는 형태의 ‘더치페이 커플’도 4% 가량 있었다. 데이트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남자를 가리켜 ‘18금’이라 하였고, 여자에게 데이트 자금을 부담시키는 남자를 ‘14금’, 전적으로 부담하는 남자를 ‘24금’, 심하게 여자를 따라다니며 돈을 물 쓰듯 하는 남학생을 ‘핸드백’이라 불렀다.
데이트 장소
여대생 열에 아홉(91.2%)이 연인과의 만남의 장소로 ‘다방’을 찾았다. 요즘 연인들이 카페에서 만남이 잦은 것처럼 70년대 연인들에게도 ‘다방’이 주된 데이트 장소였다.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없던 그 시절, 약속시간에 늦는 애인을 기다리며 탁자위에 성냥을 가지고 성을 쌓아 가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야외로는 덕수궁 돌담길이나, 창경원 길, 남산 계단 길 등을 거닐기도 했고, 교외선을 타거나 시외버스로 일영이나 송추 등으로 나가 데이트를 즐겼다. 소양강 댐 인근 청평사로 가는 배가 생겼을 당시에는 ‘배가 끊켰다’는 핑계로 하룻밤을 지내고 오는 연인들도 많았다고.
데이트 진도
1975년 한 신문에 실린 기사에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거의 재학기간 중 이성간에 데이트를 즐기며 대부분이 3~4회 데이트를 하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니는 개방성을 보이고 있다’고 나와 있다. 데이트 3~4회에 손을 잡고 팔짱을 끼는 것이 ‘개방적이다’라고 표현한 것을 요즘 세대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연인들은 추운 겨울날 데이트를 즐기면서도 각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남남처럼 떨어져 거니는가 하면, 스킨십을 할 때에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행동했다. 지금처럼 공공장소에서 포옹하고 입을 맞추는 커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길흉이 반복되는 운이니 집안에서 전과같이 지내면 무사하리라. 설혹 수입이 발생한다고 하나 지출할 곳이 많으니 마음만 바쁘고 이루어짐이 적을 괘다. 사태를 잘 파악하여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84년생 : 연인이냐 친구이냐를 모르니 갈등만 생긴다.
72년생 : 하든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면 성사된다.
60년생 : 멀리 바라보고 일을 추진하면 오늘은 침체되어도 좋아진다.
48년생 : 잘되는 것 같아도 결실은 답답하리라.
◇ 소띠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물이 썩고 있다면 방죽을 터트려도 물꼬를 틔워야한다. 이는 평소에 실력을 갈고 닦은 이에게는 천운이 닿은 것이지만 노력하지 않은 이에게는 길함을 보기 힘들다.
85년생 : 개혁을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에 임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73년생 : 승진 합격 할 운이나 불리한 면도 있으니 좋은 상사를 만나도록 하라.
61년생 :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을 것.
49년생 : 가정이 태평하나 앞날을 위하여 다시 돌아 보라.
◇ 호랑이띠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하루 볕에도 음지와 양지가 서로 바뀌는 법이니 자만은 금물이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귀인의 도움도 받게 되고 실리도 많이 얻을 것이니 가히, 길한 운이 도래함을 의미한다.
86년생 : 친구와 약속을 잘 지키고 일단 결정한 일은 밀고 나가라.
74년생 : 친구와 좋은 재수를 같이 나누니 재물도 명예도 좋다.
62년생 : 경영하는 일은 잘 안 되고 도와주는 사람 없으니 마음만 공허하다.
50년생 : 버려둔 것이 우연히 재물이 되어 들어온다.
◇ 토끼띠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큰 방죽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지는 것이니 잘 살펴 처리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적이 파놓은 함정을 알지 못해 일신이 곤고해 질 우려가 있으니 은인자중함이 길한 일진이다.
87년생 : 책 속에 구슬을 얻으니 지혜가 솟아나고 상 받을 일이 생긴다.
75년생 : 도와주는 사람이 사방에 많으나 자신이 받을 복이 약하다.
63년생 : 가슴 졸이던 사건이 합의되어 해결되나 방심은 금물이다.
51년생 : 가슴에 근심은 있으나 자손의 경사로 이름이 빛난다.
◇ 용띠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때가 맞지 않아 운수가 막혔으니 분수를 지키고 기다리면 곤란을 면한다.늦가을 단풍구르듯 하나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경거망동할 시에는 그 화가 크니 면하기 어렵게 된다.
76년생 : 가볍게 생각한 것이 구설을 불러일으키니 일에 세심한 주의를 하라.
64년생 :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니 풀리는 운이 서서히 온다.
52년생 : 목전에 사소한 이익을 탐하지 말고 후환을 조심하라.
40년생 : 흉 신이 침노하니 처 자리에 액이 있으니 잘 돌보고 미리 막아라.
◇ 뱀띠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한 겨울에도 따뜻한 봄볕 같은 양지가 있어 추위를 녹여 준다. 급하게 먹은 떡은 채하기가 쉬우니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차근히 잘 파악하여 행하는 것이 길운을 불러 들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77년생 : 마음이 혼란하니 불편한 일들이 많아 짜증만 나는구나.
65년생 : 파도가 밀려오듯 재수가 둥둥 떠도니 잘만 잡으면 내 것이다.
53년생 : 옛 부하들을 불러 대접하면 막힌 일이 풀리고 새로운 일이 생긴다.
41년생 : 천금을 희롱하는 운이나 자손 중에 근심이니 액을 풀어 주라.
◇ 말띠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한가지 걱정은 다 가지고 사는 인생이니 상심을 버리고 일어서라.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 있는 것처럼 호운이 들어올 때일수록 맑은 정신이 필요하다 운기가 좋으니 잘 받으라.
78년생 : 갈등 느끼지 말고 사랑이든 돈 문제든 간에 밀고 나가면 성사된다.
66년생 : 새로운 일로 마음도 안정되고 재수도 평평하다.
54년생 : 수고를 아끼지 말라 내던진 만큼 들어오니 손해볼 것 없다.
42년생 :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면 자식들이 좋은 소식을 준다.
◇ 양띠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웃음 뒤에 숨은 칼날을 조심해야 좋은 재수를 얻는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구원의 손길은 다소 받을 수 있으나 또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되니 타의 시기 질투가 두렵다. 잘살피어 대처하라.
79년생 :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큰 계획을 세우라.
67년생 : 변동 수, 움직일 때가 왔다. 나가서 구하면 힘은 들어도 얻어진다.
55년생 : 누수현상이 일어나니 손 재를 조심하라.
43년생 : 정신이 혼미해지는 운이니 결정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 원숭이띠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꽃을 찾는 나비가 길을 잃은 격이니 주위를 잘 살펴보라. 재리가 충족하니 손이 가는것 마다 이익으로 들어 오게 된다. 그러나, 너무 자만하여 감당하기 힘든 일에는 손대지 말라. 손재가 두렵다.
80년생 : 벼슬에 임하는 운이니 좋은 곳에 취직 연락이 온다.
68년생 : 협동하면 열리는 운이니 이름을 사방에 떨친다.
56년생 : 횡재수가 없으면 슬하에 경사가 있으리라.
44년생 : 할 일은 많고 자본 문제로 어려움을 당할 때이다.
◇ 닭띠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매화가 열매를 맺는 격이니 기다리던 일이 결과를 내놓는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먼저 처리 함이 길하니 나의 일도 다 하지 못하고 다른이에 일에 전념하다보면 손실만 있게 되는 괘다.
81년생 : 의지할 곳이 없으니 모든 일은 내 손으로 해결하라.
69년생 : 기분 상하던 그 일이 오히려 나를 구해내는구나.
57년생 : 새로 시작하는 일은 역술인에게 자문을 구하라.
45년생 : 안 되는 일에 목을 매지 말고 털고 일어서면 좋은 일이 생긴다.
◇ 개띠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니 노력만 잘 하면 운수는 길하다. 매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니 도처에 흉함이 깃들여 있다. 속된 판단은 금물이니 오늘 하루는 편안히 지내는 것이 길하다.
82년생 : 재능은 인정받으나 이성 문제가 힘들게 된다.
70년생 : 대들보가 무너져도 재수는 길하다.
58년생 : 운이 열려지니 침체되던 일들이 하나씩 풀려간다.
46년생 : 문서에 이익이 있으니 움직이면 좋은 운이다.
◇ 돼지띠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오늘의 일진은 맑은 밤에 달을 보니 천지가 명랑하다. 이르는 곳마다 이익이 발생하고 투자한 것마다 나를 기쁘게 하니 운수가 대통한 것과 같다. 그러나 경거망동은 삼가 할 것이니 운기가 약해 질까 두렵다.
83년생 : 애태우든 일이 길이 보이니 마음이 가볍다.
71년생 : 계획하든 일을 밀고 나가면 재수 길하니 잘 열린다.
59년생 : 새 일로 마음이 분주하니 건강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47년생 : 계약 건은 성사되나 손재수를 조심해야 일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