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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들의 기침소리
- 올해 고등학생이 된 셋째 아이는 봄방학 동안 늦잠이 습관이 됐다. 잠이 부족한지 아침마다 “10분만 더!”를 외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하루는 깨우다 지쳐 “일찍 일어날 자신 없으면 밤에 일찍 자! 엄마는 너보다 늦게 자는데 아침에 벌떡 일어나잖아!” 했더니 아이가 이불을 젖혀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한마디한다. “나이가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대. 엄마
- 2019-04-0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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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아침이 좋습니다
- 저는 아침이 좋습니다. 그래서 늦잠을 자지 못합니다. 아예 밤의 끝자락에서 깨어 눈을 바짝 뜨고 새벽을, 아침을, 기다립니다. 때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대체로 남보다 더 많이 자는 셈인데 일어나는 시각은 늘 새벽 4시쯤입니다. 이러한 저를 보고 기가 차서 말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아니, 꽤
- 2019-03-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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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아침
- 오늘도 간신히 눈을 뜨는 아침이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초저녁만 돼도 잠이 쏟아지고 아침에 일찍 잠을 깨면 대수롭지 않게 “나이 먹어서 그래” 한다. 그러면 나는 나잇값도 못하는 건가. 여전히 아침잠이 많아 가뿐하게 일어나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이른 새벽 잠결에 엄마가 부스럭대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 가족 뒷바라지에
- 2019-03-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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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여행 즐기기
- 3월의 첫 주말, 삼총사가 계획했던 부산 여행을 떠났다. 한 친구가 아직 KTX를 못 타봤다고 해 교통편은 기차로 정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친구들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를 돌보게 되어 평일 여행은 할 수 없어 주말을 이용해야 했다. 평일엔 KTX가 30% 할인인데 주말이라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아쉬웠다. 부산까지는 5만9800원, 왕복으로는 거의
- 2019-03-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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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살이 여행지로 사랑받는 태국 ‘치앙마이’
- 온갖 꽃과 새들이 인사하고 잠이 덜 깬 고양이는 주인의 등에 기대 졸고 있다. 전신줄을 달리는 것은 놀랍게도 쥐가 아닌 다람쥐다. 태국 음식점의 아낙네는 요리 재료 파인애플을 싣고 가게로 향하고 기타를 맨 연주자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아침 풍경. 오늘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왓치앙만 사원에 들러 진한 향의 프렌지파니(참파
- 2019-03-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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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개구리는 ‘경칩’의 상징이 됐을까
-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이자 완연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驚蟄)이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경칩은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특히 이날엔 개구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개구리가 경칩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칩의 의미를 풀어보면 ‘겨울잠을 자는 벌레(蟄)’들이 ‘놀라서 깨어나
- 2019-03-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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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피가 그리는 그리운 얼굴들
- 어쩌다 인연 근무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숙소로 돌아가기를 싫어한 일본인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외로움을 달래줄 애완동물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외로움만 있던 방에 새 식구가 생겼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아 개나 고양이는 기를 수 없었던 그녀는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를 길렀다. 작은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거피가 싱
- 2019-03-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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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
- 얼마 전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병원 내 비뇨기과 앞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지인을 만났다. 지인에게 왜 왔는지 물으니 소변이 잘 안 나와서 혹시 전립선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대화를 멈추게 되었는데 지인에게 간호사가 “서서 소변보세요? 앉아서 보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 2019-02-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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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뭉치 분실 사건
- 분주했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도착했다. 습관적으로 오른손으로 열쇠 뭉치를 찾았다.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열쇠 뭉치가 잡히지 않았다. 그 순간 술이 확 깼다. 주머니 내용물을 다 꺼내고 입고 있는 옷에 달린 주머니까지 다 뒤져봤는데도 열쇠 뭉치가 보이지 않았다. 낭패였다. 열쇠 뭉치에는 열쇠와 함께 교통카드, USB가 달려 있
- 2019-02-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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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이 책은 요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내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다시 일어본 책이다. 여류 작가 정희재 씨가 쓴 책인데 내가 얼마 전 다녀온 안나푸르나 트레킹 얘기도 나온다. 책 제목에는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멈춰서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부제도 있다. 평생을
- 2019-02-08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