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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B에게 길을 묻다] 계층별 자산관리 전략… 중산층 ‘위험자산’·고소득층 ‘경기민감株’ 주목
-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자금 흐름도 ‘신흥국→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레이트로테이션(자금대이동, Great Rotation)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시장 변화에 발맞춰 위험자산, 미국 금리상승, 글로벌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0명의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2014년 자산관리 전략을 들어봤다. ◇금융중산층, 연 수익 9~11% 목표로 ‘펀드·ELS’ 담아라 이투데이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11개 증권사 100명의 PB들에게 ‘2014년 자산관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자산 1억원 이하의 금융 중산층의 내년 적정 목표 수익률은 9~11%(38%)로 조사됐다. 11~15%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를 기록했고 15% 이상이라고 조언한 PB도 11%나 됐다. 반면 5% 미만 답변은 5%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편승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극 늘려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100인의 PB가 꼽은 올해 유망 자산은 무엇일까. 적립식 펀드가 23.5%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주가가 오를 때는 적게 사고 주가가 낮을 때는 더 많이 매수해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복리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유용하다. 유형별로는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에,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주자 파생결합증권(ELS·DLS)은 18.63%의 응답률을 보였다.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주식(18.01%)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응답자도 18%를 상회했다. 이 밖에 선진국펀드(9.94%), 상장지수펀드(6.83%), 예·적금(3.11%), 원자재(1.8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물가연동국채(0.62%)와 해외고수익채권(1.24%)은 외면당했다. 그레이트로테이션 속에서 100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금융 중산층은 어떻게 노후를 맞이하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의 35%가 금융자산의 30% 이하를 노후 준비에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0% 이하(32%), 10% 이하(14%), 40% 이하(8%) 등도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연금상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함께 개인이 준비하는 사적연금의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개별상품 투자보다 안정성이 높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한국투자증권 한 PB는 “증시 파고를 거치면서 최근 금융 중산층들은 ELS 등 은행금리 2배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 고소득층, 연 수익 6~8% 목표로 ‘주식·헤지펀드’ 담아라 자산 10억원 이상의 금융 고소득층은 중산층과 약간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연 목표수익률은 6~8%(48%)가 압도적이었다. 3~5%라고 응답한 비율도 27%나 됐다. 반면 금융 중산층의 목표 수익률이 몰려 있던 9~11%(13%), 11~15%(1%), 15%(2%)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산 규모가 큰 만큼 안정성이 더 부각된 것이다. 유망 상품도 차이를 보였다. 고액자산가들이 내년 가장 큰 관심을 둬야 하는 상품에는 주식이 15%(48%)의 지지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PB들은 올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 경기 민감주가 더 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위에는 한국형 헤지펀드(12.89%)가 차지했다.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팔아 양쪽의 가격 차이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 △이벤트드리븐(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변동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 △CTA(금이나 원유, 옥수수 등 원자재의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변동장세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최근 규제 완화로 투자나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즉시연금(9.03%), 물가연동국채(4.52%), 월지급식상품(8.39%) 등 ‘세(稅)테크’와 관련된 투자자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되고 있음을 감안해 금, 은 등 원자재에 투자하라는 PB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46%의 응답자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3%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3.9%)와 IMF(3.7%)보다 더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3~2.5%(23%), 3~3.5%(18%), 2% 이하(10%), 3.5~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속에서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한국은행의 금리도 ‘동결(56%)’될 것이란 답변이 대다수를 이뤘다.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범위는 1900선 이상이 44%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고, 1900선 미만(29%), 1950선 이상(18%), 2000선 이상(9%) 순으로 나타났다. [용어설명] 그레이트로테이션이란? 미국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2014-01-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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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正論] 안영희 중앙대 교수 "부활을 꿈꾸는 겨울나무"
-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바람도 매섭게 불어 더욱 추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목을 자라처럼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했다.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동안 길가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투박한 플라타너스의 갈색 낙엽, 붉은 단풍나무 잎, 노란 은행나무 잎이 길가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들고 길가 가로수로 눈을 돌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퍼런 이파리를 무성히 달고 풍성한 수관을 자랑하던 큰 나무들이 어느새 앙상하게 줄기와 가지만 남은 나목(裸木)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초록의 잎이 어느새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들게 되면 더욱 이같은 계절의 변화가 민감해진다.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게 되면 괜스레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푸른 나뭇잎이 생기와 젊음을 상징한다면 가을철의 단풍은 노화를, 초겨울 낙엽은 죽음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이같은 형태적 변화를 거친다. 온대기후대에 살고 있는 생물에게 겨울철은 가장 견디기 힘든 가혹한 기간이다. 사람도 가을이 되면 식욕이 증가해 적극적으로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여 겨울에 대비한다. 또 옷을 두껍게 입고 난방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데워 겨울을 난다. 우리 눈에는 무심하게만 보이는 식물도 어쩌면 사람 이상으로 적극적인 겨울준비를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를 포함한 식물들은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여름 내내 식물체에 필요한 동화양분을 만들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했던 잎에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찾아온다. 식물의 푸른 잎에는 광합성이 일어나는 세포기관인 엽록체(葉綠體)가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할 일을 다 끝낸 엽록체의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葉綠素)가 분해되어 붉은색을 띄는 안토시안 색소, 혹은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또 다른 색소로 바뀌는 것이 단풍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엽록소가 파괴되는 기작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통한 월동 준비다. 이제 쓸모가 없어진 엽록체 안의 루비스코와 같은 효소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질소의 형태로 생분해돼 식물체의 줄기나 가지의 피층 조직으로 이동돼 저장된다. 루비스코는 녹색식물에 있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효소로서 식물 단백질의 10~30%를 차지할 정도의 중요한 단백질 덩어리다. 이렇게 귀중한 단백질 자원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고 분해해 추운 겨울을 넘길 수 있는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재활용품을 모두 회수하고 쓸모가 없어진 잎은 잎자루에 이탈층(離脫層)이 생겨 낙엽으로 떨어진다. 잎에서 이동한 질소 저장양분만으로는 월동이 불가능하므로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 놓은 광합성 산물인 전분을 세포에 다량으로 축적하고 세포 속의 수분을 탈수시켜 추위에 세포가 쉽게 얼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광합성이 불가능한 추운 겨울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렇게 만반의 겨울준비를 제대로 한 식물은 봄이 되면 또 다시 싹이 트고 꽃도 핀다. 그러나 겨울 준비를 게을리 한 식물은 동해(凍害)에 의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고사하고 만다. 우리는 낙엽이 져버린 앙상한 겨울나무를 바라보고 절대 우울해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자신에게 처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야무지게 준비하는 식물의 지혜에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를 토대로 어둡고 긴 겨울을 견디며 화려한 봄을 기다리는 식물의 인내심을 배우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작금 우리의 주변 환경은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각국의 개인 부채도 심각하다는 등 차가운 겨울 만큼이나 어둡고 고통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묵묵히 추위를 이겨내며 화려한 부활의 꿈에 잠겨있는 식물에 대해 생각한다면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질 것 같다. ◆약력 = △일본 홋카이도대학 농학박사 △중앙대학교 산업과학대학 학장 △환경생태학회 회장 △2011년 녹조근정 훈장 △중앙대학교 식물시스템과학과 교수
- 2014-01-02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