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가 끝나고 또 한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받는 것이 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5년 뒤 10년 뒤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쓰는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다. 집에서 통학 거리는 얼마나 되며 어려움이나 건의 사항은 무엇인지도 쓰고,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도 쓰게 한다. 이력서나 자기소
누구나 노후에 작물을 기르며 텃밭을 가꾸고 싶은 작은 소망이 하나씩 있다. 밥상 위에 놓을 야채 몇 가지가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좋고, 주변에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더 좋다. 여기에 약간의 용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집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잘만 하면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가깝게 지내던 권사님이 폐암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신약을 처방 받아 먹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직면하고 있는 두려움이 전해져 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 사회에서 암은 가장 무서운 병 중에 하나다.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몰라 암진단을 받으면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표현을 쓴다. 또 환자나 보호자는 병이 악화되는 과
“라디오코리아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89년 2월 1일, LA의 한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라디오를 틀었는데 한국어가 나오고 한국 노래가 나왔던 거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한인들을 울렸던 목소리는 지금도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28년 동안, 그가 마이크를 놓았던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저 방송
한 살이 채 되기 전에 한국전쟁이 터졌다. 읍내와 가까운 집성촌 친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첩첩산중 외가로 피난을 갔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살았던 외가는 차를 본 일도 타본 일도 없는, 해방소식도 종전 다음 해에야 알았다는 곳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입학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신원이나 부동산공부 정리가 매우 미진하였던 시절, 제대로 된 ‘호적’이
또 달걀이 난리다. 얼마 전 AI로 산란 닭들이 떼로 매몰되는 바람에 달걀 품귀현상이 일어나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단다. 먼저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우리 달걀이 유럽보다 나은 것으로 여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달걀에서도 여지없이 살충제가 검출되고야 말았다.
이런 파
흔히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멀뚱멀뚱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보지만 세상은 아직 단잠에 코골이 중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찍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박영주입니다.” KBS 1라디오 의 박영주(朴英珠·57) KBS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아침 97
“알츠하이머병은 노망이 아닙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宋寅旭·47) 교수의 단언이다. 흔히 알려진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다.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치매 질환은 곧 노망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치매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병으로 알려진 것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나 주변인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사
나는 굽이굽이 숲 속 사이에 자리 잡은 공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붉은 화로가 이어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짙푸른 나무 숲, 맑은 물, 흐르는 산골 출신이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도시로 이사한 이후에도 이모가 살고 계신 그곳으로 방학 때가 되면 찾아갔다. 내 고향 공장 근처 저수지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들을
어느덧 이순(耳順)의 나이를 지났다. 공자는 육십의 나이를 이순이라 불렀다.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생을 그 나이만큼 살면 어떤 상황이든 대부분 다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리라. 그런데 이순의 나이에도 아직도 화를 내는 일이 있으니 문제다. 물론 예전보다는 화를 적게 낸다. 지나고 보면 화를 낼 일이 아닌데 화를 내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