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5

일본 고치현을 맛보다

입력 2026-10-25 06:00

초록의 풍경과 불꽃의 미식

▲치쿠린지 본당을 수놓은 풍령(風鈴)(하나투어)
▲치쿠린지 본당을 수놓은 풍령(風鈴)(하나투어)

일본 고치현 여행에 거창한 이유는 없다. 일본 소도시 특유의 조용한 정취를 느끼면 그만이다. 고치는 기대보다 선명한 휴식을 안겨줬다. 일본에서 산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답게 울창한 숲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사진이다.

미식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명물인 가다랑어 다타키는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다. 다코야키 고명으로만 접했던 가다랑어를 신선한 요리로 만나는 경험은 고치에서만 가능하다.

▲모네의 정원 마르모탕, 전담 관리사들이 수련을 정리하고 있다.(하나투어)
▲모네의 정원 마르모탕, 전담 관리사들이 수련을 정리하고 있다.(하나투어)

어디부터 가볼까, 고치현의 볼거리

모네의 정원 ‘마르모탕’은 고치역에서 차로 약 1시간 10분. 주요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시간 내어 갈 만하다. 모네의 정원은 프랑스 모네 재단으로부터 명칭 사용을 허가받은 세계 유일의 공인 정원으로, 입장하면 마치 화폭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인상을 준다. 연못과 수련은 모네가 가장 아낀 소재다. 이곳에서는 수련이 연못을 다 덮지 않게 전담 관리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정돈한다. 그림 속 구도와 여백을 현실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서다.

정원은 세 구역으로 나뉜다. 모네가 가장 사랑한 수련 연못과 일본풍 다리가 있는 ‘물의 정원’,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는 ‘꽃의 정원’, 모네가 원했지만 지베르니 지역의 추운 기후 탓에 끝내 피우지 못한 푸른 수련을 재현한 ‘보르디게라의 정원’이다.

▲치쿠린지 붉은 오층탑(하나투어)
▲치쿠린지 붉은 오층탑(하나투어)

다음 여행지는 사찰 ‘치쿠린지’다.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과 목조 건물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절 전체가 하나의 일본식 정원에 가깝다. 본당의 문수당은 지혜의 본존을 모신 곳으로, 시험과 학업 성취를 비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본당을 지나면 붉은 오층탑이 나온다. 높이 31.2m의 목조 건축물로, 짙은 주홍빛 단청이 초록 숲과 대비를 이룬다. 치쿠린지에서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자리다.

▲치쿠린지 납경소에서 받을 수 있는 고슈인(하나투어)
▲치쿠린지 납경소에서 받을 수 있는 고슈인(하나투어)

치쿠린지는 순례객이 많이 찾는 절이기도 하다. 본당 옆 납경소에서는 참배의 증표인 ‘고슈인(御朱印)’을 받을 수 있다. 한 자씩 눌러쓴 붓글씨와 붉은 도장은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록이기에 그 자체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낯선 여행에 지친 몸으로 찾은 ‘가쓰라하마 해변’은 그야말로 단숨에 피로를 잊게 하는 풍경이다. 푸른 바다와 강한 햇살, 활처럼 휜 해안선과 수평선이 한 화면에 담긴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청량한 해변이지만 수영은 금지다. 아쉬움은 잠깐이다. 해수욕을 막았기에 이만큼 맑은 풍경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이곳은 일본 근대화를 이끈 사카모토 료마가 즐겨 찾았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목에 그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고, 동상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일본인 여행객도 많다.

▲가쓰라하마 해변(하나투어)
▲가쓰라하마 해변(하나투어)

▲다랑어 짚불구이 체험(하나투어)
▲다랑어 짚불구이 체험(하나투어)

고치현의 신선함 가득 담은 먹거리

가다랑어 다타키의 본고장 고치에서는 호텔 조식으로 나올 만큼 어디서든 다타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짚불 구이 체험을 통해 맛보는 다타키는 한층 특별하다. 불을 직접 다루는 재미가 있고, 짚불 향이 배어 훈연 풍미가 진하게 남는다. 식당 ‘가쓰오 부네(かつお船)’ 외에 고치 시내 ‘히로메 시장’에서도 짚불 구이 체험과 식사가 가능하다.

▲히로메 시장(하나투어)
▲히로메 시장(하나투어)

히로메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야말로 ‘고치 최고의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저녁 7시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현지인이 몰린다. 넓은 부지에 포장마차 형태의 매장이 늘어서 있고, 가다랑어덮밥 같은 식사류부터 생선회와 다코야키, 생맥주까지 주문할 수 있다. 이색 소품 상점도 있어 오래 머물게 된다.

‘케이게츠칸 양조장’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초록빛 논이 펼쳐진 시골길을 걷다 보면 작은 양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케이게츠칸 양조장은 1877년부터 14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곳이다. 해발 350~600m 계단식 논에서 자란 우수한 쌀과 맑은 암반수로 사케를 빚는다. 하루 550㎏만 엄선해 빚어내는 소량 생산을 고집한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며, 세계적인 품평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장장의 안내로 양조장을 둘러본 뒤에는 시음이 이어진다. 여러 사케를 하나씩 비교해보며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양손 가득 사는 재미, 무얼 사갈까

‘오비야마치’는 고치 시내 중심의 아케이드 상점가다. 약 650m 길이로 이어져 비가 와도 우산 없이 걷기 좋다. 의류와 잡화, 찻집과 술집이 구간마다 섞여 있어 브랜드 쇼핑보다는 동네를 천천히 둘러보는 쪽에 가깝다. 히로메 시장과 바로 이어지는 위치라, 낮에는 상점가를 걷고 저녁에는 시장에서 식사하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여름에는 요사코이 축제 무대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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