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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AF·아산세계꽃식물원으로 떠나는 봄맞이 나들이
- 봄이 기지개를 켜는 3월이다. 우리네 마음은 춘삼월(春三月)이어도 꽃봉오리들은 아직 몸을 웅크리고 있다. 봄꽃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아산세계꽃식물원을 찾는다면 사시사철 언제나 향기로운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아산세계꽃식물원은 3000여 종의 원예 관상식물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이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18개의 실내 온실 정원과 3개의 야외 정원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2004년 개관해 2014년부터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고령자친화기업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리아프(LIAF, Life ia a Flower)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3월은 봄이라고 해도 날씨가 제법 쌀쌀한 편인데, 이곳 온실 정원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꽃피우는 구근식물(球根植物)을 미리 만날 수 있다(1월부터 온실에 전시). 알뿌리식물이라고도 불리는 구근식물은 땅이 얼기 전 심어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구근에서 싹이 나고 싱싱한 꽃망울을 터뜨릴 때면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봄에는 튤립, 히아신스, 수선화 등을 비롯해 네덜란드에서 지난가을 수입해 식재한 250여 종의 구근식물을 전시한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길 산책 꽃구경을 위해 온실 정원(식물원)으로 향하기 전, ‘LIAF 가든 센터’를 지나게 된다. 원예와 정원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든 센터(garden center)처럼 다양한 원예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관련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가든 센터의 외관은 지붕이 뾰족하고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식물원을 보는 듯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안팎이 훤히 보이는 유리벽 덕분에 햇살이 곧 조명이 된다. 가든 센터를 지나 온실 정원에 들어서면 한층 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외투를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꽃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햇볕이 잘 들고 실내 온도가 훈훈한 덕분에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종의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 산책 동선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굳이 천천히 걷지 않아도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올망졸망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고 그윽한 향을 맡으려면 느긋하게 거닐 수밖에 없다. 관람객들은 예쁜 꽃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연못 정원과 새 모이 정원, 미로 정원 등은 아이들도 좋아하는 공간이다. 식물원에서의 추억, 집에서 키워나가기 온실 정원 코스를 순서대로 관람하고 나면 다시 가든 센터에 도착하게 된다. 봄을 맞이하는 꽃과 구근식물 화분, 원예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가든 센터를 나서기 전까지 입장권을 잘 챙겨야 한다. 관람을 마친 후 입장권을 매표소에 보여주면 작은 다육 화분을 선물로 주기 때문이다. 식물원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이 집에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증정하기 시작한 다육 화분은 벌써 100만 개가 넘었다고 한다. 다육식물은 원예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어 집에서도 이곳에서의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삶이 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단순히 꽃을 구경하는 것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꽃잎으로 손수건에 물을 들이는 ‘꽃 손수건 천연 염색 체험’을 비롯해 화분 심기 등 다양한 원예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주말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가든 센터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들러보자. 다양한 식용 꽃과 신선한 나물로 만든 ‘꽃 비빔밥(8000원)’을 맛볼 수 있다(평일 10명 이상 예약 시 주문 가능). >>LIAF·아산세계꽃식물원 위치 충남 아산시 도고면 아산만로 37-37 이용시간 (식물원) 09:00~18:00 (가든 센터) 09:00~19:00 관람요금 8000원(65세 이상 6000원)
- 2017-03-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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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따뜻한 콘서트>덕분에 부자지간 돈독해져
- 동년기자로 활동한 지도 어느덧 만 1년이 돼가고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나태(懶怠)에 빠져 글쓰기를 망각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내가 정말 글다운 글을 썼을까?” 하고 뒤돌아보며 반성을 하게 된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지난 1년 동안 한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기자생활 1년 동안 덤으로 얻은 행운도 많았다. 대학로에서 두 번씩이나 연극을 관람했고 올 초에는 압구정동에서 이라는 뮤지컬도 관람했다. 젊어서는 살기 바빠 문화생활을 못했고 나이 들어서는 관심이 떨어져 고작해야 1년에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았는데, 지난 1년 동안 동년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화생활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2월 22일에도 큰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여의도 KBS홀 본관에서 공연된 이투데이 신춘음악회 에 초대된 것이다. 필자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그런데 당일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오후가 되자 오락가락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필자가 사는 인천공항 근처에는 진눈깨비와 비가 섞여 내리면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퇴근시간에 맞춰 막내아들에게 회사로 나오라고 했다. 공연장까지 가는 방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지만 쉽게 가는 노선이 잘 찾아지지 않았다. 결론은 회사 통근버스로 김포공항까지 이동한 다음 공항전철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려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다. 가다 보니 허기는 또 얼마나 몰려오든지…. 서둘러 현장에 도착해 일단 표를 받아놓고 시간을 보니 공연시작 20분 전이었다. 빠듯하긴 했지만 저녁을 굶고 관람할 수는 없어 근처 김밥 집으로 달려갔다. 모처럼 아들과 둘이 마주 앉아 김밥과 라면을 시켜 먹으면서 오랜만에 서로의 관심사를 물으며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식사가 끝나고 부리나케 공연장으로 돌아오니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겨우 안내를 받아 착석하고 관람을 했다. 오프닝 무대로 타악그룹 RUN의 ‘두드림’은 힘차고 역동적으로 리듬을 타고 있어 오랜만에 필자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겨울 끝자락에서 만난 ‘마음이 따뜻해지는 콘서트’는 오는 봄을 맞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필자의 마음을 녹여줬다. 아들은 가수 린의 인기 드라마 OST곡을 제일 좋아했다. 자신의 세대와 공감이 되고 감성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깜찍한 걸그룹 ‘모모랜드’의 공연은 싱그러워 젊은 층의 관람자들은 물론이고 시니어들도 한마음으로 공감하고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 중견가수 김장훈의 넘치는 끼와 재치는 마력이 있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면서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문화는 대중과 함께 호흡을 해야 그 힘이 발휘된다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메인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등장하기 전부터 한껏 기대를 갖게 한 대형 록 가수 전인권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울림통, ‘전인권 밴드’의 현란한 연주, 관중을 사로잡는 매력과 포스가 한껏 발휘된 무대였다. 공연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는 시간에 갈 길이 먼 필자와 아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아들은 공연장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내내 공연의 잔상(殘像)에서 벗어나지지 않는지 따뜻하고 멋진 공연이었다고 끊임없이 조잘댔다. 황급히 돌아오면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을 찾느라 이리저리 헤맨 필자와 아들은 영락없는 촌뜨기 신세였다. 겨우 지하철을 타고 두어 정거장쯤 갔을 때 무심코 안내방송으로 다음 정차할 역이 노량진이라는 멘트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만 것이다. 일찍 집에 도착하려고 공연 엔딩도 보지 않은 채 조금 일찍 빠져나왔는데 반대로 가는 지하철을 타다니! 필자와 아들은 마주보면서 멋쩍은 웃음을 나누고 노량진역에서 내려 부리나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갈아탔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전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승강장을 보니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30여 미터나 늘어서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걸어가다가 택시가 보이면 타자. 그게 더 빠르겠다.”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그날 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눈길을 걸었다. 칼로 에이는 듯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여미고 귀를 손으로 감싸면서 걸었지만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걸어가는 길이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부자가 함께 걷는, 눈 내린 밤길은 따뜻한 콘서트만큼이나 훈훈했다.
- 2017-02-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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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규의 心冶데이트]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승연, "50세 지금이 딱 좋아! 60세 내 모습 기다려"
-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승연은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결혼한 지 9년째인데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행복하다. 나이 50에 해탈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그녀와의 털털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봉규 시사평론가 이승연이 벌써 50세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보통 스타들이 나이를 먹어서 미모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자기합리화나 자기최면을 걸듯이 “지금이 좋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만 오늘 만난 이승연의 표정은 정말임을 딱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60이 기다려지고 늙어진 자신을 보는 날을 꿈꾼다니 의외였다. 잘 나이 들고 싶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본인의 얼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용감한 발언을 한다. 남들이 들으면 돌팔매를 맞고도 남을 망언이라고 오해받기 쉽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미녀 스타인데 그런 망언을 하다니? “피겨 스타 김연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얼굴”이라는 이승연의 평가를 듣고 난 후에 비로소 이해가 갔다. 분명 김연아와 이승연은 다른 스타일의 미모다. 눈이 크고 쌍꺼풀이 진한 서구적인 얼굴의 이승연은 자신과 반대의 이미지인 한국적 눈매를 지닌 김연아의 얼굴이 부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나와 다른 스타일의 미모에 대한 부러움일까? 여느 보통 여자들이 하는 그런 시샘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승연의 성격에는 아마 김연아 같은 얼굴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털털하고 쿨한 여자 실제 김연아는 성격을 묻는 질문에 “단순무식하고 쿨하다. 혈액형이 O형인데 전형적인 O형 성격에 딱 맞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승연도 O형이고 털털하기로는 김연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다. 그녀는 매니큐어도 안 칠하고 평소에는 귀찮아서 화장도 안 하고 거리를 활보할 정도로 털털하다. 남편이 선물을 사서 줄 때도 예쁜 포장지에 싸서 주는 것보다 흰 종이나 광목천으로 둘둘 말아서 주는 걸 더 좋아한다. 꽃 선물도 싫어하고 이벤트도 싫어해서 남편과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이 결혼했다. 한량 이봉규의 난데없는 해석이지만 그녀가 김연아의 얼굴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성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승연의 가족사랑은 유별나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은 아이를 낳은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은 남편과 결혼한 것이란다. 그녀는 한 방송(TV조선 )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길러준 엄마가 사시사철 학교를 데려다줬다. 혼자 학교를 못 갔다”라며 “내가 세 살 때 언니가 선천성 탈구라는 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충격을 받은 부모님이 날씨가 안 좋으면 날 학교에 안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가지 말라고 선물을 많이 줬다. 그런데 친구들은 장난감만 받고 금방 가버렸다. 너무 외로웠다. 그 상태로 쭉 자라오다가 애늙은이처럼 컸다”라며 “그 보상심리가 있는 거 같다. 내 딸은 나처럼 자라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나한테 부족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이승연은 자녀교육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랑만 해주면 애는 저절로 알아서 크는 것”이라는 그녀의 철학이 멋지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저절로 큰다는 생각을 안 하고 억지로 아이들을 훈련시키면서 키워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녀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경험 때문일까? 나이 50에 해탈한 느낌이란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술자리 때문에 늦어도 잔소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룸살롱에 간다면 제일 예쁜 아가씨를 옆에 앉히라고 주문한다니 놀랍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있어서 더욱 쿨하게 이해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에도 불구하고 이승연을 믿어준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존 킴이라는 이름보다 ‘이승연의 남편’으로 불리며 사는 남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연애시절 자동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6~7시간 대화해도 시간가는 줄 몰랐을 정도로 코드가 잘 맞는다. 사귄 지 두 달이 넘어서야 첫 키스를 했을 정도로 그녀의 감정을 아껴준 남편에게 감사해한다. “B형 남자는 O형 여자에게 절대 못 이긴다”고 자랑하는 그녀의 속뜻은 아마 남편이 자기를 더 사랑한다는 진단일 것 같다. 그렇다면 남편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이승연과의 결혼일 것이다. 이승연은 두 번째로 잘한 일이지만. “행복을 찾아준 남편은 항상 고마운 존재”라며 “결혼할 때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뿌듯해한다. 그러면서 “입에 찬 소리 해서 행복이 날아갈까 겁이 난다”고 엄살까지 부린다. 그녀의 부모님이 이혼해서 그런지 어떤 시련이 올지라도 남편과 절대 이혼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족의 사랑이 절대적 힘 두 살 연하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남편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남편 존 킴(한국명 김문철)은 의류 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미국 시민권자다. 두 사람은 2005년에 다른 사람 결혼식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는데, 이승연이 남편에 대해서도 잘 아는 지인에게 툭 던진 말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맺게 해줬다. “저 사람, 여자 친구 많겠다. 혼자 놔두면 못 믿을 것 같은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근데 저런 사람이 진국일 거야.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일 거야!”라고 평가한 것을 나중에 남편에게 얘기했다는 것.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만난 남편은 이승연에게 “어떻게 나를 그렇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냐?”면서 감탄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사귀게 됐다. 결혼한 지 9년째인 두 사람은 매일매일 연애하는 것같이 짜릿하고 즐겁단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억만금을 줘도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이승연은 결혼 잘했다. 수줍어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 싫어하고 방콕을 즐기는 이승연에게 남편과의 행복은 절대적 가치일 것이다.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데 어떻게 수영복 심사를 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친구 따라 미용실에 갔는데 원장이 대회에 나가면 미스코리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적극 권유했다. 그때 마침 승무원 생활을 3년쯤 하던 권태기여서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술회한다. 인생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때부터 톱스타 이승연의 삶이 시작됐고 50세가 되기까지 숱한 화제도 예기치 않게 일어났다. 각종 뉴스에 오르내리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견뎌냈다.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긍정의 DNA를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해한다. “말 한마디의 위로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몇 년 전에 비로소 깨달았다”면서 “이제 빚을 갚고 싶다. 긍정의 말 한마디를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전하면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에게든 각종 인연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에게든 누구에게라도 보답하겠다는 의지에 날이 서 있다. 분에 넘치는 팬들의 사랑도 받았고 그 관심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그만큼 패대기 처지면서 수렁으로 밀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이 50이 돼서야 해탈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해졌다. 남편의 사랑이 절대적인 힘이 돼주었고 가족들과 주변의 격려 덕분이지만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이겨낸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나 자신을 믿어준 스스로에게도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달아오른다. 자기 삶의 가치가 중요해 보답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방송도 중요한 방법일 수 있겠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사람이기에 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로 영향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승연은 타고난 방송인 자질이 있기에 안성맞춤. 또한 패셔니스타의 자질을 잘 활용해서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승연은 패셔니스타의 원조다. 드라마마다 걸치고 나오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크게 유행시키기는 완판녀의 원조 격이다. 뛰어난 패션 감각 덕에 본인이 직접 스타일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재능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어떻든 이승연의 삶이 남달랐던 만큼 앞으로는 더 의미 있는 인생이 펼쳐질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간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내 방식의 가치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남의 평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승연에 대한 남들의 평가도 이제부터일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본인의 삶도 행복하리라 믿는다. 주당 이봉규이기에 술 한 잔도 못하는 이승연과의 인터뷰는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 이상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 이승연과의 데이트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2017-02-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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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이야기] 반려견과 반려묘의 발바닥과 털 관리법
- 반려견, 반려묘와 살다 보면 서서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빠지거나 점점 길어져 눈을 덮는 털도 그렇고 발바닥에는 종종 상처도 생긴다. 낑낑대며 걸어서 어디라도 다쳤나 살펴보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면서 아픔을 호소한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울 때 간단하게나마 필요한 미용 도구와 발바닥 및 털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자료제공 웹진 반려견 털 관리할 때 필요한 도구 슬리커 브러시 슬리커 브러시는 중·장모 견종의 죽은 털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죽은 털만 제거해도 털에 윤기가 돌고,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 반려견의 털 걱정도 덜 수 있다. 슬리커 브러시로 빗질을 할 때는 털이 자란 방향으로 가볍게 빗어줘야 한다. 반려견이 시원해할 것이다. 피모를 강하게 자극하면 찰과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고무빗 고무빗은 단모 견종의 먼지와 털을 제거할 때 쓰인다. 중·장모 견종들과 달리 털이 짧아 고무빗으로만 빗어줘도 털에 윤기가 돈다. 고무빗은 슬리커 브러시처럼 피모에 찰과상이 생길 염려는 안 해도 된다. 단, 예민한 피모를 가진 반려견의 경우 마찬가지로 털이 자란 방향으로 가볍게 빗어줘야 한다. 가위 가위는 중·장모 견종의 엉킨 털을 자르는 데 이용한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빗을 털 뭉치 아래에 넣고, 빗 위에서 가위질을 해야 한다. 클리퍼 클리퍼는 어떤 견종이든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가위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미용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과열되기 쉬워 화상을 입거나 모터가 타버릴 수 있다. 중간중간 클리퍼 날 부분의 열을 확인하면서 쉬엄쉬엄 미용을 해주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세척 후에는 날을 잘 닦은 뒤 냉각, 소독해 보관한다. 피모 관리 유의 사항 ☞반려견 포메라니안, 스피츠와 같은 이중모 견종은 모근에 가깝게 클리퍼를 사용하면 털이 다시 안자라는 경우가 있다. 털의 특성을 잘 파악해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사료와 간식을 고를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료가 불분명한 제품은 반려견의 털과 피부를 망가뜨릴 수 있다. 원료를 꼼꼼하게 체크해 건강한 사료와 간식을 먹이도록 한다. 목욕 뒤에는 드라이어의 미풍이나 냉풍으로 털을 말려야 한다. 반려견들은 체온이 높아 고온으로 말릴 경우 고체온증에 걸리기 쉽다. 물은 깨끗하고 신선한 것으로 줘야 한다. 특히 물을 잘 먹지 않는 강아지의 경우 수분 부족이 지속되면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 쉽고 시간이 지나면 신부전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다. ☞반려묘 고양이의 경우는 스스로 털을 핥아 몸을 단장하는 ‘그루밍’을 한다. 또 ‘그루밍’을 통해 ‘헤어볼(털 뭉치)’을 토해내는 행동을 한다. 따라서 아침, 저녁으로 가볍게 빗질로 죽은 털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단모종의 경우는 촘촘한 빗으로 빗기고, 장모종의 경우는 조금 성긴 빗으로 빗겨주면 좋다. 털을 들어 속 털까지 빗어줘야 엉키지 않는다. 고양이는 털이 엉키면 불편해하고 가려워하기 때문에 방치하면 안 된다. 빗질을 싫어하는 고양이라면 고무장갑을 끼고 물을 묻혀 고양이의 몸을 쓸어주면 된다. 목욕을 시키거나 털을 미는 방법도 있다. 미용 전문가에게 맡겨도 좋지만 후유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미용을 하는 고양이가 많다. 만약 헤어볼을 계속해서 토해내면 헤어볼 제거에 도움 되는 사료, 간식, 보조제를 먹이거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먹인다. 식이섬유는 헤어볼을 장까지 운반해 배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건조한 겨울철, 반려견·반려묘의 발바닥 건강 관리 ☞반려견 반려견의 발바닥은 두꺼운 편이라서 한 번 갈라지거나 상처를 입으면 회복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건조함으로 갈라진 상황이라면 그로 인해 발바닥에 상처를 입는 일이 더 잦아질 수 있다. 이미 갈라졌거나 상처를 입은 상태라면 2차 감염까지 가지 않도록 빠르게 치료해주는 게 좋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발바닥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미리 관리를 해 예방하는 것이다. 첫 번째, 산책을 다녀온 후 반드시 미지근한 물로 발바닥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발바닥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 있을 경우 그것들로 인해 작은 상처가 생겨 갈라질 수도 있다. 두 번째, 발바닥 털을 손질한다. 발바닥 털이 많이 엉켜 있으면 산책할 때 많은 이물질이 발바닥 사이에 낄 수 있다. 발바닥 털은 반려견 보행 시 미끄러움을 유발해 슬개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발톱이 너무 길지 않게 잘라준다. 제때 잘라주지 않으면 발톱이 발바닥으로 파고들어가 상처를 낼 수 있다. 네 번째, 반려견 전용 발바닥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준다. 마사지하듯이 가볍게 눌러주면서 발라주면 좋다. 다섯 번째, 발바닥 마사지를 해준다. 사람의 발바닥처럼 반려견도 경락이 발바닥에 집중되어 있어 마사지를 해주면 건강에도 좋고 피로도 풀어줄 수 있다. 맨발로 보행하는 반려견들에게는 여름철의 뜨거운 길 혹은 겨울철의 차가운 길은 독이 될 수 있다. 발바닥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신발이나 패드 등을 신겨보는 것은 어떨까? ☞반려묘 반려묘들의 발바닥 건조는 영양 불균형 또는 모래의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건조한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작은 상처의 경우 보통 ‘그루밍’을 통해 저절로 낫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발견 즉시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치료하는 게 좋다.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발바닥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가장 간편한 예방법은 반려묘 전용 발바닥 보습제를 사용해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다. 예민한 고양이의 경우 발바닥을 못 만지게 할 수도 있지만, 잠이 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발라주기를 권장한다. 만약 건조함 때문이 아니라면 현재 먹고 있는 사료 및 간식의 영양성분과 모래가 청결히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충분한 물 섭취도 필요하다.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고양이 피부 또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물을 잘 먹지 않는 고양이의 경우 습식사료를 주는 것이 좋다. 실내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 겨울철은 실내가 건조하므로, 가습기를 이용하거나 젖은 수건 등을 걸어놓고 습도 유지를 해준다.
- 2017-02-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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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관 답사기] 김수영 문학관
- 도시 숲을 헤치고 빠른 속도로 버스가 달린다. 희미하게 햇살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짙은 갈색 나무 끝이 파란 하늘 배경으로 흔들흔들, 구름의 속도로 움직인다. 작은 버스정류장에 내려 차갑고 신선한 공기와 마주하며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곧 다다른 곳은 김수영 문학관. 문체의 자유를 넘어 진정한 자유세계를 위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아파했던 순수시인 김수영의 세계가 구름이 가는 속도만큼 잔잔히 흐른다. 북한산 신선한 공기가 김수영과 어우러지다 중·고등학교 시절 김수영에 대해 그저 ‘한국문학의 대표적 자유시인’ 정도로만 밑줄을 치고 그대로 외운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다시금 김수영의 글을 읽어보니 자유라는 표현에 한계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세련된 문장도 문장이지만 소재의 다양성과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우울한 시대를 희망차게 살아보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나 할까? ‘진보’라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든다. 그런 김수영을 기리는 문학관이 북한산 둘레길이 이어지는 도봉구 한적한 길가에 자리하고 있다. 시를 쓰며 살았던 그의 본가와 묘, 시비 등이 있는 도봉구에 2013년 11월 김수영 문학관이 문을 연 것이다. 도봉구에서 운영하는 김수영 문학관은 개관 이후 한 달에 1500명, 연간 1만8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도봉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문화시설이 없던 동네에 사람들이 찾아들고 활력이 넘치는 곳을 만든 이가 시인 김수영이다. 김수영 문학관은 5층 건물에 1층과 2층이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제1전시실(1층)은 김수영 연보를 시작으로 한국전쟁, 4·19혁명, 5·16 군사정변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경험하며 써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수영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영물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시를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이외에 관람객이 참여해 만드는 시작 코너와 김수영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으로 전시실을 알차게 구성했다. 무엇보다 김수영의 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꾸며놓은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원문 전시와 함께 활자화시킨 시를 서랍장 형식으로 만들어놓았다. 원문을 본 뒤 서랍을 열면 희미하게 보이던 원문의 모든 글귀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제2전시실은 김수영의 산문과 번역서, 일상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어느 한 집안의 벽면처럼 김수영의 어릴 적 모습에서부터 가족들과 찍은 사진 등 소소한 기록들이 펼쳐져 있다. 김수영의 서재도 이곳에 옮겨놓았다. 전시장에 소개된 글은 김수영이 서재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한 편의 시나 산문이 완성되면 김수영 시인은 항상 아내 김현경을 찾았다. 그러면 집안 살림을 하든 다른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하던 일손을 멈추고 달려가야만 했다고 한다. 서재에 들어서면 김수영 시인은 빽빽하게 쓴 시의 초고를 건넸고, 그 시를 정리해서 원고지에 깨끗하게 정서하는 것이 김현경의 못이었다고 한다. 김수영 시인은 시를 쓰는 작업을 마치면 ‘산고(産苦)’를 겪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서재 오른쪽으로는 김수영이 살아생전 남긴 번역서 등을 전시해놓았다. 왼쪽으로는 시인의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늑함을 더했다. 이외에도 3층은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과 아동열람실, 4층에 대강당, 5층은 휴게 공간이다. 김수영 유족이 함께하는 ‘김수영 문학관’ 김수영 문학관은 도봉구에서 직접 관리를 하지만 유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학관에서 일하는 김은씨는 김수영 시인의 조카다. 수학선생으로 교편을 잡고 있다가 문학관의 명예관장이자 고모인 김수명(83)씨의 부름을 받고 문학관에 들어왔다. 김수명 명예관장은 김수영의 다섯째 동생이다. 문학관에 전시된 전시물 대부분을 기증했다. 40년 동안 두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김수영의 모든 육필원고 등을 싸들고 다닐 정도로 오빠와 작품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 마침 취재를 갔던 날 김수명 명예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여든셋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쳤다. 그녀는 “김수영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서 특히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수영 시인의 시 세계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날씨가 풀려가고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어느 날 문득 김수영 문학관을 찾아가보자. 자유 그 이상의 세상을 꿈꾸던 천상의 자유시인 김수영이 문학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관람 정보 휴관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당일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40분 관람료 무료 주소 서울특별시 도봉구 해등로 32길 80 TEL 02-2091-5673
- 2017-02-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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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 분양 광고 붙잡던 이유(?)
-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후배에게 자주 전화가 왔다. 필자가 사는 동네 근처에 오피스텔 분양사무실을 차렸으니 한번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 가깝던 사이도 아니라서 알았다고만 했는데 워낙 자주 연락을 해오니 한번 가보기로 했다. 교통이 좋은 사거리 번듯한 건물에 분양사무실을 차리고 있었다. 강남에 갈 때마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분양광고지와 물티슈를 나눠주던 그 광경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다. 커피도 주고 요즘 추운 날씨에 요긴한 핫팩도 한웅큼 쥐어 주었다. 먼저 모델하우스를 보여줬다. 20층 규모에 총 300실 정도의 오피스텔 및 상가 분양이었다. 8평 정도가 대종이고 그보다 약간 큰 평수도 있긴 했다. 빌트인 구조라서 그야말로 몸만 들어가면 주방시설부터 잠자리까지 다 되어 있었다. 다만, 필자가 들어가 살기에는 거실이 작고 사무 공간이 모자라고 침실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복층 구조였다. 원룸으로는 호화롭지만, 혼자 주거 용도로 살기에는 좁아 보였다. 단기간 머무르는 용도로는 물론 호화로운 호텔 급이다. 사는 용도로만 생각했는데, 투자 목적으로 보라는 것이었다. 역세권에 큰 교회 옆이라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상가는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이틀 쉬는데 다른 휴일까지 감안하면 일주일에 4일만 유동인구가 있는데 비해 교회가 있어 충분히 휴일 유동인구를 보충한다는 것이다. 분양가는 8평 기준으로 2억원 가량이라고 했다. 계약금 10%만 내면 중도금은 무이자로 60%까지 은행 대출을 받으라고 했다. 잔금 30%는 2년 후이니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임대를 주게 되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80만원의 임대료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말대로만 되면 연 수익 9.5% 정도이다. 요즘 은행 이자가 1% 수준인데 비해 꽤 괜찮은 수입이 된다. 전망이 좋은 고층이 가장 분양가가 높았다. 2층까지는 상가인데 상가는 평당 5천만원 수준이지만, 오피스텔은 평당 1,600만원 수준이니 3층 정도가 오피스텔 분양가이면서 상가로도 활용이 가능하니 관심을 가져보라고 했다. 가장 염려 되는 것이 분양회사의 신용도였다. 중소 건설회사가 분양하는데 대기업은 아파트 재건축 등 큰 공사만 하고 이런 정도의 규모는 중소건설업체가 담당하고 분양가 관리는 신탁회사가 대행하니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고 했다. 이런 일이 후배의 생업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란다. 분양이 성공하면 건당 150만원의 수수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소개해서 계약이 성사되면 내게도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배분하겠다는 얘기였다. 개인적으로 여윳돈이 있으면 투자하도록 솔깃하게 얘기했다. 은행 대출도 어렵지 않으므로 알선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나이에 이자 부담 안아가면서 내가 분양 받을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지인들을 이용해서 수수료나 나눠 가지려는 생각도 못 할 짓이다.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배운 셈 치면 된다. 물론 그정도 금액의 투자처를 찾는 지인이 있다면 소개는 할 것이다.
- 2017-02-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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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하루
- 혈당 관리 때문에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뒤편에 마침 운동에 딱 좋은 왕복 한 시간 거리의 산책로가 생겼다. 몇 해 전에 그렇게나 시끄러운 굉음으로 필자를 괴롭혔던 공사가, 끝나고 보니 이렇게 멋진 운동 코스가 되었다. 참기 힘든 소음 때문에 일부러 외출하는 등 불편을 겪었지만, 결과로 이런 혜택을 받게 되어 짜증을 냈던 게 슬그머니 미안 해 지기도 한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부터 시작되어 2km 되는 정릉 입구까지 큰길 뒤편으로 바닥에 초록색의 폭신한 산책길이 만들어졌는데 담당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왕복 4km면 하루 운동량에 알맞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매우 기쁜 마음으로 걷기 운동을 하게 되었다. 개천을 따라 걷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경치와 자연 생태를 볼 수 있어 주민이나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은 곳이다. 오늘은 기온이 많이 내려갔지만 단단히 차려입고 걸으러 나갔다. 쨍한 차가움이 콧마루를 시큰하게 한다. 그러나 일단 나와 보니 의외로 상쾌하다. 옆쪽의 개천이 한여름엔 북한산에서 흘러내린 물로 폭포처럼 요란한 물줄기를 보이지만 지금은 얼음이 꽁꽁 얼어있다. 개울에 솟아 있는 대로 바위나 작은 돌멩이가 삐쭉 나온 곳을 빼고는 모두 하얀 얼음투성이인데 어느 한 곳을 보니 반반한 얼음판이 보인다.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누군가 일부러 물을 채워서 썰매장을 만들어 주신듯하다. 며칠 전엔 그곳에서 몇몇 아이가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비닐봉지를 깔고 앉아 언니가 끌어주는 대로 신 난다고 꺅꺅대던 아이도 있었고 제법 반듯한 나무로 썰매의 모습을 갖추고 씽씽 얼음 지치는 아이도 있었다. 필자도 어릴 적 대전에 살 때 삼촌이 만들어주신 네모난 나무에 쇠붙이를 바닥에 붙인 썰매를 타 본 적이 있다. 친할아버지댁 포도밭 근처에는 겨울에 빈 들판이 많았다. 잘라 낸 볏짚 밑동이 삐죽 솟은 바닥에 물을 대고 차가운 날씨를 기다리면 널따란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졌었다. 간혹 스케이트를 타는 어른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방학을 맞은 동네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신 나는 놀이터가 되었다. 삼촌은 긴 꼬챙이의 끝에 뾰족한 못을 박은 썰매 손잡이도 만들어 주었지만 필자는 그걸 사용하지는 않았고 삼촌이 줄을 매어 끌어주는 썰매 타기를 좋아했다. 나무 썰매에 앉아 삼촌이 마구 달리며 끌어주면 스르르 밀려나가던 그 짜릿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잊히지 않으며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인지 아무도 나와 놀지 않는 빈 얼음 터를 보니 쓸쓸하다. 역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는 모습이 보여야 누군가 만들어 주신 썰매장의 진가가 보일 것 같다. 그래도 몇 명의 아이들이 얼음 덮인 개울에 앉아 노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추운 날 얼음 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해서 “애들아, 거기서 뭐하니?”하고 물었다. “얼음 속에 물고기 있나 보려고요.” 날씨도 추운데 자연 속에서 노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필자 오지랖에 미소가 떠오른다. 개천이 깨끗해지면서 물속에 작은 고기떼가 많이 생겼다. 그래도 이렇게 추운데 물고기들이 그대로 있는지 필자도 궁금하긴 하다. 이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개울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놀고 있는 사이좋은 청둥오리 한 쌍을 볼 수 있다. 꼭 청둥오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록색과 여러 색이 섞여서 반짝거리는 털을 가졌으니 아마 청둥오리일 것이다. 지난번에 보였던 이 오리 부부도 오늘은 너무 추워서 나오지 않았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 길지 않은 도심 속 산책로에서 그림 같은 멋진 풍경을 볼 수도 있는데 무리 지어 있는 갈색의 억새풀 숲이다. 이곳을 보면 어디 아주 먼 곳에 여행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빠른 걸음으로 산책로를 왕복하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다음번엔 얼음판에서 신 나게 노는 썰매 타는 아이들도 보고 싶고 개울물 속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노는 청둥오리도 보고 싶다. 필자 어린 날 삼촌이 끌어주던 나무썰매를 씽씽타며 즐거워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 본다. 차가운 겨울날의 하루이다.
- 2017-02-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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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그날의 하늘은 오늘 본 하늘과 같았다
- 2017년 정유년 열 번째 아침이 밝았다. 우와~ 오늘따라 유난히 쨍한 햇빛이 가슴에 와 박힌다. 하도 눈이 부셔 윙크하듯 눈이 저절로 찡긋해지고, 촬영할 때 라이트를 가득 받은 사람처럼 온몸이 자연에 발가벗겨진다. 거실과 안방의 먼지들도 모든 죄를 천지에 드러내듯 하나하나가 작은 차돌만큼 크게 보인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고 용서를 바라는 마음처럼 겸손해지는 날이다. 날 선 추위는 곁에서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듯하다. 이런 대단한 햇빛을 본 게 과연 언제였던가. 그날도 그랬지. 친구 소개로 예쁜 여학생 만나 학교에서 늘 붙어 다니고 서로의 강의시간표도 달달 외웠지. 강의가 비는 시간이면 친구들의 볼멘소리 뒤로 하고 둘만 아는 장소로 뛰어가 나중에 오는 사람이 나타날 골목길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다렸지. 개나리와 진달래 필 때는 고궁을 거닐었지. 여름방학이면 일을 해야 하는 필자 때문에 뚝섬 모래사장에서 만나 흐르는 강물을 보는 게 고작이었지만 마냥 즐겁기만 했지. 차비까지 탈탈 털어 국화빵 사 먹으며 한 없이 걷고 또 걷는데도 발이 안 아팠지. 우리가 만날 때는 왜 그리도 비가 자주 내렸을까. 변변한 우산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 비닐우산은 우리를 급속도로 밀착시켜 비 오는 날씨를 은근히 고마워했지. 그 시절엔 눈도 왜 그리 많이 왔는지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털어가며 걸었고 넘어질까 걱정되어 더 밀착하고 걸었지. 그렇게 봄에서 겨울까지 일 년을 꿈같이 보냈지. 다음 해, 봄도 오기 전 영장이 나와 입대를 하고 훈련받는 동안 우리 소대에서 가장 많은 편지를 받았지. 자대배치 받은 부대에 면회도 자주 오고 즐거운 기대감에 병영생활이 희망찼었지.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다음 바쁘다며 편지와 면회가 뜸해지더니 상병 계급장 달던 날 오전에 절교 편지를 받았지. 그날 본 하늘이 오늘 본 하늘과 같았지.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렸지만, 10여 통의 편지를 보내도 끝내 소식은 오지 않았지. 소개해준 친구를 통해 같은 은행원 상사와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지. 제대하고 만났을 때 결혼을 약속했다는 말을 듣고 축하해주며 끝냈지.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오늘 눈부신 햇빛이 그 시절을 끄집어낸다. 첫사랑은 다시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만났던 장소들이 하나하나 모두 생각나는 걸 보니 ‘첫’이라는 단어만큼 여전히 두근거리고 아름다운 추억임이 분명하다.
- 2017-01-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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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약자가 된다
- 전국에 걸쳐 수많은 관람시설이 있다. 주로 실내 시설인 전시관, 박물관, 생태관, 환경관, 수족관 등이 있고 야외시설로는 식물원, 수목원, 생태원, 동물원 등이 있다. 이런 관람시설은 사립, 공립, 국립시설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 공립시설이 가장 많다. 요즘에는 특별한 주제를 특화한 사립시설도 많이 생긴다. 국립시설은 공립이나 사립시설에 비해 현저히 시설개소가 적다. 시설은 몇 개 안되지만 대부분의 국립시설은 공립이나 사립시설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규모만큼이나 사업비가 많이 들어간다. 국립시설은 말 그대로 국가에서 사업비를 부담할뿐더러 대부분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해서 관리 운영비도 국가에서 부담한다.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국민세금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시설은 사립과 달리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시설이 아니다. 공익성 관점에서 봤을 때 그 가치가 충분하다면 세금을 써서 건립할 당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육적이라든가, 보존이라는가, 혹은 미래를 위한 국가적 투자의 당위성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건립이유가 된다. 서천에 국립생태원이 있다. 당초 갯벌을 매립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하다가 갯벌매립을 포기하고 대안사업으로 국립생태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서천까지 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이라는 시설의 위상을 잘 아는 관람객들이 큰 기대를 하고 이곳을 찾아간다. 서울에서 최소 두 시간 반이 걸린다. 일단 주차장에 도착하면 매표를 하고 코끼리 열차를 타야할지 그냥 걸어가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코끼리 열차를 타도 매표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방문자센터까지만 갈 수 있고 그 다음부터 주 전시시설인 에코리움 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봄가을 날씨가 좋은 때는 매표소에서 에코리움까지 산책하듯이 걷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습지를 채운 억새와 갈대를 보는 멋이 있다. 그러나 한여름에 매표소에서 에코리움 입구까지 걷는 것은 힘들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도 없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피할 곳도 없다. 겨울에는 더 심각하다. 허허벌판에 몰아치는 바람을 마주하고 걸어야한다. 몸이 좀 불편한 사람은 이곳을 방문하기 곤란하다. 그런데 에코리움 내부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5대 기후관을 주제로 다섯개 동으로 이루어진 전시시설은 각 기후대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식물과 동물, 어류등을 전시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열대관에서부터 과연 이곳이 국립시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열대관을 들어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계단으로 내려가서 멋진 식물 사이로 걸으며 열대 밀림을 느끼는 것이다. 폭포도 있고 어류도 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계단을 오르면 구름다리를 건너며 밀림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문제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은 이곳 열대림을 재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짧은 우회길로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국립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현상공모로 설계 업체를 선정했고 국내에서 내놓으라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당선되어 설계를 진행했다. 설계도 문제지만 선정에 참여한 심사위원들도 이런 중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세금을 할인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세금을 사용한 시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비단 국립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는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그러나 언젠가 약자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문제가 아닌가. 고령자가 된다는 것은 곧 약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2017-01-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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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과 떡국과 그리운 식구(食口)
- 어릴 적 설 풍경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네 떡 방앗간의 정경이다. 설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불린 쌀을 커다란 양푼에 담아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향한다. 방앗간 앞은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이다. 사람 대신 각종 커다란 그릇들이 줄을 섰다. 김이 물씬물씬 나는 시루와 기계에서 끊임없이 밀려 나오는 가래떡으로 주변은 활기가 넘친다. 어린 눈에 수증기로 가득 찬 방앗간은 신비한 요술 집 같았다. 우리 차례가 되어 기계 앞에 서면 가슴이 뛰었다.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슴을 조이다 보면 드디어 우리 떡이 힘차게 밀려 나오며 차가운 물에 샤워하고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의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주인아저씨는 씩 웃으며 칼로 한마다 썩 베어 앞으로 내민다. 아! 그때 먹었던 가래떡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차가운 날씨에 밖에 내놓아 일부러 굳힌 가래떡은 설날 떡국의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변주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한다. 그중에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가래떡구이’다. 식구들과 곤로에 둘러앉아 마치 원시인들이 벽화를 그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둥글리며 구우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겉은 얇게 탄 종잇장 같은 막이 생기며 속은 말랑말랑히게 익는다. 지금도 시장통을 지나면 습관처럼 떡집 앞을 기웃거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꿀떡이나 남편이 좋아하는 약식을 사면서 기어이 가래떡을 집어 든다. 다들 무슨 맛으로 가래떡을 사느냐고 한마디씩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소울 푸드(Soul Food)’인 셈이다. 요즘이야 난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굳기 전에 참기름 떨군 간장에 찍어 먹으며 홀로 추억에 잠긴다. 음식 문화로 치면 설날 떡국은 매우 특이한 전통이다. 최근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황교익 음식 평론가에 의하면 오늘날 여러 가지 격식이 붙어 있는 거창한 차례상은 사실 현대에 와서 조작된 허구이지 진정한 전통이 아니란다.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 운운하며 대단한 지식이나 되는 양 떠들지만, 과거엔 없던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말이다. 오로지 떡국 하나만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전통이라는 것이다. 원래 인류의 식사는 청동기 시대부터 온 마을 식구(食口)가 함께 둘러앉아 먹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가족 단위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나 정착된 문화이지 그 전까지 평민들은 마을 공동으로 취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밥보다는 떡이 주식으로 알맞았고 오늘날 설음식으로 떡국이 흔적처럼 남아 있는 연유이다. 비슷한 전통이 동아시아 각국에도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쌀로 만든 경단을 국물에 넣어 먹는 ‘탕위앤’이 있고, 일본에는 된장이나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국물에 찹쌀떡을 넣은 ‘오조오니’가 있다. 사실 떡은 그 형태상 그냥 먹는 음식이지 국물에 넣어 먹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그러나 먹다 남는 떡이 굳어지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음식이 태어나게 된 것이 아닐까. 동아시아에 남아 있는 설날 떡국 문화는 이런 전통을 기억하는 집단 무의식인 것이다. 조선조 서울 풍속을 적은 (1800)에는 떡국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멥쌀로 떡을 만들어 치고 비벼 한 가닥으로 만든 다음 굳기를 기다려 가로 자르는데 그 모양이 돈과 같다. 그것을 끓이다가 꿩고기, 후춧가루 등을 넣어 만든다. 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을 떡국 그릇 수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니 오랜 전통임이 틀림없다. 훗날 꿩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넣기도 하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오늘날 새로 생겨난 가슴 아픈 문화 현상의 하나는 이름하여 ‘혼밥, 혼술’ 문화이다. 가족이 해체된 지는 이미 오래고, 늙어 혼자되고, 시집 장가 안 가 혼자 살다 보니 마지못해 생긴 현상일 것이다. 애초 인간은 음식을 혼자 먹는 전통이 없는 까닭이다. 이번 설에는 부디 흩어진 식구(食口)들이 모두 모여 떡국 한 그릇이라도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풍진 세상 또 한 해를 견뎌낼 힘을 얻지 않겠는가.
- 2017-01-24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