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도 지났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더운 여름엔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으며 건강을 챙기지만, 환절기인 가을에는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온도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되거나 감기 등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여름 더위에 시달려 지친 몸을 추스르고 긴 겨울을 대비한 체력보충을 위해서는 가을에도 영양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이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은 다소 차이가 있다. 동양의 관점에서 보양식은 '고기'가 중심이 되는 식단을 선호하지만, 서양의 경우 영양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를 추천하고 있다. 먼저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추천한 가을 보양식을 살펴보면 추어탕이나 장어구이 같은 음식이 꼽힌다.
추어탕
추어탕의 추(鰍)는 가을 추(秋)가 아니라 추어탕에 들어가는 가을 생선인 미꾸라지를 뜻한다. 미꾸라지는 겨울잠을 자기 전인 가을에 영양소가 풍부하다. 추어탕은 소화가 잘돼 위장병 환자나 노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미꾸라지와 파, 고사리, 우거지 등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잘 조화돼 있어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도 하다. 미꾸라지의 뼈까지 먹는 추어탕은 칼슘을 보충할 수 있고, 뼈 건강에 좋은 비타민 D도 풍부하다. 따라서 골절‧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어구이
장어구이는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는 영양식이다. 장어에는 피부, 소화기관의 세포를 보호하고 항암작용을 하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에 따르면 장어의 비타민 A 함량은 육류의 200배, 다른 생선의 50배에 달한다. 장어는 피로회복에 도움되며, 위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뮤신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위장기능을 강화한다. 특히 장어는 가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바다로 향하는데, 이 시기 장어엔 각종 영양소가 꽉 차 있다.
한편 미국 생활정보사이트 '리얼심플닷컴'은 가을 보양을 위한 식물성 식품을 추천했다. 건강 보충을 위해선 육류,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일, 채소 같은 식물성 식품에 보양이 되는 음식이 있다. 환절기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식물성 식품도 알아본다.
호박
주황빛을 띤 늙은 호박은 가을이 제철이다. 호박의 주황빛 색소인 베타카로틴은 암의 위험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천식, 심장질환, 시력 감퇴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면역력 강화에도 좋아 일교차가 큰 가을에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늙은 호박은 생것의 열량이 100g당 27kcal로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고 위점막을 보호해 당뇨 환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사과
사과는 사계절 먹지만 제철인 가을에 먹으면 특히 맛이 좋다. 사과는 100g에 식이섬유 함유량이 1.4g인 고섬유질 식품이다. 사과는 껍질을 깎지 말고 깨끗이 씻어 과육과 함께 먹는 게 좋다. 사과 껍질은 항산화 성분과 폴리페놀이 풍부해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되고 체내 지방 배출을 촉진에 체중 감량에도 효과적이다.
계피
향신료로 쓰이는 계피는 따뜻한 차에 잘 어울린다. 계핏가루를 물이나 꿀과 함께 마시면 코막힘이나 기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돼 환절기인 가을에 호흡기 보호를 돕는다. 디저트에 뿌려 먹어도 맛이 좋다. 또 계피의 폴리페놀 성분은 혈당을 조절해줘 고혈압에 효과적이고 인슐린 작용을 해 당뇨를 개선한다. 이 같은 특별한 건강상 이슈가 없더라도 계피는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차나 커피에 더해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긴 명절 연휴가 지난 자리엔 여운이 남기 마련이다. 명절 스트레스와 같은 여독(餘毒)이든, 귀향·귀경길 장거리를 이동하며 생긴 여독(旅毒)이든 말이다. 이 여운을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간편하게 해소할 방법이 있다. 바로 볕 좋은 날 도심 속 녹지를 걷는 것.
낮에 자연을 거니는 활동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티브 카플란 교수는 사람이 자연을 체험하면 몸과 마음의 힘을 되찾고 기억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8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강연자로 나섰던 미국 환경보호청 소속 대기 전문가 리처드 발도후 박사 역시 “녹지가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 건강과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을 자연과 가깝게 보낸 중장년층에게 도심 속 녹지는 반가운 공간이다. 34세 이상의 중년 인구나 어린 시절 야외활동을 많이 했던 이들이 도심에서 녹지공간을 자주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폴 브린들리 셰필드대 교수는 “도심의 녹지가 시민들의 삶에서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건강과 웰빙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과 정원, 폭포까지 한 번에 누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박물관 주변을 둘러싼 넓은 숲과 공원, 폭포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정원의 전통적인 석조물들은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물인 청자정을 지나면 등장하는 나무숲과 거울못, 미르폭포에서 용산가족공원 사이를 잇는 대나무 숲이 푸른빛 휴식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도보해설관광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해설 코스는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다. 청자정-박물관 오솔길-석탑정원-미르폭포-용산가족공원-보신각종-석불-조선석물정원-승탑정원-박물관중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명한 가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궂은 날에도 자연 속 산책이 가능한 곳, 국립세종수목원
국내 유일의 도시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도 도심에 녹아든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세종시 중심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산책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한국전통정원, 어린이정원, 희귀특산식물원과 분재원 등 다양한 정원들이 펼쳐져 있어 취향 따라 산책로를 고를 수도 있다. 수목원 입구에 있는 방문자센터에는 식당과 카페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다만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창한 숲과 나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종수목원에는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넓이가 1만 ㎡에 달하는 사계절전시온실이다.
붓꽃의 세 꽃잎 모양을 본떠 설계한 온실은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온실로 나뉘어 있다. 지중해전시온실 전망대에서는 세종수목원의 야외 구역과 온실 구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별기획온실에서는 ‘여름 정원에서 쉬어가다’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다. 10월 3일까지는 여름 꽃 가득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니, 물러가는 계절이 아쉽다면 세종수목원에 들러 여름의 끝자락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고향보다 더 고향 정취 가득한 청운문학도서관
올 추석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추천지도 있다. 인왕산 자락에 숨어든 종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이곳은 인왕산자락길 내 청운공원에서 관리소로 쓰던 낡은 주택 건물을 종로구에서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장소다. 도서관 본관과 그 옆의 자그마한 폭포가 조화를 이루며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색색 옷을 갈아입는 인왕산자락길의 나무숲, 그 안에 지어진 전통한옥은 고향보다 더 고향의 정취를 한껏 머금고 있다. 주차공간은 없지만 입장료도 없어 주머니 가볍게 가을 산책을 나서기에 좋다. 게다가 도서관과 바로 이어지는 시인의 언덕은 한옥과 자연이 하나된 경치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언덕 위에 오르면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기와지붕들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느덧 가을의 네 번째 절기 추분(秋分)이 지났다. 낮보다 밤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만큼 가을도 그만큼 더 깊어갈 것이다. 가까운 도심 녹지를 찾아 청명한 하늘을 보며 어느덧 찾아온 가을을 편하게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퇴직이라는 위기의 기로에서 맞잡은 손을 더욱 단단히 그러쥔 부부가 있다. 예상치 못한 권고사직과 재취업 실패, 노후 자금 공백. 금슬 좋은 부부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중년에 들어 온갖 폭풍이 닥쳤지만, 두 사람은 갈라섬을 고민하는 대신 서로의 기둥이 되기로 했다. ‘사모님’ 소리를 듣던 아내는 결혼 후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고, 전용 기사를 둔 대기업 임원 출신 남편은 ‘따릉이’를 타고 다니는 택배 노동자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인생에 가을이 찾아와 가을옷을 입은 것뿐”이라는 강찬영(60)·박경옥(57) 부부를 만났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반복되는 여름이다. 맑은 하늘에 마른 천둥이 내리치는가 하면, 소나기가 쏟아져 우산 없이 낭패를 보는 날이 잦다. 잠깐의 소나기는 손우산으로 피하면 그만이지만, 장마철 태풍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비 없이 찾아온 태풍은 집을 휩쓸고 봄내 가꾼 논밭을 가차 없이 망가뜨린다. 준비 없는 퇴직도 비슷하다. 수십 년 경력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차곡차곡 쌓은 커리어는 휴짓조각이 된다.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저자 박경옥 씨는 남편의 퇴직을 “한여름의 태풍 같았다”고 비유했다.
태풍이 찾아오기 전의 여름은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는 청년의 모습처럼 한없이 청량하다. 강찬영 씨의 청년기도 빛났다. 이름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운회사에서 27년간 영업직으로 일했다. 퇴직 전 2년 동안 임원도 맡았다. 임원직에 앉아 있을 때, 임시직인 만큼 실적과 관계없이 계약이 끝나는 대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공중분해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강 씨는 2013년, 53세의 이른 나이에 권고사직이라는 대책 없는 폭풍을 맞았다. 강 씨는 “학창 시절을 다 합친 것보다도 긴 시간 회사를 다녔으니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며 “현실을 깨닫는 것부터 어려웠다”고 말했다.
퇴직 부부의 동상이몽
퇴직 후 퇴직금이 두둑하게 쌓여 있던 1년간은 평화로웠다. 벼르던 여행도 가고, 주말마다 부부끼리 산에 다니며 자유 시간을 만끽했다. 강 씨는 5개월 만에 비슷한 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외국 회사와의 계약을 따내야 하는 중소기업의 큰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되면서 1년여 만에 다시 회사를 나와야 했다. 두 번째 폭풍이었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퇴직자가 그러하듯, 강 씨 부부도 퇴직 후 얼마간은 동종 업계로의 재취업을 준비했다. 강 씨가 자기소개서를 쓰면, 박 씨가 오탈자와 문맥을 봐주며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연락은 없었다. “현역 때의 열기가 살아 있을 때니 재취업이 가능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강 씨와 달리 박 씨의 속은 점점 타들어갔다. “세상 물정 모르고 눈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 번은 외국으로 굿을 다니는 무당의 통역사를 뽑는 공고에 대기업 시절 연봉을 적어 지원했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통역사에게 그만한 월급을 주려면 한 달에 굿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고 속으로 나무란 적도 있었다.
모아둔 노후 자금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재취업의 동상이몽이 길어지는 와중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부딪혔다. 임원 시절 지시하던 습관이 집에서도 배어나오는 탓이었다. 강 씨가 지방에 일이 생겨 기차표를 끊어달라 하면 박 씨는 “여긴 회사가 아니니 당신이 직접 알아보라”며 반박하곤 했다. 늘어나는 집안일도 박 씨의 신경을 긁는 요인 중 하나였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 일이 더 많아졌어요. 젖은 옷은 탁탁 털어서 널어야 구김이 안 가는데, 그대로 널어 두 번 일하게 만들고. 세탁기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다 되는 줄 알고.(웃음) 안 해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건데 화가 나더라고요.”
강 씨는 “답답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조금은 기다려주길 바랐다”며 “27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만 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내심 서운함을 드러냈다. “저 역시 연금이 나올 때까지 공백이 생기니 놀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 생각했어요. 아내와 동등한 입장에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래도 은퇴하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어깨의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싶었죠.”
‘인생 공부’로 되찾은 금슬
박 씨는 남편과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자 절에서 숙식하는 공양주 보살 일을 찾아보며 잠깐 떨어져 있을 생각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깨달음을 얻은 건 주말 농사를 하면서다. 어느 날 고랑의 잡초를 뽑던 그녀는 문득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라나는 작물을 보며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남편에게 잘나가던 여름의 모습이 계속되기만 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강 씨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의 여름이 지나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을에 여름옷을 입고 있으면 춥잖아요. 계절이 흐르면 그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야죠.”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부부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번째 퇴직 후 1년쯤 지났을 무렵, 박 씨는 무료해하는 남편을 데리고 지역 도서관에 갔다. 남편이 일하는 동안 심심하면 도서관에 가서 인문학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서다. “‘뭐라도 해라’는 심정이었죠.(웃음) 그런데 독서를 해보니 남편이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읽는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동양학 서적을 집중해서 보길래, 관심 있으면 공부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박 씨의 말에 용기를 얻은 강 씨는 2017년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에 입학했다. 잠들어 있던 학구열에 불씨가 피어난 순간이었다. 서울시 50플러스센터 공유사무실을 빌려 작정하고 공부에 돌입했다. 박 씨는 “남편과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었던 팁”이라며 웃었다.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덕분이었을까, 첫 학기를 제외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졸업했다.
함께하는 취미가 생기니 소통도 늘었다. ‘베갯잇 대화’ 시간도 생겨났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공부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소재가 무궁무진하더라고요. 덕분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퇴직 후 남편이 스크린 골프장에 가는 걸로 자주 싸웠는데, 알고 보니 언제 찾아올지 모를 비즈니스 자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됐죠.”
골머리를 썩이던 집안일 문제도 해결했다. 두 사람이 생각해낸 부부 갈등의 해답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 뒤집어보기다.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남편이 긴장한다고 하잖아요. 삼시세끼 곰국만 먹게 될까봐요. 그런 자조적인 농담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내가 없으면 곰국에 면을 삶아 넣거나 사골 향 나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되죠. 집안일은 함께하는 거니까요. 이제 저도 설거지, 신발 정리 정도는 직접 해요.(웃음)”
함께 일하니 보람은 두 배
강 씨가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박 씨는 50플러스센터에서 건강 관리, 감정 조절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남편의 재취업을 독촉하는 대신 생활 전선에 함께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능기부 강의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남편의 은퇴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남편을 바꿀 수 없으면 나를 바꿔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제가 이기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돈 버는 일은 으레 남편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참에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적은 돈이라도 제 힘으로 벌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았죠.”
경력 단절도 아닌 ‘무경력’ 전업주부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 씨는 “능력이 부족할수록 탐색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관련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여성인력개발센터, 50플러스센터 등을 방문해 인맥을 늘렸다.
그 무렵 강 씨는 주말 농사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택배업을 시작했다. 오후 3시부터 8시간 정도 택배 분류를 반복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그는 “아내가 일을 하면서 고연봉 직업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눈을 낮출 수 있었다”며 “제안해준 지인의 덕도 크다”고 말했다. 지인은 그가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부는 이를 두고 ‘낯선 사람 효과’라 설명한다.
“잘나가던 모습을 봐온 학교 동창이나 직장 동료는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인의 눈에는 그저 백수였던 거죠.(웃음)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닌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니까요. 아내가 책을 내고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도 기관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죠.”
박 씨가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해방될 때 강 씨는 땀 흘려 일하는 육체노동의 보람을 배웠다. 배턴 터치하듯 뒤바뀐 인생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은퇴 전에는 술자리가 많아 과체중이었어요. 지금은 하루에 5~8시간 움직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해졌죠. 관리자로 모든 일을 책임지는 대신 맡은 일만 성실히 하면 되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내와 사이도 좋아지더라고요. 그야말로 ‘수신제가’죠.(웃음)”
어느덧 퇴직 생활 9년째,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노후를 꿈꾼다. 황혼의 위기를 ‘주경야독’으로 이겨낸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내면 수양을 지속해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비슷한 고민을 겪은 동년배 부부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다른 길이 보여요.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에서 온 행성 같은 존재라는 것, 그렇기에 부딪히는 대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답니다.”
폭풍을 견디면 시원한 가을이 온다. 추수의 시간이다. 두 사람에게 가을은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처럼 조금 일찍 찾아왔지만, 그들은 더 많은 곡식을 거두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신 더 빨리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서인지 사진 찍는 순간 렌즈 안에 들어온 두 사람의 해사한 미소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닮아 보였다. 부부가 함께 보는 하늘이 멋지게 저물어가기를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삶을 쾌적하게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의 김유곤 PD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출자 한 명만이 갖는 특별한 감상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변화한 집의 개념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시니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출이 잦던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집에만 있다 보니 ‘정리’를 등한시했다는 사실뒤뒤늦게 깨달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집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정리·수납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나 ‘바꿔줘! 홈즈’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 여름에 시작한 ‘신박한 정리’는 지난달 50부작을 끝으로 박수칠 때 떠났다.
정리·수납 분야 도서도 ‘비포 코로나’ 시대에 비해 판매율이 크게 늘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집·살림’ 분야 내 ‘인테리어’ 및 ‘정리·수납’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020년 해당 분야 도서 판매가 4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40세 이상 시니어가 인테리어 및 정리·수납 관련 도서 구매자 중 60%를 차지했다. 40대가 41.8%로 가장 많았으며 50대와 60대 구매자도 각각 17.4%, 3.2%를 차지했다.
인테리어 및 정리·수납 관련 도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판매량이 줄었으나 2020년 큰 폭으로 반등했다. 팬데믹(대유행) 국면을 기점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늑하고 편안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와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납가구 판매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말 가구·인테리어 브랜드 한샘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옷장수납’ 가구가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85%)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최다판매 1위도 책장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수납박스가 차지했다. 한샘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트렌드’와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했다.
정리 잘하고 싶다면 비우기, 역할, 방향 기억!
공간 정리 컨설팅 업체 ‘우리집공간컨설팅’ 관계자는 “전체 고객의 60~70%가 50세 이상 시니어 고객일 정도로 (정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자녀가 독립하고 난 뒤 자녀가 쓰던 방에 남은 짐이나 가구를 어떻게 정리할지, 그 방의 쓰임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문의하는 시니어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니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집콕 생활을 위한 정리 정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 슬기로운 집 정리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공간 정리 전문가 이지영 ‘우리집공간컨설팅’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건 ‘비우기’다. 그는 “물건을 비우면 공간이 보이고 공간이 비면 사람이 보인다”면서 “물건을 보면 욕심으로 갖고 있었는지 비울 타이밍을 놓친 건지 보인다”라고 말했다. 예능 ‘신박한 정리’와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그는 한결같이 비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리를 하고 싶어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모두 꺼내 필요, 욕구, 버림 세 가지로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박스 세 개를 준비해 정말 필요한 것은 ‘필요’ 박스에, 사고 싶어서 산 것은 ‘욕구’ 박스, 그 외의 쓸모없는 것들은 ‘버림’ 박스에 넣는 것이다. 버림 박스에 들은 물건들은 그대로 버리고, 욕구 박스 안의 물건 중 다른 사람이 가치 있게 사용해 줄 만한 것이 있다면 다른 이에게 나눌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면 정리가 쉽다고 설명했다. 한 방에 여러 잡동사니를 쌓아놓지 말고 침실, 옷방, 서재 등 방마다 정확한 역할을 부여해 그에 맞는 가구와 물건만 옮겨두어도 훨씬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이나 가구를 배치할 때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오른손잡이라면 자주 사용하는 가구를 오른쪽에, 왼손잡이라면 왼쪽에 둬야 사용하기 편하고 관리도 수월하다. 그는 식기건조대부터 서랍장 같은 필수 가구부터 연필꽂이 같은 소소한 집기, 신발장 문이 열리는 방향까지 스스로의 생활방식에 맞출 것을 권했다.
이 외에도 ‘현관이나 욕실 등 좁은 공간부터 정리하라’, ‘가구 배치는 현관에서 먼 곳에 높은 가구를 놓아야 한다’, ‘가구의 색상을 맞춰라’ 같은 다양한 조언을 남겼다. 현관이나 욕실과 같이 좁은 공간부터 정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실처럼 넓은 공간부터 정리를 시작하면 물건이 많아 금방 피로해져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집공간컨설팅’ 관계자는 “노년기의 비움은 청년기의 비움과는 의미가 다르다. 시니어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노전(老前)정리’라는 용어가 노년기의 비움을 잘 나타내 준다”고 말했다. 노전정리란 살아오면서 사용했던 과거의 물건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일로, 사후 가족들이 하게 되는 유품정리와는 차이가 있다.
이어 자녀의 독립 후 공간 재배치를 고민하는 시니어에겐 “부부 둘이서 함께 사는 경우 각자의 침실을 갖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침실과 화장실 같은 개인 공간을 부부가 함께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각자 공간을 갖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집공간컨설팅’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강조하는 ‘비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노년기를 보낼 각자만의 공간을 구성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 생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 늦은 장마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상 8월 말에서 10월까지 집중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기상 현상을 뜻하는 ‘가을장마’는 다음 달 초까지 충청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가을장마에는 태풍까지 겹쳐 기상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을장마가 오면 수확을 앞둔 농가에 많은 피해를 미치기 때문에 예로부터 가을장마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비구름이 물러나면 덥고 습해지는 여름철 장마와 달리, 가을장마가 지나가면 날씨가 선선해지고 일교차가 커진다. 이번 여름이 워낙 무더웠던 탓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을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시니어들은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면역력 낮은 시니어, 일교차 심할수록 체온 조절 신경 써야
나이가 들어 노화가 시작되면 면역력을 비롯한 신체기능이 떨어진다. 면역력은 피부와 호흡기 등으로 들어온 외부침입자를 막아내는 힘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신체가 외부 온도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노인은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
기온 자체보다는 급격한 기온 변화 때문에 몸이 항상성을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출 시 얇은 옷을 챙겨 몸이 바깥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장년층 피부는 노화로 인해 온도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얇은 겉옷을 챙겨 체온 조절을 잘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가을철 건강관리 방법에 따르면 목덜미 부분을 약간 따뜻할 정도로 감싸는 방법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잘 때는 긴소매 잠옷을 입어 새벽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하고 어둑한 날씨에 찾아오는 우울증·곰팡이성 질병 조심
비가 오랜 기간 많이 내려 습해지면 곰팡이가 활동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곰팡이가 배출하는 미세한 포자는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병,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무좀과 완선, 비염, 구내염 등도 곰팡이가 원인인 질병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노인들이 장마철에 가장 주의해야 하는 피부질병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이다. 노인들은 피지선과 피부면역체계 등의 기능이 약해 곰팡이성 질병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특히 당뇨병 환자는 무좀 같은 곰팡이성 질환 때문에 고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곰팡이로 인한 피부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피부를 잘 씻고 말려줄 것을 권한다. 옷과 양말 등을 세탁하고 나면 햇볕에 말려 곰팡이가 번식하지 않도록 한다. 욕실, 주방이나 여름 내 사용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밀폐된 옷장 등 집안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쉬운 곳도 관리가 필요하다.
장마가 길어지면 우울증도 심해진다. 뇌의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수면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세라토닌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마철에는 쉽게 피로해지고 불면 증세까지 나타나기 일쑤다. 낮에 졸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수면장애는 우울증과도 연관이 깊다. 잠을 잘 못 자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낮에 졸려도 20분 이상 자지 않는 등 신체리듬을 정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커피나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적게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또 전문가들은 비 오는 날일지라도 노인들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맨손체조와 근력운동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천둥이 치면서 내리는 비인 우레비가 내리면 가급적 야외 운동을 피해야 한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가 오더라도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실내에서는 조명을 밝게 유지하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한 달에 4회 이상 쉴 수 있다. 내부에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침구와 비품이 있는 충분한 크기의 공간도 보장받는다. 이 같은 조처를 하지 않으면 주 52시간 등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정을 받지 않는 경비원 채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이와 같은 내용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게시설과 근로조건 기준을 정비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업무가 간헐적으로 이뤄져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많은 근로자다. 대표적인 직종이 경비원이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원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휴게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이 24시간 격일 교대제 방식의 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생체 리듬을 교란하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됐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경비원들에게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을 보장하게끔 했다. 또 경비원 근로계약서에 수면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짧아야 하고, 경비원이 쉴 때는 내부 소등 후 외부에 알림판을 붙이도록 했다. 추가로 입주민들에게 경비원 휴게시간 안내를 의무화했다.
경비원들의 휴게 공간 규정도 마련했다. 기존에도 별도 수면시설·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개정안은 휴게시설이 여름 20∼28℃, 겨울 18∼22℃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유해물질이나 수면·휴식을 취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하고 청소 등을 통해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야간 휴게시간이 보장돼 있는 경우 몸을 눕혀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 필요한 물품을 구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고용부 훈령인 이번 개정안은 법적 구속력이나 처벌 규정 등이 없다. 하지만 용역 업체나 아파트 관리 주체가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정부로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이번에 신설된 규정을 충족하지 않으면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경비원을 고용할 때는 주 52시간 등 근로기준법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일반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종필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규정 등의 적용이 제외돼 열악한 근로조건이 문제 되기도 했다”면서 “이번 훈령 개정을 통해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식권 및 근로조건이 보장되길 기대하며,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분 좋지 아니한가. 무표정하지도 소란하게 호탕하지도 않은, 빙그레 웃는 남도의 섬. 섬은 그렇게 여행자를 맞는다. 뭍과 다르게 섬을 달리다 보면 바다가 있고, 조금 더 달리면 물 빠진 뻘이 나타나고, 저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작은 섬이 오도카니 물속에 잠겨 있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갯내음이 벌써부터 가슴을 뛰게 한다.
해신(海神) 장보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섬, 완도. 통일신라시대 이 땅의 해상로를 통해 국제무역을 주도했던 장보고의 이야기는 드라마 ‘해신’이 아니어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다. 이 섬에서 장보고 찾기는 도무지 어려울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른바 ‘장며들기’에 빠져드는 곳이 완도다.
장보고 해상무역의 흔적들, 완도 청해진 유적지
장보고의 활동 근거지 청해진 유적지가 있는 장도를 가려면 완도 동쪽의 장좌리 앞바다로 가야 한다. 한때는 마을에서 하루 두 차례의 썰물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도 목교가 놓여 있어서 출입이 자유롭다. 특히 바다에 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 나타나는 ‘목책’은 중요한 역사적 흔적이다.
목책은 청해진 방비를 위해 굵은 통나무를 섬 둘레에 박아놓은 것으로, 지금도 1000여 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무심히 바닥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없는데, 찾기 쉽게 깃발을 꽂아놓은 친절함. 물 빠진 갯벌에선 살아서 꿈틀거리는 갯고동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디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땅으로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청해진 유적지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6m 깊이의 우물을 지나게 된다. 바닷속 지하수를 길어 올려 청해진 군단의 식수원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청해진 터였던 곳의 전진기지와 초소 역할을 했던 모습도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지역에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는 신라, 일본, 당나라 3국의 해상무역권을 장악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적한 분위기의 바다 풍경과 역사적 사실에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자연 속의 완도를 피부로 느낀다.
장보고 대사의 해상 활동과 일대기, 장보고기념관
청해진 옛 터에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전시와 영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념관이 설립돼 바다를 향한 모습이 고즈넉하다. 상설전시관과 중앙홀 전시관이 있어 장보고 대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체험형 입체 관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현장이나 유적지, 기록물 전시장을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보고 배우고 즐길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교육적’이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은 곳이라고만 하니 이 말이 당키나 한가.
죽청리 쪽으로 가면 장보고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장보고 어린이놀이공원이 있다. 장보고라는 역사적 테마로 감성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거대한 동상 아래로 장보고의 유년기부터 활동기의 기록이 전시된 전시관이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뜻깊다. 완도는 장보고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묘미를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완도의 랜드마크, 완도타워
당일 여행에는 완도타워가 더욱 필요하다. 높은 타워에 올라 완도를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이럴 땐 슬기로운 여행법이다. 완만한 속도의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노라면 양옆의 산책로와 다도해 일출공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높이 오를수록 완도의 면면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바다에 보이는 동그랗고 예쁜 섬은 천연기념물 28호인 ‘주도’로 상록수림이 빽빽하다. 녹음이 싱그러운 숲과 선명한 빛깔의 꽃들, 바다를 둘러싼 완도를 바라보면서 타워에 다다른다.
타워까지 이르는 길목에 자리한 중앙광장의 장미터널이 환영하듯 화사하다. 산책하는 걸음으로 언덕배기를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보면 야트막한 완도 시내의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이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대. 360도 파노라마로 구성되어 한 바퀴 돌면 완도의 풍경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섬과 다리들, 멀리 영암의 월출산, 전복 양식장, 봉수대가 눈앞에 있다. 야간에는 환상적인 조명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날씨에 따라 제주도가 보인다는 높이다.
타워 주변엔 현장 수업 중인 아이들이 재잘대며 선생님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완도 역사를 가르치는 젊은 선생님의 열정에 몇 번씩 바라보게 된다. 선생님도 멋지고 아이들도 그저 예쁘다.
여름 한낮, 덥다. 완도에서 맛볼 수 있는 비파주스가 있다. 연한 주황색의 비파는 아열대 과일로 완도의 특산물이다. ‘비파나무 한 그루 있으면 아픈 사람이 없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한다. 살구 비슷한 모양에 복숭아와 감의 중간인 듯 부드러운 맛이다. 짚라인 탑승장 옆의 완도타워 매점에서 얼음 가득 넣고 만든 비파주스 한 잔으로 시원하게 갈증을 날리고~.
깊은 숲의 기운, 완도수목원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다. 수목원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싼 산을 포함해서 상왕봉 아래 조성된 수목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인 걸 비로소 알고 놀랄 수밖에. 2000ha의 광활한 면적. 거의 축구장 2000개 넓이라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동식물과 상록활엽수로는 세계 최대 집단 자생지다.
완도수목원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한 숲이기도 하다.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깨끔길은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다. 푸르름으로 울창해서 피톤치드 속에 갇힌 듯하다. 빼어난 풍치의 수목원 안에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 온실, 동백숲,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돌아보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난대림 산길을 몇 군데 걸으며 둘러보고 산림전시관을 돌아보았는데, 당일 나들이다 보니 아주 조금 맛만 본 셈이다. 엄청난 넓이, 한나절로는 어림없다. 하루나 이틀쯤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느릿하게 ‘숲멍’도 하면서 푹 쉬는 여유를 갖는다면 실로 멋진 힐링이 될 듯하다.
완도의 맛, 전복거리
섬을 떠나기 전 들렀다 가야 할 곳이 있다. 완도 하면 무엇보다 전복 아니던가.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영양의 최고 식품. 전복거리를 걸으며 수산물과 건어물을 구경하다 구입하기도 하고, 수협 수산시장의 살아 있는 삶의 현장도 느끼는 시간이다. 김이나 전복 등 수산물을 현장에서 구입한 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즉시 택배송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로나19의 여파인지 거리도 한산하고 수산물시장도 북적이지 않았다. 어서 빨리 소란스럽고 붐비는 파시를 이룬다면 좋으련만.
때가 되면 기분 좋게 허기를 채워야 한다. 완도에선 당연히 신선한 생선구이 밥상이다. 푸짐하게 생선을 구워와 직원이 두툼한 살점까지 발라주고 간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생선의 신선도가 확실히 다르다. 된장에 해초류를 넣고 끓인 갯국의 시원한 맛도 독특하다. 또한 전복 특산지 완도답게 전복 하나가 통째로 고스란히 들어간 전복빵이 있다. 장보고빵이라고도 한다.
빙그레 웃는 섬 완도의 푸른 여름
빙그레 웃는 섬답게 걷다 보면 빙그레식당, 빙그레공원, 빙그레마트, 빙그레… 이런 상호들이 흔하다. 절로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섬. 당일로 가볍게 다녀왔지만, 여유 있게 며칠 정도 완도의 푸르고 느린 풍경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낼 수 있다면 더없이 충만한 휴식이 될 것이다. 하루 코스로도 버겁지 않았던 스마일의 섬 완도. 그 섬은 지금 푸름에 잔뜩 물들어 있다.
이젠 섬도 당일치기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라는 말은 이제 구닥다리 옛말처럼 들릴 만도 하다. 그런데도 섬 여행은 좀 예외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단 하루쯤이라도 뚝 떨어진 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면 망설일 이유 없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에서 빙그레 웃음 짓고 있는 청정한 섬, 완도. 당일 도전도 어렵지 않다.
KTX가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단축시켜준 것이 여행뿐일까 싶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여유 있는 시간을 제공했고 어디든 훌쩍 나서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용산역에서 이른 아침 KTX 첫차를 타면 광주역(편의에 따라 목포나 나주역도 가능)에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이어서 버스나 각자의 기동성을 이용해 완도로 곧장 이동하면 된다.
엄마의 손맛을 물려받은 딸은 어느덧 엄마가 됐다. 세월이 흘러 그의 딸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손맛을 이어간다. 엄마가 딸에게,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특별한 레시피. 하숙정, 이종임, 박보경 3대를 거쳐온 요리 명가의 건강 요리법을 소개한다.
수박과 토마토 등 여름철의 뜨거운 열기를 닮은 붉은색 과일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수분 보충에 탁월하다.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타민 C,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생기 잃은 피부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토마토도 94%의 수분 함량을 자랑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또 두 과일 모두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고 암 발생을 억제한다. 과일째로 즐겨도 맛이 뛰어나지만,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생채·샐러드·수프 등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수박생채
재료 및 분량 수박 속껍질 1/6개 분량, 노란 파프리카·레몬 1/4개씩, 소금·통깨 1작은술씩
소스 컬러고추청(컬러고추 1봉, 원당 70g) 2큰술, 식초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1 컬러고추는 반을 갈라 씨를 제거하고 잘게 썰어 원당을 넣고 잘 젓는다. 원당이 다 녹으면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2 수박은 속껍질을 필러로 벗긴 후 채 썰어 소금에 10분 정도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다.
3 노란 파프리카는 채 썰고, 레몬은 납작하게 썰어둔다.
4 수박 속껍질에 파프리카와 레몬을 넣고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다.
5 ④에 통깨를 뿌려 완성한다.
수박누들샐러드
재료 및 분량 납작 쌀국수면 200g, 수박 100g, 방울토마토 4개, 오이 1/3개, 적양파 20g, 실파 1줄기, 땅콩 10알, 스피아민트 약간
소스 땅콩버터·수박즙 2큰술씩, 식초 1큰술, 다진 마늘·간장 1작은술씩
1 쌀국수면은 끓는 물에 넣어 6분간 삶아 건진 후 얼음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2 채소와 과일은 한입 크기로, 적양파는 링으로, 실파는 송송 썬다. 땅콩은 잘게 다진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쌀국수면에 소스를 반 정도 넣고 고루 버무린다.
5 볼에 수박을 제외한 과일과 채소를 넣고 나머지 소스에 잘 버무린다.
6 그릇에 쌀국수를 담고 5를 넣은 뒤 수박, 땅콩, 스피아민트, 실파를 얹어 완성한다.
토마토샐러드
재료 및 분량 완숙토마토 2개, 참외·레몬 1/4개씩, 블루베리 1/4컵, 베이비채소 약간
드레싱 오미자청·컬러고추청(컬러고추 1봉, 원당 80g) 2큰술씩, 올리브오일·식초 1/2큰술씩, 소금 1/3작은술, 후추 약간
1 컬러고추는 잘게 썰어 원당과 버무린다. 원당이 다 녹으면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2 토마토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담갔다 물기를 뺀다.
3 토마토는 껍질을 벗긴 뒤 끝부분을 약간 남기고 6등분한다.
4 참외는 스쿠퍼로 파내고, 블루베리는 씻어놓는다. 레몬은 길이로 4등분해 얇게 썬다.
5 분량대로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6 토마토 위에 블루베리, 참외를 올리고 베이비채소를 얹은 다음 드레싱을 뿌려 완성한다.
냉토마토수프
재료 및 분량 완숙토마토(대) 3개, 빨간 파프리카 1/4개, 레몬즙 1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가니시 오이·청파프리카·적양파·옥수수알·후추·바질잎 약간씩
1 완숙토마토는 열십자로 칼집을 낸 다음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등분해 씨를 제거한다.
2 믹서에 ①의 토마토와 파프리카, 양념을 넣고 곱게 간다.
3 냄비에 ②의 재료를 넣고 3분간 끓여 식힌 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다.
4 오이, 청파프리카, 적양파는 잘게 깍둑썰기 하고, 옥수수는 쪄서 알알이 뗀다.
5 그릇에 수프를 담고 가니시 채소를 얹은 다음 후추를 뿌리고 바질잎을 곁들여 완성한다.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종임(Scook청담 요리학원 원장), 박보경(아이미각연구소 소장)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정윤 콘셉터 픽푸 곽영신 장소 Scook청담 요리학원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며 더위에 취약한 시니어들에게는 더욱 힘든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도 커졌다. 그런데 올여름에는 온열질환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할 질병이 또 있다. 냉방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냉방병’이다.
최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늦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무더운 만큼 가정이나 사무실, 차량 등 모든 실내에서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냉방 환경에 오래 있으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특히 최근 확진이 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감염 증상과 냉방병 증상이 비슷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냉방병, 감기와 뭐가 달라?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벌어진 실내외 온도 차 때문에 자율 신경계 기능이 떨어지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냉방병을 여름 감기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냉방병은 감기와 원인부터 다르다. 냉방병은 신체가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종의 적응 장애다. 반면 여름 감기는 외부 온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다만 냉방병의 주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추위를 타거나 콧물, 코막힘, 재채기, 두통, 피로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얼굴이나 손, 발이 붓기도 하고, 소화불량과 설사 같은 위장 장애를 동반할 수도 있다. 여성은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불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만 보면 여름감기와 혼동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냉방병은 대부분 더운 실외로 나오는 것처럼 주위 환경을 바꾸면 금방 좋아진다.
델타변이와 유사한 냉방병?
인도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델타변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침과 콧물, 두통처럼 냉방병 증상과 매우 비슷해 구별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올여름 냉방병에 걸리면 델타변이 바이러스 감염까지 의심해봐야 하는 복잡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이지용 감염내과 전문의는 “냉방병을 델타변이와 구별하기 힘들다”며 “에어컨 사용은 면역력과 항상성을 떨어뜨려 신진대사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냉방병 예방을 위해 에어컨을 사용할 때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해 외부와 온도차를 조절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용 전문의는 "냉방병 증상이 가볍다면 생활환경을 정비하고 에어컨 사용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회복이 더디고 발열과 근육통, 기침, 호흡곤란 증상이 동반될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방병 예방법!
⓵ 실내 온도 섭씨 24~27도 유지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를 섭씨 24~27도 정도로 유지해 실내와 실외온도 차이를 섭씨 5~6도 이하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⓶ 에어컨 사용 중 환기하기
에어컨을 사용할 때도 최소 2시간에 10분씩, 가급적 1시간에 5분씩 환기해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배출하도록 한다.
⓷ 긴 옷 걸치기
에어컨 바람이 직접 몸에 닿으면 냉방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찬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추우면 입을 수 있는 가디건이나 담요를 마련한다.
⓸ 면역력 키우기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과로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도록 한다.
⑤ 따뜻한 물 마시기
평소 덥다고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을 삼가고,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게 적절한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준다.
⑥ 에어컨 필터 청소하기
에어컨에 번식하는 세균이 냉방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에어컨 필터를 자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
면역력이 약한 시니어는 냉방병에 걸리기 더 쉽다. 델타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냉방병에 걸리면 델타변이 감염을 의심받아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에어컨을 이용하더라도 냉방병 예방법을 참고해 시니어들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언제나 아빠가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 기억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봄, 저는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힐링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홍천군국민체육센터를 기점으로 산악 임도를 왕복하는 코스였는데, 그때 출발지에 계셨던 아빠는 제가 임도를 빠져나와 도로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반대편에서 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자 다시 방향을 바꿔 저와 함께 골인 지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셨습니다.
그 기억이 참 강렬했는지 아빠가 달리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후로 아빠의 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머릿속의 아빠는 거의 양복 차림을 하고 계셨고, 그 모습으로 앉아 계시거나 서 계실 뿐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빠는 무려 40여 년을 우체국에서 일하셨거든요. 취미로 이따금 특이한 나무나 돌을 방 한구석에 모으시기도 했지만, 그럴 때조차 아빠는 양복 차림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아빠가 양복이 아닌 추리닝을 입고 계신 모습을 자주 보기 시작한 건 아빠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였습니다.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하루 9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냈던 아빠는 갈 곳을 잃고부터 휴대폰에 만보기 앱을 깔고 집 근처 강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걷고 걸었습니다. 그래봤자 하루 만 보였지만, 이전의 아빠를 아는 저로서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빠는 며칠 뒤 담배도 끊으셨습니다.
출퇴근을 하기 위해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운동, 아니 활동의 전부였던 아빠가 하루 만 보씩 걷기 시작한 것은 공허함을 달래고 채우기 위해서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걷느냐’는 물음에 아빠는 ‘하루 만 보씩 걷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농담 섞인 대답을 돌려주셨습니다. 한때 모든 것이었던 세계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온 느낌이었을 겁니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아빠는 몸을 움직이는 일의 뿌듯함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소 ‘걷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됐습니다. ‘하루 만 보씩 걷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던 아빠. 아빠가 만 보씩 걷는 것을 넘어 저처럼 달리길 바라는 마음에 평소 아빠 앞에서 건강, 무병장수, 힐링, 다이어트, 상쾌한 컨디션, 삶의 질 등 달리기가 주는 좋은 점에 대해 거듭해서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그때까지도 절대 달리지 않았습니다. 하루 만 보씩 걷는 것만으로 아빠는 인생의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거리를 더 걸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달릴 필요성은 더더욱 느끼지 못하셨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달리는 것이 걷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중대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 하루아침에 달리는 것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위성을 부여하는 수밖에! 다급했던 저는 아빠에게 어느 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회사에서 가족과 함께 달리고 인증을 해야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같이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집에는 아빠밖에 없으니 저와 같이 딱 3km만 달리자고. 일종의 책임감,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안겨드린 셈이죠. ‘하얀 거짓말’이랄까요? 어찌됐든 더 늦기 전에 아빠가 하루빨리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일단 딱 한 번만 달리면 계속해서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저의 제안에 아빠는 한참을 침묵하셨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정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부정하지 않음’이 곧 ‘긍정’이라는 것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ABC마트에서 미리 구입한 255m의 아식스 러닝화를 아빠에게 건네드렸습니다. ‘딸을 위해서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빠는 저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함께 달렸습니다. 만보기 앱을 켜고 집 앞 강변을. 미리 앞서 달려가 사진을 찍는 저를 의식하셨는지 아빠는 처음부터 무척 빠르게 달렸습니다. 그 모습이 조금은 ‘러너’ 같아서 저도 모르게 ‘아빠 러너 같다!’ 하고 크게 외쳤습니다. 그 소리가 싫지 않으셨는지 아빠는 더 빠르게 무리하며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쌕쌕거리더니 멈춰버리셨습니다. 800m 지점이었습니다. 초보 러너를 3km 연속해 달리게 하려 했다니. 아빠의 표정을 보는 순간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800m까지 뛰었으니 800m는 걷고, 다시 800m를 뛰자고. 1.6km, ‘1mile 달리기’로. 마침 다리 아래였습니다. 집에서 목적한 곳까지 두 개의 다리가 있는데, 첫 번째 다리인 이 다리까지 달렸으니 두 번째 다리까지는 걷고, 그 다리에서 되돌아 다시 첫 번째 다리까지 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가자고. 800m의 여유를 얻은 아빠는 그사이 바쁘게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800m에 다다르자 방향을 바꿔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는 처음보다 훨씬 느려졌고 자세도 엉성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저는 왠지 아빠가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을 벗어나 800m를 달리고, 800m를 걷고, 되돌아 800m를 달리고, 800m를 걸어 휘청휘청 집으로 되돌아오는 이 짧고 고된 여정이 앞으로 아빠에게 좀 더 나은 인생을 사는 듯한 기분을 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날의 달리기가 어땠는지 궁금했지만 바로 여쭙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빠에게 ‘뭐하시냐’고 짧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1시간 뒤 도착한 답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빠 달리고 왔어!’
이것이 지난 1월의 일입니다. 그리고 어느 해보다 무덥게만 여겨지는 여름의 한복판을 건너고 있는데도 아빠는 멈추지 않고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해와 함께 일어나 여전히 달립니다. 1.6km에서 시작해 2km, 3km, 이제는 하루 4km 넘게 달립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거리를 달리지는 않아요. 이를테면 2km 뛰고, 조금 걸으며 숨을 돌리고, 다시 2km 뛰는 식으로 나눠 달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니까요. 일단 이불 밖을 나와,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하루 4km 가까이 늘어난 자신의 달리기에 대해 아빠는 ‘십 리 달리기’라고 명명해 부르십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달리냐’는 물음에 아빠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루 십 리씩 달리지 않으면 내 인생이 망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는 달리고 나면 몸도 기분도 개운하고, 그리고 어쩌면 ‘총각 시절 몸무게’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코로나19 시대가 과거의 기억이 되고, 내년 봄에는 꼭 아빠와 ‘힐링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이 지면을 통해 아빠의 ‘십 리 달리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일평생 달린 적 없는 누구라도, 마음만 있다면 달릴 수 있다는 증언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가서 800m, 아니 100m만 뛰어보세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