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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 마음 잡자, 변화하는 상조 서비스
- 상조회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비슷한 서비스와 가격에 회사명도 엇비슷하다. 소비자의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최근 상조회사 사이에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수많은 상조상품 중 특별해 보이는 아이디어 상품은 없는지 들여다보자.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조 서비스 중가장 빨리 일반화한 것 중 하나로 ‘부고 알림’을 꼽는다. SNS를 통한 청첩 전달이 일반화되면서 SNS를 이용한 부고도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과거에는 고령층을 염두에 둔 문자메시지 활용이 일반적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고에 관한 메시지와 함께 장례식장의 위치 정보도 알려준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문상·조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상조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주변에 쉽게 알릴 수 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메시지 전송뿐만 아니라 장례식장 방문이 어려운 조문객을 위한 온라인 조문이나 조의금 보내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조문도 스마트폰으로 쉽고 편하게 온라인 조문과 유사한 형태 중 하나로 많은 상조회사와 추모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이 있다.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이나 장례 과정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유족이 고인을 보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유족들은 고인에게 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작성해 사이버 추모관을 편지함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장례식 도중 경황이 없는 유족을 위한 사진, 영상 앨범 서비스도 최근 선호하는 항목 중 하나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DVD 형태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아예 앨범 형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영정사진이 아닌 LED 영정액자도 점차 일반화하는 추세다. LED 모니터를 활용한 영정액자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효과도 있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상조회사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제공한다든가, 상조회사와 연계된 추모공원이나 추모관 분양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증가 추세에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형식보다는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고가의 가전제품 제공 등 서비스로 포장된 상품 판매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할 때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선 세분화한 서비스 늘어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이해 각종 장례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은 보다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변화 중 하나는 자유장(自由葬)의 등장이다. 과거 일본의 장례는 회사나 단체의 주관으로 치르는 단체장이나 가족 중심의 가족장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장례를 간소화하려는 이들이 화장식만 치르는 직장(直葬) 정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을 추모하는 형식의 자유장을 선보이고 있다. 꽃으로 만든 재단을 없애고 영정사진만 놓는 경우도 있고, 마치 파티처럼 음식을 놓고 문상객들끼리 고인에 관한 추억을 나누는 형태로도 진행된다.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는 장례도 있다 하는데 음악장이라 불린다. 상조회사에 따라 오리지널장(葬)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영정사진도 독특하다. 차려입고 촬영한 영정사진을 선호하는 국내와 달리 고인의 직업이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사진들을 모니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상영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장례 이후의 서비스도 국내와는 차별화한 부분이 있다. 추모공원이나 수목장 외에 바다에 유골을 뿌리길 원하는 가족을 위해 선박을 준비해 해상에서 일종의 영결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품정리회사와의 연계를 통한 고인의 유품정리 서비스와 상속에 대한 법률자문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유족의 슬픔 관리 ‘애도’를 위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유족의 치유와 건강 유지를 위해 전문 상담가들이 배치된 상조회사들도 적지 않다. 이밖에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나 장례 상품에 대한 서비스도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 2018-05-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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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서 만나지 못하는 한 줄기 빛
- 가계부채 1500조 원 시대다. 하우스푸어, 파산 등등의 우울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암울한 처지는 아무리 남의 얘기로 분류하려고 해도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립되어 발전해온 만큼, 우리 대부분은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들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김윤영 원장을 만나 엄혹한 금융위기 시대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돈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에 웃고 돈에 운다. 그리고 아마도 돈에 우는 사람이 웃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돈에 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미소금융재단,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되어 있던 정부의 서민 관련 금융 지원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시키고자 만들어진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에 문을 열어 이제 2년여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어려운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할이 없어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자꾸 역할이 커지는 게 현실이죠.”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 몇 년 전, 전셋값의 이상 폭등이 계속되어 전세 비용과 매매 비용이 별 차이가 없게 되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명제가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금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폭탄이 됐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에서,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서비스를 넘어서 인간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출이 능사가 아닙니다.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선 모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것보다는 자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컨설팅, 관리 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상담사를 자체적으로 열 명 보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워크넷과 잡월드 등과 연계해 일자리 연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면 사회복지사와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 지원 노후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가입해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라 해도 이제 은퇴하게 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큰돈 모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빚 없으면 다행’이라는 말들까지 나온다. 그래서 노후를 맞이한 많은 시니어가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문제에 주목해 일자리 구하는 일을 돕고,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하다못해 족발집을 창업하고 싶다면 족발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부터 세무, 인테리어까지 가르쳐줍니다. 전국에 150명의 컨설턴트가 있어 현장으로 직접 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예전에는 대출만 해주고 말았죠.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금전 이외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비금융 서비스까지 아우르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계획은 전국 43개 통합지원센터 종합상담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정보원과도 연계하고 전국 3500여 개에 이르는 주민센터도 활용해 서민금융진흥원에 더욱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턱이 낮아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취약계층 자립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 미소금융 자영업자 지원대출, 개인·프리 워크아웃, 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통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원을 넘어선 재기의 발판 마련 “서민금융진흥원을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빨리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가게 해야죠.”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경제 언론에서는 심심찮게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러한 발전을 체감하며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 원장은 여전히 생각보다 취약계층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거래 실적이 없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부업을 찾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을 바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열 번, 백 번 생각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빚쟁이가 되는구나’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때문이다. 김 원장이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 사실 서민금융진흥원이 하는 일은 일반 금융 회사들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금융 회사들이 대출을 해주잖아요? 그들은 돈 빌려준 사람의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으면 찾아가서 ‘어렵습니까?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럼 이자는 이렇게 감면해줄게요’ 하고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가장 잘 아는 곳에서 깎아주고 감면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금융 회사와 협약을 맺고 정책 자금으로 돕는 거죠.” ‘돈을 연체하려고 빌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김 원장은 서민의 마음과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얼마 전 정부에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연체자 159만 명의 빚을 탕감하거나 유예해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소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도덕적 해이’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 1000만 원을 빌려서 10년 연체했단 말예요. 10년이면 이미 은행이 안 갖고 있거든요. 팔아넘겨져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가 있을 돈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채무자는 얼마나 추심으로 고통을 받았겠어요. 물론 1000만 원은 큰돈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고통받은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 능력이 없으면 감면해줘야죠. 이 건에 대해 도덕적 해이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도덕적 해이가 없을 순 없겠죠. 그러나 소수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지원을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고 봐요.” 빚 독촉에 시달리는 이들을 돕자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수기집을 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부채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23편은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김 원장은 수기집 사연들 중 ‘이제는 전화를 맘대로 받을 수 있고 집도 갈 수 있고 회사도 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보통 일상도 ‘빚쟁이’가 되는 순간 사치가 된다. 그들로선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바랐던 일일 것이다.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서민금융 하면 우리를 연상하게 됐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 송파 세 모녀 사건. 엄마가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인 129번을 알았다면 그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곳곳에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또한 홍보가 잘 안 돼서 활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들 중 하나다. 특히 시니어 중 신용회복위원회는 알아도 서민금융진흥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 수가 170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죠. 그런 분들에게 재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저희를 통해 희망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보람입니다.” 희망을 주고 확인하는 것이 보람 최근 정부기관들은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 기관에 흩어진 DB와 역할을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16개 기관이 모여 MOU를 체결했다. 노후준비지원 중앙협의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노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 다 모였고 서민금융진흥원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이런 협의체가 있으면 출범하고 끝나잖아요. 이제는 실제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폐지 수거 체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변하는 김 원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따뜻함과 진솔함을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러한 소탈한 솔직함이야말로 지금 하고 있는 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 2018-05-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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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년기 잘 극복하려면, 액티브 시니어가 돼야
- 노화가 중년에게 무서운 이유는 신체적인 변화가 눈에 보여서가 아니다. 단지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어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능했던 것들이 쉽지 않게 되면서 ‘늙는다’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더 이상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기 어려워지고, 달려가는 손주를 들어올리기도 버겁다. 숙면 후 아침의 개운한 기상은 젊은 날의 추억처럼 여겨진다. 여성들에게 이런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있다. 바로 ‘갱년기’다. 이 시기를 힘들게 겪어낸 여성들은 한꺼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피할 수 없는 갱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방부인과 전문의인 이윤재(李侖哉·37) 자생한방병원 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신수(腎水)가 부족해서 그렇죠.” 이윤재 원장은 한방에서 바라보는 갱년기 증상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양방에서는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질환으로 해석하지만, 한방에서는 폐경과 함께 몸의 ‘정기(精氣)’라고도 불리는 신수의 부족이 이러한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한방에서는 신체의 변화가 숫자 7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데, 여성의 경우 14(7×2)세에 첫 생리가 시작되고 49(7×7)세에 천수가 다 돼 폐경을 겪게 된다고 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성조숙증도 발생하면서 초경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폐경 시기는 큰 변화가 없거든요. 결국 갖고 태어나는 몸의 정기를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 셈이니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여성 노화 증상의 ‘종합세트’ 이 원장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은 발현되는 기간에 따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갑작스레 나타나는 갱년기 급성 증상이 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울긋불긋한 반점이 나타나는 안면홍조 질환, 땀이 많이 나는 발한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증상들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급성과 구분되는 갱년기 아급성 증상은 여성의 생식기와 관련이 깊다. 질 점막이 건조해져 위축되거나, 성관계 시 통증이 발생한다. 또 자꾸 가려운 소양증도 나타난다. 만성 증상은 이와는 또 다르다. 근골격계에 통증이 나타나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면 손가락 관절에도 결절이 나타난다. 골다공증도 주요 만성 증상이다.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이 나타나다 심해지면 치매로 확대된다. “이렇게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무 가지가 넘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한두 가지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갱년기 증상을 찾아내기도 하죠. 증상을 방치하면 병이 심해집니다. 안면홍조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깁니다.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요. 관절통을 다스리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질환이 확대됩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당사자가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도 치료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심리적 변화는 화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간화(肝火)가 대표적이다. 평생을 참으며 살아온 여성의 쌓인 스트레스가 뭉친 기운을 만들고 간 쪽으로 쌓이면서 갱년기와 함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화가 쌓이면 안면홍조나 발한과 같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는 심리적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손주를 보다가 이 나이까지 왜 애를 봐야 하냐며 느닷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가족에게 갑자기 전화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상담하다 눈물을 쏟는 환자가 비일비재합니다.” 치료 방법 다양, 맞춤치료 필요 양방에서 여성의 갱년기를 치료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의 보충이다. 그러나 여성호르몬 보충이 쉽지 않을 때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부모로 물려받은 경우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가슴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유전자 검사결과 변이가 발견돼 암 발병이 우려되거나 가족력이 있을 때 여성호르몬 치료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여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때는 한방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방에선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직접적으로 보충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에서 건강을 영위하도록 노력하죠. 즉 갱년기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질환별로 한약이나 약침, 뜸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무작정 이러다 말겠지 하며 증상을 방치했다가는 오래 고생할 수도 있다. 증상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활동적인 삶, 갱년기에 도움 치료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다가 바보 같은 질문을 해봤다. 갱년기를 피할 순 없는 것일까.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노화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갱년기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은 몇 가지 있죠. 먼저 갱년기 증상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예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갱년기를 겪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면 상황에 처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을 예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40대 중반 전후면 갱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때 노화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갱년기를 극복하려면 육체적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운동과 활발한 생활 등을 통해 기본 체력을 잘 유지하면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의 발병 가능성도 낮아진다. 또 근육량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화도 잘 관리해야 한다. 명상, 요가와 같은 활동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고 체력에도 도움이 된다. 갱년기를 겪는 아내에 대한 남편들의 ‘외조’도 질환 관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자녀를 떠나보낸 빈 둥지에서 갱년기를 겪는 여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여된 역할에 비해 한국 남성들의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환자들의 상당수는 남편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애들도 무탈하고, 특별히 힘든 상황도 없는데 왜 유난스럽게 구냐고 하죠. 아내가 아파도 그런가보다 하다가,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되레 화를 내요. 감싸줘야 한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이죠. 이 고비를 지나 노년기로 접어들면 감정기복은 줄어들게 되어 있어요. 계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슬기롭게 갱년기를 보내는 지혜가 필요해요. 위기를 잘 넘으면 함께 건강하게 살면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갱년기를 겪을 때 배우자와 갈등이 깊어지면 회복되기 어려워요.”
- 2018-05-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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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어 나는 악취, 입 냄새도 챙기세요
- 가령취(加齡臭)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 나는 냄새다. 일반적으로 ‘노인 냄새’로 알려진 고령자 특유의 냄새를 말한다. 40대 이후부터 점차 체내에서 배출되는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냄새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성 향수까지 출시됐을 정도다. 아쉽게도 노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냄새는 또 있다. 바로 입 냄새, 즉 구취(口臭)다. 은퇴 후 대인관계가 더 많아질 수도 있는 시니어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노넨알데하이드가 원인인 가령취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환기를 통해 냄새가 방 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고, 침구 세탁과 소독을 자주 한다. 소취제나 탈취제, 향수 등 기능성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향불과 같은 연소형 제품도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들이 품에 안기기 싫어하면 가령취를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 들수록 구취 발생 가능성 증가 구취의 경우 가령취와 해결 방법이 다르다. 원인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구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치주질환과 충치. 치주질환과 충치는 전 연령층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인데 왜 시니어들의 구취가 더 심각한 것일까. 이에 대해 콩세알튼튼예방치과 이병진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입안에 인공적인 보철물이 하나둘 늘어가기 마련이에요. 임플란트, 브리지, 크라운 등과 같은 보철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끼어 있는 음식물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것이 까다로워져요. 그리고 관리를 안 하면 점점 상태가 나빠져 냄새도 더 심해지죠. 문제는 이런 악취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됩니다.” 연령이 높아지면서 구취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있다. 특히 당뇨는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인한 악취와는 또 다른 냄새를 발생시킨다. 여러 질환으로 다양한 약을 복용할 때는 구취가 더 심해진다. 노화로 인해 타액 분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악취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구취에는 생선 비린내와 유사한 황(黃) 성분이 있어 불쾌감을 준다. ‘종이컵 숨쉬기’ 자가진단 소용없어 구취를 검색하면 다양한 자가진단법에 대한 정보들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용없다.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의 ‘침 냄새’ 맡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구취에 대해 후각세포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구취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구취를 인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이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러나 입 냄새가 난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주는지는 알아내기가 어렵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비가 개발돼 치과에 보급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가 그것. 그동안 외산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오바이오의 ‘브레스뷰’ 같은 국산 제품이 등장하면서 치과에서의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장비와 연결된 일회용 투명관을 입에 물고 2분 30초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구취의 여부는 물론 구취의 정도, 구취의 원인도 알려준다. 구취를 측정하면서 만성질환 발병을 몰랐던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자각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습관 개선, 냄새 제거에 도움 구취가 입안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만큼 해결 방법 역시 치료가 우선이다. 이 원장은 구취 원인에 따른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구취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 방법도 개인별 맞춤치료가 필요합니다. 구강상태, 칫솔질 습관이나 식습관, 전신질환, 호흡습관, 흡연 등 그 원인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치료를 해야 합니다. 가글 등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니 치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식사는 거르지 않는 게 좋다. 과일이나 아채를 골고루 먹으면 타액 분비가 촉진된다. 커피는 물을 함께 마셔주는 것이 좋다.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은 피하고, 자일리톨 껌 등으로 입과 혀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타액분비에 도움이 된다. 혀 클리너로 백태를 제거하면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지만, 백색의 혀 조직을 백태로 오해해 박박 긁어대면 혀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백태는 칫솔로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져 구분이 쉽다.
- 2018-05-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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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기부 "지식이 아닌 마음을 나누세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1위를 차지한 ’재능기부‘.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사례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천의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 가죽공예 재능기부 전도사 윤난희 씨 결혼 후 30대부터 문화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가죽공예 강의를 해온 윤난희(63) 씨. 지난해부터 오산시 5070청춘드림팀 재능기부단에 참여하며 나눔의 즐거움에 흠뻑 취해 있다. 이전에는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죽공예를 가르쳤는데,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해 재능을 나누는 그녀다. “어르신들께 가죽공예는 생소한 분야잖아요. 젊은이들을 가르칠 때와는 수업 매뉴얼을 바꾸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재능기부 대상에 따라 강의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윤 씨. 수강생의 세대나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접근했을 때는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재능기부는 나눔이 아닌 자기 능력 뽐내기에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 “‘내가 강사야, 선생이야’ 이런 걸 내세우기보단 최대한 그분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다가가야 해요. 제 경우에는 상담 봉사도 종종 하는데, 아이들에게 가죽공예를 가르치면서 이런저런 질문도 하면서 그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해요. 내가 가죽 수업 하러 갔다고 그것만 하고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다른 재능이 있다면 더 나눠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윤 씨는 나눔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잘 알기에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다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여러 기관에서 재능기부 요청이 와요. 수업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결국 재료비 때문에 진행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기관마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데, 가죽공예가 다른 수업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니까요. 기부자도, 기관도, 수강생도 재료비에 부담 없이 가죽을 즐길 방법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재능기부 실천을 위한 TIP ❶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라 기관이나 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수업도 좋지만, 먼저 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살펴보세요. 저도 성당에서 먼저 시작했답니다. 동네 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등 둘러보면 재능을 나눌 곳이 얼마든지 있어요. ❷ 하나의 재능만 나누려 하지 마라 수업의 특정 주제에만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가진 또 다른 능력을 끌어와 접목해보세요.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수업에 활력이 생기고 더 많이 나누고 얻을 수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❸ 대화를 많이 나눠라 수업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나 고민도 함께 이야기해보세요. 친밀도도 올라가고 더 가슴 뜨거운 재능기부가 될 거예요. ◇ 서예 재능기부 17년 차 서병규 씨 오산시에서 재능기부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눔 베테랑이 있다. 농촌진흥청 공무원 은퇴 후 17년째 오산시에서 서예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정산(靜山) 서병규 선생이다. 동네를 거닐다 보면 아이, 주부 할 것 없이 ‘선생님’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다양한 세대와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 노후가 즐겁다는 서 씨다. 알고 보니 그는 ‘서예’를 전공하거나,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선비였던 아버지께 어깨너머로 글 쓰는 법을 익혔고, 그때부터 죽 지필묵을 달고 지냈을 만큼 오랜 취미로 삼았던 것이 서예였다. “서예 재능기부를 하려고 전문 자격증이나 학위를 준비해본 적은 없어요. 스스로 터득한 재능을 나눠주고 있는 셈이죠. 내가 하는 일을 요즘엔 재능기부라 칭하지만, 맨 처음 서예 공부방을 열었을 때는 그런 말도 없었어요. 사실 나는 기부니 봉사니 그런 말이 부끄러워요. 수업을 하다 보면 결코 내 것만 나누는 게 아니거든요. 그 시간을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즐거움을 나누고, 배움을 얻는 거지요.” 서 씨가 처음 재능을 나눈 곳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오산시에 이사 온 기념으로 아파트에 글 한 폭을 써서 기증했는데, 이를 본 주민들이 서예를 가르쳐 달라 요청한 것. 그렇게 30명 남짓으로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경로당과 어린이 교실까지 진행하게 됐다. 서예 수업이라 해서 붓만 슥 휘두르고 온다 생각하면 오산. 수강생들이 보고 베껴 쓸 체본을 만드는 데만 시간이 제법 걸린다. 한 장을 써서 종이를 복사하면 간편하겠지만, 하나하나 다른 문장을 직접 화선지에 써서 준비하며 공을 들인다. “수강생들을 위한 배려이지만, 자기 수양까지 겸하는 과정이죠. 나도 완벽하지는 않잖아요. 수업을 하면서 내 글씨도 더 좋아졌고, 공부가 많이 됐어요. 함께 성장하는 거죠.” 재능기부 실천을 위한 TIP ❶ 취미도 나눌 수 있다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갑자기 없던 능력을 키우거나 자격증 따기에 매진하지 마세요. 평범한 재능, 오래된 취미 등도 충분히 나눌 수 있으니까요. 꼭 큰 것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녜요. 작은 것도 나누면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❷ 머리 아닌 마음으로 나눠라 재능기부가 뜻깊은 시간이 되려면 머릿속 지식만 공유하지 말고, 따뜻한 마음도 함께 나누세요. 주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거예요. ❸ 나눔 외에 욕심 부리지 마라 재능기부를 통해 돈, 명예, 지위 등을 얻으려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선행은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학문은 공명을 탐하지 않는다’라는 제 좌우명을 나눠봅니다.
- 2018-05-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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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직업으로 요양보호사 어떨까?
-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 2018-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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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읽기 좋은 도서들
- 가정의 달 5월, 이달에 읽기 좋은 신간들을 소개한다.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이성낙 저ㆍ눌와 피부과 전문의 이성낙 박사가 조선시대 초상화 속 인물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그들의 피부질환에 대해 진단한다. 백반, 다모증을 비롯한 희귀 피부 질환과 얼굴의 흠결까지 가감 없이 그린 조선시대 초상화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 일본, 서양 초상화와의 비교를 통해 조선시대 초상화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저자는 피부 상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선비정신 덕분”이라 언급하며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은 조선을 이끈 이들의 정직함, 올곧음의 증거”라 설명한다. 519점의 초상화를 토대로 피부를 진단했는데, 전체 중 268점에서 20종에 달하는 다양한 피부병변을 발견했다. 검버섯 85점, 돌출 검버섯 37점, 천연두 흉터 73점, 흑색황달 9점 등 일반적인 피부병부터 희귀질환까지 다양하게 드러났다. 이 중 피부병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초상화 18폭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 책에 대해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이성낙 박사의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에 대한 연구는 의학적 소견과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이 동시에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라며 “미술사와 의학이 만나는 학제 간 통섭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웅변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조정래, 조재면 저ㆍ해냄 70대 할아버지 조정래 작가와 고등학교 2학년인 손자 조재면 군이 1년여 동안 글로 써내려간 논술 대화를 모은 책이다. 할아버지의 글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경험한 이의 생생한 관점이, 손자의 글에는 10대 눈높이에서 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엄마와 딸 사이 곽소현 저ㆍ소울메이트 엄마와 딸의 갈등 원인과 해결 방법을 담은 심리서. 심리치료 전문가로서 20여 년간 상담 현장에서 많은 딸을 만나온 저자는 20~30대 여성들이 호소하는 엄마와의 갈등과 불편 사례에 대해 언급하며, 이에 대한 솔루션을 영화, 시, 그림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빌 게이츠의 화장실 이순희 저ㆍ빈빈책방 야외 배변으로 인해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을 돕고자 나선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야외 배변 문제의 심각성과 그 해결 방안을 짚고, 우리가 사용하는 쾌적한 수세식 화장실이 결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 사카이 준코 저ㆍ살림 중년 이후 겪는 ‘첫’ 경험들로 가득한 일상의 기록. 모든 일에 능수능란하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서툰 나날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렸다. 저자는 몇 살이든 생일을 맞는 나이는 “태어나 처음”이라 말하며 현재의 삶이 주는 새로움에 주목한다.
- 2018-05-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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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결혼 어떻게 볼 것인가? (2)
- 국제결혼의 시작은 국제결혼 회사와의 상담부터 시작된다.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경제적 능력, 어떤 여자를 원하는가 등을 고려한 상담을 통해 맞는 여성을 고르는 것이다. 국제결혼 회사는 서로의 프로필을 인터넷에 올리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오면 서로 영상 통화를 하게 한다. 그리고 베트남으로 가 맞선을 본다. 둘이 오케이 하면 신부는 그날 산부인과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는다. 에이즈, 성병, 임신 여부 등의 검사를 한다. 심지어 신랑이 요청하면 숫처녀임을 증명하는 확인서도 떼어준다. 다음 날 신부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식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치른다. 남자는 한국으로 귀국하지만, 신부는 그때부터 한국어 학당에 다니며 한국어 자격시험을 대비하는 공부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한 기숙사에서 합숙을 하며 한국 문화 공부와 신부 수업도 한다. 이렇게 6개월에서 8개월 정도의 과정을 거치면 한국 입국 비자가 나오고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남자가 자주 베트남에 드나든다.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나라다. 이런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국제결혼 회사를 잘 선택해야 한다. 장삿속으로 말이 자주 바뀌거나 성사만 밀어붙이는 회사보다는 정도를 지키며 성심껏 마음을 써주는 회사가 좋다. 괜찮은 베트남 여성을 데려오는 데는 회사의 능력이 좌우한다. 국제결혼 회사에 내는 회비는 대략 1500만 원 정도다. 요즘은 조건이 안 되어 결혼을 못하는 남자가 많다. 여자들은 경제력이 생겨 결혼은 안할 수도 있다는 풍조다. 결혼을 해도 한국 여자는 자녀를 하나 또는 아예 안 낳으려고 한다. 그 때문에 ‘인구 절벽’이라는 큰 위기 앞에 와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문을 닫고, 지방 백화점도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에 있다. 나라를 지킬 군인도 부족하게 된다. 소비도 급격하게 줄어 경제에 큰 타격이 온다. 그 타개책 중 하나가 국제결혼이다. 베트남 여자와 결혼하면 다문화 가정이 되는데 자녀들이 다문화 가정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다문화 가정은 빠르게 확산되어 지방에서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더 많은 학교도 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 남자는 이전에는 군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1세대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정상적으로 군 입대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 인식도 변하는 중이다. 간혹 안 좋은 일도 생기지만, 대부분 여자 측 잘못보다는 남자 측 잘못이 많다고 한다. 문화가 다르고 말이 안 통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여자를 배려하지 않고 폭력을 하는 남편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시댁과의 갈등도 있다고 들었다. 베트남 TV에서는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다. 그 때문인지 베트남 여성들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거나 친척집이 가까이 있는 것을 꺼려한다. 그래도 베트남 신부들은 유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 어른을 모실 줄 알고 남편에게도 잘한다는 평이다. 배려, 포옹, 기다림을 잘 실천하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이다.
- 2018-04-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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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본원적 행동과 숭고한 철학의 결합이다-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 애초부터 걷기와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고비’라는 말과 맞닿아 있던 삶. 다양한 운동 방법이 세상에 넘쳐나지만 걷는 게 그에게는 최적, 최상, 최고의 선택이었을 게다. 극복을 위한 아주 원초적 접근 방법.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뎌 무조건 길을 나선다. 걷는다. 여행한다. 궁극의 선택 안에서 자유를 찾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내가 목소리만 좋았으면 배우가 됐을 거예요!(웃음)” 사진을 찍는 동안 오십 넘은 중년의 얼굴이 어린 소년처럼 한껏 생기가 넘친다. 모델로서 이런 포토제닉 또한 오랜만이다. 기본적으로 재밌고 대화하는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 자신에 대한 사랑까지 충만하다.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걷기에 여행 이야기가 더해지니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최근 ‘마흔 넘어 걷기 여행’이라는 책을 낸 걷기 여행 전문가(?)이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金鍾佑·53) 교수를 만났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걷기 성지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제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제 삶의 철학 중 하나죠. 여행을 가더라도 좀 걷자! 대학생인 딸도 그렇고 저보다 어린 직장인, 병원 내 레지던트들이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도 그렇고. 좀처럼 재미가 없어요. 안타까워요. 어디를 가도 장소를 점처럼 찍어서 가요. 마치 사진작가처럼, 먹는 것을 찾아 떠난 셰프처럼 그렇게요.” 선을 연결해 영토를 확장하듯 면을 만들고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게 걷기 여행이다. 돈도 적게 들고 좋은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여행자 자신의 관심사를 명확히 알게 해주기 때문에 걷기 여행이 매력적이라고.. “걷기는 인간의 본능적 행동이자 의도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행위이죠. 여행은 반복된 일상에서 벗어나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걷기와 여행이 결합하면 떠나는 순간부터 마칠 때까지 여정 속에 푹 빠져서 자기 자신을 찾고 새로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걷기에 의사의 해석이 더해지다 걷기 여행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걷기가 뭔지 들어보기로 했다. 걷기에는 운동이라는 요소와 철학이라는 요소가 맞물려 있다고 김종우 교수는 말한다. 걷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육체적인 성취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여행하고, 세상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놀라운 행위가 걷기다. “한 일간지에서 걷기 두 시간 해봤자 운동 효과 제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쓰고 있는 문화일보 고정 칼럼에 ‘걷기는 굉장히 중요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철학이 담긴 활동’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걷기를 그냥 운동이라고만 생각하면 그건 걷기가 아니죠.” 스트레스와 화병 전문가인 김종우 교수는 오랜 기간 한 월간지에서 주최하는 건강캠프 등에서 상담과 주치의를 맡아왔다. 한의학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 치료의 가장 좋은 조건이 자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 활동량이 많이 떨어집니다. 가장 큰 해결책이 어떻게 하면 활동량을 늘리느냐 하는 점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 자연만 한 좋은 환경은 없죠. 물론 자연에서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조용히 걷고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심적 치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걷기 여행이 주는 매력을 말하다 치유 프로그램이나 트레킹 스태프로 참여할 때마다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참여자들과 토론을 하고 강의도 한다. 선정된 주제에 관련한 책들을 먼저 많이 읽어두고 그 느낌을 걸으면서 계속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스태프로 참여할 때는 걷기와 관련해 훨씬 더 많은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걷기 여행의 콘셉트을 제대로 가지고 가고 싶어서요.” 문득 걷기 여행을 예찬하는 김종우 교수가 이렇게 스스로 준비해 참가자들과 철학적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부담 되지 않는지 물었다. 예전부터 자신도 비슷한 방식으로 여행을 해왔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 오십이 넘으면 내가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얻은 것을 전해야죠. 선생의 즐거움은 가르침을 주는 것이잖아요. 가르침의 즐거움이 없으면 선생을 할 필요가 없죠.(웃음)” 김종우 교수는 일반인과 함께 참여하는 걷기 프로그램을 즐긴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걷고 명상하는 일을 반복하지만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저는 정말 굉장한 스태프예요.(웃음) 아침 6시부터 명상이나 새벽 산책을 해요. 이때는 주로 육칠십대 분들이 참여합니다. 그리고 두 시간 걷죠. 아침식사를 하고 한나절을 걷고 점심을 먹고 또 걸어요. 저녁식사 후에는 허리나 무릎에 침을 놔줘요. 물집도 다 따주고요. 그러고 나서 오후 8시, 9시쯤 되면 밤 산책을 나가요. 그때는 사오십대가 많이 가세요. 대신 이 사람들은 다음 날 새벽에 절대 안 나와요. 저는 다시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걷죠. 풀타임으로요.(웃음)”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걷기 좋은 시간은 언제일까? 김종우 교수는 이른 아침 통이 트기 시작할 때를 꼽았다. 도시건 자연이건 가장 근본적인 원초적 에너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새벽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접점은 해 뜰 때거든요. 여명이 딱 깃들 때 도시와 자연은 정말 달라요. 자연은 특히 이탈리아의 돌로미티 같은 곳에 가면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요. 새벽에는 그 도시의 풋풋함이 느껴집니다.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내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 명상인데 새벽에는 장애 요소들이 없잖아요. 새벽 산책은 도시건 자연이건 각성,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에요. 만약 도시여행이라면 해가 뜨고 나서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 하나 딱 먹으면 최고죠. 그리고 새벽에 걸으면 두 배는 더 여행할 수 있고요.” 모두가 말린 히말라야에 오르다 걷기 프로그램 주치의로 활동하다 급기야 히말라야 트레킹에까지 참여하게 됐다. 히말라야는 김종우 교수가 가서는 안 될 장소였다. “저는 세 살, 일곱 살 때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뛰지를 못하니까 체육시간에 맨날 낙오됐어요. 30대 중반에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서 반복적으로 응급실에 갔었고 중환자실에도 들어갔다 왔고요. 그런 저에게 히말라야가 다가왔습니다. 무조건 간 거죠.” 이런 제안이 없으면 언제 또 히말라야에 가보나 생각했다. 심장병 주치의가 말렸지만, 비아그라를 처방받아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도보 코스도 굉장히 좋았고 마지막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았어요. 1000m에서 2000m, 3000m 갈 때 힘들어지는데 산은 올라갈수록 에너지가 생겨요. 반복적인 리듬으로 계속 가다 보면 걷는 게 쉬워지거든요. 트레킹을 아주 재밌고 멋지게 다녀왔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사지 보행을 하면서 힘들게 올라갔다는 고백(?)을 받아냈다. 그 후로 스페인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를 비롯해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도로와 터키의 리키안 웨이 등 세계 유수의 트레킹 코스를 다녀왔다. 그렇게 걸어 다니면서 꼭 지키는 법칙이 있는데 밤 12시에는 반드시 잔다는 것. “일과를 마치고 나면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선술집에 가요. 맥주 한 병 혹은 와인 두 잔이 딱 적당하죠. 그리고 함께 걸었던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해요. 사람들이 똑같은 길을 온종일 걸었다고 칩시다. 그럼 다 똑같은 거만 볼까요? 얘기를 하다 보면 훨씬 더 다양한 느낌이 와요. 그러고는 밤 12시에 취침에 들어가는 거죠.” 가족과 함께 나서는 길 꼭 프로그램을 통해 걷기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걷기 여행 조기교육을 받은 대학생인 아이들과 아내가 함께 할 때도 있다. 작년에는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올해는 일본 순례자의 길인 오헨로에 다녀왔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100km인데 3일 동안 60km를 걸었습니다. 어렸을 때도 아이들이 배낭 메고 10km, 20km 걸었거든요. 일본 시코쿠에 1400km의 오헨로 길이 있어요. 88개의 절을 지나는 순례길이죠. 한 번 갔을 때 다 걸으려면 45일은 걸립니다. 저는 직업도 있고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딱 10년 계획을 세웠어요. 1년에 일주일 정도 120km만 걷자. 아내하고 아이들 다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기특하게도 우리 애들은 걷자고 하면 걸어요.” 물론 가족들과 가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계속 걷기보다는 도시 여행도 한다. 오헨로 길 여행 때는 이틀은 걷고 이틀 노는 방식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다음 달에도 오헨로 길을 가는데 아내와 6일 내내 걷기로 했다. “아내가 날 좋아하니까요.(웃음) 나 혼자 즐기는 게 억울해서 가는 거겠죠. 그런데 아내가 대단한 것이 10년 동안 그 길을 걸을 계획이라니까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떠날 때마다 제안하겠지만 아마도 아내랑 함께 걷게 될 거 같아요.” 생사를 넘나드는 삶 속에서 얻은 깨달음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네 번의 전신마취를 했다. 그때 깨달았다. 수술대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굴곡진 길 또한 쉼 없이 걸었다. 명상하고 마음을 다잡고 하는 건 벌써 오래전에 끝냈다는 김종우 교수. “삶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봤자 달라지지 않아요. 문득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고 한두 번 씩 깨달으면 됩니다. 내면의 뭘 찾겠다고 해봤자 다 내 삶이거든요.(웃음)” 올 초에도 몇 번이나 힘든 일들을 겪었다. 1월에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번졌다. 수술 도중에 담석이 발견됐지만 곧바로 제거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심장이 약해 전신마취가 쉽지 않았던 것. 결국 일본 오헨로 길 여행을 다녀온 후에 담석 제거를 했다. “간단한 수술이기는 한데 일본 트레킹 가서 아이들한테 그랬어요. 아빠는 언제 갈지 모른다고요. 너희들 대학교까지 보내고 잘 키워놨으니까 언제든 혼자 살 수 있겠다고 말했죠. 물론 술 먹으면서 잘 풀어서 대화했습니다. 우리가 걷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자연과 교감을 하는 것이죠. 건강한 삶을 추구하지만, 또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자연의 이치 같은.” 가보고 싶은 길이 있냐고 물었다. 어디를 가도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회 때문에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갔을 때도 3시간씩 걸었어요. 어디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적당한 장소에 에스프레소와 크루와상이 있으면 정말 끝내주겠죠.”
- 2018-04-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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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언과 위로가 화 부르는 우울증
- 개인 방송 중 진행자가 갑자기 8층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지막지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러한 사건의 근저에는 한국 사회를 옥죄고 있는 우울증이란 질환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항우울제 소비량은 꼴찌 수준일 만큼 우울증 치료에 인색하다. 2015년에 28개국 중 27위였다. 이런 상황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중병만큼이나 무섭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노성원(盧聖元·46) 교수를 통해 우울증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여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우울증이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남성의 2배 정도 된다. 노성원 교수는 남녀 간 우울증 발생의 차이가 나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월경을 통해 매달 호르몬의 변화를 큰 폭으로 겪게 되니까요. 또 출산 역시 엄청난 호르몬 변화를 가져오고, 폐경 전후에도 마찬가지죠. 심각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생리전 증후군이나 산후우울증, 갱년기우울증 모두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인 우울증 일종이라 보면 됩니다.” 노 교수는 여성이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 역시 우울증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목한다. 출산과 육아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오늘날에는 맞벌이 등으로 사회참여 폭까지 넓어지면서 스트레스의 종류와 양이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중년의 우울증에는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또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상실이다. 상실로 인한 대표적인 우울증으로는 빈둥지증후군이 있다.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집이 텅 비면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또 친구나 친지들이 아프거나 사망하기 시작하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질환에 걸려도 상실감은 찾아온다. 은퇴로 인한 사회적 지위나 직장의 상실도 마찬가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영향이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 수술 후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거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 뇌에 영향을 주면서 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만큼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한 병이다. 치매와 우울증 구분 방법은? 전문의들은 우울증에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 증상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가장 큰 증상은 기분의 변화다. 의욕이 사라지고 축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생리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사라진다. 그러다 사고의 변화까지 일으킨다. 모든 사안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이 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허무망상이 심해지면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인지능력 저하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흔히 말하는 ‘총기’가 사라진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흔히 치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를 잘하면 명의로 평가받기도 하죠. 치매가 치료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 장애와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은 다소 다릅니다. 치매의 경우는 본인이 잘 받아들이지 못해요. 떠올리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그런 노력을 귀찮아하고 포기해버려요.”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몸의 통증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내는 데 적극적인 서구권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울증 증상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표현에 서툴잖아요. 특히 남성들은 더하죠. 가면성 우울증은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우울증 환자인 경우를 말해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마음의 이상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몸이 아픈데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봐도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우울증일 수 있다고 의심해봐야 할 때는 언제일까. 노 교수는 평소에 비해 모든 것이 귀찮고, 우울하고, 입맛도 떨어진 것 같으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재미있게 보던 TV 드라마가 재미가 없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웃기지 않고, 평소 관심 있어 하던 주제에도 흥미를 잃어버렸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은 외형적인 변화도 일으킨다. 즉 행동이 느려지고, 외출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예정되어 있던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두문불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며칠 그러다 말지만, 2주 이상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발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료는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잘 알려진 것처럼 우울증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다.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주면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약물을 통해 보충해준다. 약물 치료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성분도 아니고 복용 방법도 아니다. 바로 끈기와 인내다. “우울증 치료제는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려면 2~3주 정도 지나야 하고, 치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해요. 또 치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드셔야 합니다. 치료 중간에 약을 끊어도 변화가 아주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전에 이런 부분을 반드시 강조합니다.” 약물 치료 외에 전기나 자기로 뇌를 자극해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이 심해 당장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는 환자, 약물 치료가 어려운 임산부 혹은 고령의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일주일에 2~3회씩 2~3개월 동안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치료 효과는 높은 편이다. 마취 후 시술하기 때문에 통증 염려도 없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걸어라” 우울증처럼 환자들이 의학적인 치료 외의 방법에 매달리는 병은 많지 않다. 그만큼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고, 주변에 알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교수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 도움될 것 같지만 우울증 환자에겐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나만 비참하다 생각되면 증세만 심해질 뿐이니까요. 술과 담배 역시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만 나타날 뿐입니다. 치료 없는 상담도 큰 도움이 안 돼요.”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주변의 조언이다. 의지가 문제라거나 정신 차리라는 등의 충고는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섣부른 위로도 마찬가지. 우울증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그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노 교수는 조언한다.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창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걷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걷기는 가벼운 우울증에 좋다. 의료계에서 인정한 거의 유일한 자가치료 방법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우울증 관련 서적을 읽어본다면 스스로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도움이 된다.
- 2018-04-09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