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인공이었던 적도, 멜로 연기를 한 적도 없어요.” 켜켜이 쌓은 필모그래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베테랑 배우 윤유선(54)의 고백이다. 주연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일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윤유선은 사실 그만의 ‘행복한 인생’ 속 주인공이다.
일곱 살 때 영화 ‘만나야 할 사람’으로 데뷔한 윤유선은 48년간 ‘배우’라는 명함을 달고 있다. 배우로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는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보통의 배우들처럼 당시 윤유선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20대 때 이런 일도 겪었다. 윤유선은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발탁됐는데, 맡은 역할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런데 대본 리딩을 마친 후 다른 배우로 캐스팅이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작진은 윤유선이 역할을 소화하기에 통통하다고 생각했고, 교체를 강행했다.
윤유선은 한동안 힘들었지만, 금세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돌렸다. “그 배우가 그 역할을 정말 잘 소화했고, 나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그리고 저도 혹독한 관리를 못 한 부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후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그는 말했다. 더불어 48년의 롱런 비결에 대해 “욕심이 많지 않았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고 겸손한 발언을 했다.
“물론 욕심을 내서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보다 더 잘 됐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온 힘을 쏟지 않아서 지치지 않았고, 즐기면서 일한 덕분에 지금까지 배우로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일을 오래 하는데 재미를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지금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함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저는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완벽을 기대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여러분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웃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침에 날씨가 맑고 상쾌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하.”
흑백 영화에서 OTT까지
“제가 아역 배우였을 때는 영화 촬영을 지금처럼 필름이 아닌 테이프로 하던 시절이었어요. 당연히 흑백 영화였고, 후시녹음(촬영이 끝나고 주로 성우가 대사를 녹음)을 했죠.” 예쁜 아이였던 윤유선은 이모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아역 배우 시절의 촬영 환경을 묻자 과거의 추억을 신나서 쏟아놓는다. 거의 50년, 변화무쌍한 일터를 변함없이 지킨 베테랑 배우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윤유선은 특히 2000년대, 201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MBC ‘궁’,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꼽았다. 그는 자신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었는데, 출연작을 돌아보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일단 개연성 없는 막장은 싫어해요. 그리고 어두운 범죄 스릴러 작품도 피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성향상 잘 만든 작품이라 하더라도 너무 어둡고 잔인하면 시청 후 며칠은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저처럼 대중예술 작품에 영향을 받는 분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가능하면 밝고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은 그동안의 작품과 결이 조금 달라 보인다. ‘사냥개들’은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유선은 “범죄물이라기보다는 액션물에 가깝고, 주인공들의 서사가 순수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배우 우도환과의 인연으로 ‘사냥개들’ 출연이 성사됐다. OCN ‘구해줘’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우도환은 ‘사냥개들’에서 엄마 역할을 꼭 윤유선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작진에게 요청했단다. 이렇게 해서 윤유선은 ‘사냥개들’로 OTT 드라마에 진출하게 됐다. 극 중 그가 연기한 김건우(우도환 역)의 어머니는 가난한 삶 속에 아들을 키운 인물로, 아들이 악의 무리와 싸우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사전 제작 드라마이고, 또 감독님께서 영화감독이셨기 때문에 촬영 당시 영화를 찍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특히 내추럴한 모습을 원하셔서 화장을 전혀 안 하기도 했어요. 가난한 역할을 이전에도 연기했지만, 이렇게까지 화장을 안 한 적은 처음이에요. 어쨌거나 저한테도 새로운 모습에 도전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보다 도환이가 그 추운 겨울에 액션 신을 찍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죠.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 같기도 하고, 저보다 큰 어른 같기도 하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국민 엄마 그리고 진짜 남매 엄마
윤유선에게는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주연 제안이 안 들어오자 그는 하나의 돌파구로 엄마 연기를 맡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부터였으니 엄마 연기 경력만 30년이 넘었다. 주지훈, 최우식, 이종석, 김고은 등이 아들과 딸로 그를 거쳐갔다. 열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진욱과 모자(母子) 호흡을 펼친 적도 있다. 윤유선은 “결혼을 하고 진짜 엄마가 된 후 연기를 하면서 공감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JTBC ‘맏이’에서 엄마 연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헌신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였는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죠. MBC ‘짝패’에서는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였는데, 공감되는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사실 엄마도 사람인데 좋을 때도 있지만 실수할 때도 있고, 화를 낼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 역할을 연기하면서 공감되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윤유선은 실제로 어떤 엄마일까.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윤유선은 “애들이 벌써 성인이다. 육아를 거의 끝내놓고 보니 아이들한테 더 잘 해줄걸, 좀 더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많이 못 봐줬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상한 성격의 남편이 아이들과 더 잘 놀아주고 육아를 열심히 해줬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윤유선의 남편은 이성호 판사로,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다. 윤유선과 이성호 판사는 만난 지 100일이 안 돼 결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윤유선은 “남편이 계속 자기가 나와 결혼해준 거라고 말한다”면서 “까다로울 때도, 허당스러울 때도 있는 저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더라”라고 말했다.
“제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거예요. 인내심이 많고 배려를 엄청 많이 해줘요. 직업을 생각하면 딱딱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굉장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에요. 아이들한테도 엄청 좋은 아빠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남편과 아이들과 화목한 일상을 보낼 수 있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나이 듦 두려움 없어
윤유선은 2017년 11년 만에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 출연했고, 그때부터 연극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는 연극의 매력에 대해 “아이들도 다 컸고, 무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무대의 장점은 한 작품을 오래 연습하고 고민한다는 점인 것 같다. 매체 연기만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으니까 다양한 연기를 해보는 거다. 한 장르만 고집하는 것은 편식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유선은 2020년부터 연극 ‘친정 엄마와 2박 3일’로 무대를 해왔다. 엄마 역의 강부자가 직접 출연을 요청해 함께하고 있다. 1977년 TBC 드라마 ‘청실홍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케미스트리를 무대에서 자랑하고 있다. 사실 윤유선은 강부자 외에도 선배 배우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김영옥과도 각별한 사이다.
“강부자 선생님은 진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에요. 똑같은 대사인데 무대에 설 때마다 다 다른 느낌이 들어요. 선배님과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제게는 감동이에요. 김영옥 선생님은 정말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일과 가정, 삶의 밸런스가 좋아서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또 매번 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조언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느껴요.”
윤유선은 앞으로도 연기 생활을 이어가며 선배 배우들을 닮아가고 싶다. 그는 “예전에 ‘바람은 불어도’(1995년)라는 드라마를 할 때도 ‘지팡이 짚을 때까지 연기할 거야’라고 말했었다. 이제는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연기가 더 재밌어졌으니까”라고 말했다. 아역에서 성인 배우, 중년 배우로 성장의 시간을 보낸 윤유선은 새롭게 시작될 미래도 기대하고 있다.
“가끔 동안이라고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저는 열심히 늙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로서 늙는 게 두렵지 않아요. 나이에 맞는 역할과 연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50대 중반은 엄마로서, 여자로서, 성숙한 어른으로서 고민이 많은 시기 같아요. 그 나이의 고민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할 기회가 오면 좋겠죠.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넘어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선생님들한테 사랑받은 만큼 후배들한테 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특유의 시원한 어투로 말을 던진다. 2030 여성 쇼핑 광고에 시니어 모델인 윤여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꽃무늬 카디건을 즐겨 입고, 고소한 흑임자 디저트를 즐긴다. 가방에는 고운 색의 전통 매듭 키링이 달려 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할머니집 장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개 봉황이 반짝인다. ‘할메니얼’이라 불리는 2030이다.
할머니 취향 즐기는 ‘할메니얼’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1982년부터 2000년생을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흑임자·인절미·쑥 등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고, 펑퍼짐한 꽃무늬 스커트나 엉덩이를 덮는 카디건을 즐겨 입는 등 할머니의 취향을 즐기는 밀레니얼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멋과 우아함을 뜻하는 ‘시크’(Chic)를 결합한 ‘그래니 시크’,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옛것을 세련되게 즐기는 밀레니얼의 부상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이었다. 70만 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였다. ‘발효 보리건빵’, ‘달콤바삭 누룽지 과자’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오란다, 연근부각, 두부스낵, 꿀약과 등이 순위에 들었다.
밀레니얼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대는 단백질이 들어갔거나 칼로리가 낮은 과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운동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질 정도로 밀레니얼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팥, 인절미, 흑임자, 쑥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식재료다. 밀레니얼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맛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할머니가 즐겨 먹던 간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에게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 패션’도 유행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으로 B급 감성을 표방한다. SNS에는 ‘그래니룩’(Granny Look), ‘할미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인기다.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3개월간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라인과 주름치마 등 과거 유행하던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매듭 공예품, 전통 무늬 스마트폰 케이스 등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화려한 플라워 패턴 벽지 등이 유행하는 등 할메니얼 열풍은 음식,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 인기
배우 윤여정은 지그재그 광고 티저에서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13초짜리 이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본편 광고인 ‘니들 맘대로 사세요’ 편의 조회수는 47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이번 지그재그 광고 모델 인지도는 93%로 매우 높았으며,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 비율은 41%에 달했다. ‘매우 구입 의향이 생김’이라는 답변도 33%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2021년 4월에 선보였는데, 이달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상승했으며, 론칭 이래 최고 일간 사용자 수와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0대 시니어 모델이 2030 쇼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패션이든 인생이든 왔다 갔다 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할메니얼 열풍에 힘입어 2030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첵스 팥맛’을 신 메뉴로 출시하면서 64년 차 배우 김영옥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배민 오더’ 광고에는 배우 문숙이 등장하고, 리더스코스메틱의 바이럴 영상에는 배우 강부자가 나온다.
밀레니얼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들의 멋을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멘토로 삼기도 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세련된’ 할머니가 트렌드로 거듭나는 이유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지난 12년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1000석 이상 대국장 전국투어를 이어오며 대한민국 연극 최초 해외 공연을 비롯 누적관객 80만을 넘어선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엄마의 전화 한 통 살갑게 받아주지 못하던 바쁜 서울깍쟁이 딸 미영은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시골 친정엄마 집을 찾는다. 그렇게 모녀는 후회와 화해의 2박 3일을 보내고, 극은 두 사람의 대화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 역은 '국민엄마' 배우 강부자가 맡았으며, 12년의 공연 역사를 이어간다. 딸 역에는 배우 윤유선이 캐스팅 됐다. 차분한 맏며느리 이미지이지만, 할 말 다하는 딸의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특히 그는 강부자와 친모녀 같은 호흡을 뽐낼 예정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한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윤유선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번 연극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나중에 알게 됐는데, 회의 때 제작진 분들과 강부자 선생님이 만장일치로 저를 딸 역할로 뽑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강부자 선생님이 따로 전화를 주시기도 했는데, 선생님과 같이 연기하게 되어서 기뻐요.
강부자 선생님과의 연기 호흡은 어떤가?
선생님과의 연기 호흡은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최근에 유튜브 영상에서 예전 TBC 드라마 '청실홍실'을 봤어요. 선생님이 제 할머니로 나오셔서, 같이 가래떡 먹으면서 대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초등학생 때인데 다시 보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웃음) 커서는 결혼하기 전에, 단막극에서 딸과 엄마로 선생님과 한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드라마 대사가 '친정엄마랑 2박3일'하고 똑같아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이번 연극까지, 중간에 다른 작품들도 있을 것 같은데... 크게는 이렇게 세 작품을 같이 한 것 같아요.
강부자 선생님은 무섭다는 인식이 강한데, 실제로 어떤가?
제가 어렸을 때 콧물을 흘리면, 선생님이 손으로 짜주시고 했거든요? 남의 애기한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랬던 기억이 나서 저는 선생님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고, 많은 사랑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하죠. 지금도 선생님한테 엄마처럼 막해요. 하하.
딸 연기를 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이게 사실 극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모든 딸과 엄마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좋게 잘 쓰여진 대본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그냥 엄마 생각도 하고, 진짜 내가 엄마한테 왜 그랬었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서로의 마음은 알지만 입장이 달라서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엄마와 딸이니깐, 그런 것들을 리얼하게 생각하면서 연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이게 사실 요즘 얘기이기보다는 저희 때 엄마와 딸의 이야기 같잖아요. 사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보실지 공감하실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그래도 엄마와 딸의 감정표현이나 대화는 상황이 다르지만 공감이 되는 상황일 것 같아요. 엄마의 마음을 알고, 딸도 엄마한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 또 다른 작품 계획이 있나?
현재 사전제작 작품을 찍고 있어요. '유미의 세포들'에도 김고은 씨 엄마로 나왔고요. 그리고 SBS 예능 프로그램 '워맨스가 필요해'를 하고 있어서 연말까지는 바쁠 것 같아요. 편한 친구들과의 일상이 공감이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예능을 하게 됐어요. 연극도, 예능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일정 11월 12일~11월 28일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연출 나진환
출연 강부자, 윤유선, 장하란, 유정기, 김남진, 이요성 등.
시니어들이 다양한 업계와 기업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광고 모델은 젊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이 같은 시니어모델은 동년배인 시니어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 4월 배우 윤여정을 광고 모델로 세웠다. 지그재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광고 영상 ‘니들 맘대로 사세요’ 영상은 468만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최근 광고 중 가장 인상 깊고 가장 힙하다’, ‘내 손으로 찾아서 본 광고는 처음이다’ 같은 호평을 받았다.
지그재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온 윤여정의 삶처럼 패션이든 인생이든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직접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델로 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5060 시니어 모델 8명으로 구성된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와 손을 잡았다. 시니어 패션 콘텐츠를 다루는 ‘더뉴그레이’가 기획한 아저씨즈의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워는 10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아저씨즈 멤버 8명은 바버·시리즈·라코스테 등 브랜드 8곳에 각각 매칭돼 각자 담당한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화장품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지난 2월 배우 강부자와 함께한 광고 영상을 게재했다. 자자의 ‘버스안에서’라는 노래를 개사해 ‘부자의 버스안에서’를 탄생시켰으며, 강부자는 신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과 마주했다.
시니어의 영향력은 유통업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햇반컵반은 지난 4월 배우 나문희를 모델로 발탁해 ‘명탐정 컵반즈’ 캠페인을 선보였다. 탐정이 된 나문희가 햇반컵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형 콘텐츠다.
광고 영상 마지막에 나문희의 대표 출연작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명한 대사인 ‘호박고구마’를 오마주한 ‘햇반컵반햇’이라는 음성이 나오는 재미 요소를 더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시니어 모델들의 인기가 치솟는 까닭은 은퇴 후 사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세에서 75세까지의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 인구가 크게 늘어난 데 있다. 또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재미를 쫓는 20-30대 취향까지 저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배우 나문희를 기용한 이유에 대해 “나문희는 최근까지도 거침없이 하이킥 명대사로 유튜브 내에서 주목받고 있었다”며 “소비자 선호도 조사 결과 특히 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드러나 모델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MZ세대는 세계관(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이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광고를 시리즈로 구성했다”며 “기대한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사전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취기가 오른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피아노 선제공격이 먹혔다. 임수정이 바로 옆에서 노래하고 내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이슬 같은 여자 임수정과 참이슬을 마주하고 흥이 돋는 밤을 보냈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옆에 있어주세요~” 이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가사 그대로 무작정 임수정이 좋아 죽었었다. 이 노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라디오로 흘러나오던 그녀의 전성기 시절 피가 끓는 청년 이봉규는 마치 그녀가 나에게 옆에 있어 달라고 애타게 원하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입을 헤~ 벌리고 넋을 놓은 적이 많았다.
중년이 되어서도 “임수정은 어디서 뭘 하고 지낼까?” 궁금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에 배철수가 진행하는 ‘콘서트 7080’에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랐다. “아니 어쩜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이슬 같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오늘 임수정을 만나고는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조그만 선술집에서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대뜸 물었다. “아직도 이슬 같은 비결이 뭡니까?” 그녀는 그런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일까? 담담한 표정으로 “‘참이슬’을 많이 먹어서 그래요”라고 받아치며 소주병을 능숙하게 흔들고 딴다. 정확한 주량은 말하지 않았지만 “남들 마실 만큼은 마신다. 어지간해서 잘 취하지 않는다”고 믿기 힘든 말을 던진다. 의아한 반전에 한량 이봉규도 움찔하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한 술자리가 2차까지 이어지면서 한바탕 무르익어갈 무렵에서야 눈치를 챘다. 술도 약한 편은 아니지만 정신력이 강해서 절대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는 걸. 임수정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 술자리에서 흐트러지면 늑대들은 아마 제정신 차리기 힘들 것이다. 어려서부터 약간 틈만 보이면 자신에게 남자들이 달려든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본능적으로 자기방어가 몸에 배어 있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더욱 철저하다. 인터뷰하는 나와의 술자리도 매니저인 그녀의 사촌 동생이 옆자리에 딱 붙어서 경호했다. 매니저가 사촌 동생인 점도 아마 철저한 자기관리의 하나일 것으로 짐작된다.
여전히 매력적인 임수정
이자카야에서 소맥 폭탄주로 한껏 흥이 오른 우리는 2차로 피아노가 있는 라운지로 자리를 옮겼다. 젊은 시절 꿈에 그리던 임수정을 바로 앞에 앉혀놓고 나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취기 때문에 용기를 냈지만 내심 그녀에게 피아노를 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 TV에서 도발적인 톤으로 윽박지르는 이봉규의 거친 표정을 많이 보아왔던 임수정은 놀란 토끼 눈으로 쳐다보면서 나의 노래를 경청했다. 내친김에 그녀를 무대로 불러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피아노 선제공격이 먹혔다. 그녀가 바로 옆에서 노래하고 내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네다섯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던 20여 명의 손님들은 환호했다. 나의 손놀림은 평소보다 더 들떴고 힘이 들어갔다.
가슴은 뿌듯했고 온몸의 마디마디는 ‘연인들의 이야기’ 음절에 따라 춤췄다. 노래가 끝난 후 박수가 터져 나오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멀리 떨어진 바텐의자에서 슬며시 웃으며 박수 치는 내 아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인터뷰하면서 나는 임수정에게 내 아내를 소개했고 아내는 인터뷰에 방해되지 않도록 저만치 바텐의자에 앉아 관람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임수정도 무장해제하고 나와 2차까지 상당히 마실 수 있었고 또 노래까지 부른 것이다. 대중가수가 조그만 라운지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큰 인심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 나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거기 오신 손님들에게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어쨌거나 그날 밤은 황홀한 밤이었다.
그녀는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임수정은 여고 재학 중 미인대회에서 포토제닉상을 수상하면서 모델로 먼저 데뷔했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도 그녀는 가수와 배우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러던 중 작곡가 계동균을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다. 계동균과 작사가 박건호 두 사람은 임수정의 외모와 음색에 딱 어울리게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노래를 만드는 데 의기투합했다.
1982년 서라벌레코드에서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연인들의 이야기’ 연주곡이 그해 방영된 KBS2 드라마 ‘아내’의 OST로 삽입되었는데 발칵 뒤집혔다. 드라마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자 방송국에 이 노래에 대한 전화와 편지 문의가 빗발쳤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와 두 명의 여성이 엮어가는 기구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연인들의 이야기’ OST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앨범은 발매 몇 달 만에 30만 장이 넘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음반 판매 기록을 세웠다. 뒤돌아보면 미처 준비도 안 된 임수정에게 벼락스타의 자리는 쉽지 않았다. 그녀는 이와 관련해서 “한번은 탤런트 강부자 씨가 슬픈 노래인데 왜 웃으면서 노래를 하느냐고 핀잔을 줄 정도로 준비가 안 됐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이제 나이를 먹고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시절을 겪고 난 후 임수정은 노래나 삶의 철학이 원숙해졌다. “최근에 강부자 씨를 만났더니 노래가 확 달라졌다고 칭찬을 해줬다”며 자신을 스스로 평가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에는 별의별 소문이 난무했다. 배우 정윤희와 맞먹는 외모의 소유자이고 한창 인기를 누리던 임수정이 갑자기 사라졌기에 호사가들은 소설을 쓰면서 입방아에 올렸다.
그녀가 사라진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당시 임수정에게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한꺼번에 밀어닥쳐서 젊은 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다. 일종의 현실세계로부터의 도피였다. 30만 장의 앨범이 팔려나간 ‘연인들의 이야기’에 이어 1985년 ‘사슴 여인’이란 곡을 내놓았는데 그 가사가 문제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나는 밤거리에서 사랑을 먹고 사는 사슴 여인”이라는 가사가 직업여성을 뜻한다며 방송사 심의에 걸려 노래가 전파를 탈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무렵 임수정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 레코드사 이적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힌 것이 결정타였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여린 성격의 임수정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모든 걸 다 던지고 1989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성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비주얼만 강하고 오디오가 약하지 않느냐?”는 말을 감당하기엔 어린 나이였고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고생 끝에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분들은 소중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상에 올라가다 보니까 소중함을 잘 몰라서 공백기를 갖게 된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나이를 먹은 지금 뒤늦게 밝히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사실 임수정은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청순한 목소리와 그녀만의 독특한 비브라토(vibrato)는 상당한 음악적 가치가 있었다.
임수정이 가창력이 없다는 비판은 일종의 어깃장이다. 음악에 정석이 어디 있을까? 어떤 목소리와 창법이 노래를 잘하는 것일까? 수치로 계량화된 것도 없고 그저 당시의 유행과 통론에 치우쳐 마음에 안 든다고 비판하는 군중심리의 일종이다.
임수정의 ‘연인들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니 그녀의 실력을 인정해줘야 한다. 대중이 선택한 음악이고, 대중이 사랑한 가수다. 거기에다 이슬 같은 청초한 외모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임수정의 매력이다. 음악의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수의 외모는 아주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심지어 스포츠인과 정치인의 외모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임수정은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추억을 무너트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20대 때 제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릴까봐 많이 망설였지만, 팬들이 ‘감성가수’ 하면 ‘임수정’ 하고 바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이에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노래를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예쁜 얼굴은 더 상기되었다.
100세 시대다. 팬들도 나이를 먹고 가수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 70세에 아직도 전 세계 무대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올리비아 뉴튼 존’보다 임수정은 열다섯 살이나 어리다. 그녀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1980년대, 이윤택(李潤澤·64·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칼을 갈 듯 날카로운 기운으로 연극계 안을 찢고 등장했다. 부산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연극을 시작한 이윤택. 맹렬한 전투력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 중심에 깃발을 깊숙이 꽂더니 ‘이윤택’ 아니면 볼 연극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판세를 뒤엎었다. 무대와 객석을 호랑이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연출하던 모습은 늘 뇌리에 남아 있다. 21세기를 앞두고서는 새로운 연극의 뿌리를 내려 보겠다며 이윤택은 고향 땅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최고로 기 센 사람이라 여겼던 그는 지금,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백발(白髮)의 방랑자로 풀밭 위를 걷고 있다.
이윤택은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로 살고 있다. 독자에게는 강부자의 (이하 오구)이나 손숙의 가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부산을 기반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계를 점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만들며 얻게 된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지역 곳곳에서 거의 매일 정신없이 무대가 올라가기 때문에 좀처럼 인터뷰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6월의 첫날, 그것도 오전 시간이 괜찮다는 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한참을 차로 달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본거지 도요창착스튜디오(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로 이윤택을 만나러 갔다.
한창 서울에서 연극을 하다 작정하고 밀양연극촌(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으로 연희단거리패가 찾아 들어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7년 전 일이란다. 도요로 옮긴 지도 7년이 됐다. 현재 밀양에는 30여명 도요에는 40여명의 단원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적한 시골에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것 또한 진풍경이었다.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7·27~8·7) 주제는 바로 ‘연극,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 실제로 지역에 연극이 제대로 뿌리를 내렸는지 궁금했다.
“여름이 되면 한국연극의 장이 밀양으로 넘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극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 근래에 한국 연극계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첫째는 시대적인 어려움이죠. 즉, 20세기가 인문주의가 중심이었다면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입니다. 두 번째는 서울의 대학로가 예전에는 연극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대단한 상업지구로 바뀌어 버렸어요. 마산, 거창. 춘천, 안동, 과천 등의 지역 연극축제가 없어졌습니다. 과천은 경마축제가 됐고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밀양시와 협업이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올해 참가팀을 보더라도 오태석, 박정자 같은 원로들부터 박근형, 임형택. 극단으로는 백수광부, 청우, 골목길, 목화 등이 참여합니다. 대학극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서 경복대학은 정약용을 주제로 한 창작 역사 뮤지컬 을, 서울예대는 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에 낯익은 얼굴이 당선됐다. 바로 인기 드라마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홍성우였다. 당시 37세의 나이에 연예인 최초로 서울 도봉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된 홍성우는 11, 12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에서 3선 기록을 세웠다. 이후 배우 최무룡, 신영균, 탤런트 코미디언 이주일, 가수 최희준, 연기자 이대엽 이낙훈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 신성일 정한용 최종원 등이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전국구)로 국회의원이 돼 활동했다. 연기자 이덕화 문성근, 코미디언 김형곤 등은 총선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1978년 첫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이후 38년이 흐른 2016년 4월 13일. 3선에 도전한 연기자 출신 정치인 김을동은 스타 아들 송일국 등의 열렬한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구병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 낙선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선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을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총선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유권자의 관심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연예인 중 가족, 후보와의 개인적인 인연, 지향하는 정치색 등으로 선거 운동원 행태로 선거에 참여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중구성동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남편 지상욱의 당선을 위해 분주하게 선거운동을 한 심은하를 비롯해 남진 이영애 김수미 이은미 윤형주 안내상 우현 전원주 태진아 설운도 엄용수 윤용현 선우용녀 정찬우 박상원 길용우 독고영재 양원경 등이 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선거 운동을 도왔다. 우리 사회에선 한동안 연예인과 정치는 양립할 수 없거나 연예인은 권력층의 정치 선전이나 집권 여당의 선거운동에 단순히 동원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유명성과 인기, 영향력을 바탕으로 대중의 가치관과 세계관, 라이프스타일, 소비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과 스타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러 가지 이유로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정치 활동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국회와 장관 등 정부 고위직 진출, 선거운동, 정당 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의 정치 활동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엄존하고 정치 활동에 대한 유·무형의 제약이 뒤따른다는 생각을 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아 미국처럼 연예인의 활발한 정치 활동은 전개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처럼 영화배우 출신 대통령도 나오고 이라크 공격 명령을 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악마 같은 존재”라고 맹비난을 한 숀 펜처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연예인들은 대통령 선거 때면 가치관과 지향하는 정치색에 따라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과 선거운동, 선거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오는 11월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맷 데이먼, 리오나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와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등 스타 가수들이 선거 운동에 나섰다. 또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레슬링 선수 출신 연기자 헐크 호건, 배우 게리 부시 등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 활동이 긍정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동안 연예인의 선거운동과 정치 참여, 정계 진출 등이 연예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력층의 강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을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의 일회용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하에서 정치깡패로 악명을 날린 임화수는 정권의 비호 아래 반공 예술인단을 이끌며 김희갑을 비롯한 최고 인기 연예인들을 선거 및 정치 행사에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권과 집권여당을 선전하고 표심을 얻는 도구로 철저히 활용했다. 이러한 행태는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이어지다 최근에 들어서야 사라졌다. 이 때문에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내가 한동안 음악 활동을 못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찬가 만드는 것을 거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중견 연기자도 “1970~1980년대만 해도 집권세력 정치행사에 참여 제안을 받고 불참을 하면 연기 활동에 큰 불이익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정치 행사나 선거운동에 나서는 연예인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중현의 주장과 중견 연기자의 증언은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순탄한 연예 활동을 위해 권력층과 집권여당의 정치 행사에 동원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정치 참여를 하는 연예인에 대해 ‘정치적 무뇌아’ 혹은 ‘집권세력의 추종세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생겼다.
또한,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단체장, 장관 등의 성과와 활동이 기대 이하 평가를 받은 것도 연예인의 정치 참여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성일은 국회의원 재직 때 광고업자 2명으로부터 1억8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했고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성남시장을 역임했던 이대엽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는 등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비리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회의원은 정책 발굴과 입법 활동에 성과를 내야 함에도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정당의 홍보 행사에만 얼굴을 드러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처럼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이 기대 이하의 활동을 한 데에는 연예인 자신의 능력과 실력, 자질 부족도 한 원인이었지만 정치권에서의 부당한 편견도 한몫했다. 고 이주일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국민의 투표를 통해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돼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코미디나 연예 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순재 역시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들을 입법 활동보다는 정당의 홍보 행사에 활용하려는 경우가 많아 의정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 등 정치적인 이벤트에만 얼굴마담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명한 연예인과 스타를 영입했다가 용도폐기하는 정치계의 병폐와 대중적 인기만을 생각하고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던 연예인의 정계 진출이 맞물려 연예인의 정치 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크게 개선되고 정치 참여를 하는 연예인의 자세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또한, 연예인의 정치 참여로 인한 연예 활동 제약 행태 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당 당원 활동에서부터 지지연설, 정치광고 출연, 포럼 참가, 시위 참여 등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가 활발해지고 정치 활동 폭도 확대됐다. 젊은 연예인 중 상당수가 당당하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따라 특정 정당 당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끊임없이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득표나 이미지 개선용으로 정치 입문을 강권하는 정치권에 대해 소신 있게 거부하는 연예인도 늘어나고 있다. 사랑 나눔 등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인기가 많은 차인표는 “대선 때는 특정 정당으로부터 선거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총선 때는 후보로 나서줄 것을 제안받는다. 정치 참여에 대한 뜻이 없고 연기자로서 활동에 전념하고 싶어 정치 입문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도 정치적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성공적인 정치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치 참여로 인한 연예 활동 제한 등 문제 있는 행태는 근절되고 연예인의 정치 활동에 대한 편견이나 묻지마식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 연예인들은 실력과 자질, 소신 없이 정계에 입문하는 것은 기대 이하의 정치 활동으로 연결돼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악화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은 유명 스타를 영입해 선거에 투입해도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까지 무시해가며 연예인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 한류 팬이 물었다. 한국 드라마에는 편부와 편모 가정이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도 그러냐고.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가 하소연했다. 스타 한 사람이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1억~2억 원 넘게 요구하고 저작권 수익 20퍼센트를 보장해달라고 하니 어떻게 드라마를 만드느냐고. 한 네티즌이 질문했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중국 영화 출연료가 1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냐고. 30년 연기자로서 살아온 50대 중견 연기자가 강조한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소속된 4000여명의 연기자 중 70퍼센트가 연 소득(2014년 기준)이 1020만원 미만이고 방송에 단 한 번도 출연하지 못해 출연료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30퍼센트라고. 스타와 연기자들의 몸값 일면을 보여주는 언급들이다.
‘장근석, 이병헌, 이영애 등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원 이상 스타 속출’ ‘한류스타 비, 중국 드라마 회당 출연료 1억5000만원, 드라마 한 편 출연료로 60억원 챙겨…’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 대중매체는 하루가 멀다고 월급쟁이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스타의 엄청난 몸값에 대해 시시콜콜 보도한다. 수많은 사람이 스타의 몸값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과연 스타들의 드라마와 영화 출연료 실태는 어떨까. 스타의 드라마 출연료는 방송사가 탤런트를 공채로 선발해 전속제(탤런트가 소속 방송사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시스템)를 운영하던 1991년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졌다.
전속제가 시행되던 시기에는 연기자의 연기경력, 드라마 종류(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주·조연 등 드라마 비중, 방송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여하는 등급제에 의해 출연료가 지급됐다. 1991년 SBS의 등장으로 전속제가 속속 폐지되면서 스타들은 등급제 적용을 받지 않고 방송사 혹은 제작사와 스타 소속 연예기획사 간의 협의로 출연료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물론 스타가 아닌 일반 연기자나 단역 연기자의 경우는 현재도 등급제에 근거해 출연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출연료를 산정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있던 1991년 이후로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1990년대 후반, 한류가 일면서 출연료는 수직상승했다.
연기자의 등급제에 의해 드라마 출연료가 지급되던 1977년, 한국 텔레비전 방송연기자협회의 ‘출연료 현실화 자료’에 따르면 이 당시 최고 스타의 40~50분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3만5000원 선이었다. 최불암, 김혜자, 강부자, 이순재 등 스타급들이 이 금액을 받았다.
최불암은 “연기자들의 출연료 등 수입이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과 비교해 높았지만, 지금처럼 엄청나지는 않았다. 등급제에 의해 출연료가 지급되던 시기에는 단순히 인기가 높다고 해서 젊은 연기자가 경력이 많은 연기자보다 출연료를 더 많이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매년 PD 등이 참여하는 등급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연기자의 등급에 따라 출연료가 결정되는데 연기경력이 등급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경력이 많은 중견 연기자들이 출연료가 대체로 높았다”고 말했다.
1991년 SBS의 등장으로 탤런트 전속제 폐지와 함께 일부 스타에 대해 등급제가 아닌 스타와 방송사 간 협상으로 출연료가 결정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인기가 높은 스타들의 몸값은 치솟기 시작했다.
1997년 들어서는 탤런트 드라마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드라마 제작에 어려움이 생기자 KBS, MBC, SBS 방송 3사 사장들이 긴급회동을 해 스타들의 몸값 상승을 자제하자는 결의를 했을 정도다. 이때 방송 3사 사장들은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의 상한선을 200만원으로 한정하자고 합의했다. 이 당시 회당 200만원을 받은 스타는 최진실을 비롯한 극소수 톱스타였다.
최진실은 생전 인터뷰에서 “제가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줄 몰랐어요.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지요. 제 출연료에 대한 언론 보도로 인해 스타 출연료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항상 제 이름이 언급돼요. 한동안 최진실 하면 연기자 몸값 1위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지요”라고 말했다. 톱스타 최진실이 회당 최고 출연료 200만원을 받고 드라마에 출연한 지 올해로 20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스타의 드라마 출연료는 어떻게 변했을까. 1995년 케이블TV가 등장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등 외국에서의 한류가 거세지고 체계적인 연예기획사가 등장하면서 스타들의 몸값은 폭등했다.
지난 20년 동안 스타의 드라마 최고 출연료 기록은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최고 몸값 신기록이 수립될 정도다. 2001년 SBS 대하사극 여자 주연을 맡은 강수연은 회당 600만원을 받으며 2000년대 드라마 최고 출연료 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은 1년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2002년 전도연이 SBS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625만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록 역시 불과 1개월 만에 깨졌다. 김혜수가 2003년 방송된 KBS드라마 에 출연하면서 회당 700만원을 받았다. 김희선은 2003년 3월 SBS 드라마 출연계약을 체결하며 회당 1000만원을 받으며 드라마 회당 출연료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한국 방송사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바로 2007년 방송된 사극 에 주연으로 나선 배용준이 회당 출연료로 2억5000만원을 받은 것이다. 한국 스타로서는 처음으로 회당 1억원을 돌파하는 동시에 드라마 한 편 출연으로 60억원의 출연료를 챙겨 대중문화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승수 전 MBC 드라마국장은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 2억5000만원은 한국 방송계에 악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일부 스타들이 배용준을 계기로 한국 방송시장 규모를 생각하지 않고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스타의 출연료가 치솟을수록 드라마 제작비는 한정돼 있어 제작 상황이 열악해졌고 스태프의 인건비가 삭감되는 등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배용준의 출연료는 다른 스타들의 출연료 협상 시 기준이 되면서 스타의 막대한 몸값 지출로 한국 드라마 제작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게 됐다. 오죽했으면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 지난 2009년 회당 1500만원을 넘지 못하게 하는 드라마 출연료 상한제 시행를 주장했을까.
하지만 드라마제작사협회의 출연료 상한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배용준의 회당 출연료 2억5000만원 이후 스타들의 드라마 출연료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웬만한 이름 있는 스타들은 5000만~1억5000만원 정도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를 받는다. 이영애, 전지현 등이 회당 1억원 이상의 드라마 출연료를 받고 최지우, 고현정, 하지원, 송혜교, 김태희 등은 회당 5000만~1억원 정도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남자 한류스타의 경우 드라마 회당 1억~2억원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렇다면 중견 연기자들은 얼마나 받고 조연 연기자들과 단역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 이순재, 최불암, 김혜자, 고두심 등 인기 중견 스타들도 이제는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1000만~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반면 조연 연기자나 단연 연기자들은 등급제 적용에 따른 출연료를 받는데 연기경력이 20년~30년 된 조연 배우들은 회당 100만원 미만, 단역 배우는 회당 20만원 선을 받는다. 스타와 일반 연기자의 몸값은 천양지차다.
영화는 어떨까. 영화 스타의 출연료도 급상승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영화 스타들의 몸값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강우석 감독과 영화제작자협회는 2005년 6월 스타의 출연료 상승과 연예기획사의 터무니없는 영화 지분요구 등을 지적하며 스타 권력화의 문제를 제기해 연예계에 큰 논란이 일었다. 2006년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30억~40억원 할 때 한 스타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10퍼센트인 4억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의 주연 이병헌은 출연료는 미니멈 개런티 6억원에 흥행보너스를 추가로 받기로 계약했는데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출연료로 이병헌이 챙긴 수입은 10억원이 넘었다.
영화 스타들의 출연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영화 남자 스타 출연료는 편당 6억~8억원 대다. 이 액수의 출연료를 받는 영화 스타는 하정우, 김윤석, 송강호, 장동건, 원빈, 이병헌, 황정민 등이다. 이들은 이러한 기본 출연료 외에 러닝 개런티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다. 여자 스타의 경우는 남자 스타보다 낮은 편이다. 3억~6억원 선으로 전지현, 손예진, 김혜수, 하지원, 전도연 등이 이 같은 몸값을 받는다.
우리 스타들의 해외 드라마 출연료는 국내 출연료보다 더 많다. 정지훈(가수 비)이 지난해 출연한 중국 드라마 의 회당 출연료로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박해진, 권상우, 송승헌, 이종석 등 남자 스타의 경우 7000만~2억원 선이고 장나라, 김태희, 추자현, 장서희 등 여자 스타의 경우는 5000만~1억원 선이다.
한류스타의 중국 영화 출연료 역시 한국 영화 출연료의 2배~3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남자 한류스타의 경우 15억원 안팎을, 여자 한류 스타의 경우 10억원 내외의 영화 출연료를 받고 있다. 송혜교, 송승헌 등이 10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고 중국 영화에 출연했다.
중국 광고대행사 YC스페이스 오혜령 대표는 의 이민호나 의 김수현은 중국에서 드라마, 영화 출연료는 정해진 것이 없다. 부르는 것이 값이다”라고 말한다.
스타들의 몸값은 왜 이처럼 치솟는 것일까. 스타는 희소자원이자 빨리 만들어질 수 없는 대체불가재다. 이 때문에 스타의 수요가 증가할수록 스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한류 상승과 제작사 급증, 작품 증가로 스타의 수요는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급자인 스타가 가격(몸값)을 결정하는 공급자 중심시장이 형성되면서 스타의 몸값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흥행성적, 인기도, 제작비 상황, 스타 파워, 연기경력, 작품의 비중 등을 분석해 작성한 출연료 산정 기준의 부재와 방송사와 투자사의 스타 출연 여부만을 보고 편성과 투자를 결정하는 관행 등도 스타 몸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와 제작사, 드라마 PD와 영화감독들은 한국 스타의 드라마, 영화 출연료가 대중문화 시장규모보다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대중문화시장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일본의 드라마 주연 스타 출연료를 한국 스타들이 이미 추월했다. 일본 최고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회당 5000만~1억원 선이다. 우리 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1억원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고 2억원을 받는 스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스타의 몸값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작품 완성도 하락부터 스태프 인건비 삭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가 스타의 높은 몸값으로 야기된다. 우선 한정된 제작비에서 스타 몸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드라마나 영화 완성도를 위해 쓸 수 있는 제작비가 감소한다. 작품의 완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역, 의상, 세트, 컴퓨터그래픽 제작비를 줄여야 하고 이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 드라마나 영화에 부모가 나와야 하는데도 스타 몸값이 너무 많아 제작비 압박을 받아 부모 배역을 다 쓰지 못하고 편모 혹은 편부만 출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스타들의 몸값은 조명, 오디오, 촬영, 분장 등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인건비 삭감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는 망해도 스타만 흥하고, 스태프와 일반 연기자를 비롯한 방송영화계 종사자들은 박봉과 열악한 제작환경에 시달리지만, 스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타 독식 구조가 견고하게 구축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아무리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목적이라 해도 수억 원의 금액을 기부하고, 장기를 기증하고, 머나먼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근에는 팬클럽 회원들과 봉사활동을 하거나, 목소리 재능기부, 온라인 도네이션을 통해 네티즌과 함께 기부금액을 모으는 등 대중과 함께하는 형태의 선행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재단이나 기관의 홍보대사, 친선대사 등으로 나눔을 시작했지만 세월이 지나 더욱 성숙한 자세로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1980년대부터 유니세프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배우 안성기(63), 198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는 개그맨 이홍렬(61), 그리고 1991년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임명된 후 전 세계 아이들을 돕고 있는 배우 김혜자(74) 등. 그들은 이미지 차원을 넘어서 삶의 철학이 담긴 진중한 나눔 활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어려운 이웃과 사회에 보답하며 훈훈한 에너지를 선순환하고 있는 스타들을 살펴봤다.
이문세X프렌즈 아트 컬래버레이션
가수 이문세(56)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래퍼들과 함께 ‘이문세X프렌즈 아트 컬래버레이션’ 재능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해 크리스마스카드를 직접 제작했다.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으로 전달돼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카드는 10월 30일 ‘네이버 해피빈’과 ‘2015 씨어터 이문세’ 수원 공연장에서 시작해, 강남 교보타워 내 하임, 서울역 디트랙스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1월 11일 기준) 685만여 원을 넘기며 목표액의 2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이문세는 2009년 MBC FM 라디오 의 청취자 461명의 사연을 담아 만든 노래 ‘이 겨울 날 지나간다’의 저작권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캐럴 느낌이 나는 발라드 곡으로, 청취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작권법에 따라 이문세 사후 50년까지 노래에 대한 저작권과 음원수익금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갖게 되며, 모두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해밀학교’의 이사장 인순이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로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가수 인순이(59).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인순이는 각종 봉사활동은 물론 대학생 오케스트라 팀과 재능기부 형태의 ‘지하철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등 다양한 자선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선행을 한다는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2013년 4월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 명동리에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를 설립했다. 2011년부터 3년여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를 완성했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시행해온 수업료 면제에 이어 입학금, 급식비, 기숙사비까지 학교에서 부담하는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해밀학교의 이사장 인순이는 “학교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꿈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겪었던 어려움, 외로움, 고통뿐만 아니라 사랑, 격려, 위로를 나와 같은 다문화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좋겠다”며 많은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재능기부, 해외봉사, 장기기증까지… 국민엄마 고두심의 선행 릴레이
1983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자로 나선 고두심(64)은 2006년 이후부터는 재단 내의 스타서포터즈에서 나눔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우 채시라와 함께 재단이 진행한 ‘어른이날(성년의 날)’ 캠페인 CF에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그녀는 “어린이를 돕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닌 필수”라며 “어른들이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자”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모교인 제주여자고등학교에 2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2008년 에티오피아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쳐온 그녀는 1999년 장기기증 캠페인에 참여하며 장기기증 서약을 하기도 했다. 고두심은 한 인터뷰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 이후 건강을 더 생각하며 좋은 마음을 갖고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나이가 드니까 세월이 인생을 가르쳐 주더라.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 썩을 육신인데 다른 사람에게 주고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주위 동료 연예인들에게 기증하라고 자주 권하는데 아직은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장기기증 문화를 알리고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공익신탁자 유동근
올해 7월 배우 유동근(59)은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 김현웅 법무부 장관, 한비야 국제구호전문가와 함께 국내 첫 공익신탁자가 됐다. 공익신탁은 기부자가 은행이나 단체에 재산을 맡기고 이를 운용해 나온 수익금을 장학, 구호 등 자신이 지정한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와 외부 감시인 감독 아래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쓰이고, 적은 금액이라도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간단한 절차로 ‘나만의 재단’을 만드는 셈이다(법무부 상사법무과에 문의 후 참여).
유동근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후손의 생계 및 교육 지원을 위해 ‘나라사랑 공익신탁’을 만들었다. (이철희 원장은 ‘난치성 질환 어린이 치료를 위한 공익신탁’, 김현웅 장관은 아동학대 피해자를 지원하는 ‘파랑새 공익신탁’, 한비야씨는 인류애를 키우는 사업에 쓰일 ‘세계시민학교 공익신탁’에 참여) 그는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복원 성금으로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연예계 선행 바이러스 정애리의 ‘하래의 집’
연예계 기부천사 정애리(55)는 아프리카 구호활동, 몽골 기아체험, 동남아 쓰나미 피해 지역 방문, 도시락 캠페인, 생명의 전화, 연탄은행 홍보대사, 월드비전 친선대사 활동 등 다양하고 끊임없는 선행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2004년부터 SBS 사회공헌 프로젝트 프로그램 에 참여하며 매년 후배 연기자들과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에 함께 아프리카에 다녀온 배우 장서희는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끝내고 드라마 촬영장에 온 정애리 선배의 모습을 보고 나도 아름다운 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애리의 선행이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2005년에는 17년간의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를 펴내며 인세 수익금 1억 원 전액을 정읍의 ‘사랑의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책에는 그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아시설 ‘하래의 집’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지상에서 굶는 아이들이 없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이라며 책을 펴낸 소감을 전한 그녀는 책을 통해 ‘하래의 집’에 대한 이야기와 나눔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자옥 재단 ‘공주는 즐거워’ 프로젝트
지난해 11월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을 추모하고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던 그녀의 뜻을 기리는 ‘김자옥 재단’이 내년 1월 설립된다. 기아대책 홍보대사활동, 사랑 나눔 한복 패션쇼 참여 등을 비롯해 2007년에는 배우 주현, 전무송, 나문희 등과 함께 출연료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도네이션 드라마 (KBS 2TV)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나눔을 실천했던 그녀다.
고 김자옥의 남편인 가수 오승근은 “생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선행을 많이 한 아내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김자옥 재단’은 배우 강부자를 비롯한 동료 연기자들이 동참해 장애인 시설 등을 찾아 봉사활동과 재능기부 등을 할 계획이다. 김자옥 재단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원하는 40~60대 여성들이 불우한 청소년들의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공주는 즐거워’ 프로젝트를 첫 공식 활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야~ 야~ 야~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 느낌도 하나요 /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한국인 애창곡’ 1위로 선정된 곡이다. 10~2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엑소를 비롯한 유명 스타 가수들의 노래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랑이 스크린을 장악한 가운데 4월에 눈길 끄는 영화가 있다.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다.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년의 설레는 사랑을 그린다. 중장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점차 늘고 있다. 2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BC ‘전설의 마녀’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가 중장년의 멜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생 이모작이 일상화되고 중장년층의 물리적 나이 조정이 필요한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요즘 변화된 대중문화의 단면들이다. 최근 들어 중장년의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랑과 연애는 나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늘 관심과 설렘을 촉발한다. 사랑과 연애의 설렘은 이상적인 데이트 상대로 구체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장년이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적인 유명인은 누구일까. 중장년 여성들은 탤런트 최불암(75)을, 중장년 남성들은 연기자 박정수(62)를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형 1위로 꼽았다.
최불암은 잘생긴 장동건도, 국민배우 안성기도, 그리고 영원한 청춘스타 신성일도 제쳤다. 박정수는 섹시한 김혜수도, 단아한 이영애도, 그리고 빼어난 미모의 김태희도 눌렀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1월 중장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장년이 데이트 하고 싶은 유명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꼽은 데이트 하고 싶은 인물로, 최불암 뒤를 이어 박근형(75)이 2위를 차지했고 노주현(69)과 안성기(63)가 공동3위, 그리고 신성일(77)과 이덕화(62) 순이었다. 조각미남으로 알려진 장동건(44)과 자상하고 멋진 차인표(48)는 각각 7위와 10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성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여성으로 박정수가 첫 손에 꼽혔고 다음은 김혜수(45), 김희애(48, 공동2위), 이미숙(55, 4위), 강부자(74), 고두심(64), 사미자(75),이영애(44, 공동 5위) 순이었다.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35)는 9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녀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과 박정수는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1위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최불암과 박정수는 1위에 오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중년 여성들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은 “연기자로서 살아온 50여 년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야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악한 캐릭터보다는 착하고 자상한 남자나 권위 있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아버지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일 것 같다”며 극중 캐릭터로 유발된 이미지를 1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최불암은 “아내(중견 연기자 김민자)와의 오랜 시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데이트 이상형 1위 선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며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짓는다.
중년 남성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박정수는 “매력적인 여자 스타들이 많은데 솔직히 내가 왜 1위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아마 억척스러운 배역보다는 품위 있고 단아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많이 맡은 때문인 것 같다. 캐릭터와 저를 연관시켜 1위로 꼽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드라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정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의 외모나 행동을 보면서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 것도 설문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 연기자들이 생각하는 최불암과 박정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원일기’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부부로 나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최불암의 아내로 오해까지 하는 김혜자는 “소탈하고 편한 외모에 늘 한결같은 심성과 믿음직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헌신 등이 최불암씨의 강점이자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박정수와 함께 1972년 MBC 5기 탤런트로 함께 연기를 시작했고 최근 방송에서 “40년 동안 박정수를 짝사랑했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계인은 “박정수씨는 세월이 비켜 간 듯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모와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좋다. 박정수 씨는 남자가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여린데 이것이 남성들에게는 연애 감정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이여,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에 아내와 남편을, 그리고 연인을 사랑하며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승근의 노랫말처럼 사랑에는 나이가 없고 지금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