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컵을 가득 채운 뽀얀 우유 위로 천천히 퍼지는 에스프레소. 접시 위 색색의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과 소복이 내려앉은 견과류. SNS에 ‘홈카페’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런 게시물이 448만 개나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카페 이용이 불편해지자 집 내부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며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는 ‘홈카페족’이 늘고 있다. 마치 예쁜 카페를 방문한 기분을 내기 위함이다.
특히 집에서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중년 홈카페족이 속속 늘고 있다. 전국 50세 이상 남녀 3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임팩트피플스에 따르면, 5060세대 가운데 62%는 최근 1년 이내 커피머신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머신을 이용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27%)’, ‘다양한 원두 맛을 집에서 느껴보고 싶어서(23%)’ 등으로 상위 2개 응답이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중장년들 사이에서 홈카페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나만의 홈카페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존 공간을 정리하고, 여기에 좋아하는 소품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실과 주방, 베란다 등 공간을 활용해 자신만의 홈카페를 즐길 수 있다. 음료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 탄산수, 커피, 우유 등을 활용하면 된다.
홈카페 하면 커피부터 떠오르지만 요즘엔 신선하고 다채로운 메뉴가 많다. 맛은 물론이고 보는 재미까지 갖춘 메뉴들이 인기다. 중장년 홈카페족의 즐거움을 돋구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홈카페 메뉴를 소개한다.
복숭아 그릭요거트
집에서는 신선한 제철 과일을 활용하기 좋다. 최근 7~8월이 제철인 복숭아로 만든 복숭아 그릭요거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복숭아 윗면을 칼로 자른 뒤 숟가락으로 씨 부분을 파내고 껍질도 벗긴다. 복숭아가 준비되면 그릭 요거트로 속을 가득 채운다. 랩을 씌워 냉동실에 1시간 얼린다. 접시에 견과류나 시리얼을 깔고 위에 복숭아를 얹는다. 마지막으로 꿀로 토핑하면 완성된다.
레몬딜버터
레몬딜버터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소개된 바 있다. 버터와 레몬,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허브인 딜이 주재료다. 버터와 얇게 간 레몬 껍질, 다진 딜 이파리를 섞어 원통 모양으로 뭉친 후 냉장실에서 굳힌다. 레몬딜버터는 갓 구운 토스트에 발라 먹어도 좋고, 스테이크에 곁들이면 상큼한 레몬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2개월간 먹을 수 있다. 인기에 힘입어 여러 판매처에서 레몬딜버터 만들기 키트도 판매한다.
크로플
크로플은 초승달 모양의 빵인 ‘크루아상’과 ‘와플’의 합성어로, 와플 팬 또는 와플 메이커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고 구운 디저트다. 반죽과 버터가 교차하는 층 구조로 이뤄진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처럼 구워, 크루아상의 식감과 고소한 버터의 풍미, 와플의 바삭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메이플시럽, 시나몬, 설탕 등을 곁들여도 좋다. 생지를 구매할 때는 발효 생지인지 미발효 생지인지 확인을 하고 구매해야 한다. 미발효 생지는 발효 과정을 거쳐야 생지가 부풀어 올라 적당한 크기의 크로플이 된다. 자매품으로 가래떡이나 인절미를 와플 팬에 구운 ‘떡플’도 인기다.
달고나라떼
달고나라떼는 코로나19로 지난해 파생된 ‘집콕’ 트렌드 중 하나다.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기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꽤 든다. 먼저 커피 가루, 설탕, 물을 1대 1대 1 비율로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 달고나 크림을 만든다. 젓는 횟수는 최소 400번 이상이다. 점차 꾸덕꾸덕해지면 크림을 차가운 우유 위에 얹으면 된다. 달고나를 잘게 부숴 올리면 금상첨화다. 쌉싸름한 커피와 달달한 달고나가 잘 어우러진다.
커피를 즐기는 방식과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꼭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고 진동 벨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카페 분위기를 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른바 ‘홈카페’ 전성시대다.
자판기가 보급되기 전까지 커피는 주로 다방에서 마시던 음료였다. 당시 다방은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드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카페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다방을 대체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카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생활이 늘면서 카페를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대신 커피머신 등을 구매해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단적인 예가 올해 초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다. 실제로 달고나를 넣어서 만드는 커피는 아니지만, 맛과 모양이 달고나와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1:1:1 비율로 넣고 400번 정도 저어서 만드는 커피다. 맛은 있지만 그만큼 품도 많이 든다. 하지만 집에서의 무료한 생활을 달래기 위한 놀이로 안성맞춤이었고, ‘홈카페’라는 트렌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올해 소비자들은 홈카페를 선호했다.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 서베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커피 전문점 이용 현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테이크아웃 구입 횟수 증가(46.5%)와 카페 방문 횟수 감소(41.1%)가 두드러졌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서 마시는 경우도 24.8%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카페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으며, 10명 중 2명은 홈카페를 즐기고 있다.
홈카페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커피머신 판매도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GfK’에 따르면, 2020년 2월 말 기준 국내 커피머신 매출은 약 210억 원을 기록했고, 판매 수량은 약 19만 대를 돌파했다. 각각 전년 대비 4%와 8% 오른 수치다. 반면 작년에 비해 오프라인 매출액은 49억 원으로 15% 감소했고, 온라인 매출액은 160억 원으로 11%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커피머신을 구매한 소비자가 많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어떤 커피머신을 쓰고 어떤 레시피의 커피를 마시면 좋을까? 궁금하다면 다음의 유튜브 채널을 참고해보자.
y.na_homecafe l 구독자 32만 명
평소에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거나, 주위 환경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채널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에이드, 라떼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다룬다. 종종 한 가지 과일을 테마로 한 여러 가지 음료 레시피도 알려준다. 귀여운 소품이나 장식도 자주 등장한다. 캐릭터 모양을 본뜬 잔, 구슬 모양의 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꽃, 딸기, 젤리 등 다양한 모양의 얼음을 사용해서 각 음료에 개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시각적인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에 식감을 즐기거나 음식의 시각적 요소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바리스타 커플 ㅣ구독자 5000명
바리스타로 일하는 커플이 운영하는 채널로 알찬 정보를 제공한다.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홈카페 레시피가 많다. 가령 커피믹스와 같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편의점 음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보여준다. 바리스타답게 재료의 정확한 수량도 자막으로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라떼아트나 핸드드립 시 알아두면 좋은 정보와 노하우도 알려준다. 물론 테크닉이 필요한 일이라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수강료가 부담스럽거나 집 밖 활동이 꺼려진다면 이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생활이 늘어난 요즘, 홈카페 레시피로 만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차근차근 배워보면 어떨까?
홈카페 세미콜론ㅣ구독자 8000명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범인(凡人)은 도구라도 좋아야 기분이 좋다. 기분을 내기 위해서 홈카페 도구를 샀지만, 사용 방법을 모르면 낭패다. 이런 분들에게 이 채널을 추천한다. 운영자는 커피머신, 착즙기, 핸드블렌더 같은 도구를 직접 써본 후 생생한 후기를 들려준다. 사용할 때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솔직하게 평가한다. 소소하지만 유용한 팁도 소개한다. 각 도구의 부속물 이름이나 고장을 예방하는 세척 방법도 알려준다. 이 밖에 금귤블랙티, 히비스커스 밀크티 같은 이색 메뉴 레시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또 가끔씩 레시피와 함께 카페에서 들을 법한 음악도 들려줘서, 카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달달살롱ㅣ구독자 비공개
졸음을 참으려고 커피를 마시는 건 좋은데, 자꾸 속이 쓰리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해서 커피 대신 건강한 음료를 찾고 있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덧붙여 실내생활 증가로 인해 불어난 몸무게가 고민이라면 흥미로울 영상이 많다. 이 채널은 바닐라 라떼처럼 일반적인 메뉴는 물론 건강과 관련된 주스도 많이 소개한다. 가령 소화불량에 좋은 파인배주스나 체중감량에 효과적인 파인케일주스 레시피를 알려준다. 이와 함께 각 과일이 가진 성분이나 효과 등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다이어트, 미용, 면역력과 소화기능 향상 등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어서,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레시피를 찾아보면 된다.
최근 들어 이목을 끄는 음식이 있다. 바로 ‘달고나커피’다. 달고나커피란 인스턴트 커피,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1:1:1로 넣고 수백 번 휘저어 만든 거품을 우유에 올려 먹는 음료다. 간단한 재료로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SNS 등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매력적인 달고나커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의 도움말로 달고나커피 속 재료들에 대해 한의학적인 시각으로 살펴봤다.
우선 커피의 경우, 널리 알려진 대로 주요 성분인 카페인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대사를 활발히 시켜준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불면증, 두통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신경계를 교란시켜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게 한다.
한방에서도 커피를 비슷하게 해석한다. 한의학적으로 향이 강한 식재료는 기운이 정체된 상태를 개선해준다고 본다. 또한 쓴맛은 화와 열을 끌어내려 눈과 머리를 맑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쓴맛과 강한 향이 특징인 커피는 그만큼 기운을 돋우고 깨우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필요 이상의 쓴맛은 장기에 부담을 주는 만큼 체질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설탕은 ‘건강의 적’이라는 인식이 퍼져 최근 멀리하는 사람이 많다. 설탕은 혈당을 올리고 비타민B, 칼슘의 흡수를 막아 당뇨,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도 과다한 설탕 복용은 내열(內熱)을 증가시켜 비만과 면역력 저하를 부르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적으로 단맛은 흥분과 긴장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2013년 프랑스 보르도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설탕 섭취는 일시적으로 기분을 고양시키고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 전환 목적으로 소량의 설탕 섭취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 재료인 우유는 원기회복과 함께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영양학적으로 우유는 완전식품이라 불릴 정도로 지방, 단백질, 유당, 각종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다. 예부터 우유와 쌀을 함께 넣어 만든 타락죽은 조선시대 왕족들만이 먹을 수 있는 보양식이었다.
그러나 우유를 많이 마시면 복통 및 설사 등 위장장애가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유당불내증 환자 비율이 높은 국내에서는 다량 섭취를 권장하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달고나커피를 구성하는 재료들은 저마다 명확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적당히 즐길 경우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지나치면 건강에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달고나 커피는 맛도 좋지만 직접 만드는 재미와 그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즐거움으로 더 유명해진 음식”이라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요즘과 같은 시기 가끔씩 간식으로 마셔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되자 답답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각종 취미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게임, 나홀로 산책, 홈 트레이닝, 드라마와 영화 보기, 심지어 수백 번 저어야 먹을 수 있다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 등 자신만의 시간 보내기 노하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속 올리고 있다.
집 안에서 채소와 약초 등을 키우는 ‘실내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인 시니어도 늘고 있다. 요즘처럼 외출이 힘들 때 답답함이나 무기력증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식물 기르는 재미와 함께 청정 채소까지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각자의 경험을 알리고 있다.
베란다에서 키우기 쉬운 채소로는 주로 상추, 치커리, 청경채, 겨자채 등의 잎채소와 바질, 루콜라, 민트 같은 향신료로 이용할 수 있는 허브 식물이 인기 있지만 인삼, 천궁, 둥글레, 배초향 같은 약초도 꼽힌다. 햇볕이 부족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키우기 안성맞춤인 데다, 혈액순환에도 좋고 소화기능도 높여주는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새싹 인삼은 한 달가량 키우면 사포닌 함량이 뿌리보다 서너 배 많은 잎을 먹을 수 있다. 원예용 흙을 구해 묘삼을 심은 뒤 1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 집 안에 퍼지는 약초의 은은한 향기는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실내텃밭을 가꾸면 공감지수는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표는 56%, 우울감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관계자는 “텃밭 가꾸기는 취미와 여가활동, 먹거리 생산을 넘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요즘처럼 불가피하게 실내 생활이 많을 때 시도해볼 만한 취미생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