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 완장 떼고 당구로 뭉칩니다!
- 시니어 사이에서 당구의 인기를 논하는 것은 철 지난 유행 얘기를 꺼내는 것만큼이나 진부하다. 영화 속 폭력배들의 격투신 단골 장소였던 당구장도 옛 추억거리가 됐다. 맑은 공기 흐르고 신선 노니는 듯한 당구장 문화를 이끈 시니어들. 그래서 만나봤다. 다음(Daum) 카페 아름다운 60대의 ‘당구 동호회’. 큐대 끝에 파란 초크 삭삭 비비고 예리하게 공을 응시하는 동호회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션 쇼핑몰에 있는 너른 당구장 안. 이곳에서 정기모임을 하는 동호회들의 현수막이 천장 가까운 벽면마다 촘촘하게 붙어 있다. 동호회 이름만 살펴봐도 50대 이상 세대들의 당구 사랑이 짐작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우수 카페인 ‘아름다운 60대’에 속해 있는 ‘당구 동호회’도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아름다운 60대’는 말 그대로 60대 이상 연령대가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로 올해 18년째 운영되고 있다. 2만6000명에 가까운 회원이 띠별, 지역별, 취미별로 다시 뭉쳐 활동한다. 당구? 우리 세대에게 딱이다! 당구 동호회 등록 회원은 50명. 매주 25명에서 30명은 정기모임에 참여한다. 당구 동호회가 생겨난 지 올해로 10년째. 취미 모임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창단 멤버이자 ‘가을국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은희(70) 씨도 이날 모습을 보였다. 사진 모임의 전시회 준비로 바빠서 최근 당구 모임 참석이 뜸했다. “10년 전에 은평구 불광동에서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1년 정도 모임을 가졌다가 교통 좋은 종로3가로 장소를 옮겼고, 지금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는 특별하게도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초창기에 여자는 저랑 두세 명 정도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남자들만큼 당구 실력이 좋은 분들이 꽤 있어요. 여자가 많으니까 좋습니다. 당구 모임을 만든 이유는 이게 쉬워 보이지만 운동량이 꽤 되더라고요.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요. 치매 예방에도 좋겠더라고요.” 가만 보고 있자니 포켓볼(공을 큐대로 쳐서 당구대 사방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는 경기)을 치는 여자 회원이 없다. 다들 4구 당구를 치며 어울린다. 구력이 쌓이다 보면 단순히 공을 구멍에 넣는 재미보다 공이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내고 각도를 연구하는 4구 당구의 매력에 깊이 빠진단다. 숨은 고수들의 마스터클래스 소싯적 당구 천재부터 입문자들까지 누구든 당구에 관심이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보니 실력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를 할 때는 상급, 중급, 초급자들의 실력을 감안한다. 입문자는 무조건 당구지수 30으로 시작하고 중간 정도가 120~150 사이다. 여자 회원의 경우 80~100 정도면 좋은 실력이라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가끔 당구지수가 500인 분이 오면 그보다 아래 지수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훈수를 해주죠. 당구를 하다가 제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하고요. 힘을 어떻게 줘야 하고 각도 잡는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한 가지 수를 알면 거기서 파생되는 수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응용해서 쳐라 이거죠. 공 좀 칠 줄 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잘 치는 사람과 당구 대결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제가 200을 치는데 그런 분이 오시면 3, 4수는 따라붙을 수 있거든요.” 이날 모임 참여자 중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회원 두 명을 만났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홍수경(70) 씨. 당구지수 150으로 여성들 중 상위 등급이다. “150까지 올리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실력이 안 느는 거 같아요. 62세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땐 여자 회원들이 별로 없어서 다들 잘해주셨어요. 잘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당구는 절대적으로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스포츠예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안 되나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쫓아다니면서 그냥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한 2년, 3년 사이에 많이 늘었어요. 제가 지수가 100일 때 사위랑 처음 당구를 쳤어요. 그때 사위가 훈수도 두고 그랬는데 요즘은 치자고 하면 피해요. 아들은 저랑 당구는 안 치지만 우리 엄마 실력 좋다고 자랑한대요. 150 정도면 길도 알고 누구든지 상대할 수 있어요.(웃음)” 그다음으로는 당구지수 250인 홍창표(72) 씨를 만났다. 다른 남자 회원들이 젊을 때 좀 쳐봤다면 홍창표 씨는 정년퇴임 후 당구에 발을 들였다. “젊었다면 3년 정도 배워도 잘 쳤을 텐데 나이 먹어서 시작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퇴직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 식사하고 당구 치러 가더라고요. 가만히 하는 거 보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당구 잘 치는 친구한테 나도 좀 배우겠다고 했더니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를 추천해줬습니다.” 주로 동갑내기 친구들과 팀을 이뤄 당구를 치는 홍창표 씨는 현역 시절 국내 최초 전동차량 개발에 일조했다고. 1974년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하고 3년 뒤 우리 기술로 전동차량 개발에 성공했는데 그 당시 주역이라고 했다. 영광스런 현역 시절 모습을 내려놓고 이곳에 나와 재밌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첫째는 내 시간 즐겁게 보내려고 나와요.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반갑고요. 대단히 깊은 관계도 없고 거래도 없으니까 부딪히지도 않아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편해요. 이렇게 또 정이 쌓이는 거겠죠.” 당구로 시니어 대동단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들 자기 방식대로 당구를 치는 동호회원들. 안절부절못하며 몸서리를 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화 없이 공에만 집중하는 팀도 있다. 밖에 나가면 전직 경찰공무원, 군장성급, 사회 저명인사 등 이력들이 빵빵하지만 적어도 당구장에 나올 때만큼은 집에 완장을 놓고(?) 나온다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들어와서 잘난 척하면 스스로가 못 이겨서 나가요. 왕년에 못나간 사람 어디 있어요. 다 잘 나갔지요.(웃음)”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있다. “당구는 시니어를 위한 완벽한 운동”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나이가 들어 운동하기 힘든 사람한테 당구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젊었을 때 저거 칠십 넘어서 하면 좋겠는데 했는데 실감이 납니다. 지금 우리 나이에 서너 시간 집중하고 서 있고 걷는 게 적은 운동이 아니에요. 움직여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하고 공 겨냥하려면 허리도 숙여야죠. 큐대를 지속적으로 들고 있으려면 팔에 힘도 있어야죠. 계절에도 관계없고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할 수 있는 게 당구라 시니어에게 정말 적합한 운동이죠.” 이유 있는 당구 홀릭! 시니어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해방창구로 뜨는 곳 당구장이 아닐까? mini interview 베이비붐 세대는 당구로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아름다운 60대 모임의 ‘당구 동호회’ 김봉훈 방장 ‘돌곶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봉훈 방장은 다음카페 ‘아름다운 60대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걷기 모임과 소띠모임에서 오랜 시간 방장을 하다가 작년 말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올해 또 당구 동호회 방장 자리를 수락해야 했다. “당구 동호회 방장을 4년 동안 하셨던 분이 저보다 네 살 위 선배님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같은 해 12월에 심장수술을 하셨어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회원들의 편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한다. “별거 없어요.(웃음) 회원들이 오면 노란색 명찰에 이름을 써주고 간식 좀 챙기고 그런 거죠.” 워낙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도맡아왔다. “다들 뭘 좀 하자고 공지하면 일단 잘 뭉쳐요. 물론 행동이 좀 느리고 말이 많기도 하지만요. 그게 우리 시니어 모습이잖아요.” 당구지수 200이라는 김봉훈 방장도 어린 시절의 당구장 분위기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때는 당구장 가면 불량배 취급했습니다. 정학 또는 퇴학도 당할 정도였죠. 근데 대학교 들어갔더니 선배들이 당구장부터 데리고 가는 거예요. 거기서 담배 배우고 술 배우고. 뭔가 젊은 혈기로 한판 노는 장소였어요. 그때까지도 당구장 하면 좀 안 좋게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정식 스포츠로 받아들여질지 정말 몰랐죠. 그 뒤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먹고살기 바빠지면서 당구와 멀어졌죠.”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하고 자기 취미 한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사회에서 은퇴한 시니어들. 각종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당구를 치던 기억들이 각자 하나둘 씩 남아 있었다. “모여서 경기를 해보니 재미있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또래들이 어울리니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도 있어요. 당구는 그렇게 기억력도 살려주는 것 같아요. 마음과 세월 나이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우리 세대에게 당구가 나이를 잊고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이 된 겁니다. 어릴 때 당구를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배우는 이유입니다. 어울리려고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당구에 입문하는 건 향수 때문입니다.” 김봉훈 방장도 1970년대의 산업 현장을 누비며 살아왔다. 당구 치고 난 다음의 뒤풀이 자리는 젊은 시절 이야기로 떠들썩하고 흥겹기 그지없다. 모두들 현역 시절 사연 많은 사람들이지만 다 잊고 그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참으로 따뜻하다. “인간 사이에도 구도가 있어요. 거기서 우러나오는 냄새와 스토리도 있고요. 나이 드는 재미를 당구 모임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장소협찬 헬로APM당구클럽
- 2019-03-04 08:34
-
- 히말라야 트레킹 그 후
-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조건을 갖춘 곳에서 살다가 그만큼 불편한 환경을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밖에서의 고생은 값진 경험과 감미로운 추억이 되어 현재의 안락함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숙식이었다.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난방 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숙소, 코 고는 사람과의 동침, 너무 추워 손이 곱은 상태에서의 짐 싸기, 일행 30명이 하나의 변기를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등이 나를 괴롭혔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한 조각, 고추장 한 숟가락, 라면 국물 등이 얼마나 맛있고 입맛을 돋우는 음식인지 새삼 느꼈다. 간천엽, 갈매기살, 막걸리 같은 좋아하는 메뉴는 포기하더라도 한국인은 한국 음식을 먹어야 산다. 오죽하면 ‘한국인 고문하기’에 ‘라면 먹을 때 김치 안 주기’가 들어 있을까. 한국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천국이다. 내 집은 그야말로 보금자리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다. 날씨가 추울 때 히터 스위치만 올리면 방이 금세 따뜻해진다. 사계절에 맞는 이불을 덮으면 쾌적한 잠을 잘 수 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냉장고 문만 열면 된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샤워까지 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TV만 켜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집을 떠날 때는 이런 안락함과 일시적인 이별을 해야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하면서 TV도 못 보고, 고산병 때문에 씻지도 못하고, 당구도 못 치고, 술도 못 마시고, 휴대폰은 아예 꺼두었다. 물론 그 덕분에 건강에는 도움이 됐다. 히말라야에서는 아침 먹고 걷고, 점심 먹고 걸었다. 하루 8시간을 걷는 8박 9일간의 트레킹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총 23만 보, 거리로는 100km, 해발 4130m까지 오르는 힘든 여정이었다. 체중이 3kg이나 줄었다. 마라톤이나 댄스 대회에 나가면 3kg 정도는 금세 줄지만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온다. 그런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돌아온 후에는 매일 고기를 먹고 포식하는데도 체중이 늘지 않는다. 트레킹하기 전 볼록했던 아랫배가 홀쭉해졌다. 이제는 정시에 식사를 안 하면 뱃가죽이 등에 붙는 느낌이다. 허벅지 뒤쪽에도 근육이 생겼다. 엉덩이도 탄탄해졌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붙지 않던 근육이 생긴 것이다. 이 근육은 계단을 오를 때 큰 도움이 된다. 오르막에도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앞으로 10년쯤 내 체력이나 건강 유지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지만, 다시 몸이 근질근질하면 어딘가로 또 떠날 것이다. 이번 트레킹에서 말썽이 될 뻔했던 낡은 등산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도 몰래 꿈틀거리는 새로운 여정에 대한 준비로 보인다. ‘히말라야에 갔다 온 사람’이라는 호칭이 따라 붙으며 마음도 겸손해졌다. 그곳에서 태고의 대자연을 접하고 돌아오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높은 준령의 설산은 수억 년을 그대로 버티고 있는데 인간은 100년도 살지 못한다.
- 2019-01-30 10:31
-
- 세계 3쿠션 당구 월드컵 현장
- 당구가 시니어에게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열린 2018서울세계3쿠션당구월드컵대회 예선 경기들을 TV를 통해 보고 있었다. 18일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2시부터 4강 1차전으로 우리나라의 김봉철- 그리스의 폴리포스의 경기가 있었다. 5시에 에디먹스- 야스퍼스의 2차전이 벌어지고 8시에 준결승에서 올라온 에디먹스와 폴리포스의 결승전이 벌어졌다. 현장에 간 보람은 세계 유명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 랭킹 1위 프레데릭 코드롱 선수는 일행들과 대화 중인데도 기꺼이 사인도 해주고 기념 촬영에도 응해줬다. 필자가 누군가 둘이 같이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자 직접 스마트 폰을 셀프촬영 모드로 바꿔 몇 번이고 찍었다. 팬서비스에도 세계 1위 선수다웠다. 코드롱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했으나 이렇게 대회장에 나와 자리를 빛냈다. 직접 관전도 하고 팬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나왔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 당구 3쿠션 1위 김보미 선수는 스폰서 부스에서 팬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팬이라고 하자 사진 찍을 때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호응해줬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해설이 있는 TV로 보는 것만 못했다. 당구대가 너무 멀리 있고 객석도 불편했다. 모니터 화면으로 경기장면을 보여주면 좋았을 것을. 어지간한 당구장에 가도 있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다. 스마트 폰으로 현장 중계를 보는 사람은 그래도 좀 나아 보였다. 결과적으로 굳이 현장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 중심가에 좋은 공간이 많은데 굳이 멀리 태릉선수촌에서 대회가 벌어지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화랑대역에서도 버스로 6정거장이 되는 먼 거리였다. 승리관은 공간이 작다. 조별 예선도 겨우 치렀다는 것이다. 이날은 당구대 하나만 중앙에 놔두고 3면을 객석으로 만들었다. 구리, 양구, 청주 대회에서도 경기장에 당구대가 수십 대였다. 그런데 월드컵 대회인데 그 정도 공간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구가 대한체육회 내에서 스포츠 종목으로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2018-12-05 14:43
-
- 노 코멘터리 방송
- 당구 방송을 즐겨 본다. 일부 의학정보 외에 24시간 거의 당구에 관한 방송을 한다. 세계 유일의 당구 전문 TV방송이라고 한다. 당구 계 뉴스는 물론 레슨도 해주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녹화 중계 한다. 덕분에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런데 개국 4주년을 맞아 ‘노 코멘터리’ 방송을 한다고 해서 봤다. ‘노 코멘터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캐스터와 해설자 없이 하는 방송이다. 이 방송국은 캐스터 2명, 해설자 2명이 거의 전 방송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도 질력이 날 만 하다. 늘 같은 사람이 나오고 말투도 같다. 특히 캐스터라는 사람은 늘 말을 해야 하는데 많은 말을 하다 보니 실수도 나오고 시청자에 따라 듣기 싫은 얘기도 들어야 한다. 그러니 차라리 볼륨은 아예 안 들리게 하고 경기 화면이나 보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캐스터나 해설자 모두 중계 방송하는 프로 선수들보다 기량이 아래인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그들과 겨루는 우리나라 정상급 프로 선수들의 기량에 비해 아래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캐스터는 동호인 수준의 당구 실력으로 보인다. 그 수준에서 보는 시각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높이와는 맞겠지만, 안 해도 되는 말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점수 차가 10점 이상이 되면 “이긴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는데 역전이 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해설자도 캐스터보다는 고수이지만, 그 수준에서 그 이상의 선수들 경기를 중계 해설하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레슨 시간에는 레슨 마스터라는 프로 선수가 등장하고 개그맨 출신의 보조 진행자가 나온다. 보조 출연자가 어느 날 시청자들이 말은 줄이고 곧바로 레슨에 들어가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개그맨 출신이다 보니 재미있으라고 레슨 마스터와 주고받는 말이 일부 시청자들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긴, 당구장이나 음식점에서 보여주는 방송은 볼륨을 완전히 낮춰 안 들리게 해 놓은 곳이 많다. 프로 야구 방송이나 뉴스도 자막으로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소음을 발생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생각한다. 들어야할 정보가 넘치고 이미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더 이상 미처 입력이 안 되고 있는데 끊임없이 정보가 날아드니까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가는 막걸리 집이 있다. 그 집 주인은 늘 미소와 함께 별 말이 없다. 그래서 편안하다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갈 때마다 반색을 하며 끊임없이 말을 하는 주인이 경영하는 막걸리 집이 있다. 그러나 같이 간 사람들과의 대화 분위기를 해친다. 마누라 잔소리 듣기 싫어서 밖에서 맴돈다는 시니어들도 많다. 자기를 위해서 하는 잔소리이고 다 맞는 말인데 너무 반복되니까 듣기 싫다는 것이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밖으로 도니까 자주 볼 시간이 없어서 얼굴만 마주치면 잔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요즘의 시니어 남자들은 조용히 있고 싶어 한다. 전철 안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여자들 수다가 들리면 아예 딴 칸으로 이동하거나 시끄럽다며 분풀이를 하기도 한다.
- 2018-01-20 11:51
-
- 당구장의 배경음악
- 공식 당구 시합이 벌어지는 장소는 각양각색이다. 쇼핑몰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은 쇼핑객들에게 구경거리를 선사하고 쇼핑몰 광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각종 잡음이 있어 별로 좋지 않다. 체육관에서 하는 경우는 객석이 너무 멀리 있어 관심 있는 선수의 경기를 보기 어렵다. 당구대가 여러 개 있어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려 집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국제 경기는 독립된 건물에서 하기도 한다. 큰 건물이 있는 휴양지에서도 국제 경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기는 기존 당구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당구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당구 치는 사람들의 잡담 소리만 들린다. 조용히 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을 칠 때마다 한마디씩 하게 되므로 다른 당구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 소위 방해 작전으로 하는 말도 있다. 당구 치는 사람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로 일부러 말을 걸기도 하는 것이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좋은 매너는 아니다. 어느 당구장은 TV 스포츠 경기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프로야구 경기를 틀어놓기도 하고 UFC 경기를 틀어놓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시끄럽다. 당구장을 투기 오락장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구 경기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안타라도 치면 괴성을 지르니 문제다. 아무 소리가 없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어느 당구장은 들어가자마자 개 두 마리가 짖으며 달려 나와 놀란 적이 있다. 계속 짖어대는 바람에 그만 치고 나갈 생각까지 했다. 주인은 개를 사랑한다지만 개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다. 영업장에 개를 풀어놓을 일은 아니다. 경기도 한 당구장은 대회 때 감미로운 바이올린,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배경 음악을 깔아 호평을 받았다. 선수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대한체육회장 배 당구대회에서는 수시로 공지 멘트를 마이크로 하는 통에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선수별 당구대 배정 멘트인데 댄스대회처럼 한쪽 벽에 붙여놓으면 될 일을 왜 소음에 버금가는 소리로 전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독일의 국제 당구대회장에서는 축구장에서나 사용할 법한 나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해설자 얘기로는 독일만 그렇다는데 정신이 좀 나간 사람이 한 사람 있는 모양이다. 당구는 귀족 오락이다. 궁정에서 하던 스포츠였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요즘은 고급 라운지처럼 차려놓은 당구장도 종종 보인다. 물론 게임비가 일반 당구장보다 비싸다. 당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게임이다. 심리적 요소가 경기에 많이 작용한다. 고급 당구장들은 클래식 음악을 낮게 틀어놓는다. 좋은 일이다. 당구를 치면서도 스스로 격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 2017-12-28 15:53
-
- 50대 여배우의 고독사
- 한 때 유명했던 여배우가 58세에 고독사 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다. 게다가 숨진 지 2주 후에야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었으나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에도 고독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고독사는 혼자 살다가 고독하게 죽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혼자 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니 혼자 살다가 죽어도 주변에서 모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숨진 후 2주 만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2주 동안 주변과 연락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얘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일단 폐쇄적으로 변하는 것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싫거나 세상살이가 시들한 것이다. 호르몬 작용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다. 살만큼 살다 보니 더 이상 희망도 없고 염세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도 있다. 남들보다 안 풀려 실망하다 보니 풀이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안으로 움츠러든다. 나보다 나은 사람, 못한 사람을 동시에 접할 필요가 있다. 나은 사람을 만나면 배울 점이 있다. 못한 사람을 만나면 지금의 나는 행복한 편이라는 실감을 할 수 있다. 특히 봉사를 해보면 봉사를 받는 사람보다 봉사를 하는 사람이 더 얻는 게 많다는 얘기가 그런 이유이다. 물론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좋다. 유유상종의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적당한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좋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일부러 연락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자녀들과도 공연히 연락해봐야 부담 줄까 봐 연락을 안 하고 산다. 자주 안 오고 연락이 없다고 원망할 필요도 없다. 그렇더라도 혼자 얼마든지 잘 산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혼자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할 일이 없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되도록이면 아침에 눈을 뜨면 밖에 나갈 일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도 할 일을 만드는 것이 좋다. ‘바보상자’라는 TV 시청도 나쁘지 않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어도 좋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보면서 즐기는 방법도 있다. 영화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필자는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이 없으면 24시간 방영하는 당구 방송을 본다. 필자도 혼자 살기 때문에 지인들로부터 전화나 문자가 오면 반드시 답을 해준다. 답을 안 해주면 무슨 큰 변이라도 당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끼친다. 사실 고독사를 당해도 본인은 죽으면 그만이다. 자녀들이 너무 무심했다며 마음의 짐을 짊어지기는 할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 품에 둘러 싸여 편안히 가면 좋겠지만, 한 세상 후회 없이 살았으면 더 바랄 것도 없다. 수명을 다 했으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2017-12-14 10:37
-
- 밀려나는 7080세대
- ‘7080세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를 말한다. 필자는 71학번이므로 ‘7080 세대’의 선두에 서 있다. 197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다. 그 사이에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과 결혼까지 했다. 아이 낳고 열심히 가족을 먹여 살리다가 퇴직하고 이제 환갑을 넘어 칠십고개를 향해 가고 있다. ‘7080 세대’에서 빠르면 60대 중반이고 마지막 세대는 50대 초반이다. 필자가 졸업하던 무렵에는 취업이 잘되던 시기다. 기업들도 한창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라서 1980년대 말에는 오히려 구인난에 허덕였다. 직장에서는 승진 바람이 불었고 증권, 부동산 등 모든 것이 순풍에 돛 달고 잘나가던 시기라서 노후 준비도 끄떡없었다. 그래서 퇴직한 시니어도 여유 있게 노후생활을 즐겼다. 퇴직은 했지만 하나의 소비 주체로서 인정도 받았다. 그래서 7080 TV 프로그램이나 7080 노래방 등은 이 세대를 인정하는 대명사처럼 불렸다. 1970년대에 포크송과 기타가 등장해 문화적으로도 독특한 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7080’ 대신 ‘8090’이라는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 대신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가 주류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간판들은 주로 단란주점 등 라이브 술집에서 사용하는 상호다. 70세대면 현재 60대 중반이다. 필자 주변에는 단란주점에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술 마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도 끊고 술을 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70세대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 것 같다. 강남역 등 새로 생긴 번화가의 도로변은 10~20대 차지다. 도로변의 가게들은 온통 이 세대를 상대하는 업종이다. 골목 상권으로 들어가면 나이 차가 10년쯤 나서 고객층이 30~40대다. 또 그다음 안쪽 골목에는 50대 이상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의 음식점들이 있다. 양재역 부근은 그나마 덜 북적대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 보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재역 사거리 남쪽 부근 골목에는 70세대가 가기 좋은 만만한 음식점이 모여 있었다. 초입에 큰 막걸리 집이 있어 필자도 자주 갔다. 그런데 그 집이 횟집으로 바뀌어 고객이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 이제 막걸리를 마시려면 양재시장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곳밖에 없다. 최근에 가 보니 골목 안쪽 깊숙이 막걸리 촌이 생겼다. 주요 소비층은 당연히 시니어다. 번화가에서 도로변은 젊은 고객들이 차지하고, 시니어는 안쪽 골목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많다 보니 아예 시니어가 모이는 지역이 따로 있다. 바로 종로3가 일대다. 탑골 공원 안이나 주변으로 주로 70대가 모인다. 음식점도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에 값도 싸다. 도로 건너 국일관 주변도 그렇다. 국일관 건물에는 시니어가 좋아하는 당구장, 활어회 시장, 사우나, 콜라텍 등으로 차 있다. 주변에도 전통 먹거리가 많다. 종로3가는 20대가 몰리는 익선동, 30~40대가 몰리는 종로3가 5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에는 포장마차들이 많다. 소비 주체에 따라 상권도 바뀌는 것이다.
- 2017-12-05 15:21
-
- 실전 경기의 차이
- 댄스학원에서 대충 배운 댄스로 댄스 경기 대회에 나가면 백전백패 한다. 댄스도 오래 했고 학원 내에서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나름대로 자신을 가졌으나 실제 경기에 출전해 보면 모든 면에서 다르다. 일단 경기장에서 하는 댄스는 동작이 화려하고 이동 반경이 커야 한다. 그래야 여러 경쟁자들보다 눈에 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댄스 휘겨와 루틴 등을 경기에 맞게 짜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폭도 커야 한다. 그러나 일반 댄스학원은 작은 편이기 때문에 학원에서 익힌 루틴으로 경기장에 올라서면 넓은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경기장을 제 집처럼 넓게 활용하는 선수와 넓은 경기장에 버거워하며 움추러드는 선수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구도 그렇다. 당구도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작게는 지인들끼리 또는 다른 당구장 사람들과 경기를 벌이는 일이 잦아 졌다. 당구 전용 TV에서도 하루 종일 당구 경기를 보여준다. 동호인들끼리 당구장에서 즐기는 당구와 실제 경기는 다르다. 동호인들이 경기 대회에 나가면 너무 긴장해서 평소 기량도 제대로 발휘 못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동호인들의 당구 경기를 보면 공격과 수비의 개념이 약한 것 같다. 4구 경기나 3구 경기 모두 공격과 수비까지 감안하고 쳐야 한다. 그런데 생각 없이 치다 보니 눈앞에 놓인 공을 치기 바쁘고 어떻게 쳤는지 우왕좌왕하다가 끝난다. 4구 경기는 다음 공을 치기 좋게 하기 위해서는 공이 모아져 있으면 좋다. 그래서 평소 지인들과 즐길 때는 모으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아쉽게 실수할 경우 모아 놓은 공을 상대방이 쉽게 쳐서 낭패를 보는 것이다. 가끔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이유가 그럴 때이다. 그러므로 경기에서는 확실한 공이 아니면 공을 모으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공이 목적구 하나는 멀리 단 쿠션 쪽에 벌어져 있고 다른 하나의 목적구는 반대편 단쿠션 쪽에 있으면 보통 두께를 조정하여 단쿠션을 먼저 맞히고 장쿠션을 거쳐 공이 돌아오게 친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성공 확률이 높지 않으면 그렇게 치면 다음 공이 멀리 있던 제1목적구가 아래로 내려오며 다음 공이 가까이 모인다. 그러면 상대 선수가 치기 좋은 배치가 되는 것이다. 죽 쒀서 남 주는 꼴이다. 그래서 확률이 높지 않으면 제 1 목적구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많이 움직이지 않는 방법으로 친다. 그럴 때는 빗겨 치기나 세워치기가 요령이다. 맞으면 다행이고 안 맞으면 상대 선수가 공을 모아주기를 한 차례 기다리는 것이다. 3구 경기는 반대로 제1목적구와 제2목적구가 한쪽으로 몰리면 공략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자신이 칠 때는 포지션 플레이라 하여 다음 공을 치기 좋게 공을 친 후의 제 1목적구와 제 2목적구의 위치를 봐둔다. 한쪽은 코너 쪽으로 몰고 다른 하나는 반대쪽에 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목적구 두 개가 한 쪽으로 몰리는 방향으로 치는 것이 전형적인 수비 방식이다. 지인들끼리 칠 때는 우선 눈앞에 놓인 공을 치기 급급하다. 맞으면 다행이고 안 맞아서 상대방이 쉽게 칠 수 있는 공 배치가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골프에서 드라이버의 한 타나 퍼팅의 한 타는 같은 가치를 갖듯이 당구도 마찬가지이다. 동호인 골프에서는 호쾌하게 날아가는 드라이버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퍼팅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어지간한 거리이면 오케이를 주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는 오케이가 통하지 않고 공을 당연히 홀에 넣어야 한다. 당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초구나 경기 초반에는 대충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초구가 중요하다. 초구가 맞으면 이어지는 공까지 성공했을 경우 초반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초반에는 경기이긴 하지만, 승부욕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마음 자세로 임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초반에 대충 친다. 그러나 경기는 경기이기 때문에 한 타 한 타가 중요한 것이다.
- 2017-11-22 13:38
-
- 한국이 세계 당구의 큰 시장이 될 것
- 20여 년 전 댄스스포츠를 한창 즐기며 배울 때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은 우리나라 방문을 기피했었다. 어차피 극동에서 벌어지는 아시안 투어에서 일본에는 가지만, 한국은 건너뛰기도 했다. 그러던 프로선수들이 불과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자주 온다. 한국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한번 오면 고액의 시범료를 받을 수 있고 온 김에 레슨비를 두둑이 챙겨서 갈 수 있다. 당구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생겨난 당구의 세계적인 수준에 편승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세계 당구계의 변방이었으나 이제는 4대 천왕이라는 세계 프로 당구계의 거물들이 한국을 자주 찾고 있다. 올해만 해도 LG U+대회와 청주 직지 당구 월드컵 대회 등 세계대회를 두 차례나 치렀다. 그리고 여기저기 동호회에서 초대 받아 시범 몇 차례 보여주면 레슨비가 만만치 않다. 한국 당구 계는 TV나, 관련 업체 등에서도 이들 4대 천왕을 통하여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LG U+대회의 우승 상금은 무려 8천만 원이었다. 대부분의 세계 대회 우승 상금은 1천만 원 내외로 알고 있다. 청주 직지 당구 월드컵 대회의 우승 상금은 1천만 원이었으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몰려 와서 경합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계 대회는 일 년에 10개 남짓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세계대회에서 심판이 국제 공용어인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쿠드롱 3점”, “득점”, “안 맞았습니다.” 라고 하는 것을 보니 외국 선수들도 아쉬우면 한국말을 배워야할 판이다. 물론 당구 용어는 뻔하고 득점수는 본인이 몇 점 쳤는지 잘 알고 기록원이 틀림없이 기재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은 없다. 전 세계 태권도 사범들이 “준비”, “차렷” 등 우리말로 구령을 하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프로 당구 선수들의 수입은 아직은 경기 상금만으로는 생업으로 삼기에 부족하다. 대회 성적이 좋은 선수는 기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거나 그 명성으로 레슨비를 수입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구 신동 조명우 선수의 경우 4대 천왕 중 한 명인 산체스를 키워낸 세계적인 종합스포츠 클럽 FC포르투에 입단하기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종합스포츠클럽 시스템이 안 되어 있다. 그러나 인프라는 가장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당구의 본고장 유럽에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몇 십 미터 간격으로 당구장이 많지 않다. 당구장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더구나 당구의 기초 과정을 배울 수 있는 4구 경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만 즐기고 있다고 한다. 4구에서 발전하여 3구 경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4구 동호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거기에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당구 붐을 타고 왕년에 당구 맛을 봤던 시니어들이 대거 당구 쪽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재력 있는 시니어들은 골프를 즐겼으나 골프는 날씨와 관계가 많고, 최소 4명의 마음 맞는 동반자를 구해야 하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 등 난점이 많아 손쉬운 당구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당구를 생업으로 삼아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 세계적인 프로당구선수들을 다수 배출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당구 계는 점점 더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다. 댄스 계 초기에 붐이 크게 일면서 젊은 선수들이 댄스에 정진했던 일과 비슷하게 비교된다.
- 2017-10-16 20:03
-
- 프로 당구 선수들의 표정 관리
- TV 당구 채널이 생겨 하루 종일 당구 시합을 볼 수 있다. 국내 경기도 있고 국제 경기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프로 선수들은 얼굴이 알려져 연예인 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직 당구 대회가 많지 않고 상금도 약하지만, 프로 당구 선수들은 당구 만으로 생업이 가능해졌다. 상금 외에 유명세 만으로도 레슨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꽤 되는 모양이다. 'LG U+' 대회는 올해 우승 상금이 8천만 원이었다.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 하니 우승하고 나면 상금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이다. 지난 'LG U+' 대회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자네티 선수는 경기 중에 스트로크 할 때마다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멋진 기술이 통했을 때는 자기 자신을 뿌듯해 하기도 하고 실수를 했을 때는 안타까운 표정도 잘 지었다. 너무 경망스러워 보이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해설자도 “프로 선수들은 그래야 한다”라고 거들어 줬다.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산체스, 쿠드롱, 야스퍼스, 브롬달 선수를 보면 자네티 만큼은 아니더라도 얼굴 표정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약간의 익살이나 쇼맨십도 있다. 그런 것을 잘 할수록 팬이 늘어난다. 물론 베트남의 응유엔 선수나 프랑스의 뷰리 선수는 큐를 다루는 모습이 불량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프로 당구 선수들의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 너무 비장해 보인다. 노련한 프로 당구 선수나 이제 갓 성년이 된 젊은 선수나 또는 여자 선수들까지도 남녀노소가 모두 같다. 웃음 띤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고 항상 진지하고 심각해 보인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승자는 웃음을 보이고 패자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악수를 받아 준다. 물론 승패가 걸렸으니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그리고 일단 자기 차례가 왔을 때는 스트로크, 당점, 큐 스피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경직되면 스트로크 또한 경직되게 나간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략법이 있는데 시야가 좁아지니 제 페이스를 못 찾고 공타가 늘어난다. 선수도 아니고 동호인끼리 당구를 치면서도 표정 관리는 중요하다.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지나치게 승부욕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경직되게 만든다. 승패 이전에 같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댄스에서도 표정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초보자들은 스텝을 익히기 바쁘지만, 정작 경기 대회에서는 스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스텝은 연습하면 익힐 수 있는 것이고 수없이 반복 연습을 하면서 경기 대회에서 스텝을 틀리는 선수는 거의 없다. 틀린다 해도 선수들마다 루틴이 다르므로 심사위원들이 잡아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심사위원들의 시선은 최종적으로 선수들 얼굴 표정으로 간다. 스텝을 틀린 사람은 얼굴 표정에서 나타난다. 파트너를 믿지 못하는 선수는 파트너의 스텝이 불안해서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나 파트너를 믿게 되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를 향하며 여유가 있어 보인다. 춤을 추는 동안에 심사위원들과 눈도 맞추고 객석의 응원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한다. 프로는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 2017-10-14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