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평선 끝과 하늘의 시작이 맞닿는 곳. 몽골은 도시의 소음에 지친 현대인에게 진정한 광활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땅이다. 1년 중 몽골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는 단연 6월에서 8월 사이다.
짧은 여름 동안 몽골의 대지는 가장 생기 넘치는 초록을 뿜어낸다. 낮에는 쾌적한 바람이, 밤에는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유목민의 영혼이 깃든 테를지의 드넓은 초원부터 거친 오프로드를 지나야 만날 수 있는 고비의 붉은 사막까지. 시간이 멈춘 듯한 대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여정을 시작한다.

몽골의 대표 여행지, 테를지 국립공원
울란바토르에서 약 70㎞, 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테를지는 몽골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행지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특이한 형상의 바위산, 그사이를 흐르는 강줄기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초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어워’는 몽골인의 신앙이 담긴 성소다. 지나가는 이들이 돌을 쌓으며 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고 소원을 비는 모습은 우리네 성황당과 닮았다. 붉은색(열정)과 노란색(신앙) 띠가 바람에 흩날리는 어워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행의 안녕을 빌어보자.

천진벌덕 벌판에 홀로 우뚝 솟은 40m 높이의 거대한 칭기즈칸 기마상은 멀리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250톤의 강철을 사용해 만든 이 동상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말 머리 부분의 전망대에 오르면 칭기즈칸이 호령했던 광활한 초원이 360도로 펼쳐진다. 지하 박물관에서는 찬란했던 몽골 제국의 유물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부처님이 타고 다니던 코끼리를 형상화한 ‘아리야발 사원’은 명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코끼리 코를 닮은 108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난간에 적힌 불교 경구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사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테를지의 전경은 가파른 계단을 오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수천 년의 풍화가 빚어낸 ‘거북바위’는 테를지 국립공원을 묵묵히 지켜온 장엄한 수호신이다. 공원 안쪽을 응시하는 영험한 형상 덕분에 예부터 신성한 명물로 사랑받았으며, 현재는 대자연의 신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거친 땅, 고비 사막의 매력
몽골어로 ‘고비’는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을 뜻한다. 하지만 그 이름과 달리 고비는 생명력이 가득한 공간이다. 동서로 1600㎞에 달하는 이 거대한 지대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모래사막일 뿐 아니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암석 지대와 드넓은 초원이 공존하는 몽골 여행의 정수다.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 차로 7시간 이상 길도 없는 오프로드를 가로지르는 여정은 고되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풍경은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한다.
아시아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차강소브라’는 ‘하얀 불탑’이라는 뜻이다. 차강소브라를 멀리서 보면 웅장한 흰색 성벽이 대지 위에 우뚝 솟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수억 년 전 깊은 바닷속이었던 이곳은 긴 세월 동안 지반이 융기하고 비바람에 깎여나가며 지층마다 울긋불긋한 색채의 띠를 남겼다. 절벽 끝에 서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지평선은 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담는 듯한 경외감을 선사한다.
‘홍고린엘스’는 몽골 하면 떠오르는 모래사막이다. 알타이 산맥을 넘어온 모래가 층층이 쌓여 만든 거대한 사구는 폭 12㎞, 길이 180㎞에 달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 때문에 ‘노래하는 언덕’이라고도 불린다. 높이 300m에 달하는 정상을 오르는 일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행이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사막의 능선과 오아시스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준다.
만년 얼음의 신비한 계곡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욜(수염독수리)이 사는 계곡’이라는 뜻의 ‘욜링암’은 고비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잠시 잊게 해주는 안식처다. 해발고도가 높고 계곡이 깊어, 한여름 45℃를 웃도는 날씨에도 계곡 깊숙한 곳에는 얼음이 남아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얼음 계곡을 트레킹하는 기묘한 경험과 머리 위를 유유히 비행하는 독수리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몽골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순간
몽골 여행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으로 부딪칠 때 완성된다. 홍고린엘스에서 타는 모래썰매는 중력을 잊은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드높은 모래언덕을 기어 올라가는 고통 뒤에 따르는 최고의 보상이다. 썰매를 타고 급경사를 내려오는 순간, 몸으로 전달되는 모래의 진동과 귀를 울리는 모래의 노랫소리는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사방이 모래뿐인 세상에서 즐기는 가장 원초적이고 역동적인 유희다.
우주를 마주하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테를지 국립공원 게르에서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자. 해가 진 뒤 시작하는 몽골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인공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사막과 초원의 밤은 우주의 민낯을 드러낸다. 게르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내려앉은 은하수와 별똥별은 숨을 멎게 한다. 별이 너무 많아 하늘이 무겁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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