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은 지난 29일 대한골프협회와 의료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국가대표 골프 선수들의 건강 관리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협약식은 자생의료재단 박병모 이사장과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 대한골프협회 박재형 전무이사 등 각 기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한골프협회는 우리나라 골프를 대표하는 단체로, 국가대표와 신예선수들을 선발·육성하고 전국 규모 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골프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우리 여자골프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 여자 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아태지역 최고 귄위의 '퀸 시리키트 컵(Queen Sirikit Cup)'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석권하며 대한민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자생한방병원은 대한골프협회 지정 의료기관으로서 협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한 코치와 트레이너 등의 척추·관절 건강 관리에 나선다. 협회는 영상 진단부터 추나요법, 침치료, 한약 처방을 포함한 한방통합치료까지 자생한방병원의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또한 선수들이 주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한의사의 출장 진료도 필요 시 진행될 계획이다.
실제 다수의 골프 선수들은 고된 훈련과 대회로 인해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골프의학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국 프로골프투어 부상 현황 분석’에 따르면 한국프로골프(KPGA) 및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 439명 중 절반 이상이 골프로 인한 3주 이상의 근골격계 부상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PGA 선수들의 주요 부상 부위는 ‘등과 허리(28%)’, ‘손목(24%)’, ‘목(18%)’이었으며, KLPGA 선수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자생의료재단 박병모 이사장은 “골프는 한쪽으로만 몸을 회전시키는 편측운동인만큼 부상의 위험이 높아 평소 면밀한 건강 관리와 치료가 매주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골프의 중심축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생한방병원의 치료에 힘입어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골프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샌즈 골프데이’ 행사가 오는 23일 라스베이거스 샌즈사의 주최로 마카오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는 호주교포 스타 골프 남매로 잘 알려진 이민지, 이민우가 참석하며, 세계 랭킹 1위 골퍼 리디아 고와 세계 랭킹 2위 골퍼 콜린 모리카와도 함께 할 계획이다.
롭 골드스타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회장은 “콜린 모리카와와 리디아 고, 이민지, 이민우가 마카오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이들은 마카오 주니어 골프 협회 소속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어린 유망주들을 응원하고, 마카오 지역 사회와의 교류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최초 브랜드 여성 홍보대사인 이민지는 “이번 행사에 합류해 영광으로 생각하며, 더 많은 여성이 골프를 시작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마카오오픈에서 기록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민우도 “누나와 함께 마카오로 돌아오게 되어 기쁘며, 마카오오픈에서의 엄청난 성원을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PGA투어 통산 19승을 기록 중인 리디아 고는 “마카오는 지리적으로 한국과도 가깝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라며 “현지 팬들과 인연을 맺고 골프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첫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사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마카오 지역 사회 지원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 젊은이들에게 스포츠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글로벌 대사들과의 파트너십이 이번 행사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자회사인 샌즈 차이나는 마카오에서 대형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코타이 스트립에 위치한 여러 호텔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운영하며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고속 페리도 운행 중이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업체들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둔화됐는데도 그렇다. 긍정적 전망을 거둬들이는 이가 없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용품 시장.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파크골프가 채 하나,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해서 용품 시장까지 단출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생 업체가 탄생하고 있고,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공인한 브랜드만 2023년 7월 기준 46개다.
파크골프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 시장이 활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파크골프용품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2년 5월 1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1년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에 나타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파크골프 채와 파크골프 공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업계 반응도 뜨겁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인증 업체 부쿠로혼마의 서재홍 대표는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다”고 했다. “18년 넘게 골프 업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파크골프 이야기는 업계에 5, 6년 전부터 나왔는데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2, 3년 전부터입니다. 골프를 즐기는 60대 이상이 파크골프로 넘어간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정사실입니다. 파크골프 회원의 성장은 해마다 놀랄 정도입니다.”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골프채 전문 쇼핑몰 ‘1등골프’에서 지난 1~2월 파크골프 상품을 살펴본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무려 124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쿠로혼마 역시 지난해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하며 인기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 증가폭이 더뎌졌는데, 그 사정이 흥미롭다. 서재홍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지난해 같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기보다 시장성을 보고 업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이는 업계 선두 브랜드도 겪는 문제다. 한 파크골프 업체 관계자도 매출 추이를 설명하며 한마디 보탰다. “올해 신생 업체가 엄청나게 생겼습니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파크골프 채는 종류 및 제조사가 다양해 직접 보고 구매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한국파크골프(피닉스)가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최근 파크골프 업계는 국산 제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피닉스, 데이비드, 볼빅, 브라마골프가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산 선호도가 높다. 수입산이 더 좋다는 인식과 더불어 은연중에 과시욕도 녹아 있다. 인기 브랜드 중 상당수가 과거 영화를 누린 브랜드라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서재홍 부쿠로혼마 대표는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보면 골프 초창기 느낌”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마디로 거품이 심합니다. 수입산이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뜻이지요. 그런 탓에 보급품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의 품질에는 수입산이나, 국산이나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시장을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가 스포츠 산업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세대가 파크골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빅데이터 조사 결과, 60대 이상 검색량이 49%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인 50대(33%)와 40대(15%) 검색량도 총 48%로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파크골프 시장에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은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지금과 같이 참여 인구가 증가한다면 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데이터는 중장년층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골프 시장에 여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효과가 파크골프에도 나타나리라는 전망이다.
골프 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프와 파크골프를 겸하는 브랜드에서 파크골프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재홍 대표도 이 흐름에 동의했다. “3년 전만 해도 7대3 비중으로 골프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70%가 파크골프입니다.”
‘골프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파크골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갖춰야 할 복장과 장비가 간단해서다. 혹시 인기에 힘입어 파크골프에 입문하고픈 마음이 생겼다면, 다음 사항을 참고해 파크골프를 더욱 재밌게 즐겨보자.
파크골프의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다. 보통 4인 1조로 진행하며, 출발 지점(티박스)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로 코스를 돈다. 최종 코스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볼을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 홀의 종류로는 파3(40~60m), 파4(60~100m), 파5(100~150m)가 있다. 18홀 기준 4시간 이상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는 1시간 반 정도면 경기를 마칠 수 있다. 파크골프의 클럽 헤드에는 로프트(각도 또는 경사도)가 없어 세게 휘둘러도 볼이 위험하게 날아가지 않고 지나치게 뜨지 않는다. 골프처럼 ‘손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채와 공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파크골프는 86㎝ 길이의 클럽과 지름 6㎝, 무게 80~95g의 공으로 티 샷, 세컨드 샷, 어프로치 샷, 벙커 샷, 퍼팅까지 모두 소화하기 때문에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클럽 한 개와 플라스틱 공을 먼저 갖추되 추가적으로 골프 티(공 받침대), 볼 마커(공의 현 위치를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동전), 볼 포켓(공 보관 주머니), 모자, 장갑, 골프화, 운동복이 필요하다. 잔디 보호 차원에서 등산화는 신지 않도록 한다.
파크골프 채는 크게 손잡이 부분인 ‘그립’과 막대기 부분인 ‘샤프트’, 공을 타격하는 부분인 ‘헤드’로 구성된다. 혼마·미즈노 등 브랜드에 따라, 만들어진 소재에 따라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본인의 신장과 손 크기 등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공을 타격했을 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보다 직접 만져보고 시타를 해본 후 선택하기를 권한다.
파크골프 공은 내부를 채우고 있는 겹의 수에 따라 구분된다. 1피스 공은 수지가 한 겹이다. 즉 단일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내구성이 강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2피스·3피스·4피스 공은 중심과 커버가 각기 다른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미세한 성능 조절이 가능하다. 겹의 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제품은 아니니 연습용, 비거리 향상, 부드러운 타구감 등 본인의 목적에 맞게 고르면 된다. 나에게 맞는 공이 어떤 것인지는 직접 종류별로 타격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매너는 기본
장비가 준비됐다면 파크골프장을 찾아 게임을 즐길 일만 남았다. ‘파크알리미’ 앱을 활용하면 전국 파크골프장 위치와 해당 구장의 코스, 휴무일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에서 검색창을 클릭한 후 ‘파크알리미’를 입력해 설치하면 된다.
경기 중에는 서로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공을 치고 있을 때는 함께 집중해주고, 컵 앞에 서거나 횡단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코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린을 오래 점유하면 다음 팀에 피해를 주게 된다. 전원이 ‘컵인’ 하자마자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딱딱하거나 모퉁이가 날렵한 신발을 신고 게임을 하면 잔디가 금세 상하기 때문에 유연한 소재의 신발을 신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좋다. 파크골프 에티켓, 문화 등 더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관련 온라인 카페, 동호회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간혹 지자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파크골프협회 회원 모집이나 교육 진행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데, 기관이나 협회를 통한다면 무난하게 진입할 수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짙다. 파크골프도 마찬가지다. 치솟는 인기만큼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분별한 시설 확충, 환경 파괴, 공공 부지의 사유화, 일부 단체 및 동호인의 폐쇄성 등 온갖 문제 집합소처럼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결은 어떨까? 지금부터 그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번 봐보세요. 다 밀려 있잖아요? 한 홀에 한 팀씩 배정되면 딱 좋아요. 그러니까 72명이 정원인 거예요. 그런데 지금 120명 넘게 라운드하고 있어요. 인원이 오버돼도 너무 오버됐어요. 말 그대로 포화 상태예요.”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C씨가 가리키는 곳마다 군데군데 무리 지어 있는 회원으로 가득했다. 치는 팀, 벤치에 앉아 대기하는 팀, 그 뒤에 서 있는 팀. 골프채를 짚고 연신 땀을 훔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사람에 치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수도권 내 다른 파크골프장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최근 들어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7월 들어 대기 시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신규 회원이 엄청 늘었어요. 경쟁률이 4대1까지 된다고 합니다. 원래 신규 회원들은 기존 클럽으로 배정돼요. 그런데 기존 클럽도 회원이 넘쳐서 아예 신규 클럽을 개설했고, 그 클럽이 7월부터 배정됐어요. 오면 기본적으로 27홀, 최대 36홀까지 쳤는데, 이제 3시간 동안 겨우 18홀 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최근 몇 년 사이 파크골프 회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년 대비 회원 증가율은 평균 42.7%에 달한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66%의 회원이 신규 등록을 마쳤다. 그 속도에 파크골프장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2022년 9월 기준 361개로 250여 개 수준에 머물렀던 2020년 대비 100개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매년 10~20%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오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으니까 한 번 라운드하려면 전쟁이 나는 겁니다. 파크골퍼들이 최근처럼 늘기 전에는 원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젠 현실적으로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자연스럽게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PC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들은 아들, 딸 다 모여서 예약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멀리 갈 것 없다. 7월 초 영등포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전 타임 예약 완료’가 일찌감치 떠 있었다.
예약 실패담 없는 회원은 없다. 회원 C씨는 “1분 이내에 다 나가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430여 명 됩니다. 그런데도 눈 깜짝할 새에 예약이 끝나요. 혹시 더 칠 수 있을까 해서 일반부 예약을 시도했는데 엄청나게 어려웠습니다. 빨리 눌러야 하는데 우린 순발력이 없잖아요!”
회원 A씨는 인터넷 예약제 회의론자가 됐다. “우리 세대는 인터넷 예약을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웃음) 실제로 신규 회원 교육 때 예약하는 법을 배워요. 하지만 실전에선 안 되는 걸 어떡합니까? 조금만 버벅대도 예약 끝입니다. 시간 되자마자 눌러야 하는데 그게 나이 들면 잘 안 돼요. 인터넷 시대니까 최적의 방법이라고 하겠지만, 우리한테는 여전히 장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날로그 방식도 답은 아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은 당일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는데, ‘운동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2시간 기다려서 번호표를 받을 수 있을 때 이야기다. 타임별 정원(100명)이 초과되면 채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귀가해야 한다.
시설 관리 주체를 둘러싼 갈등은 그 연장선상의 문제다. 현재 파크골프장은 지역 협회나 동호회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단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양립하고 있다. 무질서한 사용을 막기 위해 제힘으로 돌보겠다는 게 파크골퍼들의 입장이다. 때마침 라운드를 마치고 ‘봉사’ 목걸이를 건 ‘사랑클럽’ 회원 A씨는 “자체적으로 하는 일”이라며 바람에 휘날리는 쓰레기를 휙 낚아챘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 주의 주는 일, 명찰 부착하도록 하는 일 등을 하며 원활한 진행을 돕고 있습니다. 누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해야지. 잔디 관리도 합니다. 호미나 낫이 다 구비돼 있습니다. 회원들은 파크골프장을 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약은 일체 치지 않고, 쭈그려 앉아서 우리 손으로 잡초를 뽑습니다. 애정이 남달라요.”
남다른 애정 또는 일부 빗나간 애정은 공공체육시설 사유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 결국 공단이 관리를 맡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고려해 온라인 예약, 선착순 대기표 발급 등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면 다시 문제는 쳇바퀴를 돈다. 이때 공적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는 덤이다.
이쯤 되면 답은 파크골프장 증설밖에 없어 보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오히려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일부 지자체는 수요를 따라잡겠다며 행정 절차를 위반하고 시설을 건설하거나 확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국가 하천 구역 내 파크골프장 전수조사 결과, 전체 88곳 중 56곳(64%)이 불법이었다. 불법 파크골프장 40곳은 환경당국에 하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으로 골프장을 넓힌 경우였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영등포 파크골프장은 코스 정비까지 마쳤지만 환경청 허가가 나지 않아 추가 개장이 보류됐다. 경북 경산시의 남천둔치 파크골프장 9홀 추가 증설 계획은 시민 반대에 막혀 백지화됐다. 울산 울주군의 청량천 일대 파크골프장에선 시설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이용객과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 의견이 충돌했다. 멸종 위기종인 수달과 삵, 맹꽁이를 비롯해 200여 종의 동식물이 사는 달성습지를 인근에 둔 대구 고령군 일대 파크골프장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시작해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런 예를 더 나열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뾰족한 답은 없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2023년 5월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23호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파크골프 참여자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지역별로 편차는 있으나 현재의 시설 공급 수준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원인을 콕 짚으면서도 “파크골프의 성장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지만, 무분별한 시설 확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한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해결책을 내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비도시 지역은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간 활용도도 높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의 ‘모색’이란 단어 자체가 그렇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어쩐지 ‘사랑클럽’ 회원 C씨의 말이 뼈 있게 들린다. “7월 한 달 동안 우리 클럽은 배정을 14번 받았습니다. 행사가 많았던 5, 6월과 비교하면 횟수는 늘었어요. 그럼 뭐해요? 안 돌아가는데? 배정 횟수를 줄이더라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선수 은퇴 후 31년. 냉혹한 스포츠 세계에서 여전히 최순호(61)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건재하다. ‘레전드 대우’가 아니다. 수원FC 단장 공개 모집에서 8대1 경쟁률을 뚫었다. 신입 단장은 자신만의 오랜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쉬지 않고 일하는 최순호식 노하우를 캐왔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 카페의 널찍한 통창 너머로 최순호 수원FC 단장이 보였다. 185cm의 큰 키, 꼿꼿한 자세. 아이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그는 통화로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했다. 끊자마자 다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만 61세, 현역. 최 단장의 어느 대체 휴무일 풍경이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도자로 또 행정가로 축구 현장에서 숨 쉬는 중이다. “나처럼 일하는 사람도 드물 거예요. 사회적으로는 은퇴할 때라고들 하니까요. 축구계는 그런 개념이 덜하긴 한데, 그래도 후배들이 한마디씩 하죠. ‘어떻게 형은 쉬질 않네?’”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 최 단장은 금세 확신에 찬 눈을 밝히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어떻게’를 들려줄 채비가 끝난 듯 보였다.
축구 천재와 키다리 아저씨
최순호 단장은 축구계에서 불세출의 재능으로 꼽힌다. 국가대표 통산 96경기, 30골.(참고로 손흥민은 2023년 7월 기준 111경기 37골을 기록 중이다.) 재능에 관한 한 겸손은 없다. “타고났다고 봐야지. 그게 한 3년 동안 쓴 기록이에요. 골 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는 당대 보기 드문 장신에 유연성을 겸비했다. 발이 빠르면 으레 지구력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청년 최순호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쉬는 시간에 공 차다가 축구부에 뽑혔어요. 워낙 빨랐으니까 눈에 띄었겠죠. 축구를 하면서도 육상부로 청주시 대회에 나가 수상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운동은 타고나는 거예요.”
최 단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포항제철실업축구단(포항스틸러스의 전신) 입단이 확정됐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해 어린 선수들을 주목했던 ‘실업 최강’ 포항제철은 일찌감치 최 단장을 점찍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아시아의 호랑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개인적으로는 20대 초반 4~5년을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많은 득점을 올렸습니다. 시기로 따지면 1979년에서 1984년까지죠. 정말 재미있게 축구했어요.”
때로 대중과 개인의 평가는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최 단장도 그렇다.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월드컵 통산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1골 3도움. 3골 1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과 동률이다)을 안겨준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그는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어느 순간 딱 막히는 느낌이 왔어요. 더 이상 축구가 재밌지 않았죠. 월드컵이 동기부여는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만큼 재밌거나 의욕이 넘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이 기억하는 멕시코월드컵 이듬해인 1987년에는 오히려 가장 좋지 않았죠. 아예 선수 생활을 접으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부침을 겪을 때마다 최 단장 곁엔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다. 포항제철실업축구단 창립자인 박태준 고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그는 최 단장을 각별히 아꼈다. “왜 유독 예뻐했는지 곰곰이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당시 ‘볼 좀 찬다’는 선수들은 다 포항제철에 모였지요. 그 팀에 고등학생이 입단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병아리죠. 그 병아리가 애정을 주고 돌보니 장닭으로 성장한 겁니다. 그래서 더 예뻐 보였겠죠. 내 유추는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 단장이 고교 3학년 때인 1979년부터 박 회장이 작고한 2011년까지 33년 동안 이어졌다. 최 단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큰 어른의 지혜와 선견지명을 배웠다. 그는 “지금까지 일하는 기틀이 잡힌 건 그때”라고 말한다.
“사람 인연이 참 중요합니다. 그분을 못 만났더라면 지금까지 일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분이 강조한 건 결국 하나였습니다. 시스템이지요. 한번은 ‘애국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는데, 멀거니 있으니 말씀하시더군요. ‘너는 축구인이지? 그럼 축구를 열심히 하는 게 애국이야. 축구를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짜 애국이야.’ 그렇게 환경, 즉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법
1992년 은퇴 후 최 단장은 포항스틸러스, 현대미포조선, 강원FC 감독을 역임했다. 포항 감독 시절인 2003년에는 K리그 최초로 클럽 유스 시스템을 도입해 한국형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과 FC서울 미래기획단 단장,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포항 유스 총괄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30~40년 전부터 구상한 것을 그동안 꾸준히 해왔습니다. 예전엔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최 단장이 벙긋 웃었다. 그를 오래 봐온 이라면 웃음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그는 축구계 이상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늘 현실 그 이상을 바라봤다. 눈앞의 결과가 중요한 스포츠판에서 때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커 뜬구름 잡는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 선진 축구 시스템에 대한 타협 없는 열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의 무기가 됐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옛날에 축구 좀 한 것 가지고 지금까지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요즘 말로 하면 ‘축구 금수저’ 아니냐는 거죠.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최 단장은 쉬지 않고 일하는 그만의 방법을 열거할 수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두 가지는 기획, 그리고 전문성이다. “저는 행정적으로 일합니다. 항상 기획하죠. 어떻게 해나갈 건지 멀리 보고 플래닝하는 겁니다. 그리고 유소년이라는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유소년은 사회는 물론 축구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유소년팀에서 성장한 선수가 승급해 프로 무대를 누비는 게 시스템의 선순환이니까요. 실은 지도자 할 때도 유소년부터 맡고 싶었습니다. 여건이 되지 않아 그렇게 할 수는 없었지만, 프로팀 감독을 할 때도 산하 유소년에 관심을 기울였고 지도자들도 꾸준히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늘 유소년 육성 지원 체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이 있게 하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획과 전문성을 두 가지 태도가 뒷받침한다. 깊은 사고와 원칙주의다. “늘 기도하고 계획 세우는 삶을 살았습니다. 기도를 하면 생각이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구체적인 비전을 그려야 기도도 가능하니까요. 또 한 가지는 원칙주의입니다. ‘최순호는 대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인식이 축구계에 있는 줄 압니다. 원칙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원칙대로 일하면 누구든 쉽게 보지 않습니다. 대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경우는 원칙대로 안 했을 때입니다.”
30여 년에 걸친 노하우를 쏟아낸 최 단장은 정말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며 빠르게 목을 축였다. “일하기 위해서 일을 쉬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진지했던 표정은 어느덧 환한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일하는 도중 한 번씩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안식년 개념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1년 정도 쉰 게 두 번입니다. 단연 2005년이 기억에 남아요. 미국에서 6개월여를 보냈는데,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예배를 마친 뒤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했습니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한인 타운에는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전 내내 공부하고 오후에는 골프나 등산을 하며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태국 파타야에 약 100일간 머물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축구를 가르쳤습니다. 목이 타서 새카맣게 변할 때까지요. 재밌는 건 그렇게 1년을 쉬었는데도 사람들은 나더러 안 쉬고 일만 한다고 하는 겁니다.(웃음)”
이상주의자의 현재진행형 꿈
이따금 남몰래 숨을 골라온 최 단장은 현재 일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지도자 때보다 일하는 강도는 훨씬 강하지만 그만큼 즐겁다고 했다. “단장을 맡기 전까지는 사실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선수와 지도자는 정신적으로 고되고, 단장은 육체적으로 고되달까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잖아요. 무언가 부탁하고, 답변하고, 협의하고요. 말하는 게 엄청 피곤한 일입니다.(웃음) 챙겨야 할 팀도 남자 성인, 여자 성인, 초중고 유소년까지 여럿입니다. 체력이 예전 같지는 않아요. 예순 조금 넘어서부터 실감하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하품이 자꾸 나오니까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이 밝다. “그런데 재밌긴 엄청 재밌어요.”
인생 스승에게 얻은 교훈을 오랜 시간 숙성시켜 체화한 그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일상 속 단단히 내린 루틴, 그리고 자기관리가 있다. 새벽 4시 반에서 5시 반 사이에 기상하는 건 오랜 습관. 7시 반이면 사무국에 출근해 늦어도 오전 10시까지 주요 일과를 처리한다. 일주일, 한 달 계획까지 살핀 뒤 직원들이 출근하면 함께 해야 하는 일을 본다. 오후에는 외부 일정을 소화한다. 마케팅 차원으로, 또 관중 유치 차원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저녁은 집에서 최대한 일찍 먹고 보통 9시에서 9시 반 사이 잠자리에 든다. 짬이 나면 틈틈이 근력 운동 위주로 몸을 단련한다. 가끔 즐기던 와인은 입에 대지 않은 지 꽤 됐다. 담배는 일절 피우지 않는다.
“이런 습관을 들인 지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운동법만 조금 바꿨지요. 나이가 들면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거든요. 신체 건강은 그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어쩐지 ‘일한다’고 하면 다 잊어버립니다.(웃음) 오랜 시간 생각한 꿈과 목표가 있으니까요.”
최 단장의 꿈은 ‘글로벌 스탠더드’ 만들기다. 시스템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명해 글로벌 스탠더드라 부르고 있다. “표본이 될 만한 팀이 내 기준에는 아직 K리그에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같은 규모가 큰 구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닙니다. 작지만 구조나 내용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팀을 만들고자 합니다.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손볼 곳이 많습니다. 홈구장을 개선해야 하고 숙소, 미팅룸, 훈련장, 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클럽하우스도 필요합니다. 팀이 더 단단해지려면 유소년팀도 강해야 합니다. 체계를 잡고 내용을 잘 집어넣어서 유소년 선수들이 프로팀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이제 오랫동안 그려온 스케치에 채색하는 일만 남았다. 그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수원FC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문제겠지요. 시간만 넉넉히 주어지면 다 할 수 있어요!”
수년 전 실버 생활체육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곧이어 ‘파크골프가 인기’라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다.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면서 아예 실버 생활체육 주요 종목으로 부상했다. 인근 공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단지 그뿐일까? 현장에서 들은 파크골프의 진짜 인기 이유는 꽤 흥미롭다.
양평교 초입에 들어서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먹구름과 대기를 감도는 꿉꿉함은 양평교 아래 오가는 이 하나 없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영등포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는 500여 명.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A씨가 전한 인기는 그 이상이다. “파크골프가 정말 인기예요. 말도 못 해요. 체감상으로 매년 두 배씩 느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치려고 밀려 있는 거!”
영등포뿐만 아니다. 파크골프는 일대 붐을 맞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이 그 방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만 5000여 명 수준이던 회원은 2022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으로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즐기는 동호인쪾비동호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대략 4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에 6홀이 들어서며 처음 소개됐다. 실버 세대 생활체육 핵심 종목으로 부상한 건 수년 사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현재 실버 세대 생활체육 유행은 ‘게이트볼에서 파크골프로 전환’되고 있다.
현장은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편의성과 접근성에 열광한다. 몇 천 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비용도 현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사랑클럽’ 회원 A씨는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접근하기 좋고, 이용료 저렴하고, 잔디 밟으면서 많이 걷고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어요? 고작해야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지루해서 오래 못 해요. 근데 파크골프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회원 B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장점이 정말 많아요.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파크골프가 사랑받는 주요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가 퍼진 요인에 대해 “경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들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일반 골프장은 1번 홀에서 티업하면 다른 팀을 만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교류가 이뤄지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클럽’은 회원 60여 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C씨의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파크골프를 접하고 사람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자주 보니까 빨리 친해졌지요. 한번 어울리면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있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한국판’ 파크골프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파크골프는 하프 9홀(파33) 1라운드 18홀(파66)로 진행된다. 파3 네 개, 파4 네 개, 파5 한 개로 기본 제원은 일본과 같다. 차이는 한 홀의 거리다. 위험 방지, 연령이나 남녀 차이에 의한 핸디캡 최소화 등을 위해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9홀까지 연장 길이가 500m지만, 국내는 790m까지 가능하다. 파5 홀의 경우 일본은 60~100m, 국내는 100~150m다. 현재 국내는 대개 최장 거리인 150m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요소”로 이를 지목한다. “일본은 ‘놀이’이고 우리는 ‘생활 스포츠’, 나아가 ‘경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80대 이상이 파크골퍼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우린 연장 길이가 기니까 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됐습니다.”이 사무처장은 배우기 쉬운 점도 파크골프 인구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파크골프는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3년, 5년 배운 사람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10년 이상 해야 우승할 수 있어요. 1~2년 바짝 해서는 대회 정상을 꿈꾸기 어렵지요. 그런데 파크골프는 노력 여하에 따라 6개월~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는 운동입니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분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파크골프는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 규모로 확인된다. 국내 대회 상금이 3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경제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연이어 취소했던 강원도 화천군은 파크골프 대회를 유치해 특수를 누렸다. 약 한 달간 이어진 대회에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방문해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까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경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파크골프장에도 라이가 있어요?’입니다.(웃음) 당연히 있지요.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처음 가서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하러 현장에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에 가서 현지에 체류하며 꽤 많은 비용을 씁니다. 1억 원을 투자해서 대회를 치른다고 하면, 그 열 배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는 선수만 해도 500~600명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돈은 엄청납니다. 지자체에서 계속 유치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파크골퍼들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고는 못 삽니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웃음)”
현장은 단기적 경제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7년에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장수 국가군으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자의 진료비, 의료비는 당면한 문제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5만 9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10만 6000원에 달한다. 전체 인구 대비 각각 2.8배, 2.7배 수준이다. 반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관 의료비는 비참여자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생활체육 참여만으로 의료 비용 감소에 직접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파크골프가 현재 최일선에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클럽’ 회원 A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에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때론 반주하기도 하고,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웃음) 또 실제로도 아프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파크골프는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지며 골프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 시즌은 골프 성수기에 해당하는 만큼 일부 골프장에서는 부킹 전쟁이 빚어지기도 한다. ‘골프 부킹이 능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와 함께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과 US오픈도 얼마 남지 않아 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PGA 투어의 경우 스포츠스타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기권을 선언하는 등 갖가지 이슈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기권을 선언하게 된 배경으로는 건강 상의 이유가 꼽혀 골퍼들의 건강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흔히 골프는 정적인 운동인 탓에 부상 위험이 적은 스포츠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스윙을 편측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허리에 부담이 누적돼 근골격계 질환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의 도움말로 봄철 골퍼들의 척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건강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골프 라운딩 후 이어지는 허리 통증…원인과 주의해야 할 질환은?
골프는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회전하는 편측운동으로 허리 부상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몸의 한쪽 근육만 비대칭적으로 발달해 신체의 균형이 깨지게 되며 이는 골반과 허리에 부담을 준다. 또한 골프채를 힘차게 휘두르면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비틀려 손상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심할 경우 디스크가 돌출 혹은 파열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같은 근골격계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허리디스크는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따라서 허리 통증이 심해지거나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서둘러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은 “온화해진 날씨에 본격적으로 골프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허리는 프로 골퍼들도 흔히 다치는 부위인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만약 라운딩 후 허리 주변으로 통증이 심하다면 운동을 강행하기보다는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에게 호발하는 ‘허리디스크’, 수술이 능사는 아냐
유명 골프선수들 중에도 허리디스크를 겪은 이들이 많으며 타이거 우즈 또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타이거 우즈가 개인 교습을 받을 정도로 완벽한 스윙자세로 유명한 스티브 스트리커 선수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신인왕으로 불리는 윌 잴러토리스 선수도 허리디스크가 도져 수술 후 이번 시즌을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이처럼 허리디스크 환자 중에는 수술치료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 통증을 없애고자 급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 후 통증이 재발하거나 기능장애가 개선되지 않는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척추수술후실패증후군’이라고 한다. 수술 형태에 따라 낮게는 10%에서 높게는 40%의 발생 률을 보이며 수술이 거듭될수록 성공률도 현저히 낮아진다.
실제 타이거 우즈의 경우 4번의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재발해 5번째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여러 번의 슬럼프를 보냈으며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인해 경기를 기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허리디스크 재발 및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침습적 치료에 대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척추수술후실패증후군’에 한방통합치료 효과적, 라운딩 전후 스트레칭 필수
우리 몸의 대들보라고도 불리는 척추의 건강이 악화되면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튼튼하게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치료, 한약 처방 등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 및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특히 한방통합치료의 경우 척추수술후실패증후군 치료에도 유효성을 보이며 이 같은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저널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척추수술후실패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 결과 허리통증 숫자평가척도(NRS)가 입원 시 중등도 이상의 통증인 5.77에서 퇴원 시 경증 수준의 3.15로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NRS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0~10 사이 숫자로 나타낸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증상이 심함을 의미한다.
골프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라운딩 전후로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이 되는 동작으로는 ‘대퇴사두근 이완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무릎과 발등을 대고 척추를 바르게 세운 뒤 오른쪽 무릎을 90도 각도로 세운다. 이어 양손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후 무게 중심을 천천히 앞으로 이동시킨다. 15초간 자세를 유지한 다음 반대쪽도 동일하게 3회씩 실시하면 허리와 골반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서 뻐근한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은 “이 외에도 골프공을 줍거나 티를 꽂을 때 허리뿐만 아니라 무릎도 같이 구부리는 등 척추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봄철부터 척추가 부상당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해 안전하고 즐겁게 골프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멈추면 파크골프가 그대로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지자체를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몰라요. 돌아보니 어느새 18년이 흘렀네요.”
파크골프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건 파크골프연맹의 인프라 보급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윤덕 전 정무장관이 파크골프를 들여올 때 김 장관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파크골프지도자 인증을 받은 천성희(70) 파크골프연맹 회장은 여전히 파크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파크골프 기반을 닦다
파크골프 도입 당시 대구에는 파크골프장이 하나도 없었다. 파크골프가 노인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면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파크골프장 조성이 우선이었다. 천 회장이 지자체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 이유다. 그런데 시의 지원으로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니 생활체육 동호인 단체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7개의 구 협회를 조직한 뒤 시 협회를 만들었고, 결국 대구 최초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고스톱 치는 것 외에 즐길거리가 없어서 나이 들면 무릎이 아프고 그랬어요.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즐기면서 운동도 하게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의료비도 절감되겠죠.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관심이 없어서 전국에 인프라를 만드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꾸준히 지자체의 문을 두드린 끝에 구장이 생기자 회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천 회장은 파크골프 국제 규격과 룰을 정리하고 파크골프 코스 설치, 규격 용품 보급, 지도자 육성 등에 힘썼다. 그동안 정리한 파크골프 교재를 다듬어, 올해에는 파크골프 총론을 완성했다. 또한 파크골프가 널리 보급되려면 용품이 더욱 저렴해야 했기에 해외에서 수입했던 용품을 국내에서 OEM(위탁생산)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후에는 국제 대회를 유치했다. 2003년 파크골프 도입을 알리며 진행한 제1회 한일국제교류파크골프대회 이후 2012년 제2회 한일국제교류파크골프대회를 이어갔고, 코로나19로 인해 쉬어간 2년을 제외하고 매년 국제 대회를 열었다. “파크골프 인프라 보급에 집중하고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려면 지도자도 중요하죠. 지도자 양성을 더욱 전문적으로 이어가려고 계명대학교에 파크골프학과도 만들었어요. 연맹에서 양성한 파크골프 지도자가 500명이 넘는데, 아직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노인대학에 파크골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정말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파크골프를 교육하던 천 회장은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 학생, 장애인들은 야외 파크골프장 이용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또 비가 오거나, 잔디를 양성해야 하는 3, 4월이면 야외에서 파크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 그래서 2014년 대구시에 제안해 스크린파크골프를 최초로 개발했고, 노인복지관과 종합복지관 등에 보급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스크린파크골프는 좋은 재활운동이 됐고,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파크골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파크골프 시니어 국가대표 육성까지
천 회장은 시니어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가 이제는 가족 생활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요. 부부 파크골프대회도 열고요. 지역 최초로 초등학생 파크골프단도 창단했어요. 아이들이 배우면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고, 그러면 조부모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될 거예요. 운동도 되고 가족끼리 대화도 늘어 화목해지지 않을까요?”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약 310개. 많은 지자체에서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고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장애인 등 다양한 이들이 야외에서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구장이 더 늘어야 한다. “장소가 부족하니 줄을 서서 경기를 하게 돼요. 어른들이 줄을 서 있는데, 청소년들이 그 틈에서 경기를 하려면 좀 어렵죠. 동선이 더 필요한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 청소년·장애인 전용 파크골프장도 더 많아져야 해요. 또 국제 규격에 맞는 파크골프장이 몇 개 안 돼요. 최근에 조성하는 곳들은 그 규격을 맞추지만 기존 구장들은 규격에 맞게 리뉴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의 2(노인체육의 진흥) 조항이 발효되면서 대한노인체육회 소속인 연맹이 국가 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파크골프 시니어 국가대표를 육성할 계획이다. 천 회장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연맹이 대한노인체육회 소속이고 또 많은 시니어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크골프를 도입한 만큼, 시니어 골프대회도 열고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데도 이바지하려고 해요.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가 됐으면 합니다.”
시니어 스포츠의 꽃으로 떠오른 종목이 있다. 파크골프(Park Golf)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전국에 6만 4000여 명. 최근 1년 새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다. 게임 규칙은 일반 골프와 같지만, 채 하나와 공 하나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 무료 구장도 많아 생활 스포츠로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채 하나, 공 하나로 즐기는 스포츠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다. 파크골프 창시자는 일본의 마에하라 아츠시(前原懿) 전국골프회장이다. 홋카이도 마쿠베츠에 살았던 마에하라 회장은 자주 산책하던 엔베쓰 강의 하천 부지가 유휴지로 있는 것을 보고 활용 방법을 고민했다. 평소 즐기던 골프를 지형에 맞게 변형해보면 어떨까 고민 끝에 개발한 것이 파크골프다. 일본에서 시작한 파크골프는 이제 전 세계 60개 국가에서 즐기는 생활 스포츠가 됐다.
우리나라에 파크골프가 처음 들어온 건 2003년이다. 김윤덕 전 정무장관이 우리나라 노인들이 건강하게 나이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한파크골프연맹을 설립, 국제파크골프협회와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올림픽공원에서 제1회 한일국제교류파크골프대회를 열어 마에하라 회장을 초청, 파크골프 도입을 알렸다.
파크골프 경기 방식은 일반 골프와 같다. 대회가 아니라면 2~3명이 치기도 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대회나 라운드에서는 4인 1조로 움직이고, 출발 지점부터 홀을 향해 공을 치며 코스를 도는데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볼을 넣는 사람이 승리한다. 파크골프는 파3(40~60m) 4개, 파4(60~100m) 4개, 파5(100~150m) 1개 등 9개 홀로 코스가 구성되는데, 1라운드는 18홀을 기준으로 한다.
파크골프가 고령층에게 인기 많은 이유는 채 하나,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지름 6cm의 플라스틱 공과 나무로 만든 길이 86cm 무게 600g의 클럽 한 개, 고무 티만 있으면 된다. 일반 골프에 비해 라운드를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 골프채와 달리 클럽에 로프트가 없어서 공이 멀리 뜨지 않기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아 안전하다. 조부모, 부모, 자녀 3대가 같이 즐길 수 있어 가족 스포츠로도 인기다.
지자체 미래 동력 ‘파크골프’
게이트볼을 즐기던 노인도, 허리나 무릎이 좋지 않아 골프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시니어도 파크골프를 찾으며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자, 지방자치단체들의 미래 동력으로 파크골프장이 뜨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지역의 공원이나 하천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조성하고 운영한다. 최근에는 잘 조성된 파크골프장에 동호인들이 찾아와 하루 숙박하고 경기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파크골프장은 경기도 양평파크골프장과 강원도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이다. 양평파크골프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일반 63홀, 장애인 18홀)로 한 해 평균 6만여 명이 다녀간다. 규모가 큰 만큼 국제 대회나 각종 국내 대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산천어축제로 유명한 화천군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2년 연속 축제를 취소하면서 파크골프를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산천어축제를 열었던 공원에 18홀의 산천어파크골프장을 조성했고, 전국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천군은 용암리 등 화천 곳곳에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계속해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그 외에도 많은 지자체가 파크골프장을 늘려가고 있다. 여수시, 영천시, 청주시, 오송시, 합천군, 음성군, 보성군 등이 올해 파크골프장을 확충하거나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파크골프장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데다, 하천 부지나 공원처럼 유휴 부지를 활용할 수 있어 지자체의 관심이 더욱 높다. 골프장을 잘 조성해두면 전국의 파크골프인들이 지역을 찾아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도 크다. 파크골프장을 지자체에서 주로 운영하는 만큼 지역민들은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로 개방하는 곳도 많다. 18홀 2시간 경기를 즐기는 데 1만 원 이하의 비용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크골프가 생활 스포츠로 입지를 더욱 굳혀가면서, 대구시 수성구에서는 지역 최초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리틀파크골프단을 창단하는 등 고령층을 넘어 유소년으로 보급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고령층이 즐기면서 입소문을 탄 파크골프는 이제 가족 생활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