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52)은 세계스마트시티기구 WeGO의 사무총장이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다면 아마 방송인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아침방송을 비롯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MBC 드라마 ‘대장금’에 중전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방송인에서 행정가가 되기까지, 도전과 변화를 거듭한 박정숙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라는 굵직한 역사를 썼다. 냉전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동시에 해외 진출의 길이 열렸다. 당시 영국의 팝, 일본의 만화 등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박정숙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던 것 같다.
어린 박정숙은 아나운서 출신 김연주를 롤모델로 삼았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우정의 사절단’ 홍보대사를 맡고, 이후 전문 MC의 길을 걷는 그녀의 행보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정숙은 1993년 KBS에서 선발한 대전엑스포 홍보대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후 엑스포와 대한민국을 알리는 외교사절단으로 활약을 펼쳤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죠. 대학생 홍보대사 선발 과정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KBS에서 방송됐어요. 지원 조건은 준수한 외모에 외국어 두 가지 이상 할 줄 아는 대학생이었죠. 총 300명 정도 지원했던 걸로 기억해요. 최종 세 명이 뽑혔고, 그중 한 명이 저였죠. 해외에서 온 기라성 같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대학교 2학년 때 EBS에서 학생 리포터를 한 방송 경력이 있어 운 좋게 선발됐어요.”
박정숙은 대전엑스포 홍보대사부터 Wego의 사무총장까지, “가장 트렌디한 조직에서 일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진 것 같다”면서 운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엑스포 홍보대사 활동으로 세계를 돌아다녔고, 그 다음에는 아침방송을 10년 동안 했죠. 사실 아침방송이 그전까지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어요. 저는 아침방송이 완전히 꽃을 피울 때 진행자를 맡은 거죠. ‘대장금’도 우연히 한 건데 그 즈음 한류가 꽃피었고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 Wego의 사무총장도 중요한 시점에 맡았다고 생각해요.”
‘대장금’과 한류 전도사
박정숙은 KBS 엑스포 특별 생방송 진행을 잘 소화해낸 덕에 SBS 특채 MC가 됐다. 이후 그녀는 SBS ‘출발 모닝 와이드’, MBC ‘아주 특별한 아침’ 등 아침방송을 10년 넘게 진행했다. 단아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문적인 진행 실력을 뽐내 아나운서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그녀의 목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끝내주는 모닝 쇼 호스트’였다. 매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고 진행자로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그때, 박정숙을 힘들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의 MC를 맡게 되면서다.
박정숙이 합류하면서 원래 30분짜리였던 프로그램이 2시간짜리 프로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나 당시 방송환경 탓에 그녀의 이름 석 자를 프로그램 제목에 올릴 수 없었다. 제작진은 그녀를 파격적인 대우로 캐스팅했지만, 박정숙은 여성 MC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녀는 방송인으로서 성공했지만,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자괴감만 느끼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행을 하고 있을 때, 박정숙은 이병훈 PD로부터 ‘대장금’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녀의 단아한 이미지가 문정왕후 역할에 딱 맞다고 이 PD는 생각했다. 박정숙은 경험 삼아 연기를 하게 됐는데, ‘대장금’은 시청률 50%를 돌파하고 한류 드라마로 등극했다. 드라마의 인기는 그녀가 방송계를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드라마를 잠깐 한 6개월 했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는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 그 많은 연예인 중 하나가 돼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삶의 터전을 스스로 바꿔버린 거죠. 제가 꿈꾸던 MC로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너무 힘들었고, 연예계를 떠나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장금’을 안 했다면 유학을 안 갔을 것 같아요.”
2004년은 ‘대장금’이 종영한 때이면서 박정숙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해다. 당시 그녀 나이 34세. 박정숙은 아직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그녀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와 미디어를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장금’의 파워는 실로 대단했다. 외국에서 박정숙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고, 그녀는 한류를 몸소 느꼈다. 이에 박정숙은 문화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전달됨으로써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2007년에는 가수 박진영과 하버드대학교에서 한류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고, 미국 PBS에서 방영된 김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한류 전도사로 우뚝 섰다.
백신에서 스마트시티로
박정숙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정숙은 2008년부터 대학교 강단에 섰다. 2010년에는 TBS 교통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박정숙의 오늘’을 통해 5년여 만에 방송 활동을 재개했으며, YTN, EBS 등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는 방송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교수 겸 방송인이 된 박정숙. 더불어 그녀는 2008년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후원 단체 호프키즈를 창단해 10년 넘게 운영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국제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한국 대표로도 활동했다. 박정숙은 팬데믹이 올 것을 예상했다고.
“GAVI는 빌 게이츠가 주도적으로 만든 조직이고, 다보스 포럼에서 만들어졌어요. 그걸 보면서 이제 국제기구는 더 이상 UN 같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나 어젠다(Agenda, 의제)를 통해 움직이겠구나 느꼈어요. 제가 GAVI의 한국 대표를 10년 동안 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백신 공여국이 되었는데, 기뻤죠. 아쉬운 점은 접촉성 전염병에 의해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 있었는데 우리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거예요. 그런 걸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박정숙은 방송 활동 덕에 언론과 홍보에 능한 한편, 세계백신면역연합 한국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9월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WeGO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세계 도시 및 기업 간 스마트시티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 9월에 창립한 국제 협의체다. 창립 당시 50개 도시로 출발해 현재는 200개 넘는 도시, 기관,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무총장이 된 지 6개월이 지난 박정숙은 업무에 적응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회의 시간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한다. 더불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WeGO의 사무총장이 된 그녀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제 임기는 3년이지만, WeGO가 10년 후에는 스마트시티의 UN 같은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코로나19로 대면은 못 했지만 스마트 기기로 해외 각국과 자주 소통했어요. 해외의 많은 분들이 스마트시티에 대한 지식 공유라든지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저를 찾는데요. 그런 면에서 큰 가능성을 본 6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이 스마트시티로서 굉장히 앞서 있고 전 세계에서 최고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총장으로서 박정숙의 목표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어젠다 세터(Agenda Setter, 의제 설정자)가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편리한 세상을 만들고 싶고, 효율적인 스마트 행정을 많이 해서 WeGo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모든 게 스마트화됐고,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6년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너무 준비 없이 갑자기 우리에게 닥쳐버렸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생겨나는 부작용으로 디지털 소외도 있고, 딥페이크, 피싱, 디지털 성범죄 등의 범죄 문제도 있는 거죠. 그래서 WeGO 사무국에서는 윤리, 규범 등이 제대로 체계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죠.”
워킹맘, 그리고 미래
다른 나라는 여성 리더가 국제기구를 맡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박정숙은 “사무총장이 여자라고 하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매우 좋게 본다고 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사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무총장이 될 때 제약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남편 이재영이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박정숙은 2012년 5살 연하의 이재영과 결혼했다. 사실 이재영은 박정숙이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정치계를 떠나 교수도 하고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있지만 말이다.
“제 경력이라면 WeGo의 사무총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국회의원 출신이니까 누구의 부인이라서 선발됐다는 얘기가 나온 거죠. 저는 또 박정숙이 아닌 이재영의 아내가 된 거예요. 소문낸 그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었지만, 조직의 장으로서 조직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참았죠.”
30년 커리어를 무시당한 기분을 느꼈다는 박정숙은 “심지어 아들을 임신했을 때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낳은 아들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일과 가정을 분리하고 싶지만, 아들과 연락이 안 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워킹맘의 고충이다. 더불어 학구열이 높은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사교육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를 학원에 많이 보내지 않아요. 다만 영어, 체육, 코딩은 열심히 배우게 하고 있어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자신감만 있다면 세상이 별로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사실은 특별히 사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유학도 서른 넘어서 갔지만 아이비리그에 갔고, 지금 국제기구에서 일하잖아요. 자신감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박정숙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니 혜안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세계백신면역연합의 한국 대표를 맡았고, 석사 전공을 보면 스마티시티가 도래할 것을 예견한 것만 같다. 이처럼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박정숙. 그녀는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며 윗세대는 창직을,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와 같은 50대가 세상의 메커니즘을 캐치하고 자신의 경험치를 발휘한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윗세대가 창직을 하는 리드 그룹이 된다면, 젊은 세대는 창작을 해서 새로운 걸 구현해내는 거죠. 메타버스 하면 우리는 어렵게 느끼지만 젊은 세대는 쉽게 만들 수 있거든요. 스마트시티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직업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젊은 세대가 그냥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공부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거예요. 그래서는 앞서가기가 어렵다는 거죠.”
박정숙은 참 솔직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으로 채워나갔다.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그 자신감을 놓지 않고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녀는 그 경험이 모여 현재의 여성 리더까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인품이 훌륭한 사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정숙.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이달 말부터 5세부터 11세 사이의 소아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전희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은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정부는 그간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5세부터 11세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전국 1200여 개소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3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예약은 이달 24일부터, 접종은 31일부터 시작된다. 전 2차장은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행한 해외국가에서 그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고 전체 확진자 중 11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어서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기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가운데 11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15.4%이다.
이들은 한국화이자제약의 ‘코미나티주’를 백신으로 맞는다. 청소년용 백신과 유효성분이 같지만 용량이 1/3으로 줄어들었으며, 청소년용과 구분하기 쉽게 뚜껑과 테두리 색을 달리했다.
코미나티주 백신을 맞은 5~11세 소아는 1차 백신 접종 3주 뒤 2차 접종이 가능하다. 중증 면역 저하 어린이는 4주 뒤 3차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해당 연령대 어린이들은 코미니타주 백신 2차 접종 일주일 뒤 90.7%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중증으로 번질 확률이 74% 줄었다”고도 분석했다. 이미 백신을 맞은 청소년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반응을 보인 것.
심근염 등 부작용 보고가 존재하나 현재까지는 경미한 수준에 그친다. 두통이나 피부가 붉게 변하는 경미한 이상 반응이 대부분이며,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나 사망은 없었다.
정부는 우선 면역력이 낮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소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초접종 완료 후 3개월이 경과한 12~17세 청소년에 대한 3차 접종도 오 늘부터 시작된다.
한편 지난달부터 18세 이상 고위험군 18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3차 접종을 완료한 면역저하자 130만 명과 요양병원·시설에 있는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50만 명이 대상이다. 3차 접종 이후 4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접종할 수 있지만, 해당 병원이나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3개월 이후부터라도 접종 가능하다.
정부는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을 4차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4차 접종 위험 대비 이득을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14일 4차 접종 시행 계획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는 일반적으로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과 사망위험이 높지 않다”며 “면역저하자와 요양병원·시설은 3차 접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이 감소돼 최근 누적 위중증 위험비, 사망 위험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군 이외의 대상에 대한 4차 접종은 아직까지 추가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유행상황에 대한 부분과 위험, 이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독감 백신 접종 정책은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 안전성 논란이 언론을 통해 확대되면서,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 “독감 백신 안전성 확인”
지난 21일부터 만 65~69세(1952~1956년 출생) 노인을 대상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70~74세 고령자는 18일, 75세 이상 고령자는 12일부터 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8일 특집브리핑에서 "겨울철 독감 감염으로 인한 중증,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반드시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독감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가을 독감 예방접종 당시 ‘상온 노출’, ‘백색 입자’ 등 백신 품질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100건이 넘는 사망신고가 접수돼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1월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발간한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된 사망사고 모두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역학조사 결과 모든 사망자에게서 사망 당시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없었고, 심·뇌혈관계 질환, 당뇨, 만성 간·폐질환, 만성신부전 등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검에서도 대동맥박리, 급성심근경색증, 뇌출혈 등 명백한 다른 사인이 발견됐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음에도 사망신고 건수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질병청은 ‘불안감’을 꼽았다. 질병청은 “접종 초기에 상온 노출 문제 등이 생기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졌고 이것이 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임산부 등 독감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 고위험군은 자칫 독감 합병증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청이 고령층의 사망 경향을 보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5세 이상 연령군의 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백신을 접종한 이들보다 미접종군의 사망률이 6.2~8.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예방접종 유형은 ‘3가 백신’, ‘4가 백신’으로 구분되는데, 올해 예방접종사업에 사용하는 백신은 4가 백신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등으로 나뉘는데, 사람한테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3가 독감백신은 2종류의 A형 바이러스와 한 종류의 B형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종을 추가로 예방한다.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 가능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도 함께 이뤄져 일부 대상자 사이에서는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맞아도 되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동시 접종으로 이상반응이 생기거나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맞아도 문제가 없을뿐더러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는 11월부터는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비슷한 두 개 질환 동시 유행) 가능성도 커지니 두 가지 모두 접종하는 게 좋다”라며 접종을 권고했다.
두 종류의 백신 접종 시 일정한 접종 간격을 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지난 8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접종할 때 백신 간 접종 간격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을 비롯한 여타 백신의 접종 간격을 최소 14일간 둘 것을 권고해왔는데 이를 변경한 것이다.
다만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기준 변경이 ‘연달아 맞아라‘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특정 백신 접종 후 발열, 통증 등 의미 있는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면 호전된 후 접종하는 등 환자 개개인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접종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 면역은 필수인데, 잘못된 상식과 습관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올바른 면역 상식을 소개한다.
면역력은 높을수록 좋을까? No!
높은 면역력을 건강의 지표로 여기지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현상으로 잘 알려진 사이토카인 폭풍이 바로 그 예다. 사이토카인 폭풍 외에도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과잉으로 인한 대표적인 사례다.
고기를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No!
치아와 잇몸이 약한 시니어는 씹기 힘들고 소화가 어려워서 육류 섭취를 꺼린다. 하지만 육류를 통해 섭취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50세 이후 단백질을 체중 1kg당 하루 1.2g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면역력 향상에 찬물 샤워가 좋다? Yes!
찬물 샤워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찬물 샤워를 하면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이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찬물 샤워는 혈액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노인, 심장병 및 고혈압 환자는 피해야 한다.
저체중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Yes!
저체중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다. 특히 저체중 노인은 영양소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약해지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백신 후유증 클수록 면역이 생긴다? No!
백신의 부작용과 효능은 무관하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상 반응의 정도에 따른 백신 효과의 차이는 없었다.
수면이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Yes!
수면이 백신 효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런 효과는 독감 주사, H1N1 독감 주사, A형 간염 주사와 같은 다른 백신 주사에서도 관찰됐다. 백신 접종 당일에는 평소보다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으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면역은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같이 해로운 물질에 대항하는 천연 방패 역할을 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 면역은 필수인데, 잘못된 상식과 습관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올바른 면역 상식을 소개한다.
면역력은 높을수록 좋을까? (X)
높은 면역력을 건강의 지표로 여기지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현상으로 잘 알려진 사이토카인 폭풍이 바로 그 예다. 이 현상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토카인 폭풍 외에도 바이러스와 싸우는 림프구가 많아지면 면역 과잉으로 인한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
고기를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X)
치아와 잇몸이 약한 시니어는 씹기 힘들고 소화가 어려워서 육류 섭취를 꺼린다. 하지만 육류를 통해 섭취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50세 이후 단백질을 체중 1kg당 하루 1.2g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따라서 면역력 강화를 위해 매일 일정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은 “빈혈이 심한 경우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쇠고기 등의 붉은 고기가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면역력 향상에 찬물 샤워가 좋다? (O)
찬물 샤워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온수 샤워 그룹보다 냉수 샤워 그룹이 감기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29% 정도 낮았다. 찬물 샤워를 하면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이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찬물 샤워는 혈관 수축을 일으켜 혈액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노인, 심장병 및 고혈압 환자는 피해야 한다.
저체중은 감염병에 취약하다? (O)
저체중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다. 특히 저체중 노인은 영양소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면역 세포의 기능이 약해지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저체중인 사람의 폐결핵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인의 2.4배다. 박 원장은 “저체중 개선을 위해서는 단백질 및 지방 섭취와 더불어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백신 후유증 클수록 면역이 생긴다? (X)
백신의 부작용과 효능은 무관하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상 반응의 정도에 따른 백신 효과의 차이는 없었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의 심각도와 항체 형성은 특별한 관련이 없었다”며 “부작용 발생 시 우려하지 말고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수면이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O)
수면이 백신 효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의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후 4시간 이하의 수면은 백신 효과를 낮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런 효과는 독감 주사, H1N1 독감 주사, A형 간염 주사와 같은 다른 백신 주사에서도 관찰됐다. 백신 접종 당일에는 평소보다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접종 당일 잠을 충분히 자기 위해서 일주일 전부터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는 연습을 하면 좋다.
25일 기준 하루 신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일이 넘게 연속 네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5일 기준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1차 52%, 2차 25.1%에 이르렀지만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 국내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백신의 효과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아이슬란드가 70% 접종률에도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정점을 찍는 등 국내외 안팎에서 ‘백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요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것과 또 하나는 백신 때문에 죽는 사람이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는 젊은이들보다 시니어들에게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이다. 이에 브라보는 이 두 가지 주장을 확인해, 백신 무용론이 진실인지 알아봤다.
돌파감염 발생률 0.03%, 백신 중증 예방 효과 75%
방역 당국은 최근 전체 백신 접종자 수가 증가하면서 돌파감염 사례도 같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비율로는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국내 접종 완료자 708만356명 중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2111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2.98명에 해당하며 돌파감염 발생률은 0.0298%인 셈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돌파감염이 2000여 건이라고 하면 숫자가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전체 예방접종자 규모로 따지면 0.03%”라며 “5~7월 (확진자) 분석자료를 보면 예방접종을 할 경우 중증환자로 진행되는 것을 85% 정도 예방했고, 사망은 97% 정도 예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 24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6만5347명 가운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1415명(2.2%)이다. 이들 중 백신 미접종자가 91.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1차 접종자는 8.1%였고, 접종완료자는 0.6%에 불과했다.
게다가 돌파감염이 발생하더라도 백신의 중증 예방 효과가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방대본은 7월말 이후 발생한 요양시설 집단감염 사례 7건의 예방접종률, 발병률, 돌파감염률, 중증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7개 시설에서 접종완료자는 724명이고 돌파감염자는 134명으로 돌파감염률은 18.5%였다. 7개 시설의 총 확진자 159명 중 위중증으로 병세가 악화된 환자는 7명(4.4%)이다. 이 중환자 7명 중 접종완료자는 3%(134명 중 4명), 1차 접종자 또는 1차 접종 후 항체 형성기간인 2주가 지나지 않은 ‘불완전 접종’을 포함한 미접종자가 12%(24명 중 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예방접종 완료자의 위중증 비율은 미접종자 및 접종 미완료자에 비해 4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이는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백신을 통한 중증 예방효과가 75%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백신 맞아 죽는 사람이 코로나19 감염돼 죽는 사람보다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0시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237명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로는 652명이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다른 증상으로 신고됐다가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경우인 233명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모두 735명이다. 언뜻 보기엔 백신접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백신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시간상 연속적으로 일어난 선후관계일 뿐이다. 백신접종과 사망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백신으로 인한 사망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백신접종이 사망의 원인으로 밝혀진 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치명률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 25일까지 코로나19 치명률, 즉 확진자(146,259명) 대비 사망자(652명) 비율은 0.445%이다. 200명 중 1명인 셈이다. 그리고 백신접종 인원(26,304,537명) 대비 접종 후 사망자(735명)의 비율은 0.0027%이다. 백신접종 후 사망자보다 코로나19 치명률이 약 164배 더 높다.
확산세 잡고 위중증 환자 줄일 방법? 결국 백신!
백신이 치명률을 낮추고 더 큰 유행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현대 과학을 무시하고 미지의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백신이 없을 땐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백신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면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병이 있는 환자나 고령자 사이에서 백신 부작용과 돌파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델타 변이 확산에도 백신 덕에 치사율이 줄어들고 확산세를 막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드물게 일어나는 돌파감염과 백신 부작용을 이유로 접종을 피하다간 감염 후 상태가 악화되거나 감염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13일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를 25배 낮추고, 감염 가능성 자체도 8배 줄인다고 보고했다. 백신으로 인한 혈전, 심근염 등의 부작용 우려에도, 미접종시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훨씬 이득이라는 연구 결과다.
한편 백신에 대한 회의감을 줄이고 접종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백신무용론이 더 퍼지는 것과 관련해 “질병청이 백신 부작용 신고 사례에 대해 명확한 역학관계를 발표하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며 “부작용 사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증상과 대응 방법을 발표했다. 아나필락시스는 우리 몸이 특정 물질(항원)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급작스러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백신 접종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방역당국은 이를 우려해 특정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했던 사람은 관련 백신을 맞지 말라고 권고한다.
구체적으로는 백신이나 주사제에 포함된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알레르기 반응 경험자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을 피하고, 식품 등에 쓰이는 유화제인 폴리소르베이트 80 알레르기 반응 경험자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 접종을 피하라고 안내한다.
아나필락시스는 ▲피부가 전신적으로 붉어지거나 두드러기가 생김 ▲숨이 차고 쌕쌕거림 ▲혀가 부음 ▲목이 붓고 조이는 것 같음 ▲말하기 힘들고 목소리가 잠김 ▲쌕쌕거리거나 기침을 계속함 ▲계속 어지럽거나 의식이 없음 ▲창백하거나 늘어짐 등의 증상으로 아나필락시스를 예상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병원에서 충분히 대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아나필락시스는 대부분 접종 후 15분쯤 지나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보다 오래 병원에 머물면서 이상 반응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은 30분 이내에 나타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간 뒤 눈물, 콧물, 입술 주위나 눈의 가려움증, 재채기, 발진 등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한편 현재까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과 중증 1152건의 이상 반응 신고 사례 중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7건이다.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에 대해선 475건 중 166건에 대한 인과성이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연령·성별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증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후각상실이 고령 환자에게는 나타날 확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19 감염 초기 증상이 연령·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20년 4월 20일부터 10월 15일까지 영국 내 코로나19 증상과 백신 부작용 등을 보고하는 '조 코로나19 증상연구'(ZOE COVID Symptom Study) 앱에 보고된 사례 18만2991건과 2020년 10월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받은 코로나19 검사 1만5049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초기 사람들이 보고한 증상은 모두 18가지다. 주요 증상에 후각상실과 가슴통증, 지속적인 기침, 복통, 발 부위의 물집, 눈 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이 있었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증상인 후각상실은 60세 이상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떨어졌고, 80세 이상 연령에선 관련이 없었다. 또 설사 증상은 60~79세와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주요 요소였다.
16~39세 연령층에선 감염 초기 3일 동안 후각상실, 가슴통증, 복통, 숨가쁨, 눈 통증이 다수였다. 또 40~59세는 80세 이상에 비해 코로나19로 지속적인 기침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으나 오한이나 떨림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 낮았다.
60~79세 연령은 가슴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 숨가쁨, 설사가 코로나19와 관련성이 가장 높았다. 80세 이상에서는 설사, 인후통, 가슴통증, 비정상적인 근육통, 눈 통증, 오한이 주로 나타났다.
성별 차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숨가쁨, 피로감, 오한, 떨림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후각 상실, 가슴통증 증상이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영국발 알파 변이 확진자들을 위주로 분석했다"면서 "이번 분석 결과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델타 변이 및 후속 변이의 증상도 연령별 또는 성별 그룹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클레어 스티브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중요한 점은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심지어 가족 구성원마다 다를 수 있다"며 "최근 유행하는 인도발 델타 변이와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변이의 초기 증상도 빨리 파악해 효율적으로 의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리안 도스 산토스 칸나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바이오의공학 박사는 "현재 영국에서는 몇 가지 증상만으로 자가격리와 추가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며 "다양한 코로나19 초기 증상을 확인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9일 국제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전염병인 C형간염은 ‘몰라서 치료 안 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발생이 적고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시니어 환자가 감염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서다. 그런데 오래 방치하면 만성간염, 간경변과 간암까지도 이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C형간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에 감염돼 발생한다.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법정 감염병으로, 대한간학회는 우리나라 국민의 약 1%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형간염은 B형간염보다 유병률이 낮지만 아직 백신이 없어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급성 감염은 일부 환자가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 피로, 구역, 구토, 복부 통증, 복부 불편감, 식욕 감소, 근육통, 황달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무증상 환자인 탓에 20~30년 뒤에 만성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뒤늦게 발견한다.
특히 만성간질환을 앓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의 간암 발생률이 특히 높다. 김하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0세 이상 성인이라면 한 번쯤 C형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이 필요하다”며 “간단한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와 치료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C형간염은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 성공률도 높다. 보통 2~3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면 98% 이상 완치율을 보인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으로 전파되는 만큼,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C형간염에 걸렸다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도 C형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C형간염 환자의 혈액이 묻어있을 수 있는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은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전염을 막으려고 가족마다 식기를 따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하일 교수는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요법은 도리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피해야 하고, 음주와 흡연이 간기능을 악화시키고 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금주와 금연이 필요하다”며 간 건강을 지키려면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