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준별 사망 격차는 감소했으나, 사회 계층별 사망 불평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령기 질환 발생의 근본적 원인인 ‘노화 과정’(aging process)에서 관측되는 계층별 불평등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27호 ‘교육 수준별 사망 불평등의 추이와 특징’을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생활 수준 향상과 공중보건 개선에 힘입어 기대수명의 괄목할만한 상승이자 사망률 감소를 경험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사망률 감소는 영유아기가 아닌 고령층의 사망률 감소에 의해 주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감염성 질환 중심으로 사망률이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고령인구의 주된 사망 원인인 심혈관계 질환 등을 중심으로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서 사회 불평등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음을 짚으며 현재의 사망 불평등에 대해 우려했다. 고령기의 건강과 사망은 생애 전반에 걸친 기회 구조(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직업이나 지위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와 삶의 경험이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계층을 나타내는 지표 중 교육 수준을 기준으로 사회계층별 사망 불평등 추이를 분석했다. 1985년~2015년에 걸친 인구동향조사(사망신고통계), 인구주택총조사, 주민등록연앙인구(추계인구)의 자료가 분석에 사용됐다.
분석 결과 1985년에서 2015년 사이의 기간동안 남녀 모두 교육 수준 별 사망 격차가 줄어들었다. 고졸 이하 집단의 ‘최빈사망연령’이 대졸 이상 집단보다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빈사망연령이란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로, 90세에 도달했을 때의 사회를 보통 ‘100세 시대’라고 정의한다.
2015년 기준 최빈사망연령은 대졸 이상의 남성은 86.90년, 고졸 이하는 83.96년이었다. 여성은 대졸 이상 90.34년, 고졸 이하는 89.71년이었다. 최빈사망연령의 격차는 남성 5.54년(1985년)에서 2.94년(2015년), 여성 2년(1985년)에서 0.63년(2015년)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더 넓은 연령층에서 사망 빈도가 높아졌다. 전체 사망 건수의 50%가 집중되는 구간을 뜻하는 ‘사망 연령의 변이’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변이 값이 커졌다는 것.
2015년 기준 고졸 이하 남성의 변이 값이 15.51년으로, 대졸 이상 남성(12.51년)보다 높았다. 여성 역시 고졸 이하(12.19년)에서 대졸 이상(10.74년)보다 변이 값이 컸다. 이는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더 넓은 연령층에서 사망 건수가 나오고 있다는 뜻으로, 생존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계층적 지위가 낮은 집단은 생애주기에서 건강한 생활방식 유지가 어려운 동시에 질병이 발생해도 관리할 여력이 부족했다. 물질적‧비물질적 자원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서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망 연령의 변이 값이 증가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감염성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넘어 고령기 질환 발생의 근본적 원인인 ‘노화 과정’(aging process)에서 관측되는 계층별 불평등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화 과정의 시작과 진행 속도가 개인이 속한 사회경제적 환경 조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책임자인 우해봉 인구정책연구실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생존기간은 은퇴 등 중요한 생애사건을 직면할 때 필요한 핵심 정보이다”라며 “그런데 계층적 지위가 낮은 개인들의 생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은퇴 등 생애에 걸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최근까지 교육 수준별 사망력 격차는 감소하고 있지만, 사회 불평등 및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요즘 계층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망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워야 했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어머니들, 여성들의 출중한 운동 역사가 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이었던 ‘여권통문’이다. 늦었지만 이 순간 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시는 분들은 참 다행이다.
120년 전인 1898년 9월 1일, 북촌의 양반 여성들이 이소사, 김소사의 이름으로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 이른바 ‘여권통문(女權通文)’, 즉 여성권리를 명시한 문서를 발표했다. 당시 뜻을 같이한 여성들이 3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황성신문, 독립신문, 제국신문은 전한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권리 선언으로 근대적 여권운동의 시작이며, 세계여성의 날이 촉발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보다 10년이나 앞선 역사적 사건이다.
필자는 2012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여권통문을 접한 그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그 후 훌륭하신 선각자 여성 선배님들께 감사와 존경심을 지니게 됐고 여성사에 대한 깊은 관심 아래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운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 있는 여성 박물관들이 부러웠고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번듯한 여성사 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부끄러웠다.
웅녀의 단군신화 이래 우리나라의 발전 역사는 5000년 세월, 헌신과 희생으로 점철된 훌륭한 어머니들과 언니, 누이들인 대단한 여성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립여성사 박물관을 세우는 일은 이 시대 남녀 모두의 역사적 사명이다.
‘여권통문(女權通文)’. 이 여성인권선언문은 ‘권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치참여권(참정권, 정치권), 노동권(경제활동 참여권, 직업권), 교육권 등 크게 3가지 권리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다. 특히 남녀평등권으로서 교육권을 강조한다.
남녀동등권의 관점에서 여성 억압과 성 역할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워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에 참여하며, 부부 사이에도 여성이 남성에게 통제받지 않고 존중받을 것을 주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권리선언이다.
세 가지 권리 중에서도 교육받을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직업권, 정치권은 교육으로 많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고종에게 관립 여학교 설치를 상소도 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처음 주장은 북촌의 양반 부인들이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일반 서민층 부녀와 기생들도 참여했고, 남성들도 가담했다. 그 결실이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여학교인 ‘순성여학교’였다.
또한 여권통문 발표 이후 여자 교육기관을 설립하고자 조직된 찬양회는 최초의 여성 단체로 기록된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시작하며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여학교(순성여학교)를 설치한 그 실천력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장은 여권통문 발표 시 김소사인 김양현당이다. 순성여학교는 초등과정 학교로서 서울의 느릿골(지금의 연지동으로 추정)에서 30명 정원으로 개교했다. 그러나 1903년 김양현당이 사망한 후 재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안타깝게도 소멸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여권통문 발표에서 시작된 여권운동의 맥은 면면히 이어지며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때로는 여성교육운동, 농촌운동, 항일투쟁,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해방 후 여성투표권, 평등교육권 등은 여성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19세기 말부터 실천해온 여권운동 결과다.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은 남자 형제의 대학 공부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이나 직업전선에서 일해 학비를 보태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었다.
과연 120년 이후의 우리들, 2018년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은 현재 어떤 삶의 한가운데 있는 것일까? 여러 중요 척도 중 ‘여권통문’과 관련 있는 교육, 노동, 정치 참여 3가지만 살펴보려 한다.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를 주로 참고하고 다른 필요한 통계자료도 인용한다.
첫째, 교육 척도
2005년 여학생의 대학교 진학률은 남학생의 대학교 진학률을 0.4%포인트 추월했다. 놀라운 약진이다. 2017년에는 여학생 대학교 진학률이 72.7%로 남학생(65.3%)보다 7.4%포인트 높다.
이런 현상이 14년간 계속되었으니 분명 33세 미만의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고등교육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이전에는 남녀 모두 비슷한 대학교 진학률을 보였고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역전 상황이 14년을 지속했으므로 이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의 고학력 현상은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현상이자 사실이 지금의 사회현상과 앞으로 전개될 사회 변화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여성에 대한 고려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현실을 모두 직시하면 좋겠다. 그러나 현재, 직업전선에서의 여성들이 받는 대우는 민주주의 사회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
둘째, 경제 분야
여성 고용률이 조금씩 증가하고 생애주기별, 즉 나이별 등 여러 이유가 있는 고용현장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2017년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90.2%인데 실제 여성 고용률은 50.8%다.
남성 고용률 71.2%에 비하면 그 차이가 20.4%포인트나 된다.
여성 월평균 임금도 남성 임금의 67.2% 수준이다. 남녀 동일임금은 요원하다는 의미다. 국제사회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고용상황은 하위에서 맴돈다. 통계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매우 냉담하다.
셋째, 정치 참여
점점 참정권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여성 투표율(76.4%)이 남성(74.8%)보다 높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남녀 투표율이 57.2%로 같았으나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남자 55.7%에 비해 여성은 53.1%였고,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다시 여성 투표율(77.3%)이 남성(76.2%)보다 높았다.
2018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2%였다. 아직 성별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여성 선거참여율의 추이는 물론 우리 사회 여성의 동향을 잘 분석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으며 미래 예측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성관리자 비율이 미미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선거 참여는 높으나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대의정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회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중 여성 비율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아직 30%에도 못 미치고 남녀 동수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7년 행정부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여성 법조인은 26.1%,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의사 25.4%, 치과의사 27.0%, 한의사 21.0%, 약사 64.0%)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직 먼 여정이지만 여성들은 분명 약진하고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여성 권리 획득이 그냥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선각자들의 각성과 희생적 노력 덕분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여성인권선언인 ‘여권통문’ 등 120년 전의 역사적 사건들과 여성들의 선구자적 운동의 힘이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여성인권선언서다. ‘국립여성사박물관추진협의회’,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가 2012년 발족한 이래로 여성사학회,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해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을 기려왔다. 여성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있어왔다.
올해 신용현 의원 대표발의로 매년 9월 1일을 ‘여권통문의 날’로 기념하고 여권통문의 날부터 1주간을 ‘여성인권주간’으로 정해 기념함으로써 여권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발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권통문’을 선언한 지 120주년 되는 2018년, 놀랍게도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올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성평등, 양성평등의 획기적 전기가 되기 바란다.
베트남이나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얀마 등 여러 나라들이 세계여성의 날(3월 8일)과 각국 고유의 여성의 날을 모두 기념한다. 우리나라도 자랑스러운 우리 여성인권선언일을 기념하면 좋겠다.
9월 1일 국회에서 ‘여권통문’ 선언 1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여권통문에 대한 연구 세미나도 함께한다. 더욱이 여성교육 수혜의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여류 미술작가 120인들이 여권통문 120주년을 기념하면서, 대한민국에도 자랑스러운 ‘국립여성사박물관’이 건립되기를 촉구하는 전시회를 10월 내내 국회에서 연다. 우리 모두 축하하고 ‘여권통문’을 영원히 기렸으면 한다.
오래전부터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워야 했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어머니들, 여성들의 출중한 운동 역사가 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이었던 ‘여권통문’이다. 늦었지만 이 순간 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시는 분들은 참 다행이다.
120년 전, 1898년 9월 1일, 북촌의 양반 여성들이 이소사, 김소사의 이름으로 ‘여학교 설시 통문(女學校設始通文)’ 이른바 ‘여권통문(女權通文)’, 즉 여성권리를 명시한 문서를 발표했다. 당시 뜻을 같이한 여성들이 3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황성신문, 독립신문, 제국신문은 전한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권리 선언으로 근대적 여권운동의 시작이며 세계여성의 날이 촉발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보다 10년이나 앞선 역사적 사건이다. 필자는 2012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여권통문을 접한 그날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그 후 훌륭하신 선각자 여성 선배님들께 감사와 존경심을 지니게 됐고 여성사에 대한 깊은 관심 아래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 운동에 관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 있는 여성 박물관들이 부러웠고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번듯한 여성사 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부끄러웠다. 웅녀의 단군신화 이래 우리나라의 발전 역사는 5,000년 세월, 헌신과 희생으로 점철된 훌륭한 어머니들과 언니, 누이들인 대단한 여성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립여성사 박물관을 세우는 일은 이 시대 남녀 모두의 역사적 사명이다.
‘여권통문(女權通文)’, 이 여성인권선언문은 ‘권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정치참여권(참정권, 정치권), 노동권(경제활동 참여권, 직업권), 교육권 등 크게 3가지 권리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다. 특히 남녀평등권으로서 교육권을 강조한다. 남녀동등권의 관점에서 여성 억압과 성 역할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워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에 참여하며, 부부 사이에도 여성이 남성에게 통제받지 않고 존중받을 것을 주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권리선언이다. 세 가지 권리 중에서도 교육받을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다른 직업권, 정치권도 교육으로 많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고종에게 관립여학교 설치를 상소도 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처음 주장은 북촌의 양반 부인들이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일반 서민층 부녀와 기생들도 참여했고, 남성들도 가담했다. 그 결실이 1899년 한국인 최초의 사립 여학교인 ‘순성여학교’였다. 또한 여권통문 발표 이후 여자 교육기관을 설립하고자 조직된 찬양회는 최초의 여성 단체로 기록된다. 여권통문은 한국이 근대화를 시작하며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했다는 점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 또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여학교(순성여학교)를 설치한 그 실천력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장은 여권통문 발표 시 김소사인 김양현당이다. 순성여학교는 초등 과정 학교로서 서울의 느릿골(지금의 연지동으로 추정)에서 30명 정원으로 개교했다. 그러나 1903년 김양현당이 사망한 후 재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안타깝게도 소멸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여권통문 발표에서 시작된 여권운동의 맥은 면면히 이어지며 다양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때로는 여성교육운동, 농촌운동, 항일투쟁,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해방 후 여성투표권, 평등교육권 등은 여성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19세기 말부터 실천해온 여권운동 결과다. 1970년대만 해도 여성은 남자 형제의 대학 공부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이나 직업전선에서 일해 학비를 보태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었다.
과연 120년 이후의 우리들, 2018년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은 현재 어떤 삶의 한가운데 있는 것일까? 여러 중요 척도 중 ‘여권통문’과 관련 있는 교육, 노동, 정치 참여 3가지만 살펴본다.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를 주로 참고하고 다른 필요한 통계자료도 인용한다.
첫째 교육 척도. 2005년 여학생의 대학교 진학률은 남학생의 대학교 진학률을 0.4%p 추월했다. 놀라운 약진이다. 2017년에는 여학생 대학교 진학률이 72.7%로 남학생(65.3%)보다 7.4%p 높다. 이런 현상이 14년간 계속되었으니 분명 33세 미만의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고등교육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이전에는 남녀 모두 비슷한 대학교 진학률을 보였고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역전 상황이 14년을 지속했으므로 이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의 고학력 현상은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현상이자 사실이 지금의 사회현상과 앞으로 전개될 사회 변화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여성에 대한 고려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현실을 모두 직시하시면 좋겠다. 그러나 현재, 직업전선에서의 여성들이 받는 대우는 민주주의 사회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
둘째 경제 분야. 여성 고용률이 조금씩 증가하고 생애주기별, 즉 나이별 등 여러 이유가 있는 고용현장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2017년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90.2%인데 실제 여성 고용률은 50.8%다. 남성 고용률 71.2%에 비하면 그 차이가 20.4%p나 된다. 여성 월평균 임금도 남성 임금의 67.2% 수준이다. 남녀 동일임금은 요원하다는 의미다. 국제사회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고용상황은 하위에서 맴돈다. 통계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매우 냉담하다.
셋째, 정치 참여에 관한 부분이다. 점점 참정권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여성 투표율(76.4%)이 남성(74.8%)보다 높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남녀 투표율이 57.2%로 같았으나.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남자 55.7%에 비해 여성은 53.1%였고,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다시 여성 투표율(77.3%)이 남성(76.2%)보다 높았다. 2018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2%였다. 아직 성별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여성 선거참여율의 추이는 물론 우리 사회 여성의 동향을 잘 분석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으며 미래 예측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성관리자 비율이 미미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선거 참여는 높으나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대의정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국회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중 여성 비율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아직 30%에도 못 미치고 남녀 동수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7년 행정부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여성 법조인은 26.1%,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의사 25.4%, 치과의사 27.0%, 한의사 21.0%, 약사 64.0%)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아직 먼 여정이지만 여성들은 분명 약진하고 있다. 이렇게 이루어진 여성 권리 획득이 그냥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 선각자들의 각성과 희생적 노력 덕분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여성인권선언인 ‘여권통문’ 등 120년 전의 역사적 사건들과 여성들의 선구자적 운동의 힘이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여성인권선언서다. ‘국립여성사박물관추진협의회’, (사)역사·여성·미래가 2012년 민간에서 발족한 이래로 여성사학회,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여권통문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해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을 기려왔고, 여성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있어왔다. 올해 신용현 의원 대표발의로 매년 9월 1일을 ‘여권통문의 날’로 기념하고 여권통문의 날부터 1주간을 ‘여성인권주간’으로 정해 기념함으로써 여권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발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권통문’을 선언한 지 120주년 되는 2018년, 놀랍게도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올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성평등, 양성평등의 획기적 전기가 되기 바란다.
베트남이나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얀마 등 여러 나라들이 세계여성의 날(3월 8일)과 각국 고유의 여성의 날을 모두 기념한다. 우리나라도 자랑스러운 우리 여성인권선언일을 기념하면 좋겠다. 9월 1일 국회에서 ‘여권통문’ 선언 12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여권통문에 대한 연구 세미나도 함께한다. 더욱이 여성교육 수혜의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여류 미술작가 120인들이 여권통문 120주년을 기념하고, 대한민국에도 자랑스러운 ‘국립여성사박물관’이 건립되기를 촉구하는 전시회를 10월 내내 국회에서 연다. 우리 모두 축하하고 ‘여권통문’을 영원히 기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