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두 번째 순서로 ‘기업재난관리자’에 대해 알아봤다.
◇ 기업재난관리자, 왜 유망할까?
정부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만들었다. 2022년 1월 27일부터 기업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에서 10억 원 이하의 벌금까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 기업의 발전과 매출 증가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안전과 국민들의 생명을 더 소중하게 지키게끔 한 것이다. 이렇듯 근로자의 안전을 강조하게 되면서 ‘기업재난관리자’가 유망 직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후 많은 산업분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많은 기업에서 기업재난관리자를 채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실제 사고를 예방하거나 잘 수습하기 위해 재난관리자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재난은 예측불허로 일어나 자칫 기업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난 발생 시 사고 대응 및 2차 피해 방지는 물론 사업이 지속 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재난관리자’는 이렇듯 기업에 닥친 각종 재난을 비롯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련의 기획 및 대응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상세 업무로는 실무자 활동, 리스크 평가, 교육 및 훈련 계획 수립, 시스템의 지속적 개선을 위한 운영, 재해 경감 활동 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재해 경감 우수기업 인증평가 활동 등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함께할 미래, for 5060 신직업’ 보고서를 통해 “기업 차원에서는 재난이 발생하였더라도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고 경영과 업무가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 재난 발생은 비단 기업 내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과 체계적인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재난의 범위가 사이버보안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예방과 대응 전략도 고도화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재난관리자를 유망 직업으로 꼽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재난관리자는 업계에서 약 300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많은 산업 분야에 중대재해 처벌법이 적용되며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재난관리자가 필요할 것”이라 내다봤다. 고용노동부 ‘2020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실내에서 업무가 이뤄져 작업 강도 또한 가벼운 편이며, 직업 숙련 기간은 2~4년 정도다. 직접적으로 재난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력이 아닌, 자료 수집 및 데이터를 통한 계획 수립 등을 수행하므로 체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 중장년도 도전해볼 만하다.
기업재난관리자의 상세 업무
1) 기업을 분석하여 목표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재난관리정책과 법적 요구사항을 정립
2) 기업의 핵심 업무를 파악하기 위한 업무영향분석(BIA) 수행
3) 기업의 위험 식별·분석 및 물리적·기술적·시설적·경영적 취약성 평가와 발생 빈도, 영향의 크기 분석을 통해 핵심리스크 산정
4) 기업의 주요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작성 및 운영
5) 기업의 재난(사고)대응체계와 사업연속성 확보계획 수립
6) 수립된 재난(사고)대응체계와 사업연속성 확보계획에 대한 모의훈련 계획, 수행 및 평가
7) 기업의 재해경감활동 및 사업연속성 절차에 관한 모니터링 및 평가, 내부감사
8) 기업의 재해경감활동에 관한 지속적 개선과 문화 확산에 관한 업무 수행
◇ 기업재난관리자, 나도 될 수 있을까?
기업재난관리자가 되려면 일반적으로 국가자격인 ‘기업재난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유사 국가자격증으로는 ‘산업안전기사’, 민각자격에는 ‘재난관리사’, ‘재난 안전지도사’, ‘재난안전관리사’ 등이 있다. 기업재난관리사(국가자격)의 경우 기업재난경감협회에서 위탁 시행하며, 대한안전교육협회, 한국방재협회, 한국산업관계연구원, 한국재난안전기술원 등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10개 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기업재난관리자 시험 및 교육 과정은 크게 세 분야(△재해경감활동 실무분야 △재해경감활동 계획 수립 대행분야 △우수기업인증 평가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에 맞는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해당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교육은 관련 분야 종사를 희망하는 이라면 누구나 시청 가능하다. 즉, 시험 응시 자격 역시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얘기다. 재난안전시설과, 재난건설(토목)안전과, 재난안전시스템학과, 재난소방과 등 관련 학과를 나왔거나 사내에서 재난 및 안전 관리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면 유리하거나 유용할 수 있다.
먼저 재해경감활동 실무분야에서는 기업에서 재해경감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과정이 유사한 재해경감활동 수립대행분야에서는 기업의 재해경감활동 계획 수립을 대행한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우수기업인증 평가분야의 경우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평가를 대행할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교육 및 시험 과목에서도 다른 두 분야에서 다루는 실무와 다른, 인증제도의 이해 및 심사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처음부터 세 분야에 모두 응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순서상으로는 실무분야 취득 후 대행분야에 응시 가능하고, 대행분야까지 취득해야 평가분야에 응시할 수 있다(관련 교육 이수 필수). 주로 실무분야의 경우 현재 기업 내에서 안전, 리스크 관리 직군에 있거나 채용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응시한다. 컨설턴트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려면 대행분야 또는 평가분야가 적합하다.
올해 시험은 실무분야 4회(상반기 1회, 하반기 3회), 대행분야 2회(상반기 1회, 하반기 1회), 인증분야 2회(하반기 2회)로 예정돼 있다. 관련 기관에서도 이에 발맞춰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으니, 목표로 하는 시험 일정에 따라 등록해두면 좋다. 교육 기간은 기관과 분야에 따라 일주일~한 달 내외로 진행된다. 가장 빠른 시험이 4~5월에 진행 예정이니, 관심이 있다면 서둘러 교육 과정을 살펴보길 권한다.
기업재난관리사 시험 위탁 기관인 재해경감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성수 숭실대학교 교수는 “시험 합격자의 70%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현재까지 응시자 추이는 변동 없이 꾸준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추후 응시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합격률은 실무분야 70~80%, 대행분야 10~20%, 인증분야 70~80% 정도다. 합격 인원으로 보면 실무분야는 약 1200명, 재해분야는 약 150명, 인증분야는 70여 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년은 대체로 은퇴를 앞두고 많이 취득한다. 장치산업, 생산, 기계, 건축·토목, 금융 등 업종별 특성이나 재무회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층이 유리하다고 본다. 아직 취업시장 활성화가 덜 되었지만, 법 제정 등으로 인한 수요에 따라 점차 활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첫 순서로 다수의 전문가가 언급한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에 대해 알아봤다.
◇ 직업상담사(전직지원전문가), 시니어에게 왜 유망할까?
2020년 5월부터 고용노동부의 ‘고령자고용법’ 시행에 따라 100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50세 이상 퇴직자에게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진로설계 및 상담, 재취업 알선, 취업 교육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적인 전직지원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이에 따라 전직을 지원하는 전문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직업상담사, 커리어 컨설턴트 등 유사 분야 자격증이 있다면 입직과 업무 수행에 유리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강소랑 박사
급변하는 직업 환경으로 중장년에게 매우 유망한 직업이다. 고용노동청이나 여타 공공기관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여러 일자리 사업을 한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이나 뉴딜인턴십, 보람일자리 사업 등이 있다. 이런 일자리 사업의 취지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직 당사자인 중장년과의 상담 혹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제2인생 전환을 위한 생애설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가 중장년에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위 두 전문가를 비롯해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등이 ‘직업상담사’ 또는 ‘전직지원전문가’를 시니어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함께할 미래, for 5060 신직업’ 보고서에서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생경력개발의 일환으로 중장년 퇴직자뿐만 아니라 재취업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인프라가 확충될 전망”이라며 시니어 유망 신직업 중 하나로 전직지원전문가를 선정했다.
직업상담사란 구직자나 미취업자에게 직업 및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 경력설계, 구직 활동 등에 대해 조언한다. 이와 유사한 전직지원전문가의 경우 퇴직 후 이직 또는 전직,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최근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가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 중 97.6%는 가능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욕구에 따라 퇴직 후 다시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중장년을 위한 상담 지원과 커리어 컨설팅 서비스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경우 동년배인 상담가와의 공감대와 유대, 신뢰 형성이 더욱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시니어 직업상담가의 수요의 증가와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 나도 직업상담사가 될 수 있을까?
직업상담사는 주로 실내에서 활동성이 적은 형태로 근무하며, 구직자와 면담하거나 검사를 통해 취미, 적성, 흥미, 능력, 성격 등을 분석한다. 구직자에게 알맞은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선택에 관해 조언하며, 필요 시 강의 형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경력자 직무활용 재취업 추천직업’(2021)에 따르면 업무환경 등 직업유사성을 고려했을 때 일반행정공무원, 심리상담 전문가, 노무사, 교육과학연구원, 사회복지사 등의 경력자에게 추천되는 직업이다.
직업상담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은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이다. 국가공인자격인 ‘직업상담사’는 1, 2급으로 나뉘며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두 분야로 응시 가능하다. 지난해 검정시험형의 필기의 경우 전체 2명 중 1명꼴로 합격했는데, 합격률이 가장 높은 건 50대로 60.1%다. 60대는 57.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실기 시험에서도 50대의 합격률(52.3%)이 가장 높으며, 60대는 42.8%다. 과정평가형의 경우 전 연령대 평균 55.3%의 합격률(외부평가 기준)을 나타냈다. 합격률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전체 응시 인원을 살펴보면 검정형 2만3974명, 과정평가형 362명으로 아직까지는 검정형을 선호하는 추세다.
중장년의 합격률이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노력여하에 따라 연령과 무관하게 취득이 가능한 분야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과 응시생들은 합격 문턱이 마냥 낮은 편은 아니기에 사이버대학 등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하거나,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자격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중요한 건 자격증 취득 이후다. 상담사 관련 자격의 경우 취득 후 내담자를 만나며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가영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회복지사(직업교육 담당자, 직업상담사 자격 보유)는 “직업상담사를 희망하는 시니어들을 보면 자격증 정보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보다는 취득 이후 일자리로의 연계 방법에 대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미 직업상담사 자격증 취득 후 센터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주로 민간기업에서 활동하는 직업상담사의 경우 청년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시니어 직업상담사는 재정지원일자리나 공공일자리, 사회공헌일자리 쪽으로 추천하게 된다. 주로 이런 분야의 경우 지원서 작성에서부터 행정적인 절차가 많아 컴퓨터 활용 능력이 바탕이 된다고. 따라서 문서작성 능력 등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을 보완해둬야 추후 구직 활동도 원활해진다.
이가영 사회복지사는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꾸준한 학습이 필요한 분야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담자들이 저마다 원하는 직종,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마련하고 알맞게 추천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직업이나 구직 동향을 살펴야 한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며 “직업상담사 일을 하다보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거나 상담 과정을 기록하는 등 컴퓨터 문서 작업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특유의 편안함과 경험이 내담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내담자를(청년인 경우) 손주나 자식 대하듯 한다거나, 경험이나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할 우려가 있다. 늘 상담자로서 전문성을 갖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nterview] 윤영란 직업상담사 “일하는 행복 선사하는 보람이 가장 커”
한때 영재교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윤영란 씨(펀더플드림협동조합 대표)는 53세 나이에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 후 직업상담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컨설턴트 겸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직업상담사가 된 지도 8년차, 윤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노후 행복을 좌우하는 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소득 창출도 되겠지만, 활동성이 생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사회 활동을 하니 관계 형성에도 좋죠. 실제 저와의 상담을 통해 노후를 행복하게 할 일자리를 찾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사실 중장년들은 이미 능력은 출중한데 정보력이 부족하거나 제도를 잘 몰라 헤매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동년배로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상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윤 씨는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너무나 쉽게 딸 수 있는 일부 민간자격증은 피하라 당부한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익혀야만 추후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또, 시니어 직업상담사를 요구하는 기관들의 경우 대부분 국가자격인 ‘직업상담사’를 요건으로 하는 곳이 많은 점도 이유로 들었다.
“좀 힘들더라도 1~2년 정도는 자격증 공부를 하셨으면 해요. 강한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가능하다면 늦어도 50세 초반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민간 기업을 희망한다면 보통 60세가 지원 커트라인인데, 몇 년밖에 일하지 못할 인력을 잘 뽑지 않으니까요. 물론 몇몇 보람·공공일자리 유형의 경우 반대로 65세 이상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채용 기관이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동안은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많아 젊은 직업상담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였지만, 고령화시대 흐름에 따라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윤 씨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이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니어 직업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제 경험으로는 젊은 세대들에 비해 중장년 세대가 구직 활동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예요. 이런 부분을 동년배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헤아리고 설명할 수 있는 게 장점이자 강점이죠. 또 과거에 비해 심리, 정신 상담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직업에 대한 컨설팅, 상담 수요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전문성과 진정성을 갖고 직업상담사에 도전해 많은 중장년에게 일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시길 바랍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신직업 창직·확산 보고서-누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가’에는 창직의 길을 걷고 있는 다양한 사례자들의 이야기가 포커스그룹인터뷰(FGI) 형태로 실렸다. 이중 중장년 창직 그룹의 녹취록을 토대로 그들이 창직을 하게 된 계기 및 과정, 경험자로서 느끼는 문제점 및 희망 사항 등을 정리해봤다. 익명의 참여자들이 개척한 창직 사례는 아름다운길여행가,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윷놀이전문가, 도시농업관리사, 웨딩쇼퍼 등이다.
창직을 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
△아름다운길여행가=대학 때 법을 전공했는데, 그 시절 계속 등산을 다녔었어요.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모색을 했었죠. 그런 과정이 바탕이 되어 현재의 콘텐츠가 완성된 듯합니다.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몇 해 전 부친께서 돌아가시면서 조문객을 맞이했는데, 오시는 분들마다 비슷한 질문들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왜 돌아가셨느냐, 연세가 몇이셨느냐 그런 것들인데, 생각해보니 고인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거예요. 신문을 봐도 ‘누구 부친상’ 이런 식이지, 당사자에 대한 내용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문제에 착안해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가,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개인 창업자로 일했지만, 시니어가 되어 창직·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건 차이가 굉장히 컸어요. 예전에는 어떠한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었고,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함께하는 동료들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자본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 하려니 그런 자본이 없잖아요.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
△윳놀이전문가= 55세에 다소 이른 퇴직을 했어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취업 기회를 노렸지만 정말 하늘에 별 따기더라고요. 청년들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막막해하던 차에 노사발전재단에서 중장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했어요. 원래는 제가 금융기관 출신이다 보니 관련한 쪽으로 컨설팅을 해주셨거든요. 근데 그 일이 싫어서 기껏 회사 나왔는데 또 하긴 싫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제가 하는 강의에 윳놀이로 5분 정도 넣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점점 늘어나서 몇 시간짜리 강의가 된 거죠. 제 경우는 좀 다르지만, 자신의 경험을 창직으로 결합해 이뤄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시니어가 청년층보다 창직에 유리하다고 봐요.
△도시농업관리사= 제가 농협에서 일하다 퇴직했는데, 사람들이 ‘농협에서 일했으니 농사 짓는 거 어떠냐?’고들 많이 했어요. 이건 오해인 게, 제가 행정적인 업무를 한 거지, 농사와는 거리가 멀거든요. 그러다 일단 심심해서 강동구에서 텃밭 분양받아서 작물을 키워보는데, 자꾸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봐요. 근데 저라고 뭐 아는 게 있나요? 집에 와서 책보고 공부해서 가르쳐드리고 했죠. 그러다 제대로 해봐야 겠다 해서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교육도 받고, 자격증들도 따고, 관련된 모임에서 회장까지 하다 보니 강의까지 하고, 그게 알려지면서 점점 일이 확장된 셈이에요. 어쨌든 직장 생활과 달리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어 만족합니다.
△웨딩쇼퍼= 아들이 결혼식 당일에 제 차를 가지고 가더라고요. 아니, 주인공이 어떻게 직접 운전을 한다는 거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서비스가 굉장히 비싸기도 하고 막상 그 내용이 허접하더라는 겁니다. 그럼 이 일을 우리 시니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환갑이 넘어 창직 한다고 하면 좋은 얘기 못 듣습니다. 리스가 크기 때문이죠. 가족들도 불안해했고요. 그래서 당장은 주변에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관련 교육을 듣거나 자격증·공모전 준비를 했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죠. 그렇게 4수만에 육성사업에 선정 돼서 2000만 원을 지원받았어요. 그 후도 주변에도 터놓고 일도 확장해나간 거예요.
현 지원책들의 문제점과 바라는 점
△아름다운길여행가= 혼자서 뭔가를 끌어가는 게 힘들기도 하고 안타까워요. 창직자 사이에 소통 교류의 장이 너무 없습니다. 좀 연계가 됐으면 해요. 관련 협회 쪽에도 문의해봤었는데, 결국 비용 문제가 걸리더군요. 쉽진 않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 선에서 혼자 해나가다간 지쳐 나가떨어집니다.
△메모리얼스토리전문가= 창직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관련 지원제도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이 청년층 대상이고, 중장년 대상은 한 20%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나마도 홍보가 안 되어 모르는 경우가 꽤 있죠. 저는 소셜 벤처로 해서 예비 창업 패키지 일환으로 5000만 원 정도를 지원 받았는데, 이게 또 대표자 월급으로는 사용이 안 돼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직원 하나 명기해놓고 월급을 지급하는 희한한 구조도 생기죠.
△윳놀이전문가= 살펴보면 창직이라는 걸 청년층하고 많이 결부 시키는데 사실 그들은 한계가 있거든요. 뭐냐, 경험이 없잖아요. 그러니 은퇴 세대의 경험 요소를 십분 살려 활용하면 좋은데, 정보의 비대칭성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봐요. 예전에 다른 자리에서 건의한 적이 있는데, 요즘 저출산 문제로 초등학교마다 빈 공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공간을 활용해서 마치 초등학교 의무교육 받듯 은퇴세대도 관련된 교육을 받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시농업관리사= 우리 분야도 정부 지원 사업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단기 지원이에요. 거의 1년이면 끝나버리죠. 중복 지원은 또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지속적으로 창직을 이어가고 관리하려면 5년 또는 중장기 사업으로 지속해서 지원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웨딩쇼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조건을 택해야 하는데, 가령 일자리형으로 할 거냐, 혁신형으로 할 거냐, 비영리로 할 거냐, 사회 서비스로 할 거냐 이런 거예요. 제 경우엔 혁신형으로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일자리형에 가까워요. 그런데 일자리형의 경우엔 직원들을 채용하면 4대보험 가입이 의무거든요. 저희 요원들은 전부 프리랜서인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혁신형으로 하려 하니 그건 또 채택이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그런 괴리가 좀 있었고, 또 사실상 창직과 창업은 다르거든요. 어찌 보면 창업을 위해 ‘창직’이라는 걸 구실로 삼을 수밖에 없었죠. 발명가가 사업까지 하긴 어려운 것처럼 둘을 잘 구분해서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위 인터뷰를 진행한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과 이윤경 강남대학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중장년층의 창직 과정 역시 애로 사항이나 어려움은 있지만, 청년층과 달리 자신의 경력을 이용하여 프리랜서나 창업을 통해서 자신만의 직업을 구현 하고 있었다”며 “은퇴 이후에 찾은 새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창직 경험 자체에서 얻는 자기만족이 높다. 창직의 동기나 창직을 통한 요구 사항들이 청년층과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지원책을 통해서 본인의 경력을 살린 새로운 일자리 들을 만들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자료 원문=‘신직업 창직·확산 보고서-누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가’]
한국고용정보원이 이달 26일 펴낸 ‘신직업·창직 확산 보고서’에서는 중장년층을 비롯한 청년층,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자, 국가발표신직업종사자 등 네 유형으로 나눠 이들의 특성을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통해 다뤘다. 이들 중 중장년층의 경우 자신의 경험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굴, 경력과 인맥을 강점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마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고서에 나타난 중장년 창직자의 특성을 살펴봤다.
‘창직’이란 창의적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직업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조부모-손자녀 유대관계 전문가, 사별애도상담원, 노노케어매니저, 독거노인공동주택코디네이터, 고령자맞춤식단개발자 등 고령사회에 발맞춘 신직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해당 보고서에 참여한 중장년 창직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아름다운길여행전문가’, ‘도시농업관리사’, ‘메모리얼스토리텔러’ 등이다.
‘신직업·창직 확산 보고서’에서 다룬 중장년 창직자의 경우 청년 창직자와 달리 기존에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장기간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경험은 창직을 성공시키는 노하우로서 영향을 주기도 했고, 전직(前職)과는 별개지만 본인이 흥미가 있던 분야의 일들을 새롭게 개척하여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동기로도 작용했다. 이들 대부분은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고 있었고, 기존 직업을 통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경우엔 창직을 통한 생계유지보다는 사회적 기여나 자아 성찰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직으로 다시 찾은 제2의 전성기
중장년 창직자의 경우 창직의 아이템들을 자신들의 삶이나 경험 안에서 포착했다고 밝혔다. 가령 과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이나 일상에서의 불편함 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점을 창직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보고서 참여자 중 메모리얼스토리텔러의 경우 “4년 전 부친의 임종이 임종하셨을 때 조문객을 이제 맞이했는데 오시는 분들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더라. 어떻게 돌아가셨나? 3일 동안 같은 답변을 했는데 그때 생각한 게 ‘남겨진 것이 거의 없는 고인들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온라인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자신의 창직 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중장년 대상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나 노사발전재단 등의 창업, 창직 교육을 받고 관련 업종의 기관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창직 사업을 희망제작소, 한국창직협회, 창직교육센터 등의 창직 교육 등 공공·민간 영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직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층과의 차별화된 이들 세대의 특징은 과거 경험을 통해 다져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중장년 창직자들이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쌓은 경험과 경력, 인맥 등은 창직 및 홍보 활동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해당 보고서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이 신직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노동시장에 신직업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독서나 메모 습관,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통찰력, 수많은 지원사업의 정보나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정보력, 도전정신과 성실성 집요한 탐구심 등을 꼽았다. 또한, 이들은 은퇴할 나이에 다시 찾은 제2의 전성기를 통해 주변 사람, 가족과 고객 등 의미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인정,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인간으로서의 회복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지원책 적은 데다, 잘 알려지지도 않아
물론 제도적인 부분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창직의 경우 창업과 달리 1인 창업의 형태가 많아 정규 고용이 아닌 프로젝트 기반의 고용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이 때문에 국가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데 불리하다. 게다가 창업지원제도는 주로 청년층에 몰려 있고, 지원금 사용처에 있어 대표의 경우 급여 지급이 어려워 생계유지를 위해 또 다른 일자리(또는 아르바이트)를 겸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중장년 대상의 창직 프로그램 개설 및 홍보 확대 에 대한 요구도 드러냈다.
한 중장년 창직자는 “아이디어 오디션 등 정부에서 하는 것들도 굉장히 많은데도 중장년들의 경우 잘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막상 알고 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지원책이나 프로그램 등을 중장년들에게 닿을 수 있게끔 어떻게 홍보를 하느냐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자는 “창직자들 사이에 소통 교류의 장이 전혀 없다. 관련 협회 회장에게 제안도 해봤는데, 비용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이들을 연결하고 연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50~60대 신중년들의 재취업 성공스토리를 담은 취업 지원 동영상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를 워크넷(www.work.go.kr)을 통해 서비스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총 15편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는 재취업에 성공한 신중년들의 취업 준비 경험과 비경 등을 생생한 인터뷰로 담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신중년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구체적인 취업 정보도 제공한다.
신중년 재취업 사례(12편), 노동시장의 변화와 신중년 일자리 영향(1편), 새로운 형태의 신중년 일자리 소개(1편), 신중년 진출 가능 신직업(1편)으로 구성됐다.
또한, 사례 중심으로 동영상별 15분 내외로 제작된 만큼 동영상 시청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게 제작되었다고 평가된다.
새로운 분야로의 재취업형
57세 김모씨는 발로 뛰고 현장을 누빈 덕분에 재취업의 문을 열었다. 영어 학원 강사로 근무하다 코로나로 인한 학원 상황이 나빠져 퇴직한 김씨는 고용센터 위탁 교육기관에서 환경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직군의 회사에서 현장 실무를 경험하는 등의 노력으로 환경인허가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고용노동부의 정보지원을 꾸준히 찾아봤어요. 직접 일해보지는 못하지만, 현장 실무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고용센터를 통해서 관련 직군에서 일하는 분의 회사에 가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일종의 견학식으로요. 어깨너머로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게 비결일 것 같아요. ‘발로 뛰는 것!’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제 할 일을 제 코앞에 가져다주지 않아요.”
경력을 살린 재취업형
운수회사 관리자였던 66세 박모씨는 전 직장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살려 제 2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박씨는 이전의 일자리가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경쟁력을 잃어 그만두게 됐다.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과 자동차정비연합회 산하에서 교육받고 정비 능력을 발전시켜 자동차 검사원으로 재취업했다.
“퇴사하고서는 닥치는 대로 더 열심히 살았어요. 유사 업종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업용 화물차를 사서 운송도 직접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동안 평생 차와 관련한 일을 해서 자신 있었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 오다 보니 자동차 검사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 점포도 내 볼까 했는데 거의 다 판매나 식당 이런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언제 밥을 지어봤습니까, 뭘 팔아보길 했습니까, 그래서 잠깐 고민해보다가 자동차 분야로 굳히기를 했죠.”
우연한 기회를 살린 재취업형
57세 권모씨는 취미를 특기로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다. 권씨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다 다쳐 일자리를 그만두게 된 후 건강 관리와 취미를 위해 점핑 운동을 하다가 전문가 프로그램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점핑 클럽 강사로 일하며 건강과 수익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운동을 배우다가 점핑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씩 하다보니까 재미도 있고 몸이 회복 되는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문득 ‘내가 가르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도 지키고 일도 하는 일석이조! 그때 점핑 강사를 선택했습니다. 점핑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배우다 보면 전문가의 프로그램 자격증을 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스가 있습니다. 또 일을 할 수 있는 클럽도 서로 공유하며 지내기 때문에 수입을 만들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점핑 강사는 수입도 만들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직업이라 신중년에게 특히 더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고용센터를 적극 활용한 재취업형
전업주부 생활 중 빈둥지 증후군이 걱정돼 재취업을 결심한 56세 유모씨는 고용센터 취업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재취업했다.
재취업 준비를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해 취업정보에서부터 자기소개서, 이력서 쓰기 등까지 다양한 취업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보험회사 총무팀으로 출근하면서 만족스러운 중년을 보내고 있다.
“몇 번의 이력서를 내고 몇 번의 거절 통보를 받고 그리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는 것 아닐까요? 자기소개서 쓸 때 고용센터에 방문해서 교육해주시는 선생님께 이력서 쓰는 걸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3일을 매일 갔었는데 성의를 다해 도와주셨고 그 덕에 취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나영돈 원장은 “신중년들의 재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영상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자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고자 한다”라며,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신중년들을 위한 맞춤형 경력설계 서비스를 더욱 개발하고 확대하여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 동영상은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과 유튜브 한국고용정보원 채널에서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디지털 뉴딜’ 시행으로 IT, 인공지능, IoT 등을 접목한 다양한 신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며 ‘그린 뉴딜’ 관련 일자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중장년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숙련된 경험을 살린다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자리 시장 대전망’을 주제로 펼친 ‘50+일자리 특별포럼’의 두 번째 세션 토론 내용을 Q&A로 정리해봤다.
토론자
김태은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 서기관(이하 ‘김’)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이하 ‘남’)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부연구위원(이하 ‘박’)
Q1. 디지털·탈탄소 사회, 중장년 일자리의 미래는?
(남) 디지털 뉴딜 분야에서도 틈새나 사각지대를 찾으면 중장년의 일자리는 충분하다. 지난 10년은 노동절약형을 강조한 기술혁신하에 일자리를 줄여왔다. 그러나 대전환 시대에는 그 반대여야 한다. 더 노동집약적이고 자원이 절감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주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로컬 뉴딜’과 병행돼야 한다. 최근 로컬 모빌리티의 한 사례로 전국 지자체의 공유 자전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령 서울시의 ‘따릉이’ 누적 회원은 171만 명이 넘고, 대여도 300만 건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유 자전거 수리공이나 거치대 설치·관리자, 마을 단위 자전거 교육 강사나 수송 인력도 확대될 것이다. 이렇듯 공공의료 분야나 마을 돌봄, 그린 리모델링, 재생에너지 설치·관리, 건강한 먹거리 산업 등의 영역에서 50+세대의 일자리가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박)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이 사라진다. 일찍이 육체노동은 자동화 로봇이 대체했고, 최근에는 인지 업무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이를 일자리의 위협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역설적으로 새로운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큰 오해는 이러한 디지털 시대에 일하려면 데이터 분석가나 코딩 전문가 등이 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해오던 일을 어떻게 디지털화할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MIT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는 우리가 꺼리고 불편했던 일들을 신기술이 대체하고, 인간은 그 기술을 활용해 더 창의적이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자리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들어 있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는 자신의 현업에서 출발하되, 그에 대해 중장년이 창의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Q2. 한국판 뉴딜, 정부 및 기관의 50+ 일자리 계획은?
(김) 고용 관련 한국판 뉴딜의 주요 안은 ‘고용안전망의 확대’와 ‘사람 투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지원대상 확대 및 미래적응형 직업훈련 개편, 재취업지원서비스 내실화, 전국민고용보험·국민취업제도 시행 등 고용안전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50+세대 지원을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해소, 돌봄 능력 강화, 기본 소득 도입 및 중장년 연금 확대, 공동체 일자리 제안 등을 계획 중이다. 사람 투자 측면에서는 자신의 분야에 숙련된 신중년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디지털 역량을 학습해 이를 활용하도록 교육과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남)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도 그린 뉴딜이 본격화되면 도시재생이나 그린스마트 분야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라 예견하고, 이에 발맞춰나갈 계획이다. 2020년에는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파일럿 사업을 진행했다. 40명의 참여자를 17개의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에 파견했고, 공공 스마트시티의 기획과 운영, 에너지 절감 컨설팅 영역 등에 50+세대의 경험과 역량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그 규모를 확장할 예정이다. 또 플랫폼 일자리와 관련해 ‘중소기업 공유고용 모델’을 실험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있으나 막상 채용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에 같은 고민을 가진 중소기업이 모여 전문가 1인의 인건비를 나누는 방식을 시도해봤다. 50+세대 20명과 협력 기업 5곳이 참여했고, 이후 약 70%가 실제 고용으로 연결됐다. 이를 체계적으로 보완해 질 높은 새로운 노동 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유휴지를 활용하는 ‘세대 융합 귀촌 모델’이나, 산업안전·돌봄 분야의 ‘50+건설안전감시단’, 취약계층 노인 대상의 ‘HF행복돌보미’ 등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Q3. 50+의 활약이 기대되는 일자리 분야는?
(남) 최근 지표들을 보면, 50+세대는 디지털 시대 전환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 중이다. 지난해 시니어 1인 미디어 생태계 창출을 위해 ‘50+ 유튜버 스쿨’을 열었다. 10팀을 선발해 집중적인 실습과 교육을 해보니 그중 40%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두 달간 구독자가 4배 증가했고, 수익은 10배를 창출했다. 이는 관련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표할 만큼, 50+세대의 디지털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다. 아울러 청년과 노년을 잇는 세대로서 노노케어, 멘토링 등의 분야에도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퇴직 후 5~10년 정도 지역에 내려가 ‘세대융합 귀촌모델’을 만들거나 지방 정부와 연계한 ‘귀촌 인턴십’ 참여도 가능하다. 나아가 국제무대에도 중장년이 활동할 기회는 충분하다. 가령 코이카(KOICA)가 가진 개도국 경제성장을 위한 조달기금은 연간 약 1조8000억 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누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50+세대가 진입할 통로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박) 디지털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생태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색해볼 수 있다. 먼저 저출산·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 변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로 질 높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을 업종별 비즈니스 요구에 맞춰 개발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겸비한 50+세대의 조율자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세대 간 융합을 도모하는 사회·문화적 포용력이 요구된다. 더불어 저탄소·친환경 사회로의 변화 속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팜 구축, 신재생 관련 제품 서비스 개발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된 바처럼 1980~90년대의 경제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과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 가능한 국제무대에서의 일자리 창출도 꾀할 수 있다.
신중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정보서 ‘이제는 신중년으로’에 따르면 ‘경제적 수단’, ‘삶의 주요 구성 요소’, ‘심리적 만족과 보상의 수단’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삶의 활력소이자 원동력’, ‘삶에 규칙을 제공해주는 것’,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등 단순히 ‘생계형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창업이나 창직, 사회 공헌 등의 경우 나름의 가치를 찾아 제2, 제3의 일자리로 삼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연구에서 신중년(50~64세)의 과반수(67.6%)는 향후 근로를 희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중 절반가량(44.6%)이 ‘생활비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를 주된 동기로 꼽았지만, ‘경제적으로 충분해도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대부분(84.7%)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을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2017.8). 계획안에는 ‘주된 일자리→재취업 일자리→사회 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64세까지를 생산가능인구로 한정하던 그간의 제도와 관행에서 벗어나 69세 또는 그 이상의 연령을 적극적인 고용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추진 과제에서는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귀어, 사회 공헌 등 크게 네 분야에 집중했는데, 그중 창업과 사회 공헌 일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Chapter 1. 창업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신중년들의 경우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곤 한다. 실제 전 연령대에서도 50세 이상의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편. 그러나 국내 창업 기업 중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이 37.3%, 5년을 넘기지 못하는 곳이 72.5%로 나타났다(2017.12. 통계청). 즉, 네 곳 중 한 곳만이 5년 넘게 생존이 가능한 셈이다. 늘어난 노후, 5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신중년의 경우 퇴직금 등 노후자금 대부분을 창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실패 시 경제적 타격도 매우 크다. 또 청년 세대에 비해 재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실패 후유증도 많이 겪는다.
◇ 신중년 창업 실패 유형과 원인
① 근자감 충만형 중장년은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 일부 지인의 추천 등으로 소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찬 상태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무원, 대기업 출신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했던 이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패에 이르곤 한다.
② 경력 맹신형 과거 자신의 업무나 직장 경험을 토대로 그와 관련한 사업 분야와 아이템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을 갖는 것. 특히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이들일수록 자신의 방식을 객관화해 사업에 그대로 인용했다가 오류를 범한다.
③ 안전제일주의형 사업의 위험성만 최소화하면 별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로, 대부분 신중년 창업자가 이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실패에 대한 위험이 적은 것은 맞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창업 과정 7단계 ① 창업자 여건 분석 ▶ ② 창업자 역량 분석 ▶ ③ 사업 목표 수립 ▶ ④ 사업 아이템 선정 ▶ ⑤ 사업 타당성 분석 ▶ ⑥ 사업 계획 수립 ▶ ⑦ 사업 개시
◇ 신중년 창업의 올바른 방향
① 창업하는 시점에서는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목표로 삼는 게 좋다. 대부분 ‘대박’을 꿈꾸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과도한 욕심이나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현실적인 아이템 선정과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②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자. 주의할 점은 과거의 조직에서 하던 업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전문성은 완전히 다름을 직시한다. 특히 창업 아이템이 오랫동안 해왔던 업무라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가 더욱 쉽다.
③ 반짝 아이템보단 장수 아이템을 발굴한다. 신중년 창업은 인생 2막의 마무리와 인생 3막 준비까지 오랜 기간 일정 수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이 아닌 적어도 10~15년 정도 지속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신중년 주요 창업 지원기관
①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예비 창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재창업패키지, 소상공인 컨설팅 등의 교육과 서비스 제공
② 창업진흥원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세대융합 창업캠퍼스, 스마트 창작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 등의 수요자 맞춤형 창업 지원 서비스 제공
◇ ‘창직’에 대한 궁금증 이모저모
창업vs창직 무엇이 다를까?
창업은 제품과 기술 중심, 창직은 사람 중심으로 보면 된다. 창업은 자본이 주요소로 작용하고, 동종업계 창업자가 많을수록 불리하다. 반면 창직은 직업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창직자의 지식, 기술, 능력, 적성 등이 강조되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관련 시장이 안정화된다. 또 창업은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지만, 창직은 수행자의 역량을 중심으로 사회적 수요가 강할수록 안정성이 확보된다.
신중년에게 창직이 좋은 이유는?
경력 개발 로드맵을 정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미래 경력 설계에 맞춘 필요 역량을 보완해 경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창직 준비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발굴 및 조사→직무 정의→공유 및 확산’의 프로세스를 따른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창직 교육 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창직에 대한 이해 40시간,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회 수요를 새로운 직업에 반영해 점검하고 직무를 정의하는 데 60시간, 실제 구현된 신직업으로 초기 활동하는 데 10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창직을 하려면?
자신의 역량이 실제 노동시장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겠는지 본인의 희망 직업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유 역량이 관심과 흥미에 연결될 수 있어야 지속성 있는 일로 장기간 종사할 수 있으며, 향후 직업인으로서 추가적인 역량을 보완할 때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뤄진다.
참고 및 발췌 한국고용정보원 ‘이제는 신중년으로’(2019)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현재 우리는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지?’ 등의 주제로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 또는 고민을 하게 된다.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퇴직 평균 나이는 49.1세라 한다. 이때부터 다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이나 곧 퇴직을 앞둔 퇴직 예정자들은 노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을 보면, 신중년 대상 장기근속을 위한 개선방안, 전직 지원 및 신규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고용창출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고용안정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및 일자리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책들은 대부분 만 45~60세 이상의 연령을 대상으로 신규 고용과 정년 연장 또는 임금 보전 형태의 지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64세인 중장년층은 평균 49.1세에 실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중 64.1%가 생활비에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3%) 등의 이유로 평균 72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 대상의 나이와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도 정책 지원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정년이 60세인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9세 김OO 씨. 정부의 고용안정 관련 지원금을 받아 정년을 62세까지 보장을 받았다. 김OO 씨는 일하고 싶어도 62세에 퇴직을 하면 실업자가 된다. 이 경우 김OO 씨는 62세 이후 정부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가 고용유지 기간이 짧거나, 계약직 등으로 불안하다면 김OO 씨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OO 씨의 사례처럼 중장년, 특히 60세 이상의 시니어(여기서는 60세 이상을 시니어로 칭하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시니어가 소득 단절과 노년기 여가 및 사회활동 부족 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2016년부터 정년 연령을 넘기 시작해, 2024년에는 정년을 초과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더 커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5세 이상의 인구는 1389만 명, 2024년도에는 1843만 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인턴 제도, 희망인가?
대안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 45~60세 내외의 고용유지 중심 정책을 지원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도입 당시 공익참여형과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과 시장참여형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활동 유형이 세분화되고 신규 사업 유형이 개발되어 2011년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 기업 등과 같은 시장자립형 노인일자리사업, 2014년 재능나눔활동, 2017년 기업연계형 사업 등으로 나눠진 일자리 지원 사업이 작동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직업 능력 강화 및 재취업 기회를 촉진함과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6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에게 인턴기간(3개월) 중 월 급여의 50%의 급여를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인턴기간 종료 후 계속근로계약(6개월 이상) 체결 시 최대 3개월간 급여의 50%를 추가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시니어 인턴십은 인턴형과 연수형으로 나뉜다. 인턴형은 단기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되어 3개월간의 정부 지원 종료 후 기업이 계속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수형은 기업이 직접 근로자와 계약을 맺고 해당 직무 연수생으로 3개월간 교육을 시킨 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이다.
인턴 채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나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에서 신청한 뒤 해당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기업 상담을 거쳐 결정된다. 현재 전국 100곳의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표1]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시니어 계층이 ‘일하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표2]와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강화된 지원 사업 분야는 지속적으로 증가(단, 2017년은 기업연계형이 새롭게 진입해 실적이 하락)하고 있으며, 취업유지율과 계속고용율, 1인당 월평균 소득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니어 계층에게 긍정적인 일자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노인일자리사업 통계에 따르면,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 도매 및 소매업 등 단순 기능직 중심의 일자리 연계가 55.1%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시니어 인턴 일자리가 대부분 경비 아니면 운전밖에 없는 것이다. 일자리 지원 사업이 기존 일자리를 기반으로 저숙련,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로 연계되는 현실은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은 시니어에게 여전히 고용불안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 제도를 디딤돌로 새로운 일자리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7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해왔던 중장년 인턴제는 근로조건, 직무불일치(43.7%), 고령자 고용을 꺼리는 편견(34.8%), 건강상태(20.8%)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신중년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선발해 우선지원대상기업 월 80만 원, 중견기업 월 40만 원 등의 수준으로 고용지원을 하는 제도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적합직무 유형을 경력활용, 역량강화, 신직업 도전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지원된다. 서울시도 이와 유사한 50플러스 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 50~67세까지 월 57시간 이내(월 52만5020원) 근무하는 인턴을 위한 공헌형·혼합형 중심의 일자리 지원 체제다.
[표4]에서 보듯이 시니어 계층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선택을 통해 직무와 직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 분야를 보다 전문화, 세분화해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가 바라는 취업처를 모두 포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전문적이어서 다른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 근력 등의 저하가 발생해 높은 노동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능직 분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시니어는 주니어가 경험하지 못한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가졌다. 그리고 퇴직 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유지한 채 타 직무로의 전직을 해야 하는 노동생산성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지원 정책이 직업 또는 고용유지 정책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일자리 관련 정책과 연계해야 할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각 정부 및 지자체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부족한 인력이 각 분야에서 활동 경험과 역량이 출중한 산업 현장 전문가들일 것이다. 시니어는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 중심의 일자리 지원보다 시니어가 보유한 직무 능력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이 직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 발굴과 지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품질, 마케팅, 경영, 인재선발, 해외진출, 생산관리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직업훈련을 받거나 예비 창업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현재 중장년 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은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시니어 계층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유지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일하고 싶어 하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으로 시니어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청년창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 및 대안제공 전문가, 자문 및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산업별, 직무별 전문가 직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십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장년 인턴제 등을 포함한 시니어 인턴 제도가 복지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도 정착되어야 한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부처를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겠다.
고령화 미래 직업을 고민해야 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가 창의융합형 인재라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역할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니어 대상 일자리 지원 방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오늘날에 앞으로 사라질 직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정 교육 과정을 거치고 실무현장에서 은빛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시니어 인턴들에게 재취업 혹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시니어 개인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직업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시니어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업의 융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 인턴 제도의 일자리 정책은 시니어가 보유한 노하우나 자원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기반 직업 마련을 위해 펼쳐나가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의 순간에 듣는 힘이 되는 조언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이런 상담자의 역할을 과거에는 형제나 가족, 이웃 등이 맡아왔지만, 핵가족화와 이웃 간의 교류 단절 등 달라진 환경으로 대체할 대상이 필요해졌다. 이 역할을 최근에는 상담사, 카운슬러, 상담심리사 등으로 불리는 인력들이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산업카운슬러는 최근 시니어의 새로운 직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산업카운슬러를 신중년 적합직무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카운슬러라는 직종을 낯설어하는 이도 많겠지만, 이 직업이 생긴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업계에선 산업카운슬러의 기원을 1924년 미국에서 진행된 호손실험에서 찾는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 방법 변화가 생산성을 증진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이 연구는 노동자의 심리상태나 인관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단초가 됐으며, 산업 현장에 카운슬러가 배치되는 계기가 됐다. 이때 활동한 카운슬러가 최초의 산업카운슬러(Industrial counselor)로 평가받는다.
국내 노동운동 늘면서 도입돼
산업카운슬러가 활성화한 대표 국가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195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관리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각 기업에서 카운슬링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 활동 중인 산업카운슬러가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산업카운슬러 도입이 시도된 것은 노조설립 등 노동운동이 태동하던 1980년대부터다. 노동운동 발생 이유나 노동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뤄진 것이 계기가 돼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어 1988년 1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가 설립됐다.
산업카운슬러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근로자가 겪는 심리적 갈등이나 고충,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담가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이러한 역할을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해 정의한다.
첫 번째는 근로자 상담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가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직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정불화 등 개인적인 문제까지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톱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커리어 개발지원 프로그램이다. 근로자의 경력과 적성, 재능을 고려해 능력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마지막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은 사내 직원 간 인간관계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주는 상담이다.
현재 정부는 근로복지기본법 제83조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문가 상담 등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주로 상담과 교육 두 가지 역할이 핵심이다. 상담의 경우 기업 내 초년생의 적응을 돕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유도한다. 적응한 인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거나 세대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의 상담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된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상대의 지위나 이름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근로자들이 상담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 예민해하기 때문이다. 기업카운슬러들은 근로자들이 직장 내 인간관계나 업무상 고충보다는 부부관계나 자녀 등 가정사에 대한 상담을 주로 요청해온다고 이야기한다.
시니어 제2인생에 딱맞아
산업카운슬러가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상담을 하려면 회사 조직이나 업무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개인적인 고민까지 들어주고 지원해줘야 하므로 인생의 경험도 지식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양순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원장은 “시니어는 신체적으로는 노화를 겪고 있지만 경험과 경력, 지혜를 갖추고 있어 근로자의 정신적 건강을 담당하는 산업카운슬러로서 적합하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정부에서도 신중년 적합직무로 고시하고 고용장려금을 지원할 정도로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6월에 노사발전재단과 MOU를 통해 신중년 평생현역활동을 위한 생애경력설계와 일자리 발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력 등 자격 취득 문턱은 높은 편
그렇다면 산업카운슬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를 통해 민간 자격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협회 자격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1급은 석사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자로 6개월간 180시간 이상의 교육과 임상전문실습을 거쳐야 심사에 지원할 수 있다. 2급은 학사 이상으로 6개월 120시간의 교육과 임상일반실습을 거쳐야 취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간 자격에 비해 꽤 까다로운 수준이며 실제로 국내 1급 자격 보유자는 8월 현재 350명에 불과하다. 매년 배출되는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2급 취득자는 총 2850명.
협회 관계자는 “2급은 현직 회사원으로 재직하며 사내에서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1급은 기업 임원이나 전문직 출신자들이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기 위해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1급 자격 보유자는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대부분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고.
물론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로 활동할 때 이 자격이 필수조건은 아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가 부여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이나 한국상담학회 등의 자격을 통해 관련 경력을 쌓아도 기업의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관련 협회를 통한 자격 취득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에서 산업카운슬러를 채용할 때 협회를 통해 추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인 국가자격이 없는 상황 하에 업계에서 인정받는 자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사전 조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은 일반적으로 계약직 채용으로 이뤄진다. 근무일이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 회사에 따라 5~6시간에서 더 짧게 일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일도 주 1~2일에서 5일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고용 조건이 파트타임 근무를 선호하는 시니어에게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임금은 시간당 3만~5만 원 수준이다. 경력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채용이 협회나 학회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에서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폐쇄적인 시장 특성 때문이다. 현직 산업컨설턴트 중에선 “비용이 아깝게 여겨질 수 있지만 심리검사 비용, 보수교육 등 기관을 통해 지원받는 부분도 있어 큰 손해는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한 산업카운슬러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고, 상담이나 교육 증 선택해 전문화한다면 상근직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도 활동 가능하기 때문에 시니어가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오늘만 해도 태안군 안면도, 양평·가평을 갔다가 내일은 대구로 갑니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질문을 건네자 덤인 정경자(鄭京子·50) 대표의 카랑카랑 애교 섞였던 목소리가 풀이 죽으며 답한다.
바빠서 달리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다. 집안일로만 여겼던 ‘정리하고 수납하는 일’을 전문 분야로 끌어올린 주인공 정경자 대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스며들 듯 부드러운 방법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쇄도하는 강의 요청과 방송 출연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취재가 있던 날에는 한 아파트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촬영을 마쳤다. 그렇다 쳐도 여전히 생소한 정리수납 컨설팅. 우리 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고 또 왜 필요한지 들어봤다.
“저를 납득시켜 주세요, 정리수납에 왜 돈을 쓰죠?”
정경자 대표가 정리수납 컨설턴트를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캐나다 주재 한국 물류회사의 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저는 캐나다에서 정리수납 전문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미 캐나다나 유럽에는 20~30년 전부터 있던 직업이더라고요. 자기 물건을 자기가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리해주기도 하는구나. 막연하게 나중에 한국에 가면 이걸 꼭 직업으로 만들어야지 했습니다.”
막연하게 생각만 해보겠다는 것도 잠시. 회사에서 캐나다 법인의 철수 결정이 갑작스럽게 났고 2002년 한 달 만에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경자 대표는 회사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물어보는 사람마다 직업으로는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어요. 어찌됐건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인식이 안 돼 있어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바로 정리수납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베이비시터와 가정관리사를 교육하고 양성해서 파견하는 일을 했어요.”
당시 맞벌이 부부가 많아져 아이를 자기가 키우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던 때였다. 사업을 하면서도 정리수납에 관한 준비를 꾸준히 했다.
“5년 정도 준비 끝에 정리수납 교재와 매뉴얼을 만들고 베이비시터와 가정관리사 교육을 할 때 가르쳤어요. 1대 1서비스를 잘 하기 위해서 정리수납교육을 한 거죠. 그런데 베이비시터가 아이 옷을 잘 정리하니까 고객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가정관리사도 옷을 세탁하고 개는 것을 달리해주니까 고객 만족도도 좋고 일 하는 사람들 또한 좋아했습니다.”
2010년부터 방송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다 보니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저런 거 배웠으면’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드디어 2011년 11월, 한국정리수납협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정리수납 컨설팅 활동을 시작했다.
“협회를 만들고 3개월 정도 됐을 때 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여성유망직종으로 정리수납 관리사를 선정했더라고요. 아이템 자체를 보고 한 것 같아요.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2015년에는 신직업지원 육성정책에도 정리수납이 들어갔습니다. 여성가족부, 노동부 등 정부기관이 육성한다고 하니 이와 관련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어요. 사람들 관심도 높아졌고요. 저희만 봐도 정리수납 컨설팅을 교육받고 있는 회원이 전국에 3만9000명 정도입니다.”
정리수납, 한국 사람에게 절실하다
정리수납에 있어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심어지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베이비시터와 가정관리사 교육에 정리수납을 접목해 이용자들에게 미래 사업을 노출시켰다.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외국에서 이것을 매우 당연하다고 봤고, 우리나라에서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사람은 어렵게 살아온 시절이 있기 때문에 돈만 생기면 집이랑 차 넓히고 물건 사고 그래요. 자신이 어렸을 때 옷을 잘 사 입지 못해서 아이한테만큼은 옷을 잘 입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과 장난감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제 한계가 왔고, 물건을 버릴 때도 돈을 지불하는 사회가 된 거죠.”
시니어, 정리습관을 기르자
정경자 대표의 말에 의하면 시니어들의 정리 습관은 참으로 심각하다.
“지금 제가 잘 버리는지 엄마가 잘 버리는지를 비교하면 우리 엄마가 더 잘 못 버려요. 나이가 들수록 더 못 버리게 돼요.”
시니어 세대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경자 대표는 ‘애정결핍’의 문제라고 했다. 젊었을 때는 관심 가질 것도, 행동할 것도 많아서 물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거는 어디서 산 거고, 누가 준 선물이며, 의미를 사람이나 관계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물건에서 찾으려 한다고.
“나이가 들면 자식이 분가하거나 배우자가 죽을 수도 있죠. 결국 자기 혼자 남기도 해요. 자식들과 자주 만나 생활한다면 선물해준 것들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은 혹시 온다 해도 아주 잠깐만 있다 가죠. 그러니 이거는 큰아이가 사준 거였고, 이건 누가 사준 거고 말입니다.”
버리는 습관과 정리하는 습관은 젊었을 때부터 길러야 한다.
“80세에 갑자기 잘 버릴 수 있느냐? 그렇지 않아요. 어머니가 85세신데 제가 뭘 버리라고 말하지 않아요. 어머니 집에 가서 저는 정리 안 해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기 때문에 제가 하루아침에 바꿔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상처가 될 수 있어서 삶을 이해하려 하지 바꾸려고 들지는 않아요.”
시니어 고객에게 하는 조언은?
“제가 시니어를 만났을 때 하는 얘기가 딱 그거예요. 만약에 여러분이 죽었을 때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죽는 순간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다 버려지게 된다. 돈 혹은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아니면 다 버려진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자식들은 무슨 얘기를 할까?
“왜 엄마는 아직까지 이걸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냐고 합니다. 좋은 얘기 안 하죠. 물건을 보며 엄마를 추억하지 않아요. 내가 살아 있을 때 쓰레기들을 남에게 버리게 하는 수고로움은 덜어주고 가야죠. 그게 시니어가 돼가는 것이고 내 삶을 정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정경자 대표는 시니어에게 정리수납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주방 싱크대 상부장 맨 위에 의자를 받치고 올라갔다가 떨어져 허리 다치고 병원에 입원하면 기력이 쇠하고 점점 더 빨리 늙는 것을 봐왔다는 것.
“왜 거길 올라가는 거죠? 10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면서요. 본인이 그렇게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드려야 합니다.”
한국의 여성 CEO, 일하는 여성을 말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5년째. 여성 CEO로서의 고충을 물어보자 고충보다는 이 분야 선구자로서 할 일이 태산이라고 했다. 벤치마킹할 곳도 없고, 슬로건 교재도 만들어야 해서 바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라고.
“그리고 좋은 건 정리수납은 여자들의 섬세함이 필요하잖아요. 남자들이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나 할까요(웃음)?”
경력단절 여성들과 작업에 대해서도 흥미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업주부들이 사회적응을 잘 못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정리수납을 가르치고 기본 원칙을 알려줬더니 이만큼의 전문가가 없는 거예요. 생소한 분야가 아닌 거죠. 자기 삶의 가치가 바뀌었죠. 정리를 못하는 사람에서 정리 전문가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자신감이 생기니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내고요.”
바쁘게 사는 그녀, 복지관 예쁜이 할머니 꿈꾸다
올해 딱 50세가 된 정경자 대표. 그런데 누가 봐도 50대로 볼 수 없는 그녀는 지금 일이 아니면 뭘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일이 우선 많아요. 결혼도 연애도 시간이 없어서 못 했거든요. 20대 때부터 세계여행도 하고 뭐든 다해봐서 혹시 시간이 좀 생긴다면 운동을 해야겠어요. 얼마 전에 면역력 저하로 세균이 번식을 해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반성을 많이 했죠. 그런데 퇴원하는 날 방송사 가서 10시간 촬영했어요. 책 읽는 것도 좋아했는데 도무지 시간이 안 나요.”
그리고 그녀에게는 원대한 꿈이 하나 있다. 복지관에서 인기 있는 예쁜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고.
“돈을 많이 벌어서 기회가 되면 지금 우리 직원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직원 전용 실버타운을 짓고 싶어요. 이분들이 나이 들어서 정리수납 강의도 하셔서 강사료도 받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100만원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시니어가 되어서도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여기서 나이 먹었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90세가 됐을 때 목표는 제가 다니는 복지관에서 가장 예쁜 할머니가 돼 있는 거예요. 그럼 거기서 내가 가장 인기 있는 할머니가 된다면 무척 바쁠 것 같아요. 밥 사준다는 할아버지들도 많을 거 같고요. 내가 아파 복지관 못 나가면 우리 가족이 나한테 전화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에 있는 분들이 어디 아프냐고 죽이라도 사가겠다고 하겠죠? 늘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거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 꿈꾸는 정경자 대표의 멋진 미래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복지관 퀸카 할머니가 꼭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