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7월 11일 오전 7시 40분에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7월 20일 오전 6시 12분에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달과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해 그 뒤를 쫓고 있다. 앞다투어 우주로 떠나는 나이 든 ‘회장님’들은 로망으로 존재하던 우주여행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달에 발을 딛는 우주인을 보며 상상만 했던 우주여행, 국내에서도 정말 가능한 걸까?
시니어가 우주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제각기 다양하다. 정달호 전 이집트 대사는 “기후 변화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지구에 한계가 온 것 같다. 인류의 미래가 우주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주가 어떤지 직접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국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영화처럼 몸이 둥둥 뜨는 무중력 상태에서 파란 지구를 내려다볼 걸 상상하면 짜릿하고 흥분된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아 꿈만 꾸고 있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첫 번째로 신청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한국인이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례는 없지만, 비슷한 사건은 있었다. 2008년 4월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다녀온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의 이야기다. 2006년 진행된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는 당시 큰 이슈였다.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우주에서 태우고 싶습니다.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손자 손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당시 예순일곱의 나이로 최고령 도전자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사회에 울림을 주었다. 이외에도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 카레이서 황진우 등의 명사가 도전해 더욱 화제를 모았지만, 우주행 티켓을 거머쥔 주인공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의 이소연 박사였다.
이 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9박 10일간 머무르고 무사히 귀환했다. 이 씨는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 직업 우주인으로, 그녀의 여정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민간 우주여행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은 ‘1호 우주인 탄생’이라는 경사를 지켜보며 머지않은 미래에 누구나 우주를 여행할 수 있기를 꿈꿨다.
실제로 이소연 씨의 귀환 직후 인터뷰는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17.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국민적 관심을 인식한 듯 국내 한 관광사는 유사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았다. 2008년 판매된 ‘우주에서 살아남기-우주항공 체험과 러시아 일주 6일’이 그것이다. 관광객들은 직접 우주로 떠나는 대신, 러시아 여행 중에 모스크바의 가가린 우주훈련센터를 방문했다.
로켓보다 열기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실제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우주여행 티켓을 팔며 분위기가 달아오른 모양새지만 우리나라에선 13년 전의 유사 우주 관광상품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기술로는 짧게 보면 1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어릴 적 상상하던 ‘달나라로 떠나는 수학여행’은 정말로 요원하기만 한 걸까.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력을 갖춘 어떠한 기업이 나타나 우주여행만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한 10년 안으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주여행 산업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이 있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의 방산·항공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며, 아직 우주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단계라서 우주여행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스마트건설연구본부 본부장은 “기술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돈”이라고 콕 집어 지적했다. 우주여행에 필요한 발사체를 제작하고, 우주정거장처럼 궤도를 도는 우주호텔을 건설하는 일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우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비용도 수백억 원 수준이다 보니 일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로켓 대신 열기구를 도입할 경우 시니어에게도 희망이 있다. 열기구를 이용하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에서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나 체력 단련을 거치지 않아도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푸른 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스타트업 ‘스페이스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는 특수 제작될 열기구 ‘스페이스십넵튠’(Spaceship Neptune)을 이용한 관광상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열기구의 강점은 로켓보다 천천히 상승해 탑승자가 버텨야 하는 중력가속도로 인한 압력이 비교적 낮다는 데 있다. 즉 탑승자의 신체 조건이 완화된다. 현재 우주행 티켓을 판매 중인 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용 로켓에 탑승하려면 2~3G를 버텨야 한다. 2~3G는 급회전을 하거나 추락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안형준 연구위원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건강한 분이라면 탑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니어들이 ‘열기구 우주여행’을 노려볼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엔 국내에서도 우주여행을 성공해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수요가 있다면, 외국 기업이 제작한 발사체를 타고 국내 기업이 우주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가능할 수 있다”며 “아주 빠르면 10년 후에도 일반인의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니 우주여행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체크리스트를 챙겨 준비해보자. 꿈꾸는 자에게 불가능이란 없고,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올 테니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양승국 변호사가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에게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옥봉! 450여 년 전의 선조를 이렇게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냥 부르고 싶네요. 시대를 격하여 삶을 살았기에 서로의 인연이 닿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슴 아픈 시인, 그대의 삶을 알고부터 그리 부르고 싶군요.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옥봉을 조선의 3대 여류시인으로 일컫기도 하고 또 허난설헌과 함께 중국에도 시가 알려질 정도였기에, 어찌 보면 옥봉, 그대는 조선의 여인으로서는 누릴 수 있는 영예를 다 누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조선시대 같은 편협한 세상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다면 떨칠 수 있는 시재(詩才)가 어찌 거기에 그쳤겠습니까. 그래도 허균은 그대의 시 ‘비(雨)’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고, 화장품 냄새를 단번에 씻었다고 탄복하며, 그대를 시인으로 예우했더군요.
구름 조각되어 흩어지는 가장자리에선 햇살 새나오고
너른 하늘에선 은빛 소나기 강을 가로지르네
구름 가장자리에서 새어나오는 햇살에 소나기는 은빛으로 반짝이는데, 그 소나기가 강을 건너 이동하는 모습을 ‘은죽이 횡으로 강을 건넌다(銀竹過江橫)’라고 표현한 그대! 가만히 눈을 감고 그대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한 폭의 수채화가 떠올라요.
수채화 시인 옥봉! 그대는 이봉의 서녀(庶女)로 태어났기에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는 조원의 소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겠지요. 조원은 그대에게 함부로 시를 짓지 못하도록 했어요. 그 시로 인해 자기만의 여인이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한 것일까요? 그러나 결국 그대가 조원에게 내쳐질 운명이었다면 차라리 자유로운 새로 남아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시의 노래를 불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옥봉! 그대는 시 ‘옥봉가소지(玉峰家小池)’에서 한 쌍의 원앙인 그대와 조원이 거울 같은 하늘 아래로 날고 있다고(鴛鴦一雙鳥 飛下鏡中天) 묘사했지요. 그대의 시를 보면 당신의 고지식한 낭군이지만 그 낭군을 참 사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조원이 그대를 내치다니요! 조원은 그대가 쓴 시 ‘위인송원(爲人訟寃)’을 읽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그대를 내쫓았지요.
세숫대야로 거울을 삼고
맹물을 기름 삼아 머리를 빗어요
신첩이 직녀가 아닐진대
내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될까요
이 시가 어떻다고 조원은 그대를 내쳤단 말인가요? 옆집 사는 아낙네가 자기 남편이 소를 훔쳤다는 혐의로 구속이 되자, 그대를 찾아와 선처 편지 한 장 써 달랬다면서요? 그때 딱한 사정을 모른 체할 수 없었던 그대가 편지에 덧붙여 써준 시가 바로 이 시이고요.
촌부(村婦)가 직녀가 아니면 그 남편도 견우가 아닌 것, 그리고 견우(牽牛)라는 단어에는 소를 끈다는 의미가 있어, 견우가 아닌 남편이 소를 훔쳐서 끌고 갈 리가 없다는 그대의 재치가 번뜩이는 시. 사건을 처리하던 관원은 이 멋진 시에 촌부와 촌부 남편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죄가 없다고 풀어줬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대의 남편 조원을 찾아와 당신의 멋진 시가 억울한 한 백성을 풀어줬다고, 당신의 재치가 번뜩이는 시에 대해 탄복하는 얘기를 했을 거고요. 그런데 조원은 그 관원으로부터 이 얘기를 들은 후 당신을 쫓아냈어요. 이 속 좁은 남자 조원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란 말입니까? 아마 조원은 당쟁 속에서 억울하게 지방관으로 돌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왔기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관원이 옥봉을 찬양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아녀자가 남의 형사(刑事) 문제에 관여해 이러쿵저러쿵했다는 말을 들을까봐 그게 더 걱정이 되었던 것이겠지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당신을 내친 조원에 대해 원망의 마음이 크련만, 그대는 이런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조원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써 애절하게 풀어냈더군요.
근래 안부를 묻사옵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달빛이 창가에 비치니 첩의 한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꿈속에서 다니는 혼에게도 발자취가 남는다면
당신 집 앞 돌길의 반은 모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대는 얼마나 조원에게 돌아가고 싶었으면, 꿈속에서 돌길의 반이 모래로 변할 정도로 그렇게 조원의 집 앞에서 서성거렸는지요? 당신을 매몰차게 버린 조원에게 그렇게도 돌아가고 싶었나요?
아! 어리석은 자, 조원이여! 당신은 그 하잘것없는 명예욕 때문에 이런 여인을 내쳤단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옥봉에게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놓쳐버렸소. 당신이 옥봉을 내치고 몇 년 안 돼 임진왜란을 일으킨 왜놈들이 온 국토를 유린할 때 당신은 홀로 남은 옥봉을 돌봐줬어야 할 것 아니오. 난리통에 혼자 남은 여인의 신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당신이 더 잘 알았을 것 아니오. 에이! 이 몹쓸 사람!
옥봉! 당신에게 편지를 띄운다는 것이 잠시 흥분해 조원에게 화살을 돌렸소. 옥봉! 당신은 과연 그 난리통에 어느 하늘 밑을 걷다가 죽었소? 절개를 지키다가 죽었다던데, 어느 흉악한 왜놈의 손길을 끝내 거부하다가 왜놈의 칼에 숨진 것이오?
아아! 불쌍한 옥봉! 그대의 마지막을 상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게 되는구려. 부디 그곳 하늘나라에서는 헛된 명예욕에 눈이 멀었던 조원이 당신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길 바랍니다. 옥봉! 당신은 그렇게 갔지만, 당신이 남긴 시로 인해 이 후생은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당신에 대한 연민 속에서도 편지 쓰는 행복을 느끼오. 안녕! 그리운 옥봉.
양승국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1년 사법시험 제23회에 합격. 서울고등법원 판사,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로고스의 변호사로 재직 중이며 KBS 자문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양승국 변호사의 산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