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코로나 19 시대에 발맞춰 탄생한 ‘언택트 돌봄’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고령자 돌봄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커졌다. 경로당, 복지관, 체육관이 문을 닫고, 장년들이 집에만 머물자 정신적 고립을 느끼며 무기력,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각 지자체와 기관들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언택트 돌봄’을 고안해 실행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릴레이 안부 전화 주고받기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와 대구경로당 광역지원센터에서 추진하는 운동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1,525곳에 이르는 대구의 전 경로당이 장기간 휴관하며 고독감을 호소하는 노인이 많아지자,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고안했다.
연합회장이 전화를 시작해 각 구의 지회장들로 이어지다 다시 역순으로 돌아온다. 또 지회장이 전화를 시작해 분회장, 선임 경로당 회장, 부회장, 총무로 이어지는 전화도 있다. 경로당 회원 간에도 순번을 정해 전화를 주고받는다. 경로센터 직원들이 각 경로당 회장에게 안부 전화를 하기도 한다.
통화에서는 안부 내용을 물을 뿐 아니라 연합회 소식, 지회 운영 내용을 주고받고, 겨울철 건강 관리나 방역 지침 준수도 당부한다.
2. 문화 예술 체험 꾸러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청춘문화공방’이라는 비대면 문화 예술 체험 꾸러미를 제작해 전국의 60세 이상 장년들에게 배포했다. 총 604명이 신청했다. 언택트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목적이다.
청춘문화공방 체험 꾸러미는 장년들에게 친숙한 전통 민화로 만들어졌다. 민화 컬러링북, 부채, 에코백 채색 등 세 가지 체험 팩이 있으며, 집에서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민화 컬러링북에는 각 민화의 의미와 상징 설명도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SNS에서 꾸러미 체험 후기 인증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에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후기가 #청춘문화공방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와 체험 경험담을 공유했다.
3. 스마트 홈 서비스
경남 김해시는 2019년부터 장년층 1인 가구 300세대를 대상으로 스마트 홈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동작 감지 센서를 주택 내에 부착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정보 제공과 말벗 기능이 탑재된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보급했다. 사회복지관 내에는 ICT케어센터를 마련해 전담 사회복지사 3명이 늘 모니터링하며 위급 시 긴급출동도 지원했다.
ICT케어센터는 최근 AI스피커 기능을 활용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돌봄 공백 대안으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인지 능력 강화 훈련, 명상, 노래 교실, 홈 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일별, 시간대별로 송출하여 심신 건강관리를 돕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지친 어르신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향후 ICT 기능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