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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시계 보고, LP 모으고…시니어 ‘추억’ 즐기는 요즘 애들
- 요즘 레트로가 대세다. 기성세대의 추억으로 여겨졌던 ‘옛 것’들이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감성’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의 모양·정치·사상·제도·풍습 따위로 돌아가려 하고, 이를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으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워지면서 과거로 돌아가려는 ‘레트로 감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다시 돌아온 LP와 턴테이블의 전성기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바로 들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LP(long playing record)와 이를 재생하는 턴테이블(turntable)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LP를 경험해본 중장년층뿐 아니라 레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중에서도 집에 턴테이블을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올해 상반기 턴테이블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의 턴테이블 매출은 44% 뛰었다. LP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국내 LP 업계는 MP3 플레이어 등장과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바닥까지 내몰렸었다. 하지만 최근 LP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인다.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량은 2019년보다 73.1% 증가했다. 2018년 26.8%, 2019년 24%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지난해에 급격하게 판매량이 늘었다. LP와 턴테이블은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날로그적인 작동 방식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셈이다. 중장년층의 추억이 깃든, 그리움을 상징하는 물건이 젊은 세대에게는 못 겪어 본 ‘새로움’으로 작용했다. 기성세대와 조금 다른 MZ세대의 LP 사랑 LP는 기성세대에게 ‘LP판’, ‘빽판’ 등으로 불리지만 MZ세대에겐 ‘바이닐’이란 용어가 더 익숙하다. 바이닐(Vinyl)은 PVC(염화비닐)를 말한다. LP판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빽판’이란 단어가 주는 감성은 LP가 빽빽이 꽂혀 있는 DJ 부스를 아는 기성세대가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듯이, MZ세대가 공유하는 LP의 감성은 ‘바이닐’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다. 2016년 전후로 이런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돼 감각적인 공간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2016년 한남동에 개장한 현대카드의 ‘바이닐앤플라스틱’을 비롯해 음반 구매와 청음이 가능한 젊은 감각의 전문숍이 곳곳에 생겨났다. 단순히 음반만 파는 게 아니라 음악과 관련된 티셔츠, 포스터, 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를 취급하는 게 특징이다. 과거에는 10곡 이상 담을 수 있는 지름 12인치짜리 LP판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바이닐’은 더 다양한 개성을 뽐낸다. 음반 외에 스티커, 화보집 등을 묶어서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LP 한 장에 가능한 한 많은 곡을 담아 가성비를 극대화했던 과거와 다르게, 수록곡 수와 관계없이 LP 자체가 하나의 굿즈로 자리 잡았다. 모래시계 보는 요즘 애들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드라마 ‘모래시계’는 해방과 6·25 이후 최대의 격동기였던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개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1995년 ‘귀가시계’라고도 불렸을 만큼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려고 직장인들이 일찍 귀가해 서울 시내가 텅 비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 지금 떨고 있냐”,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같은 명대사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에 의해 매번 회자된다. 이 모래시계가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에서 다시 인기다. 특히 모래시계 시청자가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왓챠에서 모래시계를 시청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MZ세대였다. 모래시계가 방영되던 1995년에 이들은 너무 어리거나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았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들도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중경삼림’(1994년)은 27년 전, ‘타락천사’(1995년)는 26년 전 작품이다. 5060 시니어들에게는 이 작품들이 자신들의 과거이자 추억이다. 하지만 MZ세대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영화인 셈이다. 김효진 왓챠 콘텐츠 사업 담당 이사는 “이제 MZ세대들은 과거의 것을 재해석한 콘텐츠를 넘어 과거의 콘텐츠 자체를 직접 즐기고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MZ세대들에 의해 20세기의 올드 콘텐츠들이 21세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21-08-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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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를 만나는 시간…대표작 11편 재개봉
- 살아있는 거장 왕가위 감독 작품 11편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 4일 CGV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 왕가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6개 작품을 상영한 ‘All about 왕가위 : 프로듀서 왕가위’에 이어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가 연출한 작품 11편을 모아 선보인다. 왕가위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독특한 감성과 특유의 영상미학으로 전 세계적으로 ‘왕가위 스타일’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11일부터 상영되는 작품은 ‘열혈남아(1988)’,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 투게더(1997)’,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1999)’, ‘화양연화(2000)’, ‘2046(2004)’, ‘에로스: 왕가위 감독 특별판(2004)’, ‘동사서독 리덕스(2008)’, ‘일대종사(2013)’ 등이다. 특히,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5편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향상된 버전으로 상영돼 관객들은 선명한 화질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있다. 먼저, ‘해피 투게더’ 더 스페셜 패키지 판매를 한다. 영화 티켓과 배지, 스틸 엽서 3종 세트를 1만 6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중경삼림’ 관람객 전원에게는 스페셜 포스터(A3)를 소진 시까지 증정한다. 아트하우스 클럽 아티스트 등급 고객이라면 스페셜 렌티큘러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 전국 CGV아트하우스 전용관 및 CGV 명동 3, 4관과 CGV대구현대 2관에서 왕가위 특별전의 상영작을 유료 관람 후 매표소에서 인증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아트하우스 클럽 회원에게는 이번 특별전 상영작을 3천 원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돼 이번 특별전은 많은 마니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40개 CGV에서 진행되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의 자세한 이벤트 정보와 예매는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GV 김홍민 편성전략팀장은 “90년대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하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2021년에도 통하는 스타일리시한 왕가위 감독의 세계를 많은 관객이 함께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2021-02-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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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본드와의 만남을 꿈꾸다
- 홍콩의 한 아파트에 두 가구가 새로 이사 온다. 지역신문사 기자 차우(왕조위 분) 부부와 무역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수리첸(장만옥 분) 부부다. 수리첸의 남편은 무역 회사에 근무해 출장이 잦고 차우의 아내도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차우는 수리첸의 핸드백이 아내와 똑같다는 것을, 수리첸은 남편의 넥타이가 차우 것과 같다는 것을 알고 나서 자신들의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우와 수리첸은 배우자의 일로 괴로워하다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침내 사랑에 빠진다. 배우자의 외도로 쓸쓸하게 남겨진 두 남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왕가위 감독의 줄거리다. 서구의 가치와 전통 가치가 충돌하던 홍콩에서, 사회의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선택했던 두 사람은, 이루지 못한 사랑임에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그때를 기억한다. 훗날 차우는 앙코르와트 사원 벽 구멍 속에 사랑했던 리첸과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풀과 진흙으로 봉인한다.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비밀을 봉인하는 왕조위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슴에 서늘하게 남아 있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건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이 영원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만일 이 영화에 후일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감독은 두 주인공이 나중에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찍어두었다고 한다. 짙은 색의 수수한 양복만 입고 다니던 차우는 선글라스에 청바지로 멋을 내고, 리첸은 아들을 하나 두었다는 설정이다. 고맙게도 감독은 변화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생략함으로써 차우와 리첸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낭만적 상상을 가능하게 해줬다. 그러나 현실의 사랑은 영화와 다르다. 결혼식을 올릴 때 주례 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맹세하지만 얼마 못 가서 그 맹세가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지 알게 된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하루하루가 축제 같고 설렘 가득한 나날이지만 로맨틱한 사랑이 일상이 되면 불타오르던 마음도 식어버리고 지루해진다. 콩깍지가 낀 상태가 영원히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랑은 변하는데 결혼생활은 점점 더 견고해지니 불협화음이 생긴다. 어쩌면 비밀스런 관계를 꿈꾸고, 밖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바람구두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본드라는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본드라는 닉네임을 쓰는 걸로 봐서 주색잡기에 능하고 여자 꼬시는 데 관심이 많은 남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혹시 첫사랑을 못 잊는 순정파는 아닐까. 그렇다면 낭만적인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필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상대방도 ‘바람구두’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에, 조금은 화려한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드 앞에 나타난 바람구두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점퍼 차림이었다. 그는 실망스러웠는지 “바람구두님 진짜 맞으세요?”라고 몇 번을 되물었다. 우리는 서로의 속내를 고백하고 껄껄 웃고 말았다. 만일 남편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 에서 불륜의 문턱까지 갔던 두 사람이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면서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애쓴 것처럼, 필자도 멋진 결별을 하리라 상상해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2017-03-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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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유혹 Part 2. 희망] 희망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한 인생 후반전은 더 넓게
- 김정숙 홍보컨설턴트 대학에 입학하던 해 아버지는 내게 나침반을 선물하셨다. 가죽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그때는 나침반 선물의 의미를 잘 몰랐다. 나이 오십에 들어서고 나니 하고 싶었던 말씀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떨림을 멈춘 나침반은 아무 쓸모가 없다. 타오르는 불꽃은 항상 더 높이 오르려고 혀를 날름거리며 떤다. 사람이라면 심장의 떨림이 있으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방향 없이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이었다. 지금도 그 나침반은 떨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침반 바늘은 떨면서 묻는다. “떨림 없는 시간을 살고 있지 않나”라고. 선택의 순간마다 아버지의 나침반이 있었다. 지금도 심장이 떨리는 일을 찾아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작은 모임을 꾸리고 그 모임이 또 다른 모임을 만든다. 느슨하지만 가느다란 연대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학교를 마친 이후에도 공부를 멈춘 적이 없지만 학위는 없다. 끊임없이 글을 쓰지만 작가 명함은 없다. 자격증 따는 일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듯하다. 학위를 바랐다면 대학원을 갔어야 했다. 작가 명함이 필요했다면 책을 냈어야 했다. 간절히 필요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공부를 했고, 매일 글을 읽고 쓰는 생활이 즐거웠을 뿐이다. 떨림은 희망이다. 사막을 40년 동안 헤매면서도 유대인들이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가나안’이란 보이지 않는 희망 때문이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더 귀하게 여긴다. 목적지까지 길이 얼마나 험한지 알고 간다면 금방 지쳐버리거나 중간에서 포기할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이 힘이 더 세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는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하는가. 오십을 넘기면서 성한 데보다 상한 데가 많아서인지 상처에 와 닿는 소금기가 자주 느껴진다. 그럴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희망을 희망하는 존재를 지켜주는 것은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사실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다. 생각도 존재가 만든 집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작은 케이크를 나눠 먹으라고 주면, 두 녀석은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툰다. 평소에도 다툼이 일상인 형제지만 먹는 것으로 다투는 것은 딱해 보였다. 솔로몬의 해결책을 고민했다. 아무리 어린애라도 둘 다 불만을 품을 수 없는 해결 방법이 필요했다. “네가 형이니까, 케이크를 두 조각으로 나누렴. 그런 다음에는 동생인 네가 먼저 고르렴” 이렇게 하니, 형은 기를 쓰고 똑같은 크기로 케이크를 잘랐다. 형은 자를 권리, 동생은 고를 권리를 가졌으니 불만이 있을 수 없다. 혹 불만이 있다 해도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어렵다 보니 제도적으로 만든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일 것이다.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통제되기 시작하니,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선물이다. 인도 힌두교에서는 50세가 넘은 남자는 임서기(林棲期)라 하여 가정을 떠나 숲 속에서 혼자 사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동네 뒷산에 원두막을 치고 혼자 산다. 그동안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았으니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하라는 종교적 의미가 있다. 물론 사바나의 수사자처럼 자손번식의 임무가 끝난 늙은 남자는 가정에 짐이 된다는 현실적 의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평균수명 50세 사회에서 나온 종교적 관습이다.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인생 후반전을 보다 넓고 큰 세상에서 설계하라는 유혹의 관습으로 읽힌다. 가장 강한 유혹은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유혹일 것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에서 무사회 수장인 궁보삼이 숨을 거두기 전 수제자에게 일러준 마지막 수는 노원괘인(老猿掛印)이었다. 궁씨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무술 64수 중 최고 단계인 노원괘인은 바로 ‘돌아보는 것’이었다.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아볼 수는 있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뒤돌아볼 수는 있다. 이것은 시간에 갇힌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수가 아닐까. 뒤돌아보니 눈앞의 숫자들과 코앞의 숙제에 발목 잡혀 허우적댔다. 절망하지 않으려고 희망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내 절망이 더 커 보였다. 주먹을 더 불끈 움켜쥐었다. 움켜쥔 주먹을 펼치면 가진 것이 다 쏟아질까봐 두려웠다. 이제는 크게 다치지 않을 낙법도 익혔고, 좀 다친다 해도 별것 아니라는 배포도 늘었다. 펼친 주먹은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알았다. 나침반의 바늘은 아직도 떨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떨림의 유혹이 멈추지 않는 한 인생 후반전은 더 넓은 세상에서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라는 유혹이다. 떨리는 나침반의 바늘은 느슨한 관계를 확장하라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라고 한다. 그곳이 진북(眞北)이라고 알려준다. 후반전은 어릴 적에 던졌던 막막한 인생에 대한 질문의 답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가.’ 이 질문의 답을 구해가는 여정, 또는 그 질문을 감당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주먹을 펼쳐 아픈 이들도 감싸면서 나간다면 전반전보다 공은 강하게 골문으로 돌진할 것이다. 백세인생 후반전의 휘슬 소리가 들린다. >> 김정숙 홍보컨설턴트 공공정책 컨설팅을 주로 하는 홍보컨설턴트이며 부천 놀라온 오케스트라 기획홍보이사
- 2016-06-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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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여배우 이용녀, 유기견 엄마 이용녀
- 많은 강아지들 사이에서 빛나는 여배우가 있었다. 예쁜 옷을 입어 봤자 이내 강아지들 때문에 더러워진다. 제 돈을 주고 옷을 사본 지 10년이 넘는다는 여배우. 50여 마리의 강아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여배우. 여배우 이용녀(李龍女·60)의 삶은 특별하다. 경기 하남시 초일동. 이용녀의 집 근처에 들어서자 주위와는 다른 아우라를 뿜는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굳이 스마트폰 지도를 뒤지지 않아도 동네에 울려 퍼지는 강아지 소리가 ‘배우 이용녀와 아이들’이 있는 공간임을 짐작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50여 마리의 환영견파(?)가 기자를 격하게 맞이한다. 환영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북적거림이 왠지 모르게 좋은 기운을 내뿜었다. 어떤 녀석은 앞다리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그녀를 해할까 끊임없이 냄새로 기자를 탐색한다. 쉽게 집 안으로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장난을 거는 통에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용녀씨네’였다. 이들은 사람에게 한 번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있는 유기견이다. ‘친절한 용녀씨네’라는 팻말을 걸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이용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 가녀린 여배우가 바로 50여 마리 유기견의 ‘어머니’다. ◇ 유기견을 위한 삶의 시작 “10년 전쯤이었어요. 길가에서 시추 한 마리가 눈이 터져서 낑낑대고 있는 거예요. 동네 꼬마들이 던진 돌에 맞은 거죠.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 주었어요.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런 녀석들이 수두룩하다고요.” 이용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 앞마당에서 닭, 토끼, 강아지 등의 동물과 몸을 부비며 살아 왔던 터라 유기한다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동물은 동시대를 함께 사는 같은 생명일 뿐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라”는 수의사의 한마디는 이용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저 귀여운 것으로만 생각했던 강아지였지만, 그 귀여움 속에 감쳐진 이면에 참혹한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기견의 실상이 참혹하더군요.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는 녀석이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1주일만 있으면 안락사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꾸 이놈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때부터였다. 자신보다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더 커지기 시작한것이. 금호동에서 왕십리를 거쳐 하남시 풍산동에서 지금의 초일동까지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했던 입지 조건 역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살 수 있나’였다. 그녀의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곤 잠을 청할 수 있는 침실과 드레스 룸뿐. 그 외에 큰 거실과 마당은 모두 녀석들 차지다. 120마리였던 유기견들도 이제 절반이 줄어 50여 마리뿐이지만 시끌벅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도 그곳에서 유기견들과 몸을 부비다보니,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과 꼬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펼치는 애교는 유기견에 대한 연민과 호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용녀도 그때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군인 아버지 덕분에 마당있는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동물을 좋아하셔서 늘 마당에 닭, 토끼, 강아지들과 함께 살았죠. 그래서 동물과 친근한 건 사실이지만, 제가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사는 똑같은 생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죠. 동물과 사람은 상하관계가 아니랍니다.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에게 너무 미안해 몇 마리라도 좋은 사람에게 보내주기 위해 유기견을 보호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개고기, 알고 드시는 건가요? 유독 그녀의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여배우의 차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가 정신없어 보일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캐릭터의 강아지가 ‘나는 먹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소신을 생활 속에서 내비치고 있었다. “개고기가 정말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요? 물론 고기는 단백질이 많아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고기에 쓰이는 개들이 몸에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개들은 고기가 필요할 때 바로 죽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온도가 돼도 없어지지 않아 개고기를 먹을 때 결국 항생제도 같이 먹게 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분명 “왜 개고기만 가지고 그러느냐”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유기견 보호소나 개고기를 위한 사육장을 다니며 확신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 온 개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그대로 먹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먹겠다는 사람에게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고기가 사람의 기력을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저는 먹는 것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기도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겠어요?” ◇ 영화 와 영화배우 이용녀 극중에서 캐릭터가 쎈 역할을 많이 탓인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기가 셀 것이다’, ‘차가울 것이다’ 등의 이미지적 측면의 오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그녀가 작품의 ‘신 스틸러’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색깔이 뚜렷한 배우라는 뜻이니 말이다. 사실 그녀는 연극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연극계에 들어서자마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큰 무대에 선 자신을 “참 운 좋은 배우”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의 폭 넓은 활약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영화에 대한 제의도 여러 차례 고사했다. 영화를 할 준비도 안 돼 있었고, 하고 싶다는 열정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를 본 이후였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본 영화였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처절한 외로움 속에 살다가 벗어난 주인공들의 동질감과 소소한 행복을 배우들이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후 불현듯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녀도 영화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였다. 영화 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그녀는 명품 조연으로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빛내고 있다. 이제 60세의 여배우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유기견 어머니라는 삶을 위해 배우 이용녀로서의 삶은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했다. 작품 선택과 역할 선택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기견 어머니와 동시에 배우 이용녀이고 싶다.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이나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이 친구들과 함께 살려면 어떤 작품이라도 해야죠.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죠. 관객들에게 인생에 대해 편안하게 보여 줄 수 있고,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내면 연기를 통해 인물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네요.” △ ‘친절한 용녀씨네’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면 “이용녀 선생님에게서 2년 전 마르티즈를 입양 받았어요. 정말 까다롭게 입양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한 번 주인에게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것이겠죠.” 인터뷰 날 방문했던 손님이 기자에게 귀띔을 해 주었다. 그녀는 분양을 해 줄 때에도 선택의 우선순위를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느냐’하는 것에 둔다. 그래서 입양을 할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실하게 따진다. 또한 이전에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본 후, 한 달 간 입양할 사람에게 키우도록 한다. 이후 자격 여부를 엄격히 따져 분양을 한다. 입양을 하고 싶다면? Daum카페 ‘이웃들 시즌2 (이용녀와 함께 웃는 멍이와 냥이들)’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 2015-08-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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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영화 재개봉 "우와,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 추억의 영화 재개봉 소식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극장가에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한 추억의 영화 10여편이 잇따라 재개봉한다. 롯데시네마는 18일부터 열흘 동안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과 '유 콜 잇 러브', 뤽 베송 감독의 '레옹', 장국영 주연의 '해피투게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 등 8편을 기획해 상영한다. 또한 오는 28일부터는 왕가위 감독의 3색 로맨스라는 주제로,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동사서독 리덕스'를 비롯해 '화양연화'와 '중경삼림' 등 3편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 감독판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야마다 코타 감독의 '오싱' 도 순차적으로 재개봉한다. 추억의 영화 재개봉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추억의 영화 재개봉 좋네요", "추억의 영화 재개봉,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자주 하는 느낌", "추억의 영화 재개봉, 다시 보고 싶었는데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2014-01-05 1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