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천편일률적인 영화가 너무 많다. ‘매미소리’는 작정하고 문예 영화로 만들었다. 이런 장르의 영화도 한 편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충렬 감독의 영화 ‘매미소리’가 최근 개봉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2009)로 흥행을 거둔 지 13년 만이다.
‘매미소리’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 영화’다. 진도의 ‘다시래기’를 소재로 했고, 진도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됐다. ‘다시래기’는 전라남도 진도 지방에서 출상하기 전날 밤 초상집에서 상두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다.
이충렬 감독은 1990년대 후반 진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송가인의 어머니 송순단 명창을 만났다. 그때 다시래기를 접하게 됐다. 슬픈 초상집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놀이를 벌이는 문화에 충격을 받은 그는 시나리오 작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매미소리’에는 진도 출신 가수 송가인이 특별출연하며 특별한 인연이 이어졌다. 진도 홍보대사인 그녀는 “출연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다시래기를 국가 무형문화재 제81호라고 소개했다.
송가인은 “진도에서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상여 나가고 초상집에 가면 씻김굿 하고 다시래기 하는 것을 많이 봐서 익숙한 문화”라면서 “대학 때는 선생님들을 모셔서 다시래기를 배우고 직접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매미소리’는 진짜 한국의 연희극이다”라고 극찬했다.
‘매미소리’는 ‘다시래기’로 인한 부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덕배(이양희)는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은 다시래기꾼이다. 딸 수남(주보비)은 어린 시절 매미가 유난히도 크게 울던 날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자가 된 인물이다.
어느 날 야반도주한 수남이 20년 만에 딸 꽃하나(서연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유가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한 수남은 평생 그를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했다. 그런 수남과 달리 꽃하나는 할아버지를 잘 따르고 다시래기 공연도 함께 했다. 다시래기라면 진저리치는 수남은 어린 자신의 딸한테 다시래기를 하게 만든 덕배에게 분노를 쏟는다.
이처럼 딸의 미움과 원망 속에서도 꿋꿋이 다시래기의 삶을 이어가는 ‘고독한 광대’ 덕배의 모습은 애잔하고 눈물을 자아낸다. 그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문화재에 매달렸을까. 그는 정말 수남이 생각하는 대로 매정한 아빠였을까.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충렬 감독은 “가족 간의 상처를 진도 다시래기와 결합시켜 영화를 만들었다. 제 주변을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아주 작은 상처든 큰 상처든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그리고 헤어지거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는 것을 많이 봤다. 우리 영화를 통해 그런 아픔을 가진 자녀분들, 부모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화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미소리’는 이충렬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상미가 뛰어나고, 삶과 죽음, 가족의 의미를 잘 담아낸 향토적인 영화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봉 2월 24일
러닝타임 122분
출연 이양희, 주보비, 서연우, 강두, 송가인(특별출연) 등
한파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면서 극장에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음악'과 관련된 영화가 많다. 우리의 소리부터 아이돌의 세계까지 다양하게 다뤄졌다.
먼저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광대: 소리꾼'은 2020년 개봉한 조정래 감독의 판소리 영화 '소리꾼'을 새롭게 편집해 내놓은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 영조 10년을 배경으로 한다. 최고의 소리꾼 학규(이봉근)는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딸 청이(김하연)와 함께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광대패를 만들고 민초의 흥과 한을 소리로 담는다. 이 과정에서 '심청가'가 탄생한다.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인 '심청가'의 탄생이 조정래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해석 된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가 쉽고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북한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매미소리'도 우리의 소리, 다시래기를 소재로 했다. 다시래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된 진도 지방 전통 초상 풍습이다. 출상 전날 밤 초상집 마당에서 광대들과 상여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를 말한다.
'매미소리'는 2009년 '워낭소리'로 2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거둔 이충렬 감독의 13년 만의 신작이다. 이 감독은 다시래기와 부녀의 갈등과 화해를 엮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초상집을 찾아다니는 다시래기꾼 아버지(이양희)와 매미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자가 된 딸(주보비)이 20년 만에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삶과 죽음,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휴먼 영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리프레쉬'는 가수 KCM이 주연을 맡은 그의 자전적 영화다. 한물 간 가수 'K'가 국립 마음 치유센터 환자들의 음악치료를 담당하게 되고 그들과 음악 경연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힐링 무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안겨준다.
아이돌 세계를 다룬 영화도 3월에 나온다. 20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한 이호성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가수 이지훈, 달샤벳 출신 배우희와 함께 엘리스 소희, 소나무 출신 김나현, JBJ95의 켄타, B.A.P의 문종업 등 실제 아이돌 가수들도 총출동한다.
'아이돌레시피'는 청춘 뮤직 드라마 영화로 해체 위기에 놓인 무명 아이돌 그룹 '벨라'와 이들을 다른 회사에 팔아 넘기려는 매니저가 깊은 갈등 끝에 한 팀이 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돌 멤버들의 연기력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이 지난 20일 개봉, 연일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강원도 산골 68세 임선녀 할머니의 산골짜기 '나 혼자 산다' 다큐멘터리이다. 따뜻하고 좋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임선녀 할머니가 일반인인 만큼 우려의 시선 또한 존재한다. 이는 이전의 사례들이 있기 때문인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봤다.
'한참나이 선녀님'은 KBS '인간극장' 원호연 감독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원 감독은 섭외부터 1년 반의 촬영까지, 약 4년의 시간을 들여 임선녀 할머니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영화는 "나무꾼? 없어도 돼!"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씩씩한 산골 라이프가 주요 스토리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해반의 만학도로서 친구들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감상 포인트이다.
할머니의 소소한 일상은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왠지 우리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임선녀 할머니는 바쁜 삶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이에 자연스럽게 임선녀 할머니에 대한 관심 또한 커졌고, 동시에 걱정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영화를 보고 산골 깊숙이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거나 연락을 취하면 할머니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출연자나 현지에 사는 일반인 출연자가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경우는 흔히 있어왔다.
먼저 지난 2000년 방송된 KBS2 '인간극장'의 '산골 소녀 영자'를 꼽을 수 있다. 부친과 산속에서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영자 씨는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영자 씨는 서울로 상경해 TV CF도 찍게 됐는데, 그 사이 돈을 노린 강도가 집에 침입해 친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영자 씨는 비구니의 삶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개봉한 영화 '집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김을분 할머니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었다. 파격적으로 캐스팅 된 영화에서 김을분 할머니는 시골 할머니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영화가 유명해지자 할머니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고, 결국 할머니는 촬영지이자 고향인 충북 영동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지내온 할머니는 지난 4월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할아버지와 소의 감동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할아버지가 경북 봉화의 자택에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강계열 할머니 또한 방문객들로 고통을 받았다.
이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은 개봉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취재진에게 호소문을 보낸 바 있다. 진 감독은 "저희에게는 영화가 잘 되면 잘 될수록,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더욱더 커지는 걱정거리가 한가지 있다"며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신 강계열 할머니와 가족분들에 대한 취재, 관심에 대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모영 감독은 할머니가 아직 상중에 있으며, 할머니에게 직접적인 취재나 방문 요청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영화가 흥하면서 '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집중됐다. 영화의 수익금과 함께 할머니가 얼마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 것. 이에 진모영 감독은 지나친 관심으로 할머니가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전 스태프들은 할머니께서 남은 여생을 평온하고 조용히 온전하게 자신의 인생을 사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것은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관객분 들과 언론 관계자 분들 또한 같은 마음이시라 믿는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산골 소녀 영자'부터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까지. 우리는 일반인 출연자의 피해 사례를 봤다. 그러다 보니 '한창나이 선녀님'의 임선녀 할머니도 똑같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에 따라 관객인 우리가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감동은 영화의 감동으로 남겨두고, 강원도 산골에서 씩씩하게 잘 살고 있을 할머니를 마음으로만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