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용녀(66)는 ‘유기견의 대모’로 통한다. 그녀가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한 지도 벌써 19년. 수중에 돈이 없을 때도 있었고, 한 번에 200마리를 돌볼 때도 있었지만 유기견 보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용녀는 현재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동물보호 법안 개정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자신보다 동물을 더 생각하면서 사는 그녀에게 동물은 어떤 의미일까.
이용녀는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기견 40마리, 유기묘 7마리와 함께 산다. 지난해 화재로 인해 유기견 40마리 정도는 다른 곳에 있다.
이용녀의 하루 24시간은 유기견들과 함께 돌아간다. 10마리 이상 그녀의 집 안에서 동고동락한다. 이용녀는 이른 아침부터 연탄을 갈고, 견사에 가서 배설물을 치우고, 빨래하고, 밥 주고, 청소하고, 시멘트칠을 한다. 그러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면 집 안에 들어와 또다시 청소 시작이다. 저녁 식사도 한숨 돌릴 수 있는 늦은 밤에 먹는다.
특히 그녀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유기견 윌리엄은 9년을 함께 살았다. 파양됐다가 다시 돌아온 윌리엄을 보면 이용녀는 “이제 입양을 못 보내겠다”고 말한다. 윌리엄 역시 그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이용녀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녀는 장기간 영화 촬영 때 어쩔 수 없이 윌리엄을 데리고 갔는데, 감독이 윌리엄을 마음에 들어 해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용녀는 “윌리엄이 제일 연기를 잘했다”면서 웃었다.
포천에 자리 잡기까지
이용녀가 개를 좋아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그냥 생활이었다. 집 마당에 늘 개가 있었다. 열 마리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녀의 아버지는 딸이 중학생이 되자, 하굣길에 시장에 들러 닭집에서 닭머리를, 야채 가게에서 배춧잎 버린 것을 담아오게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것들을 끓여 개들에게 밥을 주곤 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연극배우였던 그녀는 대학로 근처 금호동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키우던 개 4마리와 함께 살던 이용녀는 우연한 기회로 유기견의 실상에 대해 알게 됐다.
“어느 날 연습실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눈이 터져서 고름이 고인 시츄 한 마리가 길가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얘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수의사가 요즘 버려진 개들이 많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시 보호소에서는 얘들을 모아서 버리고 있었죠. 그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죽였는데, 지금은 열흘에 한 번 죽인다고 해요. 너무 놀라서 그 애를 보낼 수가 없었죠. 그 개를 시작으로 이 보호소에서 7마리, 저 보호소에서 15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러다 그 집에서 쫓겨났어요.”
이후 이용녀는 왕십리 재개발 동네로 이사 갔다. 철거하기 전까지 빈집에 살다가 경기도 하남시로 옮겨갔다. 그녀의 집에 살던 개가 당시 2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모아놓았던 돈도 다 써버려 “그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생전 돈을 빌려본 적이 없는데 애들 사료 살 돈조차 없는 거예요. 후배들한테 2만 원 빌려서 사료를 사곤 했죠. 그러면서 이제 보호소에 가도 아픈 애들은 못 데리고 오기 시작한 거예요. 감당이 안 되니까… 돈 안 드는 애를 선택하는 비겁한 사람이 된 거죠. 그러고 집에 오면 애들이 눈에 밟혀서 사람하고도 얘기하기 싫고 우울증이 생겼어요.”
하남 집에서 월세를 점점 올리자, 이용녀는 ‘월세 없는 땅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현재의 포천으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산골짜기였다고. 그녀는 4년 동안 펜스를 세웠고, 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쓰고 있다. 이용녀는 “불편한 점이 많지만 애들이 마음껏 뛰고 짖을 수 있어서 마음은 편하다”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화재보다 무서운 화병
그렇게 포천에 터전을 잡았지만, 지난해 2월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피해 추산액만 약 3000만 원이었고, 화재로 유기견 8마리를 잃었다.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돕기에 나섰고, 후원도 이어졌다. 특히 방송인 유재석이 큰 성금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이용녀는 “방송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인데 어떻게 알고 통장으로 큰돈을 보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화재 후 1년, 현재는 집도 재건하고 복구가 많이 된 상태다. 이용녀는 “한 9~10개월은 마당에서 살았다. 몸이 안 좋아졌다”면서도 “그건 고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대표로서 동물들한테 좋은 정책을 마련해주고자 힘쓰고 있다. 시위를 하고 목소리를 높여도 반대에 부딪히거나 정책이 통과되지 않을 때 답답하고 화병이 난다고 했다.
이용녀는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매우 바빴다.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게 ‘개 식용 반대’ 공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두 후보에게 공약을 받고 나서야 ‘살아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하나 이용녀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등록칩 의무’다. 칩을 무료로 해주고 백신 주사를 1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맞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녀는 “반려견이 예쁘다고 데리고 와서 칩을 등록하고 한참을 키웠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다 애가 아파서 병원비가 엄청 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슬쩍 내다 버리면 그다음에 주사 맞으러 오라는데 못 가게 되지 않나. 칩을 의무화하면 이때 300만 원 벌금을 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유기견을 죽이는 데 돈이 100만 원씩은 들어가요. 유기견 포획해야지, 거기에 수의사, 관리인들 월급 줘야지, 소각해야지. 그렇게 쓰이는 세금이 1년에 1조가 넘는 거죠.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애들 죽이는 데 쓰이는 거예요. 그 돈으로 애들 칩을 만들어주면 평생 쓰거든요. 제가 지난여름 포천시에서 칩을 무료로 제공하라고 1인 시위를 계속했어요. 그래서 올해 1월 1일부터 포천시는 칩이 무료예요. ”
어머니 치매 호전 기적 겪어
이용녀는 유기견 입양도 잘 보낸다. 아무한테나 보내지는 않는다. 입양해간 사람이 자기 형제, 아파트 단지 내의 사람, 직장 동료 등 믿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면 유기견을 보내준다. 2018년 1500마리를 넘겼고, 현재는 약 2000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견의 대모’인 이용녀는 입양 자체보다 그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반려동물을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해야 할 숙제가 많은데, 그것을 잘 해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기적적인 일을 겪은 바 있다. 유기견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병을 좋아지게 한 것이다.
“12년 전에 엄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병원에서 두 달 안에 돌아가시니까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때 엄마는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도 못 움직이고,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말도 못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하남 집으로 모시고 갔죠. 엄마가 평소에 개를 좋아하셔서 배 위에다 강아지들을 올려주곤 했어요. 그랬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서너 달 지나서는 애들하고 눈도 마주치셨고요. 그러다 8개월쯤에 제가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누가 오줌을 싼 거예요. 내가 ‘누가 그랬어’ 했는데 엄마가 한 마리를 가리키면서 ‘쟤가 쌌어’ 하고 말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엄마가 걔가 싼 걸 보고 기억을 하고 계셨던 거죠.”
어머니는 그 이후 말문이 트였고, 2년 반 정도 같이 살았다고 한다. 현재도 90세가 넘으셨지만 건강하시다고. 이용녀는 어머니와 유기견들 사이에 ‘교감’이 통했다고 짚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도 이 교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끼리 얘기하려면 말 속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니 어렵잖아요. 그런데 얘네들은 그런 게 없어요. 내가 얘들하고 얘기할 때는 굉장히 릴랙스되고 대화가 뚝딱 돼요. 서로 그런 것 없이 100%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반려동물을 인형처럼 대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용녀는 ‘유기견의 대모’ 이전에 배우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뮤즈로 통한다.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에 출연했다. 이용녀는 같이 작업한 감독들이 계속해서 찾아준 게 지금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연예인이라는 명예가 아닌 일을 계속해서 유기견들을 돌볼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제가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없는 것이 좀 아쉬워요. 저는 주변에 친한 이름 있는 연예인들에게 동물에 관해 말해달라 이런 부탁을 안 해요. 괜히 나 때문에 불이익당하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저는 그저 오늘 ‘곁에 있는 동물들을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사랑해주면 결국 그대로 나한테 돌아온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많은 강아지들 사이에서 빛나는 여배우가 있었다. 예쁜 옷을 입어 봤자 이내 강아지들 때문에 더러워진다. 제 돈을 주고 옷을 사본 지 10년이 넘는다는 여배우. 50여 마리의 강아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여배우. 여배우 이용녀(李龍女·60)의 삶은 특별하다.
경기 하남시 초일동. 이용녀의 집 근처에 들어서자 주위와는 다른 아우라를 뿜는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굳이 스마트폰 지도를 뒤지지 않아도 동네에 울려 퍼지는 강아지 소리가 ‘배우 이용녀와 아이들’이 있는 공간임을 짐작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50여 마리의 환영견파(?)가 기자를 격하게 맞이한다.
환영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북적거림이 왠지 모르게 좋은 기운을 내뿜었다. 어떤 녀석은 앞다리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그녀를 해할까 끊임없이 냄새로 기자를 탐색한다. 쉽게 집 안으로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장난을 거는 통에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용녀씨네’였다.
이들은 사람에게 한 번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있는 유기견이다. ‘친절한 용녀씨네’라는 팻말을 걸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이용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 가녀린 여배우가 바로 50여 마리 유기견의 ‘어머니’다.
◇ 유기견을 위한 삶의 시작
“10년 전쯤이었어요. 길가에서 시추 한 마리가 눈이 터져서 낑낑대고 있는 거예요. 동네 꼬마들이 던진 돌에 맞은 거죠.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 주었어요.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런 녀석들이 수두룩하다고요.”
이용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 앞마당에서 닭, 토끼, 강아지 등의 동물과 몸을 부비며 살아 왔던 터라 유기한다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동물은 동시대를 함께 사는 같은 생명일 뿐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라”는 수의사의 한마디는 이용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저 귀여운 것으로만 생각했던 강아지였지만, 그 귀여움 속에 감쳐진 이면에 참혹한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기견의 실상이 참혹하더군요.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는 녀석이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1주일만 있으면 안락사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꾸 이놈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때부터였다. 자신보다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더 커지기 시작한것이. 금호동에서 왕십리를 거쳐 하남시 풍산동에서 지금의 초일동까지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했던 입지 조건 역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살 수 있나’였다. 그녀의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곤 잠을 청할 수 있는 침실과 드레스 룸뿐. 그 외에 큰 거실과 마당은 모두 녀석들 차지다. 120마리였던 유기견들도 이제 절반이 줄어 50여 마리뿐이지만 시끌벅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도 그곳에서 유기견들과 몸을 부비다보니,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과 꼬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펼치는 애교는 유기견에 대한 연민과 호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용녀도 그때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군인 아버지 덕분에 마당있는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동물을 좋아하셔서 늘 마당에 닭, 토끼, 강아지들과 함께 살았죠. 그래서 동물과 친근한 건 사실이지만, 제가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사는 똑같은 생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죠. 동물과 사람은 상하관계가 아니랍니다.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에게 너무 미안해 몇 마리라도 좋은 사람에게 보내주기 위해 유기견을 보호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개고기, 알고 드시는 건가요?
유독 그녀의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여배우의 차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가 정신없어 보일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캐릭터의 강아지가 ‘나는 먹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소신을 생활 속에서 내비치고 있었다.
“개고기가 정말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요? 물론 고기는 단백질이 많아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고기에 쓰이는 개들이 몸에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개들은 고기가 필요할 때 바로 죽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온도가 돼도 없어지지 않아 개고기를 먹을 때 결국 항생제도 같이 먹게 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분명 “왜 개고기만 가지고 그러느냐”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유기견 보호소나 개고기를 위한 사육장을 다니며 확신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 온 개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그대로 먹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먹겠다는 사람에게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고기가 사람의 기력을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저는 먹는 것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기도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겠어요?”
◇ 영화 와 영화배우 이용녀
극중에서 캐릭터가 쎈 역할을 많이 탓인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기가 셀 것이다’, ‘차가울 것이다’ 등의 이미지적 측면의 오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그녀가 작품의 ‘신 스틸러’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색깔이 뚜렷한 배우라는 뜻이니 말이다.
사실 그녀는 연극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연극계에 들어서자마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큰 무대에 선 자신을 “참 운 좋은 배우”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의 폭 넓은 활약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영화에 대한 제의도 여러 차례 고사했다. 영화를 할 준비도 안 돼 있었고, 하고 싶다는 열정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를 본 이후였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본 영화였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처절한 외로움 속에 살다가 벗어난 주인공들의 동질감과 소소한 행복을 배우들이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후 불현듯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녀도 영화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였다. 영화 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그녀는 명품 조연으로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빛내고 있다.
이제 60세의 여배우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유기견 어머니라는 삶을 위해 배우 이용녀로서의 삶은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했다. 작품 선택과 역할 선택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기견 어머니와 동시에 배우 이용녀이고 싶다.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이나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이 친구들과 함께 살려면 어떤 작품이라도 해야죠.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죠. 관객들에게 인생에 대해 편안하게 보여 줄 수 있고,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내면 연기를 통해 인물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네요.”
△ ‘친절한 용녀씨네’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면
“이용녀 선생님에게서 2년 전 마르티즈를 입양 받았어요. 정말 까다롭게 입양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한 번 주인에게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것이겠죠.” 인터뷰 날 방문했던 손님이 기자에게 귀띔을 해 주었다. 그녀는 분양을 해 줄 때에도 선택의 우선순위를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느냐’하는 것에 둔다. 그래서 입양을 할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실하게 따진다. 또한 이전에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본 후, 한 달 간 입양할 사람에게 키우도록 한다. 이후 자격 여부를 엄격히 따져 분양을 한다.
입양을 하고 싶다면? Daum카페 ‘이웃들 시즌2 (이용녀와 함께 웃는 멍이와 냥이들)’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