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은 10~18cm 정도의 바닷물고기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약칭으로 “자리”라고도 한다. 자리돔은 달걀 형태의 모양으로 제주 연안에서 무리를 지어 다닌다. 회와 구이 그리고 젓갈용으로 이용된다. 제주도에서는 지역별로 자리돔 축제도 연다. 요즘은 경상남도 통영지방 등에서도 잡힌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높아져서 자리돔이 동해안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젓갈은 알이 배고 살이 깊은 4~5월에 많이 담는다.
제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리 젓갈을 많이 먹는다. 자리젓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1960년대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되지 않고 보리쌀과 좁쌀이 생산되었다. 쌀밥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보리밥이나 조밥(좁쌀밥)을 도시락으로 쌌다.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도시락 반찬으로 싸갈 것이 없어서 자리젓갈을 많이 썼다. 잘 익은 자리 젓갈 냄새는 다른 어느 젓갈 보다도 냄새가 심하다. 교실에서 밥을 먹다가 선생님이 들어오면 냄새 때문에 교실에서 쫒겨나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싸고 온 친구들 끼리 운동장 한 구석에 가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먹을 때도 그 냄새가 옆집까지 풍기곤 한다. 이웃이 집 앞을 지나가다 자리 젓갈 냄새를 맡고 들어와서 자리 젓갈에 밥을 한술 뜨고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먹을 때는 쌈이 필요하다. 지금은 깻잎이나 상추, 배추 등이 많이 있지만, 옛날에는 콩잎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여름에 나는 콩잎이 그 맛을 더해 준다. 콩잎이 영양분도 좋고 향기도 있어서 자리돔 젓갈하고는 궁합이 맞는다. 콩잎을 뜯기 위하여 콩밭을 헤매고 다닌 적도 많았다.
자리 젓갈은 보통 봄에 자리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봄에 젓갈을 담가서 여름부터 다음 해 새 젓갈을 담을 때까지 1년간 반찬으로 먹는다. 1년 넘은 것도 먹는다. 요즘에는 자리젓을 상품으로 많이 팔지만 70대 이상의 제주도민들은 집에서 젓갈을 담아서 요리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가정에서 자리 젓갈을 담고 젓갈을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자리돔이 나오는 4~5월경에 자리를 구매해서 항아리 등의 용기에 담는다.
2. 항아리에 굵은 소금과 물을 적당하게 넣는다.
3. 항아리를 밀봉해서 햇볕이 들지 않은 처마 밑 적당한 위치에 보관한다.
4. 자리 젓갈이 숙성되는 동안 변하지 않도록 항아리를 밀봉하고 수시로 확인한다.
5. 자리 젓갈을 담은 후 6개월이 되어야 숙성하는 데 2개월 후부터는 먹을 수 있다.
6.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만들 때는 자리돔을 통째로 꺼내서 먹기 좋게 잘게 짜르거나 다진다. 그냥 통째로 씹으면서 먹을 수도 있다.
7. 잘게 다진 자리 젓갈에 참깨와 참기름, 파, 마늘, 고추 등의 양념을 적정하게 넣고 자리 젓갈을 무친다.
8. 적절하게 양념이 되면 커피통 같은 것에 담아두고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먹으면 된다.
제주도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식도락이다. 앞으로 제주도 여행 시에는 일곱 가지 음식은 반드시 먹어야 할 듯하다. 제주도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7대 향토음식을 지정·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제주 7대 향토음식은 자리돔물회(자리물회)와 갈치국, 성게국, 한치오징어물회(한치물회), 옥돔구이(마른생선구이), 빙떡, 고기국수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에 의뢰해 50선을 조사했고, 도민(200명), 관광객(200명), 도내 전문가(5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넷 투표(477명)를 실시해 제주 7대 향토음식을 확정했다.
1위로 뽑힌 자리돔물회는 얇게 썬 자리돔에 오이, 양파, 부추, 깻잎 등을 넣고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해 만든 생선 물회로 시원하면서 고소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냉국으로 물을 넣지 않고 양념만 하면 자리강회가 된다.
갈치국은 토막 낸 싱싱한 갈치에 호박, 얼갈이배추, 풋고추를 넣고 소금 간을 해 만든 국으로 다른 생선국과 달리 비리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 중 하나다.
성게국은 미역에 성게를 넣어 끓인 국으로 감칠맛이 특징이다. 서귀포의 대표 음식으로 잔치나 상례 등 경조사에 성게국을 끓여 손님을 접대하는 것이 서귀포 지역의 전통이다.
한치오징어물회는 채로 썬 싱싱한 한치오징어에 오이, 양파, 부추, 깻잎, 풋고추 등을 넣고 된장 간을 해 만든 물회다.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하고 시원하다. 옥돔구이는 배를 갈라 말린 옥돔을 구운 음식으로 비리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난다.
빙떡은 삶은 무채로 만든 소를 메밀전병으로 말아 만든 떡으로 맛이 깔끔하고 고소하다. 고기국수는 국수사리와 삶은 돼지고기에 육수를 부어 만든 국수로, 걸쭉하고 구수해 연령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인기다.
그 밖에도 은갈치와 흑돼지, 해물돌솥밭, 오분자기 등도 제주도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은갈치는 서귀포 근해에서 잡히는 해산 어류로 특히 성산포 은갈치는 연하고 캄슘, 나트륨 등이 풍부해 노인이나 어린이의 영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흑돼지는 제주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재래돼지의 일종으로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좋아 제주도의 대표 음식으로 손꼽힌다.
돌솥밥은 밥솥 가득히 올라간 신선한 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한다. 오분자기는 철분,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하며 특유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오분자기 뚝배기가 대표적인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