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암이다. 한해 전체 사망자 5명 중 1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2022년 통계청 기준 22.4%). 그중에서도 폐암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국내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실제 2022년 국내 폐암 사망자는 1만8584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2.3%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역시 36.3명으로 단연 많다. 간암(19.9명), 대장암(17.9명), 췌장암(14.3명), 위암(13.9명) 등이 뒤를 잇는다.
폐암이 무서운 암으로 꼽히는 이유는 조기진단이 어렵고 생존율이 낮다는 데 있다. 실제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초기 발견이 쉽지 않다. 조기에 진단되는 환자는 전체의 5~15%에 불과하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또 폐암으로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8.5%에 불과하다(2017~2021년 기준). 그마저도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이상 전이성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0% 아래로 뚝 떨어진다. 전체 암의 5년 생존율 72.1%보다 턱없이 낮다. 그만큼 치료가 힘들고 생존율이 낮은 암이 폐암이다.
그러나 최근 폐암 치료에 표적 항암치료나 면역 항암치료 등 새로운 항암 전략이 속속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폐암은 더 이상 두려운 암이 아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금연과 검진을 통한 예방과 조기 발견으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폐암 치료는 면역항암제가 표준치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암 치료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치료로 면역항암제를 권고한다. 치료 성적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세계폐암학회가 발표한 면역항암제 1차 치료의 장기 생존 치료 성적을 보면 4기 비편평비소세포폐암 환자가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 시 생존 기간이 기존 10.6개월에서 22개월로 2배 증가했다. 또 2년간 면역항암제 1차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80.4%가 4년간 생존했다. 국내 4기 이상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면역항암제가 보인 성과는 눈부시다.
더불어 수술 후 재발이 높은 2, 3기 환자에 대한 수술 전·후 항암치료가 도입되며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속속들이 연구되고 있고, 곧바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극복할 수 있는 병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낙담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 하더라도 병원에 열심히 다니면서 잘 조절하면 되는 것처럼 폐암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병 중 하나로 생각하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사는 '간 걱정'이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늘어나는 음주량을 몸으로 느끼며, 간에 탈이 나지는 않나 걱정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괴로워하는 간은 우리에게 어떤 신호도 보내주지 않고, 홀로 앓는다. 간이 걱정되는 시기, 남순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칼럼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 내보자.
우리 몸은 여러 중요한 장기들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간은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전체의 약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간암 3명 중 2명 5년 내 사망… 국내 암 사망률 2위
간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는 6번째, 국내에서는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조발생률은 30.4명,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 상대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주요 다빈도 암 중 폐암(3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주목할 점은 간암이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형이나 C형 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의한 만성간염과 그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원인은 B형간염이 1위, C형간염 2위, 알코올이 세 번째 원인이다. 이외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혹은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간세포의 종양억제유전자는 힘을 잃는 반면, 종양유발유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침묵의 장기’ 조기 발견 어려워… 위험요소 있다면 정기검사 필수
간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은 간수치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초음파 혹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종양지표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간 실질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종양지표 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안심할 수 있다.
초기 간암, 간이식 가장 효과적… 중기 이후엔 간동맥화학색전술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 종양의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직경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직경 1~2㎝ 미만의 작은 간암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넙다리동맥(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 면역치료 요법 등이 개발 중으로 미래에는 면역치료가 치료법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경변증 원인 B형·C형간염 예방하고 과도한 음주 피해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한다. C형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재시행할 수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재발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중장년이 되면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신체 기능이 약해지고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다. 젊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생소한 질병들도 40대가 넘으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종격동 종양’이다.
종격동 질환 중 가장 흔한 종양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도 ‘종격동(縱隔洞)’은 다소 생소한 용어다. 종격동은 쉽게 가슴뼈와 척추 사이 흉곽(縱) 안의 빈(隔) 공간(洞)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가슴 안쪽의 폐를 제외한, 좌우의 흉막강 사이에 있는 부분을 종격동으로 부른다. 앞쪽은 가슴뼈, 뒤쪽은 척추, 아래는 횡격막으로 경계 지어진다.
종격동은 기관지, 식도, 대동맥, 심장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주요 장기가 위치하는 곳으로 낭종이라고 하는 물혹부터, 양성종양, 악성 암까지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서종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종격동 종양은 종격동에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젊은 층은 대개 양성, 원발성 종양이 많다. 하지만 중장년층 이상은 악성, 전이성 종양의 비중이 높다”며 “40~50대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종양이 압박하는 장기 따라 증상 다양해
증상은 종양이 커지면서 압박하는 장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관이나 기관지를 압박하면 기침과 호흡곤란이 생긴다. 종양이 식도를 누르면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을 겪는다.
대동맥을 압박하면 경부의 동맥이 굵어지며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해 평소에 없던 부위에 정맥이 드러난다. 심장을 압박하면 맥박이 증가하고, 늑간신경을 압박해 늑간신경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후두회귀신경을 누르면 쉰 목소리가 나온다.
종격동 종양이 의심될 때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CT(컴퓨터단층촬영)로 확인한다. 조영제는 영상진단 검사 또는 시술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이다. 종격동 종양은 일반적인 비조영 CT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
이후 종양 위치나 음영, 모양 등을 토대로 임상 진단을 내린다. 전종격동에는 흉선종, 림프종, 배아세포종 등이, 중종격동에는 심낭종, 림프종, 기관지성 낭종 등이, 후종격동에는 신경종, 기관지성 낭종, 장성(enteric) 낭종 등이 주로 발생한다. 정상적인 종격동은 기관지나 식도가 보이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왔을 때 대동맥 혈관과 심장 음영이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서종희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후종격동에는 주로 신경에서 기원한 종양이 생기는데, 대개 수술로 절제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면서도 “혹시라도 척추 주변 신경이나 척수와 연관성이 의심될 때는 MRI(자기공명영상) 등 추가 검사를 하고 수술한다”고 했다.
수술로 절제 치료 원칙…고령·흡연자는 폐 건강 확인해야
종격동 종양의 치료는 수술로 절제가 원칙이다. 종격동 종양이 압박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악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암, 낭종, 양성 종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종희 교수는 “악성의 경우 완전한 수술적 절제가 힘든 경우가 꽤 많다”면서도 “어떤 악성 병변인지, 또 림프종이나 악성 흉선암 등 조직학적 확진을 위해 침 생검술이나 필요한 경우 개흉술, 내시경 수술 등을 통해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령자나 흡연자의 경우 건강검진 CT를 통해 폐 이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조기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종희 교수는 “많은 분들이 CT를 찍는다고 하면 조영제 부작용이나 방사선 피폭량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선량 CT의 경우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피폭량도 최소화해 찍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