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곳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그곳이 떠오른다. 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이다.
6월을 앞둔 어느 날, 국립서울현충원에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위로하듯 이팝나무꽃이 흩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슴이 아려지는 그곳에서 김수삼(57) 현충원장을 만났다.
김수삼 원장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행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국방부 군수기획과장, 직무감찰담당관, 기획총괄담당관, 국제군수협력과장, 기획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국립서울현충원도 국방부 소속이다. 김수삼 원장은 지난 1월, 제23대 국립서울현충원장으로 취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별도의 취임식을 치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TV에서 그를 볼 기회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후와 5월 10일 취임식 때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기 때문. 김 원장은 “TV에서 저를 봤다며 반가워하는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현충원장에 취임해 책임감을 느끼고 걱정도 많았는데요. 무사히 치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어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선거를 치르거나 당선될 때 현충원을 가장 먼저 찾는 것을 보고 정말로 중요한 곳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국민이나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도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의 중요성을 느끼고 자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국을 위한 선열들의 장소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 현충탑에 새겨진 글귀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국립서울현충원은 휴전 2년 후인 1955년 설립된 국군묘지가그 뿌리다. 6·25전쟁에서 전사·순직한 군인들을 안장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5년 국군묘지에서 ‘국립묘지’로 승격됐고, 군인이 아닌 순국선열 및 국가유공자 안장도 가능해졌다. 이어 1996년 국립현충원, 2006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름을 확정했다.
김수삼 원장은 “국립서울현충원은 조국의 독립과 수호, 발전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해 계시는 민족의 성역이다. 국난을 극복해온 민족의 얼과 호국 의지, 나라 사랑 정신이 가득 서려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총면적은 약 44만 평이며, 네 분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총 18만 7000여 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립대전현충원은 1985년 건립됐고, 국립연천현충원은 2025년 건립을 목표로 준공 중이다. 김 원장은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연천현충원은 모두 같은 위상을 가진 국립묘지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서울, 대전, 연천현충원에 안장되는 대상자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속이고, 대전과 연천현충원은 국가보훈처 소속이다.
김수삼 원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서울현충원이 갖는 역사적인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곳의 원장으로 반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그의 소감은 어떨까.
“올해 1월 국립서울현충원장에 취임해 현충탑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참배를 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상반기가 다 지나갔네요. 처음 참배를 드릴 때 현충원장으로 취임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한편,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느꼈습니다. 제가 당시 다짐한 것이 있어요. 장례와 추모 행사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등에 맞춰 보다 체계적이고 품격 높은 안장 및 참배·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공자 및 유가족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기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좀 더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수삼 원장은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설 명절 때 유가족을 대신해 직원이 참배드리고 이를 사진 찍어 전송해주는 ‘설맞이 참배 대행 서비스’를 실시했다. 또한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참배용 사다리 및 참배용 원목 의자를 비치했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셔틀버스 운행도 시작했다고.
김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뜻깊었던 일로 지난 4월의 ‘제2충혼당 개관’을 꼽았다. 제1충혼당은 영현 2만 468위를 모신 후 2020년 7월 만장됐다. 제2충혼당은 2018년 착공돼 올해 4월 13일 완공됐다. 제2충혼당에는 3만 2952위를 추가로 안장할 수 있다.
“제2충혼당 건립을 통해 유공자분들을 최고의 시설로 모실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나라 사랑 및 호국 정신을 후대에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제2충혼당 개관식에서 배우 신현준 씨가 사회를 봐주셨고, 가수 진미령 씨가 추모시를 낭독해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이곳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행사 며칠 전에 갑자기 부탁드렸는데도 기꺼이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유해 발굴 및 확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유해를 찾지 못한 이들의 위패가 10만 3000여 위나 있다. 김수삼 원장은 “현재도 이분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유해 발굴 사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발굴된 유해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호국용사는 극소수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위쪽에 있는 무후선열제단에도 134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구한말 의병 활동 및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분들 가운데 유해를 찾지 못하고 후손이 없는 선열들의 위패다.
그러나 안장되어 있고 유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음에 따라 유가족이 꾸준히 현충원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거주 지역이 멀어서 일 수도 있고, 가족이 달라지거나 건강 상태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분들은 대부분 젊은 나이에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때문에 기혼자가 적어 후손이 없거나, 남은 유가족 대부분이 형제나 조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묘역을 찾는 유가족이나 친지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점점 쓸쓸한 묘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선열의 희생에 감사하며 ‘내가 후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쓸쓸한 묘소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현충원, 국민 속으로
일반 국민에게 ‘현충원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현충원에 가본 적이 있나?’라고 물어보면, 현충원 근처에 사는 서울시민이나 견학을 가본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현충원을 찾아가 봤다고 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보통 TV를 통해 6월 6일 현충일 행사를 보면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접한 경우가 대부분일 터. 그렇기 때문에 현충원은 정부 관계자나 유공자의 후손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원래는 국립묘지였기 때문에 매우 엄숙한 공간이라고 느껴진다.
김수삼 원장 역시 ‘일반인이 현충원에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현충원이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가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호국공원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44만 평의 국립서울현충원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김 원장은 “봄에는 아름다운 수양벚꽃, 여름에는 이팝나무 가로수길, 가을에는 현충원 둘레를 잇는 은행나무길이 아름답다”면서 “이와 더불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나라 사랑 정신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삼 원장의 말대로 국립서울현충원은 아름답고 뜻깊은 곳이다. 현충원을 걷다 보면 느껴지는 감정도 많을 것. 지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무 환경이 좋아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김 원장은 현충원의 명소로 현충천과 현충지를 추천했다.
“현충원에 천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이 많지 않은데요. 현충천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사시사철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고기들도 많고요. 현충지는 조그마한 연못으로 가만히 앉아서 사색하거나 소위 ‘멍때리기’ 좋은 곳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시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심신을 치유하신 분도 많아 후손들이 감사한 마음에 기증한 의자도 있어요. 저도 점심 식사 후 산책할 때 현충천과 현충지는 거의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수삼 원장은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국립서울현충원은 온라인을 통해 ‘기일 : 기억의 날’(당신을 기억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유공자가 서거한 달에 맞춰 업적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독립유공자 하면 어떤 분들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분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유공자들이 계십니다. 기일 프로젝트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신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기획했습니다. 한분 한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5월 21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경내에서 호국 문예 백일장과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간은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이들의 현충원 방문을 뿌듯해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제한됐던 행사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시민들의 참여의 장을 넓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삼 원장은 재임 기간의 목표에 대해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열린 호국 추모공원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언제나 편안히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호국정신을 배우며 후손들에게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수삼 원장에게 현충원장으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는 “곧 정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퇴직 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먼저 퇴직하신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 건강, 취미, 친구들이 있어야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근로소득은 정년까지 일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퇴직 이후에는 금융소득을 통해 번다는 목표로 퇴직연금, 리츠, 부동산 펀드 등을 적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요즘 사이버 대학이 많아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공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한국어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하면 외국인 학습자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교원자격증이 부여됩니다.”
가수 진미령은 한 설문조사에서 재혼하고 싶은 여자 1위에 뽑힌 적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이다. 아직도 소녀 같은 진미령이 내 나이와 비슷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나이에 이토록 섹시한 스타는 가요계 통틀어서도 드물다. 아직도 잘록한 허리에 조막만 한 얼굴과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소녀와 마주하고 가을 냄새를 느꼈다.
가수는 “히트곡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 때문일까? 불행하게도 요절가수들의 히트곡은 대부분 엄청 슬프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차중락, ‘마지막 잎새’를 부른 배호, ‘슬픈 노래’와 ‘안녕 친구여’를 부른 김광석, ‘슬퍼하지 말아요’와 ‘이별의 종착역’을 부른 김현식 등 요절가수 대부분의 노래 가사가 슬프다. 그에 반해 진미령은 ‘소녀와 가로등’으로 히트를 쳐서 그런지 아직도 청순한 소녀 같다. 5년 전에 발표한 ‘미운 사랑’이 중장년층에 큰 호응을 받고 있는데 그 가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인생과 닮아 있다.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걸 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올까봐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난다 해도 그 끈을 놓을 순 없어 너와 난 운명인 거야
-‘미운사랑’ 1절 가사
진미령이 가사를 직접 쓴 이 노래가 실제로 전유성과의 이별과는 상관이 없겠지만, 한량 이봉규가 듣기에는 아픈 이혼의 경험이 절절히 묻어나오는 듯하다. 진미령은 전유성과의 이혼에 대해 더 이상 말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나와 술 마시다가 불쑥 뱉어낸 적이 있다. 냉면을 먹다가 이혼을 결정했다는 것.
냉면 먹다가 이혼을 결심했다
진미령은 “냉면이 먹고 싶어 전유성과 단골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도착해보니 전유성은 이미 냉면을 다 먹고 난 후였다”며 “자신이 냉면을 먹는 동안 함께 있어주겠다고 한 전유성이 갑자기 지루한지 먼저 가겠다고 일어섰다”는 것. 당시 서운한 감정을 떠올리며 “냉면을 먹는 이 짧은 순간도 기다려주지 못하는 남자인데 앞으로 함께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전유성과 헤어지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또 다른 사랑이 있었나?” 물었더니 먼저 한숨부터 튀어나오더니 “남자들이 입이 가벼워 그들의 무용담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기 싫어서”라며 말문을 막는다. 급히 화제를 돌리려 하기에 이에 질세라 나도 물고 늘어졌다.
“그동안 육체적 욕망은 어떻게 참을 수가 있었나?” 도발했더니,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성적인 충동을 잘 조절할 수 있고 혼자 어느 정도 기간이 흐르면 성적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진지하게 대답한다. 각종 행사 등 바쁘게 가수 활동을 하면 엔도르핀이 돌아서 나름 행복하고 또 요즘은 골프 삼매경에 빠져 시간 날 때마다 골프를 치니 외로움 따위는 없단다.
자유로운 사랑이 좋아
“앞으로 남은 평생을 이렇게 계속 혼자 살 작정인가?”라며 또 파고들었다. 그녀는 “좋은 남자 생기면 결혼하고 싶다. 그런데 따로 살면서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고, 보고 싶을 때만 만나 데이트하면서 살고 싶다”며 한술 더 뜬다. 보통 우리네 평범한 여인네들의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다. 마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랑과 철학을 엿보는 듯했다.
진미령은 사실 전유성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계약결혼 비슷하게 살았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전유성의 전처 밑으로 호적이 올라가는 게 싫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남자에게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심이 강하고 사랑도 주체적으로 끌고 가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진미령과는 정반대 스타일의 내 아내의 엉뚱함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었다. 내 아내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나의 전처를 ‘형님’이라고 호칭하면서 가끔 나를 놀리곤 한다. 내 아내의 그런 놀림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유머 코드로 치부하고 넘어가곤 한다. 정신 차리고 다시 진미령과의 인터뷰에 탄력을 붙였다.
“어떤 남자와 결혼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아침에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서 화장하고 싶지 않아서 연하는 곤란하고, 그렇다고 다섯 살 이상 많은 할아버지랑 사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내 나이와 시추에이션이 난처하다”는 것.
다시 말하면 나이가 비슷하고 친구였던 사람이면 좋겠다는 뜻이다. 맥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탈 주연의 영화 의 주인공 커플처럼 되고 싶다는 고백으로 이해했다.
故 김동석 영웅의 딸
화제는 진미령의 아버님 얘기로 이어졌다. 사실 진미령과 내가 알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아버님 때문이었다. 진미령의 아버지 김동석 대령은 미국이 선정한 ‘6·25전쟁 4대 영웅’ 중 한 사람이다. 미국 측의 맥아더 장군과 리즈웨이 장군, 그리고 한국 측의 백선엽 장군과 김동석 대령이 그들이다. 의정부 미2사단 전쟁박물관 내에 마련된 김동석 영웅실에는 훈장을 비롯한 유품과 각종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미국도 김동석 대령을 영웅으로 선정해 극진히 대접하는데 모국인 대한민국이 그를 푸대접하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방송에서 여러 번 다룬 적이 있다. 그때 진미령이 내 전화번호를 방송국에서 수배해 연락을 해왔다. “아버님을 제대로 평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울먹이며 통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로 나이도 비슷해서 가끔 만나 술도 한잔하면서 친구처럼 지낸다.
김동석 대령은 육사 8기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해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북한군 15사단을 전멸시키기도 했고 맨몸으로 정보참모부 소속 미군 연락장교로서 적진에 침투해 결정적인 첩보를 수집했고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1등 공신이 되었다. 당시 맥아더는 김동석 사진을 가리키며 ‘This man!’이 준 첩보는 믿을 만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사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도 크고 여러 가지 여건상 상륙작전을 하기에는 부적절했지만 김동석의 결정적인 첩보가 맥아더 장군의 선택에 용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김동석 대령은 이때부터 맥아더 장군에게 ‘This man’이라는 별칭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눈을 무서워했던 진미령은 아버지 같은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기야 목숨을 내놓고 북파 공작원으로 살았기에 보통 사람의 눈매를 가졌을 리 만무하다. 아버지는 칠십이 넘어 눈이 부드러워졌고 그때부터 아버지가 좋아졌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어눌한 말투의 부드러운 눈매를 지닌 전유성과 살았는지 모를 일이다.
요리도, 노래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가수
진미령은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정도로 요리를 잘한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정식 디그리(degree) 과정을 마쳤다. 이 때문에 그녀는 요리와 관련해 가장 많은 섭외를 받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외국어도 능통하다.
다재다능한 재주를 지녔기에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직업을 갖길 원하나?”라고 물었더니 그녀는 “골프를 아주 잘 치는 가수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가수가 천직이라는 말.
솔직히 말해 한량 이봉규도 다시 태어나면 평론가보다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만큼 가수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이다.
가수로서 진미령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만족한다. 그런 점에서는 참으로 복 받은 여인이다. 하느님은 공평해서 모든 걸 다 주지 않는가보다. 본인은 그 나이에 혼자 살아도 행복하다고 주장하지만(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완벽한 부부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봉규가 보기에는 진미령이 다소 외롭게 보인다. 다재다능한 재주에 가수로서도 성공해 만족스러운데 거기에 완벽한 부부생활까지 누린다면 시샘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느님이 진미령에게 사랑의 여백만은 남겨두신 걸까? 아니면 조만간 그 여백을 채워주실까? 누군가 어렵다면 주머니 털어서 다 주고 재능기부를 하도 많이 해서 ‘진 봉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이기에 후자에 기대를 걸어본다.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제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 주위에서 책 쓰는 것을 권했지만, 저술은 작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써봤는데 제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됐어요. 책 쓰는 것이 저의 삶을 더 알차게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고요.” , , 등 에세이, 소설, 요리책 등 8권의 책을 쓴 중견 연기자 김수미(64)가 밝힌 책 쓴 배경과 책 쓰기의 긍정적 영향이다.
요즘 김수미처럼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책을 쓰는 연예인들은 빅뱅, 구하라 등 젊은 아이돌가수부터 최불암, 김혜자를 비롯한 원로 연예인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쓰는 책도 요리를 비롯한 좋아하는 취미나 사회 활동과 관련한 에세이, 연예인 삶과 생활을 담은 수필집, 연예인과 밀접한 뷰티와 패션 정보서,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과거에는 대필 작가에게 의뢰해 책을 쓰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원고 쓰는 일부터 사진, 삽화 등 직접 작업하는 연예인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불암, 김수미, 김혜자 등 중장년 연예인에서부터 김병만, 하정우, 유준상, 빅뱅에 이르기까지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책은 연예인의 삶과 생활, 일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연예인들은 에세이를 통해 연예인의 삶과 생활, 연예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훈이나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최불암의 에는 배우 입문에서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0만 부가 넘게 팔린 김혜자의 는 전 세계 기아 현장과 빈민 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느낌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 나눔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역할도 했다. 김수미의 는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극복할 방법을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는 유준상은 최근 펴낸 에세이집 을 통해 20년차 배우로서의 소소한 삶을 그렸고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는 연기자 김여진은 에세이집 에 사회운동을 했던 대학 시절부터 2011년 홍익대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해고사태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기록, 배우로서 겪었던 일과 사랑을 담았다. 스타 하정우는 연기에 대한 단상과 연기자의 길을 먼저 걸었던 아버지 김용건을 비롯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전적 에세이집 를 통해 어려운 집안 형편과 기나긴 무명생활을 딛고 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요즘 10~30대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는 부제,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이 알려주듯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해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멤버별로 진솔하게 담아 학부모와 청소년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미자, 장미희, 김미화, 서갑숙, 패티김, 조영남 등도 자신의 일상과 연예 활동과 관련한 수필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병만은 “제가 힘들게 살았고 어렵게 연예인이 됐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용기를 주고 싶어 책을 썼어요”라고 책 쓴 이유를 말한다.
연예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인 패션, 뷰티, 다이어트에 대한 연예인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현정이 쓴 은 연기자로서의 삶과 생활, 그리고 여성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피부 관리에 대한 다양한 요령 등이 담겨 있다.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 연기자 유진의 과 연기자 박수진의 , 연기자 이혜영의 , 가수 옥주현의 등이 대표적이다. 카라 멤버 구하라의 네일북 , 소녀시대 효연의 패션 스타일에 관련된 등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연예인 뷰티, 패션 관련 서적이다.
연예인들이 많이 쓰는 책은 바로 자신이 하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에 대한 것들이다. 취미를 넘어 그림 그리기가 직업이 된 가수 조영남은 미술 관련 책을 연달아내고 있다. 조영남은 , 등을 통해 미술과 그림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탤런트 김호진은 을 출간해 화제가 됐으며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하희라, 진미령, 류시원 등도 요리책을 냈다. 가구 만들기가 전문가 수준인 탤런트 이천희는 최근 출간한 에 가구 만드는 법부터 가구 만들기가 삶에 활력소를 주는 이유 등을 담았다.
유기견 보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는 최근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를 펴냈는데 이 책에는 이효리의 사진과 함께 그가 키우는 동물들과 유기견 보호소의 현실, 모피 동물들의 고통이 담겨 있다. 재테크를 잘하기로 유명한 방송인 현영은 를 출간했는데 15만 부가 팔리는 열기를 연출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인터뷰집도 속속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여성과 주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박경림은 여성으로,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집 을 펴냈고 방송인 김제동은 시인 김용택, 소설가 조정래, 홍명보 전 축구대표 감독 등 25명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에세이집 를 출간했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쓰는 책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문성과 높은 글쓰기의 수준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소설이다. 가수 이적의 , 타블로의 , 차인표의 , , 구혜선의 등은 바로 연예인들이 쓴 대표적인 소설들이다. 이들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차이가 있지만 3만~1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패션으로서의 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연예인이 쓴 소설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제공하는 글쓰기다. 상품으로서의 문학, 연예인 소설의 동시대적 의미는 상품성이 출판의 중요한 잣대가 된 현실, 그리고 팬시한 상품으로서 소설을 선택하는 독자의 경향이 만들어 낸 시대적 산물이다”고 분석했지만 연예인이 쓴 소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정다정씨(43)는 “차인표씨가 쓴 를 봤는데 ‘자살은 삶의 목록에 없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소설을 통해 잘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내는 책에 대해 유명성과 인지도만을 내세운 마케팅용으로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이고 접해보기 힘든 내용인 데다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주류여서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많다.
책을 내는 연예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책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삶을 열심히 살게 된다.”
최불암, 김수미, 조영남 등 책을 3~20권을 낸 중장년 연예인들은 사람들, 특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중년 세대에게 책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책을 쓰게 되면 지나온 인생 1막을 정리하게 되고 앞으로 살 인생 2막에선 오류를 줄이면서 가치 있게 사는 길을 찾게 된다”고 말하면서.
조영남은 책을 쓰게 되면 여생이 훨씬 가치 있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취미와 사회활동에 대한 책을 쓴 젊은 연예인들은 “자신이 하는 취미생활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쓰게 되면 직장에서 얻지 못한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되고 직업 이외의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어 삶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책 쓰기를 권한다.
#1. 김국진, 진미령, 양금석, 김완선 등 이혼을 한 뒤 혼자 살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중년 남녀 연예인들이 전남 해남을 찾아 낙지를 잡기도 하고, 시골 장터에서 장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2. 요즘 인기 상승 중인 힙합 가수 치타 등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과 생활을 보면서 김광규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생활 모습과 비교해본다.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6월 5일 오후 11시 TV 화면에서 펼쳐진 두 모습이다. 김국진(50), 강수지(48) 등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불타는 청춘’과 김용건(69), 김광규(47) 등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생활, 쇼핑, 취미, 패션, 친구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는 MBC ‘나 혼자 산다’다.
요즘 TV 방송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급증하는 혼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을 담아내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와 식사에서부터 취미, 쇼핑, 패션, 연애나 친구 관계, 쇼핑까지 1인 가구의 생활이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소재나 주제가 되고 있다.
산업구조와 사회상황의 변모, 의학 발달 등으로 인한 수명연장,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 등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 서울 서베이 도시정책 지표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4.3%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2인 가구(23.7%), 3인 가구(22.9%), 4인 가구(21.8 %), 5인 가구(7.3%) 순이었다. 부부끼리 혹은 부부와 친, 인척 등 같은 세대로 구성된 1세대 가구 비중은 38%였고,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2세대 가구 35.3%, 1인 가구 24.3%, 3세대 가구 2.4%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앞다퉈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현상이나 1인 가구의 생활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가 주요한 TV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많이 늘어난 것이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쿡방(Cook+방송)’과 식사하는 장면이나 음식 먹는 것을 보여주는 ‘먹방’이다. 쿡방과 먹방 상당수가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삼시 세끼’, ‘집밥 백 선생’, 올리브TV ‘한食대첩’등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선 혼자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서부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법을 예능으로 재밌게 포장해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TV 인터넷 방송을 통한 네티즌의 다양한 먹방에서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아빠를 부탁해’등 예능 프로그램 먹방까지 다양한 먹방 역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많다. tvN 드라마‘식샤를 합시다’처럼 일부 드라마에서도 1인 가구의 요리와 식사를 통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1인 세대 급증과 이혼, 사별 등 가족 해체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줄어들면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정담을 나누는 식구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1인 세대와 해체된 가족이 TV의 먹방과 쿡방을 통해 식구 부재에서 초래되는 결핍을 채우고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분석한다.
SBS ‘불타는 청춘’처럼 혼자 사는 중년 남녀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이성 친구를 사귀고 연애 상대를 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남녀 간의 만남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20대 젊은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혼자 사는 중·장년의 사람들이 출연해 친구나 연인 등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 증가하고 있다.
‘불타는 청춘’의 연출자 박상혁 PD는 “혼자 사는 중년의 남녀들이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열정과 젊음을 되찾고,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불타는 청춘’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을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밖에 KBS ‘비타민’등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이전과 달리 혼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요령 등 1인 가구를 위한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경제 관련 케이블TV에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재테크 정보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속속 신설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다룬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의식주부터 취미, 동호회 활동, 문화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있는 중견 연기자 김용건은 “나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살면서 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방송사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혼자 사는 사람과 1인 가구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프로그램에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들과 1인 가구의 생활을 다루는 것은 이제 TV와 대중문화의 강력한 트렌드이자 흥행을 담보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