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의 최고 실력자라고 불린 이세돌 9단을 이긴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파고보다 더 사람에 가깝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나왔다. ‘초거대AI’의 등장이다. 초거대AI는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며 판단하고 행동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기존 인공지능보다 조금 더 인간의 뇌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 추론과 판단이 가능한 AI의 발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 붙은 ‘초거대AI’ 개발 경쟁
초거대AI의 최초 모델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오픈AI’에서 2020년 처음 선보인 ‘GPT-3’다. 방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맥락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칼럼도 기고했다.
GPT-3가 나온 이후 기업들의 초거대AI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구글은 파라미터 수가 1조 6000억 개에 달하는 ‘스위치 트랜스포머’(Switch Transformer)를 공개했고, 중국 베이징 지위안 인공지능연구원에서는 파라미터 수가 1조 7500억 개에 달하는 ‘우다오(WuDao) 2.0’을 선보였다. MS와 엔비디아는 53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메가트론’을, 알파고를 개발했던 딥마인드는 2800억 파라미터 규모의 ‘고퍼’를 선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파라미터’란 매개변수라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려하는 경우의 수를 말하는데, 매개변수가 클수록 더 정교한 대답을 할 수 있다. 2020년 구글이 선보인 AI ‘미나’의 파라미터 규모가 26억 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파라미터 규모가 수천억 개가 됐을 만큼 초거대AI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LG가 초거대AI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2040억 파라미터 규모의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50년치의 네이버 뉴스와 9년치의 네이버 블로그의 한국어를 학습했고, 네이버 서비스 곳곳에 시범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가 ‘코지피티’(KoGPT)를 시작으로 ‘민달리’(minDALL-E), ‘이미지 텍스트 멀티모달’ 등을 선보였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일컫는 말이다. 멀티모달 인공지능인 민달리가 그린 그림은 NFT 작품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LG AI연구원은 12월 국내 최대 규모인 3000억 개 파라미터의 ‘엑사원’(EXAONE)을 공개했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해당 분야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다면, 초거대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맥락을 이해하며 대화할 수 있어 고객센터나 헬스 케어 분야에서 각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초거대AI’ 어디에 쓰일까?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대표 서비스는 ‘클로바 케어콜’이다. 독거노인 등 중장년 취약가구 약 1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다.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정서 돌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해 시범으로 서비스를 진행한 부산 해운대구 어르신들은 서비스 이용 후 설문조사에서 95%가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90%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네이버는 케어콜 서비스 외에도 검색창이나 쇼핑 리뷰 요약 등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적용한 가상인간 ‘틸다’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AI휴먼으로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에서 처음 선보였다.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패션 의상 컬렉션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틸다, 금성에 있는 꽃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틸다가 이미지를 창작하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의상으로 제작하는 방식의 협업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초거대AI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인공지능 ‘빅스비’나 ‘시리’ 혹은 TV 스피커에 적용된 인공지능 ‘지니’, ‘누구’에게 지금은 “오늘 날씨 어때?” 정도를 묻는다면, 일상에 초거대AI가 녹아들 가까운 미래에는 “오늘 날씨에 맞춰 입을 옷 골라줘”와 같은 대화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1인 가구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위한 제도를 내놓고 있다. 건강과 돌봄, 주거 등 비교적 취약한 분야를 보완해주거나 외로움 해소를 위해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원의 목적과 형태가 다양하다. 이중 몸이 아픈데 혼자 살아 도움 청할 곳이 없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몇 가지를 소개한다.
병원 같이 가고, AI 통화로 안부 챙긴다
서울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생활 편의를 위해 ‘1인 가구 안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1인 가구의 불편, 불안 해소를 위한 ‘4대 안심정책’ 중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는 건강안심 분야 대표 정책으로, 지난해 시범운영을 끝내고 올해 1월부터 정식 사업으로 채택돼 시행 중이다.
안심동행서비스는 병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동행 매니저와 함께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다. 서울시민 중 1인 가구거나, ‘1인 가구 유사 상황’에 처했을 때 돌봐줄 이가 없는 경우 병원 동행 도우미를 지원한다. 1인 가구 유사 상황이란 1인 가구는 아니지만 보호자가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직장 생활 등의 이유로 함께 병원에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 밖에도 어르신으로 구성된 2인 가구의 구성원 모두가 거동이 불편한 경우(노노세대), 손자가 어려 조부모의 보호를 받는 상황이거나 조부모가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에는 당일 신청이 가능하나 주말은 사전에 예약했을 때에만 이용할 수 있다. 병원 안심동행서비스 콜센터(1533-1179)에 전화하거나, 온라인 홈페이지(seoul1in.co.kr)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당일 신청할 경우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동행 매니저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병원 업무 전반에 관해 별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들로 구성된다. 신청자와 성별이 동일한 동행 매니저는 예약 접수 후 3시간 이내 현장에 도착한다. 신청자의 자택 혹은 지정하는 서울시 내 거점에서 동행 매니저와 만나 병원을 함께 간다. 요청에 따라 병원 내 접수·수납, 진료실 동행, 약국 방문이나 약 복용법 설명 안내까지도 가능하다. 신청자의 상태에 따라 매니저가 2명이 배정될 수 있다.
서비스 기본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이고, 30분씩 추가될 때마다 2500원이 붙는다. 차량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고, 택시비와 같은 교통비도 서비스 신청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단, 중위소득 85%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에 한해 한시적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2022년 중위소득 100%는 1인 가구 194만 4812원, 2인가구 326만 85원이다.
시범 운영 중 접수됐던 불만 사항들을 보완해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연 6회였던 이용횟수 제한이 폐지됐으며, 1일 1회만 이용 가능하다. 2026년 누적 10만 명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계획이다.
장수 위한 정신건강, 멘토링과 AI로 챙긴다
시니어 1인 가구는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이는 신체적 건강 악화로 연결된다. 실제로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고령자라 해도, 고립과 칩거 성향이 있는 이들의 사망률이 다른 이들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또한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도 사회적 고립 상태로 방치될수록 신체 기능 저하, 우울증,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될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 지자체가 1인 가구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5월부터 9개 자치구(종로, 용산, 동대문, 서대문, 양천, 강서, 동작, 강남, 강동)의 1인 가구 138명을 대상으로 1인 가구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42명의 심리 상담 전공자 및 경력자인 멘토가 멘티의 상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미술관 관람, 공예체험, 관심 유튜브 채널 및 음악 공유, 독서취향 나눔, 둘레길 걷기 등 공통 관심사를 찾고 이와 관련된 그룹활동에 나선다. 3~4명의 1인가구 멘티와 멘토 한 명이 하나의 그룹으로 구성되며, 시는 멘티 간 자조모임을 구성했을 때 활동비를 지원해 관계형성을 독려한다.
멘토는 1인 가구의 나이, 관심분야, 1인 가구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연결된다. 모집기관별 모집인원과 모집 기간은 3월~4월 중 기관에 따라 별도 공지된다. 참여를 원한다면 자치구별 1인가구지원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고독사 위험이 큰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AI 대화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자의 휴대전화나 집전화로 AI가 주 1~2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챙기고 일상생활을 관리해준다. AI와 나눈 대화 내역은 수시로 확인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에 쓰일 예정이다. 2026년까지 총 3만 명까지 대상 확대를 목적으로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네이버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클로바 케어콜’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화로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100여 명의 중장년 취약가구에게 시범 서비스가 제공됐다. 일주일에 한 번 전화를 걸어 식사와 수면, 건강 등의 안부를 묻고 이상 징후를 발견한다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네이버 측은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우울증 검진과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정신건강 통합 홈페이지 ‘블루터치’를 활용하면 스스로 마음 상태를 점검해보거나 각 자치구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시작한 ‘클로바 케어콜’ 베타서비스를 마치고 대구와 인천에서 시범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클로바 케어콜’은 네이버의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서비스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화로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AI이지만 맥락 있는 대화가 가능해 형식적으로 확인을 하는 게 아닌,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으로 약 100명의 중장년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에는 대구와 인천에서 각각 100명, 50명의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1주일에 한 번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안부를 묻는다. 만약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담당 공무원에게 정보를 보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베타 서비스가 실시됐던 해운대구 어르신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90%가 위로를 받았으며 95%가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답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에 네이버는 계속해서 ‘클로바 케어콜’의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서비스 도입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석근 네이버클로바CIC 대표는 “이 서비스는 단순히 어르신의 안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감정 케어’를 해주는 서비스”라며 “네이버의 AI 기술력과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독거 어르신들의 말벗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늘려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