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60+ 궁금증] 왜 손주와 대화가 어려울까

입력 2026-07-08 06:00

"손주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이미지= 생성형 AI 제작


"학교는 어땠니?" "그냥요."

"밥은 먹었어?" "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말이 끊긴다. 손주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조부모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 방식의 차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었다

손주와 대화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2020년 20.1%에서 2023년 10.3%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예전처럼 한집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손주와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함께 웃고 이야기한 시간이 쌓여야 대화도 자연스러워진다.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한다

"ㅋㅋ", "ㅇㅋ", 이모티콘 하나에도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 손주 세대에게는 짧고 빠른 반응도 충분한 대화다. 조부모 세대는 이야기를 길게 주고받아야 소통했다고 느끼지만, 손주는 이모티콘 하나나 짧은 메시지에도 공감과 관심을 담는다. 조부모에게는 대화가 끊긴 것처럼 보여도 손주에게는 이미 충분한 대답인 셈이다.

이 차이는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청소년은 스마트폰과 메신저, SNS를 일상처럼 사용하며 자랐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숏폼 영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도 메신저 이용률은 95.8%로 사실상 대부분의 청소년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심리학에서도 청소년기는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로 본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긴 설명보다 즉각적인 반응과 공감의 신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좋아요", "ㅋㅋ", 이모티콘 하나가 긴 문장만큼의 의미를 담는 이유다.


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공통의 관심사'

소통 전문가들은 손주와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꼽는다.

"공부는 잘하니?"보다 "요즘 제일 재미있는 게 뭐야?",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거야?"처럼 손주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물어보는 편이 대화를 훨씬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우려는 태도다. 손주의 언어를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작은 관심이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손주와 대화가 어려운 것은 세대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보낸 시간과 살아온 환경, 그리고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손주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공감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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