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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국에 들른 파독 부부. 나란히 가죽 재킷과 연청 바지를 입고 계셨다.”
2
“멀리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패셔너블한 부부!”
3
“인사동 단짝. 두 분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4
“안국 꽃집 부부. 한눈에도 금실 좋아 보인다. 마침 꽃집이 있어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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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부부. 어머님을 찍어주려는 아버님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찍어드릴까요?’”
김동현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 2019년 멋진 할아버지를 찍은 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저서로는 사진집 이 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김동현 사진작가 디자인 유영현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한 번째 주제는 ‘커플 룩’이다.
1 ‘파독 부부’. 나란히 가죽 재킷과 연청 바지를 입고 인사동 거리를 걷고 계셨던 백발의 노부부. 어머님은 1960년대 대한민국 파독 간호사들의 첫 대표로서 그들을 인솔했다. 한국에서 만난 두 분은 같이 독일로 이주했고, 촬영 당시 자식들을 만나러 잠시 한국에 오신 터였다. 촬영이 아니었다면 들을 수 없을 이야기였다.
2 ‘동대문 외국인 부부’. 동대문에서 만난 젊은 바이브가 느껴지는 외국인 부부. 블랙으로 커플 룩을 맞춰 입은 모습이 굉장히 멋스럽다.
3 ‘인사동 단짝’.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두 분은 드레스 코드를 ‘노란색’이라고 정하고 인사동 나들이를 나온 듯했다. 두 분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4 ‘안국 꽃집 부부’. 한눈에도 금실 좋아 보인 부부. 모자부터 재킷 등 옷을 맞춰 입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침 꽃집이 근처에 있어 그 앞에서 촬영했는데, 두 분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5 ‘경복궁 부부’. 경궁을 걷던 중 저 멀리서 어머님을 찍어주려는 아버님을 발견했다. 다가가 “제가 찍어드릴까요?” 라고 하니, 아버님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어머님 옆에 섰다. 아버님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촬영을 요청드렸다.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드리자 아버님은 “내 손이 별로 안 예쁜데”라며 머뭇거리시더니 이내 어머님의 손을 꽉 잡으셨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Emmy)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6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 수상’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13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LA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는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지난 7월 기술진과 스태프에게 수여하는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 이하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게스트상(이유미),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남우주연상(이정재), 감독상을 추가하며 6관왕을 달성했다.
특히 이번 수상으로 ‘오징어 게임’은 ‘최초’의 역사를 쓰게 됐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영미권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가 후보로 지명되고 상을 받은 것은 에미상 74년 역사상 최초다. 미국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The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ATAS)가 주최하는 에미상은 ‘TV 아카데미’로 불릴 정도로 권위를 자랑한다.
이날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은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썼다고 하지만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라며 “역사상 영어가 아닌 드라마가 받은 첫 에미상이라는데, 이게 나의 마지막 에미상 트로피가 아니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즌2로 돌아오겠다”고 덧붙여 박수를 받았다.
이정재는 아시아 배우 중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상을 주신 모든 관계자분과 특히 넷플릭스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을 향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로 구현해준 황 감독의 창의력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전했다.
영어로 소감을 이어가던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분들과 친구 가족, 그리고 소중한 저희 팬들과 이 상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특히 시상식에 8년째 공개 열애 중인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동반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커플룩처럼 차려입은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또한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자 임세령 부회장은 미소와 박수로 연인을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올랐다. 다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정호연,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오영수와 박해수는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의 작품상 수상도 불발됐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은 ‘오징어 게임’ 축제였다. 에미상의 ‘오징어 게임’을 향한 환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정재와 정호연은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는데, 이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인형이 등장했다. 이에 이정재와 정호연은 게임을 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역대 최고 시청 시간 달성, 시청 가구 수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 잠시 땀을 식히며 읽기 좋은 신간을 소개한다.
본과 폰, 두 사람의 생활 (본, 폰 저ㆍ미래의창)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의 워너비로 떠오른 한 60대 부부가 있다. 바로 본(bon)과 폰(pon)이다. 일본의 평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됐다. 백발의 머리로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 본과 활발하고 다혈질인 아내 폰. 상반된 성격 탓에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남편이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두 사람이다. 결혼한 지 어언 37년 차,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콩달콩한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감각적인 커플 패션.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비슷한 무늬와 소재의 옷을 적절하게 매치해 같은 듯 다른 시밀러룩을 선보인다. 책에는 평소 부부가 자주 착용하는 커플룩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법, 쇼핑 노하우 등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아울러 그동안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실었다. 커플룩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덕주 저ㆍ초록비책공방)
장수시대를 맞이해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신노년 세대’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담았다. 아울러 은퇴 후의 시간을 ‘인생의 골든타임’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김석중 저ㆍ지택코리아)
유품 정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는 유품의 의미와 한·일 노년의 삶. 유품 정리뿐만 아니라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 문화생활 등에 대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프랑수아 아르마네 저ㆍ문학수첩)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유명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196명이 내놓은 답변을 모았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문체처럼 다양한 도서들과 더불어 책을 선정한 이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칵테일 도감(칵테일 15번지 외 공저ㆍ한뼘책방)
도쿄 긴자의 유명 바텐더들이 엄선한 228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았다. 마티니, 모히토 등 역사가 깊고 잘 알려진 칵테일은 물론, 레인보우, 사케티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칵테일도 소개한다. 생생한 사진과 아이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쉽게 구성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지 10여 년이 됐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시니어 역시 스마트폰 보유율과 SNS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또 50대의 SNS 이용률도 2014년 21.5%에서 2016년 33.4%로 1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대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시니어가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대인의 일상, ‘SNS’에 있다
최근 시니어도 빠르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사진이나 건강 정보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족 간에도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눈다. 또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서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많다. SNS의 가장 큰 순기능은 바로 ‘소통’이다. 온라인은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다. 그래서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SNS도 중요하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이용하고 있는 SNS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위 ‘인스턴트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의 9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SNS 이용자 10명 중 6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그 뒤를 카카오스토리(47.6%), 인스타그램(30.5%), 네이버밴드(29.7%)가 잇고 있다. 이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친교(76.5%)’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를 보거나(55.3%), 취미나 여가 등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43%) 이용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이들은 SNS를 이용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68%),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66.4%)도 생각했다. 또 직접 만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식스포켓(six pocket)’, ‘에잇포켓(eight pocket)’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에 더해 이모, 고모, 삼촌까지 모두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손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는 모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들과 소통하려면 인터넷과 SNS 활용은 필수다.
SNS가 주는 3가지 장점
SNS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첫째, 돈을 벌 수 있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린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수익으로 연결된다. 일상생활, 반려동물 이야기,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도 들어오며,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제품 협찬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하다. 또 창업을 하거나 소규모 자영업을 할 경우 SNS를 통한 홍보가 가능하다. 입소문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SNS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SNS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을 비롯해 다른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6년 만에 브라질에서 귀국한 이찬재(76)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내 손주들을 위한 그림들’이라는 SNS 계정을 운영한다. 브라질에 있을 때 한국과 뉴욕에 사는 손주들이 그리워 2015년부터 SNS에 매일 그림을 올렸다. 이러한 사연이 영국 BBC에 소개되며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사실 그는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돌보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 그림으로 손주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옛 모습에서 최근의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그가 그린 그림은 700여 점을 넘어섰다. 그에게는 33만여 명의 팔로워도 있다. 전시회도 개최하고 그림도 판매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SNS를 시작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일본인 니시모토 키미코(90). 72세에 사진을 배운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개구리 분장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현재 약 8만 명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녀의 유쾌한 사진을 보면 구순의 할머니라는 상상이 전혀 안 된다. 사진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책도 출간했다. 이외에 노부부의 커플룩, 먹방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시니어도 많다.
SNS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SNS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SNS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어떤 SNS를 이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프로필을 기반으로 지인들과 연결된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관심사를 올릴 수 있는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다. 만약 그림이나 패션 사진을 주로 올리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 각 SNS 앱은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음은 계정 만들기다. 사용할 SNS를 결정했다면 가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이름과 휴대폰 번호 또는 이메일, 생일, 성별을 입력한다. 또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SNS 활용 교육을 무료로 하는 시도별 지자체도 많다. 가까운 지자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등록하면 된다. 교육 참가가 어렵다면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SNS 사용법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용어와 사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신비한 SNS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시니어는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에서 취미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외로움은 시니어의 4대 고통 중 하나라고 한다. SNS에서는 멀리 사는 자녀, 친구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아직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디지털 세상이 주는 즐거움을 이번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알듯 모를 듯 은근히 맞춘 아이템이 젊은 커플 사이에서 대세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커플이라면 솔깃할 세.상.에.단.하.나.뿐.인. 커플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생겨 인기다. 박애란(67), 손웅익(59) 동년기자가 젊은이들의 개성과 트렌드를 체험해보기 위해 1일 가상 연인이 되어 커플 팔찌 만들기에 도전했다.
촬영 협조 인사동 체험 공방 커플핸즈
2004년 12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많이 찾는 인기 명소 중 하나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다양한 공방들이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팔찌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유리 공예, 도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커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커플핸즈로 향했다. 체험 비용은 8000원부터 2만6000원.
➊ 디자인 고르기
체험 시작 전 견본품을 보고 매듭짓기, 세줄 땋기, 네줄 땋기 중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한다. 네줄 땋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두 동년기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세줄 땋기로 결정했다. 소재로는 소가죽 또는 실을 선택할 수 있는데 여름엔 시원한 실 팔찌, 겨울엔 가죽 팔찌가 인기다. “붉은색 계열도 마음에 들고 푸른색 계열도 마음에 드는데 어떤 색을 하는 게 좋을까요?”, “회색이 나아요? 검은색이 나아요?” 두 동년기자는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신중하게 재료와 색을 고르는 모습이 마치 유명 디자이너 같다.
➋ 장식 문구 정하기
팔찌 장식에 원하는 글자를 최대 다섯 자까지 써넣을 수 있다. 주로 커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처음 만난 날짜나 서로의 이니셜을 많이 새긴다고. 가령 철수♡영희처럼 말이다. 문구를 정한 뒤 종이에 써내면 아쉽게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예쁘게 새겨준다. 가상 커플의 한계였을까… 동년기자는 각자의 이니셜을 적어냈다. 여기까지 완료했다면 팔찌 만들기 준비는 끝! 본격적인 팔찌 만들기에 앞서 박애란 동년기자가 “파이팅!”을 외친다.
➌ 함께 팔찌 만들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한 명은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끝을 잡아주고 다른 한 명은 손목 둘레 길이만큼 줄을 땋아주면 된다. 하나를 완성했다면 그다음엔 역할을 바꿔서 똑같이 진행한다. 두 동년기자가 만들 팔찌는 머리 땋는 방법과 동일한 세줄 땋기. 직원이 옆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다. “가장 밖에 있는 줄을 나머지 두 줄 사이로 넘겨주면 됩니다.”
머리를 많이 땋아봤다는 박애란 동년기자는 처음엔 좀 헷갈려 했지만 1일 가상 남친 손웅익 동년기자의 도움으로 금세 하나를 완성했다. 만드는 동안 수십 번이나 재미있다고 외쳤다. 이번에는 살면서 한 번도 머리를 땋아본 적 없다는 손웅익 동년기자의 차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냈다. 직원은 “정말 정석대로 완벽하게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➍ 인증사진 남기기
소요시간은 약 30~60분. 팔찌 만들기에 성공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인증샷’도 빼놓을 수 없다. 두 동년기자가 1일 가상 커플 기념(?)으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해본다. 사진까지 다 찍었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팔찌 만들기 완성이다.
동년기자 체험 후기
박애란 동년기자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디자인 고르는 것부터 직접 만드는 작업까지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체험이 있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서 같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둘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걸 다 재미있어하네!” 할 수도 있지만 좋을땐 모든 게 즐겁잖아요.(웃음) 한 사람은 잡아주고 한 사람은 땋고, 정이 새록새록 쌓일 것 같아요. 가죽 색깔은 또 얼마나 예쁜지. 천연 소가죽이라는데 믿기지 않는다니까요! 세줄 땋기는 머리 땋는 방법이랑 똑같아서 쉽게 할 수 있었어요. 여자들은 한 번쯤은 자기 머리 땋아본 적 있잖아요. 원래 네줄 땋기 하고 싶었어요.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저희를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요?(웃음) 다음번엔 네줄 땋기에 도전해볼래요.
재미 ★★★★★+★
가성비 ★★★★☆
난이도 ★☆☆☆☆
손웅익 동년기자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커플룩, 커플 신발, 커플 팔찌 이런 걸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연애할 땐 그런 게 없었는데 말이죠. 저의 첫 커플룩은 신혼여행 때였어요. 큰 연회장에 신혼여행 온 커플을 위한 파티가 항상 있었거든요. 그때 부인이랑 똑같은 옷을 맞춰 입고 갔죠.(웃음) 제가 연애할 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무조건 왔을 거예요. 혼자 하면 노동이죠, 노동. 만드는 게 뭐 중요한가요?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도 나누고 만들다가 손도 스치고 그쵸? 남자들이 더 가자고 할 거 같은데요.(웃음) 처음 봤을 땐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깐 재미있고 괜찮네요. 이렇게 간단한 체험으로 안 해봤던 걸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수제공방 매력 있네요!
재미 ★★★★★
가성비 ★★★☆
난이도 ★☆☆☆☆
지난해 4월 어느 주말 오후, 느닷없이 필자의 주책이 시작되었다. 주말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1990년대 대중문화의 한 획을 긋고 해체된 1세대 아이돌 그룹을 다시 불러 모아 콘서트하는 과정을 방송했다. 그들이 해체된 후 16년이 지났건만 당시의 아이템(팬덤을 상징하는 색깔의 우비와 풍선)을 장착한 팬들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고 가수와 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당연히 필자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 시절 철없던 소녀들은 한때의 추억이 아닌 더 깊은 마음으로 가수를 응원했고 그들의 16년 전 활동에서부터 콘서트 영상까지 다 찾아 보면서 애정 어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필자도 그렇게 아이돌 그룹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시쳇말로 ‘이모팬’이 된 것이다. 아마 최고령 팬이 아닐까 싶다. 누구한테 말하기에게는 살짝 민망할 때가 있는 걸 보니 주책임이 틀림없다.
몇 년 전 후배가 집에 보온병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말을 했다. 좋아하는 가수에게 몸에 좋은 차와 음식을 만들어 보내서란다. 명품 셔츠를 사서 보내고 자기도 같은 옷을 입고는 그와 커플룩을 입었다며 뿌듯해하곤 했다. 필자는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의 행동을 십분 이해한다.
필자도 그들이 바빠지거나 얼굴이 야위면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되고, 그들의 노래가 좋은 성과를 내면 필자의 일처럼 기쁘고 마치 자식이 성공한 것처럼 뿌듯하다. 물론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다 한다. 플레이어도 없는데 소장용으로 새 앨범을 사고, 대형 서점에 찾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형 서점에서 사야 새 앨범 판매 실적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길에서 그들의 노래가 나오면 걸음을 멈추고 다 끝날 때까지 미소를 짓다가 가던 길을 간다. 이제는 웬만한 랩도 따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들 덕분에 힙합, 랩이 특기라고 소개할 수 있는 시니어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새 노래 나왔다. 한번 들어봐라” 하며 홍보한다. 물론 그들이 속으로 ‘아이고 저 주책~’이란 말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필자도 처음엔 그들의 노래가사 한마디에 위로받고 눈물까지 흘리는 스스로의 모습에 당혹스러웠으므로.
가족들은 ‘으이그 저 빠순이’ 하며 놀리기도 하지만 기꺼이 응원해준다. “어딘가에 맹목적으로 빠지는 네 열정이 부럽다”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다.
아무렴 어떠랴. 주책이라면 또 어떤가. 시니어는 클래식이나 트로트만 좋아해야 하나? 아이돌 음악도 엄연한 대중예술의 한 장르다. 또 그들의 음악인 K-POP은 한류의 대표 상품으로 엄청난 외화벌이의 효자 문화 콘텐츠 아닌가.
필자가 응원하는 가수도 곧 해외 진출을 한다고 한다. 그들이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서 국제적인 아이돌이 되면 좋겠다. 한류 수출의 기수가 되길 팬으로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
순수하고 긍정적인 팬심에 나이라는 변수가 왜 필요한가. 필자는 작년에 너무 가고 싶었던 콘서트엘 못 갔다. 주책 떠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가지 못했는데 너무 후회스럽다. 올해 콘서트가 열리면 당당하게 가서 노래도 따라 부르고 더 적극적으로 즐겨볼 작정이다.
어느 날, 배우자가 나의 괴팍한 면까지 닮아버린 걸 보고 심장이 덜컥할 때가 있다. 하물며 옷 입는 스타일까지 비슷해지는 건 부부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여기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 커플들이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벌의 패션으로 부부애를 과시하는 커플룩의 선구자들.
글 김민정 프리랜서 패션에디터 사진 instagram.com/bonpon511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에서 중년 부부로 분한 고두심과 장용의 대화가 떠오른다. 사기를 당할 뻔한 이 시대의 대표 중년남 장용이(극에서의 이름도 ‘신중년’이다) 고두심에게 용서를 구하자, 고두심이 눈물을 흘리며 친 대사다. “욕해달라고? 뭐라고 욕해줄까? 부모님은 당신을 낳았지만, 40년 넘게 살아온 건 나야. 내 거울이 당신이야. 당신 거울이 나고. 끼리끼리 산다는 게 맞아. 나 당신한테 돌 못 던져”라며 그를 용서했다. ‘당신은 나의 거울’. 이 말처럼 입맛이 같아지고, 취향이 비슷해지고, 심지어 외모나 패션까지 자연스레 닮아가는 것이 부부의 숙명이다. 애정이 깊은 부부는 자연스레 서로를 공유한다. 20대의 불타오르는 커플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광고하고 증명하기 위해 커플룩을 입는다면, 중년은 다르다.
한창 젊은 시절에는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커플룩’의 정석이라 여겼지만, 나이가 지긋해지면 같은 ‘옷’이 아니라 같은 ‘느낌’으로 입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예가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60대 일본인 부부다. ‘bonpon511’이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인 이 부부는 1980년에 결혼해 올해로 37년째 부부로 살고 있다. 백발의 부부는 작년 12월부터 100여 벌의 커플룩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는데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팔로워 수만 이미 43만여 명! 웬만한 연예인도 울고 갈 숫자다. 그들이 업로드한 사진에는 보통 4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린다. “저흰 완벽한 커플룩보다는 색상과 무늬, 패턴 면에서 통일성이 있는 패션을 즐겨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부는 커플룩의 노하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니클로나 GU 같은 SPA 브랜드에서 주로 쇼핑을 하며 쇼핑 취향이 비슷해 자연스레 커플룩을 입게 되었다는 부부. 부인이 굵은 줄무늬 티셔츠를 입으면, 남편은 그보다 얇은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부인이 빨간 원피스를 입으면 남편은 빨간 니트로 분위기를 맞춰준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컷의 사진으로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패션의 힘 아니겠는가.
커플룩의 또 다른 사례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영화배우 윤정희 부부를 들 수 있다. 앞서 만난 일본인 부부와는 또 다른 리듬감으로 커플룩을 완성한다. 70세를 넘긴 이 노년의 커플은 연출이 1%도 섞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커플룩을 선보인다. 부인의 머리를 남편 백건우가 직접 잘라줄 정도로 애정이 깊은 부부는 공식석상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비슷한 분위기의 옷을 입는다. 한때 화려한 여배우의 길을 걸었던 윤정희는 남편 백건우를 만나 소박하게 변했다. 머리 손질은 남편이 해주고, 어떤 자리에 가든 메이크업 역시 자신이 직접 한다. 미니스커트와 베레모를 즐기던 패셔니스타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백건우, 윤정희 부부로서는 완벽한 패션을 보여준다. 백건우가 하얀 터틀넥에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서면(이 또한 얼마나 백건우스러운가), 윤정희는 검정색 롱 드레스에 그레이 스카프를 하고 옆을 지킨다. 어깨선을 한참 벗어난 오버사이즈의 코트를 입고 파리 거리를 걷는 부부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지다. 앞에서 고두심이 말한 ‘당신은 나의 거울’이라는 표현이 이 사진의 캡션으로 딱 어울린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커플룩의 또 다른 사례는, 영화 의 주인공들. 76년째 함께한 부부는 주로 고운 한복을 같은 컬러로 맞춰 입는다. 꽃분홍에서 쪽빛 한복까지, 그들은 눈부신 컬러들로 부부임을 강조한다. 둘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 몸이 된 부부의 모습이 옷에서도 읽힌다.
젊은 커플들에게는 커플룩은 어떻게 연출해야 멋지며, 어떤 아이템이 제일 낫다는 식의 스타일링 팁이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수십 년, 서로를 비춰온 시니어 부부들에게는 그런 팁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커플룩을 만들지 모른다. 이미 많은 것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는 부부들은 옷장만 열어봐도 알 수 있다. 다만 나의 남편과 함께, 나의 부인과 함께라는 생각을 지우지 않고 옷을 고르는 시간마저 함께한다면 커플룩은 자연스레 완성될 것이다. 이보다 더 크고 매력적인 팁은 없다.
누구나 자녀에서 부모로, 다시 조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을 밟는다. 삶의 종반부에서 맞닥뜨리는 조부모 단계는 인생의 핵심이자 하이라이트다. 실제 60대 부부와 아들 내외가 손녀 ‘애지’를 중심으로 즐거운 이야기, 우울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봤다.
손녀 애지의 여덟살 생일 아침 아들 내외 집에 갔다.
손녀 선물 사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애지를 위해 책가방 란도셀을 62만원 주고 샀다.
제 에미가 잘 기른 덕에 초등학교 1학년치고는 영어 실력은 좀 된다며 은근히 딸 자랑을 한다. 며늘아이의 맘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자식자랑 한 번 못하고 일만 했는데. 국제시장 덕수마냥. 허허허.
제 자식 이쁘다면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으랴만 손주는 참말로 이쁘다.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해피버스데이 투 유…나도 애지 사랑한데이.”
내 얼굴을 손녀가 만지고 부비고 뽀뽀를 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애지 키가 또 컸네. 할머니 키보다 더 크겠네. 에미 네가 참 수고한다.”
아내는 며느리를 먼저 칭찬한다.
“네 동생 보고 싶지 않니?” 하며 둘째 낳을 생각 않는 아들만 서운한 듯 바라본다.
“다 큰 자식 뭐라 한다고 듣기는 하겠어요?”
아내가 며늘아이 안 들리게 한마디 한다.
“제놈두 아마 세월이 가면 늠름한 자식놈 앞세워 목욕도 가고 산에도 가고 운동도 하며 아들놈과 호연지기를 맘껏 펼쳐보고 싶을 텐데.”
아들놈은 아들을 낳으라는 압력을 못 알아들은 척 인상을 찌푸린다.
손녀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내 아이들을 키울 때 나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아내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만 하고 아이들과 대화로 해결한다고 하면서도 많은 것을 내 고집대로 결정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손자녀가 태어나 걷고 젖니가 빠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걸 보면서 내 아이들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되살아나 꿈틀거린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똑같은 사건을 아이들이 나와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 놀라웠고,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나 나의 이면을 알게 된 적도 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는 기억에 없는데…….”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부모가 장성한 자녀들과 소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 들어 생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감은 당연하다.
“그래 이제 와서 내가 간섭한다고 한들 아버지 말을 듣겠니?”
장성한 자녀에 대해 10%만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말을 거는 것이다.
“요즘도 야근이냐? 종친회 모임이 이번 주에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니?”
아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붙여본다.
“바빠요, 아버지는 제가 싫어하는 종친회를 왜 가자고 하는지? 거기 가면 싸우고 선산이 어쩌고…….”
아무리 친구처럼 지내도 부모는 자녀를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어릴 적 키울 때처럼 자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면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자녀는 불효자식이 되고 말 것이다.
“할아버지, 왜 아빠랑 싸워?”
“응, 괜찮아. 싸우는 게 아니고. 할아버지랑 아빠랑 의견을 나누시는 거야.”
며늘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위로하듯 손녀에게 응대한다.
세대를 잇고 과거를 이해하게 만든 소중한 존재는 바로 손주다.
손주가 없었다면 서툰 부모로만 남았을 것이다.
사실 내 배가 좀 나왔다.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웃겼던지 손녀가 내 배를 두들긴다.
아프지만 손녀가 나를 좋아해줘서 흐뭇하다.
내 친구 손녀는 할아버지한테서 냄새가 난다며 얼굴도 못 만지게 한다는데.
혼자라서 지 멋대로 하는 손녀가 때로는 짠하다.
할머니 등을 때리고 가슴을 치는 일들이 생긴다. “할머니는 이것도 몰라?”
흔히 엄마들은 할머니가 아이 버릇을 망친다고 걱정하지만, 아이 버릇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엄마 아빠다.
손녀가 할머니에게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아이에게 잘못을 알도록 호되게 꾸짖는다.
“에미야, 애지가 요즘 투정이 부쩍 늘었어.”
이렇게 살짝 말하고 슬그머니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준다.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아이가 조부모와 깊은 가족애를 나누기 힘들다.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에게 화부터 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같은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아이가 관계 형성에 부담을 갖고 피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손녀에 대한 일은 부모보다 앞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조부모는 앞서가는 자리가 아니라 따르는 자리에 있어야 좋다.
“애지 낳느라 고생이 많았다. 오늘은 애지 생일이지만 네가 축하 받아야 한다.”
며늘아이에게 가방 선물을 건넸다.
살짝 수줍어하며 “아버님, 뭘 이런 걸 다…….”
며늘 아이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니 고맙다.
“하나만 더 낳아다오” 하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아들, 딸 키우던 내 젊은 날엔 ‘먹고살기에 급급해 일만 하다 여유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무책임함을 덮어버린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손주들에게만은 후회 없는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
내 인생 후반전은 손녀 녀석으로 너그럽고 풍요롭게 성숙해져가고 있다.
만화 보며 사춘기 손녀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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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랑 서점 가서 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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