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이다. 노인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취약한 계층으로 꼽힌다. 김윤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건강관리에 있어 예방접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적절한 예방접종만으로도 코로나19, 폐렴,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파상풍 등 감염병으로 인한 노인 사망률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위험한 코로나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은 크게 떨어졌지만, 코로나19의 위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제 올해 발생한 바이러스성 입원환자 중 코로나19 환자 비율은 34.7%로 가장 많았다. 독감(15.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15%로 65세 미만의 약 40배의 달한다.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8주간 수집된 급성호흡기감염증 감시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65세 이상이 약 67%로 나타났고, 낮은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보인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도 사망자의 90% 이상을 60세 이상이 차지했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현재 유행하는 변이(JN.1)에 대한 백신의 효과성,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짧은 면역 지속 기간 등을 고려해 2024년 상반기 코로나19 접종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월 15일부터 마지막 코로나19 백신 접종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중 5세 이상이면서 23-24절기 업데이트된 백신 접종자, 지난 동절기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추가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접종 백신은 현재 국내와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인 변이에 맞춘 XBB.1.5 화이자·모더나 백신이다. XBB.1.5 백신을 접종한 65세 이상 고령층은 미접종자 대비 감염·입원·중증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자의 감염 위험은 미접종자의 3분의 1 수준인 32.5%였고, 입원 예방 효과 73.5%, 중증 예방 효과 78.1%로 높게 나타났다.
김윤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만 백신 접종 후 수개월이 지나면 항체면역이 감소할 수 있고,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만큼 고위험군에서 연간 충분한 면역수준을 유지하는 데 추가접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자는 주의, 폐렴구균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은 폐렴을 비롯해 정맥동염, 중이염, 수막염 등 침습적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이다. 건강한 성인에서는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영유아에서 침습적 감염을 일으키며 치명적일 수 있다. 폐렴구균은 대개 무증상 보균자의 비인두에 집락화돼 있다가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보건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하는 23가 다당질 백신과 일반병원에서 접종하는 13가 단백접합 백신으로 나뉜다. 23가 다당질 백신은 다양한 혈청형의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접종 후 1년이 지나면 항체 역가가 감소하기 시작해 5년 후에는 재접종이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의 한계를 보완한 백신으로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적인 폐렴구균 감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김윤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기존 13가 단백접합 백신에 혈청형이 추가된 15가 단백접합 백신이 국내에 도입됐고, 미국에서 허가된 20가 단백접합 백신이 국내 도입될 예정으로, 앞으로 보다 넓은 혈청형의 폐렴구균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이들고 지치면 나타나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띠 모양의 발진’이라는 뜻이다. 과거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 한 사람에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Varicella Zoster Virus)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감각 신경절로 이동해 잠복 상태로 존재하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붉은 반점, 수포, 농포 등 다양한 피부병변과 신경통을 일으킨다. 성인의 90% 이상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대개 나이가 들거나 몸이 지치고 피로한 경우,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재활성화된다. 보통 45세 이후 급격히 증가해 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만 50세 이상에서 접종이 권장된다. 대상포진을 앓은 적 없는 65세 이상 노인 3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후 3.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 발생률이 51% 감소했다. 50~59세 70%, 60~69세 64%, 70~79세는 42%, 80세 이상 18%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백신 접종 시 대상포진을 앓아도 증상이 약했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후유증 발생도 최대 74% 줄었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Influenza)는 급성 인플루엔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호흡기 비말(droplet)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감염 가능성이 높다. 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발열(38℃ 이상), 두통, 전신쇠약감, 마른기침, 인후통, 코막힘, 근육통 등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지정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 임신부 등이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주로 12월에 시작되고,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 약 3~12개월(평균 6개월) 유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11월까지 가까운 동네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김윤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철 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며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낮은 백신 효능을 극복하기 위해 2023년 개정된 대한감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1947~49년생)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기는 시점은 2025년. 이때 일본의 고령화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 비용 증가, 간호 인력 부족 등으로 일본 정부는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 스스로 관리해 간호받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도록 예방하자며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가 75세를 넘는다는 건 단순히 일본 인구 중 고령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신체와 정신 활동이 급격히 저하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요양이 필요한 상태에 다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사회보장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 2022년 일본의 의료, 간호,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관련 비용은 36조 200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75조 4000억 원이다. 2022년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게다가 일본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평균 3.5명인데, 일본은 2.4명 수준이다. 후생노동성은 2040년 일본에 필요한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수는 1070만 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974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령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의료 인력은 줄어들어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 비용 줄이고 인력 보충하고
후생노동성은 정책적으로 의료 비용 줄이기와 부족한 의료 인력 보충, 국민 개인의 관리로 간호 필요 시점 늦추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리필 처방전’ 제도를 시행했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고령자라면 같은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매번 의사의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처방전만 받아가는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2014년부터 해당 제도의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의료 인력 확충에도 집중하고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은 영주권 또는 정주자 비자, 유학생 비자, 기술 실습생 비자, 특정 비자 1호를 소지한 외국인을 간호보조자로 채용해 보충하고 있다. 앞으로는 간호사·약사 등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의사의 업무를 분담하는 ‘태스크 셰어’와 업무 중 일부를 간호사에게 일임하는 ‘태스크 시프트’ 등의 의료 개혁 부분을 2022년 후생노동백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의료법은 의사, 간호사, 약사의 업무 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해두어 업무 공유가 불가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약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고, 영국과 스웨덴은 어떤 조건에서 간호사가 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직종 간 다툼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사회는 간호사 등이 의사의 일부 업무를 공유해야 한다 하더라도 의사의 관리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셀프 관리로 간호 늦추는 ‘프레일’
후생노동성은 간호의 대상이 되기 직전, 관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대상을 ‘프레일’(フレイル)이라 정의하고 ‘개호(요양 혹은 간호) 예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프레일은 영어 ‘Frail’로 ‘노쇠한, 허약한’이라는 뜻이다. ① 체중 감소(6개월간 2~3kg 이상 감소) ② 악력(근력) 저하 ③ 피로감(최근 2주간 어쩔 수 없이 지치는 느낌) ④ 보행 속도 ⑤ 신체 활동 등의 평가 기준에 따라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프레일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의 10%인 약 360만 명이 프레일이라고 추정한다.
정부는 프레일 고령자를 관리함으로써 ‘개호 예방’ 효과를 얻으려 한다. 개호 예방이란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를 가능한 한 늦추는 일이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노인의 운동 기능이나 영양 상태 개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 기능 개선이나 환경 조정을 통해 개별 노인의 생활 기능이나 사회 참여를 높여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고령 인구의 건강을 관리하는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이 강조되면서 식품 시장에서는 단백질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고령자 전용 헬스장, 찾아가는 이동 트럭 슈퍼마켓 등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인플루엔자(계절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만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작, 이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층까지 확대된다. 접종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11일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에 따르면, 만 75세 이상 고령층(194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의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이 12일부터 이뤄진다. 이후 17일부터는 만 70~74세(1948년 1월 1일~1952년 12월 31일 출생자)의 접종이, 20일부터는 만 65~69세(1953년 1월 1일~1957년 12월 31일 출생자)의 접종이 가능해진다.
올해 독감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는 생후 만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2009년~2022년 8월 1일 출생자),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질병청은 “접종 초기 쏠림현상과 이로 인해 발생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연령에 따라 접종 시작일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생후 만 6개월~9세 미만 어린이 중 생애 처음 접종하는 2회 접종 대상자의 접종이 시작됐고, 지난 5일에는 생후 만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의 접종이 가능해졌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어린이, 임신부와 달리 올해 12월 31일 접종 기간이 끝난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접종은 어린이, 임신부와 달리 출생과 임신 등으로 대상자가 추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12월 말까지 전체 접종 대상자의 99% 이상이 접종함에 따라 적기에 신속한 접종을 위해 접종 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달 16일 3년 만에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질병청이 9월에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에서 독감은 통상 11월~4월에 유행한다. 코로나19 사태 속 최근 2년 간은 독감 유행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독감 유행이 일찍이 시작됐다. 특히 영유아들이 독감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아 독감 확산세가 더욱 빠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주소지에 관계없이 전국 지정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가까운 기관은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찾을 수 있다. 접종 기관에 방문할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
10월 중하순부터 12월말까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무료로 시행된다. 독감에 걸리면 심장질환, 당뇨병 및 기저질환 등이 있는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위험이 있어 매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이러한 사항은 미국 시니어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10월 말까지는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50대 이상 시니어에게 필요한 백신들을 소개했다.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인플루엔자 백신
미국에서 매년 독감 관련 입원 환자의 50~70%는 노인층이다. 그러나 AARP의 집계에 따르면 50~64세 미국 성인의 절반만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 물론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질병의 심각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독감 유행 시기는 10월에 시작해 3월 정도에 끝난다. 독감과 싸우는 항체가 체내에서 생성되는 데 약 2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가급적 10월 이내 접종을 권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고용량 버전의 백신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란셋 호흡기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용량을 접종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표준 용량을 접종한 같은 연령대보다 입원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뉴 잉글랜드의학 저널 또한 고용량 백신이 표준 용량 대비 65세 이상 성인의 독감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 코로나19 백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 시니어라면 이전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유행 변종을 피하기 위해 업데이트된(오미크론) 부스터를 맞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202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백신을 맞은 또래보다 코로나 19로 사망할 가능성이 5배 더 높았다. 아울러 50세 이상 성인 중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최신 코로나19 백신이나 부스터를 맞은 사람보다 관련 질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14배 더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거 약물이나 백신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던 경우라면 의사와의 상담 후 독감 예방 주사와 동시에 코로나19 부스터를 예약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폐렴구균 백신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매년 다른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을 합친 것보다 폐렴구균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과 어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증상을 보이며, 이로 인한 사망률은 노인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PCV13(폐렴구균 백신 중 하나)이 사용 첫 3년 동안3만 건 이상의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과 3000명의 사망을 예방했다고 추정한다. AARP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성인의 약 65%가 폐렴구균 백신을 맞았다. 아울러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만성 질환자와 노인을 케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건강하더라도 관련 백신을 접종하길 권장한다.
◇ Tdap 백신 또는 Td 부스터
Tdap 백신은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를 의미하며, Td는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를 말한다. 이러한 백신에 대해 들어본 적 없거나 맞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접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성인의 경우 10년마다 Tdap 또는 Td 접종을 권고하며, 심각한 상처나 화상 등을 입은 경우라면 5년 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백일해 접종의 경우 12개월 미만의 아이를 돌보는 부모와 조부모라면 더욱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미국에서 백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65세 이상이라도 예방 접종은 필요하다. 간질 또는 기타 신경계 문제가 있거나 이전 백신 접종 후 심한 부기 또는 통증, 또는 길랭-바레 증후군이 있다면 의사와의 상담 후 접종을 진행한다.
◇ 대상포진 백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세 이상의 경우 기존 대상포진 관련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질환을 앓은 적이 있더라도 새로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길 권장한다. 3명 중 1명은 일반적으로 50세 이후에 대상포진에 걸리며, 나이가 많을수록 그 위험성이 높아진다. 85세가 되면 적어도 2명 중 1명은 대상포진에 한 번은 걸렸을 것이다. 대상포진은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수두에 걸렸던 사람의 몸에서 수십 년 동안 휴면 상태를 유지하다가 스트레스, 약물 또는 질병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될 때 다시 나타난다. 감염되면 불은 발진과 함께 고통스러운 수포를 유발한다. 환자의 약 15%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되는 대상포진이나 극심한 신경통을 앓게 된다. 상태가 확실하지 않고 우려되는 경우 CDC는 백신을 다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AARP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에 50~64세 성인의 16%가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적이 있든 없든 고령자라면 이 백신을 맞는 것이 중요하다.
◇ A형 간염과 B형 간염 백신
간 질환인 A형 간염과 B형 간염의 경우 고위험군인 50세 이상에게 예방 접종을 권고한다. 1995년 A형 간염 백신이 처음 출시된 이후 미국의 A형 간염 발병률은 95% 이상 감소했다. A형 간염의 경우 질환에 걸리더라도 뚜렷한 징후가 없다가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체액(혈액, 정액, 타액)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몸에 들어갈 때 전염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6년 신규 B형 간염 건수가 2만 900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A형 간염과 B형 간염에 대한 혼합 백신도 있으며, 이 경우 6개월에 걸쳐 3회 접종하면 된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다시 감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하위계통(BA.2, BA.5)이 재감염 위험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재감염 추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최초 감염으로부터 두 번째 감염까지 평균 154~165일 걸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선 6월 분석에서는 229일이 평균치였다. 최초 감염 이후 두 번째 감염이 발생하는 기간이 2개월가량 짧아졌다는 의미다.
중대본은 최근 2회 감염의 증가 이유를 △누적 최초 감염자의 증가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기존보다 높은 BA.5의 점유율 증가 △자연 또는 백신 면역에 의한 효과 시간 경과 등으로 꼽았다. 지금껏 나온 변이 중 면역을 가장 잘 회피한다고 알려진 BA.5 바이러스가 여름 들어 우세종화하면서 재감염도 더 빠르고 쉽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6월 마지막 주 24.1%였던 BA.5 국내 검출률은 지난주 75.2%로 높아졌다.
중대본은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인 올해 2∼4월에 최초 감염자가 급증했고, 이들의 면역 감소와 BA.5 우세화 유행이 맞물려 향후 2∼3달간 재감염 사례가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주의했다.
과거 코로나19에 걸린 적 있는 사람에게도 백신의 이익은 명확하다고 중대본은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2회 접종자의 재감염 확률은 미접종자의 절반이다. 3회 접종자의 재감염 가능성은 4분의 1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재감염 사례의 절반이 미접종자”라고 밝혔다.
더불어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접종을 재차 독려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4차 접종률은 이날 기준 대상자의 44.7%다. 방역 당국은 신규 확진자 중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20%까지 높아져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접종받기를 권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3세대 두창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기도 이천 소재 물류창고로 옮겨져 보관되며, 유효기간은 5년이다. 추후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와 접촉해야 하는 의료진,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등에게 쓰일 예정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당국이 고위험군 보호에 나섰다. 지난 4월 30일부터 허용됐던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를 다시 중단하고, 4차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부터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대면 면회가 중단된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해왔던 감염취약시설 면회는 약 석 달만에 다시 중단됐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다수 밀접해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는 최근 4주간 총 24건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400명이 확진됐다.
정부는 또한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에 참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3차 접종 후 4개월이 지난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구성원 약 151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차 접종군 감염 예방효과는 20.3%, 중증화 예방효과는 50.6%, 사망 예방효과는 53.3%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재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중증‧사망 예방을 목적으로 세부 접종 계획을 세웠다.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장애인‧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이들이 권고 대상이다.
4차 접종 기저질환자 대상 질환은 다음과 같다. 만성폐질환(천식, 간질성폐질환, 폐색전증, 폐고혈압, 기관지확장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질환(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심근병증, 허혈성심질환, 심장판막질환, 선천성심장병), 만성간질환(간경변, 비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만성신경계질환(치매, 파킨슨병, 중증근무력증, 근육병, 다발성경화증, 뇌성마비 및 기타 마비성증후군, 간질), 자가면역질환(전신성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뇌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암, 낭포성섬유증, 당뇨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BMI지수 30 이상의 비만, 활동성 결핵이다. 이외에도 상기 기준에 준하는 기저질환자 및 면역저하자로서 4차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접종 가능하다.
현재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BA.4, BA.5 신규변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4차 접종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고하고 있다.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도 4차접종의 효과성을 증명해냈다. 캐나다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캐나다 온타리오주, 626개 장기 요양시설 60세 이상 거주자 6만 1344명)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 백신 효과는 매 접종마다 증가했으며 미접종자 대비 4차접종의 감염 예방효과가 49%, 중증(입원 또는 사망) 예방효과가 86%로 나타났다.
한편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초에 집계된 국내 신규확진자의 약 97%는 과거 코로나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재택근무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중단되면서 기존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고령층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상이 약해 재감염 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AARP가 보도한 축적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독감 예방 주사는 뇌 건강 및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UT헬스 휴스턴의 연구원들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93만6000명의 65세 이상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독감 예방 주사를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40%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들에게서 보호 효과가 더 높았다. 연구의 주저자인 아브람 벅바인더 박사는 성명에서 “매년 독감 백신을 꾸준히 접종한 사람들에게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가장 낮았다”며 “4년의 추적 기간 동안, 예방접종을 받은 이의 5.1%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병률은 8.5%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
그렇다면 백신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아직 뚜렷한 원인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면역 체계가 뇌 장애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다른 연구에서는 파상풍, 소아마비, 헤르페스와 같은 다양한 성인 예방 접종과 치매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2020년 듀크대학 연구팀은 폐렴 예방 접종을 받은 65~75세 성인의 경우 알츠하이머의 유병률이 더 낮게 나타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구에서 독감 예방 접종이 이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진행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도 조사할 가치가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재유행 대비 4차 접종 대상 확대 계획 발표에 따라,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4차 접종을 당부했다. 4차 접종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80세 이상 연령층에게 적극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이들도 접종 권고 대상이다. 이번 계획은, 재유행에 대비하여 고위험군의 중증사망 예방을 위해 수립됐다. 대상 집단의 치명률 및 중증화율, 국내·외 연구결과, 주요국의 정책방향 및 근거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방침이다.
국내 코로나19 4차 접종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백신은 감염예방효과가 낮고 지속기간이 짧으나, 중증 및 사망예방효과는 50%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확인됐다. 신규변이 유행에도 현재 백신의 중증·사망 예방효과는 유지되므로, 현재 백신을 고위험군의 선제적 보호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외 연구도 4차접종의 효과성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캐나다의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접종 효과 분석에서, 백신효과는 매 접종마다 증가했으며, 미접종자 대비 4차 접종의 감염 예방효과가 49%, 중증(입원 또는 사망)예방효과가 86%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호주 등 국외 주요 국가에서는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하고 있으며, 4차 접종 대상 확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호주에서는 BA.4, BA.5 신규변이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4차 접종을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고(7월 8일)하고 있다.
세부적인 접종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접종 대상: 50대 연령층 전체,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종사자 중 3차 접종을 완료하고 4개월(120일)이 경과한 자.
*50대 연령층: 4차접종 대상자인 50대 연령층은 출생연도 기준으로 1963년 이후 출생자부터 1972년 이전 출생자까지 해당.
△접종 간격: 3차 접종 후 최소 4개월(120일) 경과 시점부터 접종할 수 있으나, 개인 사유(국외출국, 입원·치료 등)가 있을 경우 3차 접종 완료 3개월(90일) 이후부터 당일접종 가능.
△접종 방법: 사전예약 누리집(ncvr.kdca.go.kr)을 통해 예약 또는 당일접종, 누리집을 통한 대리예약이나, 전화예약(1339, 지자체콜센터).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하며, 지자체 여건에 따라 보건소 접종도 가능. mRNA 백신 또는 노바백스 백신으로 접종.
△접종 일정: 사전 예약은 7월 18일(월)부터 시작, 예약접종은 8월 1일(월)부터 시행 예정
당일접종은 7월 18일(월)부터, 카카오톡·네이버에서 잔여백신을 예약하거나 의료기관에 유선 연락을 통한 예비명단을 활용해 접종 가능.
△이상반응 감시: 접종받은 고위험군 모두에게 접종 시 등록된 연락처로 접종 이후 3일 차에 주의사항 및 조치사항 재 안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 상황을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특히 중장년층은 어떤 변화를 맞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 저서 ‘팬데믹 제2국면’을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갈 겁니다.”
우석훈(54) 성결대학교 교수의 첫마디였다. 책의 부제 또한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고 오래갈 것을 예상해 ‘롱테일’(Long Tail, 긴 꼬리)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서 우 교수는 팬데믹을 제4국면으로 나눴다. 제1국면은 2020년, 코로나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기간을 말한다. 제2국면은 2021년으로 선진국에 백신 보급이 시작되는 기간이다. 우석훈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 나라와 확보하지 못한 나라 간 국제적 갈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2022년인 현재는 우석훈 교수의 예상대로라면 팬데믹 제3국면이다. 우 교수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제3국면으로 정의하며 선진국 사이의 여행이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4국면은 2023년으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되는 시기이며, 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석훈 교수는 예상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우 교수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을까. 우석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오미크론의 등장은 예상했지만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또한 예상했던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고 충격을 덜 받았다”고 변수를 짚었다.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우석훈 교수의 책이 나오던 시점인 2021년부터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오미크론의 등장은 코로나19의 꼬리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언제부터를 ‘포스트 코로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 교수는 “PCR 검사 없이 일본 관광을 다녀올 수 있을 때가 기준점”이라고 답했다. 현재 일본, 인도네시아는 자국 입국자에게 PCR 검사 결과만 인정하고 있다.
우석훈 교수는 책에서 제4국면에 속하는 2023년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봤다. 특히 그는 그때가 되면 “한국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 균형’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제1그룹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조만간 일본과 프랑스도 넘어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선진국화가 국민들도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 교수는 “추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아닌 ‘나만 힘들다’를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양극화 속에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앞서 말한 대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양극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령, 소득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딱 하나더라고요. 해외여행이죠. 이제 국경이 열리면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겠죠.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들기 때문에 못 나갈 거예요. 코로나19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 같이 집에 있었고 동네에서 같은 슈퍼를 왔다 갔다 했으니 그 차이를 못 느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된다는 거죠.”
우석훈 교수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업종의 차이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특수를 맞은 산업은 더욱 잘 되고, 충격을 받은 산업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산업 구조가 IT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평했다.
“결국 IT와 관련된 회사는 더욱 커질 것이고, 격리 시절에 필요했던 배달은 앞으로 줄어들 것인데 배달업 쪽이 어떻게 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 같아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승자가 됐죠. 코로나19 확산 초반에 보건소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차로 가라고 했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차 없이 버티던 사람들도 차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됐으니까 차를 사게 되고, 그게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거죠.”
특히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코로나19 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이는 미국을 앞지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그 숫자가 확 줄었고, 배급과 유통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 교수는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느냐를 넘어 산업 존폐도 달려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이후 당분간 천만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버스 안에는 부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공기업 근무자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앉아 있다. 한계에 내몰린 청년들이 서 있고, 가사노동자를 비롯한 여성들이 서 있다. 노약자 보호석이 있기는 하지만, ‘인생 2모작’이라는 명찰을 단 일부 노인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서 있다. 중간중간에 멀미를 버티지 못해서 내린 사람들을 보니까 대학 비정규직 강사 등 지식 생산을 담당하던 사람들이나, 작가와 화가처럼 문화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우석훈 교수는 팬데믹 이후 도래할 ‘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의 상황을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비유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인층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인생 2모작’ 명찰을 단 사람과 달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발생했다.
“일을 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2모작’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적어질 거예요. 돈을 충분히 벌어서 은퇴 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을 하더라고요.작가를 한다든지 화가를 한다든지 말이죠. 돈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계속 일을 해야만 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 2모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석훈 교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까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쥐어짜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부터 20, 30년은 평균적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별로 없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더불어 우 교수는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10·20대는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40·50대를 향한 문화 경제의 집중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 교수는 “잔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IT 변화에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 꼭 IT 관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20·30대는 선진국 국민이고, 50대 이상은 개도국 시절 국민이다.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을 선진국 국민들은 하기 싫어 한다. 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50대 사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같은 개도국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도 격차가 굉장히 클 거예요. IT에서 생겨난 변화, 인공지능으로 생겨난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거죠.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에요. 시대 감성이 바뀐 것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쓴다거나 뭔가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것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팬데믹 시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전에 했던 육체노동이나 집단노동 시대가 아닌 개별화된 노동인들이 움직이는 시대가 될 건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 거죠.”
더불어 우석훈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일본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역에서 서로 봉사하고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개별화된 삶의 형태인 우리나라에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므로 로봇과 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어느 국가에 사느냐, 어느 동네에 사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몇 명 안 된 나라는 편안하게 있었던 거고, 10만 명당 몇 천 명이 확진된 나라는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거죠. 이렇게 팬데믹은 개인의 삶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얘기해주죠. 공동체, 그 다음 국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켜준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공동체와 개인, 두 가지 축을 두고 늘 고민을 하셔야 될 거예요.”
우석훈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은 또다시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까지 4~5년 주기로 팬데믹을 겪었다. 우 교수는 다음은 무엇일지 모르지만 4~5년 내에 또 팬데믹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지도 모른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이 몇 번 돌 것이고, 다음 선수가 또 나오겠죠. 또 지구 자체에 여행이 너무 많아지고, 공동체화가 되고, 자연 생태에 있던 것들이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팬데믹이 생겨나는 거예요.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팬데믹이었죠. 저도 50대 중반으로서 수많은 실망스러운 사건들을 겪었지만 아직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련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음번 팬데믹까지 모두 안녕!”
‘원조 국민 MC’ 송해가 8일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다. 향년 95세.
송해는 지난 4일 KBS 1TV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영광군 현장 녹화에 불참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만에 재개된 현장 녹화였다. 이어 송해는 지난 7일 경기 양주시 편 야외 촬영 녹화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송해는 지난 1월과 5월에는 지병인 폐렴 관리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3월에는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대중의 걱정을 샀다.
이처럼 올해 들어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고령의 나이에 체력적 한계를 느낀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계속 맡을지에 대해 제작진과 상의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하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해는 1927년 4월 27일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웠고, 6·25 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온 뒤 1955년 창공악극단의 단원으로 유랑 극단 무대에 오르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특히 송해는 1988년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왔다. 34년 간 공개 녹화를 통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고, 자타공인 ‘국민 MC’에 등극했다.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 세계기록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송해는 KBS 2TV 드라마 ‘싱글네 벙글네’(1981)와 KBS 2TV ‘나를 돌아봐’ MBC TV ‘세모방 : 세상의 모든 방송’, TV조선 ‘부캐전성시대’ 등 예능물에 출연했다. 지난해 고인의 일대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가 개봉했으며, 올 설 연휴에는 송해의 인생을 뮤지컬로 녹인 KBS 2TV에서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가 방송됐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 고인은 “땡과 딩동댕 중 뭐가 더 소중하냐고 하는데,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 나 역시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2016년에는 서울 종로에 송해의 이름을 딴 ‘송해길’이 조성됐다. 본지는 2019년 송해길에서 송해를 만났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던 그는 "때론 사람 구경도 취미로 삼으면 좋다. 천태만상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다. 종로에 자주 오셔서 맛난 것도 드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본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