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건강기능식품으로 각종 영양소를 보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과대광고, 잘못된 정보에 속거나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제품을 무턱대고 구매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강기능식품, 현명하게 소비하기 위해 알아야 할 ‘약 이야기’를 담았다.
Q 건강기능식품으로 오해하는 일반식품은 무엇일까?
A 크릴오일은 식용 유지를 캡슐 형태로 제조해 어유나 기타가공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방을 녹이는 오일’, ‘혈관 청소부’ 같은 표현으로 마치 혈행 관리, 면역 기능, 항산화 등에 지대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모두 기능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다. 최근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타트체리 제품도 마찬가지. 수면 유도, 통증 완화, 염증 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광고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허위·과대 광고다. 유사한 형태인 클렌즈주스도 영양학적으로 과채주스와 차별성이 없고 과학적으로 다이어트와 디톡스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건강기능식품은 제품 앞면에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표기돼 있으므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면 알 수 있다.
Q 영양·기능 정보 속 ‘도움을 줄 수 있음’과 ‘도움을 줌’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건강기능식품의 영양·기능 정보를 보면 ‘에 필요’, ‘에 도움을 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에 필요’는 영양소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함이고, ‘에 도움을 줌’과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특정 생리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둘에는 차이가 있다. ‘에 도움을 줌’은 식약처가 1등급 생리활성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것이다. 해당 기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비교적 확실하다는 증거다.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은 1등급보다는 과학적 근거가 약해 2등급으로 분류된 기능성 원료에 표기된다. 등급은 원료나 성분의 종류에 매겨지기 때문에 제품이 1등급, 2등급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원료, 성분이라면 같은 등급으로 표시된다.
Q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보조제, 부작용은 없나?
A 현재 식약처가 다이어트 보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정한 성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HCA), 공액리놀레산(CLA, 녹차 추출물·키토산)이다.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는 L-카르니틴 타르트레이트, 보이차 추출물, 레몬밤 추출물 혼합분말, 와일드망고 종자 추출물, 그린커피빈 추출물, 풋사과 추출물 애플페논, 히비스커스 등 복합추출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성분은 가르시니아다. 탄수화물 흡수를 막아 지방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지방 전환 효소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가르시니아를 섭취한다고 해서 먹은 탄수화물이 사라지는 건 아닌 데다,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 황달, 위장관 통증, 설사, 수면장애 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심장과 간이 약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같은 연구 결과 가르시니아 복용 후 급성간염, 간부전 등의 간 손상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급성심근염·심장빈맥이 나타난 경우도 있다.
Q 탈모에 효과 있다는 영양제, 먹을지 말지 고민이라면?
A 탈모의 경우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고 남성형, 여성형, 휴지기, 원형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영양제를 먹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유튜브 채널 ‘근알의’를 운영하는 김연휘 닥터에비던스 대표는 “최근 비오틴, 맥주 효모 등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떠돌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특히 남성형 탈모는 호르몬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영양제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정보로 치료를 지체하기보다 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상태를 진단하는 편이 좋다.
Q 기한 지난 약,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A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표기된 기한이 지나면 효능·효과를 믿을 수 없다. 눈으로 보기에 모양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성분이 변질됐을 가능성이 있다. 기한이 지났다면 폐기하는 것이 좋지만, 무턱대고 하수구나 변기에 흘려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환경을 오염시킨다. 오래된 약은 근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다만 제품 그대로가 아니라 알약은 알약끼리 한 통에 모아서, 액상은 큰 병에 모아서 갖다주는 것을 권장한다.
신장질환을 앓던 A 씨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덕분에 병은 호전됐지만, 이후 탈모 증세가 나타났다. 우울해하는 그를 돕기 위해 의사들은 원인을 분석했고, 이내 해답을 찾았다. 바로 A 씨의 혈전 응고를 막기 위해 처방했던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이 문제였던 것. 이에 대체 약물인 아픽사반(apixaban)으로 전환해 처방했고, 점차 탈모 증상도 사라졌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위 사례를 소개하며, 일부 처방약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탈모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흰머리가 나듯 노화의 일부일 수도 있고, 유전, 호르몬 변화, 염증, 특정 질병(코로나19 포함) 등으로 인해 일시적, 영구적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비교적 드문 부작용이지만, 베타 차단제, 혈액 희석제, 항우울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갑상선 등 호르몬 관련 약물처럼 다양한 약물에 의한 탈모도 존재한다.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의 탈모·피부과 전문의인 카릴린 위랜드 박사는 “때때로 탈모는 약물의 조합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단, 환자에게 여러 약물을 동시에 처방하는 경우 탈모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며 “약물로 인한 일시적 탈모라면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예전의 상태로 되돌릴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즉 처방약과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면,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AARP는 일부 환자에게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8가지 약물을 소개했다. △항응고제 △항우울제, 기분 안정제, 양극성 장애 치료제 △ 항균제, 결핵약 △관절염, 염증약 △혈압약 △콜레스테롤 저하제 △간질 및 항경련제 △건선(또는 심한 여드름)약 등이다. 이를 보면,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 저하제 등 적지 않은 중장년이 복용하는 약도 있는데, 단순히 해당 약 때문에 탈모가 일어났다고 단정 짓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고, 약물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약물이 주요인이었더라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려면 6개월가량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으로 약을 바꿨다고 해서 단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임의로 조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한국 사회에서 아픈 건 ‘죄’다. 가족, 친구, 혹은 회사 동료에게 미안해 아픔을 숨긴 적이,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 부담스러워 진료를 미룬 일이, 혹은 ‘내게 왜 이런 병이 왔을까’ 스스로 자책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한국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내 몸이 아픈 이유가 내 탓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고혈압, 당뇨, 비만, 알레르기, 탈모, 관절염 등.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만성질환 한두 개쯤 안고 있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하길 바라는 안부 인사를 주고받지만 ‘아픈 곳 하나 없는 상태’란 이룰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이라는 이상적인 잣대로 스스로를 재단하고 ‘아픈 게 죄’라며 자책한다. 그런데 아픈 몸은 정말 우리의 잘못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당뇨병 환자는 333만 명에 달한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다는 고혈압 환자도 671만 명을 기록했다. 그뿐인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늘면서 함께 늘어나고 있는 비만 환자,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며 점차 늘어나는 비염 환자만 합쳐도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픈 사람 탓하는 사회
한국 사회는 유독 아픈 이들에게 박하다. 건강하지 않으면 노동 시장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나이 들고 아프며 죽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잘 아플 권리’, 질병권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한 조한진희는 건강 중심 사회에 대해 “모든 사람이 건강하다는 걸 전제로 건강한 시민만을 표준의 몸으로 삼아 사회를 직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는 아픈 사람에게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인류학자 서보경은 책 ‘아프면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 사회가 전염성 질환에 보이는 부조리한 대응을 지적한다. “어서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부터 하라는 요구, 감염자는 반드시 그럴 법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라는 편견, 따라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솎아내면 사회는 다시 안전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그리고 질병과 고통의 경험을 스캔들화하는 언론의 태도는 HIV와 에이즈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전염병을 다루는 방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문제는 팬데믹 내내 이슈가 됐다. 팬데믹 초기에는 확진자 정보를 공개할 때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거나, 확진자의 시간대별 이동 동선을 그대로 공개해 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고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할 때 성별·연령·국적·읍면동 이하의 거주지·직장명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깜깜이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염려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자세한 동선과 정확한 거주지 주소를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이 확진자의 거주지와 같이 방역의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정보는 동선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포털사이트부터 뉴스, SNS로 퍼져버린 동선과 개인정보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 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며 호소하는 목소리는 불안감에 묻혀버렸다. 팬데믹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동선 공개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건강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치료할 수 없는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질병 통계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중장년에게 익숙한 만성질환자 수는 2020년 기준 190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5288만 명의 35.5%에 해당한다. 이들 만성질환자 수 증가율은 최근 4년간 연평균 4.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유례없이 길어진 팬데믹은 사람들로 하여금 코로나19에 언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완벽한 치료제가 부재해 완치 후에도 여러 후유증을 떠안게 만들었다. 질병을 완전히 치료해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 근대화 이래 계속돼온 건강 중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그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 2020년 65.3%를 기록한 건강보험보장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80%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부담률은 전년 대비 0.9%p 감소한 15.2%를 기록했다. 게다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메디컬푸어’(Medical Poor) 비율은 2019년 기준 7.5%다. 이는 OECD 평균 5.4%를 훌쩍 넘긴 수치다.
공보험이 챙겨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보험이 챙겨주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 결과, 5060세대는 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평균 2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했으나 정작 보험금을 받는 사람은 평균 12%에 그쳤다. 이들의 80%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50대는 2.4개, 60대는 3.3개의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보장 범위가 충분치 못한 것이다.
충분히 아픈 뒤 나을 시간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이 지켜야 할 생활방역 제1수칙으로 제시한 것은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였다. 이를 포함해 총 5개 수칙이 공개됐지만 당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제1수칙이었다. 개인적 문제 말고도 대체인력 확보나 유급휴가 부여 등 경제적 보상 문제가 겹쳐 사회·구조적으로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도 학교를 가고, 아파도 직장에 가는 삶을 살았지만 건강관리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진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건강관리는 개인의 의무? 그렇지 않다
사회는 ‘스스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수준’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건강관리도 실력이라며 눈치를 주고, 빈 자리를 채워줄 대체인력이 없어 아픈 사람이 눈치를 보게 만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돼 있음에도,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다.
책 ‘질병과 함께 춤을’의 저자 다리아(필명)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끼 친환경 건강 밥상을 마주하고, 매일 30분씩 땀 흘려 운동하고, 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느냐”고 묻는다. 왕복 서너 시간의 통근을 거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규칙적인 식습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며, 질병은 함수가 아니다. 사람마다 꿈꾸는 ‘건강한 상태’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특정한 음식이나 습관으로 모두가 건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언가에 ‘감염’되고 아픈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픈 몸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질병을 얻는 순간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픈 몸으로도 문제 없이 온전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겪으며 ‘잘 아플 권리’에 대한 논의가 조용히, 서서히 이뤄지는 이유다.
[TIP] 아픈 몸 자책하는 당신에게
1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정치적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을 도구 삼아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말한다. 또한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2 아프면 보이는 것들 (제소희 외 12명 저) 이 책은 의학이 설명하거나 포괄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인류학의 시선으로 톺아본다. 저자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아파 보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다가가자고 제안하며 아픔으로부터 시작될 치유와 연대를 꿈꾼다.
3 질병과 함께 춤을 (다리아 외 3명 저) 이 책은 각자 다른 질병을 가진 여성 4명이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유한 삶을 온몸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다. 동시에 건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해온 분투기이기도 하다.
4 질병, 낙인 (김재형 저)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센병 등장 후 의학과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치료와 관리에 개입했으며, 환자들이 한 사회 내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적으로 풀어낸다. 앞으로도 예고 없이 찾아올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에이, 남자가 무슨 양산을 써.”
예전부터 양산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한 중년 여성들의 애용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중년 여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양산’, 이제는 남녀노소 불문한 여름철 필수용품이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과 함께 높은 자외선 지수까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엔 양산만한 효자 아이템이 없다.
양산, 모자보다 자외선 차단 3배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양산은 모자를 쓰는 것보다 3배 이상의 자외선 차단 효과를 가지며 체감온도를 섭씨 3~7도까지 줄여준다. 환경성이 공개한 실험에서 기온을 섭씨 30도로, 습도를 50%로 설정한 상태에서 양산을 쓰고 15분 동안 걸었더니 모자만 썼을 때보다 땀 발생량이 17% 줄었다.
양산은 자외선 차단률이 높아 탈모 증상 악화나 피부 노화도 예방할 수 있다. 강한 자외선은 두피를 손상시키고 모발을 약하게 만들어 탈모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두피 통풍을 막는 모자보다는 양산이 탈모인에게는 훨씬 좋다. 또 양산은 피부 노화 원인에서 80%나 차지하는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피부를 보호한다.
일본에서 진행된 ‘남성 양산 쓰기’ 운동
2019년 여름 일본에서 ‘양산 쓰는 남자 캠페인’을 진행됐다. 2018년 이례적인 폭염을 겪고 다시 다가온 여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일본 환경성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69.8%가 양산을 사용하는 반면 남성은 14.3%에 머물렀다. 여성들이 자외선 차단을 위해 여름철에 양산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남성 대부분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관리가 귀찮다는 이유로 양산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양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일본에서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양산에 대한 남성들의 관습적인 저항감을 줄이고 양산이 실제로 더위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자료를 알기 쉽게 포스터 형태로 제작해 시내 곳곳에 비치했다.
올여름 폭염, 양산이 해결책
7월 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가 내려지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이에 우리나라 각 지자체도 주민들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책이 바로 ‘양산’이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알려진 대구는 도심 곳곳에 무료 ‘양심양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청과 8개 구·군, 행정복지센터, 동성로 관광안내소, 이상화고택, 김광석거리, 달성공원, 시티투어 버스, 도시철도3호선 5개역 등 160개소에 1만1700개 양산을 배치했다. 필요한 곳에서 빌려 쓰고, 스스로 반납하는 양심양산이다.
대구시는 폭염에 양산을 쓰면 온도를 섭씨 기준 7도 정도, 체감온도는 10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외선을 99%까지 차단해 피부암과 피부질환, 탈모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산시와 인천 동구. 삼척시, 평창군 등 여러 지자체들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양산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 지자체들은 양산 사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도움을 준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양산은 모두 1인용이고, 양산의 폭 때문에 1~2m 정도 거리두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영애 대구시 시민안전실장은 "양산을 쓰면 최소 1.5m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민 모두가 멋진 양산을 하나씩 장만하거나 양심양산을 애용해 폭염과 코로나19에서 한 발 벗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떤 양산이 좋을까?
양산은 모양과 색상이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 바깥쪽은 햇빛을 반사하는 흰색, 안쪽은 바닥에 반사되는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양산이 좋다. 안쪽 면이 검은색인 양산이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검은색이 바닥에서 반사돼 올라오는 복사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검은색이 없다면 차선으로 최대한 어두운 색상 계열을 고르는 것이 좋다.
색상 뿐 아니라 소재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코팅을 하지 않았거나 망사처럼 비치는 천을 사용한 양산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면이나 마, 실크 같은 소재를 이중으로 처리한 양산이 자외선과 열 차단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자외선 뿐만 아니라 열까지 차단하는 ‘암막 양산(차광 양산)’도 나온다. 암막 양산은 양산 안쪽에 PU 코팅 처리를 해 빛과 자외선을 모두 차단한다. 특히 자외선 차단율이 99% 이상으로 매우 높다.
양산 대신 우산을 써도 괜찮을까?
한국 안전품질표시기준을 보면 양산은 85% 이상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산은 자외선 차단 규정이 없다. 우산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없다고 볼 순 없지만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야외 활동용으로 만들어지는 골프용 우산은 자외선 차단율이 90% 이상으로 명시돼 있어, 양산 대신 사용해도 괜찮다.
그런데 양산을 우산 대신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양산이 물에 젖으면 자외선 차단 코팅이 손상돼 양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양산이 자외선과 열 차단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젊은 세대에서 양산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네이버 데이터랩(Data Lab)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패션잡화 부문 검색어 1위는 양산이 차지했다. ‘양산’을 검색한 사람 중 대부분은 20~30대였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타인의 시선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특성이 강하다. ‘중년 여성의 상징’이었던 양산의 과거 ‘이미지’보다는 당장 자외선을 차단하는 양산의 ‘기능’을 MZ세대들이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으로 양산 사용을 꺼리는 남성 시니어들이 있다면 MZ세대의 실리추구 자세를 참고하길 권한다. 올해 폭염이 평년보다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한 시니어들에게 올 여름은 쉽지 않은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시니어들이 양산과 같은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무더위에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시니어의 주요 고민 중 하나는 탈모다. 중장년으로 접어들면서 신체 노화로 인한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가정용 탈모 치료기가 주목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LG전자에서 출시한 ‘메디헤어’다. 출고가는 199만 원으로 적지 않은 편. 시장에는 메디헤어 외에도 다양한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가 출시됐다. 메디헤어 출고가의 절반 정도 되는 100만 원 전후의 상품들도 여럿 있다.
꽤 큰돈을 들여야 구입할 수 있는 가정용 탈모 치료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만 있다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열 이들도 적지 않을 터다. 과연 그 효과는 어떨까? 노화로 인한 탈모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공존한다.
노화로 인한 탈모는 나이가 들수록 대사 유연성이 저하됨에 따라 모낭 세포가 점차 고갈되어 발생한다. 가정용 탈모 치료기들은 레이저가 모낭 세포의 대사를 활성화해 모발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노화로 인한 탈모와 연관성 있는 치료법이다.
가정용 탈모 치료기가 중장년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병원은 4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헤어그로우’라는 치료기를 이용해 16주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모발 밀도는 1㎠당 41.9개 증가했고, 모발 수는 44.18% 증가했으며, 모발 두께는 7.5㎛ 굵어졌다.
반면 탈모 치료기의 효과는 보조적 역할에 그칠 뿐이며,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탈모 치료를 하는데, 가정용 탈모 치료기는 집안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레이저 출력량을 안전한 수준으로 낮추었다. 그만큼 부작용 우려는 없지만, 효과 또한 적어 탈모 방지 샴푸처럼 일부분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한 개인의 모발 상태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제조사들도 인정한다. 모든 가정용 치료기마다 상품 설명에 “효과에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빠짐없이 적어 놓았다.
결국 가정용 치료기의 효과에 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에게 맞는지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탈모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시기'와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다.
탈모 치료는 시기가 생명이다. 모근이 사라지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 모근이 사라지면 치료 방법은 모발 이식뿐이다.
또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 자신에게 발생한 탈모의 원인, 종류, 경과에 따른 처방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가정용 탈모 치료기가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인지 확인할 수 있다.
LG 프라엘 메디헤어 개발자인 홍성호 연구원은 "홈케어 의료기기라는 특성으로 의료인 관리 밖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안전하게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 프라엘 메디헤어 효능과 안전성을 식약처에서 인정해 줬다"고 설명하면서도, "본인의 상태와 적절한 치료법에 대해서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길거리의 무수한 낙엽마냥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머리카락을 남긴다. 왜 가을만 되면 머리카락이 더 잘 빠질까?
◇ 국내 탈모 인구 1000만 명… 탈모증 4년 새 12%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5년 20만8534명에서 2019년 23만3628명으로 4년 새 12%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그만큼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탈모인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탈모는 미용 상 작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모발이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곳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모낭은 2~8년의 생장기와 2주의 퇴행기, 1~3개월간 성장을 멈추는 휴지기로 이뤄지는 주기를 반복한다. 머리카락 하나가 평생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자라다 성장이 멈추면 빠지고 다시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는 식이다.
머리카락은 평생 계속 교체된다. 보통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루에 수십 가닥씩 머리카락이 빠지고 새로 나는 일은 정상이다. 하루에 평균 100개 이상 빠질 때 탈모라고 한다.
◇ 건조한 날씨와 일교차는 두피에 악영향
머리카락의 수는 봄·여름에 늘고 가을철에는 많이 줄어든다. 머리카락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가을철 대기가 건조해지면 두피 또한 건조해지고 이때 피지량이 감소하면서 건조한 두피에 각질이 쌓이기 쉽다. 각질이나 오염물질은 모공을 막아 모낭세포의 활동을 떨어트리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이다.
가을철 큰 일교차도 탈모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두피의 유·수분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각질이 생기면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가을철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데, 테스토스테론이 인체 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으로 전환되면 모발 성장을 막고 모발이 쉽게 탈락하게 된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름 내내 두피가 가득 흡수한 자외선은 가을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여름 자외선으로 인해 휴지기에 탈모가 일어나면서 머리카락이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외선 때문에 머리카락 각질층이 깨지는 일도 흔하고, 머리카락이 부러져 머리숱이 더 적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름은 피지와 땀 분비가 많은 계절이다. 지루성피부염이나 모낭염 등 두피 상태가 나빠지면서 가을에 머리카락이 더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모는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데 남성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부분이 올라가면서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의 머리도 같이 빠지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여성 탈모는 이마 선은 유지한 채 정수리의 머리숱이 전반적으로 적어지는 형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이 보유하고 있는 남성호르몬의 증가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제의 민감도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과도한 스트레스,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 파마, 염색, 자외선 노출에 의한 모낭의 손상,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등도 영향을 미친다.
머리를 감는 횟수도 탈모와 관련이 있다. 피지 분비가 많지 않은 사람은 2일에 한 번씩 머리를 감아도 괜찮지만 피지 분비가 많다면 매일 감는 것을 권고한다.
◇하루 100가닥 이상 빠진다면 전문의 찾아야
가을철 탈모를 줄이려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두피의 청결이다. 두피에 땀과 피지 등 노폐물이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은 탈모의 원인이 된다. 두피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계면활성제가 없는 샴푸를 이용해 꼼꼼히 감는다. 아침보다 일과를 마친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머리를 말릴 때는 수건으로 모발을 비비지 말고 두피 마사지를 하듯 꾹꾹 눌러준다. 머리카락은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쉽게 끊어진다. 샴푸 후 자연 바람이나 드라이어 찬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에 많은 항산화제 성분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잡곡, 해조류, 견과류 등도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탈모에 나쁜 생활습관은 버려야 한다. 흡연은 탈모를 악화시킨다. 스트레스 역시 탈모는 물론 지루성피부염 등 두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수면 주기는 모낭의 성장주기에 영향을 줘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 서양식 식습관도 탈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줄이는 것이 좋다.
우유리 교수는 “하루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거나 머리가 가늘어졌다고 느낀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며 “머리를 감은 후 빠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봤을 때 한 움큼 정도 잡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개에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절기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면역력 향상에 좋은 비타민C부터 유산균,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태반제제의 의약품이 주목 받고 있다.
태반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한의학에서 ‘자하거’(紫河車)라고 불리며 여러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널리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의서에서 자하거는 무독하고 성질이 따뜻해 기운을 돋우고, 피를 보양하고, 정(精)을 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동의보감’에서도 “기운과 영양이 부족해 몹시 야윈 것과, 허약하고 과로로 몸이 상한 것, 기미가 돋고 피부가 검게 되는 것을 치료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런 자하거의 장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항병(抗病) 능력을 키워주는 ‘항상성(homeostasis) 유지 작용’이다. 자하거는 내분비 조절작용, 자율신경 조절작용, 면역 조절작용을 가지고 있어 내분비계, 자율신경계, 면역계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시키고 있다.
둘째로는 질병과 노화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활성산소 제거작용’이다. 자하거는 항산화 비타민, 항산화 미네랄, 항산화 물질 등이 많이 함유돼 활성산소로부터 인체를 방어한다.
마지막 셋째로는 세포분열을 촉진시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병들거나 노화된 세포가 건강한 세포로 변하게 하는 ‘성장인자(growth factor) 작용’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높은 효능을 가진 자하거는 알레르기성 질환(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위장기능, 만성피로증후군, 남녀의 갱년기장애, 고혈압 등의 순환기질환과 통증질환(오십견, 요통), 피부나 모발(탈모) 등의 다양한 적응증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환자와 병증에 따라 반응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자하거의 큰 장점이다.
대표적인 태반제제의 의약품 중 하나인 경남제약의 '자하생력'은 과학적 기술 공정의 도입을 통해 자하거(인태반) 원료의 과학화 및 규격화를 실현한 자하거엑스를 주성분으로 사용했다. 비타민 B군, 무수카페인 등 원재료의 효능을 조화시켜 피로 회복, 만성스트레스 개선, 체력 및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제품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자하생력은 원료 태반의 선별, 운반, 처리, 가공을 과학적으로 진행하고 원료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현재 신약 원료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MF를 승인 받아 안정성을 확보한 제품”이라며 “소포장에서 대포장까지 다양한 규격의 선택이 가능하고 금박포장으로 패키지를 고급화해 선물용으로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사소한 일에 대한 고민이라는 말이 있다. 걱정의 단 4%만이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진짜 사건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즉 90% 이상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의미다. 골프선수가 마지막 18홀에서 퍼팅을 할 때 ‘꼭 1등을 해야 하는데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하면 실수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LPGA투어에서 2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 선수는 우승 비결을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나는 퍼팅할 때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대신 ‘반드시 들어간다’ 하고 자신 있게 퍼팅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온갖 걱정을 하며 산다. 건강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건강이라 하면 신체적 건강을 우선 생각하게 되지만 신체적 건강은 일부분일 뿐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정신건강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신체 일부가 장애라면 불편은 하겠지만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 마음의 병은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의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마음이 병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280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암, 고혈압, 위장장애, 발기부전 심지어 탈모까지도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한다.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호르몬은 도파민인데 마음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을 0.05mg만 어항에 넣어도 금붕어가 죽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한 대학교 수의학과에서는 스트레스가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통해 연구했다. 우선 토끼를 A·B 두 집단으로 나누고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조합해 섭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A 집단 토끼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B 집단 토끼는 목만 내놓도록 가두고 밥을 줄 때도 철창문을 덜거덕거리며 소음을 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심지어 맹수 울음소리도 들려줬다. 4주 후 보니 친절을 베푼 토끼들은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스트레스를 준 집단의 토끼 중 절반이 혈관이 막혀 각막이 하얗게 변질되는 질환에 걸렸다. 녹내장이 발생해 안구가 파괴될 상황에 이른 토끼도 있었다. 단순히 스트레스만 줬을 뿐인데 4주 만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신건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체적 상처나 건강은 약물이나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 건강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수술 등으로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러므로 긍정의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첫 번째,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재산이 많아도 가족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이 있다. 반면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두 번째,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감소한다.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세 번째,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 세 가지만 실천해도 스트레스 덜 받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긍정의 마음은 만병통치약이다.
필자는 비교적 동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탈모도 많고, 피부도 늙었다. 불과 몇 개월 전 사진을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감기다. 해마다 겨울이면 감기로 고생을 해서 독감주사를 맞아두긴 했지만 이번 겨울 감기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른 시간에 비바람을 맞아가며 마라톤을 했더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감기 기운이 싹 가시지 않았다. 감기를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앓고 나면 기운이 많이 빠진다. 얼굴에서 윤기가 사라져 주름도 더 짙어 보인다. 갑자기 몇 년 훅 늙어버린 느낌이다. 매년 혹한을 거쳐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감기가 어려운 숙제다. 몸을 잘 돌보는 방법밖에 없다.
또 하나의 원인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자가 밤중에 자주 깨는 건 과음 탓이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만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과음을 하면 속이 불편하고 방광도 금세 차서 한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영화를 보는 습관도 안 좋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2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영화가 끝나도 바로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밤잠을 설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아침에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피부를 빨리 늙게 하는 아주 안 좋은 습관이다.
필자보다 몇 살 아래인 후배들과 밤샘 당구를 치는 것도 치명적이다. 저녁에 술집에서 만나 어느 정도 마신 뒤 당구장엘 간다. 승패에 따라 술값을 걷어 또 마시고 당구장 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밤을 새게 된다. 새벽 서너 시쯤 지쳐서 그만하려고 하면 아직 전철 첫차가 다닐 시간이 아니니 한 판만 더 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다 보면 날이 훤히 샌다. 결국 해장국까지 먹고 들어간다. 그러나 훤한 대낮에 잠이 제대로 올 리 없다. 낮잠을 자면 그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당구를 밤새 치면 이런 악순환이 이어진다. 생활 리듬을 깨는 나쁜 습관이다. 몸이 제대로 회복되려면 며칠 걸린다. 아직도 청춘이냐며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해놓고는 만나면 또 그런다. 작년에도 세 번이나 그랬다.
필자는 평소에 세수하고 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피부가 흰 편인 데다 얼굴에서 광이 난다는 소리도 듣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필자 얼굴을 보더니 피부가 마른 두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한 대로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과연 잠시 후 피부가 훨씬 촉촉해졌다. 얼굴에 기초화장품은 반드시 써야 한다고 하지만 필자는 얼굴에 뭘 바르는 것이 싫다. 남자가 생긴 대로 살면 그만이지 여자처럼 꾸미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 걷기운동을 할 때도 자외선 방지 크림을 꼭 바르라 했는데 그냥 다닌다. 그래서 피부가 검게 탔고 거칠어졌다.
몇 해 전 피부과 의사 친구가 레이저 시술을 해준 적이 있다. 거기에다 보톡스 주사까지 놔줬다. 보톡스는 6개월 동안 피부를 탱탱하게 해주지만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거북했다. 그러나 레이저 시술은 해볼 만하다. 다시 부탁할 처지는 못 되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을 생각이다. 레이저 시술을 하고 나면 며칠 검은 딱지가 생기지만,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확실히 피부가 맑아 보인다. 남자도 피부 관리에 돈을 들여야 하는 시대다. 어느새 나이가 그렇게 되었다.
두렵지 않은 암이 없겠지만, 그중 대장암은 중년 남성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암 중 하나다. 지난해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순으로 발병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던 위암을 대장암이 역전한 것이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 조사에서도 대장암은 위암을 넘어섰다. 발병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중년 남성에게 대장암은 왜 위험한지, 또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최성일(崔成一· 47)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만약 배 안에서 자신이 걸려야 하는 암을 하나 골라야 한다면 어떤 암을 고르시겠어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장암을 고를 겁니다.”
최성일 교수가 재미있는 질문으로 운을 뗀다.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선 고르기는커녕 상상도 하기 싫은데 최 교수는 자신 있게 대장암을 선택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하는 전문의라도 자신을 직접 수술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장암은 간암 췌장암, 위암, 담낭암 등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착한 편이에요. 못된 암들과는 좀 달라요.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도 느리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속도도 늦어요. 잘 대비하면 예방도 가능하고요. 그러니 암 중에는 양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이 가장 무서운 암 같은데 의외의 설명이다.
술자리가 대장암을 부른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흡연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구식으로 변한 식습관이다. 과거 한국인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었다.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서구식 음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육류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최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육류 소비도 늘었고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러한 음식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과 관계가 있어요. 사람의 변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문제는 식이섬유가 많은 식생활로 배변이 자주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육식 중심의 식사가 이뤄지면서 변이 몸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에요. 대장의 점막이 발암 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병도 잦아진 거죠.”
최 교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발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올 초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자료 을 살펴보면 남자의 대장암 발생률이 10만 명당 63.8명으로 여성(42.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른 암종과 비교해도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남성은 술자리가 잦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술자리가 많죠. 사실 술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큰 관계는 없어요. 같이 먹는 음식들이 육류 중심의 탄 음식이라 문제가 돼요.”
대장암의 원인은 용종
대장암 발병의 중심에는 용종이 있다. 식생활이나 흡연 등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직접적인 원인은 용종이다. 최 교수는 용종으로 대장암 발병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종은 대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혹이에요. 용종 중에서 선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암으로 발전합니다. 작은 선종이 1cm 정도까지 자라는 데는 약 3년이 걸려요. 2cm가 되는 데는 3~4년이 걸리고요. 암으로 발전할 때까지 대략 5년 이상 걸리는 셈이죠. 재미있는 건 용종 하나에서 대장암 발병 확률을 대략 1%로 봐요. 2개가 생겼다면 2%. 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떼어냈다면 다시 0%가 되고요. 물론 크기나 모양도 중요하죠.”
대장암 발병에 용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가족성용종증(家族性茸腫症)이란 병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결장에 무수히 많은 용종이 돋아나는 이 희귀병은 수많은 용종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률 100%로 판단한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 가슴의 예방적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처럼, 이 병이 발병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 역시 20대 성인이 되면 결장을 모두 제거한다. 예방적 절제를 하는 셈이다.
최 교수가 선택할 만한 암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 발생 여부를 확인하면 큰 문제없이 대장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또 자라는 속도도 느려 대장내시경 검사 간격 동안 손을 못 쓸 정도로 자랄 위험도 거의 없다. 암으로 진행된다 해도 수술, 항암 치료로 치료가 잘 되는 암종이다. 전이암도 적극적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대장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위험한 암은 사망률이 높아 환자를 만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다만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첫 검사 결과가 좋다고 안심하면서 10년, 15년 동안 다시 검사를 받지 않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암종별 국가암검진수검률 자료를 살펴보면 다른 암 검진을 받은 국민은 40% 전후를 기록했지만,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26% 전후밖에 안 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장내시경 검진이 번거로운 것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식은 물론이고 장을 깨끗하게 비워내기 위해 약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의 문제 중 하나는 육안으로 이뤄지다 보니 검사하는 의사의 숙련도나 용종의 위치에 따라 간혹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안 카메라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처럼 장의 주름 사이에 용종이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렵다.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자각증상 느끼면 이미 늦어
혹시 자가진단을 통해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 교수는 “자가진단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경고한다.
“ㄷ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결장 중에서 환자의 오른쪽에 위치한 상행결장은 항문에서 거리가 멀어 출혈이 생겨도 변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대신 변 색깔이 검게 변하죠. 심한 경우 배를 만지면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반대편의 하행결장은 상대적으로 좁고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암 발병으로 인해 혈변이 생기거나 변이 가늘어집니다. 심한 경우 장이 막히기도 하죠. 이에 반해 중간 부분인 횡행결장에는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치료는 당연히 암을 잘라내는 절제술이 첫 번째로 선택된다. 암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결장을 절제하는데 결장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도 완벽히 제거해야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결장을 절제하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가 많지만 최 교수는 “수술한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큰 후유증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대장을 통한 수분 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변이 묽어진다.
그러나 결장이 아닌 직장에 암이 발생하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 그 위치가 항문과 가까운 자리라면 더 심각해진다. 항문을 제거하고 복부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료진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문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항문까지 잃는 환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수술 후에는 항암 치료가 진행된다. 결장에 생긴 대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항암제를 통한 항암화학요법으로 시행한다. 직장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제를 통한 화학적 치료에 대해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최 교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민이 탈모입니다. 항암제를 쓰면 머리 빠질까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치료를 거부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대장암 치료와 재발 방지에 쓰이는 항암제는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항암 치료는 수술 후에도 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완치가 어려운 환자라도 항암 치료는 계속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암의 진행을 늦추기도 하고, 의료진과의 계속 만날 수 있어 장 막힘이나 천공 등 중대한 합병증 발생을 초기에 알 수 있어요.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고요.”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간요법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맹신해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당부했다. “암 질환에 대한 오해로 치료를 거부하고 근거 없는 시술을 하는 환자도 있어요. 그러다 치료시기를 영영 놓칠 수도 있습니다. 암 수술을 했다고 갑작스럽게 육식을 끊을 필요는 없어요. 육식에도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니까요. 또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만큼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