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업체들의 폭발적인 매출 증가가 둔화됐는데도 그렇다. 긍정적 전망을 거둬들이는 이가 없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용품 시장.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파크골프가 채 하나,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해서 용품 시장까지 단출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생 업체가 탄생하고 있고,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는 중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공인한 브랜드만 2023년 7월 기준 46개다.
파크골프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 시장이 활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파크골프용품은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2년 5월 1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1년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 및 SNS에 나타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파크골프 채와 파크골프 공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업계 반응도 뜨겁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인증 업체 부쿠로혼마의 서재홍 대표는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다”고 했다. “18년 넘게 골프 업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파크골프 이야기는 업계에 5, 6년 전부터 나왔는데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2, 3년 전부터입니다. 골프를 즐기는 60대 이상이 파크골프로 넘어간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정사실입니다. 파크골프 회원의 성장은 해마다 놀랄 정도입니다.”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골프채 전문 쇼핑몰 ‘1등골프’에서 지난 1~2월 파크골프 상품을 살펴본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무려 124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쿠로혼마 역시 지난해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하며 인기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 증가폭이 더뎌졌는데, 그 사정이 흥미롭다. 서재홍 대표의 말이다. “올해는 지난해 같지 않습니다. 파크골프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기보다 시장성을 보고 업체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죠.” 이는 업계 선두 브랜드도 겪는 문제다. 한 파크골프 업체 관계자도 매출 추이를 설명하며 한마디 보탰다. “올해 신생 업체가 엄청나게 생겼습니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파크골프 채는 종류 및 제조사가 다양해 직접 보고 구매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한국파크골프(피닉스)가 가장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최근 파크골프 업계는 국산 제품의 약진이 돋보인다. 피닉스, 데이비드, 볼빅, 브라마골프가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산 선호도가 높다. 수입산이 더 좋다는 인식과 더불어 은연중에 과시욕도 녹아 있다. 인기 브랜드 중 상당수가 과거 영화를 누린 브랜드라는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서재홍 부쿠로혼마 대표는 “파크골프용품 시장을 보면 골프 초창기 느낌”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마디로 거품이 심합니다. 수입산이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뜻이지요. 그런 탓에 보급품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의 품질에는 수입산이나, 국산이나 차이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시장을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가 스포츠 산업 시장의 확대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세대가 파크골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빅데이터 조사 결과, 60대 이상 검색량이 49%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인 50대(33%)와 40대(15%) 검색량도 총 48%로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역시 파크골프 시장에는 호재라 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은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지금과 같이 참여 인구가 증가한다면 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데이터는 중장년층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골프 시장에 여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효과가 파크골프에도 나타나리라는 전망이다.
골프 업계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골프와 파크골프를 겸하는 브랜드에서 파크골프에 집중하는 것이다. 서재홍 대표도 이 흐름에 동의했다. “3년 전만 해도 7대3 비중으로 골프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70%가 파크골프입니다.”
시니어 전문 전시회 ‘제6회 대구 액티브시니어 박람회‘가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됐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엑스코와 대구테크노파크 바이오헬스융합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오는 25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고령화시대 시니어 니즈를 반영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며 총 220여개사가 참여, 310여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취미&문화,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 메디컬&안티에이징, 금융&부동산, 시니어용품, 제론케트놀로지 분야의 최신 정보를 둘러볼 수 있다.
취미, 레저, 키덜트, 건강식품 및 시니어 세대의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 제품 전시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
또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액티브시니어를 위해 재태크, 재능기부, 스포츠, 동호회 관련 부스들도 마련했다.
공공기관, 시군구 노인복지관, 사회적 기업들의 참여 부스에서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며, 시니어 관련 정책, 구인 등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부대행사로는 파크골프대회, 퇴직전문인력 일자리정보제공, 무료건강검진, 시니어 DJ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날 열린 파크골프대회에는 많은 시니어들이 참가해 경기를 즐겼으며, 각종 의료기기를 체험하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올해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세계대회 2022’(ISG 2022)가 동시 개최되어 세계 30여개국의 노년공학 전문가들이 함께해 눈길을 끈다.
박영란 ISG 한국지부장은 "국내 실버산업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왔던 기관과 기업이 대부분 참여해 그간의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가 실버산업 분야의 새로운 시작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학회 주제는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다.
“제가 멈추면 파크골프가 그대로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지자체를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몰라요. 돌아보니 어느새 18년이 흘렀네요.”
파크골프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건 파크골프연맹의 인프라 보급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윤덕 전 정무장관이 파크골프를 들여올 때 김 장관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파크골프지도자 인증을 받은 천성희(70) 파크골프연맹 회장은 여전히 파크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파크골프 기반을 닦다
파크골프 도입 당시 대구에는 파크골프장이 하나도 없었다. 파크골프가 노인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면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파크골프장 조성이 우선이었다. 천 회장이 지자체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 이유다. 그런데 시의 지원으로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니 생활체육 동호인 단체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7개의 구 협회를 조직한 뒤 시 협회를 만들었고, 결국 대구 최초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고스톱 치는 것 외에 즐길거리가 없어서 나이 들면 무릎이 아프고 그랬어요.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즐기면서 운동도 하게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의료비도 절감되겠죠.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관심이 없어서 전국에 인프라를 만드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꾸준히 지자체의 문을 두드린 끝에 구장이 생기자 회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천 회장은 파크골프 국제 규격과 룰을 정리하고 파크골프 코스 설치, 규격 용품 보급, 지도자 육성 등에 힘썼다. 그동안 정리한 파크골프 교재를 다듬어, 올해에는 파크골프 총론을 완성했다. 또한 파크골프가 널리 보급되려면 용품이 더욱 저렴해야 했기에 해외에서 수입했던 용품을 국내에서 OEM(위탁생산)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후에는 국제 대회를 유치했다. 2003년 파크골프 도입을 알리며 진행한 제1회 한일국제교류파크골프대회 이후 2012년 제2회 한일국제교류파크골프대회를 이어갔고, 코로나19로 인해 쉬어간 2년을 제외하고 매년 국제 대회를 열었다. “파크골프 인프라 보급에 집중하고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려면 지도자도 중요하죠. 지도자 양성을 더욱 전문적으로 이어가려고 계명대학교에 파크골프학과도 만들었어요. 연맹에서 양성한 파크골프 지도자가 500명이 넘는데, 아직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노인대학에 파크골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정말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파크골프를 교육하던 천 회장은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 학생, 장애인들은 야외 파크골프장 이용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또 비가 오거나, 잔디를 양성해야 하는 3, 4월이면 야외에서 파크골프를 즐길 수 없었다. 그래서 2014년 대구시에 제안해 스크린파크골프를 최초로 개발했고, 노인복지관과 종합복지관 등에 보급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스크린파크골프는 좋은 재활운동이 됐고,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파크골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파크골프 시니어 국가대표 육성까지
천 회장은 시니어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가 이제는 가족 생활 스포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족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요. 부부 파크골프대회도 열고요. 지역 최초로 초등학생 파크골프단도 창단했어요. 아이들이 배우면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고, 그러면 조부모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될 거예요. 운동도 되고 가족끼리 대화도 늘어 화목해지지 않을까요?”
전국의 파크골프장은 약 310개. 많은 지자체에서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고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장애인 등 다양한 이들이 야외에서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구장이 더 늘어야 한다. “장소가 부족하니 줄을 서서 경기를 하게 돼요. 어른들이 줄을 서 있는데, 청소년들이 그 틈에서 경기를 하려면 좀 어렵죠. 동선이 더 필요한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 청소년·장애인 전용 파크골프장도 더 많아져야 해요. 또 국제 규격에 맞는 파크골프장이 몇 개 안 돼요. 최근에 조성하는 곳들은 그 규격을 맞추지만 기존 구장들은 규격에 맞게 리뉴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의 2(노인체육의 진흥) 조항이 발효되면서 대한노인체육회 소속인 연맹이 국가 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파크골프 시니어 국가대표를 육성할 계획이다. 천 회장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연맹이 대한노인체육회 소속이고 또 많은 시니어들이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파크골프를 도입한 만큼, 시니어 골프대회도 열고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데도 이바지하려고 해요.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