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는 섬 여행이다. 여름 무렵 사람이 몰려드는 섬과 달리 겨울 섬에서는 세상의 소음에서 해방되어 더 많은 자유와 더 넓은 시야를 얻는다. 신안은 섬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무수한 섬과 바다로 둘러싸였다. 도심에서 뚝 떨어진 신안 섬마을은 고즈넉하다. 시간이 정지된 듯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자연과 함께 잘 가꾸어진 섬의 다채로운 색채가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무려 1004개의 섬이 존재하는 신안이다. 밀물과 썰물과는 상관없이 흙과 식물이 물 위로 존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는데, 신안군은 1004라는 이름으로 섬을 알렸다. 실제로는 72개의 유인도와 953개의 무인도가 있다고 전한다. 신안섬 가는 길은 늘씬하게 긴 천사(1004)대교가 아득할 뻔한 시간을 단축시켰다. 이미 도시화된 큰 섬과 달리 넓지 않은 각각의 작은 섬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유연하게 코스를 이어갈 수 있는 자유로움 또한 좋다.
목포에서 신안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를 건너면 신안갯벌 세계유산 등재라는 묵직한 석재 안내판이 맞아준다. 길 양옆의 바다는 드넓은 갯벌을 이룬다. 습지보호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내려다보는 겨울 하늘이 푸르다.
압해읍의 노을해변 쪽으로 가다 보면 애기동백으로 뒤덮인 1004섬 분재정원과 저녁노을미술관이 나타난다. 이곳을 둘러보고 해변으로 잠깐 내려가 보자. 신안갯벌 습지보호지역으로서 신안의 해상 영웅 수달장군상 저편으로 펼쳐진 드넓은 갯벌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갯벌낙지 맨손어업 전통 기술과 문화 계승을 위한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가 연결해준 섬은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와 자은도, 그리고 수많은 섬이 바다 위로 봉긋봉긋 평화롭게 떠 있다. 다리를 건너면 가장 먼저 암태도가 나타난다. 곧바로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소작인 항쟁 기념탑이 있으니 잠깐 들러보자.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비호를 받던 땅 주인들에게 소작인들이 맞서 승리한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무엇보다 기동삼거리 동백꽃 파마의 노부부 벽화는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얼핏 볼 때는 파마머리를 한 노부부인데, 다가가 보면 담벼락 안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절묘하게 머리 위에 얹혀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고 정겨운 벽화 덕에 천사대교 개통과 함께 암태도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평생을 사이좋게 잘 살아온 노부부의 얼굴이다. 인자하고 편안한 모습이 서로 닮아 사람들의 마음을 더 끌었을 것 같다.
자은도, 무한의 다리와 1004뮤지엄파크의 해변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거치면 자은도다. 해수욕장이 많은 자은도에는 백길해변과 분계해변의 노송 군락과 백사장이 눈부시고, 일몰로 이름난 둔장해변도 있다. 섬 북쪽에 위치한 둔장해변의 볼거리는 목교인 ‘무한의 다리’다. 신안섬을 상징하는 의미로 다리 길이도 1004m다. 다리 입구 안내석에 ‘Ponte dell Infinito’라 새겨져 있듯이 섬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이름이다.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다리 위를 걷는 이를 양옆에서 둥글게 감싸주는 듯한 곡선의 난간이 독특하다. 구리도와 할미도까지 천천히 걸어도 20분 남짓이어서 바다 위를 걷는 산책 코스로 적당하다.
물이 제법 빠져나간 다리를 걸으면 암석으로 이루어진 구리도가 눈앞에 있고, 금실 좋은 노부부의 전설이 담긴 할미도로 이어진다.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섬에 나가 애타게 기다리던 할머니의 그리움은 돌로 변했다는,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이야기처럼 바다를 향한 할미바위의 뒷모습이 아릿하다.
이번엔 자은도 서쪽 해변에 볼거리 푸짐한 ‘1004뮤지엄파크’가 기다린다. 천사대교에서 시작한다면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다. 하나의 섬에 하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는 ‘1도(島) 1뮤지엄’이라는 신안군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여기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청정 자연인 이곳에 7000여 점의 조개껍데기와 표본을 전시한 세계조개박물관, 신비롭고 아기자기한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사계절 각기 다른 꽃을 피우는 새우란전시관, 연구센터 등이 어우러져 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바다를 앞에 둔 거대한 신안섬의 예술과 자연을 한 군데서 여유롭게 즐겨볼 만하다.
섬을 느끼고 섬의 질감을 누리는 일은 역시 바다가 아닌가.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높은 모래 언덕이 눈앞을 막는다. 고운 모래에 밀리며 느려지는 발걸음이 오히려 마음을 느긋하게 해준다. 모래섬 언덕 위에 얹은 피아노가 푸른 바다의 파도와 하늘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낮은 무음과도 같은 바람과 섬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헝클어진 머릿속을 헹궈내는 일, 해변의 고둥 조형물이 자연스러운 여기가 최적이다.
푸른 바다를 보며 꿈꾼 화가 김환기 고택
암태도에서 팔금도를 지나 안좌도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길목의 보라색 다리가 퍼플섬을 예감하게 한다. 하지만 그전에 시원한 푸른색 지붕이 마을 가득하다. 푸른빛의 화가 김환기의 읍동마을 옛집이 이렇게 맞아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화가다. 안좌면 마을 안쪽에 위치한 옛집의 안채와 화실을 돌아보면서 방학이면 내려와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의 옛 모습을 떠올려본다. 화면 가득 푸른빛으로 채운 작가의 감수성은 고향의 푸른 바다와 하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예술가의 정갈한 목조 기와집이 조용히 자리한 작은 섬. 김환기 화백의 옛 시절과 그림을 향한 열정을 인문학적으로 느껴볼 기회다. 화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곁을 지켰던 김향안 여사와의 사랑과 예술혼의 바탕이 여기에 있었다. 현재 김환기 고택은 해체 보수공사 중으로, 1월 중순 마무리 예정이라는 공사 안내가 있었다.
보랏빛 세상, 퍼플섬
안좌도를 가장 핫한 섬으로 이끈 것은 ‘퍼플’이다. 안좌면의 작은 섬 박지도에 도착하니 눈앞이 온통 보랏빛이다. 할머니들이 쉬고 있는 정자의 지붕도, 표지판이나 안내 광고판도, 공중전화 부스도, 동네 길의 바닥도,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섬 쓰레기를 버리는 차량까지 모두 보라색이다. 정말 동화 속 같은 퍼플섬이다.
일단 길게 이어지는 목교인 퍼플교를 건너봐야 한다.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박지도까지, 그리고 반월도까지 총 1460m로 이어진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바가지를 닮았다는 섬 박지도가 있다. 해안 산책로와 퍼플 숲길을 따라 봄과 여름이면 보랏빛 라벤더 정원이 눈부시고, 가을과 겨울 초반에는 키 작은 아스타꽃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퍼플교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바람의 언덕과 다시 이어지는 반월도까지 한 바퀴 빙 돌다 보면 그저 보랏빛 세상이다. 퍼플섬 입장료는 5000원이며, 보라색 옷을 착용했다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요트 이야기, 숙소와 맛집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1004섬 세일링 요트 투어가 있으니 이용해볼 만하다. 요트 투어는 오도항을 출발해 천사대교를 지나는 1시간 정도의 코스로, 하얀 요트와 푸른 바다의 환상적인 조화가 멋지다. 기본 투어, 낙조 투어, 야경 투어 중에 선택하면 된다. 살다가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자신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신안 맛집은 각 섬마을마다 수산물 메뉴가 지천이다. 신안섬을 달리다 암태도 도로변에서 만난 ‘신안맛집’은 가성비 좋은 회덮밥이 푸짐하다. 목포 하당로의 ‘어문당’은 큼직한 화덕에서 구워내는 신선한 생선구이가 일품이며 호불호가 없는 식당이다. 숙소는 섬에서 묵어도 좋고, 목포에 숙소를 두고 목포 도심과 신안섬 여행을 병행해도 좋다. 목포의 ‘누스테이 목포’는 집이나 회사가 아닌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형태의 워케이션이 가능한 숙소다. 평소의 일상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잘 갖추어진 단독 2층의 감성 숙소로, 목포항과 유달산, 목포 도심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보리마당로에 위치한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다시 춘화! 이번엔 일본 춘화다. 일본의 춘화는 유교적 영향으로 성을 은밀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대하던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성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것으로 마주하는 성 문화가 반영되어 만화처럼 가볍고 웃음 나오게 하는 것이 많다. 또한 채색이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인물 묘사, 성기 페티시즘이라 할 만큼 과장해서 그린 커다란 성기, 화려한 의상과 가구 등이 특색이다.
서구에서 ‘슝가’(Shunga)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일본 춘화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파리박람회에 출품한 일본 도자기를 싼 포장지에 그려져 있던 춘화는 19세기의 모네, 마네, 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강한 예술적 충격을 주었고, 이들은 일본 춘화를 보며 동양의 신비한 성 문화를 동경했다.
이 그림은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작품으로, 그가 그린 춘화(春畵) 중 가장 유명한 ‘어부 아내의 꿈’이다. 가츠시카는 일본의 일러스트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붉은 후지산’, ‘번개를 동반한 뇌우 속의 후지산’,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으로 세계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일본 풍속화 작가다.
‘어부 아내의 꿈’의 에로틱함과 음란함은 세계적으로 이미 인정받았다. 미국 뉴스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에로틱한 고전미술품’으로 선정했으며,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은 이 그림을 특별 전시한 바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어부 남편이 바다에 일을 나간 지 오래되자 성적인 허기를 느끼던 어부 아내가 하루 일과에 지쳐 잠을 자다 꿈에서 문어에게 강간당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는 단순한 논평부터, 어부 아내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인 바다(문어)에게 강간을 당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황홀의 경지로 들어가 화합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자못 성 심리적인 해석도 있다. 또한 이 그림은 수간(동물과의 섹스)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면서, 일본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촉수성애물’(Tentacle Erotica)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촉수성애물은 특히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 그러나 하나뿐인 인간 남자의 성기로는 불가능한 행위를 여러 개의 촉수를 이용해 여체를 감싸거나 애무하고, 심지어 여체의 항문과 질과 입을 통해 관통하기도 하는 사드마조히즘(SM)의 가학적인 면을 강조해 차용한 음란물이다.
그림 속에서 거대한 왕문어는 굵고 긴 다리로 여인을 삼킬 듯이 온통 감싸고 있다. 문어의 여덟 개 촉수는 여인의 하얗고 풍만한 몸을 끌어안듯 칭칭 감은 채 끈적하게 천천히 움직인다. 문어의 습격(?)이라지만, 그림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문어 다리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 문어 다리는 여자의 동그란 어깨와 양팔, 다리를 감싸 잡고, 예민한 성기 부분을 애무하면서 입으로는 여자의 외음부를 애무하고 있다. 문어가 여자를 곧 잡아먹을 것 같지는 않고 희롱을 실컷 한 후에나 생각해보려는가?
그런데 그림의 분위기는 불안하고 공포스럽다기보다 오히려 눈을 꼭 감은 여자의 벌린 입에서 황홀한 신음소리가 감미롭게 나오고 있는 것만 같다. 게다가 문어는 한 마리가 아니다. 작은 녀석 한 마리가 여자의 머리와 목을 스멀스멀 감싸 안고, 다리 하나로는 여자의 하얀 젖가슴 위 유두를 애무하면서 다른 다리를 여자의 입안에 넣고 있다. 수간에 스리섬?! 여자의 자세 또한 강간을 당하는 자세라기보다는 다리를 벌리고 문어의 오럴섹스를 즐기는 것만 같은데 그녀가 분명하게 성적 황홀경을 느끼고 있다는 증표는 하얀 가슴 위에 딱딱하게 봉긋 선 젖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문어의 굵고 가는 다리들은 살아 있는 것이니, 계속 꿈틀대며 하얗고 부드러운 살갗을 애무하듯 쓰다듬을 것이다. 문어의 동그란 두 눈은 위협적이라기보다 애교를 부리는 듯하다. “나 잘하고 있지?”라고 묻는 것일까?
‘어부 아내의 꿈’은 꿈속 장면이지만 폭력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황홀한 정사를 즐기고 있다. 바닷가의 바위틈에서 거대 문어에게 포획되어 섹스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분명 즐기고 있다. 성기를 얼굴 크기만 하게 그리는 게 일본 춘화의 특색인데, 커다란 그녀의 성기를 애무하는 문어의 오럴섹스는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다. 여자는 눈을 감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몸의 모든 예민한 부분에 끈적한 애무를 받고 나른하게 늘어져 절정에 오른 모습이라 그야말로 에로틱하다.
실제로 이 춘화의 배경에 쓰인 글(가키이레)은 문어 머리에서 윗부분에 걸쳐 거의 의태어와 섹스 중에 나는 신음소리로 채워져 있고, 그 안에서 심지어 여자는 문어를 ‘얄미운 분’이라고 부르고 있다니, 여자는 분명 ‘작은 죽음’(Petite Mort, 프랑스에서는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을 겪는 중이겠다.
성 전문가의 시점에서 본 이 그림은 여자의 끈적한 성몽이라기보다는,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에서 더한 오르가슴과 능력을 확인하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간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여덟 개의 굵고 가는 촉수로 여체를 휘감아 성감대를 모조리 자극하면서 여자를 그야말로 실신 상태의 오르가슴으로 몰아가는, 환상적이고 주도적인 섹스를 상상하는 그 남자, 가츠시카는 분명 여자의 섹스를 아주 잘 아는 경험 많은 남자다.
여자의 오르가슴은 동시다발적인 애무가 필요하다. 아마 남자들은 파트너를 열심히 애무하다 거친 신음소리에 성기를 삽입하려고 상대의 몸에서 손이나 입을 떼는 찰나 식어버리는 냉정한 오르가슴을 마주할 때의 무력함을 기억할 것이다. 터치와 입맞춤에서 잠시 놓여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지는 여자의 오르가슴! 남자들은 그야말로 문어처럼 여러 개의 손, 그것도 빨판이 붙은 촉수의 다리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팔이 모자라 슬픈 동물, 섹스에서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 약한 그대는 남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사회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변화의 파도가 속이 울렁거릴 만큼 거세고 빠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사람 간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조직 속에서 부대끼며 일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는 그간의 방식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투명한 벽을,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웠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면 그래도 온기를 느낄 구석이 있지만, 혼자 사는 이는 안팎으로 교감할 이가 없어 배로 고독하다. 모니터 앞에 모여 건배를 하고, 온라인으로 못다 한 소통을 이어가는 등 각자 여러 방법으로 애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우울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온기를 채울 대상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말은 못해도 조용히 곁을 내주는 식물이 오히려 따뜻한 처방이 되기도 한다.
식물을 키우며
식물을 키운 지 만 4년 정도 됐다. 미세먼지가 한창 극성을 부렸을 무렵 200개의 식물을 집 안으로 들였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식물은 깨끗한 공기 외에도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존재 자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었고, 더 나아가 잠재된 창의성을 깨워주었다. 이렇게 식물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의 일을 하게 된 것도 식물이 준 활기차고 건강한 기운 덕이다.
건강한 ‘기운’이라고 했지만, 과학적으로도 식물은 인간의 신체에 도움을 준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뿜는다.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음이온을 생성한다. 음이온은 혈액을 정화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저항 능력을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또 세포의 부활을 촉진하고, 자율신경 조정 능력도 원활하게 한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다.
식물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지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선형을 좋아한다. 잎이 그려내는 부드러운 선을 볼 때 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 식물의 상징인 초록색을 보면 뇌가 알파파 상태(뇌가 가장 안정된 상태)로 변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때 유행했던 ‘엠씨스퀘어’가 바로 뇌를 알파파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기기였다.
식물과의 동거가 낯선 당신에게
식물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알고 있다 해도, 선뜻 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상과는 달리 키우는 족족 죽거나 아파서 처치 곤란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본인이 그런 ‘마이너스 손’에 해당되는 것 같다면 앞으로 소개할 세 가지 식물만 기억해도 도움이 된다. 이 삼총사는 바람이 없고 빛이 부족한 곳에서도 뿌리를 물에 담가주기만 하면 별 탈 없이 잘 자란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스킨답서스다. 실내에서 키우기 가장 쉬운 식물로 알려져 있고,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순위 12위에 올라와 있을 만큼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단, 약간의 독성이 있어 반려동물에겐 위험할 수 있다. 필자와 함께 사는 반려묘는 스킨답서스를 알아서 건드리지 않지만, 개체마다 성격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주의는 필요하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식물은 실내에서 백조 같은 하얀 꽃을 피우는 스파티필럼이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식물이다. 스파티필럼 역시 나사의 공기정화식물 리스트 10위에 올라와 있다. 이 식물은 꽃가루가 있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조금 주의하는 편이 좋다. 하얀 불염포 가운데 우둘투둘한 돌기가 있는 부분이 꽃인데, 꽃이 보이자마자 잘라주면 꽃가루를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접란을 추천한다. 나사가 선정한 공기정화식물 순위 38위에 올라와 있다. 물컵에 꽂아놓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며 잘 자란다. 이 식물은 러너를 뻗어 작은 새끼 접란을 틔우는데, 그걸 잘라 다시 컵에 꽂으면 또 잘 자란다.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한 식물이다. 필자의 접란은 반려묘가 뜯어먹어 까까머리가 되었다. 세 가지 식물 모두 뿌리를 물에 담가만 주면 잘 자란다.
아름답게 연출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해두면 편하다. 첫째, 식물을 모아 작은 화단을 연출한다. 식물은 모여 있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물질을 주고받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이때 허리를 굽히지 않는 높이에 두면 관리도 훨씬 편해진다. 둘째, 기왕이면 높낮이를 달리 배치해본다. 조금 더 예쁘게 연출하고 싶다면, 비정형 삼각형을 상상하고, 그 삼각형의 꼭짓점마다 화분을 배치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잎의 색상이나 질감이 다른 것들을 다양하게 길러본다. 마치 꽃꽂이를 보듯 오랫동안 만족감을 주는, 심미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플랜테리어가 될 것이다.
식물에게는 언제나 ‘때’가 있다. 번호표가 매겨져 있는 것처럼 순서대로 싹을 틔우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내내 초록색 이파리만 뽐내다 떠날 것 같은 식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힘에 부칠 때면, 잠깐 시선을 베란다로 돌려보자. 어떤 시련이 와도 뿌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내는 생명 하나가 조용히 응원의 열매를 피워내고 있을 것이다.
정재경
공간 디자이너이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더리빙팩토리’ 대표. 에세이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펴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렵게 되자, 이국적인 국내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바다 위의 식물 낙원’이라 불리는 경남 거제도의 외도 보타니아도 그중 한 곳이다. 사실 외도 보타니아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1995년 개장 이래 누적 방문객 수가 2000만 명이 넘는 거제 대표 명소이니 말이다. 나만 해도 그 방문자 수에 ‘4’를 더했다. 이번 방문 때는 비가 왔다. 비 오는 날의 섬 여행도 꽤 낭만적이었다.
바깥 섬이 식물의 낙원이 되기까지
거제도 남쪽 외딴 섬 외도(外島)는 미운 오리 새끼였을까. 마음 심 자를 닮아 ‘지심도’, 보배에 비길 만한 풍광을 지녀 ‘비진도’라 불리는 거제도의 다른 섬들에 비하면 이름조차 초라한 섬이었다. 그랬던 외도가 부침개처럼 운명이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다. 50여 년 전 이창호(1934∼2003) 씨가 낚시하러 외도에 들른 것이 인연이 되어, 몇 년에 걸쳐 외도를 매입한 것이다.
이창호 씨와 그의 아내 최호숙 씨는 1969년부터 외도를 해상식물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무시로 닥치는 태풍과 거친 파도에 맞서며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웠다. 외도는 기후가 따뜻하고 물이 풍부해 종려나무, 야자나무, 선인장 같은 아열대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했다. 첫 삽을 뜬 지 26년이 지난 1995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외도 보타니아를 선보일 수 있었다. ‘보타니아’(botania)는 ‘botanic’과 ‘utopia’의 합성어로서 바다 위 ‘식물의 낙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외도는 ‘보타니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것처럼.
국내 최초 해상식물원의 인기는 개장한 지 25년째인 지금도 여전하다. 외도행 유람선 선착장이 거제도에 7곳이나 있으며, 유람선이 매일 여러 차례 외도 보타니아를 왕복한다. 바람의 언덕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도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해금강 유람선 타고 바다 위 정원으로
외도 선착장 7곳 중에 도장포를 애용한다. 도장포 가까이에 외도 보타니아와 인기 쌍벽을 이루는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가 있어서다. 외도로 가는 길에 즐기는 해금강(海金剛) 유람은 덤이다. 선실 밖으로 나가 출렁대는 유람선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해금강은 강이나 바다가 아닌, 바다 위로 솟은 바위섬이다. 금강산처럼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여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해금강 해안 절벽 위에는 거센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노송들과 석란, 풍란 같은 희귀한 난초들이 자생한다. 절벽 아래에는 파도가 오랜 세월 조각해놓은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이 있다.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해금강의 기암을 바라보면 사자, 촛대, 기도하는 소녀처럼 보인다.
30분가량의 해금강 유람이 끝나면 외도 보타니아에 도착한다. 외도 모양을 형상화한 빨간 등대가 맨 먼저 반긴다. 선장이 1시간 반 뒤에 유람선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순환형 산책 코스대로 걸으면 되므로 관람시간 90분이 턱없이 부족하진 않다.
유럽식 정원과 건축물로 꾸민 외도
외도 보타니아 관광은 아치 모양의 작은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세계 각국 방문객을 맞이하는 외도 광장에는 한글·영어·한자로 쓴 ‘외도 보타니아’ 조형물들이 장식돼 있다. 광장을 지나면 향나무 여러 그루를 연결해서 한 몸처럼 다듬어놓은 나무 작품이 보인다. 이곳의 인공미를 대표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나무는 눈이 부리부리한 뿔 달린 도깨비 또는 기세등등한 불꽃을 닮았다. 산책로 입구에 턱 버티고 서 있어 사찰의 사천왕상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선인장, 알로에, 용설란 등이 자라는 선인장가든을 지나면 외도 보타니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비너스가든이 나온다.
지중해풍의 건축물과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은 정원,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세워진 하얀 비너스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호숙 씨가 영국 버킹검 궁의 뒤뜰을 모티브로 직접 구상하고 설계한 공간이라고 한다. 비너스가든 끝에 있는 유럽식 사택 ‘리하우스’는 KBS 드라마 ‘겨울연가’(2002)의 마지막 촬영 장소였다. 외도 보타니아를 전국에 소문낸 일등 공신이다.
이탈리아어로 ‘환영합니다’라는 뜻을 지닌 벤베누토정원은 사계절 꽃이 피는 꽃동산이다. 철따라 튤립과 양귀비, 수국, 동백 등이 피고 진다. 이 꽃들은 관람객들의 감탄을 먹고 자란다. 꽃길을 걷다 보면 짙푸른 동백숲길과 대숲길이 나타난다. 밀감나무 3000그루와 편백나무 8000그루가 늘어선 ‘천국의 계단’을 내려서면 야자수 산책로가 기다린다. 프랑스식 연못과 조각상을 배치해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외도 보타니아는 구석구석 아름답다. 귀부인이 그려진 화장실 이정표마저 예쁘다. 화장실 벽 둥근 창으로 보이는 해금강과 외도 등대는 또 어떻고.
바람의 고향 도장포
외도 관람을 마치고 도장포로 돌아와 바람의 언덕에 오른다. 하늘이 맑으면 언덕 아래에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췻빛 바다가 일렁인다. 바람의 언덕은 바다로 돌출한 곶이라 늘 세찬 바람이 분다. 풀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일제히 누워 있다. 언덕 위의 풍차는 신나서 춤추듯 바람개비를 씽씽 돌린다.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혀도 시원한 바람이 그저 반갑다. 만약 이 언덕을 ‘도장포 잔디공원’이나 ‘도장포 민둥산’이라고 이름 지었다면 얼마나 낭만이 없었을까.
풍차 왼쪽, 숲속 계단을 오르면 호젓한 동백숲길이 나온다. 이 숲길이 도장포마을 윗길로 이어진다. 윗길에서 굽어본 도장포마을 전경도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장관이다. 마을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도장포마을 남쪽 바닷가에는 신선이 머물렀다는 신선대가 있다. 부안의 채석강과 지형이 비슷하다. 책을 포개놓은 듯 가로지층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태곳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공룡 발자국 같은 작은 웅덩이도 수없이 많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는 파도가 으르렁대며 들락거린다. 신선대를 본 사람들이 웅장한 기암절벽과 절벽 아래 몽돌해변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색 명소&맛집◇
매미성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 때문에 바닷가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16년 동안 혼자 쌓아 만든 성벽이다. 처음에는 시멘트 벽돌로 쌓아 볼품이 없었다. 점차 네모반듯한 화강암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는 방식으로 바꿔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유럽 중세시대의 성을 연상케 해 이국적인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풍경보다 사진에 담았을 때 더 멋지게 보여 인생사진 명소로 유명해졌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외도널서리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최호숙 씨가 구조라해변에 유리 온실 콘셉트 카페인 외도널서리를 개장했다. ‘널서리’(nursery)는 ‘묘목을 기르는 땅’이라는 뜻으로 외도 보타니아와 통하는 면이 있다. 유럽풍으로 지어 외국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같다.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빛깔 고운 구조라에이드 한 잔 어떨까. 계절에 상관없이 초록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로4길 21, 매일 10:00~21:00
예이제게장백반 거제도에서 이름난 무한리필 게장 백반집이다. 본점은 도장포에 있다. 바람의언덕점은 도장포와 가까워 외도 관광 전후에 들르기 좋다. 메뉴는 게장백반 한 가지다. 메인 요리인 간장게장과 꽃게장을 비롯해 불볼락구이, 간장새우, 충무김밥, 조개미역국 등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작은 꽃게를 사용하지만, 살이 제법 차 있어 먹을 만하다. 쫀득한 맛이 일품인 간장새우도 리필된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132, 매일 10:30~21:00, 게장백반 1인분 1만5000원
창밖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겨울밤에 따뜻한 솜이불 속으로 몸을 담그는 순간 느껴지는 행복감. 그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겨울 여행의 맛이다. 뻔한 새해맞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겨울 여행에 갈증을 느꼈다. 그때 하나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중해는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황금빛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곳…”
레몬 향 실린 따스한 바람과 지중해가 반사한 겨울 햇살이 내 영혼을 포근하게 적셔줄 것 같았다. 오렌지빛 겨울 노을을 가슴 속에 슬그머니 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크레타섬’이다.
겨울에 만난 크레타 섬
크레타(Creta) 섬은 그리스 본토와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각각 300km 떨어진 정확히 중간 지점에 있다. 그리스에서 다섯 번째 큰 섬으로 제주도 면적의 4.5배 크기다. 아테네의 피레우스(Piraeus) 항구에서 밤 페리선을 타고 크레타 섬으로 향했다. 밭이랑을 세우듯 하얗게 물이랑을 일으키는 파도를 밤새도록 넘어 이른 새벽에 크레타의 이라클리온(Heraklion) 항구에 도착했다.
지중해의 겨울은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람과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지만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겨울바람이다. 살갗을 쓰다듬어주는 바람이 피부에 착착 달라붙었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나왔다. “아! 바람 좋다.” 잠시 후 새벽 여명과 함께 나타난 야자수와 파릇파릇한 나무들은 멀리 동쪽에서 찾아온 여행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라클리온의 중심지는 베니젤로(Venizelos) 광장이다. 광장 가운데 있는 1600년대에 만든 사자분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주변에 있다. 비수기여서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밤이 되자 광장 주변은 물론 골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와 바까지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가 어두워진 후에서야 이렇게 나타나는지 놀라웠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밤이 하얗게 새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긴 겨울밤 내내 공감과 소통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의 겨울밤은 하얀색 이야기의 성(城)이다.
겨울 석양을 맞이하기 위해 바닷가 길을 걸었다. 해안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예쁜 카페 거리가 아니라 황갈색 바위의 방파제 길을 걸었다. 길 중간에서 1500년대에 만들어진 ‘베네치아 요새’를 만났다. 크레타 섬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지어진 군사시설이다. 겨울 지중해는 해 질 녘 주황색 하늘을 나에게 선사하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 오면 여름을 기다리는 섬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참았을 것이다. 방파제에 앉아 한숨을 쉬며 파도로 해변을 핥는 겨울 바다를 지켜보았다. 바다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바다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포근함이 밀려왔다.
미노스 문명의 크레타 섬, 크노소스 궁전
크레타 섬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 영향을 준 미노스 문명의 중심지였다. 시내에 있는 ‘이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에는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청동기 시대 미노스 문명의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으로 갔다. 겨울이라 관광객도 거의 없이 한산해서 여유롭게 궁전을 둘러볼 수 있었다. 크노소스 궁전은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그리스 전설 속의 반은 인간, 반은 황소였던 ‘미노타우로스’가 살았다는 전설로 유명한 곳이다. 미로 같은 건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만한 규모와 구조였다. 서로 연결된 방이 무려 1,400개라고 한다.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궁전에 얽힌 인물과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꿰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만나다
크레타섬 출신으로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화가 ‘엘그레꼬’, 가수 ‘나나 무스끄리’와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뽑을 수 있다.
이라클리온을 둘러싼 성벽 위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가 있다. “최후의 유혹”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그리스정교회와 로마가톨릭으로부터 파문을 당했기 때문에 공동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성벽 위에 있었다. 바람 부는 성벽 위, 그의 묘는 소박했다. 묘비의 글처럼 죽어서도 욕심내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평한 돌과 묘석 그리고 나무 십자가 그것이 모두였다. 묘비에는 그의 소설에서 따온 유명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라는 그의 외침이 바람에 실려 귓가를 맴돌았다. 자유를 갈망하며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지금의 자리가 그의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조금 떨어진 곳에 니코스 카잔차키스 문학의 동료이자 사랑을 알려 준 두 번째 부인 엘리니의 묘가 있다. 그녀의 묘 역시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묘 주변을 둘러볼 때 벤치에 앉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파리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르(Ferr)’였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공부했었다는 그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크레타 섬을 정말 좋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의 문학과 그의 외침 ‘자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롭지 못해서 더 자유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시간, 사연이 오가는 겨울의 항구
크레타 섬에서 이라클리온 다음으로 큰 도시는 하니아(Chania)다. 이곳 역시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았었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작은 예쁜 항구다. 하니아는 이라클리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하니아로 가는 도로는 해변을 따라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가는 내내 올리브 나무가 지천에 깔려있는 구릉지들이 바다와 함께 길옆으로 함께 달린다. 크레타 섬에는 30,000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올리브 관련 상품들이 특산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니아 베네치아 항구의 작은 카페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중해의 겨울 햇살이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항구는 배만 오가는 곳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과 시간, 사연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안에 나의 시간도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해 왔는지 크고 작은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르바의 말처럼 매사를 정밀하게 재는 저울 한 벌을 내 안에 가지고 있었다. 이제 저울을 버릴 때다. 필요한 건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 지중해 섬 여행 정보 Tip (아테네에서 크레타 섬 가는 방법 중심으로)
-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페리를 타면 된다. ‘미노안 라인’과 ‘블루 스타 페리’ 두 개 노선이 있으며 크레타 섬까지는 9시간 정도 걸린다.
- 피레우스(Pireaus) 역까지는 지하철(Metro) M1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 피레우스 항구 입구에는 배를 타는 각 게이트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
- 예약서를 페리 타는 게이트(Exit)에 있는 부스에서 탑승권으로 교환하면 된다. 혹은 직접 구매해도 된다.
▪ 미노안 라인 예약 홈페이지 www.ferries.gr/
▪ 블루 스타 페리 예약 홈페이지 www.bluestarferries.com
※ 크레타 섬 외에 산토리니 등 다른 섬을 가기 위한 예약과 승선도 동일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 겨울철에는 숙박비, 렌트비 등 모든 요금이 절반 정도로 싼 편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으면 배가 출항을 못 해 발이 묶여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겨울철 지중해 섬 여행은 반드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정이어야 한다.
△ 크레타 섬 추천 먹거리
베니젤로 광장 꼬치구이 전문점
지난 뜨거웠던 여름 마음은 가슴 트이는 바다로, 시원한 계곡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더위 탓에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던 분들에게 치일 필요 없이 우아하게 가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쏙 들 핫한 셀럽 명소를 소개한다.
하와이 오아후섬 - 미국 -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있는 오아후 섬은 필수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일정을 잡을 때 4박을 기준으로 그 이하일 경우 오아후 섬만 충분히 관광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으면 한 곳 정도 다른 섬 투어를 가는 것도 괜찮다. 렌터카 여행이 활성화되어 있어 공항뿐만 아니라 도시 어디서든 렌터카 업체 이용이 가능하다. 숙소도 다양해 9만 원대부터 원하는 가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오아후 섬은 하와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으로 쇼핑, 관광, 휴양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호눌룰루 시내에는 하와이를 상징하는 건물인 주정부 청사와 주지사 관저, 하와이 왕조의 칼라카우아 왕이 1882년에 건설한 이올라니 궁전 등이 있다.
하와이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아히 포케 아히는 하와이어로 참치, 포케는 무침이라는 뜻으로 한국식 회무침을 생각하면 된다. 참치회를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하와이산 해조류와 소금간, 참기름, 레몬즙으로 간한다.
마카다미아 너트 땅콩과 아몬드보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견과류. 전 세계 마카다미아의 90%가 하와이에서 생산된다.
아사이볼 황산화 기능과 함께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이 되는 아사이베리. 아사이볼은 아사이베리 스무디 위에 그레놀라와 갖가지 과일을 올리고 꿀을 곁들여 먹는 것. 식사 대용이 가능하다.
바나나브레드 바나나가 주재료. 파운드케이크 모양으로 한 입 베어 먹으면 바나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상품명 ‘하와이풀팩’ 부모님과 함께 가는 효도여행 4박 6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200만 원대부터
문의 여행박사 홈페이지(drtour.com)
3대가도 - 독일 -
서유럽을 대표하는 국가 독일은 찬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자연 풍경을 품고 있어 관광객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롯데관광에서 추천하는 독일 여행지는 3대 가도다. 원래는 독일관광청이 ‘7대 가도’라는 이름으로 관광길을 만들어 권장하고 있는 일종의 드라이브 여행 코스다. 그중 ‘고성가도’와 ‘로만티크가도’, ‘알펜가도’를 따로 선택해 함께할 수 있는 여행지로 묶었다. ‘고성가도’는 하이델베르크, 로텐부르크,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등의 도시를 지난다. 중세 기사와 귀족이 살던 고성이 많이 남아 있으며 이를 개조한 호텔도 다양하다. ‘로만티크가도’는 가장 인기 있는 가도다. 과거에는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이르는 통상로였다.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 중세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알펜가도’에서는 독일의 알프스 가르미슈 파르텐 키르헨에서 하이킹과 등산 등을 즐길 수 있다.
독일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예거슈니첼 송아지 고기 안심 부위 등을 얇게 저며 빵가루 옷을 입혀서 튀기고 버섯을 넣은 크림소스를 얹어 내는 독일 동부 음식.
글뤼바인 독일인들이 감기 예방을 위해 자주 마신다. 와인과 과일을 듬뿍 넣고 푹 끓인 과일와인으로 우리나라 쌍화차와 비슷한 효능이 있다. 향과 풍미가 좋고 비타민이 풍부하다.
상품명 ‘독일 완전일주’ 9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200만 원대부터
문의 롯데관광 홈페이지(lottetour.com)
다낭- 베트남 -
2018년 하나투어 통계 기준에 따르면, 시니어에게 가장 높은 사랑을 받았던 나라는 바로 베트남.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고단한 장거리 여행보다는 짧은 비행시간으로 현지에서의 여유로운 관광 일정,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어 선호 여행지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다낭이 있는 베트남 중부지방의 경우 강수량이 적고 습도가 낮아 연중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 프랜차이즈인 ‘콩 카페’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필수 코스로 여기는 곳이다. 코코넛 커피, 요거트 커피 등이 대표메뉴다. ‘다낭 대성당’은1923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유일하게 지어진 성당이다. 외부는 자유롭게 볼 수 있지만 내부는 미사시간에만 방문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아름다운 해변 베스트10으로 꼽히는 미케비치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때묻지 않은 자연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파도가 높은 10월과 12월에는 요트, 서핑, 윈드서핑 등의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베트남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
퍼보 베트남 대표 음식으로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소고기 쌀국수. 지역에 따라 북부는 담백하고 남부는 달고 자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분짜 숯불에 구분 돼지고기 완자를 하얀 쌀면과 함께 먹는 음식, 채소와 함께 피시소스를 찍어 먹는다.
껌땀 숯불에 바짝 구운 돼지고기를 밥에 얹은 음식. 볶은 채소와 계란프라이, 베트남 액젓 늑맘에 설탕과 레몬 등을 넣은 소스와 함께 먹는다.
상품명 ‘우리끼리 단독여행’ 다낭·호이안 5일
항공 대한항공 가격 80만 원대부터
문의 하나투어 홈페이지(hanatour.com)
인천 무의도에 딸린 섬, 소무의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2012년에 소무의도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무의도는 해안선 길이가 2.5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여행의 매력을 다 갖췄으니 가성비 좋은 섬이라고나 할까.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 74m 높이의 아담한 산과 푸른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추천 코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 탑승▶광명항 하차▶소무의인도교길▶마주보는길▶떼무리길▶부처깨미길▶몽여해변길▶명사의해변길▶해녀섬길▶키작은소나무길▶광명항에서 1번 버스 탑승/하나개해수욕장 하차▶하나개해수욕장 촬영세트장▶해상관광 탐방로▶1번 버스 타고 용유역 하차
미니버스 타고 무의도로 가는 길
올해 4월 무의도에 연륙교인 무의대교가 놓였다. 배 출항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맘 편히 섬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무의도로 가는 길은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뚜벅이 여행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 철도를 타고 용유역에 내린 뒤, 길 건너에서 무의도행 1번 미니버스로 갈아탄다. 거잠포와 잠진도를 지날 때 차창 밖으로 반짝이는 갯벌 위에서 낮잠 자는 작은 고깃배와 조개를 캐는 주민들이 보인다. 무의대교가 생기기 전, 잠진도 선착장과 무의도를 무시로 오갔던 배 두 척은 먼바다에 한가로이 떠 있다. 승선 시간이 고작 5분이었지만, 뱃머리에 서서 섬 여행의 설렘을 만끽했던 일이 영영 추억으로 남게 됐다.
미니버스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무의대교에 올라타자 차창으로 바닷바람이 훅 밀고 들어온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 미니버스는 고개 넘어 섬 끝 광명항으로 달린다. 미니버스가 비탈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요리조리 잘도 달린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옆자리 앉은 중년여성이 “아, 너무 좋네. 자주 와야겠다”라며 혼잣말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으니 반문한다. “안 좋으세요? 무의도에 사세요? 전 서울에서 여기 처음 왔는데 너무 좋네요. 다음에 남편이랑 같이 와야겠어요.” 무의도의 매력을 오래전에 깨달은 터라 그저 미소로 답한다.
무의도의 진주,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미니버스의 회차 지점인 광명항(소무의도 입구)에 하차한 뒤 무의인도교를 향해 걷는다. 이 다리가 광명항과 소무의도를 잇는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무의바다누리길 안내판을 훑어본다.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다. ‘마주보는길’, ‘몽여해변길’, ‘부처깨미길’ 등 구간이 8개나 되지만 총 거리는 2.4km밖에 되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무의바다누리길의 1구간인 ‘소무의인도교길’를 건너며 소무의도를 굽어본다.
갯벌이 드러난 떼무리포구에서 고깃배 대여섯 척이 물 들어오길 기다린다. 포구 앞 서쪽 마을에는 원색 지붕을 얹은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여 섬마을 정취를 뽐낸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처음 만난 구멍가게에 들러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을 사 마시고 더위를 식힌다. 인상 좋은 주인에게 듣는 마을의 이모저모는 덤이다. 떼무리포구와 서쪽 마을 앞을 지나는 방파제길이 2구간 ‘마주보는길’이다. 방파제 끝까지 걸으면 관광안내소가 나오는데 안내소 옆 계단으로 오른다. 계단 끝에서부터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당산이 있는 이 숲길이 3구간 ‘떼무리길’이다.
흙길과 데크길을 번갈아 걷다보면 4구간 ‘부처깨미(꾸미)길’ 안내판이 나온다. 전망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옛날에 소무의도 주민들이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소를 제물로 바치고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부처깨미에서 다시 1분 정도 오르면 전망대가 또 나오는데 이곳은 포토존이라 할만하다. 초승달 같은 몽여해변과 동쪽 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대부도, 영흥도, 선재도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서해는 누렇다는 편견을 반박하듯 오늘따라 바다 빛이 푸르디푸르다. 전망대와 연결된 계단을 내려와 5구간 ‘몽여해변길’을 거닌다. 부모와 놀러 온 아이들은 갯바위 사이에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산과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는 산책길
바다 풍광 좋은 몽여해변에 카페들이 하나둘 생긴다. 한 카페에 들어가니 카페 주인이 바다 쪽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준다. 손님들이 “와 오늘 바다 예쁘다!” 환호한다. 빨간 파라솔 아래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지나가는 고깃배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카페 가까이에 있는 바다이야기박물관을 지나면 곧 언두꾸미에 닿는다. 이곳은 갯벌에 참나무를 세우고 언둘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주목망 어업을 하는 곳이다. 언둘꾸미가 변해 언두꾸미가 되었다고 한다. 방파제에 둘둘 말아놓은 그늘이 잔뜩 쌓여 있다.
언두꾸미를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타고 넘어 6구간 ‘명사의해변길’에 도착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이 휴양 왔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몽돌 해변이다. 바닷가에 하얀 굴 껍데기가 가득 쌓여있다. 우뚝 선 절벽이 해변을 감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명사의해변을 지나면 안산 꼭대기로 오르는 숲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나무 계단도 기다린다. 숨을 조절하며 중간쯤 오르니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해녀도가 훤히 보인다. 옛날에 해녀가 물질하다가 쉬었던 곳이라고 한다. 해녀도 뒤로 섬들과 풍력발전기 대여섯 기가 아슴아슴 보인다. 바다와 섬 사이에 해무가 껴 섬들이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들이 이 환상적인 풍경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 길이 7구간 ‘해녀섬길’이며 무의바다누리길에서 풍광이 가장 좋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안산 정상에서 하도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하도정 주변에 해풍 맞고 자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8구간을 ‘키작은 소나무길’이란 이름 붙였다. 하도정 이후로는 내리막길이다. 계단을 내려오면 소무의인도교가 코앞에 있다. 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굽어보니 어느덧 바닷물이 차올라 갯벌에 박혀 있던 배들이 둥둥 떠올랐다. 광명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바다 위를 걷는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 탐방로
하나개해수욕장은 ‘섬에서 가장 큰 개펄’이라는 뜻을 지녔다. 해변은 모래밭이고, 썰물 때는 진득한 갯벌이 드러난다. 보드라운 갯벌 흙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감촉을 즐기며 일몰을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해변에 오래전에 방영됐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칼잡이 오수정’의 주택 세트장이 있다. 실내 관람은 할 수 없다. 세트장 뒤로 해안관광 탐방로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를 따라 데크를 걷다 보면 호룡곡산 등산로와 해안관광 탐방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로를 뒤로 하고 해안 쪽으로 내려선다. 해안관광 탐방로는 작년에 무의도 해안절벽 옆에 조성한 해상산책로다. 만조 때는 파도 때문인지 약간 흔들거린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꽤 스릴 있다. 해안절벽에 있는 진기한 모양의 바위에 이름을 짓고, 탐방로 난간에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억지스러운 이름도 있지만, 자꾸 안내판 사진과 비슷한 바위를 찾으려 애쓰게 된다. 밀물 때는 갯바위가 잠겨 일부만 찾을 수 있다. 가장 그럴싸한 바위는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있는 형상의 원숭이 바위다. 탐방로 끝 해안가에 있다.
이 탐방로는 한낮보다는 해질녘 바닷바람 맞으며 걸어야 제맛이다. 매일 물때가 변하므로 이곳에 갔을 때 바닷물이 싹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을 수도 있다. 바다 위를 걷는 스릴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안내판 속 바위들은 다 찾을 수 있으니 밀물이어도, 썰물이어도 좋으리라. 탐방로 개방 시간은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이다.
주변 명소&맛집
무의도의 휴양지 실미도
실미도는 무의도의 부속 섬이다. 1971년 8월에 발생한 실미도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던 부대원들이 정부의 사살 명령을 받고 온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실미도를 탈출해 청와대로 가던 중 자폭한 사건이었다. 2003년에 이 사건을 영화화한 ‘실미도’가 개봉해 큰 관심을 얻었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마다 무의도와 연결된 징검다리가 드러난다. 이 다리를 건너 실미도를 관통하는 숲길을 지나면 섬 반대편 해변이 나온다. 실미도 영화 세트장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갯바위와 고요한 해변만 남았다. 실미도와 마주 보고 있는 실미유원지에는 100여 년 된 아름드리 노송 군락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숲에서 야영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하나개해수욕장보다 한적한 해변을 산책하거나 바닷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에 좋다.
맛집과 카페
무의도는 바지락 칼국수와 영양굴밥, 조개찜이 유명하다.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유원지, 광명항에 횟집과 식당이 많다. 실미유원지에서는 ‘해송회식당’이 입소문 났다. 진한 바지락 국물에 감자와 각종 채소로 맛을 낸 바지락칼국수가 일품이다. 칼칼한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용유역 앞 ‘은행나무집’은 영양굴밥을 잘한다. 소무의도 몽여해변에 있는 ‘섬카페좋은날’은 루프톱 카페다. 옥상에 폭신한 소파를 준비해두었다. 길가에 있어 걷는 중에 잠시 들리기 좋다.
여행 tip
1. 대중교통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7번 탑승장에서 2-1, 222번 버스 탑승, 용유역에서 하차한다. 용유역에서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역에서 모노레일로 갈아타 종착역인 용유역에 하차, 무의도행 1번 버스를 탄다. 모노레일은 무료이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1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약 12분 걸린다.
-용유역 앞에서 1번 버스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주말에는 10여분 늦어 질 수 있다. 배차 간격이 넓으므로 하차할 때 버스 시간을 알아두는 게 좋다.
2. 실미도는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 하나개해상관광탐방로는 물때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으나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올해 여름휴가에 펜션을 예약해 두었다며 동해안 바닷가와 설악의 계곡에서 보내자는 아들네의 전화를 받았다. 즐거운 제의다. 이제 아기들도 웬만큼 자라서 저희끼리 놀러 가도 될 텐데 엄마를 생각해 같이 가자는 아들이 있어 행복하다. 냉큼 가겠다고 답하고 여행 준비에 나섰다. 딸만 있는 친구들이 들으면 또 눈치 없다고 핀잔할 것이지만 나는 모른 체 따라나서기로 한다.
막상 준비하려니 할 것이 없다. 그 옛날엔 휴가 가기 전 밑반찬부터 먹을거리 챙기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집 나서면서부터 무엇이든지 살 수 있으니 거추장스럽게 미리 음식준비는 하지 않는다. 그저 복용 중인 약과 화장품, 칫솔, 그리고 옷만 챙기면 되었다. 얼마 전 새로 산 레이스 달린 하얀 블라우스와 바닷가에서 수영복 대신 입을 탱크톱과 짧은 바지도 잊지 않았다. 바닷가 해변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하니 날아갈 듯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근래에 휴가는 그저 유명 휴양지의 호텔에서 보냈다. 손녀 손자가 어릴 때라 주로 호텔 내의 수영장이나 놀이시설을 이용해서 불편한 점 없이 놀다 왔었다. 올 휴가는 바닷가에 간다니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에게는 낭만의 태양과 푸른 바다가 제격이겠지만 언젠가의 기억대로라면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은 나 같은 시니어에는 결코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햇볕에 달구어진 모래사장에서 비치 파라솔까지 가는 것도 고역이고 쨍쨍한 햇볕에 가린다고 해도 탈 수밖에 없는 피부도 걱정이다. 또한,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온몸에 붙는 모래도 고민스럽고 협소하고 복잡한 샤워장도 불만이지만 어쩔 수 없는 바닷가의 풍경이다. 그러나 그런 소소한 불만보다는 멋진 해변의 낭만과 옛 추억, 넓고 푸르른 바다를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해변의 파라솔은 너무도 중요한 존재다. 아무리 햇볕이 따가워도 파라솔 아래 그늘은 바닷바람으로 부드럽고 시원하다. 그저 파라솔 아래 누워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찔한 수영복의 선남선녀를 구경하며 즐기면 좋을 텐데 어린 손녀는 자꾸만 바다에 같이 가자고 손을 끌어당기니 나는 할 수 없이 손녀의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들어선다.
이번에 간 동해안의 중광정해수욕장은 작은 규모의 예쁜 해변이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만 들어가는 해변과 튜브 타고 파도타기 하는 해변을 분리해 놓았고 모래도 매우 깨끗한 아이들이 함께 놀기에 좋은 바다였다.
개인이 가져간 파라솔을 펴는데 5000원, 파라솔만 빌리면 만 원, 평상의 파라솔은 3만 원으로 그렇게 바가지도 아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빨간색의 예쁜 파라솔이 있지만, 그냥 3만 원을 주고 평상 파라솔과 노란색의 커다란 튜브를 만 원에 빌렸다.
천방지축 신난다고 뛰어다니는 손녀 손자에게 모래찜질로 인어 다리도 만들어주며 참으로 오랜만에 원시적인 피서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하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모래밭을 오르내리는 일이 이 나이엔 어울리지 않는 피서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그 옛날 팔팔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어 즐거웠던 기분 좋은 피서 여행이었다. 이열치열 무더운 여름을 뜨거운 햇볕 아래 뜨거운 모래사장을 거닐며 보냈다.
예전에 키보이스라는 그룹이 부른 바닷가에 울려 퍼지던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멜로디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를 생각해서 삼척으로 놀러 가자고 한다. ‘아니 웬 삼척!’ 삼척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게는 탄광이다. 삼척, 정선, 사북, 고환 일대의 탄광 지역 벨트라인이다. 업무차 여러 번 가 본 곳이다. 뒤이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는 기억들의 바탕에는 석탄이 있다. 수십 년 전의 기억이지만 어제처럼 또렷하다. 기차역 주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석탄무더기 하며 시커먼 도랑물, 검은 길바닥 그리고 지하 600m 수직갱도 내에서 석탄을 캐내던 광부를 직접 만났던 일들이다. 광부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되고 위험한 직업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한마디로 삼척의 기억은 관광지로서는 ‘아니올시다’였다. 어디 갈 곳이 없어서 탄광촌에 놀러 가나! 선 듯 내키지 않았다. 딸이 시큰둥해 있는 내 표정을 재빠르게 읽었다.
“아빠, 거기에서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해변 옆으로 달리는데 경치가 아주 좋대요. 멋진 추억이 될 거예요.”
우리나라 석탄 광산은 거의 문을 닫았다. 탄광 관련으로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 살기 위해 떠나 인구는 절반으로 반 토막이 나고 지역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는 뉴스는 오래전에 접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새로운 생존 산업으로 관광산업을 부양하고 있다는 희망찬 이야기도 물론 들은 적은 있었다. ‘그래! 예전과 많이 달라졌을 거야. 예전의 고정관념에 젖어 변화된 오늘을 외면하는 것도 외눈박이 사람이지. 딸이 가자고 할 때 따라나서야지 자꾸 손사래만 치다가는 영영 어디 가자는 소리를 안 할지도 모르지.’ 얼굴에 환한 표정을 억지라도 지으며 좋다고 가자고 했다.
사실 레일바이크는 경북 문경에서 타 본 적이 있는데 아주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돈을 내고도 돈이 아깝지 않을 때가 있고 본전 생각 날 정도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문경의 레일바이크는 언제 집안 식구들을 데리고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곳으로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아마 집에 와서 아이들한테도 자랑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는 날은 25~28도 정도로 약간 더웠지만, 맑고 청명했다. 한여름에 휴가를 떠나지 말고 지금이 돌아다니기 참 좋은 날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레일바이크는 총길이 5.4km로 복선으로 설치되어있었다. 한쪽은 삼척시 근덕면 궁촌정거장에서 출발하고 반대편에서는 용화정거장에서 출발한다. 궁촌정거장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예약을 하고 갔다. 예약자 우선이라는 팻말에 힘입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갈 때는 예약문화에 힘입어 끗발이라도 있는 것처럼 우쭐했다.
레일바이크의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어야 오르막에는 힘도 들고 내리막에는 관성의 힘으로 달리는 스릴이 있다. 궁촌정거장 쪽이 높아서 수월하게 용화정거장 쪽으로 가기 쉽다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한 딸이 궁촌정거장을 택했다. 역시 이런 것까지 계산하는 젊은이들이 한 수 위다. 출발 전에 안전벨트를 매고 브레이크 작동법과 페달 밟는 법을 알려준다. 행인과 다른 차들이 들어올 수 없는 정해진 레일 위로만 달리니 핸들 조작은 아예 필요 없고 알려주는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노인이나 아이들도 탈 수 있고 위험성도 없다.
사위와 딸 그리고 우리 둘 부부가 페달을 밟으니 레일 바이크는 앞으로 씩씩하게 잘 나간다. 브레이크는 유압으로 작동되는데 아주 말을 잘 듣는다. 솔밭 사이로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눈을 돌려 좌측을 보니 푸른 바다는 하얀 파도를 연실 토해내고 모래 백사장 위에는 상인들이 여름 한 철 피서객을 맞을 준비에 바쁘다. 오른쪽은 육지 쪽이다. 논밭과 집들이 보이고 도로에는 차들이 씽씽 우리와 함께 내달린다.
중간쯤에 정거장이라는 이름의 휴게소가 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주위경치를 배경삼아 사진도 찍으라고 자유 시간을 주는 곳이다. 아이스크림이 동이 나게 팔리고 출출한 손님들을 유혹하는 핫도그와 달달한 과자가 가격이 비싼데도 잘 팔린다. 이렇게 잘 팔리는 가게 처음 보겠다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역시 장사는 잘 팔리는 목이 으뜸이다.
20여 분 쉬고 나면 출발하라는 신호가 떨어진다. 타고 온 레일바이크에 올라야 한다. 또 한참을 달리면 터널이 보인다. 이 지역의 영웅 황영조 선수를 터널 입구에 크게 내걸었다. 터널 내부는 해양도시의 특성을 살린 물고기 종류의 루미나리에와 각종 레이저 쇼가 연출된다. 다른 레일바이크 코스에는 없는 독특함이다. 동굴 안이라 서늘한 감이 있는 데다가 레일바이크 바퀴와 레일이 마찰하는 쇠가 부딪히는 기계음이 동굴 속이라 제법 커서 무서움마저 든다.
중간중간의 포토존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도착해서 내가 타고 온 바이크의 번호만 말하면 촬영된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이 마음에 들면 찾고 아니면 말면 된다. 처음이라 몰랐는데 포토존이라고 표시된 곳에서는 폼을 좀 잡을 걸 하고 후회했다.
1시간의 해양레일바이크의 탑승이 끝났다.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기차, 레일, 바다, 솔밭에다가 쇠가 부딪치는 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손뼉 소리, 맞은편에서 오는 이름 모르는 나와 같은 관광객끼리 손 흔드는 인사 모두가 좋았다. 2014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관광 상품이란다. 삼척은 이제 탄광 도시가 아니고 해양관광의 도시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열심히 일한 사람 떠나라고 한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국내 여행도 좋은 곳이 많다. 관광객과 지역민들이 서로 도움이 되고 하고 나아가 해외 관광객도 불러 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