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15년 가까이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윤소진(62) 씨. 은퇴 후 이웃돌봄지원단 활동으로 이웃의 삶의 질과 인권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힘쓰다 보면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거라 기대하면서.
퇴직할 무렵 윤소진 씨에게 고민이 생겼다. 사회복지사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 힘써왔지만 정작 자신의 여생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지 깊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막막한 마음을 안고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방문한 어느 날, 보람일자리 이웃돌봄지원단 공고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 평소 돌봄 서비스에 관심이 있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나를 위해 다시 일해보자’고 결심했다.
경험에 기반한 열정
윤소진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에서 활동한다. 이웃돌봄지원단은 돌봄 관련 사회 경험과 역량을 가진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다. 주거, 교육·문화,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 손길이 필요한 지역사회 이웃의 돌봄을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주로 해당 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참여하기 때문에 업무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다운우리의원 재택의료센터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찾아와 진료받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윤 씨는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화 상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일정을 조율하며, 회의 자료를 정리한다. 재택 치료를 위한 준비물을 챙기고, 종종 의사나 간호사와 함께 나서기도 한다. 정다운우리의원은 관악정다운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개설한 센터라 사례 관리, 복지 체계 안내 등 폭넓은 사회적 서비스 지원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현역 시절 상담 및 행정 관련 부서에 있었어요. 이웃돌봄지원단에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역사회 복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활동한 경험이 실제로 도움이 됐어요. 환자들 가정에 직접 찾아가 보면 진료 외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아요.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라든지 불편한 요소들이 꽤 있거든요. 최대한 자세히 살펴보고, 지역 센터와 연계해주기도 해요. 곰팡이 핀 벽지나 헐거워진 문고리 교체 등을 요청하죠.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보람 있어요. 제가 만난 재택의료 신청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한번은 어느 노부부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편은 다리가 불편해 누워 있었고, 아내는 인지 장애가 있는 듯했다. 이들을 제대로 보살펴줄 보호자가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우연히 담당 요양보호사를 통해 손주가 있다는 걸 들었어요. 그분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앞으로 치료를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의논하도록 했죠. 이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무척 많더라고요. 센터에서는 매주 사례 관리 진단을 하는데, 각기 다른 상황이라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치료할지 함께 고민해요.”
대상과 시스템의 확대를 꿈꾸며
윤 씨는 이웃돌봄지원단으로 활동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환자를 돌보면서 취미나 일상을 소화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보살펴야 할 상황에 놓였다거나, 보호자 생활을 오래 한 경우 등이다. 동네 사랑방처럼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모여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담 없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며 환기할 시간을 갖는 셈이다.
“물론 나라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앞으로 노후 생활에 걱정이 없는 통합 시스템이 생겼으면 해요.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넓게는 지역사회가 모두 돌봄의 범위 안에 있도록요. 나이가 들어가니 저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 자연스레 관심이 가요. 그들의 모습이 제 미래를 보는 것 같거든요.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더불어 이웃돌봄지원단과 같은 다양한 지원 사업이 더 잘 되어 자리를 잡았으면 합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되면, 저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겠죠!”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른 중반에 딸아이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이지선(40) 씨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왜 나에게,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내리막을 걷는 듯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그건 인생 2막을 열어준, 삶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준 지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마흔, 그는 또 하나의 상승 좌표인 보람일자리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이지선 씨에게 아이의 장애를 밝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숨기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 그의 삶을 논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이지선 씨는 서울시 보람일자리 장애인사업단의 참여자로 성민복지관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행보 역시 아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위해 치료실에 다니다 보니 다른 발달장애 아동들을 보게 됐고, 그 부모들의 삶도 보게 됐어요. 처음에 내 삶에만 몰입돼 있을 때는 원망스럽고 서글펐는데, 차차 그런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더라고요. ‘그래, 일단 현장에 가서 보면 뭐라도 길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꿈을 향한 출발점을 찾다
이지선 씨는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성민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다. 그가 전담하는 이는 자폐증과 뇌변병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어 의사소통과 신체활동이 쉽지 않은 편이다. 뭐든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지만 상호작용이 어려워 초반에는 꽤 막막했다고. 그래도 열심히 고민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교류해나가는 중이다.
“제가 담당하는 분은 애착 물건이 테이프더라고요. 그걸 계속 뜯고 만지면서 감각 추구를 하는데, 다른 활동에는 관심도 적었고 잘 움직이지 않으셨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색깔 테이프를 뜯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테이프 그림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긍정적 반응은 처음이었죠. 미약하지만 어떤 교감을 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이렇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일상에 동기부여를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알아가려 합니다.”
이지선 씨는 현장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이론도 공부하며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는 대학원에 입학해 가을학기부터 전공 강의도 듣는다. 아직은 보람일자리도, 대학원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한 표정이다. 방황하고 막연했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기 때문일 터. 게다가 목표점도 생겼다. 바로 운동재활치료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수업을 들은 지는 2주밖에 안 됐지만, 명확한 꿈이 생겨 좋아요. 사실 아이 때문에 뭘 할 수 없을 거라고 낙담하곤 했는데, 아이 덕분에 이렇게 꿈도 찾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예전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 적도 있는데요. 그때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가치 있고 기쁘게 여기더라고요. 지금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더 이상 내가 초라하지도 않고, 삶이 고통스럽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선행,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꿈을 갖게 된 요즘, 일상이 마냥 꿈 같다는 이지선 씨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단녀 엄마들에게 보람일자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말했다.
“일단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분들에겐 최적일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이 치료에 할애해야 하는데요. 보람일자리는 월 최대 57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아이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럼 결국 일을 포기하게 되죠. 그러지 않으면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고요.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제2의 직업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얻는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선 씨는 원하는 분야가 분명했지만, 어떤 보람일자리에 도전할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경력을 발휘하거나 관심 있는 사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얻어 갈 게 많으리라고 말하는 그다.
“저도 막연히 시작했지만 여기 와서 경험 많은 선배 참여자들 이야기도 듣고, 관련 업무와 종사자들을 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거든요. 또 보람일자리는 특성상 선행(善行)이 바탕이 되는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기분 나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그만큼 보람은 따라오리라 생각해요. 사실 보람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일을 함으로써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일상의 루틴도 만들어져서 자기계발이 되는 듯해요.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그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아이들만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흔 넘은 엄마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23년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 중장년의 생애설계준비도는 100점 환산 기준 63.1점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단 리포트에 따르면, 지표가 된 ‘생애설계준비도’는 ‘과거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와 앞으로의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목표 설정 및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애설계준비도는 크게 ‘생애이해’와 ‘생애영역 설계관리’로 나눠 측정됐다.
조사 결과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도는 63.1점, 생애이해 영역은 65.6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61.8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평균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67.9점으로 가장 높았고, 여가활동 설계관리가 59.1점으로 가장 낮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생애설계준비도는 63.3점, 여성은 62.8점으로, 여가활동 설계관리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설계관리를 제외한 영역 및 항목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약간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생애설계준비도가 가장 높은 건 만 60~64세로 63.7점이었다. 반면 만 45~49세가 62.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또, 생애이해 영역은 만 55~59세(66.0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만 60~64세(62.6점)가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낮아질수록 준비가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가구 형태에 따른 세부 결과도 측정했는데, 기타를 제외했을 경우 2세대 가구가 모든 영역 및 항목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고, 생애이해 영역(62.6점)과 자신에 대한 이해 항목(65.5점)은 1인 가구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임소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50+정책동향리포트’(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와 지원 방향)를 통해 “인생 후반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장년은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현재 준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장년 특성을 반영해 생애설계준비에 대한 정의를 구명하고 관련 이론 고찰, 선행 연구와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지표의 영역 및 항목을 구분하고 문항을 구성하여 타당성 검증을 통한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평생현역시대, 생애설계에 빠질 수 없는 '일자리 지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의 세부 항목 중 ‘일(경제활동) 설계관리’ 점수(60.4점)는 타 영역의 평균보다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여가활동 설계관리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반면 최고점은 ‘재무설계관리’(64.8점) 항목. 지표의 정의를 토대로 풀이하자면, 경제적 관리(소득·부채·금융자산·부동산)을 위한 목표 및 계획(연금·투자·저축)을 실천하고 이를 점검·관리하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일(경제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 및 계획(자격증 취득·교육훈련 참여·교류 활동 등)을 실천하고 이를 유지·개선하려는 노력은 미흡한 것이다.
한편 수명 연장으로 길어진 노후, 전문가들은 줄곧 ‘평생직업’, ‘평생현역’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은퇴 전 축적한 자산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여생이 얼마나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노후 경제적 관리를 고민한다면 일(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할 테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관리 대비 일 설계관리가 부족한 것에 대해 다소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볼 수 있겠다. 물론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설계하기엔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더해지면 좋다.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해당 리포트의 분석 자료(중장년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한 경력설계상담의 현황과 시사점)를 통해 “생애설계는 직업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계획을 생애주기 단계에 걸쳐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관련 상담은 생애설계의 다양한 영역 중 직업, 경력 등 영역에 특화됐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 대상자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도와주는 활동”이라며 “중장년의 일자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담 시 조언이나 공감보다는 취업·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담자의 역량을 키우고 방법을 논의·제시하는 역할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시 중장년의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생애설계상담(4대 영역, 건강·재무·여가·대인관계)은 유지하면서 경력설계상담을 강화하여 중장년의 생애 전 영역에 대한 종합지원 방향으로 상담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뉴딜 일자리로 운영되는 컨설턴트들이 생애설계상담을 제공하고 취업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은 경력설계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생애설계 다양한 영역에서의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일본의 첨단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요양서비스 등 실버산업의 동향을 점검할 수 있는 행사가 개최된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연구소가 주최하는 글로벌 제론테크놀로지 특강, ‘일본의 디지털 기반 실버산업 동향’ 세미나가 오는 10월 11일 강남대학교 살롬관에서 개최된다.
이날 행사는 사사키 노리코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 이사가 연사로 나서, 일본 내 실버산업 동향 중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사사키 노리코 이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 간 실버산업 분야 교류에 앞장서, 한국 고령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강연 후에는 박영란 강남대학교 교수의 진행으로, 백승엽 네오에이블 대표, 이준호 그레이스케일 대표, 이선엽 케어닥 본부장 등이 참여하는 패널 토의도 진행된다.
이 행사는 강남대학교 융합기술진흥원,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등이 후원한다.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서울, 부산 순이다. 경기도 중장년에겐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서울 중장년에겐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가 있다면, 부산 중장년에겐 ‘부산광역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이하 부산장노년센터)가 있다. 그 이름처럼 일자리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지만, 중장년의 다채로운 삶을 응원하기 위해 커뮤니티 지원 및 교육, 사회참여 활동 등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중이다.
부산장노년센터는 2016년 10월 부산광역시에서 지정하여 운영하는 장노년 지원 전문기관으로, 부산에 거주하는 만 50세 이상 중장년 세대의 사회참여를 이끌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 및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성공적이고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지원한다. 그중에서도 신중년 인생학교 ‘하랑’과 생애설계 커뮤니티 지원사업인 ‘아리’는 부산 액티브 시니어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센터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또래와 배우고 성장하는 인생 캠퍼스
‘신중년 놀이터’로도 불리는 인생학교 ‘하랑’은 중장년 개인의 역량 및 경험을 활용한 교육을 개설해, 지역민들의 사회참여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자신의 재능을 동년배와 나누고 싶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여자는 재능기부 형태로 중장년 대상의 교육 강좌를 열어 또래와 소통하고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동시에 개인의 역량도 향상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연간 상·하반기로 나눠 4개월씩 진행되며, 한 과정당 1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동화구연지도사, 로봇강사 양성과정, 드론 기초과정 등 취미·여가 및 자격증 교육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총 13팀이 참여 중이다.
하랑과 함께 주목받는 센터 사업으로 ‘아리’가 있다. 아리는 사회공헌, 일자리, 학습, 문화 활동 등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형태다. 생애설계·신문화 확산 관련 활동 또는 지역사회·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커뮤니티가 대상이 된다. 또는 센터 내 프로그램 참여 후 동기들과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결성한 모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세대 통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50+세대가 구성원의 50% 이상인 경우도 지원 범위에 속한다(단 5인 이상 참여). 하랑과 마찬가지로 연 2회 4개월 단위로 모집하며, 80만 원의 활동지원금이 나온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원금을 비롯한 센터의 조력을 통해 모임 안정화를 넘어 협동조합 설립도 꿈꾼단다. 현재 온라인 판매 및 협동조합 개설 동아리, 아동학대 인형극 동아리, 드론 동아리 등 총 10개 팀이 지원받고 있다.
"함께 가는 길은 멀리 갈 수 있다" -‘하랑’ 책놀이지도사 이옥경 강사
“노인복지 현장과 교육기관에서 치매 예방 및 인지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했어요. 지난해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50+생애재설계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방문한 부산장노년센터 직원을 통해 ‘하랑’에 대해 알게 됐죠. 내가 활동하는 분야의 역량이 강화됨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제 삶의 만족도도 향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노인 인지활동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랑을 통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은 노인 책놀이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계시는데요. 이를 발판으로 노인 시설이나 치매안심센터 등에 취직해 지역 어르신의 건강 지킴이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일자리 연계가 아니더라도, 일차적으로는 개인에게도 유익한 강좌이기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혼자보다는 길동무가 있어야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다고 하죠. 센터와 커뮤니티 회원들이 제가 가는 길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막연한 노후에 소속감을 심어주다" -‘아리’ 펀북놀이터 구민서 대표
“제가 대표로 있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지원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과정이었는데, 당시 지원사업은 6개월로 끝났죠. 이후 회원들이 각자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속감이 결여된 점이 고충이었죠. 마침 부산장노년센터 ‘아리’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지금은 ‘아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펀북놀이터 동아리’라고 소속을 밝혀 소개하고 있어요. 말뿐인 게 아니라 심적으로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에요. 센터에서 동아리를 널리 알려주신 덕분에 회원들의 활동도 늘어났고, 저 또한 북콘서트 진행 기회도 얻게 됐죠. 혹시 주변 중장년 중에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공신력 있는 센터의 지원을 받아보고 싶다면 부산장노년센터를 찾으시라 권해드립니다. 나이 들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닌, 나이가 들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의 인생, 한 권의 책이 됩니다
부산장노년센터는 ‘신중년 생애전환지원팀’을 두고 이들 세대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 및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부산광역시 휴먼북도서관’이 있다. 사업명 속 휴먼북(Human-Book)은 한 사람의 인생이 곧 하나의 책과 같다는 교훈에서 착안한 단어다. 부산시 휴먼북도서관은 ‘인생의 경험을 나누는 도서관’으로도 불린다. 독자들은 읽고 싶은 휴먼북에 열람 신청을 하고, 이후 대상과 마주 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생생한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다. 종이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체득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자신의 인생 경험과 경륜, 전문지식에 대해 재능기부를 원하는 신중년(만 50~69세)이라면 휴먼북 대상자로 신청 가능하다.
이밖에도 부산장노년센터는 고령화 대비 노후 진단 및 생애설계 상담, 종합재무설계 서비스, 신중년 적합직종 양성교육, 50+생애재설계대학 네트워크, 부산50+인턴십, 장노년 전직지원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통해 부산 중장년들의 노후를 응원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들을 잘 유지하면서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부산장노년센터가 진행하는 사업 정보 및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면, 센터에서 운영 중인 ‘50+부산포털’을 통해 확인해보자.
부산장노년센터는 부산시 중장년들에게 노후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든든한 동행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 많은 부산 중장년들에게 양질의 환경과 교육, 커뮤니티, 일자리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변재우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부산시 중장년 인구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시니어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경기도나 서울시와 비교해 부산시 중장년들의 인생 후반전 준비는 미흡한 편입니다. 그에 반해 노후 준비나 생계를 위한 일자리 욕구는 높은 편이죠. 모든 분을 만족시키긴 어렵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중장년이 후반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보조금 사업인 ‘60+일자리 사업’, ‘시니어 인턴십’,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민간 일자리 사업인 ‘부산형 50+인턴십’,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등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사회공헌 일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늘어나 관련 분야로 매칭해드리고 있습니다.
Q. 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찾아오나요?
우선 퇴직 후 일자리 고민이나 인생 이모작 설계를 위해 방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밖에도 다양한 고민과 기대를 품고 이곳을 찾아오시지요.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생애 재설계 컨설턴트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 진단을 통해 다양한 정보 제공은 물론 센터나 부산시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저마다 인생 후반전에 필요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적절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Q. 상반기 동안 중장년이 가장 만족한 사업은 무엇인가요?
주택보증공사(HUG)와 함께 진행한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입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신중년 일자리와 매칭해 진행했는데,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반응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은퇴 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풀타임 근무보다는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호하는데, 그 점이 충족되어 만족도와 참여도 또한 높았지요. 기분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함께한 주택보증공사가 올해 계속 지원을 약속해 하반기에도 동일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센터를 방문할 부산 중장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만 해도 지역마다 캠퍼스나 센터가 있지만, 부산에는 우리 센터 하나뿐이죠. 모든 부분을 충족하긴 어렵겠지만, 중장년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해가며 우리만의 지원책과 문화를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다들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극장이지만, 귀농 드라마만큼 난감한 장면을 복잡다단하게 보유한 장르도 드물다. 폭풍 속의 질주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귀농은 매우 역동적인 인간사의 전시장이다. 자칫 고난과 고통에 갇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모험적인 도전이다. 귀농 10년이 지나서도 두 발로 서지 못한 사례가 드물지 않으니까. 이에 비하면 한철영(65, 태경농산 대표)은 순풍에 돛을 매달고 내달렸다. 출발은 소박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기세등등하다. 몇천만 원에 불과했던 초기의 매출은 우상향을 거듭해 지난해엔 1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 원. 비약이다. 흔치 않은 케이스다.
한철영은 30여 년을 근무한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2012년에 귀농했다. 애당초 귀농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한가하게 인생의 가을을 영위할 수 있는 귀촌을 염두에 두었을 뿐이다. 그는 안성시 대덕면의 한적한 농촌에 땅을 미리 마련해뒀다.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전원생활을 맛볼 작정으로. 그러다 상황이 바뀌었다. 그가 미리 사둔 땅은 10년을 묵혀둔 배 과수원이었다. 면적은 1300평. 이걸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략 손질하기 시작했는데, 어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푹 빠져들었단다. 의도하지 않았던 귀농에 덜커덕 뛰어든 셈이었다.
“농사 초심자가 배 농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모든 게 엉성하고 서툴렀지만 다행히 결실이 있어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반응이 좋았다. 맛이 아주 좋다며 판매하라는 요구가 많아 내심 놀랐다. 배 농사에 흥미와 의욕을 느낀 계기였다. 이듬해엔 시설을 보완해 본격적으로 농사에 나섰다. 결국 엉겁결에 귀농을 하게 된 것인데, 이듬해 농사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도시 직장인 연봉 수준의 판매수익이 났으니까.”
초기에 생산한 배 품질로 벌써 남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노련한 농부도 품질 유지에 차질을 빚는 게 과수 농사인데.
“미숙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묵어 오히려 좋아진 토질에 힘입어 괜찮은 배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농사 기술과 물정을 익히기 위해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해 지도를 받아 얻은 성과물이기도 하다. 통장님을 찾아가 도와달라 요청, 배 농사에 조예가 깊은 주민을 멘토로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건 큰 힘이 됐다. 농업이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인간관계, 믿음을 기반으로 한 유대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며 살아왔다.”
아무리 돈독한 사이라도 핵심 기술은 잘 안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 않나?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주는 맛집 레시피처럼.
“다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심리는 인지상정이라 본다. 사실 주변 농부들에게 물어도 마땅한 답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스로 공부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상책이겠지. 따라서 나는 아내와 함께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2년간 공부했다.”
농업 교육기관의 교육이 이론에 치중돼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교육장에서 접할 수 있는 건 강사의 교육만이 아니다. 수강생들과 교류하며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장이기도 하니까. 농업마이스터대학엔 수십 년간 배 농사를 지어온 지역 농민 다수가 학생으로 참여했다. 나는 그들의 도움으로 많은 걸 배웠다. 그들을 통해 배 농사의 실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배나무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한철영은 농사에 공을 들이는 일 못지않게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그걸 귀농의 리스크를 사전 방비할 수 있는 울타리로 삼았다. 자칫 외로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는 무심한 처신 대신, 마음을 열고 사람들 속으로 쑥 들어가 친선을 도모했다. 그건 곧 농사에 활기를 부여하는 동력원이 됐다. 그는 이렇게 귀농으로 바뀐 삶의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능동적으로 관여했다. 농사 기술 확보에도 민첩한 감각을 발휘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신뢰할 만한 기술 정보를 입수하면 바로 농장에 끌어들였다.
“농사의 기본으로 삼은 건 일명 ‘게으름뱅이 농법’으로 알려진 자연농법이다. 이를테면 억세게 올라오는 풀들을 갈아엎지 않고 퇴비를 만들어 활용했다. 유황 퇴비를 투입해 토질을 북돋우기도 했다. 덕분에 한결 풍미 좋은 배를 생산할 수 있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지? 작물을 애지중지하는 농심은 늘 감동을 주더라.
“배나무라는 생명체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 그대로의 생기로운 최적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배나무가 배를 만든다는 건 후세를 남기는 고귀한 일이니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농부의 의무이지 않겠는가. 모차르트 음악을 배나무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듣는 귀가 있으려니 하며.”
사람도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배나무와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애기인가?
“사람에게도 농작물에게도 좋을 게 별로 없는 화학비료는 최대한 배제했다. 자연스러운 생태 환경이 유지되도록 농장의 흙과 경관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지렁이들과 두더지들의 천국이 됐다.(웃음)”
귀농인들은 흔히 판로 문제로 고심한다.
“실로 중요한 게 판로 확보다. 귀농 초기에 나는 팔 수 있을 만한 타깃을 미리 설정해 집중 공략했다. 예컨대 규모가 큰 기업에 4년 정도 해마다 배를 무상으로 선물해 관심을 유도했다. 그러면 기업은 마침내 대량 구매를 한다. 우리의 배를 직원들에게 줄 명절 선물용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오래 이어지게 마련이지.”
한철영은 1300평 배 과수원을 통해 연평균 매출 8000만 원을 올렸다. 남들은 그게 큰 액수라며 곧이듣지 않았다지. 그러나 그는 비좁은 경기장에서 뛰는 게 영 마뜩잖았던 모양이다. 확장 욕구가 그의 내부에서 마그마처럼 들끓었나? 그는 2018년 상당한 규모의 가공공장을 설립해 가공식품 생산에 나섰다. 주도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선행된 뒤의 일이었다. 가공사업의 당찬 개시. 이건 확실하고도 명민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단순한 생과 판매에서 나아가 사시사철 소비될 가공품을 생산하는 게 승산이 있다고 봤다. 고객의 니즈 역시 고품질 가공식품에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위탁 전문업체에 맡겨 배를 재료로 한 즙과 농축식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품질에 문제가 있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직접 가공하기로 하고 가공공장을 설립한 거다.”
어떤 식품들을 생산했나?
“주력 상품은 배와 도라지를 섞어 만든 발효 농축액 4종이다. 생강, 무말랭이, 맥문동, 감초 등을 넣은 발효식품 다종류도 생산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두었다. 가공품 생산 첫해부터 순항했다.”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나?
“뜻한 대로 일이 진행됐다.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나름대로 분석해 타기팅을 정확하게 한 덕분이었다. 상품 개발을 할 때면, 이게 과연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부터 숙고했다. 식품의 내용은 물론 포장 디자인을 고급화해 어디에 내놔도 뒤질 게 없는 상품을 만들었다. 현재 백화점 납품은 물론 수출도 하고 있다.”
‘고난의 서사’가 없다
한철영의 실력은 해외까지 알려졌다. 2021년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국제 식음료 품평회’(International Taste in Stitute)에 ‘통째로 갈아 만든 오미자’를 출품해 ‘최우수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것. ‘통째로 갈아 만든 음료’ 시리즈엔 오미자, 청귤, 생강, 매실, 유자 등으로 만든 제품 8종이 있다. 그가 만든 가공식품은 어쩌면 창의의 산물이다.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고안한 아이디어의 힘, 풍미를 담은 상품, 게다가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가미한 디테일 요소로 차별화를 구현했다. 그는 자못 새로운 유형의 농산물을 개발한 것이다. 새롭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랴. 혁신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으랴. 그는 삼성전자에서 쌓은 경륜과 재능을 끌어모아 농업에 쏟아부었다. 체질처럼 뇌에 정착한 과학적 사고를 풀가동해 귀농이라는 게임을 흥미진진한 쪽으로 밀어붙인다. 공부는 또 어떻고? ‘열공 모드’를 상시 가동한다.
“가공공장을 설립한 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식품공장 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심도 있는 식품 공부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귀농 장정엔 ‘고난의 서사’가 거의 없다. 매사 잘 풀려나간 것 같다.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보내준 선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사실 내가 잘 아는 게 얼마나 되겠나? 다만 남들이 하는 방식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했다. 농업의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파악해 손실과 차질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나의 스타일, 나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고수해왔다. 그래야 새로운 걸 빨리 흡수할 수 있어서.”
누군가 귀농을 하겠다고 할 경우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사실 귀농으로 뜻을 성취하기란 쉽지 않다.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기가 매우 어렵다. 도시에서의 직업 활동보다 한결 고달픈 게 귀농 생활이다. 하루치 일을 하루에 마치기가 버거운 게 농사다. 난 예전 직장에서보다 서너 배쯤 더 많은 노동력을 쏟으며 뛰었다. 이처럼 팽팽한 생존 여건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귀농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도시보다 더 풍부한 기회가 농촌에 내재해 있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얘기다.”
그의 음성은 나직하고 태도는 수굿하다. 내놓는 언설엔 옹골찬 차돌이 박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무엇을 향해 그토록 맹렬히 달려가는 걸까? 돈? 아니다. 행복? 이 역시 아직은 아니란다. 그의 얘긴 이렇다.
“지금의 목표를 말하자면 ‘보람’이라고나 할까? 행복은 어느 정도 레벨이 됐을 때 찾아도 늦지 않을 테고.”
한철영이 주는 귀농 Tip
•귀농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자. 작목 선택, 판로 문제, 투자자금 규모 등에 관한 연구를 미리 충실히 하라.
•귀농 뒤 농업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긴 세월이 걸린다. 최소 4~5년은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마련해 귀농하자.
•소비 시장은 냉정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물을 생산하기보다 소비자가 좋아할 작물을 선택하자.
•특수작물에 섣불리 뛰어들지 말자. 시장성을 예측하기 힘들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미리 1~2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고 귀농을 추진하자. 그래야 정착이 수월해진다.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
•농토를 서둘러 살 일 아니다. 바가지 쓰기 쉽다. 수도권 외의 지역에 있는 농지 구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투자가치가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사회 속 중장년 인구가 늘어나며 이들 세대를 위한 전유 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이하 행복캠퍼스)는 인생 후반전 일·취미·사회공헌 등을 아우르는 생애전환 플랫폼으로 발돋움 중이다. 특히 ‘캠퍼스’라는 명칭처럼 강남대학교 내에 위치해, 대학생과 교류하며 풋풋했던 시절을 다시 만끽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행복캠퍼스는 1955~1974년생 경기도 주민을 대상으로, 이들 세대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프로그램 제공에 그치지 않고, 동년배가 함께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지역공동체로 거듭나게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행복캠퍼스 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발견한 이들이 함께 동아리를 만들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가는 식이다. 그 예로 이곳 캘리그래피 수강생들은 뜻을 모아 용인세브란스병원 어린이 환우들을 위한 ‘캘리그래피 선물 행사’를 열었고, 치매예방지도사 자격증 취득자 동아리에서는 지역 주간보호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을 위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정근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센터장은 “불안한 노후를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갈 전우(戰友) 같은 동년배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압축성장 시대를 정신없이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에게 성공적인 나이 듦을 준비할 ‘인생 에너지 충전소’를 제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취미·사회공헌 세 마리 토끼를 잡다
행복캠퍼스 참여가 망설여진다면 일단 현장부터 찾아가 보자. 캠퍼스로 향하는 동안 교정을 거닐며 얻는 활력과 낭만에 매료될 것이다. 도착하면 도심 속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전용공간이 눈에 띈다. 용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커피 한잔하며 책 한 권 읽어봄 직하다. 캠퍼스 생활을 더 알아가고 싶다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행복캠퍼스는 학기제로 종합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1학기 3~6월, 2학기 9~11월). 개별상담과 집단상담으로 이뤄지는데, 동년배 상담사를 통해 캠퍼스 활동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다(필요시 전문 상담기관 연계).
행복캠퍼스를 다니면 인생 재설계 및 생애전환 교육(정규 교육) 참여가 가능하다. 일·취미·교양·예술·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반영한 인생 재설계 교육이 이뤄진다. 이 또한 학기제로 운영되고, 1학기 5개 이상 교육과정이 열려 1인당 2개 강좌까지 수강 신청할 수 있다. 모든 수업은 무료이며, 과정별 재료비 및 자격증발급비, 교재비 등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 수업은 커리큘럼의 70% 이상 수료시 행복캠퍼스 센터장 명의 수료증을 발급하는데, 이후 사회공헌이나 일자리 참여, 동아리 등 사회적 활동으로의 연계도 꾀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에 관심 있는 중장년에게는 취·창업 프로그램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모티콘 작가, 스마트스토어 및 디지털 마케터 양성과정 등 교육을 통해 수익 창출 역량을 강화해볼 수 있다. 이케아, 한국야쿠르트, GS편의점 등 기업과 함께하는 취업설명회나 자기소개서쪾이력서 작성 특강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발굴 중이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창업설명회나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공유사무실(인큐베이팅)을 통해 사무공간 및 컴퓨터, 프린터 등 각종 집기 사용이 가능하다.
커뮤니티나 사회공헌 활동이 목적인 이들을 위해 그에 따른 서비스도 마련됐다. 현재 운영 중인 동아리는 총 7개(행복캘리, 책사랑, 청춘서당, 채티, 보드라미, 행캠SNS, 하모니 등)로 교육 이수 후 인원을 구성하면 한 학기에 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캠퍼스에서는 동아리 회원들이 당사자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성교육을 통해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중장년 스카우트’를 운영한다. 그밖에 원데이 힐링특강이나 동아리 체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공간을 활용하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캠퍼스에서 얻은 활력, 갱년기 우울도 떨쳐내 -최혜정(56) 씨
“여자라면 누구나 갱년기를 겪죠. 저도 한 3년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보냈어요. 다시 활력을 찾고 싶었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주변에 이런저런 기관들을 가봤지만 맞춤한 교육을 찾긴 어려웠죠. 마침 온라인을 통해 행복캠퍼스를 발견했어요. 브이로그, 스마트스토어, 드론 등 제가 원했던 분야의 교육을 강남대학교에서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기뻤죠. 처음 캠퍼스에 왔을 때 우리 세대를 많이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설 면에서도 그렇고, 강사나 관리자분들도 중장년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저는 스스로 ‘도저너’(도전+er)라고 말하는데요. 이제 인생의 정오를 갓 넘긴 나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진정으로 내 삶을 사는 건 오십 이후라고 봐요. 많은 동년배가 저와 함께 이곳에서 멋지게 나를 위한 도전을 해나가며, 행복한 후반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N잡러를 꿈꾸며 두 번째 스무 살을 보내다 -최병준(50) 씨
“아버지 병간호를 한 5년 했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지금처럼 살다 은퇴하면 어떻게 되겠냐. 아버지처럼 남겨줄 게 없는 사람 되지 마라. 예전에 너 하고 싶어 했던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들어봐라’ 하셨는데, 순간 확 깨달았어요. 그 후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다니며 블로그도 운영했죠. 꾸준히 하다 보니 책도 냈고, 북클럽을 운영하거나 강의할 기회도 생겼어요. 그러다 행복캠퍼스도 알게 됐죠.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고, 무엇보다 동아리 활동이 마음에 들더군요. 저는 아직 퇴직 전인데, 인생 2막 ‘N잡러’라는 꿈을 위해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며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외형적인 것들 말고 내면을 채워줄 무언가도 필요하잖아요. 그걸 캠퍼스 활동을 통해 얻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느끼는 젊음, 활기, 즐거움으로 마치 ‘두 번째 스무 살’을 사는 것 같아요.”
캠퍼스의 활기 속, 젊은 세대와 교류도 활발
행복캠퍼스의 일부 수업은 강남대학교 강의실을 이용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20대 학생들을 만나며, 캠퍼스의 활기를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대학생들 또한 행복캠퍼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전공 관련 실습(사회복지학과, 실버산업학과, 평생교육학과 전공)을 통해 이곳 중장년과 교류한다. 지난봄 강남대학교 축제가 열리던 날, 행복캠퍼스에서도 세대통합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펼쳐졌다. 바로 ‘2356 세대통합 행캠 페스티벌’이다. 7개 동아리가 운영하는 체험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중장년과 대학생은 너나 할 거 없이 나이를 잊은 채 함께 어울리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세대 어울림이 가능하다는 게 행복캠퍼스의 최대 장점일 테다. 김정근 센터장은 “세대통합 페스티벌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실현해나갈 방침”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고령화 이슈는 단지 특정 세대만의 이슈가 아닌, 온 세대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때문에 다양한 세대가 만나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세대단절을 해소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행복캠퍼스 1학기는 막바지 단계다(6월까지). 방학 중에는 ‘동년배 특강’이 열린다. 9월부터 시작될 2학기 참여를 희망한다면 캠퍼스를 방문해 상담 신청을 권한다.
위치 경기도 용인시 강남로 40 강남대학교 심전2관 9~11층
경기 남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가 문을 연 지도 3년이 지났다. 20년 넘게 행복한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김정근 센터장, 그가 그려나가는 행복캠퍼스에 대해 물어봤다.
Q. 중장년의 어떤 특성에 주안점을 두고 캠퍼스를 운영하시나요?
A. 행복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학 내에서 20대 학생들과 어울리며 연령 친화적 생애전환 교육, 동아리 및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점인데요. 나이가 들어도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끔 독려하고 있습니다. 또 참여자들이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존감과 존재감을 얻길 바랍니다. 아울러 중장년이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을 모으는 중추적 전문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Q. 이곳에서 중장년과 대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나요?
A. 어찌 보면 부모와 자녀 세대죠. 아직 한국에서는 두 세대가 공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고 낯선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어색함을 조금씩 해소해보려 합니다. 가령 중장년은 요즘 젊은이가 관심 있어 하는 스마트스토어나 SNS 활용 사진찍기 등을 배워나가고, 대학생들은 부모 세대가 갖는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공유해나갑니다. 특히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러한 교류를 통해 중·노년층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기획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Q. 행복캠퍼스를 운영하며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앞서 얘기한 세대교류를 더 강화할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해나갈 계획입니다.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아 발돋움 단계지만, 지역 내 비영리기업, 영리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해 퇴직을 앞둔 중장년이 지역사회 재취업 및 사회공헌, 취미 활동 등을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노후 준비 리빙 랩(Living Lab)’ 역할을 수행하려 합니다.
Q. 캠퍼스를 찾는 중장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이곳에 오면 노후에 대해 막연히 갖던 고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해결해갈 수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노후 준비는 물론, 공감대를 느낄 동년배를 만나는 즐거움도 얻게 되죠.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행복캠퍼스에 발을 내딛기까지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나이 듦의 불안’을 ‘나이 듦의 기쁨’으로 변화시켜줄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단 한번 와보세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이왕 즐길 취미,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지레 포기하게 되는가?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면? 색다른 취미가 호기심에 은근히 불을 댕겨도 ‘저건 젊은 애들이나 하는 거지’ 하며 멀찍이 내려두게 되는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주저하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 각 사 제공
STEP 1 워밍업
심호흡 크게 하고,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편한 자세로 누워보자. 손에 책을 들지, 리모컨을 쥘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소중한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받을지도 모른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에, 도전할 용기가 저절로 솟구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Sink or Swim, 2019)
2년 차 백수인 중년 남성 베르트랑이 비슷한 처지의 동년배 남성들과 수중발레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베르트랑은 수중발레단 모집 광고를 보고 수영장을 방문했다가 연습에 열중하는 이들을 발견한다. 베르트랑과 예민 까칠한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 마퀴스,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이 한 팀을 결성해 남자 수중발레 세계선수권 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스웨덴 싱크로나이즈드 남자팀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중년 남성들이 물속에서 첨벙대고, 엄한 코치를 만나 두 시간 동안 사우나에 갇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한 해 앞서 동일한 소재로 ‘스위밍 위드 맨’(Swimming With Men, 2018)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겠다. 넷플릭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KBS1 다큐ON ‘래퍼와 시인’(2023)
70대 노인 두 명이 래퍼와 시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이른바 해방둥이 세대인 77세 임원철 씨, 일흔이 가까워 한글 공부를 시작한 74세 조남예 씨의 도전기.
임원철 씨는 자식에 손주까지 키워낸 일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됐다. 대학 입학으로 인생 처음으로 공부의 꿈을 펼치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지만, 그는 한 번 더 용기를 내 ‘실력 있는 래퍼’가 되어보고자 도전한다.
조남예 씨 역시 평생의 소원이던 글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래퍼 마이노스, 시인 김승일이 멘토로 나섰다. 라임을 배운 뒤 그의 인생을 가사에 담은 곡 ‘해방둥이’를 비트에 맞춰 녹음하고, 20여 편의 시를 엮어 한 권의 시집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유튜브,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 2018~)
흉측한 케이크를 탄생시키는 미국의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이다. 엉망진창 능력의 아마추어 제빵사들은 도전 과제로 프로 제빵사의 케이크를 따라 만들어야 한다. ‘걸작’을 구워내면 상금 1만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펼쳐지는 난장판. 망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해냈다’(Nailed it)는 점이 중요하니까.
2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경쟁 프로그램 후보에 올랐고, 니콜 바이어는 최우수 진행자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큰 인기를 얻으며 프랑스, 독일, 멕시코 등 각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영화 ‘치어리딩 클럽’(Poms, 2019)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 ‘선 스프링스’로 입주한 마사.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친화력 좋은 이웃 셰릴의 등장으로 실버타운 역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하게 된다. 나이는 많아도 열정만은 청춘인 8명의 예비 치어리더들은 전국 치어리딩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지만, 방해물이 만만치 않다.
영국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실버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출연하는 중년 배우들 역시 실제로 치어리딩을 해본 적 없음에도, 훈련을 통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도전에 한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 가능.
STEP 2 자신감 만땅, 이제 뭘 도전해볼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가득한데, 무슨 취미가 있는지 몰라 브레이크가 걸렸다면? 흔한 취미는 싫거나, 남들은 취미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참고해보기를 권한다.
책 ‘사계절 취미 잡화점, 호비클럽으로 오세요’
황지혜 작가는 ‘취미 수집가’다.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고, 취미로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모은다. 혼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비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한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마시거나, 필름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등 계절별로 멤버들을 모아 취미를 함께 즐기고 서로의 취향을 나눈다. 황 작가가 말하는 취미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잘하는지와 상관없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모든 것’이다. 도전해보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을 때, 잡화점처럼 온갖 취미를 모아둔 이 책을 펼쳐보자.
책 ‘오늘부터 그림’
‘대충 그럴싸하게 그린다’가 콘셉트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지 않고, 쉽고 즐겁게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제작된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느끼거나, 그리기가 두려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 취미는 취미일 뿐, 전문가와 경쟁하거나, 생계 수단으로 삼거나, 세상을 놀라게 할 대작을 만들 것도 아니니까. 못생겨도 매력 있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이 책과 함께 도전해보자.
[TIP] 마음먹은 취미, 여기서 시작하세요
1 오뉴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고 액티브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여가 플랫폼. 스마트폰에서 오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이다. 1층은 카페, 2층에선 여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별도의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2 위드플 5670세대 시니어 전용 여행 플랫폼. 당일, 반나절, 숙박으로 이뤄진 여행 상품 ‘새로울지도’와 2~3시간 관심사를 향유할 수 있는 소그룹 커뮤니티 프로그램 ‘원데이클래스’가 있다. 위드플의 프로그램에는 테마가 있고, 여행의 경우 가이드가 아니라 실제 전문가가 함께한다. 숲해설 클래스의 경우 숲해설가가 남산 트레킹 코스를 함께 걸으며 숲 냄새를 맡아보고, 솔방울을 만져보게 하는 등 새로운 시각으로 숲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3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 및 센터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을 위해 통합지원정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캠퍼스는 서부·중부·남부·북부 4곳, 센터는 도심권·동작·영등포·노원·서대문·성북·금천·강서·서초·강동·양천·성동·강북 등 13곳이다. 캠퍼스와 센터마다 여가·취미·일·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홈페이지의 ‘직업교육+’ 메뉴 중 ‘교육신청’을 선택하면 각 캠퍼스 및 센터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취미나 여가 관련 강좌와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4 클래스101 온라인 강의 플랫폼으로, 개인의 능력을 거래하는 ‘거래마켓’의 대표주자. 다양한 취미 활동을 배우기에는 제격이다. 공예, 부업, 주식, 일러스트, 코딩 등 취미에 대한 다양한 강의가 마련돼 있다. 또한 강의 프로그램별 맞춤 준비물이 모두 포함돼 있어,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과 실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가입해 4000개 이상의 온라인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는 1년 구독 서비스가 출시됐다.
올해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지역 캠퍼스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40대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이하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이용대상을 40~64세로 확대한 것이다.
‘서울런 4050’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다. 5개 분야(△직업역량 강화 △일자리 지원 △디지털 역량 강화 △생애설계 노후 준비 △인프라 조성), 48개 사업을 2026년까지 총 4601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내세운 시민과의 동행을 위한 지원책 중 40대를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40대를 아우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문제로 제기된 혜택의 불균형을 일부 해소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런 4050 설명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와 어르신 일자리 사업 등의 정책을 진행해왔는데, 40대부터 64세 중장년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며 “제2사춘기로 불리는 중장년의 직업적 안정성과 노후 준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울런 4050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40대 특화 직업전환교육을 위한 인생전환지원센터 및 청년취업사관학교를 벤치마킹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디지털 배움터, 중장년 활력+ 행복타운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연내 문을 여는 기관도 생기지만, 내년과 내후년을 목표로 하는 곳들도 있다. 따라서 당장 빠르게 문을 두드릴 공간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 지역 캠퍼스다.
이에 발맞춰 50+재단은 서울런 4050 프로젝트에 따라 40대 참여자를 맞이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조기 퇴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40대는 직장생활로 한창 바쁠 시기다. 이러한 40대의 특성을 반영해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패키지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서비스’를 시작한다. 온라인 플랫폼 '서울런 4050'을 통해 자격증, 취업 등 330여 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뒤 서울기술교육원, 서울산업진흥원(SBA) 등 서울 전역 108개 학습 공간과 연계해 실습, 배움을 이어나가도록 멘토링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에 재단에서 운영하던 중장년 인턴십이나 보람일자리 등의 일자리 프로그램도 올해부터는 40대부터 참여 가능하도록 대상을 넓혔다.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이직지원 프로그램, 기업연계 맞춤형 채용설명회 등 올해 진행되는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역시 40대부터 참여할 수 있다. 중장년 재취업 활동과 경력관리를 지원하는 경력설계 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구직상담, 이력 분석 및 맞춤형 구인 정보 제공, 지속적인 이력관리 등 취업 컨설팅을 통해 취업 연계를 지원해나간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4050세대의 직업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며 “40대뿐 아니라 중장년 세대를 위한 서울시의 집중지원 프로젝트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재단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광진구에 거주하는 40대 이재근 씨는 “집 인근에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가 개관할 텐데, 이용 대상으로 포함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전직 준비가 쉽지 않았다. 여건상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웠는데, 온라인 서비스도 마련된다고 하니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자리 교육 및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서울시50플러스포털과 지역 캠퍼스(서부, 중부, 남부, 북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하반기 동부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민선 8기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중장년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복지정책실을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지난달 11일 입법 예고 후 열흘 만인 21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인생이모작지원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지자체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해, 되레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입법 예고 직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50+는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50+는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등 이들 내용의 주된 키워드는 ‘50+’였다. 여기서 시민들이 말하는 50+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을 의미한다. 그 이유인즉 인생이모작과가 폐지되는 상황과 더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업무 담당 부서가 평생교육국으로 바뀐다면 노후 준비 및 일자리 관련 사업이 줄고 단순 교육 관련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 윤 모씨는 “전체 시민의 20% 넘는 중장년의 지원 정책은 상담부터 일자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중장년층 50+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이관하면 인생 이모작지원 사업의 범위가 너무 협소화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자신을 “50+재단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의 활동을 통해 제2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은퇴자”라 언급하며 “예정대로 부서가 이관되면 50플러스센터는 여가나 즐기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현장을 무시한 채 사무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50+재단은 이제 서울시 중장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매년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입법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모델 홀대 이유는?
2017년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해 서울시와 50+재단이 50+세대(50~6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가 ‘서울시의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단순 생계형 일자리 연계가 아닌,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과 같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나 협동조합과 연계하는 정책들이 사회적 기회는 물론 ‘보람’이라는 가치를 제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시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0세 시대 대비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50+지원시설 확대’(52%)라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 모델 발굴에 대한 의견도 39%로 적지 않았다. 이에 허남철 경기대 초빙교수는 “50+세대에게 중요한 건 다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지원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바람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50+재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발굴 및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 '50+적합일자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50+세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공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에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OECD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WHO 서태평양지역 건강한 고령화 혁신사례 선정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고, 2015년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서울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중 68곳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50+정책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50플러스재단을 모델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노후준비지원법을 지난달 개정했다. 앞으로 서울의 각 자치구도 지역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는 업무를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작 시의 담당 부서는 없어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올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50플러스재단 설립을 6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2곳에서 7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50+세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과정을 겪으면서 노후 설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영역을 묻는 항목에서 1위는 건강관리(75.8점)였고, 2위가 일자리(69.1점)로 나타났다. 감염병 우려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지원에 대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지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니 50+ 시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해명에 해명, 이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때
입법 예고 게시판을 비롯해 그 원성이 적지 않았으니,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모르지는 않았던 눈치다. 지난 13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일자리 지원 등의 사무를 그대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소관 사무의 관할이 변경되는 것이므로 기능 축소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평생교육 기능과 연계하여 중장년층 대상의 종합적인 행정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표면적인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15일 홍국표 의원(도봉구 제2지구, 국민의힘)은 제311회 임시회 본회의 오분발언을 통해 관련 사항을 재점화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대다수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필요로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장년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이 요구된다”며 “서울시는 일찍이 중장년 일자리 전담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 50+재단)를 설치했고, 중앙정부토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작년 12월 ‘노후준비지원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와의 정책적 공조와 증가하는 중장년층 취업 지원 수요를 고려하면 더욱 지원을 확대해야 하므로 서울시 조직 개편안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특별시의회 공식 유튜브채널
박유진 의원(은평구,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평생교육국의 현재 조직도를 보면 산하에 교육정책과, 평생교육과, 청소년정책과, 친환경급식과 등이 있다. 누가 봐도 교육에 특화·집중돼 있는 거지,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과는 결이 안 맞는다”며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 온 조직에게 더 큰 기회와 열정을 북돋아 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지, 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직통폐합이라는 미명으로 날려벌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전임 시장의 공들인 치적이라 해서 과감히 날려도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으로 대표됐던 중장년층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생교육국이 그만한 역량과 기회를 만들 준비를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투자출연기관 최소 3~4개는 통합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50+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직 진단과 연구 용역 등을 종합해보면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없고 오로지 전시성, 홍보성, 경마식 태도 일색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공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라는 정책 방향은 시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력재배치는 사업 신설, 축소, 폐지 등 재구조화에 따라 2023년 예산편성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약자와의 동행 등 서울시민을 위한 시정철학이행을 위해 필수적 조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업무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 부서 이관이다"라며 "과거 인문학, 교양 위주의 평생교육과 달리, 전직 교육이나 커리어 탐색 등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담당자들 또한 부서 이동만 있을 뿐 기존의 업무를 이행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일련의 행보에 자칫 50+세대가 약자로서 뒤처지진 않을지, 과연 평생교육국은 50+세대와 동행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