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북적이는 레스토랑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집에서 소소하게나마 비슷한 분위기를 내보자. 메뉴 선정이 쉽지 않은 당신을 위해, 홈파티와 잘 어울리는 메뉴 리스트를 테마별로 준비했다. 고급 호텔의 요리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SET A’, 직접 만들 메뉴를 고민 중인 이들은 ‘SET B’를 추천한다.
SET A 집에서 맛보는 셰프의 요리
매년 연말이 되면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즐겼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코로나19 이후 ‘투 고’(To go·테이크아웃 포장) 서비스를 선보이는 호텔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셰프들의 근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부 호텔은 배달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해 비대면 주문도 받고 있다.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보자.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하는 ‘홀리데이 투고’ 서비스를 12월 31일까지 제공한다. 12시간 이상 숙성해 부드러운 감칠맛을 자랑하는 칠면조(25만 원)와 해남 두록돼지에 너도밤나무 훈연을 거친 바비큐 포크립(26만 원), 토종꿀을 발라 훈연한 버지니아 햄(18만 원) 중 선택 가능하다. 17만5000원 추가 시 단호박 치즈 퐁뒤·자체 특허 소시지·무화과 등 총 11종의 사이드 메뉴와 와인 2병, 케이크, 초콜릿 8구, 샹들리에 초 등 푸짐한 한 상을 제공하는 ‘홈파티팩’을 주문할 수 있다. 모든 메뉴는 24시간 전 예약해야 하고, 1층 그랜드 델리에서 수령해 가면 된다.
#양식·일식·중식의 만남
여러 국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투고 서비스도 준비돼 있다. 글래드 여의도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그리츠’는 바질 파스타 샐러드(2만5000원), 스시 플레이트(3만5000원), 닭&새우 강정(2만5000원), 유린기(2만5000원), 크림새우(2만5000원), 크리스피 치킨(2만5000원) 등 양식·일식·중식별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그리츠 투고 박스’를 제공한다. 직접 가지러 갈 필요 없이 배달 서비스 플랫폼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문 가능하다.
#뷔페처럼 즐겨보자
인원이 많으면 메뉴를 통일하기 어렵다. 이럴 땐 뷔페식이 답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의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온더플레이트’는 양갈비, LA갈비, 왕새우와 구운 야채 가니시, 토마토 리가토니 파스타, 계절 과일 등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시그니처 투고 박스’를 선보인다. 2인 세트(9만 원)와 4인 세트(16만 원) 중 선택 가능하며, 최소 1시간 전까지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에서도 투고 박스(1인 4만 원)를 제공한다. 문어 샐러드와 볼로네제 라자냐, 꽃등심 찹스테이크, 바닐라 판나코타 등 일류 셰프의 요리를 한 박스로 즐길 수 있다. 주중 한정으로 진행되며, 방문 전일 저녁 6시까지 예약하면 된다.
#파티의 꽃은 피자
파티엔 뭐니 뭐니 해도 피자가 빠질 수 없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고메 스토어 ‘르 파사쥬’는 국내 최초 피자 판매점 ‘피자힐’의 인기 메뉴를 투고 서비스로 제공한다. 종류는 콤비네이션 피자(스몰 5만5000원, 라지 6만7000원), 갈릭 새우 피자(스몰 6만1000원, 라지 7만3000원), 마르게리타 피자(스몰 4만9000원, 라지 5만9000원) 등 총 3종이다. 투고 서비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라스트 오더는 오후 7시 30분까지다.
SET B 직접 준비하는 코스 요리
연말인 만큼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정성스러운 한 상을 대접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왕 마음먹고 대접하는 자리, 코스 요리처럼 짜임새 있는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면 ‘홈파티의 달인’ 문희정 문스타라이프 스튜디오 대표가 추천한 메뉴를 참고해보자.
#에피타이저의 교과서 버섯 수프
수프는 에피타이저의 기본이다. 대부분의 양식 레스토랑에서도 식전 수프를 먼저 제공한다. 특히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버섯 수프는 살을 에는 추위로 사라져버린 입맛을 순식간에 되살려준다. 버섯 수프를 감칠맛 나게 만들기 위해선 버터에 얇게 썬 양파를 ‘카라멜라이징’(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 것)하고, 버섯을 충분히 볶은 뒤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볶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버섯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호스트 매너 TIP
손님이 도착하기 전, 웰컴 드링크나 웰컴 푸드를 준비해두자. 허기를 채울 만한 간단한 요리를 내어놓는다면, 메인 요리를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
#신선한 계절 메뉴 굴 튀김
굴은 특유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이지만, 튀김으로 만들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에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또 겨울 제철 음식이기도 해 연말 파티에도 잘 어울린다. 다만 재료 특성상 수분이 많아 눅눅해지기 쉬운데, 찌거나 데친 뒤 튀겨야 일명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플레이팅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하고 싶다면, 원목 플레이트 위에 초록색 채소를 깔고 붉은 석류를 가니시로 활용해보자. 마지막으로 상큼한 레몬 조각을 함께 올리면,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연상되는 특별한 굴 튀김이 완성된다.
#개성만점 핑거푸드 브루스케타
한입에 쏙 먹기 좋은 ‘핑거 푸드’는 홈파티에 없어서는 안 될 분위기 메이커다. 그중에서도 바게트 위에 치즈나 과일, 채소를 얹어 먹는 이탈리아 요리 브루스케타는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토핑을 마련해두면 개성 만점, 센스 만점 호스트가 될 것이다.
#영원한 메인요리 깐풍 등갈비 튀김
맥주와 레드 와인 등 술과 찰떡궁합인 등갈비 튀김은 파티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빈 테이블 위에 갈비 요리만 얹어놓아도 그 먹음직스러운 냄새와 푸짐한 비주얼에 파티 분위기가 절로 난다. 문 대표는 깐풍 소스를 활용해 색다른 등갈비 튀김을 선보였는데, 깐풍 소스를 곁들이면 은은한 고추의 향과 달콤한 양념 맛이 더해져 한층 더 깊은 풍미를 낼 수 있다.
테이블 세팅 TIP
티라이트 캔들이나 빨간색 냅킨, 트리 오너먼트 등 겨울에 어울리는 소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한층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사진 각 호텔, 다독다독 ‘문스타테이블 홈파티’ 제공
도움말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
더위가 절정에 이른 8월. 팍팍 오르는 기온 때문에 입맛이 뚝뚝 떨어지는 날들이다. 호캉스도 누리고 기운도 북돋울 겸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건 어떨까? 여름을 맞아 선보이는 다채로운 요리와 디저트로 달콤한 휴식을 즐겨보자.
◇ 보양식 디너 & 서머 애프터눈 티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는 여름철 복날을 겨냥한 ‘더테이스트 보양식 디너 세트’를 출시했다. 초계탕, 더덕튀김, 한우갈비구이 등 원기보충을 위한 메인요리와 쑥무스, 콩가루크럼블 등 이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1인 10만 원, 9월 6일까지). 더불어 패션프루트, 구아바 등 열대 과일로 맛을 낸 상큼한 디저트와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서머애프터눈티’ 프로모션도 같은 기간 이용 가능하다(1인 3만9000원).
프리미엄 뮤직 바 ‘더 팀버 하우스’에서는 계절 사시미 모둠과 조개냉소바, 녹차아이스크림 모니카 등으로 구성된 정찬을 선보인다(1인 10만 원, 9월 20일까지). 아울러 전 프로모션 기간 매주 주말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 모둠해산물플래터, 랍스터구이 등 풍성한 메뉴가 돋보이는 브런치 테이블을 만날 수 있다.
◇ 컬리너리 저니 & 핑크 로맨스 애프터눈 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플레이버즈’에서는 ‘도심 속에서의 세계 미식 여행’을 주제로 세계 각국 대표 음식들을 만끽할 수 있는 ‘컬리너리 저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평일 중식 10만5000원, 주말 13만 원, 8월 31일까지). 같은 기간 ‘더 라운지’에서는 라즈베리 디저트와 미국 유기농 수제차 브랜드 ‘리쉬티’의 티를 즐길 수 있다(2인 기준 8만4000원).
◇ 프리미엄 치킨 2종 & 프레쉬 서머 애프터눈 티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여름철 이색 보양식으로 ‘프리미엄 치킨 2종’을 준비했다. 웨스턴 스타일의 로스트 치킨과 중화풍의 갈릭 샤오기 치킨 중 선택 가능하다(4만9000원, 8월 31일까지). 같은 시기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생기 충전을 위한 ‘프레쉬 서머 애프터눈 티’를 로비라운지에서 선보인다(2인 기준 7만5000원).
◇ 샴페인 투고 & 페스타 루프톱 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시원한 샴페인을 언제 어디서든 곁들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서비스 ‘샴페인 투고’를 진행한다. 패키지에는 샴페인 1병과 투명 와인 칠링백, 플라스틱 와인잔, 치즈를 비롯한 스낵이 포함된다(15만 원, 10월 31일까지). 9월 30일까지는 ‘페스타 루프톱 바’를 개장해 도심 전망을 내려다보며 다양한 주류와 안주를 즐길 수 있다.
◇ 비어가든 & 슈퍼 두퍼 서머 패키지
부산 웨스턴조선 호텔은 해운대가 바라보이는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와 바비큐 등을 즐기는 ‘비어 가든’을 선보인다(1만3000원부터, 8월 30일까지). 여름 호캉스를 겨냥한 ‘슈퍼 두퍼 패키지’도 출시해 이그제큐티브 객실 이상 숙박 시 티 칵테일을 제공한다(23만 원부터, 8월 31일까지). 더불어 여름 한정 디저트 ‘블루웨이브 케이크’도 판매한다(5만5000원).
한식을 비롯해 중식, 일식 등은 어디에서든 쉽게 맛볼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정통 요리의 맛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음식이기도 하다. 가끔은 호텔을 찾아 근사하고 품격 있는 아시안 다이닝을 즐겨보자.
◇ 더 플라자 호텔 ‘주옥’ & ‘도원’
한식 양념의 기본이 되는 장과 식초를 활용한 사계절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 ‘주옥’. 지역 제철 농산물과 해산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우, 한돈 등 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그야말로 ‘주옥같은 맛’을 선사한다. 이곳만의 발효 기법으로 직접 만든 30여 가지의 식초는 다양한 요리에 쓰이며 고유의 풍미를 더한다.
전통 중식 레스토랑 ‘도원’에서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콘셉트로 한 고급 중식 요리를 선보인다. 시그니처 메뉴인 해황중찬을 비롯해 돼지고기 탕수육, 북경식 오리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 제주신화월드 ‘아시안 푸드’의 집합소
제주신화월드에는 제주 특산물 요리 한식당 ‘제주선’, 격조 높은 광둥식 다이닝 레스토랑 ‘르쉬느아’, 일본식 라멘 전문점 ‘제라멘’ 등 다채로운 아시안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늦은 오후에는 아시아 각지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실내 야시장 ‘아시안 푸드 스트리트’를 운영해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타마유라’
일본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일식당 ‘타마유라’. 계절감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레스토랑 내 공간은 각각 8석의 스시 카운터와 데판야키 스테이션 외에 7개의 별실로 구성돼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일본 프리미엄 티와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바도 함께 운영한다.
◇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중심’ & ‘수운’
한식당 ‘수운’에서는 조선시대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브로 한 모던 한식을 선보인다. 헛제삿밥 스타일의 육회 비빔밥, 궁중 연회 음식 우족편 등 다양한 일품요리가 마련됐다. 중식당 ‘중심’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광둥식 베이스의 정통 중식을 만날 수 있다. 쯔란 등갈비, 대만식 새우볶음밥 등 이색 메뉴가 돋보인다.
◇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 ‘모에기’
일식당 ‘모에기’에서는 전망 좋은 프라이빗 다이닝 룸에서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독립된 공간의 스시 바에서는 일본 동경의 에도마에 기법을 전승한 최고급 스시를 제공한다. 더불어 한층 더 풍부하게 일식 다이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 사케 전문가가 추천하는 사케를 함께 곁들여보길 추천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한식은 탕반(湯飯) 음식이다. ‘반’은 밥이다. ‘탕’은 국물을 뜻한다. 우리는 국물 없는 밥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 밥상에는 밥과 국이 있고, 반찬을 더한다. 밥과 국은 우리 밥상의 기본이다.
“일본에서도 밥과 국을 같이 먹더라”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 등에서도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종류가 한정적이다. 아침 밥상의 ‘미소시루(일본 된장국)’ 정도다. 낮이나 밤의 밥, 술자리에서는 흔하지 않다. 아침에 먹는 국 한 종지 정도다.
한식 밥상은 국의 향연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늘 “오늘 저녁은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했다.
우리 밥상은 밥과 국을 빼고는 성립하기 힘들다. 웬만한 밥상에는 늘 국이 등장한다. 국, 밥, 김치만 있는 밥상도 즐겁다. 탕반 음식은 우리의 핏속에 녹아 있는 음식문화다. 국도 여러 종류다. 고깃국, 생선국, 각종 채소국, 이도 저도 아닌 된장국까지 국물 없는 밥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한여름철에는 근대국과 아욱국을 따로 끓인다. 얼핏 보면 비슷한 아욱과 근대. 그러나 국으로 끓이면 그 맛이 각별하다. 콩나물, 미나리, 무, 시금치, 각종 시래기와 우거지까지. 한반도의 국물은 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탕, 국물이 없는 밥상은 ‘국물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인간관계를 끝낼 때도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밥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기본이 국물이다. “넌 앞으로 국물도 없다”는 말은 인간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최소한의 것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이 없는 밥을 먹으면 목이 메었다. “국물도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는 매정한 표현이다.
국물의 기본
국물의 기본은 ‘대갱(大羹)’이다. 대갱은 고기 곤 국물, 고깃국물이다. ‘대’는 크다는 뜻과 더불어 으뜸, 시작, 바탕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무런 양념이나 부재료인 채소 없이 국을 끓이면 대갱이다.
‘대갱’은 중국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오래전에는 매실과 소금으로 기본적인 양념을 대신했다. 대갱은 ‘매실이나 소금 양념’도 하지 않는, 고기를 곤 국물이다. 맛을 따질 일은 아니다. 맛이 있으면 양념한 화갱을 찾을 일이다. 국물에 채소나 양념을 넣으면 ‘화갱(和羹)’이다. 중국에는 화갱이나 대갱 모두 사라졌다. 화갱은 그나마 중식 코스 요리 중, 각종 채소를 넣고 생선이나 고기를 더한 국물 음식이 남아 있다. 한식에는 아직도 대갱이 살아 있다. 곰탕이 대갱이고, 제사상의 곰국, 곰탕이 바로 대갱의 변형이다.
우리 밥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화갱이다. 채소에 고기를 넣고 끓여도, 채소만으로 끓여도 화갱이다. 고깃국, 채소, 생선이나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한 것이 모두 화갱이다.
한국 사람들의 밥상에는 화갱이 늘 자리한다. 시래깃국, 김칫국, 배춧국, 뭇국, 시금칫국, 토란국, 아욱국, 근대국 그리고 해조류를 넣은 미역국, 톳을 넣은 국, 몸국(모자반국)과 해산물을 이용한 북엇국 등 숱한 국물 음식들이 그것이다.
곰탕과 설렁탕
곰탕과 설렁탕은 비슷한 음식이다. 약 100년 이상 곰탕과 설렁탕은 경쟁하고, 상대의 장점을 서로 더했다. 두 국물은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곰탕은 ‘고기를 곤 국물’이다. 쇠고기 양지 부위를 중심으로 푹 곤 국물은 반가의 음식이기도 하다. 서울이나 나주 등에서 곰탕이 유행한 이유도 간단하다. 서울, 한양은 궁궐이 있었던 도시다. 각종 관청도 많았다. 궁중의 제사를 모시는 종묘가 있고 공자의 제사를 모시는 성균관, 대성전이 있다. 제사에는 귀한 쇠고기를 사용한다. 공식적으로 쇠고기 도축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곰탕을 비교적 흔하게 사용했다. 서울, 한양의 곰탕집들은 이런 쇠고기 소비문화를 뒤따른 것이다.
나주 곰탕도 마찬가지다. 나주는 큰 도시였고 큰 관청, 관사가 있었다. 역시 향교가 있고 외부 손님들의 방문도 잦았다. 한양 도성에도 외국에서 온 사신과 외부 관리들의 방문이 잦았다. 역시 쇠고기 소비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나주 곰탕, 진주냉면이 발달한 까닭이다.
설렁탕은 출발부터 다르다. 곰탕이 고기 곤 국물이라면 설렁탕은 뼈와 내장 곤 국물이다. 때로는 소머리를 곤 국물도 더했다. 오늘날 서울 인근 경기도 몇몇 곳에 소머리 국밥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설렁탕을 만들 때 소머리도 이용했다. 그 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 바로 소머리 국밥이다.
오늘날의 설렁탕에는 쇠고기도 더한다. 양지나 우둔살의 일부, 업진살 등을 넣는 설렁탕 전문점도 많다. 곰탕의 장점을 받아들인 결과다. 출발은 곰탕과 다르다. 내장, 소 머릿고기 등을 사골, 잡뼈 곤 국물에 더했다. 이른바 ‘부산물’들이다. 부산물은 정육의 대칭어다. 곰탕은 정육에서, 설렁탕은 부산물에서 출발했다.
육개장과 닭개장
닭은 개체가 너무 작다. 가정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닭은 귀한 달걀을 낳는 존재. 그나마 풀과 벌레가 흔한 여름철과 달리 추운 겨울에는 먹이가 마땅치 않았다. 봄에 병아리에서 시작, 늦가을 대부분 닭을 ‘정리’했던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급격히 발달한 주막에서 개장국을 끓인 것은, 그나마 개가 개체가 크고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내내 개장국은 주막의 주요 메뉴였다.
개장국은 ‘개고기+장(醬)+국[羹, 갱]’이다. 개고기는 일상으로 먹는 상식(常食)이었다. ‘명의록(明義錄)’은 정조대왕 즉위 원년(1776년)에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 완성한 책이다. 정조의 대리청정을 반대했던 홍인한, 정후겸 등을 사사한 과정 등을 기록했다. 할아버지 영조를 대신해서 대리청정했던 세손, 정조대왕이 즉위한 직후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반대하고 궁궐에 자객을 침투시킨 반대파를 엄벌한 것이 정당했음을 밝힌 책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드라마 ‘이산’과 영화 ‘역린(逆鱗)’의 소재가 되었다. ‘이산’과 ‘역린’에 공히 정조 암살을 위해서 자객이 궁궐에 침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반대파에 의한 정조 시해 시도는 있었다. ‘명의록’의 공초(供招) 기록에 의하면 전병문, 강용휘 등 범인들은 궁궐에 침투하기 전 ‘궁궐 밖 개 잡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거사 실패 후 남대문 언저리로 도주, 다시 ‘개 잡는 집’에서 만난다. 사건 수사기록인 공초에 아무렇지도 않게 ‘궁궐 밖 개 잡는 집’, ‘남대문 언저리 개 잡는 집’이라고 기록한 것을 보면 18세기 후반에는 한양 도성 곳곳에 개 잡는 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개장국은 저잣거리 주막의 평범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1670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음식디미방’에도 나온다. 개장국은 반가, 저잣거리를 따지지 않고 널리 퍼져 있었다. 조선시대 말기와 일제강점기에는 육개장과 설렁탕 등으로 바뀐다.
육개장은 ‘육[肉=쇠고기]+개장국’이다. 즉, 쇠고기로 마치 개장국같이 끓인 음식이 육개장이다. 나중에 등장하는 닭개장은 ‘닭고기+개장국’ 형태의 음식이다. ‘닭계장’으로 쓴 것은 틀렸다. 닭개장이 맞다.
개장국이 사라진 것은 청나라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인 결과다. 청나라는 유목, 기마민족이다. 개의 존재가 농경민족인 우리와는 다르다. 개는 동반자 때로는 생명의 은인이다. 청나라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우리도 청나라 문화를 받아들인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저잣거리에서도 개고기를 피하는 이들이 생긴다.
조선시대 말기 소의 생산량도 늘어나고 국가의 금육 정책도 힘을 잃는다. 나라가 망한 일제강점기, 금육은 허물어진다. 쇠고기를 더한 육개장과 쇠고기로 끓인 곰탕, 소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끓여낸 설렁탕이 널리 퍼진다.
한반도의 국물 음식 중 으뜸은 곰탕, 설렁탕, 육개장 그리고 육개장을 중심으로 변형된 해장국들이다. 선지해장국과 뼈다귀해장국이 있다. 선지에 각종 채소를 더한 것도 등장하고 장터에서 간단히 만들어 내놓았던 장터해장국도 선보인다.
한반도만의 국물 문화
전 세계 모든 문명국에는 라면이 있다. 동남아, 중동, 유럽, 미국,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라면을 먹지 않는 나라는 드물지만, 라면 국물을 알뜰하게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라면을 먹었던 이들은 “듣기와는 달리 일본 라면이 짜더라” 말한다. 당연하다. 일본인들은 라면 국물을 우리처럼 알뜰하게 먹지 않는다. 일본은 면 중심으로, 우리는 국물 중심으로 라면을 먹는다. 면을 먹는 이들은 면에 국물이 배어든 맛을 즐긴다. 우리는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다. “나트륨이 많은 국물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은 허망하다. 우리는 ‘국물도 없는’ 음식을 싫어한다. 면보다는 국물에 만 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야 속이 후련하다.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수반(水飯)도 마찬가지다. 물에 만 밥. 입맛이 없거나 간단한 상으로 손님을 접대할 때 정식으로 수반을 내놓았다. 왕(성종)도 즐겨 먹었고, 아버지 묘소에서 간단하게 수반을 먹었다는 기록을 남긴 왕도(정조) 있다.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후 일상적으로 먹는 나물국, 생선, 고깃국, 개장국과 설렁탕, 곰탕, 육개장 그리고 라면과 수반까지.
한반도만의 독특한 국물 문화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회삿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KBS2 ‘생생정보통’, MBC ‘찾아라! 맛있는 TV’,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한국 맛집 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 등이 있다.
글 안성찬 대기자
연평균 기온 15도. 여름 오전 12도, 낮 22도. 아침, 저녁 쌀쌀하고. 낮엔 시원하고. “어라, 홀인원이네~” 골퍼에게 이 말보다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오랜 벗들과 1000원짜리 내기를 골프를 해보라. 홀마다 얘깃거리가 생기고, 티격태격하며 플레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18번 홀이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라 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논어에 나오는 얘기다. 그런데 골프의 즐거움을 한 가지 더 보태자면 휴가철에 외국투어를 떠나는 것이다. 특히 ‘힐링 골프’면 더할 나위가 없다.
# 어디로 떠날까
여름철에 시원한 곳을 찾아보자. 일본 기후현의 에나에 위치한 14힐스 컨트리클럽이 딱이다. 아침, 저녁에는 한여름에도 찬 기운이 돈다. 낮에는 22~24도로 플레이하기에 그만이다. 왜 그럴까. 일본의 중앙알프스 남단의 에나산은 산악지형으로 2000m가 넘는 산맥을 이루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선 곳은 그 아래 800m 지점. 골프코스는 꿈결처럼 아늑하다. 산들이 홀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특히 쭉쭉 뻗은 편백 나무들이 천년의 숲을 이루고 있어 잔디만 밟아도 ‘힐링’을 해주는 것 같다.
# 어디서 잘까
클럽하우스에 골프텔이 있다. 호텔이 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어 풍광이 뛰어나다. 특히 편백나무의 군락지 사이로 홀들이 조성돼 아주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다. 특히 날벌레가 없다. 여름에도 쌀쌀한 기온을 감안해 해가 넘어가는 쪽으로 방이 나 있다. 이 때문에 저녁을 마치고 돌아오면 온기가 살아 숨 쉰다.
# 뭘 먹지
일본의 먹거리는 예술이다. 청정지역에서 재배되는 쌀과 채소, 그리고 특산물 소고기가 맛의 진가를 발휘한다. 각종 채소와 함께 넣어 살짝 데쳐먹는 스기야끼가 저녁 입맛을 돌게 한다. 음식의 맛 또한 골퍼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덜 달고, 덜 짜게 했다. 여름철에는 클럽하우스 야외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 일본 술을 곁들인 19번홀 요리는 14힐스에서의 또 다른 행복을 한 아름 안겨줄 것이다.
# 코스가 어떻길래
재미있다. 즐거움을 준다.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하루를 쳐보면 스코어카드에 적히는 숫자에 실망한다. 다음날에는 버디도 두, 세개 나온다. 홀들이 반기는 것이다. 홀의 배치나 홀의 난이도를 생각 하면서 볼을 치라고 홀 앞에 해저드를 배치했고, 때로 버디나 이글을 하라고 홀을 짧게 해놓은 곳도 있다. 어쨌거나 18홀 모두 색다른 맛이 나도록 디자인했다. 오픈한지 23년이나 됐는데도 그린과 페어웨이 잔디관리가 잘 돼 있다. 잔디는 우리나라 금잔디다. 잔디 잎이 적당히 솟아올라 있어 우드나 유틸리티 샷을 하기가 딱 좋다. 그린은 언쥬레이션이 살짝 있고, 조금 빠르며 컨디션이 쾌적하다. 전반적인 홀의 분위기는 국내 뉴코리아나 이스트밸리, 남서울CC를 많이 닮았다.
# 어떻게 가지
인천공항에서 떠난다. 나고야공항에 도착해서 14힐스CC의 송영차를 타고 1시간 50분 달리다 보면 에나 산자락이 나타나고 바로 골프장으로 들어선다. 3박4일 81홀 도는데 7월 15일까지 89만원이다. 7월 16일 이후는 109만원이다. 항공료는 포함됐고, 중식비만 별도다. 캐디는 원하면 써도 된다. 다만, 비용이 든다. 나고야의 코코파 리조트 이용권 회원은 10만원이 특별 할인된다. 문의 02-722-6777
골프대기자│안성찬
일간스포츠, 문화일보, 스포츠투데이 체육부 골프전문기자
이투데이 부국장겸 스포츠문화부장
뉴스웨이 골프대기자, 골프문화칼럼니스트
사관학교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전투적이고 의욕적인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윤경숙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 이사장이 젊은 날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전공 선택 기준을 오직‘여자가 거의 없는 학과로 가자’라고 생각했다는 건 나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80학번인 윤 이사장은 ‘여자라면 가정학과’란 도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건 축산학과였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가 이끄는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는 국내 최초로 특급호텔 인턴십 프로그램을 가진 최고의 조리 특성화 학교로 자리 잡았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에 기여하는 전문 직종으로서 유기농관련 인재 양성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조리사관 직업전문학교는 최근 도시 공간 텃밭이나 영농기술을 사전에 충분히 익힌 후 신중히 판단하여 귀농 귀촌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최근 성지 융복합 교육원을 훈련원으로 하여 사전 교육 제안서를 관할 정부기관에 냈으나 결국 채택이 되지 않았다.
한국조리사관 직업전문학교에서 하고자 했던 것은 크게 ‘농식품 종합전문가 과정’과 ‘유기농식품 지도사 과정’ 이었다.
윤경숙 이사장은 “농식품 종합전문가 훈련과정은 6차 산업 모델의 융복합 과정으로 농·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관광을 통합하는 관련 공인자격증은 없는 상태입니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쪽으로 가야 단순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개념을 뛰어넘어 외래 관광객을 끌어들여 먹거리를 만들어 보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결행하기 전에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죠.” 무작정 막연한 기대만으로 귀농 귀촌하다보니 실패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시농업 6차 산업화를 위한 사전 교육을 받고 가게 해야 한다.
사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전원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귀농귀촌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지만 농사를 지으려는 귀농인들의 정착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윤경숙 이사장 또한 중장년 일자리 창출과 건강한 식품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농식품 종합전문가 훈련과정’은 진심이 통할 날이 올 때까지 추진할 생각이다.
윤경숙 한국조리사관 직업전문학교(이하 한조사) 이사장은 강인한 추진력으로 식문화 전문가 육성의 최전선에 서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84년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전공을 살려 정부 산하단체에 취직한 그녀는 결혼식과 출산 전날까지 야근했고 출산 뒤 보름 만에 복직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일은 녹록치 않았고 결국 1989년에 퇴직서를 제출하고 전업주부가 됐다.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시작
그런데 그 시점에서부터 그녀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전업주부로서도 철저하게 살고자 했던 그녀는 요리학원에 등록하여 요리기술조차 일하듯 익혔고, 2년간 한식, 일식, 중식, 제과·제빵, 복어조리, 칵테일 수업을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같은 반 학생들이 강사 대신 그녀에게 질문하는 상황까지 되자, 요리학원을 직접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요리를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확신이 들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40세였던 1992년, 한 가전기업의 요리학원 원장으로 재취업한 그녀는 2년간 해당 기업에 속한 전국의 요리학원들 중 가장 많은 수강생을 모았다. 하지만 조리 매뉴얼에 맞춘 요리 지도에 제약을 느낀 윤 이사장은 1999년 경기도 수원에 현재 한조사의 전신인 ‘동양요리학원’을 차렸다.
학원을 열자 비행청소년들이 적잖게 찾아왔다. ‘공부 대신 요리에서 살길을 찾으라’며 부모나 교사에게 등 떠밀려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윤 이사장에게 있어선 첫 제자들이고 성공시켜야 할 제자들이었다. 그녀는 가정과 학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지도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아이들도 해낼 수 있다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각종 요리대회와 자격증 시험 대비에 집중하여 교육을 진행했다. 수상 실적을 관리해 아이들의 대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위기 때마다 기회가 찾아 와
교육 지도의 효율성을 위해 혁신을 도입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윤 이사장은 기존 사업을 확장할 계획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전혀 예측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임차해 있던 수원의 학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것이었다. 갑작스럽고도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울며 겨자 먹기로 부지를 찾던 윤 이사장은 2006년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을 소개받았다. 300평 규모의 건물은 그녀가 가진 자산에 비해 턱없이 비쌌다. 그런데 포기하려는 차에 계약 담당자는 윤 이사장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을 제시했다. 이렇듯 한조사가 서울에 정착하게 된 일은 하늘의 도움이라 할 만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실기로 대학교 입시에 성공했다고 하여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대학생 제자들은 대학에서의 공부를 따라가기 버거워했기 때문이다. 이론 수업 위주인 대학에서 공부하다 실무능력이 녹슬어 졸업 후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문제였다. 그래서 재능이 탁월한 아이들의 ‘손’을 썩히지 않기 위해서 윤 이사장은 기술과 학력을 동시에 완성하는 학점은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학점은행제 도입 후 학생 수의 급속한 증가가 이뤄졌고 이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졌다. 이번에도 비용이 꽤 많이 모자랐다. 그럼에도 새로운 건물의 주인은 그녀와 계약했다. 위기 속에서 매번 도움과 구원을 얻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는 윤 이사장은 새로이 들어가게 된 건물 앞 머릿돌에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겼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우리에게 주셨다.’
귀농 인구를 위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 꿈꾼다
지금 윤 이사장은 보다 큰 그림을 꿈꾸고 있다. 식문화의 근본, 바로 농업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인구는 1970년대는 50%였던 것이 지금은 7%대에 머물고 있다. 수출은 세계 12위권에 진입하였고,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농업은 상대적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전원생활을 통해 삶의 가치를 새로이 추구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귀농과 귀촌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보자면, 시설 운영을 통해 소득을 조달하는 ‘귀촌’은 활발한 편이지만 영농을 통해 소득을 조달하는 ‘귀농’은 실패 사례가 워낙 많고 관련하여 제대로 된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농업 인프라가 허약하기에 제대로 된 귀농이 이뤄지지 않고, 이는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것이며, 농업의 미래가 암울해지면 한국 식문화의 미래 또한 암울해진다. 윤 이사장은 그래서 농식품 종합전문가 과정과 유기농식품 지도사 과정을 구축하여 농업전문가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음식으로 시작하여 보다 깊은 근본으로 들어가는 윤 이사장의 결단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이 3년4개월만에 시행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그려왔던 혈육을 만나 그동안의 그리움을 눈물로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봉의 정례화 추진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등 140명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북측의 가족 178명과 재회했다.
북측 가족들 가운데 지난 1972년 12월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오대양61호 선원 박양수(56)씨와 1974년 2월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납북된 수원 33호 선원 최영철(59) 수원33호 선원 최영철(59)씨 등 전후 납북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40여년만에 만나 “행님아”“막내야”를 외치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이영실(88) 씨는 치매가 심해진 탓에 북쪽의 둘째 딸 명숙(67)씨와 동생 정실(85)씨를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샀다.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도 절박함을 막지는 못했다. 거동이 불편한 김섬경(91)씨와 홍신자(84)씨는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는 상봉 의지로 구급차를 타고 상봉장을 찾았다. 정부 관계자는 “두 분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의료진 및 가족들과 협의 끝에 내일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마친 뒤 조기 귀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봉자들은 북측 혈육을 위해 선물을 마련했다. 1인당 30㎏으로 제한된 가운데 가장 많이 챙겨간 선물로는 ‘초코파이’가 꼽혔다. 이 밖에 선물 꾸러미에는 오리털 파카와 털옷 등 방한용 옷과 영양제, 진통제 등 의약품 및 화장품, 칫솔 등 생필품도 담겨 있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상봉을 계기로 행사를 정례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지난해 추석 당시 이산가족 상봉 명단에 있던 분들 가운데 14분이 돌아가셨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고 참여정부 때 금강산에 건설해놓은 상설면회소가 하루빨리 가동되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북측 이산 추가 상봉에 적극성을 부여 우리 정부가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21일 이틀째 만남을 통해 못다한 말을 나눌 예정이다. 이들은 금강산에서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3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을 함께한다. 상봉 대상자는 오전 9시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한 뒤 금강산호텔에서 정오에 단체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에는 단체상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