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4가지 정신건강질환을 약 10분 만에 선별할 수 있는 ‘초간단 선별척도’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최근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손상준 교수, 노현웅 임상강사 연구팀은 노년층에서 흔한 치매, 우울증, 불면증, 화병 총 4개 질환을 한 번에 선별할 수 있는 ‘초간단 선별척도’(BS4MI-Elderly)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초간단 선별척도는 치매, 우울증, 불면증, 화병 증상에 대해 각 3문항씩, 그리고 질환의 경과와 기간에 대한 질문 2개를 추가해 총 14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검사시간은 기존 검사들에 비해 약 4분의 1로 줄었지만, 선별 정확도는 우수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노년층 정신건강질환의 특징 중 하나는 치매와 우울증, 화병과 불면증 등 2개 이상의 정신건강질환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검사 시 어떤 척도가 가장 적절한지 선택이 어려웠다. 또 2개 이상 질환이 의심돼 여러 척도를 시행할 경우 고령 환자들이 긴 검사시간을 힘들어하고, 집중도도 떨어져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오랜 기간 고령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의 필요성을 느꼈으며, 지난 12년 동안 수원시 지역사회에서 노인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검사법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검사 시행에 그치지 않고, 검사 결과에 따라 △정상군(그린 라이트) △고위험군(옐로 라이트) △질환군(레드 라이트) 총 3개 군으로 분류해 실제 지역사회 노인정신건강사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가운데 증상이 가장 심한 ‘질환군’에 속하는 어르신은 추가 면담을 실시해 보다 정확하게 상태를 확인 후 필요한 경우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정신건강질환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
노현웅 임상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초간단 선별척도는 ‘건망증으로 냄비를 10회 이상 태우거나, 비밀번호를 10회 이상 잊어버림’처럼 쉽게 답할 수 있는 내용과 최소한의 문항수로 구성해 어르신들이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홀할 수 있는 노년층 우울증에서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꾸준히 병행한 결과, 30% 이상 증상이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상준·홍창형 교수·노현웅 임상강사와 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팀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평균 나이 70세의 80명 어르신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실시했다. 한 그룹은 12주 동안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을, 다른 한 그룹은 기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던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2주후 두 그룹간 치료효과를 확인한 결과,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한 그룹에서 우울증 증상이 3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다른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되는 회복효과다.
특히 이번 연구팀은 80명 어르신의 치료전·후 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 시행 그룹에서 우울증 관련 뇌 변화까지도 회복됨을 확인해, 실질적인 치료효과를 검증했다.
연구팀이 실시한 이번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은 일명,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이는 어르신들이 치료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참여할 때마다 ‘금메달’을 붙여서 생긴 이름이다.
연구팀은 10년 전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원시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수원시 거주 어르신들에게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울증뿐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도 개발돼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전국으로 보급됐다.
지난 7월 16일 SBS 는 졸피뎀 부작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 이후 수면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무조건적인 공포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콘텐츠 제휴사인 비온뒤(aftertherain.kr)를 통해 아주대병원 홍창형 교수의 특별기고를 받았다. -편집자 주-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방송된 이후 외래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먹는 약은 안전한가요? 혹시 자살 충동을 유발하나요?”, “세상에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이 약은 이런 저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작용이 생기면 즉시 보고해 주세요. 그렇지만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시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아직까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졸피뎀이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고혈압·당뇨병 약을 비롯해서 어떤 약이든 안전한 약은 없습니다. 원래 수면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안 먹을 수만 있으면 안 먹는 게 좋습니다. 수면제는 깨어 있는 사람을 강제로 잠재우는 약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수면제들은 약을 먹어도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잠을 깨도 오전 내내 몽롱한 상태로 지내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2007년 FDA에서 승인된 졸피뎀은 기존 수면제보다 수면유도 효과가 빨라서 먹자마자 20분 만에 잠이 들고, 반감기가 2~3시간으로 짧아 아침에 일어날 때 멍한 느낌이 적어서 불면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약을 먹고 나서 가수면 상태로 빠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걸어 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밤중에 있었던 일을 아침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처방해야 하고, 처방할 때도 반드시 부작용에 대해 잘 설명하고,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의학논문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졸피뎀과 자살과의 연관성을 발표한 논문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된 논문은 2016년 3월 대만 의사가 발표한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로 2002년부터 20011년까지 10년 동안 자살로 사망한 사람 2206명과 일반인 99만 6650명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저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결론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아도 졸피뎀을 복용한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또는 자살시도가 2배 더 많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일 상용량의 9배 미만은 1.9배, 9~17배는 2.1배, 18배 이상은 2.8배 자살 및 자살시도의 위험이 높다고 되어 있습니다. 왜 논문은 1일 상용량의 2배, 3배로 나눠서 분석하지 않았을까요? 졸피뎀은 하루에 1알씩만 복용하는 약입니다. 졸피뎀을 하루에 2알 먹는 경우도 극히 드문 일이라서 외래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데 매일같이 9알, 18알씩 먹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또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물론 졸피뎀이 자살충동과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 증거가 명확해지면 반드시 경고문구가 주의사항에 포함되어야 하고 의사 및 환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다 많은 근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졸피뎀은 아플 때 먹는 진통제와 비슷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진통제는 통증을 사라지게 합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통증이 지속됩니다. 불면증도 원인에 따른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불면증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을 잘 찾고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만일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서 생긴 불면이라면 상담치료를 받거나 중독과 내성이 생기지 않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통증치료가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 홍창형(洪彰亨)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노화과학협동과정 박사 노화과학 전공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