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고 싶었어요.” 사람이 궁금했던 소극적인 이공계생은 삼성전자 최초로 ‘세일즈엔지니어’가 되었고,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 24개월 약정과 단말 보조금, 통신요금 납부 시스템, 해지 방어 시스템 등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모든 정책의 뿌리를 만든 사람, 이문호(65) 머큐리 사장의 이야기다.
“직장생활을 하든, 사업을 하든 사람을 아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는 생각이었죠.”
이공계 전공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이 사장은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하고 영업과 마케팅 직무에 관심을 두게 된다. 그리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신입사원은 영업사원으로 발령을 내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최초의 이공계생 영업사원이 됐다. 얼마나 극적이었던지, 당시 삼성전자에서 받은 발령장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10년을 삼성전자 대리점 마케팅 영업을 했다. 그는 영업이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품 사세요’가 아니라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거예요. 자기 주관적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상대 주관적, 시장 중심적으로 이해해야 하죠. 상대는 왜 이걸 필요로 할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대화할 때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준비를 많이 하면 진정성이 나와요. 인격적으로 상대를 존경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 만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느냐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예요.”
공짜폰의 효시 ‘삐삐’
서울이동통신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삼성전자를 떠났다. 지금이야 공짜폰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이전에는 공짜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사장은 서울이동통신에서 통신 보조금의 효시가 된 마케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삐삐를 쓰던 시절에는 모토로라가 브랜드로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 이때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삐삐 신제품을 공짜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삼성전자에는 100만 대를 팔겠다고 약속하면서 기계 가격을 낮춰달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었는지 묻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100만 대를 팔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질 방법을 찾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새로 나온 삐삐를 공짜로 소비자에게 풀었을 때, 우리 회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거죠.”
성공적으로 삐삐 판매의 물꼬를 튼 이 사장은 이동통신사 KTF의 전신인 한국통신프리텔에서 또 한 번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거치며 삐삐라는 신규 사업에서 성공을 이루었듯, 이번에는 공기업에서 PCS(개인휴대통신)라는 신규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한국통신프리텔에 들어간 이 사장은 ‘24개월 약정할인’, ‘단말 보조금’, ‘인터넷 패키지 정책’ 등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부담은 줄이면서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도 늘릴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었다. 1999년 이동통신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했던 요금제와 단말기 패키지는 KTF의 쇼킹스폰서로 업그레이드됐고, 이제는 모든 이동통신사의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제도지만, 당시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모두가 반대했던 일이다.
“설득의 바탕은 신뢰예요. 신뢰는 평소에 쌓아둬야 하는 거고요. 상대가 나를 믿게 하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성실해야죠. 첫째로 자신이 뱉은 말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못 했을 때는 피드백을 주어야 해요. 두 번째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해야 하고요. 세 번째는 그 사람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해주어야 해요. 그러니까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게 뭘까 알아챌 수 있어야겠죠? 경청은 집중력인 것 같아요. 지나가는 식으로 던진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시장을 읽는 점쟁이
KTF에서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이 사장은 KTF를 나와 통신 장비 및 광케이블 전문 업체 머큐리의 수장이 되었다. 당시 머큐리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 사장은 무선 공유기인 AP를 머큐리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통신사 와이파이 공유기를 생각하면 된다. 이후에는 ‘기가 와이파이’라는 신기술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선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에 있는 협력사들을 찾아가 함께 일하자고 설득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허풍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해보니 그의 아이디어가 다 맞아떨어지는 걸 보고 협력사들은 이 사장에게 ‘포춘텔러’(Fortune Teller, 점쟁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성공해낸 걸까.
“저도 돌아보면 어떻게 그랬을까 싶네요.(웃음) 제가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다만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자그마한 아이디어가 나온 거고요.”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노트에 적어둔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아이디어를 복기할 때 “오래 끌면 안 된다”고 했다.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의 말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가려운 지점을 긁어주려면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의 영업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머큐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정용 신기술 와이파이 802.11ax(와이파이6)는 지나가는 말을 허투루 넘기지 않은 이 사장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컴퓨터, 삐삐, PCS, CDMA, 휴대전화, AP 등 국내 통신 산업에서 약 40년 동안 정보통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끝없는 증명이 이뤄낸 도전의 아이콘
이 사장을 가리켜 사람들은 ‘고생을 사서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본부에 발령을 받았을 때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지방으로 자원해서 떠났다. 서울이동통신에서 국내 최초로 30대에 임원직을 달아놓고 한국통신프리텔에 갈 때는 직급과 급여를 낮춰 이동했다. 1999년 한국통신프리텔은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공기업에서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대로 승승장구하면 될 것 같았던 그는 돌연 머큐리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위기에 빠져 있던 머큐리는 어엿한 상장 기업이 됐다. “인생은 나 자신을 끝없이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였다. 그야말로 도전의 아이콘이다. 이 사장은 새로운 도전은 막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장의 복리후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으로 둬야 할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내가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소위 승부를 건다고 할까요? 기존에 하던 일이 싫증 나서가 아니라, 그냥 이거 한번 해볼까가 아니라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전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죠. 삼성전자에서 10년 동안 대리점 관리를 하면서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새로 시작하는 삐삐 회사 서울이동통신으로 옮겨 대리점 관리에 새롭게 도전할 수 있었던 거예요. 현실에서 회사를 옮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도 며칠 밤낮을 고민했는지 몰라요. 내가 잘하는, 혹은 잘하고 싶은 직무를 맡아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하는 일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을지 궁금했다. 이 사장은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받아들였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내 의지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였다.
“과정은 어설펐지만 결과가 좋았다면 운이 따른 거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격려받을 일이죠. 모르는 건 모른다, 실수한 건 실수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이 사장은 현업에 있으면서 또 하나의 도전을 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성과를 이룬 내용을 담아 ‘영혼 있는 도전’이라는 책을 쓴 것. 일과 글쓰기를 병행한다는 건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시장을 보려고 노력했던 이 사장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딸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새 기기를 구입하려고 대리점에 방문했습니다. 저도 할부 기간이 끝나 휴대폰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받았지만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어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실적 등의 문제로 힘들다며 감정에 호소했고, 6개월간 6만5000원짜리 요금을 사용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높은 요금이 부담스럽다면 자기가 매달 6만 원을 주겠다고 사정하기에 기기를 변경했는데, 변경 후 6만 원 입금도 해 주지 않았고 문자나 통화도 받질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60대 시니어의 글이다. 최근 이처럼 시니어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외에도 80세 노인에게 공짜기기라 속여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상품권으로 유혹해 인터넷 가입을 유도하는 등 무수한 사례가 존재한다. 불완전판매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거나,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노인 뒤통수 치는 불완전판매, 왜 성행하나?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무인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년이나 노년층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적 압박을 받는 직영 대리점 직원들이나 점주들이 노년층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는 1739건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913건에 달했고 12월에도 1825건을 기록했다. 또 이동통신 3사 관련 민원 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한 문제도 불완전판매(25.5%)였다. 이 중 요금제 관련 민원만 500건을 상회했다.
요금제 관련 피해 대부분은 대리점과 계약에서 발생했다. 통신사가 대리점의 판매 대수에 따라 추가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그레이드(Grade) 정책과 가입자 요율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긴 약정 기간과 고가 요금제를 더 많이 유치할수록 받아 가는 금액이 늘어나므로 무리한 판매가 속출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에는 KT가 그레이드 정책과 함께 고액의 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살포한 것으로 알려져 단말기 유통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판매점의 실적 달성을 독려하려면 결국 불법 보조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불완전판매 단속·관리 부족에 사각지대 생겨
통신사 측은 전국의 직영점과 대리점을 관리하다 보니, 본사에서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든 민원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신고가 들어와도 고객과 직원 사이의 입장 차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토한 후 매장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직영점은 몰라도 대리점은 운영지침에 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점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해 통신사와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통신사 차원에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리점은 한 법인이기 때문에 사원 개인의 일탈을 이통사가 관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 시 이용자에게 중요사항을 고지하도록 하고, 거짓으로 설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와 관련이 있는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전문 용어를 어려워하고, 많은 계약 조항을 잘 살펴보지 않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악성 판매자에게 당해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 할부금이나 인터넷 해지 위약금이 한번에 청구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노인들은 변제 능력이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불완전판매, 막을 수 있을까?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했다. 대리점 판매점의 설명 의무를 강화해 휴대폰 서비스 관련 분쟁을 줄인다는 취지다. 단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와 대리점, 판매점 등은 이용요금과 약정조건, 위약금 등 중요 사항을 설명하거나 고지해야 한다.
또 휴대폰 구매과 이용계약에 관한 광고를 하는 경우에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비용과 내용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해야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이번 단통법 통과 이후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용요금·위약금·약정조건 등 고지 사항 구체화, 광고에 들어갈 중요사항 확정, 설명에 관한 별도 확인 절차 마련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전 의원은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시 주요 사항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하고 판매자들이 추천하는 대로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를 구매할 수 있어 공정한 거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 맞춤 방안 마련돼야
이처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불완전판매의 주요 대상이 되는 노인에게 맞춰진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노인은 정보통신에 서툰 경우가 많아 다른 세대보다 약정과 보조금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노인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대리점에서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설명하면 노인들은 계속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성행하는 불완전판매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나서서 노인 눈높이에 맞춘 권역별 오프라인 상담센터를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노인들은 상담센터가 개설된다면 휴대전화 개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일부러라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리점이 판매 과정 중 누락한 설명이나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환경을 위해 분리배출해온 쓰레기가 재활용이 안 되고 있었다면? 그 노력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노력이 되어버렸다면? 모호한 단계를 넘어서, 아예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필환경 습관. 오답노트를 통해 함께 점검해보자.
도움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참고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환경부)
[X] 신문지와 종이컵, 우유팩을 모아 ‘종이’로 분리배출했어요
[O] 신문지는 ‘종이’로, 종이컵과 우유팩은 각각 묶어 ‘종이팩’으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먼저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해야 한다. 종이는 신문, 책자나 노트, 상자류 등을, 종이팩은 종이컵, 우유팩 등을 이른다. 특히 종이컵과 우유팩은 한 번 더 나눠 버리는 게 좋다. 종이컵은 안쪽만, 우유팩은 안팎 모두 코팅이 되어 있다. 이렇듯 코팅 정도가 차이 나면 재활용 공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화문제]
• 물기만 닦은 핸드타월은? 종이류로 배출
• 감열지 영수증은? 일반쓰레기
• 프링OO’ 감자칩 통은? 일반쓰레기(통 안쪽과 바닥에 포함된 알루미늄 때문)
• 종이 컵라면 용기는? 일반쓰레기
• 종이 포일과 기름종이는? 일반쓰레기
• 물감으로 그림 그린 종이는? 일반쓰레기 (크레파스, 물감 등은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로 구분)
[우유팩 모아 휴지로 바꾸기]
① 주민센터 지자체마다 담당부서나 교환 방식이 다르므로 각 주민센터에 문의한다. 보통 500㎖ 30개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② 한살림 상시로 수거하며, 900㎖ 10개당 2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X] 칫솔, 볼펜 등을 분해해 작은 플라스틱까지 모아 배출했어요
[O] 플라스틱 소재라도 부피가 작다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요
[해답노트]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크기를 기준 삼아 종량제봉투로 배출한다. 애써 분리했더라도 부피가 작으면 선별 작업이 어려워 결국 쓰레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령 볼펜을 분해해 스프링은 고철로, 심은 쓰레기로,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각각 배출하더라도 선별장에서 걸러지기엔 너무 작다. 칫솔 역시 솔 부분을 따로 버린다고 해도 같은 이유로 재활용 과정에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심화문제]
• 휴대폰 케이스나 안경집은? 일반쓰레기
• 젖병이나 실리콘 주걱 등은? 일반쓰레기
• 문구나 완구, 악기는? 일반쓰레기 or 대형쓰레기 (재사용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기)
• 복합 재질의 텀블러는? 일반쓰레기
• 샴푸 등 펌핑식 용기는? 본체는 플라스틱, 펌핑 부분은 일반쓰레기
• 껌이나 알약 포장재는?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재활용 커뮤니티]
① 플라스틱 방앗간(ppseoul.com/mill) 플라스틱 재활용 작업 공간.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시민과 나눈다.
② 피프리미(pfree.me)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관련 장소를 표시한 ‘플라스틱 프리 방방곡곡 대동여지도’ 및 행사와 자료, 일상 실천법 등을 망라한다.
[X] 음식 포장에 쓰인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분리배출했어요
[O] 업소용 랩과 알루미늄 포일 모두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랩을 비닐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질에 따라 다르다. 흔히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업소용 랩은 절대 비닐류로 버리면 안 된다. PVC 재질에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해, 재활용 기계를 부식시키고,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용 랩은 PE 재질이므로 비닐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알루미늄 포일도 간혹 ‘캔류’(알루미늄) 쪽으로 잘못 버리는데 이 역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
[심화문제]
• 라면수프가 담겼던 봉지는? 세척 후 비닐로 배출(수프 속 나트륨에 염소 성분이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척이 어렵다면 일반쓰레기로 배출)
• 프레임을 분리한 우산천은? 일반쓰레기(우산천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지만 따로 모으는 체계가 없어 일단은 일반쓰레 기로 배출)
• 아이스팩(냉동팩)은? 속 재질을 분리했다면 비닐로, 통째로는 일반쓰레기로 배출
• 비닐과 종이가 합쳐진 쌀 포장재는? 단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종이류, 양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비닐류로 배출
• 상품을 포장한 뽁뽁이(버블랩)는? 비닐로 배출
[분리배출 만점 위한 4단계 공식]
① 비운다(용기 속 내용물 깨끗이 비우기)
② 헹군다(재활용품에 묻은 이물질, 음식물 등은 닦고 헹구기)
③ 분리한다(라벨 등 다른 재질 제거하기)
④ 섞지 않는다(종류별, 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하기)
[X] 주방용 유리 용기와 냄비 뚜껑, 와인잔, 사기그릇 등을 유리로 분리배출했어요
[O] 주방용 내열유리, 크리스털유리, 도자기류는 신문지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리로 된 ‘락OO’ 반찬통은 내열유리 제품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다석회유리와는 다른 재질인 붕규산유리로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한 유리 용기, 직화 냄비와 뚜껑, 믹서 유리 등이 해당된다(제조사마다 상이할 수 있음). 또 고급 식기나 와인잔 등에 사용되는 크리스털 유리나 흙을 구운 도자기류 그릇 역시 재질이 달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심화문제]
• 재활용 가능한 유리가 깨졌다면? 일반쓰레기
• 거울이나 식탁용 유리는? 작으면 일반쓰레기, 크면 대형쓰레기
• 전구나 전등 유리는? 일반쓰레기 (주의! 형광등은 유해 물질을 포함해 전용 수거함에 배출)
※ 재활용이 가능한 형광등의 종류
직관형 형광램프(FL), 환형(원형)형광램프(FCL), 안정기 내장형램프(CFL), 콤팩트형 램프(FPL)
[소주병, 뚜껑을 닫아버려야 좋다?]
흔히 소주병, 맥주병 등에는 ‘빈 용기 보증금’ 라벨이 있어, 이를 마트 등에 가져가면 표시된 금액만큼 돌려받는다. 이러한 유리는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수된 빈 병은 주류 회사 등에서 세척 및 살균을 거쳐 재사용한다(수입 맥주병은 불가). 깨진 병은 재사용이 안 되므로, 가급적 입구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소주병 등은 마개를 닫아 내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뚜껑은 캔류이지만!). 물론 각각을 분리배출해도 된다. 또, 기름병으로 썼던 소주병은 재사용 불가이니 유념하자.
[X] 음식물 건조기를 이용한 덕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아 좋아요
[O] 아무리 바싹 건조돼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해요
[해답노트]
음식물 건조기로 말린 음식물쓰레기는 종량제봉투 배출이 금지돼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다. 최근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음식물 처리기의 경우(싱크대로 바로 음식물을 흘려보내는 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한다. 건더기거름망 장치를 제거하거나 형식적으로 달아, 자칫 하수구가 막혀 역류하거나 하수처리장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화문제]
• 한약재나 차(茶)의 찌꺼기는? 일반쓰레기 (티백 역시 마찬가지!)
• 양파, 마늘, 생강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어패류와 갑각류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복어내장도 일반쓰레기)
• 메추리알과 달걀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생선가시나 육류와 털은? 일반쓰레기 (털도 일반쓰레기)
[치킨 먹고 남은 ‘목’ 어떻게 버릴까?]
엄밀히 따지자면 치킨 튀김옷과 닭살은 음식물쓰레기, 뼈는 일반쓰레기가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닭목에는 살이 얼마 없다. 그렇더라도 살과 뼈를 발라 분리해 버리는 게 맞을까? 물론 틀리지 않겠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홍수열 소장은 “음식물쓰레기는 단속이나 구분이 어려워 정작 사료 등으로 재활용이 어렵다. 사실상 요즘은 웬만한 껍데기나 뼈 등은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사할 때 나오는 모든 음식물은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그보다는 재활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섞어 버리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재활용업체 관계자들은 실제 비닐, 식칼, 수세미 등 누가봐도 음식물이 아닌 걸 버리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 토로한다”고 당부했다.
[X] 보풀이 심해 못 입는 옷과 속옷, 침구를 아파트 의류수거함에 넣었어요
[O] 손상됐거나 낡은 옷, 위생상 재사용이 어려운 속옷, 침구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수거함에 모인 의류 대부분은 선별 작업을 거쳐 수출된다. 그러니 입을 수 없는 옷을 넣으면 안 된다.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찢어진 옷이나 보풀이 심한 옷, 음식물이나 페인트 얼룩으로 손상된 옷 등 누가 봐도 낡은 물품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 속옷이나 이불, 베개 등 침구류도 마찬가지다. 이는 위생 상태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누군가의 속옷이나 베개 등을 가져다 쓰고 싶은가? 상태가 괜찮더라도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그 외 부피가 큰 이불이나 커튼 등은 대형쓰레기로 배출한다.
[안 입는 옷에 날개 달기]
멀쩡하지만 ‘안 입는 옷’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눈다.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구세군희망나누미’, ‘굿윌스토어’, ‘행복한나눔’, ‘녹색가게’ 등을 통해 취업 준비생을 위한 나눔 서비스 ‘열린옷장’에 정장을 기증하면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준다. 또 최근에는 의류를 포함한 중고품을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앱을 통해 사고팔 수 있으니 활용해보자.
[X] USB, 전자담배, 휴대폰, 이어폰 등을 모아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O] USB와 이어폰은 일반쓰레기,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담배나 휴대폰은 전용 수거함이나 대리점에 반납해요
[해답노트]
USB나 이어폰 등은 잘 분리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일반 가정에서 소량으로 발생하는 것들은 따로 모을 방법이 없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부피가 작아 선별장에 보낸다 해도 골라내기 어렵고, 자칫 기계가 고장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나 휴대폰 등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의 경우에는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전용 수거함에 내놓거나 대리점에 보낸다. 휴대폰의 경우 ‘폐가전품 배출예약시스템’(www.15990903.or.kr)을 통해 기타 소형 가전과 함께(5개 이상) 모은 뒤 예약 신청하면 수거해간다.
[고장 난 가전제품 되살리는 마법 같은 서비스]
① 인라이튼: 배터리 재생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복구하는 특화 서비스 제공.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커피머신 등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② 리페어라이프앤디자인: 고장 난 유·무선 키보드를 세척, 수리하는 서비스. 잔고장으로 쉽게 버려지는 키보드를 재생해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에 일조한다.
③ 에코티앤엘: 휴대폰 및 배터리를 재생하는 사회적 기업. 버려진 휴대폰 중 사용 가능한 것을 알뜰폰, 선불폰, 중고폰으로 재생하거나 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되살린다.
④ 나눔폰: 폐휴대폰 기기의 자원재활용을 위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휴대폰 수거 서비스.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수거된 휴대폰은 파쇄 처리하므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