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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인의 숨결, 정예진 가야금병창 '춘향가'와 '흥보가' 선보여
- 정예진 가야금병창이 '춘향가'와 '흥보가' 2개의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4집 정규앨범에 이어 새로운 음반이다. 이번 발매된 '정예진 가야금병창 춘향가' 앨범은 판소리 춘향가의 대목(천자뒤풀이, 사랑가, 기생점고, 군로사령)들을 모은 앨범이고, '정예진 가야금병창 흥보가'는 전통 가야금병창 판소리 흥보가의 대목(중타령, 감계룡, 유색황금눈, 구만리, 제비점고, 제비노정기, 가난타령)들을 모았다. 정예진은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 전승교육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악 연주자로, 활발한 공연활동과 함께 전승교육사로써 가야금병창의 전승 보급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가야금병창 가사집, 악보집 등의 저술활동 등을 통해 이론과 실기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예진 가야금병창 측은 "이밖에 '단가 1' 앨범이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전통 가야금병창의 다양한 곡들을 순차적으로 발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24-07-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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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보다
- 깊은 가을 시월의 막바지 토요일에 흥겹고 참으로 신명 나는 우리 국악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국립 창극단)’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관람했다. 사실 음악이라면 젊을 때부터 팝송, 샹송, 칸초네 등을 즐겨 들어서 국극이나 마당놀이 같은 창극엔 관심이 덜 했다. 그러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국악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고 기회가 있어 감상해 보았던 ‘심청전’이나 ‘흥보가’ 등으로 우리 국극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느끼고는 관심을 두고 찾아보게 되었다. 오늘 본 작품은 외설적으로만 알려진 ‘변강쇠전’을 바탕으로 주인공은 변강쇠가 아닌 그의 여자 ‘옹녀’였다. 그래서 제목도 ‘변강쇠에 점을 찍고 옹녀’가 되었나 보다. 옹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남자만 밝히는 여자가 아닌 자의식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용감하게 운명에 맞서는 의지의 여인으로 나온다. 포스터만 봐도 예쁜 옹녀가 유혹하듯이 도발적인 모습으로 돌아보고 있어 오늘의 옹녀 연기가 기대되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뮤지컬이나 연극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에서 객석을 마주하고 연주를 했다. 그런데 이 공연의 연주자들은 무대를 향해 앉았는데 국극의 특성상 지휘자가 없어 연기자들의 동작을 보면서 연주를 해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쟁, 피리 긴 나팔 같은 악기가 보였다. 무대가 열리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절을 하며 “옹녀 인사드리오”라고 했다. 목소리부터 어찌나 간드러지는 지 웃음이 절로 났다. 창극의 매력은 말투와 억양에 있는 듯하다. 외롭다는 단어도 ‘외로와라’ 고 하니 더욱 정감이 느껴진다. 무대는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매우 단조로웠지만, 가림막이 네 조각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어 공간이 다양하게 연출되어 입체적으로 보였다. 이전의 공연에선 옹녀도 죽어 장승이 되어 변강쇠와 서로 마주 보며 영원히 함께한다는 내용이었다는데 이번 공연에는 죽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옹녀가 이승과 장승의 세계를 오가며 변강쇠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아기도 낳아 기른다는 설정이다. 다들 잘 알고 있듯 옹녀는 미인이기는 하지만 청상살, 상부살이 끼어 만나는 남자마다 죽는 운명을 타고났다. 열다섯에 첫 결혼을 하지만 하룻밤에 남편이 죽고 열여섯, 열일곱 등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씩 혼인만 하면 남편이 죽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를 탐하는 동네 남정네도 모조리 상을 당하니 마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쫓겨나는 길에서 만난 변강쇠와 살림을 차리고 궂은일로 돈을 버는데 손끝이 야물어 남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 변강쇠는 하는 일 없이 노름판에서 옹녀가 번 돈을 다 써버리지만, 옹녀는 자신과 만났는데도 죽지 않으니 감사히 생각하고 감수한다. 그러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을 뽑아 장작으로 태워버린 변강쇠는 장승들의 저주를 받아 온갖 병을 얻어 죽는데 옹녀의 변강쇠 살리기 작전으로 장승들과의 한판 전쟁이 볼만하게 펼쳐진다. 재미있는 건 우리 판소리에 녹아있는 해학과 풍자로 듣기 민망한 비속어도 많이 나오는데 거부감 없이 즐겁게 웃으며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에 옹녀 역 이소연 배우의 청량하고 맑은소리가 계속되어서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이 창극은 2014년 초연된 이후 성황을 이루며 5년째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옹녀 이야기는 조금씩의 변화를 주는 연출로 계속될 것 같다. 신명 나는 매력적인 한 판 창극에 마음이 시원해진 하루였다.
- 2018-11-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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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탄생한 ‘흥보씨’
- 지난 4월의 첫 번째 금요일은 아내와 오랜만에 저녁 데이트 하는 날이었다.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창극 흥보씨( Mr. Heungbo)를 함께 보러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의 푸름과 꽃들로 봄이 무르익어가는 아름다운 장충단 공원길을 걸었다. 장충단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 민씨가 영면한지 5년 후 고종은 장충단을 꾸며 을미사변 때 순직한 장졸들의 영혼을 배향하여 매년 봄 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단골식당이 된 ‘다담에뜰’에서 식사와 차를 한잔하고 손을 잡고 걸어서 달오름에 올랐다. 다담이란 불가에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내어놓는 다과라는 뜻이다. 서양에 오페라가 있다면 우리에게 창극이 있다. 판소리가 한 명의 소리꾼이 북장단에 맞추어 노래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극음악이라면 창극은 여러 명의 소리꾼들이 역할을 나누어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극음악이다. 지난해 해오름에서 창극 향연을 처음 함께 본 후 아내와 나는 창극을 좋아하게 됐다. 창극 흥보씨는 한 마디로 우리의 전통 흥부전(흥부가)을 집으로 치면 대들보와 기둥만 남기고 완전히 현대판 흥부전으로 바꾼 새로운 창작이었다. 우리 내외가 창극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지만 아내도 아주 재미있게 잘 봤다고 만족할 정도로 좋았다. 흥보씨의 새로운 버전으로 창작 스토리를 소개하면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 예상을 불허하는 것들이었다. 첫째 흥보와 놀보의 아버지 연생원은 아이를 갖지 못해 흥보는 길에서 주워와 길렀다. 가문이 흥하라고 흥보, 아내가 바람을 피워 뒤늦게 출산한 놀보는 귀한 자식이라 놀랍다는 의미로 놀보라 이름 지었다. 이런 출생의 비밀로 시작된 이야기는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기 시작 하였다. 흥보가 형, 놀보가 아우였으나 착한 흥보는 아우를 위해 계약서 작성을 통해 형과 아우를 바꾸어 생활하는 부분도 연출가의 기획이다. 둘째 강남의 제비는 오늘날 바람둥이 제비로 묘사하고 제비가 갖다 준 씨앗은 박 씨보다 찬란한 구슬 같은 씨앗이었다. 호랑이가 말을 하고, 우주인이 나타나고 흥보의 처로 등장하는 이소연의 가난타령, 제비 유태평양의 제비 노정기, 무대장치, 보리수 나무의 등장이 특이하였다. 그럼에도 무대장치의 핵심은 칼, 몽둥이, 톱의 기능을 한 부채였다. 그 씨앗이 물질적인 부를 갖다 주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안정을 갖다 주는 것으로 묘사되는 점이 오늘날 물질보다 정신문명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 같았다. 셋째 창극을 관통하는 줄거리는 통상 전래 판소리와 같이 권선징악이다. 그래서 현대적인 노래와 춤을 삽입하여도 관객들에게 친근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극 전체를 흐르는 비움의 철학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가난하더라도 바른 생활을 하는 흥보가 원래 형의 위치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스토리다. 마지막으로 창극 흥보씨가 재미있는 창작극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흥보와 놀보 역을 맡은 두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 예측을 불허하는 극본 과 연출, 캐릭터에 맞게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연기해준 전 단원들, 그리고 우주의 신비스러움과 판소리의 맛을 살리면서도 젊음과 경쾌함을 선물한 음악 감독의 합작의 결과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서양음악과 춤을 차용하여 창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극이었다. 이런 훌륭한 창극단이 있는 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창극이 서양의 오페라처럼 세계화로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흥부를 흥보로 놀부를 놀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정확한 정설은 아직 없는 것 같아 기획자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 2017-05-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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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극 '흥보 씨' 흥이 넘치는 우리 가락 공연
- 국립극장 달오름으로 창극 '흥보 씨'를 보러 갔다. 마침 티켓이 여러 장이라 친구들에게 연락하면서도 조금은 걱정스러움이 있었다. 구닥다리처럼 창극이 뭐냐고 할 줄 알았는데 모두들 좋다며 환호한다. 사실 필자는 음악이라면 모든 장르를 다 좋아한다. 그렇지만 아직 창극이나 판소리공연은 가보지 못했다. 젊은 날 팝송과 샹송, 칸초네를 듣고 거기에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클래식까지 섭렵하면서도 우리 가락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요 중에서도 트로트를 들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금기시했는데 옛말 그른 것 없다는 말이 딱 맞다는 것을 시니어가 되어서야 이해했다. 젊었을 땐 어른들이 왜 저런 노래를 좋아하는지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진 나훈아로 대표되는 트로트 가요나 민요, 판소리가 너무나 가슴에 와 닿고 듣기 좋은 음악이 되었으니 너희도 나이 들어 보라던 말씀이 딱 맞아떨어졌다. 창극이라면 대여섯 살 쯤 엄마 치마꼬리 잡고 극장에 따라가서 보았던 국극이 떠오른다. 보통 여자들로 구성되어 남자역도 여자가 했는데 눈썹과 눈을 까맣게 칠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화려한 연기와 노래를 하던 그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좀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오늘 본 창극 ‘흥보씨’는 젊은 국악인들이 판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연출한 흥이 넘치는 무대로 판소리와 리드미컬한 현대음악이 교차하면서 신선한 음악적 풍경이 펼쳐졌다. 주인공 흥보 씨는 요즘 촉망받는 유명하고 잘 생긴 국악인이어서 보는 재미가 더했고 출연진 대부분이 젊은 국악인이어서 참신했다. 국립극장 달오름에 창극을 보러 어르신들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관객 역시 젊은이가 대부분이다. 국립창극단과 각색의 귀재 연출가 '고선웅' 씨, 천재 소리꾼 '이자람'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는 ‘흥보 씨’는 우리가 알고 있던 흥부놀부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어 근심하던 연생원이 친척 집 문상을 다녀오다가 길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데려와 양자로 삼는데 가문이 흥하기를 바라며 ‘흥보’라 이름 짓는다. 그사이 연생원의 처 황 씨는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다른 남자와 동침하여 이듬해 아들을 얻는데 혼외자식임을 모르는 연생원이 귀하고 놀랍다는 뜻으로 ‘놀보’라 했다. 그러니 놀부가 형이 아니고 흥부가 형이라는 설정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 흥보는 심성이 착하고 놀보는 심술궂게 자란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놀보는 착한 형 흥보를 졸라 소원이라며 형과 아우를 바꾸자고 한다. 그때부터 재산도 형이 된 놀보에게 넘어가 착하기만 한 흥보의 고난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흥보는 묘소에서 3년 상을 보내고, 돌아오는 날 아이를 낳지 못해 시집에서 쫓겨 난 여자 정 씨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들은 길에서 딱한 처지의 거지 아홉 명을 자식으로 삼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에는 놀보가 버티고 있다. 원작에선 흥보가 금실이 좋아 자식을 여럿 두지만, 창극에서는 모두 데려온 자식으로 각색되었다. '흥보 씨'는 기존 이야기를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지만 권선징악인 작품 본래의 교훈은 그대로 담았다. 고선웅 연출가는 각색하는 과정에서 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까치가 물어다 준 박씨 덕분에 부자가 된다는 설정을 버리고 스스로 깨닫는 흥보를 만들었다. 고을 원님이 딱한 흥보의 편을 들어 놀보를 벌하는 심판자 역할을 하고 흥보에게 돌아가는 상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다시 형이 되는 명예회복이다. 난데없이 외계인이 나타나 흥보에게 깨달음을 준다거나 행운의 제비가 나이트클럽의 춤꾼으로 나오는 등 웃음을 겨냥한 설정도 있어 재미있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권선징악의 창극이 펼쳐져서 속이 시원했다. 젊은 국악인들의 노력으로 우리 가락이 널리 보편화하여 젊을 때의 필자처럼 편견을 갖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으며 넓은 팬층을 만들어 세계적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고유의 인기 있는 우리 창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 2017-04-26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