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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104세 철학자의 인생 조언
- 이 시대 최후의 지성이라 불리는 ‘한국 최고령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104세가 된 올해도 왕성히 활동 중이다. 글로 또 강연으로 100년 넘게 살아오며 얻은 인생의 진리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욕심은 줄이고 지혜가 앞서야 한다고 말하는 진정한 ‘큰 어른’. 그가 최근 전한 다섯 가지 인생 조언을 모았다. 늙는다는 건 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 -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늙지 않으려면) 공부를 계속하고 일을 하라. 감정을 젊게 가지라. -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100세 넘게 산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화를 내지 않는다. 남을 욕하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안했다는 것이다. - 유튜브 ‘삼프로TV 3PROTV’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늙음’을 위해서는 더 큰 과제가 있다. 아름다운 감정과 정서적 건강이다. 생각과 감정을 미화시켜야 한다. 옷이나 얼굴보다 몇 배나 힘든 정신적 작업이다. -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중에서 소유했던 것을 주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중에서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유영현
- 2024-07-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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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 최고령 국가대표’ 임현, 은퇴 계획은 없다
- 1950년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사회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했다. 꿈은 아득히 먼 단어였다. 안온한 가정 속, 소소한 재미를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에서 찾았다. 매일 52장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은근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임현(73) 씨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선생님, 예쁘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단식을 앞두고 임현 씨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브리지라는 이색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여서다. 최연소로 승선한 김사랑(11) 양과는 62세 차. 일생일대의 선물은 꽤나 요란했다.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에서 고령의 도전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도 예쁘게 하고 오라고 하기에 의식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장 어린 선수와 둘이 카메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국제 대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아시안게임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폐막 후 2개월여. 임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내내 최연장자로 화제였지만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다 긴 휴가를 앞두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만났다. “사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브리지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 이야기 한번 들어주겠어요?” 공부하는 엄마, 노는 엄마 한국에서 브리지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지적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130여 개 국가에서 400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중국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 영국 작가 서머싯 몸 등이 대표적인 애호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파트너를 이뤄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임현 씨도 해외 적응을 위해 브리지에 입문한 케이스다. “남편이 외국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어요. 브리지를 알고 있으면 해외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길래 국제부인회에서 배웠어요. 그게 1982년이에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 정확한 연도나 기록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엄마의 취미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두 딸의 응원이다. “미국에 1984년 건너갔어요. 거기서 맞는 첫 생일에 브리지 매거진 1년 구독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딸들이 중학생 정도 됐을 거예요. 둘이 자꾸 속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생일에 맞춰서 첫 번째 매거진이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해요.(웃음) 그때부터 브리지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임현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전히 재미였다. ‘선수’가 된 계기는 영국 대사 부인이 건넨 한마디였다. “브리지는 두 사람이 짝(페어)을 맞춰 다른 두 사람과 겨루는 게임이에요. 그렇게 잘하지 않았을 때인데 영국 대사 부인이 파트너를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선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신문에 우승 소식도 실렸어요.” 누구보다 좋아한 건 아이들이었다. 그 후로 브리지를 하고 온 날이면 “몇 등 했어요?”, “잘했어요?” 하며 종알댔다. 임현 씨는 그 관심이 즐거워 더 브리지를 파고들었다. 브리지 매거진과 관련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틈만 나면 브리지를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선 집안일을 더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 모습을 두 딸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 어쩐지 죄스러웠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임현 씨의 브리지 사랑은 깊어갔다. “요즘엔 이런 말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절엔 대학 졸업장이 거의 결혼 자격증 같았어요.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사회 분위기가 그랬어요.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브리지 책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요. 브리지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맞나?’ 하고요. 그렇게 해왔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두 딸의 결혼 그리고 남편의 은퇴. ‘제 할 일’ 다한 임현 씨는 브리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 2014 제14회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40페어 넘게 출전한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시니어 카테고리에 출전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남성부, 여성부, 혼합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참여한 경선에서 임현 씨는 이변을 썼다. 경선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종료될 정도로 그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되고서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휴, 내가 선발될 줄 몰랐지요. ‘연령에 따른 기타 카테고리가 없으니 여성부로 한번 해보자’ 한 것뿐이에요. 경선은 2주 정도 치렀어요. 많이 해서 승률 높은 팀을 선발하자는 거였죠. 굉장히 피곤했어요. 대회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성적은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다’ 할 정도로요.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우리 점수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거든요.” 임현 씨는 태극기가 수놓이고 TEAM KOREA (팀 코리아)가 적힌 선수단 물품을 꺼내 보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최고령 국가대표에게선 한동안 소녀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을 삐끗해 의료진을 찾았다가 선수들만 오는 곳이라고 제지받은 ‘웃픈’ 사연부터 교통경찰이 콜택시를 불러주고 요금도 슬쩍 내준 깜짝 에피소드까지, 임현 씨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웃게 한 건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막연히 ‘조금 큰 국제 대회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회 치르는 동안 정말 감격한 게 많아요. 처음엔 브리지 선수단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엔 아주 전우가 됐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선수촌 안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들 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선수들 다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그 생동감!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어지는 것 같았어요. 대회도 대회지만 그 경험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정말 좋았어요.” 두뇌 게임 하기 딱 좋은 나이 현실로 돌아온 임현 씨는 대한브리지협회에서 오프라인으로 주 1회가량 브리지를 즐기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브리지 애호가를 더 자주 만난다. 여전히 저녁거리보다 브리지 관련 생각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고령에도 두뇌 게임을 하고 여전히 선수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 스스로도 오랜 세월 천착해온 주제. 임현 씨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브리지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두뇌 게임도 여럿 해봤는데 브리지를 단연 추천해요. 브리지는 암기력, 순발력,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유추 능력 등 요구되는 능력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브리지를 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암기력과 순발력이 노화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능력이 있어요. 평균 점수로 보면 뒤처지지 않는 거죠.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좋은 스포츠예요.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요. 브리지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도전 정신도요. 브리지에는 130억 개의 경우의 수가 있어요. 룰이 있지만 언제나 룰이 정답은 아니에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죠.” 오랜 시간 브리지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는 임현 씨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가 든든한 지원군인 딸과 함께 ‘방학’을 즐기려 한다. 브리지 금단현상이 걱정되지만 잠시 머리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학 뒤엔 다시 브리지와 함께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최고령 선수가 아닌 성적 우수 선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맞은편 파트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열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좋았다는 것을요. 언젠가 아이들 짐을 정리하는데 신문 스크립트부터 상장까지 다 모아뒀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이제 브리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지금도 브리지 매거진을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104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분처럼 팔팔하게 브리지를 하고 싶어요. 손자가 열아홉 살인데, 함께 페어도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요!”
- 2024-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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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일체의 연명 의료를 거부하셨다
- 200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안락사를 다룬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권투 코치 프랭크(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키우던 선수 매기가 경기 중 부상을 해 절망적 상황에 이르자 산소호흡기를 떼고 주사약을 투입해 안락사를 돕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딸처럼 생각했던 매기의 고통을 멈추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윤리적 판단 사이에서 생기는 프랭크의 갈등에 감정이 이입돼 가슴이 저렸다. ‘당신은 물러서고 하나님께 맡기라’는 신부님의 말에 프랭크는 “하나님이 아니라 나더러 도와 달래요.” 라고 고개를 떨군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매기에게 하나님은 너무 멀리 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당장 고통을 멈춰줄 특단의 조치, 안락사였다. 안락사, 회복하기 어려운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죽음을 앞당기기 약물을 투여하거나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등의 행동이 수반되어 적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등 안락사를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 중 스위스는 외국인에게까지 이를 허용하고 있어서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이 스위스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몇 해 전 호주의 104세 노교수가 스위스에서 안락사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아버지는 병상에 있을 때 안락사를 한 노교수를 진심으로 부러워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2018년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 즉 존엄사는 허용하고 있다. 안락사가 질환의 유무를 떠나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이라면,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 선택할 수 있다. 아버지를 간병하며 만난 말기 암 환자들의 소원은 고통 없는 곳으로 빨리 가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조금만 더 곁에 있기를 바라지만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모르핀을 맞아도 통증에는 답이 없었다. 그들의 소원은 절실했다. 만성폐쇄성 폐 질환에 말기 암까지 더해지니 아버지도 목숨을 연장하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잘 알고 계셨다. 일체의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면서 빨리 가게 하는 게 효도라고 강조했다. 병의 진행에 죽음을 맡기기보다는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길 원하셨다. 이럴 때 사전에 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었다면 좋았겠지만 없어도 괜찮았다. 말기 환자는 연명 의료 중단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연명 의료계획서로 남겨 두면 이를 근거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미처 연명 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했을 때는 환자 가족 2인의 사인으로 연명 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도 있다. 아버지는 연명 의료에 대한 거부 의사가 확실했으나 연명 의료계획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기계를 달고 처치실로 옮겼다. 기계에서 버저가 울리면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밤에 연명 치료 여부를 급하게 결정해야 해서 아들과 딸이 대신 사인을 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존엄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 행위는 더는 없었으니 아버지의 불필요한 고통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 2020-05-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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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보다 나은 삶 향해” 너싱홈그린힐
- 모든 분야에는 기존의 길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보통 이들을 우리는 개척자라고 부르는데 국내의 요양시설에도 이런 개척자는 존재한다. 너싱홈그린힐도 그중 하나. 국내에서 간호사가 설립한 노인의료복지시설 중 1세대다. 정책에 따라 움직여왔다기보다 제도를 이끌었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느껴질 정도. 너싱홈그린힐을 찾아 노인요양시설의 덕목은 무엇이고, 소비자들이 요양원을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소비자들에겐 너싱홈이란 단어가 생소할 수 있다. 너싱홈(nursing home)은 치매나 중풍 등의 만성질환을 앓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을 돌보는 장기요양기관 중 간호사에 의해 설립되거나 운영되는 기관을 말한다. 국내에선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에선 가정집을 개조해 ‘집에서 어른을 모시듯’ 운영되는 소규모 시설도 흔하다. 영국의 너싱홈에서 영감 얻어 너싱홈그린힐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요양원으로 건물을 둘러싼 정원이 인상적이다. 원래는 인근의 가정집을 개조한 작은 규모였지만 이곳으로 옮겨와 증축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65병상 규모가 됐다. 일하는 직원만 130여 명. 너싱홈그린힐의 조혜숙 원장은 1992년 영국 여행 중 현지의 너싱홈을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1992년 영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작고 아름다운 소도시 사이사이에 너싱홈들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생각도 못했던 시설이라 기웃거리기만 했는데, 정원에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 표정이 너무나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그 무렵 국내 요양시설은 ‘고려장’이라는 모욕까지 받고 있었으니 완전히 대비되는 광경이었죠. 간호사 입장에서 국내에도 내 부모님을 모실 만한 이런 시설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2년 말 노인의료복지시설장 자격에 대한 법률이 완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너싱홈 설립의 문호가 개방됐고, 이미 실무를 익히며 창업을 준비 중이었던 조 원장은 다음 해 너싱홈그린힐을 설립한다. 그리고 1세대로서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다른 시설과 함께 활약을 시작한다. 너싱홈그린힐이 국내 의료계에서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은 데에는 조 원장의 논문이 단초가 됐다. 2000년 창업과 함께 진학한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박사과정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노인간호요양시설의 질 관리 지표 개발’이 그것.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 시행을 준비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논문을 주목하고 평가지표 도구개발 위원으로 조 원장을 위촉했다. 조 원장이 국내 요양시설의 모델 개발 과정에서 투영한 이상향이 너싱홈그린힐이라는 결과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싱홈그린힐은 장기요양시설 평가가 시작된 이래 5회 연속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너싱홈그린힐의 특징 중 하나는 시설 곳곳에 가득한 꽃과 나무다. 정원만 7가지 종류가 있다.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 대부분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하면서 “소파나 식탁, 침대를 가능한 한 가정에서 많이 쓰는 목재 제품으로 구성하고, 화초를 많이 키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려와 애정 때문인지 이곳의 최장수 어르신은 104세이고, 18년 동안 이 시설을 떠나지 않고 지내는 있는 이도 있다. 용도에 따른 정원이 시설 곳곳에 시설의 내실이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외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들이 부모를 시설에 모셨다는 괜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 중 하나다. 물론 너싱홈그린힐의 공간 구성에는 외적인 요소만 고려된 것은 아니다. 입소자와 가족의 동선, 안전 등을 생각해 공간을 구성했다. 정원만 해도 면회를 위한 정원과 치료정원, 산책을 위한 정원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내부 시설은 이제는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유니트 케어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일정 공간 안에서 입소자의 생활이나 치료, 활동이 가능한 구조다. 정원이 65명인 너싱홈그린힐에는 다섯 곳의 거실과 식당이 침실 사이에 존재한다. 평범한 가정에서 식구들이 보통 생활하는 공간이 각자의 방보다 거실이 되는 것처럼, 일정 인원마다 거실과 식당이 마련되어 있어 침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식사도 치료 과정의 일환 대규모 프로그램실 역시 입소자의 동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학교 강당 같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수업이나 놀이는 인지장애 개선 효과뿐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는 재미까지 부여한다. 오전에 나와 오후 프로그램을 마칠 때까지 침실 밖에서 지내고, 하루 세끼를 침실 밖에서 먹는다. ‘눕혀놓는’ 열악한 시설들과는 삶의 질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너싱홈그린힐이 갖는 또 하나의 경쟁력에 대해서 직원들은 바로 자신들이라고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일했던 다른 시설에 비교하면 입소자당 근무자 수가 월등히 많아 어르신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환경이 어르신들의 다양한 요구에 모두 응대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주고 결국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싱홈그린힐의 인력 구성에는 조 원장의 철학이 녹아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식사도 침상에서 하게 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침상에서 내려와 거실에서 생활하는 것도 재활입니다. 경영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어르신들의 재활과 서비스를 위해 인력을 충분히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력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전문간호사와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등 숙련된 인력들이 함께 움직인다. 요양보호사와 입소자들 사이에서 젊은 직원들도 눈에 띄는데, 바로 간호대학 실습생들. 너싱홈그린힐이 전국 주요 간호대학의 실습기관으로 지정돼 입소자들이 어떻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실습생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눈으로 확인한다.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요양원에 비해 비용은 높은 편. 장기요양등급과 관계없이 부담하게 되는 자기부담비용이 4인실은 월 105만 원, 2인실은 135만 원 수준이다 .
- 2018-10-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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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에도 퀄리티가 있다, 장수학자 박상철 교수 “하자, 주자, 배우자”
- 장수는 누릴 수 있으면 축복이고 누릴 수 없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장수하라는 말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나빠지고 삶의 질은 하락한다고 생각하기에, 차라리 병들기 전에 깔끔하게 죽는 게 좋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장수학계의 전문가인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백세를 만나봤을 그가 밝히는 얘기는 충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 고령화시대 백세청풍(百世淸風)의 기운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패러다임을 박 교수의 시각으로 들여다봤다.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는 2000년에서 2009년 사이에 국내 최초로 백세인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장수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그가 백세인구를 조사하게 된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고 당연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사람이 늙으면 신체기능이 점점 떨어지는데 아주 늙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가 되어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 저는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100세 정도 되면 생활이 형편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막상 조사를 하면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만나자마자 힘자랑하던 백세인 “전남 곡성에서 만난 홍순갑 어르신은 당시 102세였는데 만나자마자 힘자랑을 했습니다. 마당에서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 계시더군요. 구례 산동면에 사는 101세 임종철 어르신은 뵈러 갔는데 지게를 메고 오시더군요. 그리고 손자가 100세 어르신을 모시는 게 아니라, 100세인이 쉰 살 손자를 데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분은 쇼지 사부라 박사입니다. 102세 때, 저녁에 식사를 하다가 이 양반이 갑자기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습니까?’ 하고 묻더군요. ‘예’라고 대답하니 ‘그럼 우리 한국어로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5세 정년에 딱 퇴직하여 ‘한글을 배워야 한다’ 싶어 한글을 배웠고 80세에는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100세 때 러시아어를 배웠고 104세 때 브라질에서 이분을 초청했는데 그때부터 포루투칼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90대가 인터넷을 하는 마을 박 교수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만난 국내 장수인들은 대략 250여 명에 이른다. 백세인들의 사례를 보니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새로운 깨달음이자 분명한 성공 좌표들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젊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공동체마저 만들고 있었다. “도쿠시마에 가미가쓰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농업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사람이 농협의 직원으로 들어갑니다. 가서 보니 마을 주민이 2000명인데 65세 이상이 1000명이 넘었던 겁니다. 50% 이상의 인구가 노인인 초고령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인들은 자주 티격태격 싸웠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손쉽게 얻으려고만 했습니다.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우리 일을 합시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도쿠시마 산속 마을에 있는 재료들로 일본 요리 장식용 패키지를 만들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동네 어른들이 단번에 그런 일을 하겠다고 했을 리가 없다. 겨우 3명이 시작했는데 이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이 팔리자 할머니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뺏어가려고 했던 거죠. 젊은 사람이 70~80세 사람들의 싸움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래서 이 사람이 꾀를 냈죠. ‘주문은 인터넷으로 받아가시오’라고. 그러자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무슨 인터넷이냐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딱 버텼고, 2년이 지나니 70~90대 마을 주민들이 컴퓨터를 하게 됐어요. 세계 최고령 인터넷 마을이 돼버린 거죠. 그렇게 해서 마을이 발전한 지 30년 이상이 됐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흉내를 내려고 해도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돈이 많이 든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걱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반대로 생각한다. 저비용 장수사회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장수인이 건강하게 일하며 생산 인력으로 생활할 수 있으면 되는 일이다. 앞서 소개된 고령화 마을의 기업화가 그 좋은 모델이란다. 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슈퍼 노인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 살 수 있는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당당할 수 있는가?’ 있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만을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소개한 분들을 보면 안 그렇습니다. 그러니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온 거예요. ‘패러다임 시프트(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가 일어나야 합니다.” 박 교수는 ‘지금 놀라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퍼 노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본이나 유럽에는 100세인의 육상대회가 생겼습니다. 영국의 파우자 싱은 102세의 나이에 마라톤 풀코스를 8시간에 걸쳐 완주했습니다. 그는 단축 마라톤인 10km를 1시간 30분 만에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나가오카 미에코라는 100세 할머니는 수영 마라톤 1500m를 완주했습니다. 미국 돌푸드 사의 데이비드 머독 회장은 94세 때, 캘리포니아의 자기 목장에서 아침마다 한 시간씩 말을 타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99세인데 아직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은 여러 통계 지표로도 증명되고 있다. 제대로 장수하며 일하는 사람들 빠른 속도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이란 것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 실제 사람들이 많이 죽는 나이인 최빈사망연령은 0세부터 100세까지 중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의 개념으로 평균수명보다 더 길다. 최빈사망연령은 1950년부터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2세, 최빈사망연령은 90세가 넘었다. 이제 고령사회에서는 실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죽는 나이가 중요하다. “최빈사망연령 표준편차를 보면 옛날에는 10년 정도였는데 지금은 6년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나이의 표준편차가 작아진다는 것은 죽는 사람들 나이의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장수의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옛날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장수했는데 지금은 ‘somebody’가 아닌 ‘everybody’입니다.” 100세가 넘는 인구는 일본이 6만 명이지만 우리나라는 3000여 명이다. 미국은 7만 명, 중국은 5만 명 정도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표다. “옛날에는 70이라는 나이는 죽어야 할 나이였죠, 지금 70이란 나이는 일을 못해서 안달 난 나이입니다, 저도 70입니다. 기가 막힌 이야기죠. 건강한 노인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건강한 노인에게 ‘dependent Life(의존적인 삶)’를 가지게 하지 말고 ‘Independent(독립된)’할 수 있게끔 제도적인 문제를 바꾸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장수시켜버리자.’ 그러면 병원비가 안 듭니다. ‘장수인은 일을 시켜버리자.’ 그러면 복지비용도 안 듭니다. 이게 제 주장입니다.” 무조건 부지런하라 박 교수는 사람이 아무리 늙어도 변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20대 때 헤어진 애인이라도 딱 들으면 ‘아, 그녀’라고 생각이 납니다. 그다음에 변하지 않는 것은 ‘성격’, 즉 마음 씀씀이입니다.” 박 교수가 제시한 사례들 덕분에 백세가 되어도 인생은 젊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봐야 할 때다.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론을 묻자, 박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산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만난 사람이 황상(黃裳, 1788~1870)이란 사람입니다. 이분이 글을 잘 쓰셨는데, 라는 문집에 다산 선생과의 일화가 나옵니다. 다산 선생이 이분에게 ‘공부하라’고 말해서, ‘내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습니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산 선생이 한 말씀이 세 글자였습니다. ‘부지런해라, 부지런해라, 부지런해라.’ 사실 장수라는 것도 이 3근계(勤戒)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장수도 그냥 이뤄지지 않습니다. 건강장수라는 것은 다 부지런해야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장수인들에 대해 연구할 때,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장수는 성실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백세라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라 부지런하라는 것은 무언가를 실행하라는 말과도 같다. 박 교수는 그 실행 부분을 간단하게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했다. “‘무엇이든 해버려라.’ 나이가 들었다고 핑계대지 마라. 못할 이유가 뭐 있냐. 그리고 나이가 들면 ‘받으려고 하지 마라, 줘라.’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 ‘배워야 한다.’ 배워야 줄 것도 생기고 할 것도 생긴다.” ‘하자, 주자, 배우자. Do it, Give it, Prepare it. 行之 與之 習之.’ 그가 던지는 장수시대의 실천강령이다. 백세인들에게서 ‘움직이고(動), 적응하고(應), 머리를 쓰며(判), 느끼고(感), 절제(適)’라는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장수를 위해서는 유전자, 성격, 환경 등의 자연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운동, 영양, 관계, 배움, 참여 등의 생활습관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중 ‘관계’가 가장 중요한 비결인 것 같다며 여기에는 부지런함이 포함된다고 했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말고 스스로 독립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 “백세인들 중 고혈압, 관절염, 위장병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당뇨는 거의 없어요. 당뇨는 생활습관 질환인데, 결국 장수와 생활습관도 연관이 있다는 거죠.” “98세에 시집을 내서 100만 권이 팔렸다는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쓰신 시 중 ‘비밀’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99살이라도 사랑도 하는 거야, 꿈도 꿔, 구름도 타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100세가 돼도 연애하면 안 되겠습니까? 김형석 교수가 올해 한국 나이로 98세이신데, ‘뭐가 가장 하고 싶으냐?’ 물었더니 ‘연애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박상철 (朴相哲)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생화학 전공으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과학기술부 우수 연구센터인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장을 거쳐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고문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등이 있다.
- 2017-06-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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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댓연금]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얽힌 인간의 욕망
- 손성동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ssdks@naver.com 전 세계적으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기준은 65세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88년 도입 당시에는 60세였다가 1998년 연금개혁조치로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높아져 2033년에는 65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1952년생까지는 현행대로 60세에 받을 수 있지만 1953~1956년생은 61세부터, 1957~1960년생은 62세부터, 1961~1964년생은 63세부터,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서구의 복지 선진국들도 65세에 지급하던 국민연금을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고려해 2~3년 뒤로 늦추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왜 65세로 정해진 걸까? 세계 최초로 국민연금이 도입된 나라는 독일이다. 1889년 비스마르크가 처음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70세였다.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이 46세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운 좋은 사람만 혜택을 받는 불합리한 제도였다. 평균수명이 80세인 오늘날에 비스마르크 시대의 연금 개시 연령을 적용하면 104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보편적 복지제도로서의 가치가 매우 약한 제도였던 셈이다. 사회주의자 탄압이라는 채찍에 대한 당근책치고는 너무나 말라비틀어진 당근이었던 것이다. 이런 비판이 지속적으로 일자 1916년, 수급 연령을 65세로 낮추었고 이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는 기준 역시 이 제도에서 유래됐다. 여기까지는 팩트, 즉 논픽션이다. 독일에서 처음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상상력, 즉 픽션이 필요하다. 비스마르크는 처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정할 때 왜 70세로 했을까? 잘 알려진 대로 유럽은 크리스천 대륙이다. 이는 곧 성경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경 시편 90장 10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의 일생이 70이고, 혹시 힘이 남아 더 살아봤자 80인데, 그저 고통과 슬픔의 연속이며 그것도 금세 지나가니 우리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성경에 ‘우리의 일생이 70이고 좀 더 살아봤자 80’이라고 했으니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로 정한 타당성은 이미 확보한 셈이 된다. 그러나 시편의 내용처럼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로 정하면 너무 인색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65세로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천지만물을 창조할 때 하느님이 인간에게 70년의 생명을 부여한 근거는 무엇일까? 이제는 진짜 창작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독일의 유명한 형제 동화작가의 작품인 에는 ‘수명’이라는 동화가 나온다. 이 동화에서 그림 형제는 인간의 수명이 70세가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풀어낸다(내용을 약간 변형시켰다). 세상을 창조한 뒤 하느님이 피조물들에게 수명을 정해주기로 하자 나귀가 먼저 왔다. 하느님이 나귀에게 30년을 주겠다고 하니 나귀가 펄쩍 뛰며 말한다. “아이구, 하느님. 너무 길어요. 저의 고달픈 삶을 생각해보세요.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등에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날라야 하고, 또 곡식자루도 방앗간으로 날라야 해요. 그 덕분에 사람들은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지만, 제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정신 차리고 기운을 내라는 욕설과 발길질뿐인걸요. 그러니 제 수명을 줄여주세요.” 하느님은 나귀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18년을 빼주었다. 모든 피조물들에게 30년의 수명을 주기로 한 하느님의 계획이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말았다. 다음엔 개가 찾아왔다. 다소 근엄한 목소리로 하느님이 개에게 물었다. “넌 얼마나 살고 싶으냐? 나귀는 30년이 길다고 했다만, 너에게는 적당한 것 같은데.” “하느님은 그러길 바라세요? 제가 그렇게 많이 달려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제 다리는 그만한 거리를 견뎌낼 힘이 없어요. 게다가 짖지도 못하고 물어뜯을 이빨도 없어진 다음에는 이 구석 저 구석을 옮겨 다니며 불평 속에서 살아야 해요.” 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하느님이 당초 생각한 개의 수명에서 12년을 빼주었다. 개가 나가자 원숭이가 들어왔다. 피조물들의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한 하느님이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원숭이에게 말했다. “너는 분명히 30년을 살고 싶어 할 거야, 안 그래? 너는 개나 나귀처럼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즐겁게 사니까.” 사태의 준엄함을 파악한 원숭이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휴 하느님,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재수좋은 날조차 늘 빈 밥그릇 바닥을 핥는걸요. 사람들은 내게 늘 재미있는 장난과 우스운 표정을 기대해요. 그러면서도 그들은 내게 사과 한 쪼가리 던져줄 뿐인데, 그나마도 시어서 먹을 수 없는 것뿐이죠. 내 기쁜 얼굴 뒤에는 슬픔이 감춰져 있다고요. 난 그런 일들을 30년이나 견뎌내긴 싫어요.” 원숭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하느님이 자비를 베풀어 원숭이의 수명에서 10년을 빼주었다. 드디어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즐거워 보였고, 건강했고, 활기에 차 있었다.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하며 하느님이 말했다. “네 수명은 30년이야, 충분하겠지?” 당황한 인간이 약간 볼멘소리로 하느님과 협상을 했다. “너무 짧아요! 생각을 해보세요. 집을 지어서 불을 지피고, 제가 심은 나무가 자라 꽃이 되고 열매가 맺어 이제 막 인생을 즐기려 할 때, 그때 죽어야 하다니요! 오, 하느님, 제게 좀 더 시간을 주세요.” 나귀, 개, 원숭이와는 반대의 제안에 다소 당황한 하느님이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귀가 반납했던 수명인 18년을 사람에게 주었다. “그래도 충분치 않아요.” 할 수 없이 개의 수명이었던 12년도 주었다. “아직도 너무 적어요.” 끝도 없는 인간의 욕심에 뿔이 난 하느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원숭이의 10년까지 더 주지. 그 이상은 안 돼.” - 이렇게 해서 인간의 수명은 70년이 되었다. 하지만 70년 속에는 인간의 원래 수명 30년에다 나귀와 개, 원숭이가 반납한 수명 40년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숙명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림 형제는 인간의 숙명을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한다. “처음 30년은 사람 자신의 수명으로, 참으로 빨리 지나가버립니다. 이 기간에는 건강하고 즐거우며,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며 사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고 오는 18년은 나귀의 수명이었던 기간으로, 하나의 짐이 들어지면 그다음 짐이 얹히는 식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곡식을 실어 날라야 하지만 그의 충성스런 봉사의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욕설과 발길질뿐입니다. 그러고 나서 오는 개의 수명이었던 12년은 물어뜯을 이빨도 없이 구석에 앉아 불평만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원숭이의 10년이 그의 삶을 마무리 짓지요. 그때 사람의 머리는 아주 물렁물렁해져서 바보가 됩니다. 하는 짓마다 어리석어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지요.” - 그림 형제의 해석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 70년은 하느님에게 떼를 써가며 얻어낸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그림 형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간의 수명은 끝없이 연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이미 150세 인간을 상상하고 있으며 평균수명 120세의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낙관론도 있다. 인간수명의 한계는 115세이며 이미 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로 하느냐 65세로 하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진시황제가 하늘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차라리 2000년 뒤에 평범한 노동자로 태어날걸” 하면서 통곡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적으로 늘어난 수명을 질적 수준이 받쳐주지 못하면 허망할 수밖에 없다. 하느님으로부터 애걸복걸하며 늘린 수명,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늘어난 수명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고는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수명 연장에 대한 욕심의 반만이라도 연금에 쏟아 부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림 형제가 비유적으로 표현한 인생의 막장만 길어질 뿐이다. 늘어난 수명을 제대로 누리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적연금의 급여 수준을 대폭 올려주면 된다. 그러나 이는 너무 근시안적인 방법이다. 낮은 출산율과 점점 길어지는 수명을 생각할 때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살다 갈 세상이 아니지 않는가. 길게 봐야 한다. 나이 들면 자연스레 노안이 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왜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는데 가까이 있는 것은 잘 안 보일까? 이제는 눈앞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멀리 보며 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당장 내 연금통장에 들어올 돈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큰 대가가 따른다. 바로 사회적 기회비용이다. 누군가는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다. 일인당 연금액이 증가하고, 연금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면 젊은이들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젊은이들은 아이를 덜 낳고 소비를 줄이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힘을 얻게 된다. 다행히도 요즘 노후를 자식에게 맡기겠다는 노인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이 가정의 문을 넘어 광장으로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 자식에서 누군가의 자식으로 옮겨가는 순간 굳은 의지에 균열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약점이다. 이 틈바구니를 정치권이 비집고 들어온다. 이렇게 하여 노후의 주 서식지가 사유지에서 공유지로 바뀌면 ‘공유지의 비극’에 직면해 젊은이들의 고충은 더욱 커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들은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재산은 잘 간수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른 사람과 공유한 물건보다 자기 물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세대 전쟁으로 풀어쓴 이야기를 살펴보자. 알버트 브룩스의 에 나오는 이야기다. 2020년대 암이 완전 정복되고 각종 요법의 발달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이 더욱 젊어 보이는 세상이 도래한다. 노인복지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고, 젊은 세대의 부담은 늘어만 간다. 젊은 세대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막강한 노인협회의 로비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를 대변하는 맥스라는 청년은 비밀결사체를 만들어 노인들이 타고 있는 유람선을 납치한다. 노인 대상 테러와 살인사건도 증가한다. 설상가상으로 LA에 대지진이 발생해 미국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다. 적자재정으로 연명해오던 미국은 도시 재건을 위해 중국에 손을 벌린다. 결국 중국인이 연방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렇게 하여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비록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금을 누리는 자와 부담하는 자가 극명하게 대비되면 곤란하다. 그 순간 세대 갈등은 증폭되고 급기야 세대 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인간 욕망의 산물인 무병장수는 누구든 누려야 한다. 그리고 장수에 따른 연금 재정 문제도 골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공유지의 비극’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다.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노력으로 견고한 연금 피라미드를 쌓아야 한다. 이른바 ‘자기노력 연금’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 2016-10-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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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은퇴] 행복의 조건: 3S와 5F
- ‘누군가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 무엇인가 할 일(Something to do), 뭔가 바라는 것(Something to hope for)’ 영어권의 현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꼽는 3가지(3S)이다. 여기서 필자의 의문은 “과연 우리가 이 3S만으로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3S가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그보다 더 기본적으로 필요한 2가지가 있다. 바로 ‘돈’과 ‘건강’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니, 그걸 누가 모르냐?”고 반문할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것이니까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그래서 ‘3S + 2(돈과 건강) = 5F’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 ‘F’로 시작하는 영어단어, 즉 ‘Finance, Friend, Field, Fun, Fitness’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F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해서 Finance.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돈을 버는 것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한편 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어느 정도 돈의 여유가 있어야 나름 설계도 하고 그에 따라 집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지만 건강할 때 돈을 벌어놓아야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또 건강에 탈이 나도 고칠 수 있다. 두 번째 F는 누군가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 즉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놀 친구(Friend)를 의미한다. 친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친구는 배우자를 포함한 내 가족이다. 평소에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부모·형제 등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은 바쁘니까 이 담에 하지 뭐 하다보면 살가운 정은 다 떨어지고 난 다음일 수도 있다.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처럼 부인과 딸을 곁에 두고 사랑한다면서 눈을 감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을까.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 외에도 이 그룹, 저 그룹의 친구들과 사귀면서 등산이나 사진 찍기, 여행, 식도락 등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세 번째 F는 뭔가 할 수 있는(Something to do) Field를 말한다. 이때 필드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직장이 될 수도 있고 여가로 사진이나 글쓰기, 춤 배우기, 문화예술 관람, 요리, 여행 등과 같은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자원봉사와 기부활동도 평소나 은퇴 후에나 좋은 필드이다. 꼭 돈만이 아니더라도 내 체력과 재능과 시간 등을 얼마든지 기부하면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준비해놓으면 귀농귀촌 또한 훌륭한 필드가 될 수 있다. 요즘 뜨는 필드가 또 하나 있다. 방송통신대 또는 학점은행제 대학 등에 다니면서 그간 못 다했거나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퍼져 있는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필자가 아는 분은 80이 넘은 나이에 방송통신대 일문과, 중문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불문과에 다니고 있다. 일본어 찍고 중국어 거쳐 불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그에게서 청년의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학점은행제 대학 등록자 중 60세 이상의 수를 보면 2008년만 해도 4500여명이던 것이 2013년 현재 2만 300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결국 소득을 얻기 위한 일자리뿐 아니라 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소일거리가 곧 좋은 필드가 되는 것이다. 네 번째 F는 재미를 의미하는 Fun이다. 지난 번 기고에서 말한 것처럼 즐겁고 재미있어야 인생이다. 뭔가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Something to hope for)이 없는 인생보다 더 지겹고 재미없는 삶도 없을 것이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가 몇 년 전 22개국 2만여명의 사람들에게 ‘은퇴’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다수 선진국 사람들은 ‘자유, 만족, 행복’이라고 대답한 반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외로움, 지루함, 두려움’이 그 뒤를 이었다. 돈과 할 일이 어느 정도 있고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나만의 재미, 그 무엇을 찾아 떠나봄직 하지 않은가.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는 아들과 딸 부부들이 여행갈 수 있도록 어린 손자와 손녀들을 봐 주고 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부인 영자와 손잡고 여행을 떠날 사람은 바로 덕수란 말이다. 다섯 번째는 앞선 4가지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강(Fitness)이다. 필자의 영어가 짧아서인지 건강하면 Health만 떠오르는 바람에 ‘4F 1H’하려다가 다행히 Fitness가 생각나서 5F로 완성할 수 있었다. 군말이 필요 없다. 건강이 없다면 돈과 친구, 일거리, 재미도 다 나의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한 TV의 장수 관련 프로그램에서 104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3세 따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무남독녀인 이 따님이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 노모를 모시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어느 날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니 치매 기운이 약간 있는 어머니가 마당에 나와 계셨다. “쌀쌀한데 왜 나와 계시냐?”고 했더니 그냥 기분이 좋다면서 노래를 한 자락 하시는 거라. “술 잘 먹고 돈 잘 쓰니 금수강산이더니, 술 못 먹고 돈 못 쓰니 적막강산이로세.” 정선아리랑의 한 자락이었다. 술 잘 먹고 돈 잘 쓴다는 것은 5F, 즉 돈과 할 일, 친구, 재미, 건강의 5박자가 잘 갖춰져 있는 금수강산이다. 반대로 술 못 먹고 돈 못 쓴다는 것은 5박자 중 대다수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니까 적막강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5F가 얼추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하면 내가 바로 공자도 부러워할 5자(놀자, 쓰자, 주자, 웃자, 걷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5F가 5자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5F 중 Finance는 은퇴설계 중에서도 재무적 설계에 해당하고, 나머지 4F는 비재무적 설계라고 말한다. 재무적 설계를 넘어 비재무적 설계도 잘 생각하고 준비해 놓아야 행복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말은 쉬워도 갖추기는 어려운 게 5F이다. 로또 당첨과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오랫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5F를 하나씩 따져보면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채워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자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누가 말했나.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 2015-04-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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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최고령 할머니 제럴린 탤리 115번째 생일
- 미국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미시간주 할머니 제럴린 탤리가 23일(현지시간) 115번째 생일을 맞았다. 디트로이트 인근 교외도시 잉스터에 사는 탤리 할머니는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강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며 “매년 생일마다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것이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고령 나이 검증 기관 ‘제론톨로지 리서치 그룹’(Gerontology Research Group)은 탤리 할머니가 현재 미국 최고령이자 세계에서 2번째로 나이 많은 인물이라고 확인했다. 탤리 할머니는 이날 여느 해 생일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 병원에서 주치의를 만나고 돌아와 오후에는 물리치료사가 가져온 생일 케익을 놓고 가족들의 축하를 받았다. 할머니는 장수 비결로 ‘신앙심’을 들면서 “모든 일은 신의 뜻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탤리 할머니는 단층짜리 벽돌집에서 외동딸 델마 할로웨이(76)와 함께 살고 있다.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혼자 걸어 다닐 수 있고 104세 때까지는 볼링을, 작년까지는 낚시를 즐겼다. 할머니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셔본 일이 없다”며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 건강상 가장 큰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네 이웃을 대접하라”는 성경구절을 평생 교훈으로 삼고 살았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계 조상을 둔 탤리 할머니는 1899년 5월 23일 조지아 주 몬트로즈에서 태어났다. 그는 11명의 형제·자매 가운데서 자랐다. 할머니는 디트로이트 인근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게 된 남편 알프레드 탤리를 따라 1935년 미시간주로 이사했고 세탁소에서 빨래와 다림질을 했다. 할머니의 남편은 1988년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탤리 할머니 방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존 F.케네디 전 대통령, 그리고 로버트케니디 전 연방상원의원의 흑백 사진이 걸려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요즘 탤리 할머니는 14개월된 증손자를 돌보는 일이 가장 큰 기쁨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TV를 즐겨본다. CNN방송은 지난주 할머니를 만나 인터뷰했으며 이 내용은 다음주 인기 뉴스쇼 ‘앤더슨 쿠퍼 360’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한편 제론톨로지 그룹은 탤리 할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지난 3월 116세가 된 일본의 미사오 오카와 할머니뿐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110세 이상 장수할 확률은 500만 명 중 한명 꼴이며 전세계적으로 111세 이상 노인은 확인된 인원 74명, 실제로는 300~450명쯤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 2014-05-25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