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80대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A씨에게는 50대 아들이 있는데, 퇴원을 권유하는 의료진의 말도 무시하고 수시로 병원에 찾아와서 의료진과 어머니에게 폭언까지 퍼부었다. 결국 병원은 A씨 아들을 노인학대로 신고했다. A씨 아들의 명함에는 요양보호사 이력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다수의 노인 학대는 가족과 자녀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노인학대 중 98.3%가 A씨 사례처럼 친족에 의한 학대였다.
노인학대 건수 자체도 매년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 18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신고가 790건 접수돼 하루 평균 약 6.59건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관련 통계에서도 비슷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9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가정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5년 85.8%, 2016년 88.8%, 2017년 89.3%, 2018년 89.0%, 2019년 84.9%를 기록하며 매년 8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학대당한 노인과 학대 행위자 관계를 나타낸 통계도 가족에 의한 노인학대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대 행위자는 2019년 기준 아들이 31.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족 중에는 배우자와 딸이 각각 30.3%와 7.6%로 뒤를 이었다. 노인학대 10건 중 7건 정도가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가족에 의한 노인학대가 늘고 있는 배경에 현행법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학대가 발생했을 때 외부인에 대한 규제나 처벌 위주로 마련된 현행법은 가족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노인학대 사건을 발견하거나 줄일 수 있는 조치가 이뤼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학대당하고 있는 노인이 섣불리 가족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신고가 접수돼도 학대 사실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인정받아 제대로 조치가 이뤄져도 학대자가 상담과 교육을 받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가정 내에서 학대가 재발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에 다행스럽게도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지난 14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해 노인학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학대 우려 노인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합동으로 7월말까지 2회 이상 노인학대 신고가 반복된 가정을 방문해 노인의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또 서울경찰청은 6월 15일부터 한 달간 노인학대 집중 신고 기간도 운영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날 노인학대 대응을 전담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을 4개 권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남부·북부·서부 기관에 더해 올해 ‘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인학대 발생 가정을 방문하면 노인학대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경찰이 확인해 관리하기 쉽다. 또 시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확대하면 그만큼 노인들에 대한 보호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제도도 보완됐다.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이달 30일부터 노인학대 행위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교육을 거부하거나 방해했을 때 최대 300만 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도 노인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선협 동국대 비교법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몇 가지 제도적 방안을 도입하면 노인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이 현재 부족한데 인력을 충원하고 전문상담원들을 배치해야 한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 한 곳이 잠재적 노인학대피해자에 포함되는 4만여 명을 담당하고 있다. 운영 인력을 확대해 노인학대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가족으로부터 격리하는 제도다. 현재는 아동학대를 막는 데에만 도입돼 있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친족이 형사처벌 받는 것을 꺼려하므로 노인학대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노인복지법에도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밖에도 노인요양시설에 CCTV를 설치하고, 긴급전화 활성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UN은 6월 15일을 UN이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해 세계 각국에서 매년 노인학대예방과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월 15일을 노인학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일수록 웰다잉, 웰엔딩을 철저히 준비한다. 여생의 마무리와 졸업식을 아름답고 멋지게 맞이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들은 마음처럼 준비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잘 준비할수록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에서는 커버스토리로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인 웰엔딩에 필요한 장례 문화부터 ‘생전 정리’를 통해 남겨진 가족의 회한을 줄이는 방법,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등에 대해서 살펴봤다. 또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로부터 현 시점에서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실천 방법도 들을 수 있다.
42년 동안 푹 익힌 진심을 말하는 방송인이자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시니어 임백천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장수 MC로 유명하지만 그 비결을 ‘살아남으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편안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치열함을 내면에 담고 있었다.
가보고 싶은 귀농귀촌 우수 지자체에서는 ‘살아보니 더 좋은 곳이자 내 마음의 고향인 고창’을 이야기한다. 조상의 얼이 담긴 성곽과 고즈넉한 멋이 흐르는 선운사 등 문화유적과 수박, 풍천장어, 복분자 등 각양각색의 먹거리가 넘친다. 고창은 대한민국 최초로 2013년 5월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생활 속 법률 상식에서는 ‘안전한 상속 솔루션, 신탁’을 소개한다. 전통적으로 유언을 통해 상속이 이뤄지는데, 유언은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같은 분쟁을 없앨 수 있는 금융회사가 재산을 관리하는 신탁이 최근 새로운 상속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6월의 단상에서는 산처럼 물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긴 사대부들이 산행 뒤에 남긴 560편에 달하는 ‘유산기’(遊山記)를 통해 조선의 산행 방법을 담았다. 산행으로 풍류를 즐기고, 됨됨이도 길렀던 조선 선비들의 모습, 특히 퇴계 이황이 산을 사랑한 방식도 만날 수 있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겸 정신의학과 의사인 김창기가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는 송어게인에서는 최고의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의 ‘So Long, Frank Lloyd Wright’ 노래를 통해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감정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달의 구독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받아보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각종 기능을 보완하는 화장품을 써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피부. 이런 시니어의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나온 것이 ‘비싸고 좋은 화장품’이 아닌 ‘맞춤형 화장품’이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트로트 가수 이금수의 우리들의 화양연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연세대 농구 감독으로 1990년대 농구 붐의 주역이었다가 사업가로 변신한 고려용접봉 부회장 최희암, 시인 안도현의 고백을 담은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 방법인 리츠를 다룬 은퇴 후 리츠 해볼까?, 숟가락만 들 힘만 있어도 그렇구나라고 하는 재미있는 性인문학, 3대 어깨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제대로 소개한 시니어 헬스+ 같이 시니어들을 위한 재밌고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속도 모르고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이 야속한 봄이다. 장미부터 튤립, 유채꽃까지 오색 봄꽃이 만발하는 5월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로 겨우내 꽃놀이를 기다려왔던 상춘객의 발이 꽁꽁 묶였다. 지난달 벚꽃 명소인 서울 여의도, 잠실 석촌호수 일부 구간도 코로나19 방지 차원으로 통제되면서 벚꽃 축제도 물 건너갔다. 계절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면 집 안을 꽃향기로 가득히 채워보는 건 어떨까. 복잡한 인파를 뚫고 꽃 시장을 가지 않아도 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꽃 구독 서비스 ‘꾸까’
핀란드어로 꽃을 의미하는 꾸까는 2주 간격으로 계절이나 콘셉트별로 어울리는 꽃을 정기배송 한다. 스몰(1만7900원)·미디엄(2만6900원)·라지(3만4900원)·엑스라지(4만9900원) 가운데 원하는 꽃의 크기를 고르고 구독 기간을 선택하면 알록달록한 플라워 박스가 집 앞으로 도착한다. 구독 신청 시 수령할 요일도 설정할 수 있어 “비 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주고 싶다”는 옛 노래 가사처럼 자신에게 깜짝 선물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이용자 대다수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 자신을 위해 꽃을 산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져 2주 뒤를 기다리게 된다는 반응이다.
박춘화 꾸까 대표가 추진하던 화장품 정기구독 사업을 접고 꽃으로 시선을 돌린 것도 같은 이유다. 박 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기분전환을 위해 꽃집을 찾는 이들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일상에서 꽃을 향유하는 것을 낯설게 여긴다”며 “그동안 경조사나 선물용으로만 소비되던 우리나라의 꽃 문화를 좀 더 일상적으로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대표는 ‘꽃의 일상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구독경제’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도 전인 2014년에 꽃 구독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기존 인터넷 꽃 배달 서비스를 통해서도 꽃을 받아볼 수 있지만, 만족도는 들쑥날쑥한 편이다. 콜센터를 통해 지역별 꽃집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신선도나 보관 방식, 재고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꾸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와의 직거래로 꽃을 대량 주문하고, 본사 작업실에서 플로리스트가 직접 꽃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표준화한다. 꾸까를 단순 배달 서비스가 아닌 전문성 있는 꽃 브랜드로 발돋움시키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다양한 꽃을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좋은 후기를 남겨주실 때 가장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잠실·월계·구로점에서 선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쇼룸에도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꽃을 접하길 바라는 박 대표의 소망이 담겼다. 유럽의 파머스 마켓(전통시장)과 카페를 결합한 콘셉트로, 음료를 주문하면 꽃 한 송이를 제공한다. 또 꽃에 관심이 생긴 이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플라워 클래스도 진행한다. 따분한 ‘집콕’ 일상으로 기분전환용 취미를 찾고 있거나, 인생 삼모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 중인 시니어에게 솔깃한 기회다. 박 대표는 “꽃을 경험하는 데 거창하고 대단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꽃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브라보’ 독자에게 추천하는 5월의 꽃
작약 꽃 시장에서 3월부터 6월까지 만나볼 수 있는 작약은 ‘봄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계절을 대표하는 꽃이다. 특히 새하얀 속잎과 분홍빛 겉잎이 수줍게 조화를 이루는 가드니아 작약은 그 자체로 봄의 전경을 닮았다. 개화할수록 겹겹이 풍성하게 피어나, 같은 공간에 두어도 매일 색다른 무드를 선사한다. 추천 꽃다발 로즈 앤 피오니 가격 3만7900원
캄파넬라 하늘에서 축복의 햇살이 내리쬐는 듯 노란빛의 화사하고 우아한 색감을 자랑하는 캄파넬라는 ‘축복’이라는 꽃말에 걸맞게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웨딩 부케다. 주변에 축하할 만한 소식이 들려올 때 샴페인과 함께 캄파넬라 한 다발을 건넨다면 그야말로 센스 만점 시니어가 될 수 있다. 추천 꽃다발 캄파넬라 에디션 가격 5만4900원
델피늄 & 블루 스위트피 흔치 않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오묘한 푸른빛을 띠는 델피늄과 블루 스위트피를 한데 담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향수의 원료로 쓰일 정도로 달콤하고 진한 향이 매력적인 스위트피는 꽃잎의 모양이 나비가 모여 있는 모습과 닮아, 향기 가득한 정원을 거닐다 나비를 만난 듯 기분 좋은 설렘을 전한다. 추천 꽃다발 파랑새 에디션 가격 5만6900원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짐 싸는 법이다. 가방 안에 여행 중 사용할 옷가지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오밀조밀 담아내는 일에도 여행 전문가들은 노하우가 있다. 가령 와이셔츠는 두 개를 겹치고 옷깃을 세운 채 개어서 넣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팁을 알려주는 한 브랜드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21만 회로 인기를 끌었다. 그 브랜드는 다름 아닌 루이비통이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이 여행 가방 싸는 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루이비통은 여행용 트렁크로 출발한 브랜드다. 루이비통은 지금도 정체성을 여행에서 찾는다. 창업자 루이 비통은 스위스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재혼하자 그는 새 삶을 찾아 나섰다. 14세에 길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2년간 도보 여행을 했다. 이 여정을 루이비통은 브랜드 최초의 여행으로 꼽는다.
짐 싸주던 파리 청년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패커’로 일했다. 패커는 여행 짐을 대신 싸주고 여행 가방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풍성한 드레스와 깃털, 리본으로 장식한 화려한 모자를 쓰곤 했는데, 여행할 때 이 모자와 드레스를 구김 없이 갖고 다닐 수 있게 포장해주는 전문 일꾼이었다. 그는 솜씨 좋은 패커로 유명세를 얻어, 나폴레옹 3세 황후의 전담 패커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은 고급 문화였기에 그는 귀족들을 대상으로 일했다. 이 분야 전문가였던 무슈 파레샬의 공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1854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차렸다.
당시 프랑스는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며 여행 문화가 널리 퍼졌다. 그때만 해도 여행용 트렁크는 포플러나무로 만든 위쪽이 둥근 상자였다. 그래서 몹시 무겁고, 여러 개를 쌓기 어려우며, 마차가 코너를 돌면 넘어지곤 했다. 이에 창업자 루이 비통은 새로운 여행 가방을 개발했다. 사각 형태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고, 방수 처리된 천 소재를 써서 가벼웠다. 운반과 적재의 편의성을 높인 그의 가방은 프랑스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평평하고 네모난 트렁크는 현대 여행 가방의 시초가 되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모조품도 성행했다. 모조품을 막고자 아들 조르주 비통이 가방에 무늬를 넣었다. 체크 모양의 다미에 패턴, 창업자 루이 비통의 이름 철자 L과 V를 딴 로고와 장미 문양으로 만든 모노그램 패턴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난방지용 자물쇠 역시 당시 함께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루이비통 가방에 장착되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핸드백 영역으로도 제품군이 넓어졌다. 샤넬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주문을 받아 만든 알마 백,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몸에 맞는 작은 사이즈를 주문해 만든 스피디 백 등 소형 핸드백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루이비통의 인기 핸드백이다.
셀렙을 위한 트렁크의 무한 변신
브랜드 창립 후 6년이 지나자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 북서부 지역의 아니에르에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각계각층 유명 인사를 위한 맞춤형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다. 1879년 탐험가 피에르 브라자의 아프리카 탐사를 위해 만든 여행용 트렁크는 펼쳐놓으면 침대가 되었다. 1923년에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위해 트렁크를 만들었는데, 수십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어 여행지에서 펼쳐놓으면 서재가 되었다. 1926년에 인도 왕족을 위해 만든 트렁크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비롯한 티 세트를 담아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더욱더 유명세를 얻어 다양한 셀렙들의 의뢰를 받으며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고, 이는 오늘날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되었다.
아니에르 공방에는 지금도 장인들이 상주하며 세계의 명사들을 위한 맞춤형 트렁크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월드컵 트로피 보관 트렁크,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명화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운송하는 트렁크도 제작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해 스케이트 트렁크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프로농구협회와 NBA 우승 트로피 보관 트렁크를 제작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니에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트렁크는 매년 6월 NBA 우승팀에 전달되어 트로피 보관, 전시, 운반 과정에 사용된다.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승리는 루이비통 안에서 여행한다’는 전통을 다시 한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루이비통의 여행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 Exhibition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일정 6월 27일까지 장소 더현대서울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의 회고전이 이탈리아 주요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개관을 기념하며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앤디 워홀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앤디 워홀은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미술가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작품을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택해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양극단에 있던 상업주의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매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 스타들의 얼굴이 담긴 셀레브러티 시리즈와 캠벨 수프 등 소비 상품을 소재로 한 판화가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드로잉 작품까지 총 153점을 공개한다. 앤디 워홀의 삶을 키워드로 돌아보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총 6개 섹션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며, 마지막 섹션에서는 화려한 작품 뒤에 감춰진 내성적이고 겁 많던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까지 살펴본다. 그만의 예술적 감수성이 담긴 개인 소장품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필립 콜버트 :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
일정 5월 2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에 앤디 워홀이 팝아트의 신대륙을 개척했다면, 21세기에는 필립 콜버트가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평가받는 영국의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의 전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기존 팝아트에서 한층 진화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필립 콜버트는 오늘날 미술 시장이 주목하는 팝아트의 비전이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영국 런던의 유명 화랑인 사치 갤러리 소속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몽블랑, 벤틀리, 삼성KX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미술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조형 작품과 미디어아트 등 60여 작품을 선보이며,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을 향한 필립 콜버트의 헌정작이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인근에 설치된 3m 높이의 대형 조형작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회화 스타일로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지적하고, 예술적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영감이 필요한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 Book
◇은퇴의 맛 (한혜경 저·싱긋)
“다 내려놓으면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내 삶의 의미와 재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로 재직 중 수많은 퇴직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삶을 연구한 은퇴 전문가 한혜경이 교단을 떠나고 직접 마주한 달콤씁쓸한 은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맞이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은퇴 전문가로서 은퇴 후의 삶을 나름대로 잘 극복해나가리라 자부했지만 실상은 그와 달랐다고 말한다. 은퇴는 생각보다 더 씁쓸했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듯한 기분에 온갖 상념과 불안,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은퇴와 관련한 책을 두 권이나 펴내며 간접 경험을 한 만큼 무언가 다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고 저자는 반추한다.
그렇게 1년 정도 지지고 볶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던 어느 날, 저자는 문득 행복을 깨닫는다. 재직 중에는 몰랐던, 온전히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살며 느끼는 행복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삶의 재미를 찾는다면 은퇴 생활의 불안감도 서서히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루이틀 사이에 끝날 놀이가 아닌, 여생을 바칠 수 있을 만한 가슴 뛰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일생의 중요한 기로 앞에서 멘토를 찾는다. 초행길을 떠나기 전 자신보다 먼저 첫발을 뗀 이들의 이야기를 지도 삼아 펼쳐보는 것이다. 은퇴 또한 수십 년의 인생 경험이 무용해질 만큼 낯설고 두려운 여정이다. 하지만 앞서간 이들의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이 있다면, 조금 더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국인의 종합병원 (신재규 저·생각의힘)
췌장암 4기를 진단받은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한 저자가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현안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걷는 생각들 (오원 저·생각정거장)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산책하며 발견한 삶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나이 듦, 인연에 대한 성찰 등 중년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저·미디어창비)
미국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 인간과 개의 특별한 유대를 서른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에 담았다. 저자가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의 그림도 함께 수록했다.
● Stage
◇시카고
일정 4월 2일~7월 18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태훈
출연 최정원, 아이비, 박건형, 김영주, 차정현 등
매혹적인 하모니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가 돌아온다. ‘시카고’는 문화적 황금기인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쇠퇴기였던 1920년대, 미국 쿡카운티 교도소 여죄수들의 유혹과 욕망, 복수를 다룬다. 미모의 죄수 ‘록시 하트’가 정부를 살해한 죄로 수감돼 시카고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전직 배우 ‘벨마 켈리’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화려한 춤과 관능적인 재즈로 발칙하게 풍자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시카고’의 살아 있는 역사 최정원과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롭게 선발된 걸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영 등 클래식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캐스트로 전에 없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등 유명 넘버를 15인조 빅밴드의 풍성한 라이브 선율로 감상할 수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오세혁
출연 도창선, 조풍래, 김재범, 김지온, 최석진 등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과 의심을 그린다. 친부 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약 20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의 서사를 밀도 있게 집약해 고전 속에 담긴 위대한 철학을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겼다.
◇데스트랩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황희원
출연 고영빈, 송유택, 이지현, 이현진, 선한국 등
한때 잘나갔던 극작가 ‘시드니 브륄’이 우연히 자신의 학생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발견하고, 이를 탐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78년 미국 극작가 아이라 레빈이 집필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자랑한다.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 Exhibition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일정 5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에민쥔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1989년 발생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낀 유에민쥔은 다음 해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으로 그가 겪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 얼굴이 등장하지만, 이는 사회주의 붕괴를 목격한 국민으로서의 절망을 역설적이고 자조적인 웃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대규모 조형 작품, 최근 선보이는 꽃 형상의 얼굴 작업까지 1990년부터 이어지는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총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섹션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 속 감춰진 의미를 삶과 죽음, 인간 사회 등 다각도로 바라본다. 전시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도슨트의 대면 해설 대신 앱 ‘도슨트’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온유가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낸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일정 5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934년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다. 벽에는 그의 절친 구본웅의 그림과 쥘 르나르의 경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930~50년대 격동의 시기, 장르는 다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시대의 전위를 꿈꿨던 문예인들의 뜨거운 연대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은 정지용·이상 등 문학인과 구본웅·황술조 등의 화가를 통해 일제강점기 및 해방기 문학과 미술의 밀월 관계를 조명한다. 총 4부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방 ‘제비’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시작으로 신문·잡지 등 인쇄 미술, 대표적인 문학·미술인 커플의 관계도,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작가의 글까지 총 300여 점의 다양한 시각 자료로 두 장르의 지적 연대를 살핀다. 가난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 풍요를 잃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숭고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Book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이주희 저·청림출판)
50대에 들어선 저자가 여유롭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태도를 책에 담았다.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오늘날 중년들의 걱정 근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나미 저·쌤앤파커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죽음과 이별 등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고 소탈하게 풀어내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박찬일 저·인플루엔셜)
셰프 박찬일이 평균 업력 64년 노포의 장사 철학을 한데 모았다. 우래옥부터 할매국밥, 청진옥까지 화려한 장사 기술과 손익 계산 없이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는 노포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 Stage
◇팬텀
일정 3월 17일~6월 27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수 등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진한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 ‘팬텀’이 3월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흉측한 얼굴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에릭’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관객과 처음 만나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렇게 그대 품에’, ‘그대를 찾아내리라’, ‘그의 얼굴을’ 등 캐릭터 간 서사를 강화하는 곡을 새로 추가하고, 작품의 백미인 발레 장면의 비중을 높여 몰입도를 더했다. 어둠 속에 사는 에릭에게 빛 같은 존재인 크리스틴이 있듯이, 뮤지컬 ‘팬텀’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관객을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위로할 예정이다.
◇검은 사제들
일정 2월 25일~5월 30일 장소 유니플렉스 1관
연출 오루피나 출연 김경수, 이건명, 박가은, 지혜근 등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은 사제들’이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올해 초연 무대를 올리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신학생 ‘최부제’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가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무대와 연출, 음악 등으로 오컬트 분위기를 극대화해 숨 막히는 긴장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사건
일정 2월 15일~5월 9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김종구, 홍승안, 김찬종, 정민, 조풍래, 백기범 등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과 그의 손에서 태어난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의사였던 도일이 탐정물에 관심을 보이고 세기의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40여 년 동안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소설을 쓴 도일의 강렬한 열망과 내면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거장 왕가위 감독 작품 11편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 4일 CGV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 왕가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6개 작품을 상영한 ‘All about 왕가위 : 프로듀서 왕가위’에 이어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가 연출한 작품 11편을 모아 선보인다. 왕가위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독특한 감성과 특유의 영상미학으로 전 세계적으로 ‘왕가위 스타일’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11일부터 상영되는 작품은 ‘열혈남아(1988)’,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 투게더(1997)’,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1999)’, ‘화양연화(2000)’, ‘2046(2004)’, ‘에로스: 왕가위 감독 특별판(2004)’, ‘동사서독 리덕스(2008)’, ‘일대종사(2013)’ 등이다. 특히,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5편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향상된 버전으로 상영돼 관객들은 선명한 화질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있다. 먼저, ‘해피 투게더’ 더 스페셜 패키지 판매를 한다. 영화 티켓과 배지, 스틸 엽서 3종 세트를 1만 6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중경삼림’ 관람객 전원에게는 스페셜 포스터(A3)를 소진 시까지 증정한다. 아트하우스 클럽 아티스트 등급 고객이라면 스페셜 렌티큘러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 전국 CGV아트하우스 전용관 및 CGV 명동 3, 4관과 CGV대구현대 2관에서 왕가위 특별전의 상영작을 유료 관람 후 매표소에서 인증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아트하우스 클럽 회원에게는 이번 특별전 상영작을 3천 원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돼 이번 특별전은 많은 마니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40개 CGV에서 진행되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의 자세한 이벤트 정보와 예매는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GV 김홍민 편성전략팀장은 “90년대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하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2021년에도 통하는 스타일리시한 왕가위 감독의 세계를 많은 관객이 함께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하늘길이 닫혔고, 각자 꿈꾼 여행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길어지는 ‘집콕’ 생활은 새로운 여행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방구석에서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고, 매일 지나는 동네에서 숨겨진 명소를 찾는 재미를 발견했다. ‘이런 것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관광이 되고, 산업으로 성장했다. 여행이 달라졌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정보 기업 부킹홀딩스가 최근 전 세계 28개국 2만여 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1년부터는 총 9가지의 여행 방식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 여행 ▲기술을 접목한 여행 ▲근거리 여행 ▲안전한 여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에 발 도장을 찍는 대신 익숙한 장소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현실감 최강’ 대세는 몰입형 콘텐츠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여행 방식은 ‘랜선 여행’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통해 즐기는 여행으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문화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다. 크리에이터가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기하는 롤플레잉 ASMR 영상은 유튜브에서 꾸준히 관심을 끄는 콘텐츠 중 하나다. 이어폰을 착용한 뒤 눈을 감는 순간, 원하는 곳 어디로든 ‘상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중 ‘공항 ASMR’, ‘비행기 ASMR’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밟고 실제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무원의 말소리부터 탑승 안내 방송, 공항 특유의 시끌벅적한 느낌까지 완벽하게 재현한다.
오랜 ‘집콕’으로 유튜브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혹은 진짜 여행지를 구경하고 싶다면 각국 관광청 홈페이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두바이 관광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의 관광지를 360도 영상이나 고화질 사진으로 홍보하는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호주 관광청의 ‘8D로 체험하는 호주’ 영상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에스페란스 해변에서 돌고래가 뛰노는 소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페어리펭귄이 이동하는 소리, 킴벌리의 호라이존탈 폭포 소리 등 현장에서나 들을 법한 생동감 넘치고 입체적인 소리가 오감을 자극한다.
세계의 문화 예술을 실감나게 접하는 방법도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구글과 제휴한 주요 박물관 2000여 곳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가상현실(VR)과 거리 뷰 기능을 통해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도서관을 360도로 산책하듯이 둘러보고, ‘아트 카메라’ 시스템으로 작품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앱을 다운받으면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아트 프로젝터’ 기능을 누르면 카메라 화면 속에 3차원 예술 작품이 나타나 서 있는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다.
랜선 여행의 진화는 어디까지? 실시간 현지 투어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여행 분위기를 내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집 안에서 ‘진짜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여행사와 숙박업소 등 관련 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대면·비접촉 여행 관련 각종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집에서도 패키지 관광이 부럽지 않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해외에 거주 중인 여행 가이드들이 실시간으로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소개하는 ‘랜선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실제 여행사 프로그램처럼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동감 넘치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페인 소도시 세고비아의 골목을 둘러보는 여행부터 홍콩 야경 투어, 로마 시내 워킹 투어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투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투어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실제로 가이드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집에서 ‘치맥’하며 바르셀로나를 둘러보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등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겼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체험’을 선보였다. 각국의 호스트들이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에게 각국의 문화·예술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승려와 함께하는 명상, 현직 멕시코 셰프의 타코 수업, 고고학자와 이탈리아 와인 역사 배우기 등 원하는 체험을 선택하면 현지인과 생생하게 교류할 수 있다. 가격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대개 2~4만 원대다.
한편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대면 형태로 실시하던 비행기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인쇄업체 톳판인쇄사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일본 유명 문화재를 온라인으로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여행사 JTB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과 마우나케아 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투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만 아는 여행지, 숨은 명소를 찾아서!
콧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방구석 여행에 흥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인파가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를 갈 수도 없는 노릇. 이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숨은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내여행 의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존 유명 관광지보다 숨겨진 여행지나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으로 여행할 것’이라는 응답이 1순위로 높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언택트 관광지 100선’을 내놓았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 ▲개별 여행 및 가족 단위 테마 관광지 ▲야외 관광지 ▲자체 입장객수를 제한하는 관광지 등 거리두기 기준을 충족하는 여행지를 모아놓은 목록이다. 여행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0곳의 여행지를 천천히 살펴보면, 생소한 관광 명소가 눈에 띄면서 우리나라가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차박’도 새롭게 부상한 언택트 여행 문화다. 차에서 관광과 숙박을 모두 해결하는 차박은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여행이다. 차로만 방문이 가능한 이색 명소를 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의 추천에 따르면, 차박의 대표 명소는 충북 충주 목계솔밭이다. 광활한 대지에 화장실과 개수대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그야말로 차박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충주 수주팔봉 캠핑장과 삼탄유원지, 양평 광탄유원지, 여주 신륵사 등이 차박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숨은 여행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뉴노멀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는 동네 걷기 여행. 동네 걷기 여행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콘텐츠는 카카오TV의 웹 예능 ‘밤을 걷는 밤’이다. 밤을 걷는 밤은 가수 유희열이 서울의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담아낸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거리에서도 색다른 매력을 찾아내 보는 묘미가 있다. 때로는 정해진 방향 없이 발길 닿는 곳으로 향하기도 하고, 우연히 멋진 풍경을 만나면 멈춰서 감상도 한다. 부담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듯한 편안한 콘셉트 때문인지 2020년 12월 기준 누적 조회수가 560만 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언제쯤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이렇게 애쓰며(?) 노는 게 마스크 없이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배낭을 챙기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생애에 필(feel)이 꽂혀 일생을 바칠 수 있을까? 그러는 사람의 삶은 정녕 아름답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올인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한산성 만해 한용운 기념관 전보삼 관장이다. 그는 어떻게 한 사람의 삶에 그토록 매료된 걸까? 그 궁금함을 풀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가을이 오는 남한산성을 찾은 건 실로 오래만이다. 가까이 살면서도 와본 지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하기야 서울 살면서 남산에 다녀온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지방 사람들에게 서울 하면 필수 코스가 남산이다. 아마 그들이 나보다 더 자주 찾지 않나 싶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남한산성을 찾는 사람은 주로 산성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음식점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떠난다. 필자도 그럴 심산으로 남한산성을 찾았다가 만해 한용운 기념관 안내판을 보고 둘러보게 됐다. 그러다가 이 기념관이 관이 만든 게 아니라 한 민간인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 욕구가 발동했다.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았던 소년
전보삼 관장은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했다고 한다.
“강릉 집 근처에 포교당이 있었는데 궁금한 게 있으면 그곳에 가서 뭐든 묻곤 했지요. 윤회, 삶과 죽음 이야기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스님들 사이에는 강릉 포교당에 가면 당돌한 중학생이 한 놈 있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하네요.”
그는 중학교 때 이미 내용도 잘 모르는 ‘반야심경’을 줄줄 읽고 ‘팔만대장경’도 구매해서 읽을 정도였다고 한다.
인생을 바꾼 책,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궁금한 것이 많았던 이 학생에게 어느 날 포교승이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을 던져줬는데, 이 시집이 전 관장의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의미를 모르던 반야심경의 내용을 ‘님의 침묵’에 대입해보니 이해가 되었지요. ‘님은 갔습니다’라는 의미가 색즉시공(色卽是空) 아닌가요? 모든 물질적 형상들은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것이니 색즉시공이죠.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것은 공즉시색(空卽是色) 아닙니까? 그때부터 ‘님의 침묵’과 만해에 필(feel)이 꽂혔지요.”
*공즉시색(空卽是色):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현상에 지나지 않지만, 그 현상의 하나하나가 그대로 실체라는 말. ‘반야심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만해의 시집을 읽으며 전 관장은 더 깊은 불교 공부를 했고 만해 한용운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만해에 관한 물건들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만해 한용운의 연구에 푹 빠지다
만해에게서 인생의 숭고한 삶의 가치를 깨달은 전 관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세 가지를 실천하리라 약속했다.
“첫째는 만해가 말년을 보냈던 성북동의 심우장을 찾는 일이고, 둘째는 망우리 공원묘지에 있는 만해의 묘소를 찾아보자 한 것이었지요. 마지막 다짐은 만해의 제자 강석주 스님을 찾아 생전의 만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후 그는 삼청동 칠보사에 기거하는 강석주 스님을 찾아 만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만해의 사상에 더욱 매료된다.
“강석주 스님이 기억하는 만해 스님은 ‘나라 사랑에 있어서 부처 같은 분’이었습니다. 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고 독립운동사에서 만해의 업적은 아주 특별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3·1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분으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기도 했지요.”
전 관장은 1979년 12월, 만해 묘소를 찾아 주변을 정비하고 상석과 비석을 세워 묘비 제막식을 주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1981년 심우장에 기념관을 설립했다. 이로써 그는 스스로에게 한 세 가지 약속을 다 지켜냈다. 1980년 6월에는 ‘한용운 사상연구’를 펴냈고, ‘만해의 사상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1990년에는 성북동에서 남한산성으로 기념관을 옮겼다. 이때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를 팔아 남한산성 근처 땅을 샀고 1998년에는 사재를 털어 현재의 기념관을 재개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념관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기념관이 소장한 자료 하나하나에는 전 관장의 손때가 묻어 있다. 소장품에는 ‘님의 침묵’ 초간본과 130여 종의 판본이 있고, 영어와 프랑스어 번역 시집도 있다. 이 밖에 만해 친필 유묵과 1962년 대한민국 정부가 추서한 건국공로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 학술논문, 연구자료 등 30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관련 자료 수집 비화
만해와 관련된 자료라면 어디든 달려가 자료를 수집한 전 관장은 ‘님의 침묵’ 초간본을 샀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1978년 고서 경매장에 처음으로 ‘님의 침묵’ 초간본이 나왔어요. 그러나 이 책은 팔려고 내놓은 것이라기보다 경매장 흥행을 위한 상징적으로 나온 것이었어요. 아예 팔 생각이 없었으므로 시세보다 10배가 더 높은 가격을 붙여놓았어요. 그때 소장자를 알아놓고, 당시 교수 월급이 10만 원이었는데 1년을 모아 50만 원을 주고 구매했지요.”
사설 기념관을 운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전 관장은 또 한 가지 비화를 들려줬다.
“소장품 중에 국가에서 만해 한용운에게 수여한 훈장이 있어요. 원래는 소장자의 집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던 거지요. 그래서 당시 총무처에 재발급을 의뢰했는데 훈장을 재발급한 사례가 없다는 거예요. 제가 여러 차례 기념관에 전시해 후세에 알릴 거라고 설득한 끝에 재심의가 처음 열렸고 결국 훈장 재발급을 받아냈지요. 훈장 재발급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일이랍니다.”
남한산성으로 기념관을 옮긴 동기
만해 기념관은 만해가 말년을 보낸 성북동 심우장에서 1981년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다 1990년 남한산성으로 옮겼다.
“당시 심우장은 문화운동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공간이 좁고 외져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남한산성이 떠올랐어요. 남한산성은 호국의 성지로 알려져 있고 찾는 사람도 많잖아요. 남한산성을 찾는 이들 중 10%만이라도 기념관에 들러 만해 스님을 알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애에 몰입한 아름다운 삶
전보삼 관장은 만해라는 한 사상가의 삶에 매료되어 몰입한 사람이다. 사설 기념관을 운영하며 사비로 자료를 수집하고 만해 한용운의 정신을 후세에 알리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앞으로 남은 생의 계획을 묻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해 정신을 선양하고, 만해 정신과 철학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 정신과 사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겠습니다.”
흰머리가 뒤덮인 전보삼 관장의 생애가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만해 기념관에서 열리는 행사
수시로 좋은 전시회 및 행사가 열린다. 10월 30일까지는 전길수 선생이 기증한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전길수 선생은 1941년 경남 함양 출신으로 ㈜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평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40여 년 전부터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화가 구룡산인 김용진, 긍석 김진만, 해강 김규진, 위당 이계호, 소하 김익효, 의재 허백련의 작품 등 기운 생동하는 사군자 작품 60여 점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체험 학습장도 운영
체험학습을 통해 만해의 사상과 민족 혼을 일깨우는 학습장이다.
● 만해의 시를 이용한 시화 족자, 시화 등, 시화 부채 만들기 외
● 탁본: 태극기, 만해 영정, 남한산성 고지도 외
● 어린이 활동지: 만해와 역사 여행 등
전보삼 관장 약력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학위 취득, 신구대학교 교수 정년퇴임.
경기도박물관장(2015~2017년), (사)한국박물관협회회장(2009~2015년) 역임.
현재 (사)한국문학관협회장(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