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의 최고 실력자라고 불린 이세돌 9단을 이긴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파고보다 더 사람에 가깝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나왔다. ‘초거대AI’의 등장이다. 초거대AI는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며 판단하고 행동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기존 인공지능보다 조금 더 인간의 뇌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 추론과 판단이 가능한 AI의 발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 붙은 ‘초거대AI’ 개발 경쟁
초거대AI의 최초 모델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오픈AI’에서 2020년 처음 선보인 ‘GPT-3’다. 방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맥락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칼럼도 기고했다.
GPT-3가 나온 이후 기업들의 초거대AI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구글은 파라미터 수가 1조 6000억 개에 달하는 ‘스위치 트랜스포머’(Switch Transformer)를 공개했고, 중국 베이징 지위안 인공지능연구원에서는 파라미터 수가 1조 7500억 개에 달하는 ‘우다오(WuDao) 2.0’을 선보였다. MS와 엔비디아는 5300억 파라미터 규모의 ‘메가트론’을, 알파고를 개발했던 딥마인드는 2800억 파라미터 규모의 ‘고퍼’를 선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파라미터’란 매개변수라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려하는 경우의 수를 말하는데, 매개변수가 클수록 더 정교한 대답을 할 수 있다. 2020년 구글이 선보인 AI ‘미나’의 파라미터 규모가 26억 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파라미터 규모가 수천억 개가 됐을 만큼 초거대AI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LG가 초거대AI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2021년 5월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2040억 파라미터 규모의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50년치의 네이버 뉴스와 9년치의 네이버 블로그의 한국어를 학습했고, 네이버 서비스 곳곳에 시범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카오가 ‘코지피티’(KoGPT)를 시작으로 ‘민달리’(minDALL-E), ‘이미지 텍스트 멀티모달’ 등을 선보였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일컫는 말이다. 멀티모달 인공지능인 민달리가 그린 그림은 NFT 작품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LG AI연구원은 12월 국내 최대 규모인 3000억 개 파라미터의 ‘엑사원’(EXAONE)을 공개했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해당 분야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다면, 초거대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맥락을 이해하며 대화할 수 있어 고객센터나 헬스 케어 분야에서 각광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초거대AI’ 어디에 쓰일까?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대표 서비스는 ‘클로바 케어콜’이다. 독거노인 등 중장년 취약가구 약 1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다.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정서 돌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해 시범으로 서비스를 진행한 부산 해운대구 어르신들은 서비스 이용 후 설문조사에서 95%가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90%가 서비스를 이용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네이버는 케어콜 서비스 외에도 검색창이나 쇼핑 리뷰 요약 등에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적용한 가상인간 ‘틸다’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AI휴먼으로 지난 2월 뉴욕 패션위크에서 처음 선보였다.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패션 의상 컬렉션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틸다, 금성에 있는 꽃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틸다가 이미지를 창작하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의상으로 제작하는 방식의 협업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초거대AI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적용된 인공지능 ‘빅스비’나 ‘시리’ 혹은 TV 스피커에 적용된 인공지능 ‘지니’, ‘누구’에게 지금은 “오늘 날씨 어때?” 정도를 묻는다면, 일상에 초거대AI가 녹아들 가까운 미래에는 “오늘 날씨에 맞춰 입을 옷 골라줘”와 같은 대화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네이버가 부산 해운대구에서 시작한 ‘클로바 케어콜’ 베타서비스를 마치고 대구와 인천에서 시범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클로바 케어콜’은 네이버의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한 서비스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화로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AI이지만 맥락 있는 대화가 가능해 형식적으로 확인을 하는 게 아닌,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처음으로 약 100명의 중장년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에는 대구와 인천에서 각각 100명, 50명의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1주일에 한 번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안부를 묻는다. 만약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담당 공무원에게 정보를 보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베타 서비스가 실시됐던 해운대구 어르신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90%가 위로를 받았으며 95%가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답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에 네이버는 계속해서 ‘클로바 케어콜’의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서비스 도입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석근 네이버클로바CIC 대표는 “이 서비스는 단순히 어르신의 안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감정 케어’를 해주는 서비스”라며 “네이버의 AI 기술력과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독거 어르신들의 말벗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늘려나가겠다”고 전했다.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24시간 돌보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는 간병인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에 간병이 필요한 사람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을 연결해주는 ‘간병인 중개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간병인 중개 플랫폼들은 간병인을 매칭해주는 기본 서비스에 각 기업의 특화된 기술과 독보적인 서비스를 더해 각자의 특장점을 지니고 있다.
자체 알고리즘과 교육으로 전문성 높인 ‘케어닥’
간병인 중개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는 ‘케어닥’은 간병인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요양시설도 중개한다. 전국 4만여 개 요양시설 정보를 확보하고 있고, 국내 간병인의 10%가 넘는 1만5000여 명이 케어닥 서비스에 가입해 매달 2000여 명의 케어코디(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활동 중이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케어닥은 지난 3년간 케어코디 약 3만 명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매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케어코디는 자신의 능력과 난이도에 맞는 일자리를 추천받고, 간병인을 구하는 보호자는 환자 건강 상태에 적합한 경력을 갖춘 케어코디를 우선으로 찾을 수 있다. 간병인과 환자에 대한 기본 정보 외에도 거동 여부, 인지 정도, 필요 돌봄 내용 등 22개 항목을 개인화했다.
케어닥은 이들만의 노인 돌봄 교육 커리큘럼을 통해 보호자와 간병인의 신뢰도 얻었다. ‘간병은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신념으로 전문성 개발과 간병인 문화 개선을 위해 무상으로 간병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케어닥의 케어코디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매일 돌봄일지를 작성하고 해당 데이터를 보호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돌봄일지에는 식사, 소변 횟수 등 매일 확인해야 할 내용이 포함된다.
입찰제 매칭으로 비용 부담 던 ‘케어네이션’
2013년 설립된 ‘주식회사 에이치엠씨네트웍스’의 앱 서비스 ‘케어네이션’은 2021년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 대상 ‘간병인 매칭 플랫폼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플랫폼이다. 케어네이션은 환자의 의료 정보 및 빅데이터 기반으로 환자와 간병인을 연결해주고 있다.
케어네이션은 올해 업계 최초로 환자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랩’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신 간병 시장 동향 및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대한민국 간병 동향 리포트’를 매월 발간하고 있다. 리포트에는 환자 통계, 간병인 통계, 질환별 간병 기간 등을 제공해 간병 시장 동향은 물론 질환을 가진 환자와 보호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한다.
간병인과 보호자가 서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간병비 입찰제 시행’ 역시 케어네이션만의 특장점이다. 간병인과 보호자는 서로 합의된 가격으로 계약하는 입찰제 기반으로 연결돼 추가비용 발생 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간병비 정찰제 강점 내세운 ‘좋은케어’
헬스케어 IT 기업인 ‘유니메오’의 간병인 구인구직 플랫폼 ‘좋은케어’는 수도권 중심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50여 개의 병원의 입원환자들과 간병인들을 매칭하고 있다. 좋은케어의 특징은 기존 간병인 시장에서 천차만별이었던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찰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간병인 시장의 거래 투명성을 위해 서비스 론칭 전 1년 동안 시장조사를 통해 간병인 비용 통계를 내고 이를 기준으로 자격증 보유 등 조건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비용 구조를 만들었다.
좋은케어는 간병인 중개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간병인과 환자·보호자의 정신건강까지 챙기는 심리상담 서비스 ‘좋은상담’도 개발했다. 좋은상담에서는 투병, 간병 스트레스 등 고민에 대해 비대면 영상 상담을 제공한다. 전문상담 인력은 자격증, 전공, 경력 등 평가와 함께 면접을 통해 상담역량을 평가해 선발한다.
유니메오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심리 상담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멀티 모델 감정 분석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는 시니어의 텍스트와 음성 데이터의 특징을 분석하여 시니어의 감정 유형을 분류하는 AI 모델로서, 환자의 사용 어휘, 억양 및 톤을 분석하여 그의 심리 상태를 판별할 수 있다.
기대 수명과 함께 고령자 1인 가구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독거노인의 수는 최근 5년 새 35.8%나 늘어나 166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고령자 돌봄 인력을 보조할 노인 돌봄용 AI 로봇들이 개발·도입되고 있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돌봄, 의료, 웨어러블, 물류 등 4대 서비스 로봇 유망분야 등 36개 과제를 선정해 66억 9000만 원의 국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돌봄 로봇 개발에 대한 진흥원 자체 예산 지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개발된 돌봄 로봇의 주요 기능들을 살펴보면, 먼저 안전사고에 특화돼 노인과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은 물론 낙상 등 일상 속 응급상황 발생 시 보호자나 119 등에 연락이 가는 기능이다. 서울 종로구와 부산, 대전 등에 보급된 돌봄 로봇 ‘효돌이’는 탑재된 센서에 일정 시간 이상 노인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사회복지사에게 알림이 가게 설정되어 있다. KT가 개발한 AI스피커 겸용 로봇 ‘다솜이’ 역시 1시간 단위로 모니터링을 해 어르신의 움직임과 얼굴을 인식하고 4회 이상 감지하지 못할 때 보호자와 생활 관리사에게 연결해준다. 또 ‘도와줘’ ‘살려줘’ ‘구해줘’ 등 직접 도움을 구하면 10초 이후에 응급 호출을 보낸다.
직접 만지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돌봄 로봇은 노인들의 정서적 교감 효과도 준다. 독거노인은 사회적 단절과 고립으로 인해 우울증, 치매 유병률 등이 일반 노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효돌이는 말동무 기능뿐 아니라 머리 쓰다듬기, 등 토닥이기, 손잡기 등 터치 상호작용을 통해 노인들과 정서적 친근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다솜이는 평소 대화를 나누면서 어르신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모은 다음, 이를 분석해 기분과 정서를 파악하고 취미나 즐겨 먹는 음식 등 세밀한 데이터까지 축적해 노인과의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다.
약 복용 시간을 챙겨주거나 잊어버린 물건을 챙겨주는 등 노인 맞춤형 서비스도 갖췄다. 효돌이는 약 먹을 시간이 되면 알려주고, 약을 먹은 후 손을 잡아주면 복용결과를 기록한다. 최신 트로트를 틀어달라고 요청하면 음악도 재생시켜주고 치매 예방 퀴즈, 회상놀이 등을 통해 인지 강화와 치매예방도 도움을 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제니’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노인들을 위해 고령자 소지품 인식 기술을 개발해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렇게 돌봄 로봇은 일정 수준의 소통과 감정공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응급상황 대비, 고령자 친화적 서비스 기능까지 갖춰, 부족한 노인 케어 인력을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지자체는 혼자 사는 노인 돌봄 인력 대체의 일환으로 로봇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솜이는 전국 지자체와 보건소를 통해 어르신 2600여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효돌이의 경우 서울 중랑구·성동구·구로구, 충북 제천시, 전남 광양시 등 전국적으로 4000대 이상이 보급됐다.
실제로 지자체가 무상 제공한 돌봄 로봇이 혼자 사는 노인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충북 영동군 양강면에 사는 79세 A 씨는 늦은 밤 갑자기 고열과 복통에 시달려 구조 요청 전화조차 하기 어려웠다. A 씨는 “살려줘”를 외쳤고 A 씨의 목소리를 감지한 AI 스피커가 119에 긴급 문자를 보내 A 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돌봄 로봇이 독거노인 지원에 효과를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겅강의학과 조아랑 교수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물론 가장 좋겠지만, 로봇과의 소통도 노인에게 인지‧정서적 자극을 주며 정신건강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혼자 지내는 노인의 경우 소통 단절로 인해 인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둔해지기 쉬운데, 로봇이 지속적인 자극을 주면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규칙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같이 구현된 가상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 속 가상 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메타버스는 이미 추억 속 인물을 재현하는 기술,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기술 등으로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희망과 긍정을 노래했던 혼성 그룹 ‘거북이’가 오랜만에 무대에서 뭉쳤다.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OST인 가호의 ‘시작’을 편곡했다. 신나는 노래인데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심지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멤버들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 참은 채 노래를 부른다. 가족들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는 가운데 웃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터틀맨’뿐이다.
지난해 말 CJ ENM 음악 채널 엠넷의 특집방송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 방영된 풍경이다. 이 프로그램의 다른 에피소드에선 전설적인 가수 김현식이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를 불렀다.
2008년경 터틀맨은 사망했다. 김현식은 1990년에 사망했고, ‘너의 뒤에서’는 1994년 발매됐다. 어떻게 이런 무대가 가능한 것일까. 답은 메타버스 기술에 있다. 엠넷은 음성 복원 기술을 활용했다. AI가 터틀맨과 김현식의 목소리를 학습하고 분석한 뒤 각각의 목소리로 새롭게 노래를 불렀다. 또 터틀맨과 김현식의 생전 영상도 학습하고 분석해 몸짓과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메타버스가 시니어에게 미치는 영역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될 수 있다. 한 명의 가상 인물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세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통일되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정리하면, 메타버스에는 실제와 비슷한 세계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실제 공간에 가상현실을 겹쳐 영상으로 만드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있다. 여기에 두 기술을 결합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과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까지 모두 포함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도록 사실적으로 구현한 가상 세계가 메타버스다.
AI로 구현된 터틀맨과 김현식 무대의 청중에는 가족들도 있었다. 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지켜봤다. 비록 만질 순 없지만 사랑했던 이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다 보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이별 후 오랜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리움을 덜어낼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양하다. 메타버스는 공간 제약이 없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쉽게 외출할 수 없는 요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손쉽게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지금은 갈 수 없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단순 체험뿐 아니라 교육과 훈련에 적용해 차원 높은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초보 파일럿이 가상 세계에서 비행 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 사고 위험 없이 비행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2019년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이용해 부천에 있는 축구 꿈나무가 런던에 있는 손흥민으로부터 직접 축구 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타고 헬스케어 진입
정치, 경제, 과학, 예술 등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실제 세계가 다양하다면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시니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메타버스 분야는 바로 의료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뇌파와 시선 분석을 통한 치매 진단부터, 가상 공간에서 치매 예방 훈련 프로그램과 재활 치료까지 도우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엠넷 방송이 디지털 휴먼을 소환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해줬다면,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현실의 시간을 늘리고, 시니어의 젊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룩시드랩스’가 대표적이다. 룩시드랩스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노년층의 치매 위험 정도를 파악해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의 뇌파 관련 데이터를 모았다. 뇌파 변화, 동공 크기 변화, 시선 처리 속도 등의 데이터베이스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판별한다.
룩시드랩스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지 건강을 관리해주는 개인 트레이너 ‘루시’를 선보였다. 루시 사용자는 매일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인지 능력을 테스트한다. 뇌파 센서 6개와 시선 추적 카메라를 활용해 전문적인 두뇌훈련시스템을 제공받는다.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 박스를 이용해 공간을 구성하거나, 컨트롤러로 드래곤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동안 클라우드 서비스가 뇌파와 안구 운동을 분석한다. 분석된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제공되며, 태블릿이나 모바일 기기로 가족, 의사와 공유할 수 있다.
메타버스로 기분도 up 몸도 up
KT도 두뇌 개발 및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로 ‘리얼큐브’다. 놀이를 위한 공간과 평평한 벽면이 있다면 집에서도 메타버스에 빠져들 수 있다. 리얼큐브 이용자는 콘텐츠 체험용 매트 위에서 벽면에 투사된 가상 공간을 바라보고 노화 방지를 위한 콘텐츠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동작인식 센서가 어르신들의 손짓이나 몸동작을 인식해 특별한 기기 없이도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비눗방울 맞혀서 터뜨리는 게임, 몸짓으로 리듬에 맞춰 분리수거하는 게임, 숫자 연산 게임 등이 있다. 공이나 막대기 같은 부자재를 이용할 수 있어 두뇌와 신체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다.
리얼큐브는 전국 시니어 기관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과 증상 완화에 이미 리얼큐브를 활용하고 있다. 강남구 시니어플라자,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동대문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리얼큐브 콘텐츠를 활용해 체육대회도 열었다.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리얼큐브 프로그램을 체험한 어르신은 “생각이 밝아지는 것 같다. 숫자를 계산하지 못했는데 프로그램 체험 뒤 분별력이 생겼다”며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도 된다”는 체험 소감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리얼큐브를 비롯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계속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이미 협업한 복지기관 외에도 다른 기관에서 요청하면 KT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 만나는 메타버스가 시니어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시니어들에게 매력적인 도구다. 오랜 삶과 연륜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더 풍부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몰고 올 메타버스에 올라탄 시니어들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공간으로 어떤 기회를 열어줄까.
제페토로 메타버스 맛보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페토’ 앱을 검색한다. 설치 후 앱을 실행한다. 그리고 ‘캐릭터 만들기’ 버튼을 눌러 가상 세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든다. 먼저 생년월일을 입력하는데, 생년월일은 자신이 먼저 밝히지 않는 한 제페토 세계에서 다른 이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가입하거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트위터 같은 SNS와 연동해 가입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다.
셀카를 직접 찍거나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사진을 선택하면 사진 속 모습을 비슷하게 본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마땅한 사진이 없거나 사진 찍는 게 번거롭다면 표준화된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닉네임을 짓는다. 닉네임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제페토 내에서는 ‘코인’과 ‘젬’이 화폐처럼 통용된다. 코인과 젬으로 내 캐릭터에게 입히는 옷과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는 8500 코인으로 옷을 살 수 있다. 코인을 다 썼을 때는 출석 후 미션 수행을 통해 코인을 추가로 받으면 된다. 제페토에 푹 빠져 이렇게 받는 코인으로는 부족할 경우 현금결제로 코인과 젬을 얻는 방법도 있다.
코인과 젬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었다면 제페토 월드로 놀러 가보자. 유령의 집이나 벚꽃공원처럼 테마가 있는 맵이 있고, 경복궁과 독도, 한강공원처럼 랜드마크를 본뜬 곳도 있다. 제페토 월드에서는 뉴욕과 몰디브, 베네치아 등 세계적인 관광 명소도 방문할 수 있다.
정부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 노인과 저소득층 일자리로 3~4만 개를 마련하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대비해 연금 제도와 돌봄 사업도 손본다.
28일 정부가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일자리 여건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4대 분야 15만 개 이상 일자리 창출에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이중 3~4만 개는 노인과 저소득층 몫이다. 내달 초 제출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또 고학력 노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지자체 맞춤형 노인 일자리도 발굴한다. 계층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시니어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노인·1인가구·청년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2.5만개 더 늘어날 예정이다. 돌봄, 보건·의료, 환경·안전 등 코로나 이후 수요가 증가한 분야가 주요 대상이다. 내년까지 목표로 했던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 창출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함으로 초고령사회에 임박한 데에 따른 대책도 마련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의료·돌봄 등 고령층 건강권을 보장한다. 또 교통약자인 고령자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 설비가 마련된 차량 등 특별교통수단 인프라를 개선한다.
고령층 소비여력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농지·주택연금 가입확대도 추진한다. 농지연금 가입연령은 만65세에서 만60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한다. 부동산 세제·대출규제 등 관련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주택연금 가입요건 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다.
돌봄 방면에서는 노인 대상 디지털 돌봄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고, 헬스케어나 돌봄로봇과 연계방안을 검토한다.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나 양로시설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디지털 돌봄, ICT(정보통신기술)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 정부는 내수 회복 대책 중 하나로 올 여름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상생조비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문화·예술·공연·체육·외식 등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분야의 소비 증대로 연결되도록 6대 소비쿠폰과 바우처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현재 느끼는 기분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반려묘의 배변을 시시때때로 치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청소해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놀랍게도 이 모든 상상은 이미 현실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막강한 기술력으로 전 세계 애견·애묘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 세 곳을 살펴봤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펫팸족’(Pet+ Fa mily) 시니어는 자신의 건강만큼 반려동물의 장수와 웰빙에도 관심이 많다. 이제는 기초적인 차원의 돌봄을 넘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품에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간 평균 14%씩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6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는 ‘펫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 ization)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식품이나 장난감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펫 산업이 전용 호텔, 택시, 유치원, 보험 등 반려동물의 삶 전반에 관여하는 서비스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반려동물 관련 상품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펫테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펫테크 시장 초기는 외출 시 모니터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반려동물 전용 CCTV나 자동 급식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는 앱부터 고양이의 배변 활동을 자동 기록하는 스마트 화장실, 인공지능으로 감정을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한층 더 고차원적인 기술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앱 하나로 건강관리… 의심 질환 ‘한눈에’
반려인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반려동물의 건강이다. 반려동물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아픈 구석이 있어도 티를 내지 못할뿐더러 의료비가 만만치 않아 병원에 자주 데려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AI 솔루션 플랫폼 알파도는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를 개발했다. 집에서 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 여부를 파악하는 용도다. 체내 10가지 성분 분석을 바탕으로 당뇨, 방광염, 요로감염, 신부전 등의 질환을 감지한다. 가격은 3개에 9900원이다.
동물병원에서 활용하는 소변검사 키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가정에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알파도가 보유한 자체 기술 덕분이다. 알파도는 2018년 650~2600나노미터의 IoT 근적외선 휴대용 분광기를 개발했다. 빛의 파장을 이용해 화학물질의 구성 성분을 분석하는 원리다. 당시 알파도는 이 기술로 농업·축산업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반려동물 건강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껴 펫테크 스타트업으로 탈바꿈했다.
검사 방법은 사람과 유사하다. 반려동물의 소변을 시약 막대에 묻히고, 색상표에 올린 뒤 ‘알파도펫’ 앱을 실행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과가 자동으로 나타난다. 결과는 각 성분을 정상, 의심, 위험 3단계로 나눠서 분류하고, 이에 따른 의심 질환을 안내한다. 강아지가 섭취한 음식과 컨디션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두 번 이상 검사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난 3월 새롭게 공개한 ‘AI 펫바디 스캐너’도 주목할 만하다. 초소형 카메라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눈, 귀, 피부, 치아 건강 및 비만 정도를 확인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다. 귓속과 털 안쪽 등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부위를 3.9mm의 작은 렌즈로 살피고, 의심 질병이 나타날 경우 관련 설명과 예방 방법을 안내한다. 이 기기 역시 알파도펫 앱과 연동된다. 기기의 전원을 켜고 앱에서 검사 항목을 선택한 뒤 검사 부위를 스캔하면 사진과 함께 결과가 나타난다. 인공지능 디바이스가 의사처럼 진단하면, 앱이 검진 차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AI 펫바디 스캐너는 현재 미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으며, 국내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변검사 키트와 AI 펫바디 스캐너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병은 20가지에 달한다. 보다 구체적인 검사를 위해서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반려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일 때 임시 주치의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알파도 측의 설명이다. 지영호 알파도 대표는 “동물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면 이미 병이 악화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반려동물 진료 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병원을 지정해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병원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설물 ‘휙휙’ 모래 ‘척척’…똑똑해진 고양이 화장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위생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고양이는 비뇨기 질환에 취약해 배변 활동에 남다른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거운 모래를 들고 버리고 갈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집사’라면 더욱 그렇다. 반려인의 실수로 배설물이 가득 찬 화장실을 마주한 고양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고양이 건강관리 디바이스 스타트업 골골송작곡가 노태구 대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접하고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2’를 개발했다. 군 장교 시절에 키운 고양이가 전염성 복막염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전염성 복막염은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주로 분변을 통해 감염된다. 노 대표는 “아프다고 표현했을 텐데 뒤늦게 알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조사를 해보니 많은 애묘인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사들의 고민을 담아 탄생한 라비봇2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배변 활동을 모니터링해준다. 고양이가 화장실에 다녀가면 장치 안에 설치된 갈퀴가 굳은 모래와 배설물을 걸러낸다. 시중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자동화장실이 존재하지만, 라비봇2는 7L의 모래 저장통으로 사용한 모래를 즉시 보충해주며,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5cm 높이를 유지한다. 노 대표는 “고양이에게 모래는 화장실의 휴지와 같은 존재다. 사람이 볼일을 볼 때 휴지가 부족하면 불안하듯이 고양이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섬세한 부분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비봇2는 130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고, 현재는 북미와 유럽, 일본 등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전용 앱 ‘펄송’으로 고양이의 배변 횟수와 시간 등 배변 활동 기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점도 만족도가 높은 요인 중 하나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한 기기를 동시에 사용해도 고양이의 특성을 자동으로 감지해 구분한다. 노 대표는 “실제로 라비봇2를 사용하며 방광염이나 췌장염 증상을 발견했다는 고객들의 후기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양이 건강을 전반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제품군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멍멍’ 짖는 소리로 감정 분석까지
10여 년 전 모 동물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빛만으로 동물과 교감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로 여겨지긴 했지만,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도움 없이도 강아지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영혼과 영혼이 만난다는 식의 아리송한 방법 대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서다. 펫테크 스타트업 펫펄스랩은 이 같은 기능을 갖춘 반려견 감정인식기 ‘펫펄스’를 개발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2021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펫펄스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분석해 분노·불안·슬픔·안정·행복 등 5가지 감정으로 나타내는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음성 센서뿐 아니라 행동 센서 기능이 탑재돼 있어 하루 수면이나 활동량 등도 나타낸다. ‘펫펄스’ 앱을 통해 감정과 활동 상태를 종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아지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13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윤옥 펫펄스랩 대표는 “2016년 펫펄스랩 모기업에서 펫시팅 플랫폼을 운영했는데, 펫시터에게 맡겨도 강아지가 잘 지내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이용자들이 많았다”며 “강아지의 기분을 알 수 있으면 주인이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음성 분석을 위해 2~3년은 쉼 없이 발품을 팔았다. ‘멍멍앱’을 만들어 강아지 소리를 마구잡이로 수집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따오기도 했다.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해 1만여 개의 소리가 모였을 때쯤, 서울대 융복합대학원 음악오디오분석연구소와 감정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개발 초기에는 정확도가 60%에 불과했으나 반복 학습을 통해 90%까지 끌어올렸다. 장 대표는 “의외로 분노와 행복 사이에서 오류가 많이 생겼다”며 “둘 다 흥분하는 감정으로 분류돼 구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반려견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좋으면서도, 진작 알아채지 못해 미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외출 중 분노 지수가 높다는 알림을 받고 집으로 달려갔더니, 강아지가 온 집 안을 어질러놓고 아파해 병원에 데려갔다는 후기도 있었다. 이처럼 반려견과 떨어져 있어도 위급 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펫펄스의 개발 목적이다. 장 대표는 “최근 애견호텔에 맡겨진 강아지가 각종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곤 하는데,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위급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펫펄스가 사람과 동물 모두 안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서비스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lus+] ‘로봇펫’ 시대가 온다?
CES2021에서 화제를 모은 또 하나의 펫테크 분야는 바로 ‘로봇펫’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로봇이 아닌, 반려동물의 형상을 한 로봇이다. 일본 유카이 엔지니어링은 반려동물의 감촉을 구현한 쿠션형 애완로봇 ‘쿠보’를 선보였다. 고양이 엉덩이와 생김새가 똑 닮은 쿠보는 이용자의 손길을 인식해 40여 가지 방향으로 꼬리를 흔든다. 일본 뱅가드 인더스트리의 인공지능 애완로봇 ‘모플린’은 반려동물처럼 울음소리를 내고, 애교를 부린다. AI 학습 기능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로봇펫을 쓰다듬는 것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순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시니어에게 색다른 교감의 대상이 되어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규칙적인 취침과 숙면은 이미 잘 알려진 100세 시대의 장수 비결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니어 5명 중 1명은 불면증을 겪으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시니어를 비롯해 수면 부족으로 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면 관련 제품과 IT 기술을 접목한 ‘슬립테크’(Sleep Technology)가 잠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니어를 장수의 길로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줄 이색 슬립테크 서비스를 소개한다.
수면은 우리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작게는 매일 아침 컨디션을 좌우하고, 크게는 심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각종 중증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건강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얘기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인 시니어는 7~8시간 수면한 시니어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매일 아침을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는 현대인은 대다수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1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 잘 시간도 없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사는 것에 이어 잘 자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슬리포노믹스’(Sleepono mics)가 주목받고 있다. 잠과 경제학의 합성어로 수면과 연계된 모든 산업을 총칭하는 말이다. 단순 침구류뿐 아니라 무드등을 비롯한 소형 가전, 차(茶), 아로마테라피, 수면을 유도하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등 온라인 콘텐츠까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는 ‘슬립테크’다. 다양한 IT 기술로 수면 중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개개인의 침구류나 수면 습관을 맞춤형으로 관리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은 2026년 약 320억 달러 규모로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개인의 체형에 따라 설계된 베개를 베고, 인공지능(AI) 비서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 모습이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꿀잠’도 맞춤형…1:1 수면 컨설팅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개인의 특성과 상황 등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슬립테크 시장에서도 초개인화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마다 체형이나 수면 자세, 수면 습관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침구류를 추천하고,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중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뜨고 있는 곳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슬립라운지’다. 슬립라운지는 토털 슬립케어 브랜드 이브자리에서 운영하는 무인 베개 체험 공간으로, 자가진단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개인에게 적합한 베개를 추천받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1시간 단위의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며, 슬립라운지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출입문 좌측에 있는 카드리더기에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대고 들어서면 20여 가지 베개와 아늑해 보이는 침구가 눈에 띈다. 무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직원이 보이지 않아도 당황할 필요 없다. 키오스크가 웬만한 것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낯선 시니어는 홈페이지 예약 시 자유체험이 아닌 1:1 베개 컨설팅 프로그램을 선택해도 된다. 컨설팅은 매주 월·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비용은 체험과 컨설팅 모두 무료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디지털 경추 측정기에 등을 붙이고 바른 자세로 앉은 다음 경추의 길이를 잰다. 경추 길이는 측정기에서 가장 앞으로 튀어나온 스케일의 맨 뒤쪽 색상을 보면 된다. 그 다음 키오스크에서 ‘나만의 베개 찾기’를 누르고 경추 길이, 수면 자세, 선호하는 베개의 느낌 등 몇 가지 설문에 답을 한다. 결과가 나타나면 베개 진열장에서 추천받은 베개를 찾아 누워 안락한 정도를 느껴본다. 이때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침구에서 체험하는 것이 좋다. 체험한 베개가 마음에 들면 키오스크에서 곧바로 구매해도 된다.
방문 당시 두 종류의 베개가 결과지에 나타났다. 추천받은 베개는 경추 길이 3~4cm 이상의 옆으로 자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신체가 닿는 부분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가령 양 끝부분은 돌출된 어깨로 인해 머리와 바닥 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점을 고려해 중앙 부분보다 높고, 후두부 부분은 오목하게 들어간 경추 부분보다 낮게 설계됐다. 집에서 쓰는 베개와 다른 모양새지만, 직접 누워보니 발 크기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듯 안정감이 더했다.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사람마다 경추 높이나 수면 자세 등에 따라 적합한 베개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체험해보고, 몸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층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브자리 ‘슬립앤슬립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베개뿐 아니라 마사지 기구나 수면 유도 차, 스프레이 등 잠을 부르는 이색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또 전문 수면 컨설턴트인 ‘슬립코디네이터’가 상주해 개개인의 수면 습관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준다. 30분(3000원), 40분(4500원), 50분(6000원) 단위로 체험이 가능해 달콤한 단잠도 즐길 수 있다.
날로 커지는 시장…수면 질환 치료까지
수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이색 슬립테크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코웨이의 ‘모션베드 프레임’은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머리와 상체, 엉덩이, 허벅지, 다리 등의 각도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상체를 살짝 올리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두는 ‘무중력 자세’로 설정하면 체중을 분산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손을 대지 않고도 뒤척임을 자동으로 감지해 최적의 수면 자세를 만들어주는 기술도 나왔다. 스마트 매트리스 브랜드 아이오베드의 ‘스마트 슬립 시스템’이다. 아이오베드가 특허권을 따낸 이 기술은 매트리스 안에 들어 있는 스마트셀이 공기압의 변화를 감지해 매트리스의 푹신한 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무너진 생체 리듬의 균형을 잡아주는 스마트 안경도 주목할 만하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페가시가 지난해 선보인 ‘꿀잠 수면안경’은 녹색 자연광을 내뿜는 장치를 이용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낮 동안 햇빛에 노출될수록 분비가 왕성해지는 멜라토닌 특성상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기기를 착용하면 14시간 후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페가시에 따르면 제품에 사용된 LED는 광생물학적 안정테스트를 통과해 사람과 동물의 눈에 직접적으로 조사되어도 안전하다.
시니어의 골칫거리인 각종 수면 질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기기도 최근 개발됐다.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2018년 교내 창업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아워랩은 수면 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구강 삽입형 기도 확장기 ‘옥슬립’을 개발하고,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교정기를 입에 물어 억지로 턱을 당기는 기존 기구와 달리 바로 누운 자세에서만 아래턱을 전진시키고, 옆으로 누워 잘 때는 턱의 위치를 되돌려 하관 근육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기기를 통해 수면 중 자세 변화나 작동 횟수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 스스로 관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슬립테크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임영현 한국수면산업협회 회장은 “수면은 성인병과 치매 등 인간의 건강에 직결되고, 더 나아가 경제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휴식 차원으로 인지해선 안 된다”라며 “일본은 이미 관련 시장의 성장 규모가 약 8조, 미국은 22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수면과 관련된 전 분야가 IT 기술과 병합해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비중이 굉장히 막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의 편안한 밤을 위한 베개 컨설팅
① 밤에 더위를 많이 탄다면? 나이가 들면 온몸에 열감이 나타나 잠을 설치는 시니어가 많다. 호르몬 변화가 들쑥날쑥한 갱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폴리에틸렌 파이프 소재의 베개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파이프 소재 베개는 내부가 원형 모양의 칩으로 채워져 있어 통기성이 뛰어나며, 잦은 세탁에도 손상이 적어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② 주변 환경에 예민해 자주 깬다면? 작은 소음에도 예민한 편이라면 내용물이 바스락거리는 파이프 소재보다 부드럽게 감싸주는 솜이나 메모리폼 소재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혹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입소문 난 기능성 베개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데, 모양이 지나치게 굴곡지고 딱딱한 베개는 수면 중에도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③ 목에 잦은 통증이 느껴진다면? ‘높은 베개보다 낮은 베개가 좋다’는 기존에 알려진 건강 상식 때문에 높이가 낮은 베개만 선호하는 시니어가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베개 높이는 오히려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높은 베개도 마찬가지다. 누워 있을 때의 모습을 사진 찍어보고 목이 지나치게 꺾여 있거나 경직돼 있다면 베개 높이를 바꿔보는 것이 좋다. 누웠을 때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해주는 베개가 최적의 베개다.
④ 허리가 불편하다면? 누웠을 때 허리가 바닥에서 떠서 종종 배긴다면 보디필로(전신베개)를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몸의 압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 있는 자세를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통증이 느껴지면 매트리스에 꺼짐 현상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특히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체중과 체형이 변하기 때문에 젊은 시절 구매한 매트리스를 쓰고 있다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고가의 매트리스가 부담된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리스 위에 토퍼(바닥형 매트리스)를 깔아도 된다.
도움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