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직한 A 씨는 본인의 퇴직연금(DC)이 적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근무했던 업체는 그가 퇴직한 이후 폐업한 터였다. A 씨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본인의 전체 연금 현황을 조회했고, 그동안 적립한 퇴직연금 340만 원을 B금융사에서 관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B금융사로 연락해 안내에 따라 퇴직연금을 IRP계좌로 이전해 수령할 수 있었다.
폐업기업 근로자가 미청구 퇴직연금을 되찾은 사례다. A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사실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직장이 도산·폐업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퇴직 후 사용자(기업)의 지급지시 없이도 가입 금융회사에 퇴직연금을 신청할 수 있음에도 방법을 몰라 수령하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찾아가지 않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23년 말 기준 1106억 원, 최근 3년 평균 1177억 원에 달한다. 직장 폐업에도 퇴직연금을 찾아가지 않은 근로자 수는 2022년 말 6만871명에서 2023년 말 6만8324명으로 증가(+7453명)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금융회사는 △가입자가 자신의 모든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금융감독원의‘통합연금포털’)에 대한 가입자 안내·교육 강화 △미청구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는 추가 시스템 신설(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올해 중 시행 예정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중 혹시 미청구 퇴직연금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된다. 퇴직연금제도별로 적립된 자신의 모든 퇴직연금 적립금을 조회·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은 본인의 국민·퇴직·개인연금 적립금, 연금상품 비교공시 등 종합적인 연금정보를 제공하며, 최초 연금정보 조회 시 3영업일 정도 소요된다.
포털 내 ‘내연금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퇴직연금 제도별로 자신의 적립금이 운용·관리되는 금융회사명, 연금상품명, 적립금액 등을 조회할 수 있다. DC(확정기여형, 근로자책임형)·IRP(개인형퇴직연금)의 경우 계좌별 적립금이 조회되나, DB(확정급여형, 회사책임형)의 경우 사업장 단위로 적립금이 관리돼, 해당 금융회사로 추가 문의가 필요하다.
근로자가 직장 폐업 등으로 퇴직연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미청구 적립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확인된 금융회사로 연락, 연금 수령절차(신청서류 제출 등)를 밟으면 된다.
한편, 정부와 금융권이 힘을 모아 올해 상반기 중 ‘어카운트인포’ 퇴직연금 조회서비스 구축에 나선다.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는 자사 홈페이지 및 앱을 통해서도 손쉽게 어카운트인포 및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조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플랫폼을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어카운트인포’의 미청구 퇴직연금 조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개편을 시행한다.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업계 모범사례를 발굴·전파하여 좋은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퇴직급여를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자는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지만 김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IRP(개인형퇴직연금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2022년 4월 14일부터 모든 퇴직급여는 IRP를 통해 수령해야 한다. 단, 퇴직급여 수령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다. 만약 만 55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싶다면 IRP로 퇴직급여가 이체된 후 IRP를 해지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일시에 부담해야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절세 혜택이 있다. 퇴직급여를 1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면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면 퇴직소득세의 40%를 절세할 수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더라도 60일 이내에 연금계좌(IRP 혹은 연금저축계좌)로 입금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퇴직소득세 환급까지는 연금계좌를 통한 상품 매수는 할 수 없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연금계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선 퇴직자가 55세 이하인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로만 수령할 수 있고, 55세가 넘어야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그 외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수수료, 중도인출,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 상품 다양성 등에 차이가 있다. IRP와 연금저축계좌의 차이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IRP의 경우에는 연금저축계좌와 달리 별도의 계좌관리(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가 있는데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IRP 수수료를 비교하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www.100lifeplan.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퇴직연금을 클릭한 후 맞춤형 수수료 비교를 통해 퇴직연금제도 유형별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 IRP에는 퇴직 시 지급받는 ‘퇴직급여’와, 연말정산을 위해 근로자가 스스로 납입하는 ‘자기부담금’이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납입금의 성격, 가입 경로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므로 퇴직급여(사용자부담분)와 자기부담금(가입자부담분)의 수수료율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증권사들이 대체로 IRP 가입자부담분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IRP 사용자부담분 수수료도 온라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IRP 온라인 계좌 수수료 면제 금융회사는 13개 증권사(삼성, 유안타, 미래에셋, 신한금투, 한국투자, KB, 한화투자, 대신, NH투자, 하이투자, 포스, 현대차, 하나금융투자), 3개 은행(우리, 부산, 대구)이다. 금융회사별 수수료 차이가 있으므로, IRP 가입 전에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모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1금융회사 1통장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달리하면 복수 가입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는 각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 성격에 따라 보험사의 경우 금리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고,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IRP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별로 금리형에서 실적배당형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IRP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TF(Exchanged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IRP를 통한 ETF 거래 시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간 매매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 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경우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가능하지만 은행, 보험사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불가능하다.
IRP에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려는 경우,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금리 비교 및 제공기관 조회가 가능하다. 통합연금포털에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원리금 보장 연금상품을 클릭한 후 퇴직연금상품 권역별(은행, 증권, 보험), 제도별(DB, DC, IRP), 만기별, 상품 제공 기관별 등으로 조건을 부여하여 검색할 수 있다.
IRP나 연금저축계좌의 수수료나 투자 대상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금계좌이체제도를 이용해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연금계좌 이전은 신규 가입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후 계좌이체 신청을 하면 되고, 기존 가입회사는 별도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